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당신이 언제나 보고 듣던 세상이 붕괴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현실을 부정하겠는가?
아니면 받아들이고 포기하겠는가?
선생은 지금 그 질문을 받게 되었다.
"음...?"
언제나 평소대로, 일에 치여 살던 선생은 오늘도 정신 나간 초과근무 야근에 치여 살다가 아침이 되어서야 간신이 잠들었다. 그리고 곤히 책상 위에서 잠들었던 선생은, 불편함을 느끼고서는 눈을 떴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익숙한 사무실의 풍경이 아니었다.
색깔이 녹아내리고, 살점이 꿈틀거리고, 악취가 치솟는 지옥 같은 장소였다.
"뭐야 이거...!"
선생은 단번에 잠이 달아나서는 일어났다. 자신이 앉아 있던 의자는 최고급 사무실 의자에서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생물체였다.
"!!#@!$%!%^"
선생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괴생물체와 조우했다. 해산물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장 기절해도 할 말 없는 외형을 지닌 괴물이었다. 묘하게도 그 괴물은 선생을 자주 돌봐주던 하야세 유우카란 학생의 외형과 묘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지만, 지금 공포에 질린 선생의 눈에는 그게 들어오지 않았다.
"괴, 괴물! 다가오지 마!"
"!%!%^@^ㅃ@^"
괴물은 매우 당황한 듯이 외쳤다. 선생의 귀에는 괴물의 울음소리가 사람의 언어가 아닌, 자신의 고막을 갈기갈기 칼로 난도질하는 듯한 바람소리로 들렸다.
선생은 공포에 질려서는 그대로 도주했다. 선생은 계속해서 달렸다. 자신이 있는 건물은 샬레와 비슷한 구조였기에 선생은 익숙하게도 계단을 타고 도주했다. 선생의 등 뒤에서 황급히 선생을 쫒다가 포기한 괴물이 뭔가를 들고 나누는 소리가 들린다...
"!@%%@@^(세리나, 선생님이 나를 보고 괴물이라고 부르더니 도망치셨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내 계산에 따르면 선생님이 섭취하신 약의 효능은 아직 이틀은 남아야 해!)"
"!%((#(^#^*@(어쩌면 장기투여로 인해 선생님에게 약물내성이 생긴 걸지도 모르겠어요. 다음에는 약의 투여량을 늘려야겠어요.)"
"뭐야 이건... 내가 악몽을 꾸는 건가?"
선생은 마치 샬레 전체가 지옥으로 변한 듯한 환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눈을 멀게 만들 것 같은 색채, 아무리 마셔도 마비되지 않는 악취, 자신의 귀를 계속해서 난도질 하는 듯한 소음. 하지만 선생은 이 익숙한 지형을 금방 알아봤다.
여기는 바로 샬레라고.
선생은 그런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기에 이를 악물고 외부로 탈출했다.
바깥에서 삼삼오오 모여 길을 걷던 괴물들이, 자신을 쳐다봤다. 하늘은 이상할 정도로 붉었다. 선생은 그저 지쳐 쓰러질 때까지 계속해서, 아무도 없는 골목길에 도달할 때까지 달렸다.
그리고 기운이 다한 선생은 바닥에 엎어졌다.
"...꿈이야... 이건 악몽...."
"꿈이 아닙니다, 선생."
"!"
선생은 처음으로 자신이 이해할 수 있고, 고막에 괴롭지 않은 목소리를 듣자 번쩍 고개를 들었다. 어쩌면 자신이 이 악몽에서 깨어난 걸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
하늘은 여전히 붉었다.
그리고 붉은 하늘 아래에서, 검은 양복이 자신을 안쓰럽다는 듯이 내려보는 중이었다.
"네... 짓이지!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여긴 어디야!?"
"여긴 키보토스 입니다. 선생."
"웃기지 마!"
"그리고 선생님이 두려워하던 저 괴물들은... 그렇군요. 지금은 말을 안 하는게 좋겠군요. 이미 한계에 달한 선생님에게 굳이 현실을 더 알려드린다면... 재기불능이 될 지도 모르니까요."
말하지 마.
선생은 자신에게 진실을 말하려는 검은 양복에게 고함을 질렀다.
"일단 선생을 진정시켜야 하니... 이게 낫겠군요."
검은 양복이 손가락을 튕겼다. 검은 양복을 중심으로 세상이 살짝 바뀌었다. 선생이 악몽을 꾸기 전 키보토스가 보였다.
"!"
"별거 아닙니다. 키보토스의 풍경을 선생님의 인식 수준에 맞춰드린 것 뿐입니다. 자, 자리에 앉으시겠습니까?"
검은 양복은 어디선가 꺼내온 의자와 탁자를 중앙에 두더니 선생에게 앉으라고 권했다.
"선생, 전 분명히 그때 충고했습니다. 학생들을 포기하라고. 그리고 이제 괴로워 하는 선생과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되니 정말로 안타깝군요."
"...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아, 전 그저 선생에게 다시 한번 더 제안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
"무슨 선택을... 원하지?"
"신성을 가진 존재라는 게 반드시 선생이 생각하는 것처럼 사랑스러운 존재일 이유가 없다는 것과, 그걸 알게 된 선생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해 궁금합니다만... 이번엔 개인적인 실험이라고 해두죠. 선생님의 존재는 게마트리아에게 방해되지만 동시에 흥미로운 주제라서요. 그리고 저는 나름 선생님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선생에게 선택권을 드리죠."
검은 양복은 두 손을 내밀어서는 선생에게 빨간 약과 파란 약을 주면서 마지막 선택권을 주었다.
"고르십시오, 선생. 파란 약과 빨간 약, 어느 쪽을 고르시겠습니까? 파란 약을 고르신다면, 샬레의 선생으로서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눈을 뜨면 익숙한 침대에서 일어나,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요. 그리고 현실에서 제가 부탁드린 대로 어른의 카드를 밥을 먹고, 지하철을 타고, 집세를 내는 데 쓰면서, 평범한 일상을 다시 누릴 수 있습니다."
"빨간 약은... 뭐지?"
"이건 선생이 지금까지 학생이라 부른 신성의 존재들이 지금까지 선생에게 꾸준히 투여해왔던 약과 똑같은 약입니다. 음식, 음료수, 주사, 가습기, 기타 등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선생에게 들키지 않고서 말이죠."
"...."
"지금 당장 선생에게 진실을 보여드린다면, 완벽한 재기불능이 되실 게 뻔하니까 말이죠. 이걸 먹는다면 선생님은 계속해서 이 이상한 나라에 남게 됩니다. 그러면... 제가 선생에게 이 토끼굴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드리죠."
선생은 그 말을 듣고서 고민했다.
"그리고 두 번째 기회는 없습니다. 선생이여, 이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
- 비비고 군만두의 계시가 내려왔다... 군만두께서 냄새와 맛으로 속삭이셨다.... 블루아카 팬픽을 더 쓰라고... 통조림을 계속해야 한다고....
근데 역시 진지한 건 내가 쓰면 너무 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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