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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무릎의자... 오랜만이네."

선생은 소파에 앉아서는 히나를 내려봤다. 멀리서 봐도 옆으로 넓직하고 큼직한 히나의 그것이 선생의 눈에 띄었다. 참고로 크다고 한 건 어디까지나 히나의 헤일로다. 머리통이 아니라. 만약 선생 앞에서 히나 머리통 크다고 놀리는 자가 있다면 분노의 꿀밤이 선생의 주먹에서 날아갈 것이다.

"하아... 파견임무에서 앉아서 쉴 때마다 언제나 선생님의 무릎에 앉고 싶었어."

"내 무릎은 딱딱해서 별로 편하지 않을 텐데."

"아니, 세상에서 선생님의 무릎이 가장 좋아."

히나는 선생의 무릎에서 꼼지락 거리며 그리 말했다. 히나는 나이는 17살이면서 성장은 워낙 더디었기에 외모랑 덩치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초등학생 수준이었다. 그래서 히나의 어리광은 역설적이게도 너무나도 외모에 어울렸다.

"그래, 얼마나 선생님이 보고 싶었으면 아까 어린애처럼 '히나는 선생님이 보고 싶었어' 라고 말했니."

"윽, 그건... 선생님의 얼굴을 보니까... 체면 차릴 것도 없어서...."

히나는 자신이 너무 나사가 풀린 나머지 선생님에게 진짜 초등학생처럼 어리광을 부린 일을 떠올리고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둘만 있을땐 어리광 부려도 된다고 한 건 선생님이었잖아.... 자 빨리... 타카나시한테 한 것처럼 히나를 마음껏 위로해줘."

"그래그래, 이번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힘들었구나. 선생님이 포상을 잔뜩 줄게. 히나는 이번에도 모두를 위해서 열심히 일했어. 선생님은 그런 히나가 정말로 좋아. 하지만 너무 무리하면 안 된다?"

선생은 히나를 계속 무릎에 두고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히나는 선생이 손을 대자 몸을 움츠렸다.

"아, 아직 머리도 씻지 않았는데... 괜찮을까?"

"그러면 처음부터 내 무릎 위에 앉지 말았어야지. 괜찮아. 히나의 머리는 더럽지 않으니까."

선생은 그렇게 말하면서 계속 히나의 머리를 쓰담쓰담했다. 히나는 선생의 손가락이 마치 자신의 거친 머릿결을 빗질하는 것처럼 움직이자 만족감을 느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이 내 머리를 다듬어준 게 언제였을까... 기억조차 나지 않아."

히나는 눈을 감고서 그리 생각했다. 선생에게선 그리운 아버지의 냄새가 났다. 그리고 히나는 거기에 취해있다가 갑자기 선생이 자신의 뿔에 손을 대자 기겁했다.

"자, 잠깐 선생님! 뿔은 만지지 말아줘.... 그... 뿔은 민감하단 말이야."

"그러면 조심스럽게 만지면 되지?"

"조심스럽게 만지는 것도... 안...."

히나는 잠깐 망설이더니 아코가 지금 이 자리에 있다면 실신할 정도의 소녀다운 얼굴을 지으면서 말했다.

"정말로 조심스럽게 대해준다면... 선생님이 만저도 좋아."

지금까지 제대로 악마 학생의 뿔을 만져본 일이 없던 선생은 마침내 악마의 뿔을 만져볼 기회가 생기자 흥분했다.

"뿔을 만지는 게 그렇게 기대돼?"

"만져본 적이 없으니까, 나에게 있어 악마의 뿔은 말 그대로 미지의 세계. 원래 남자는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거든."

"... 그러니까 내가 선생님의 첫 상대라는 거지?"

"히나,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위험하게 들려."

히나는 그 말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선생에게 머리를 댔다. 선생은 매우 조심스럽게 히나의 뿔에 손을 댔다. 뿔이라고 해서 딱딱할 줄 알았는데, 히나의 뿔은 의외로 탄력 있고 부드러웠다. 옛날에 만져본 사슴의 뿔을 떠올린 선생은 악마의 뿔이 훨씬 기분 좋다고 평가를 내렸다.

"간지러...."

히나는 선생이 매우 조심스럽게 히나의 뿔을 만지자 몸을 배배 꼬았다. 선생은 그 모습을 보고서는 아주 살짝 눌러보았다.

"조심스럽게 한다면서."

히나는 뿔이 눌리자 투정을 부렸다. 선생은 장난기 넘치는 얼굴로 히나의 머리에서 손을 내렸다.

"내리지 마... 더 만져줘."

"역시 히나는 내가 만져주는 게 기분 좋은 거지?"

"응, 응."

히나는 그제서야 자신의 본심을 털어놓고서는 마음껏 선생의 손길을 느꼈다.

"자자, 이제 쓰다듬기는 그만하고, 일단 밥부터 먹을래? 아침부터 밥을 제대로 못 먹었다면서."

히나는 선생의 집에 밥이 있다는 소리에 눈이 번쩍 뜨였다. 히나는 하루종일 쫄쫄 굶었다. 아침을 먹으러 갔더니 하늘을 날아다니는 스파게티에게 고통받았고, 그 뒤로 사정청취 뒤에 만마전에 끌려가 마코토의 대놓고 악의가 드러나는 잔소리에 시달렸다. 간신히 만마전에 해방되니 시간은 저녁이었고, 그때까지 히나가 먹은 거라곤 간신히 매점에서 산 빵 하나였다. 이러니 히나는 밥에 눈이 돌아갈 만 했다.

