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ter 1부 ] 아비도스 대책위원회 편
1화 - 대화가 필요한 사이 / 대책위원회 편

2화 - 마음은 계산할 수 없다. / 유우카 편 

3화 - 이별이 있었기에 만남을 기대한다. / 카요코 편 (상)

3.5화 - 행복을 기억했기에 만남은 추억을 남겼다. / 카요코 편 (하) 


[ After 2부 ] 태엽 감는 꽃의 파반느 편

4화 - 소중한 것은 존재했기에 극복할 수 있다. / 미도리 편 

5화 - 나의 영웅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 네루 편 

6화 - 아리스는 그런,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 아리스 편 (상) 

6.5화 - 아리스는 선생님에게 눈물을 흘립니다. / 아리스 편 (하) 

7화 - 노력과 상징은 결코 배신하지 않았다. / 히비키 편 

8화 - 미안해 보다 고마워는 미소 짓게 만든다.  / 유즈 편 (상)

8.5화 - 앞으로도 함께니까. / 유즈 편 (하)

9화 - 특별한 휴가에 약속을 남기며. / 유우카 편 (외전)

10화 - 계속 달렸기에, 꿈을 증명해냈다. / 하루나 편


[ After 3부 ] 에덴 조약 편

제1장, 「키보토스 정상회담」 - 히후미 편

11화 - 평화와 함께 종이 울릴 때. (상)

*12화 - 평화와 함께 종이 울릴 때. (하)



[ !!! ] 메인 스토리, 에덴 조약에 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ㅎㅎ...



*항상 말하지만 나른한 점심 , 자기 전 오후는 시청금지. (흐름 끊기면 재미없습니다.)

*파트마다 텍스트를 따로 사용하기에 실수 알려주시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일부 캐릭터와 스토리들은 공식 스토리와 연관되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ART MUG - 블락나베 / 해당 작가님 일러스트 판매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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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과거, 총학생회장이 실종되고, 며칠이 흘렀을 무렵. 


아오이는 린에게 찾아갔다. 



"린, 바쁜 거야?" 


"......" 

"원치 않는 손님마저 찾아왔군요." 



린의 사무실, 아오이는 소파에 린과 함께 앉은 다음 대화를 나누었다. 



"통제부도 많이 바쁘실 텐데요." 

"여기까지 무슨 일이신지." 


"뭐, 보다시피 일 문제야." 

"그리고 하나 알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아오이는 고개를 천장으로 향해 들고, 말했다. 



"실종이 확실한 거야?" 


"..." 

"... 그건..." 


"...... 푸, " 

"푸하하하...!" 

"역시, 난 빠질래." 


"네?" 

"그게 무슨-" 


"우리에게 할 수 있는 게 존재할까?" 

"계속해서 범죄율도 상승하는데..." 

"총학생회장이 없는 지금은 무리라고." 


"...... 그래서 포기한다는 건가요?" 

"포기해도 다를 건 없습니다." 

"거기다가 아오이 씨마저 빠져버린다면..." 


"지금의 상황... 알고 있긴 한 거지?" 

"생텀 타워들도 무력화 상태에 빠지고..." 

"스케반도 점점 지역을 넓혀가고..." 

"범죄자들도 모조리 빠져나가고..." 


"......" 


"푸하하하핫!" 

"통제부의 말은 하나도 안 들어먹는데, " 

"총학생회장이 없는 총학생회는 무슨 의미야." 


"그래도 남아있는 우리들이 책임져야 하는 겁니다." 

"앞으로를 위해서." 


"너는 평생 그렇게 살아." 

"나는 없는 힘 따위에 투자하고 싶지 않거든." 


"..." 

"설마... 아오이, " 

"총학생회장이 정하신 선생님을 모셔온다는 이야기 때문에 그러시는 건가요?" 


"맘대로 생각해." 

"그럼 이만."



그리고 이 시점에서 며칠이 흐르고, 처음에는 그저 소문이 흘렀다. 

학생들의 고민상담으로 좋은 조언을 해준다는 통칭 「샬레」 

SNS에서도 인기가 생길 정도로 많은 활약이었다. 


고양이 찾기, 쓰레기 청소 등등 사소한 일들로 활약 중이었다. 


물론, 지금까지 온 선생님들 중에서는 학생들에게 가장 인상이 깊은 게 분명하다. 



