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하니 개가 되었다.


술먹고 개가 되었다 같은 표현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내 육체가 생물학적으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아닌, 카니스 루푸스 파밀리아리스가 되었다 이말이다.

나는 화장실에 딸린 거울을 올려봤다. 지금 당장 코인이라도 들고 있을 듯한 시바견의 얼굴이 나를 멀뚱멀뚱 쳐다봤다. 오른손을 드니 사람의 손과 개의 발을 합친 듯한 수인의 손이 올라왔다.

이럴 수가, 내가 동물 시민이라니. 키보토스에 환생한다면 선생님이 되거나, 아니면 셋이서 탱크를 때려잡는 여고생이 되어서 즐거운 서바이벌 학창 시절을 즐기려고 했는데, 설마 내가 개가 될 줄이야. 로봇 시민보다는 낫지만 내가 멍멍이? 환생신은 역시 불공평하다.

"점장님? 안 계시나요?"

나는 화장실에서 한숨을 쉬다가 나왔다. 막 정신을 차렸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여서 다음에 할 일을 계속했다.

"아, 죄송합니다. 화장실이 급해서..."

나는 매우 자연스럽게 계산대에서 대기하던 학생에게 인사했다. 귀여운 여학생이었다. 머리에는 평범하고 흰 고리가 있었다. 키보토스의 여학생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신비의 상징 헤일로를 보니 한 번 손을 대보고 싶었지만, 왠지 그러면 손님이 화낼 것 같았기에 간신히 참았다.

"5.56mm탄... 그리고 안티오크의 성스러운 수류탄 주세요."

움찔

나는 학생이 계산대에 꺼낸 살벌한 물건을 보고 몸을 움츠렸다. 귀여운 학생이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흉흉한 탄환이랑 수류탄을 자연스럽게 드는 걸 보니 무서울 수밖에 없었다.

"왜 그러시나요?"

"제가 잠이 덜 깨서 실수했습니다."

나는 편돌이의 경험을 살려서 잠깐 고개를 꾸벅거린 뒤에 계산을 도왔다. 나의 첫 학생은 가방에 총탄과 수류탄을 넣고서는 자리를 떠났다. 등 뒤에 찬 M16 계열 자동소총이 보이자 나는 터무니 없는 괴리감을 느꼈다.

"으윽... 머리야...."

나는 지금 상황을 정리하고자 손님이 없는 틈을 타서 머리를 정리했다. 이름은 XXXXXX. 나이는 20대 후반... 지금 내 사회적 위치는 샬레 근처에 있는 Doge 편의점 점주. 돈이 엄청 벌리진 않지만 그래도 입에 풀칠하고 소소한 사치를 부릴 정도의 돈은 버는 위치. 이상한 기분이다. 환생이라고 해도 뭐랄까, 원래 있던 사람을 대신했다기보다, 갑자기 NPC로서 뿅 하고 스폰된 기분이다. 적어도 멀쩡한 사람을 대체했다는 죄책감은 들지 않았다.

나는 편의점 내부를 둘러보았다. 현실의 편의점처럼 별의별 먹거리와 생필품이 있었지만, 그 옆에 미국 월마트마냥 별의별 소총부터 시작해서 누가 봐도 개인이 사면 안 될 수류탄, 지뢰, TNT, C4, 군용 대검... 보기만 해도 머리가 절로 어질어질 해지는 흉악한 무기가 고작 편의점에서 팔리는 걸 보고서는 할 말을 잃었다. 알바를 안 써도 될 정도로 작은 편의점에서 이 정도면... 대형 마켓은 할 말이 없겠지.

나는 씁쓸한 얼굴로 바깥에 나갔다. 담배는 안 피지만 이 자리에서 주저앉아 담배를 피면 딱 좋을 기분이었다. 선생이나 학생이 되고 싶었다.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신은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씁쓸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NPC의 위치라면 나쁘진 않다면서 결국 현실을 받아들였다.

편의점 편돌이었던 나는 점주의 자리에 금방 적응했다. 평소 하던 일에서 몇 가지 골치아픈 일이 더 추가된 거 정도였다. 필요한 지식은 어째서인지 머릿속에 담겨 있었고, 어차피 어지간한 일은 매뉴얼대로 가면 절반은 가니까.

"안녕하세요, 샬레의 선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내 편의점은 샬레 근처에 자리잡았기 떄문에 가끔씩 샬레의 선생님이 온다. 저 선생님은 나처럼 환생했을까, 가챠 게이머일까, 아니면 진지한 설정의 외부인일까 궁금하지만, 물어보기엔 겁이 나서 묻지 못했다.

"캔커피 하나만 주세요."

선생은 소박하게도 캔커피를 샀다. 샬레엔 엔젤 24가 있는데 굳이 샬레에서 조금 떨어진 이곳까지 오는지 궁금했다. 뭐, 편의점마자 파는 물품이 다르니까 저 커피가 취향인데 엔젤 24에선 안 파는 거겠지.

나는 선생의 얼굴을 보았다. 선생의 얼굴은 과연 소문대로 남녀불문 홀리는 마성의 남자 마이클 잭슨일지, 아니면 평범할지, 아로나가 그린 그림일지, 아니면 중후한 중년일지 궁금했었다.

직접 본 선생님의 얼굴은 미연시에 나오는 남캐 주인공처럼 눈이 머리카락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다. 대놓고 달걀귀신 타입인걸 보고. 실망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보니 얼굴윤곽만 봐도 여자 여럿 홀릴 만한 미남형이었다.

"저 자리가 내 것이어야 했어...!"

나는 선생이 자리를 떠나는 걸 보면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얼마 안 가서 질투를 포기했다. 현실이 이렇게 된 걸 어찌할까. 그렇다고 내가 저 선생에게 질투해서 공격해봤자 돌아올 건 학생들의 총알세례니까.

나는 다시 현실과 타협하고 편의점 편돌이 모드로 돌아갔다.
....

투두두두둥!

그리고 평온하던 나날이 지나갈때 쯤, 뜬금없는 스케반 편의점 강도들이 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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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디어 정리용인데 이건 별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