"선생님이 요리도 이 정도로 한단 말이야?"

"아니, 그거 내가 한 게 아니라 후우카가 한 거야."

선생이 그리 말하자 히나는 깜짝 놀라면서 숟가락을 떨어트렸다. 주방이 저런 꼴이 난 이유를 조사하다 보니 후우카가 게헨나를 떠났다는 걸 알 수 있었고, 그렇기에 내일이 되면 일단 후우카부터 찾아볼 생각이었다. 후우카가 게헨나를 떠난 이유는 똑같이 이 정신병동이나 다름없는 학원에서 고통받는 입장으로서 동질감이 갔지만, 그거랑 별개로 주방이 저리 개판이 되자 학생들이 죄다 쫄쫄 굶게 되었으니까.

"선생님이 지금까지 후우카를 보호하고 있었구나... 그 애가 지금까지 용케 게헨나를 떠나서 안 돌아온다 했는데..."

후우카가 워낙 급양부에 시간을 갈아넣느라 따로 갈만한 곳이 없다는 걸 잘 아는 히나는 그제야 어떻게 후우카가 1주일 넘게 게헨나에 안 돌아올수 있었나 이해했다.

"선생님, 그러면 내일 샬레에 가봐야겠어. 후우카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 게헨나에는 후우카가 필요해."

"알아, 그건 나도 아는데... 후우카에게 부탁은 할 수 있어도 강요는 하지 말아줘. 그 애가 급양부로 돌아가든, 전학을 가든 결국 후우카의 선택이니까. 게헨나에 부활동을 강요하는 교칙은 없을텐데?"

"그렇긴 하지만...."

히나는 선생이 교칙을 꺼내자 말이 작아졌다. 게헨나 학원은 악명에 걸맞게 교칙이 다른 학원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었다. 그리고 교칙 어디에도 학원이 후우카에게 부활동을 강요할 문구는 없다. 선생은 한번 게헨나의 교칙을 싹 읽어봤기에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선생은 히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긴 했지만, 이건 후우카에게도 해줘야 할 말이었기에 이 자리에선 꺼내지 않았다.

"뭐, 그 이야기는 내일 생각해 보기로 하고... 선생님... 나... 내가 쓸 침낭은 따로 챙겨왔어. 그러니까 오늘 여기서 자고 가도... 될까?"

"마음대로 하렴. 어차피 볼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선생은 이제 학생이 자고 가는 일에 익숙해졌는지 히나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 선생은 히나가 씻으러 간 동안, 히나가 말해준 게헨나 식당의 상황을 정리해봤다.

"주리가 지금까지 혼자서 요리를 하더니 괴물을 양산해내고 있다고...?"

선생은 설마 주리가 아직도 혼자서 그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기에 난색을 표했다. 처음에는 주리 옆에 많이 불안하긴 해도 미식연구회가 보조로 붙었으니 큰 일은 안나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그때 자신은 너무 안일했다. 선생은 자책감을 느꼈다.

거기에 예전부터 주리의 요리가 가끔 학생을 습격하곤 했지만, 이렇게 대놓고 학생을 반죽음으로 만든 적은 없었기에 학생의 안전이 걱정이었고, 주리는 저래 보여도 나름 착한 아이였기에 주리의 정신건강이 걱정되었다.

"내가 실수했어... 주리의 요리에 대한 정열이 진심인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까지 가면 불안한데..."

선생은 일단 내일 아침에는 후우카와 히나의 만남을 중재하고, 일단락이 끝나면 게헨나로 가서 주리부터 살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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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후우카 선배... 어째서 저는 선배처럼 될 수 없는 건가요?"

이제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게헨나 식당에서 주리는 절규했다. 그녀 옆에서 보조를 맡던 미식연구회는 주리의 요리의 탈을 쓴 생체연성술에 질린 나머지 탈주했다. 유일하게 주리에게 위안이 되는 건 자신의 요리를 맛있다고 계속 먹어치워주는 이즈미였다. 하지만 이즈미마저 밤이 되어 자러 가자 주리는 부엌에 혼자 남았다.

"선배의 앞치마에 부끄럽지 않은 조리사가 되려고 노력하는데... 왜 저는 이런 독요리만 만들어 내는 걸까요... 어째서... 어째서... 나도... 나도 선배처럼 맛있는 요리를 하고 싶은데...!"

주리는 계속해서 요리를 하면서 중얼거렸다. 수많은 게헨나 학생이 오해하는 것과 반대로, 주리는 자신의 요리가 민폐라는 걸 자각하고 있었다. 물론 여전히 레시피를 멋대로 바꾸는 등 타고난 요리치의 자질이 심하긴 했지만, 적어도 주리의 마음가짐은 훌륭한 조리사였다. 그렇기에 후우카는 주리가 도움이 되기 커녕 문제만 일으켜도 계속 그녀를 감싸들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를 감싸주고 롤모델이 되어주던 후우카가 없자, 주리는 말 그대로 폭주했다.

주리는 계속해서 후우카처럼 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건, 독요리도 아니고 말 그대로 이 세상에서 보지 못한 괴생물체뿐이었다. 여기서 주리는 멈췄어야 했다.

하지만 후우카도, 그리고 선생조차 뚫어보지 못한 주리의 집념과 광기는 계속해서 밤낮없이 요리를 반복했다. 이것만은 선생과 후우카의 실수라고 할 수 있으리라.

어느덧 주리도, 그리고 게헨나의 식당도 주리의 요리에 파묻혀 빛이 보이지 않았다.

잠든 학생들의 귓가에 식당에서 이형의 괴물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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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슬 끝나가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