여태 것, 지원을 오신 선생님들은 결국 몇 주를 버티지 못해 사라졌으니, 

안 좋은 시선임에도 별거 아니라는 듯이 항상 노력하는 샬레의 선생님을 

키보토스의 학생들이 지켜보고, 바뀌어 가기 시작했다. 



연방 수사부 「샬레」의 활약. 



아비도스의 지배를 오로지 돈으로 이루어낸 카이저 PMC. 

스케반과 헬멧단의 지역 점령을 몇 번의 지휘로 몰아내고, 

더군다나, 최근에는 에덴 조약을 방해하는 아리우스 스쿼드의 

테러를 맞서며, 그 상황에 조약을 이루어낸 한 사람. 


그게 바로 샬레의 선생님. 


하나, 하나의 노력이 모래성처럼 만들어지며, 학생들의 신뢰가 점점 쌓여가고 있었다.





... 그리고, 그런 선생님을 혐오하는 통제부, 나츠바야시 아오이. 


「연방조율통제회」의 역할. 


총학생회장이 만들었으며, 권한을 부여한 동아리. 

키보토스의 모든 학원들은 보호하고 통제할 권리가 있다. 


그렇지만, 총학생회장이 없어진 이 시점에서는 움직일 이유가 없었다. 


아비도스의 카이저 PMC를 저지하는 것도, 원래는 그들의 임무. 


통제부는 모든 학교를 위협으로부터 지키도록 시스템이 설정되어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런 시스템은 제작자의 주인이 없는 한, 의미가 없었다. 


에덴 조약 때의 린은 트리니티와 게헨나의 사이에서 개입하지 않겠다 라며 통보했었다. 


물론, 총학생회는 통제부가 없는 지금 힘이 모자라기 때문. 


말 그대로, 「연방조율통제회」가 없었기에 일어난 사건들이라고 가볍게 집어서 말할 수 있다. 



그런 시스템마저 지키지 않고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 아오이는, 

통제부의 사무실, 의자에 앉아 천장을 보고는 생각했다. 



"선생님...이라, 웃기네."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이마에 날카롭게 베인듯한 흉터. 

아오이는 흉터를 만지며 입을 열었다. 



"... 역시 부숴버리는 게 후련하겠지."























「교감.」 


서로의 감정을 교차하는 것. 

사람들은 끊임없이 논쟁하며, 서로 싸우기까지 한다. 


얼마 전까지, 그렇게 되었으니까. 


평온을 위해서, 지금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건, 

자연과 교감하고 내면과 소통하는 것.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평온을 느끼는 것도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나무 사이로 불어대는, 산들산들 소리가 들리는 바람들, 

오늘도 사소한 이야기로 웃었던 내 미소들, 

바람들을 따라가다 보면 편안해진다. 


그런, 바람들이 흘러간 대로 찾아온 현재...- 



"참새 씨와의 교감 스킬! 아리스에게도 알려주세요!" 

"스승님!" 


"미안하지만, 나는 시라스 아...-" 


"스. 승. 님." 


"그러니까, 내 이름은 아즈...-" 


"스. 승. 님!!!" 


"넌, 사람 말을 듣지 않구나." 


"앗! 참새 씨!" 



아즈사의 팔에 앉아있던 참새가 

아리스의 큰 목소리가 신경 쓰였는지,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 



"아앗... 참새 씨가 날아가버렸습니다..." 


"음." 

"그래서 뭘 알려 돌라고?" 


"그! 그! 방금 스승님 팔에 앉아있던 참새씨말입니다!" 

"아리스도 참새 씨와 친해지고 싶습니다!" 


"보기보다 쉬워." 

"그냥, 바람을 느끼면 되는 거야." 


"바, 바람?" 

"그렇군요, 과연...!" 

"아리스의 스승님은 풍(風) 속성 드루이드가 분명하다는 말씀이네요!" 


"?"



대화 주제가 달라져가는 아리스와 아즈사. 


아즈사는 전혀 못 알아먹을게 분명했다. 

평소 아즈사는 핸드폰마저도 무전기 취급을 하는 데다가 

히후미와 '페로로 그라운드'이라는 PC 게임을 할 때는 

화가 난 나머지 주먹 하나로 모니터를 부숴버릴 정도로 안 좋은 기억이 있다. 


그저... 아즈사에게는 게임은 화병 돋는 일이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 

"확실하게 말하자면, 자연을 느끼는 건 중요해." 

"저격을 실행할 때도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 속도, 타이밍." 

"모든 게 중요하니까." 


