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의 이 글이 글을 먼저 보고 오셈




나는 어떤 짱깨겜 스토리나 세계관 설정들도 살펴보곤 하는데, 


"번역 개좆같이 해놨네" 하는 생각이 들 때에는 항상 영문판을 확인함. 



영문판 중역을 했거나 중문판 중역을 하면 보통 좆같은 번역이 나오더라고. 



2022년씩이나 됐는데 아직도 중역을 해서 내놓는다니 대체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근데 그런 경우에도 유독 일어판만큼은 적당한 퀄리티를 유지함. 존나 신기해. 이게 소프트파워의 차이인가 싶더라. 







몰루겜은 한국판이 원본이고, 일어판에 요스타 손길이 들어간 다음, 영문판은 넥슨이 번역하는 거 같은데, 그래서 좀 살펴봄. 







내가 진짜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위의 세 문장(+전후 맥락)만 보면 일어판>영문판>한국판 순서로 평가해주고 싶음. 



일어판은 "적합하지 않은,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라고 표현을 굳이 추가함으로써 정확성과 모호성을 동시에 노렸고, 


영문판은 그냥 "받아들이기 어려울 이야기"라고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끔 고쳐 썼다. 



그런데 한국판은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라고만 써서 뭔가 어색해졌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지나치게 모호해졌기 때문에, 독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문어체의 수준을 넘어선 듯한 인상을 받았음. 




물론 이런 미묘한 어색함과 불가해성이 세이아의 '오라클'이라는 결정론적 캐릭터성을 강화한다고 좋게 평가해줄 수는 있겠는데... 


스토리를 음미하는 사람 입장에서나 그런 거겠지... 그리고 세이아가 어색한 문장만 일관성 있게 늘어놓는 캐릭터도 아니잖아. 








한국판과 영문판이야 뭐 직문직역인 게 맞고... 



일어판을 좀 더 높게 평가해주고 싶기는 한데, 좀 혓바닥이 너무 긴 거 아니냐 하는 생각도 들어서, 각각 일장일단이 있는 듯.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 



영문판에는 반복되는 구절이 하나도 없다. 'so to speak', 'In other words', 'You can think of it as~'



셋 다 "말하자면, 이를테면, 요컨대" 등으로 똑같은 의미이지만, 표현은 전부 바꿔서 가독성을 떡상시켰음. 



근데 "말하자면" 원툴이라 가독성이 가장 떨어지는 한국판이 원본이라고? 실화냐? 




그래서 나는 처음에 "일어판이 원본이고, 영문판을 먼저 번역한 다음, 한국판은 영문판 중역이겠네"라고 오해했음. 



(내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일어판 문장들이 가장 표현도 풍부하고, 문장구조도 복잡하고, 혓바닥이 길고, 


뭔가 작가로서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속마음이 문장 속에 숨겨져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영문판과 한국판은 거의 완전히 직독직역이나 다름없지만, 한국판의 질이 약간 더 낮아보이니까, 


일어>영문>한국으로 넘어오면서, 어떤 알맹이들이 계속 떨어져나가는 느낌을 받았단 말이야. 



상식적으로, '복잡한 글'과 '단순한 글' 중에서 원본일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은 당연히 복잡한 글 쪽이잖아? 




게다가 누누이 얘기되었던 정목, 본정, 키타구와 북구, 콘비니, 임협, 그리고 대패질 없이 일본판 그대로 갖다 붙이는 그림들... 



일어판의 일관성이 훨씬 높고, 한국판의 일관성이 중구난방이라면, 그리고 이러한 경향이 계속 관찰된다면, 


누가 봐도 일어판이 원본이라고 생각하는 게 정상 아니야? 







이런 경우에는, 한국판이 원본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야. 



'한국판'은 '퇴고 및 수정되기 이전 단계'의 '초안'인 거고, '일어판'이 퇴고를 거친 뒤의 '개선안'이라고 부르는 거야. 



스토리 작가가 한국인이고, 한국어가 모어인 것과는 관계 없어. 게임 스토리가 스토리 작가 1명만의 온전한 소유물인 게 아니잖아. 



초고를 썼으면 작가가 퇴고를 하고, 퇴고를 했으면 편집자가 검수를 하고, 검수를 했으면 개발자가 실현을 해야 하는데, 


퇴고, 검수, 실현 단계는 일어판에서만 거쳤고, 한국판은 그걸 거치기 이전 단계의 초판 그대로 냈단 말이지. 



그래서 이 게임은 일어>영문>한국 순서대로 번역을 한 게 아니라, 


한국>일어 순서로 '개선'을 한 다음, 그걸 버리고 한국판으로 '다운데이트'한 다음에, 영문판으로 다시 '옆그레이드'한 거야. 




몰?루 한섭 유저들이 계속 느껴왔던, 뭔가 석연찮은 구석, 왠지 소외받는 듯한 느낌들은 바로 그거 때문에 들었던 거임. 



진짜 소외받아서라기보다는, 이미 개선 작업을 거친 2.0버전 완성품이 현해탄 너머에서 굴러가고 있거든. 



그런데 막상 '원본'이라는 한국판에서는 0.7버전 베이스에 2.0버전이 마구잡이로 덮어쓰여 있으니, 


언제나 뭔가 어색하고, 앞뒤가 맞지 않고, 어쩐지 약간 잘려나간 것 같고, 이상하게 걸리적거리는, 그런 사소한 경험들이 쌓이면, 


어느 순간 인과관계를 명확히 알 수 없는 소외감과 불편감이 터져나온단 말이야. 



그런데 이건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문자 그대로 '사용자 경험'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제작자 본인은 정확히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감을 못 잡는 경우가 허다해. 그건 좀 이해가 감. 




그러니까 한국판에도 빨리 카토상 실장시켜달라고 씹새끼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