"오! 아리스의 스승님은 드루이드와 거너를 전직한 용사인 건가요...!" 


"?" 

"......." 

"요컨대, 자연을 느끼는 것에 있어서는 「명상」이 필요해." 


"오...! 「절대 집중」을 말하는 겁니까!" 


"?"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갓겜 「TSC 2」를 모르시는 겁니까?" 

"아리스는 스승님에게 실망했습니다!" 


"... 게임?" 


"네, 이 세상의 만물과 미지를 모아놓..." 

"어, 어라 스승님?" 

"왜 그렇게 표정을 지으시는 겁니까?" 



아즈사는 눈살을 찌그리며 아리스에게 물었다. 



"... 내 이야기를 다 게임으로 비유했다는 거지?" 


"......" 

"아리스는 그저 게임을 좋아하는 게임 개발부의 일원입니다!-" 


"...... 아무럼 어때." 

"나는 게임이라는 건, 재미없어서 말이지."


"......" 


"?" 


"있을 수...-" 


"...?"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 



아리스는 갑작스레 아즈사의 손을 잡고는 당겼다. 



"뭐 하는 거야?!" 


"스승님! 아리스를 따라오세요!" 

"검과 마법의 세계를 알려드릴게요!"














같은 시각, 오후 1 : 28 - 샬레의 사무실 



나는 아이리와 산책을 한 뒤, 바로 샬레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정상회담 건 때문에 생각할 일이 너무 많은 마당인지라, 

유우카가 대신 보충수업부를 담당하기로 했다. 


아까 잠시 보니까... 벌써 친해진 것 같아서 다행이지만, 

코하루를 분명 기절시킨 것 같았는데... 기분 탓이겠지? 


뭐, 어쨌든 고생이 덜어져서 다행인가. 


이럴 때는 유우카밖에 없다니까. 



"......" 



나는 소파에 앉아 등을 기대며, 잠시나마 만끽할 수 있는 평화에 감사했다. 



"이대로만 멈춘다면 좋단 말이지..." 


"... 뭐가?" 


"... 응?"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보라색 빛 눈동자. 

아이 같은 작은 체구에, 흰색 긴 머리를 묶은 채 서있는 히나가, 

소파에 등을 기대며 누워있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눈을 비비고, 다시 위를 향해 바라봤다. 



"... 꿈인가." 

"역시, 이 시간대에 히나가 있을 리가..." 


"대놓고 무시하겠다, 이거지?" 


"?!" 



히나는 나에게 인사를 건넨 뒤, 내가 앉아 있던 소파의 옆자리에 앉았다. 


나는 깜짝 놀란 나머지, 기대었던 등을 때고는 히나를 마주 봤다. 



"히, 히나?!" 


"또 보내, 선생님." 


"으, 응..." 

"2시간 만이네?"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1시간 전부터?" 


"???" 



제1차 정상회담에서 서로 인사도 하지 않은 채, 

회담을 진행했던 나와 히나는 무언가 어색한 듯. 

이야기를 좀 저처럼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소속 대표의 학생들을 모은 회담이라고 해도... 


고작 회담의 내용은 조약에서 일어난 일들, 책임을 전가한다... 

그리고는, 샬레의 선생님의 모든 권한을 원하는 것. 


... 정말로 보잘것없는 회담이라고 해도 말이 안 될 수준. 

모인 사람들도 트리니티, 게헨나 그리고 샬레의 나 밖에 없던 회담이기에... 

회담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애매한 상황이다.



"그나저나, 여기는 무슨 일이야?" 


"... 별건 아니야." 

"잠시, 생각을 묻고 싶어서." 


"응?" 


"그녀의 관해서 말이야." 


"... 아오이를 말하는 거구나." 


"뭐, 아코가 조사해준 내용에선 좀 놀랐어." 



히나는 자신의 코트 안에 있던 보고서 한 장을 꺼내더니 

나에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 몇 년 전, 지원으로 온 선생님에게..." 

"강간과 구타 그리고 3달가량의 감금을 당했고..." 


"...... 음." 


"끝내, 감금시킨 선생님을 자신의 손으로 살인." 

"......" 

"... 이런 일이 있다면, 선생님은 알고 있을게 분명할 텐데." 

"사실, 알고 있었지?" 


"... 대충은 알고 있었어." 

"뭐, 그렇게 대놓고 협박을 하는데, 누가 조사를 안 하냐..." 


"그럼, 오늘의 행동에 이해가 가네." 

"평소의 선생님이라면 회담이고 뭐고, " 

"학생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면 화부터 내니까." 


"내 성격을 나 자신보다 히나가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네..."



린에게도 대충 들은 적 있다. 

나츠바야시 아오이는 '선생님'들을 혐오한다고. 


물론, 이해된다. 

총학생회장이 사라지고, 나에게 키보토스로 지원을 요청할 때도 

유일하게 총학생회에서 반대한 것도 아오이라고 린에게 전해 들었으니까.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선생님'에 대한 혐오. 


그럼 진작에 나를 노리는 게 맞는 행동인데. 


도대체, 아즈사에게 왜 피해가 가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아직까지도,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곰곰이 생각하는 나에게 히나는 질문을 던졌다.



"... 그 아즈사라는 아이." 

"선생님은 끝까지 지킬 거야?" 



'당연하지.'라고 내뱉고 싶다. 

내가 싸울 수 있고, 지킬 수 있는 힘만 있다면. 



"........." 

"솔직히, 지키고 싶어." 

"아니, 지켜야만 해." 


"음." 


"솔직히, 지금도 무서워." 

"알 수 없는 결과만이 기다리고 있고, " 

"무엇보다, 내가 아닌 아즈사의 처벌에만 무게를 씌우고 있으니까." 


"... 뭐, 그것도 선생님답네." 


"응." 

"그 아이도 드디어 행복을 위해 걷기 시작했으니까." 

"되도록이면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 


"......" 


"아오이가 휘두르는 그, 압도적인 힘..." 

"압도적인 힘과, 신뢰의 힘은 너무나도 달라." 

"그리고..." 

"내가 양도받은 권한은 어디까지나, '총학생회장' 그 자체의 권한이 아니야." 

"'총학생회장'의 권한 중 일부분이지." 

"말만, 총학생회장의 힘이지." 

"받은 건 일부분이거든." 


"그래서, 이 회담을 막지 못한 거구나...?" 


"응, 이곳에 오고 아로나에게 말했거든, " 

"일부분의 권한만 가지겠다고." 


"왜 그런 거야?" 

"나라면... 편하게 다 가졌을 것 같은데." 

"누릴 수 있는 게 많으니까, 오히려 편하지 않았을까?" 


"......" 

"그야... 압도적인 힘보다는" 

"나는, 신뢰의 힘이 더 강력하다고 생각하거든." 


"......" 


"......" 


"...... 푸, 풉." 


"어?" 



히나는 질렸다는 듯, 작은 웃음소리를 뱉고는 나에게 말했다.



"미안, 뭔가 선생님에게는 뻔한 대답이었는데." 

"물어본 내가 바보 같아서." 


"... 진지하게 말한 건데." 



히나는 다리를 꼬고, 턱을 손으로 기대고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쳐다봤다. 



"... 하아." 


"야." 

"사람 얼굴 보고 한 숨 쉬는 거 진짜 상처인 건 알지?" 


"아니, 그냥..." 


"그냥?" 


"뭐, 많이 바빴으니까." 

"이렇게라도 선생님의 얼굴을 보니까 피로가 풀리네." 


"......" 



히나의 얼굴을 보니까... 

몇 주전, 「에덴 조약」 사건에서의 히나가 기억났다. 





끝까지 나를 지키려고 노력했고, 결국에는 세나의 도움으로 탈출했지만. 

히나는 끝내, 나를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포기하려고 했었다. 


히나가 그 무거운 몸을 다시 일으키며, 나를 감싸맸지만... 

나는 결국 총에 맞았었고, 겨우 그 자리에서 탈출하고는 기절했었다. 


키보토스의 상황은 완전히 초토화. 


고작 그, 4명에게 당한 처참한 패배. 


그런 심각한 상황임에도, 미카는 모두에게 진심을 밝히자, 

트리니티와 게헨나는 서로 협력하며 다시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에덴 조약의 결성을 이룬 서로의 힘들이 굳센 반격으로 이어갔다. 



그리고, 그때의 나는 히나의 집을 찾아갔었지... 


그때, 히나의 상태는 심각했었다. 

부상이 아직 완치가 되지 않은 듯, 눈이 피폐해져 있었다. 


히나는 보기보다 완벽해 보여도,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 하는 학생에 불과했지.



"선생님..." 

"무사, 했구나... 다행이다." 


"응..." 


"여긴 어떻게...?" 

"뭐, 선생님이라면, 새삼스러운 일인가..." 


"히나..." 


"... 무언가 부탁을 하려고 온 거라면 돌아가 줘." 

"나에게는, 이제 무리야." 

"미안해, 선생님..." 


"......" 


"난 이제 틀렸으니까..." 

"실망하게 만들어서, 미안하지만..." 

"은퇴했다고 생각하고... 돌아가 줘." 


"아니, 히나." 

"난 고맙다는 말을 하러 온 거야." 


"......?" 

"고, 고맙다고? 왜...?" 

"... 선생님을 구해준 거라면 신경 쓰지 마."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이고...-" 


"아니, 언제나 노력해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힘쓰지 않아도 된다고, 빨리 말해주고 싶었어." 


"...읏!" 


"히나는 지금까지 열심히 했잖아." 

"그러니까, 쉬고 있어." 

"내가 어떻게든 마무리할게." 


"자, 잠깐 어떻게든이라니..." 

"그래도 나는..." 

"......" 


"......" 


"나는... 호시노처럼은, 될 수 없어..." 


"... 어?" 


"나는 호시노처럼 강한 사람이 아니야..." 

"아비도스의 학생회장... 그 시신을 발견한 사람은, 호시노였어." 


"........." 


"무척, 아주 무척 소중한 사람이었을 텐데..." 

"그런 고통을 맛보고도, 호시노는 아직 싸우고 있어." 

"나는... 그러지 못해." 


"히나..." 


"나도 열심히 했어!!" 

"언제나 노력하고! 어떻게든 해보려고...!" 

"알아주지 않아도, 그래도..." 

"그런데도 난... 선생님을 지키지 못했어." 


"그건..." 


"선생님은, 항상 그래..." 

"난 그 순간 더는, 못할 것 같았는데..." 

"그런데, 그런 말을 하고..." 


"......" 


"선생님이 봐줬으면 했어!" 

"칭찬받고 싶었다고!!!" 


"......" 


"아..." 

"미, 미안... 방금 그건, 그..." 


"고마워." 

"말해줘서." 


"... 응?" 

"고맙다... 고?-" 


"......" 

"히나는 나를 대해서 그렇게 생각했구나." 


"... 어, 어...?" 

"가, 갑자기?" 


"나는 말이야..." 

"난 히나가 엄 --- 청 귀엽다고 생각해." 

"그것도 세상에서 엄청."


"?!" 

"아, 아니 잠깐 그런 말을 해도..." 


"내가 보낸 모모톡도 읽으면 답변을 신경 쓰느라 못 보내는 것도, " 

"밥을 먹을 때 엄청 고급스러워 보이려고 조심스럽게 먹는 것도, " 

"사실은 졸린데, 언제나 성실하게 보이려고 하는 것도." 

"정말 귀엽다고 생각해." 


"아니, 잠깐 그걸 어떻게 다 알고 있는 거야?!" 


"그렇지만, 한편적으로는 엄청 멋있고 대단하다고 생각해." 


"......"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매일 밤 학생들의 등굣길을 정찰하는 것도, " 

"한 번씩 게헨나의 의료부품들을 관리하는 것도, " 

"그리고 풍기위원회의 아이들에게 잔소리 치는 듯, 걱정의 한마디를 전해주는 것도." 

"정말, 히나답고 멋있다고 생각해." 


"......" 

"선생님은..." 

"다 봐주고 있구나..." 


"... 물론이지." 

"그러니까 히나." 

"고마워." 


"..." 


"앞으로도 이렇게 말해줘." 

"진심을 말한 답변에는 꼭, 보답이 오니까." 


"... 응."

















'시간 참 빠르네...' 


그때가 벌써 몇 주전이라니, 히나와 함께 있으니 생각났던 거지만... 


그때도 아즈사가 없었다면, 이미 키보토스는 더 최악으로 빠졌겠지. 

그 시각에서 싸워준 아즈사 덕분에 조약을 맺을 수 있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를 보고 있던 히나에게 말을 걸었다. 



"..." 


"......" 

"내 얼굴에 뭐 묻은 거야?" 


"그냥, 이렇게라도 피로를 풀어야지." 


"너도 참 뻔뻔해졌다?" 

"......" 

"그건 그렇고 오늘도 고생했어." 


"으, 읏?!" 



나는 히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히나는 자신의 머리 위에 손이 올라오자 두 볼이 빨개졌다. 



"... 읏... 저기..." 


"왜?" 


"그만..." 


"아, 싫은 거구나 미안." 


"... 아니!" 


"어?" 


"그..." 

"계속해줘..." 


"......" 


"... 헤헤." 

"거기 간지러워." 



그런 고난을 동반하고 이겨냈음에도 

이런 결과가 우려 나오고만 있었으니, 난 쉽게 웃을 수 없었다. 


대체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지키며, 싸운 걸까. 



"... 선생님." 


"어?" 

"아, 미안." 

"내가 너무 멍 때렸지?" 


"... 너무 걱정하지 마." 


"..." 


"나도 그럼..." 

"그, 그..." 

"아, 안아줄까?" 


"... ㅇ, 어?" 


"그, 위로! 위로 말이야!" 

"힘내라는...!" 


"아, 아니... 그럴 것 까지야..." 

"........." 



히나는 햄스터처럼 두 볼을 부풀리고는 나를 쳐다봤다. 



"... 그, 네..." 

"맘대로 하십쇼." 


"응, 그럼...-" 



'드르르륵-.' 

그때- 샬레의 사무실의 문이 열렸다. 


히나와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화들짝 놀래며 

서로에게 떨어진 뒤, 긴장한 채 앞을 보고 앉아있었다.



"선생님! 오늘 시간 되시...-" 

"어? 히나 씨...?" 



샬레의 사무실로 찾아온 사람은, 다름이 아닌 보충수업부의 히후미였다. 


분명... 지금이면 유우카와 수업 중 일 텐데... 



"히후미구나." 

"무슨 일 있는 거야?" 


"아뇨... 그건 아닌데..." 

"왜 히나 씨가 여기에...?" 


"...?" 

"경계하는 거야?" 


"아, 아으...!" 



히나의 목소리를 들은 히후미는 겁을 먹었다. 


아니, 그나저나 경계라고? 그 히후미가 경계하는 거라고?! 


이유는 뭔지 모르겠지만, 둘은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 

게헨나의 풍기위원회의 부장인 히나는 누구나 다 아는 사람이었으니... 

그렇지만, 반대로 히나가 히후미를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 


너무 착하고 착한 히후미가 경계한다니, 

트리니티에서의 히나는 얼마나 인식이 안 좋은 거야...? 

요즘 소문으로는 서로 협력한 덕에 조금은 친해졌다고 하던데... 


히나는 분위기를 읽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난 가볼게 선생님." 


"아? 응." 

"다음에 또 보자." 


"'다음에...?'" 


"?" 



히후미는 '다음에'라는 단어를 주장하며, 히나를 노려봤다. 



"역시, 두 분..." 

"사, 사귀는 건가요?!" 


"ㅁ, 뭐?!" 


"?!" 



히나는 놀란 나머지, 당황한 채 대답했다. 



"그럴 리가 없잖아!" 

"선생과 학생의 연애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이, 있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는데요!" 


"뭐...?" 

"잠깐, 너." 

"경계하는 이유가 그쪽이었어?" 



경계하는 이유가 그쪽이라니? 무서워서 그런 게 아니란 거야?



"... 아으... 그건 아니 고오...-" 

"아무튼! 선생님이 나쁘신 거라고요!" 

"주의에 이런 미인 분들이 왜 이리 많으신 건가요?!" 


"ㅇ, 어... 어?" 

"그게 내 탓이 되는 거야?" 


"... 하아." 

"난 돌아갈게." 



그렇게 히나가 샬레의 사무실을 나간 뒤 5분 정도가 흘렀다, 

히후미와 나는 조용히 정적만을 감싸고 있었다. 



"......" 


"......" 


"그나저나, 히후미." 

"지금 수업시간 아니야?" 


"아, 그게 말이죠." 

"유우카 씨가 쪽지시험 쳐서 통과한 사람은 먼저 집에 가도 된다고 하셨어요." 


"오~ 그러면 통과했다는 거네?" 

"다른 애들은?" 


"그, 그게..." 

"아, 아으으..." 


"음...?" 


"아즈사 쨩이 사라지는 바람에..." 

"유우카 씨 엄청 화났다고 할까..." 


"......" 

"어쨌든 히후미는 통과인 거지?" 


"네! 아무래도 계속 공부했으니까요." 


"그런데 왜, 시험에는 페로로 안경을 사러 간 거야?" 


"..." 


"... 아니다. 지나간 일이니까."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아..." 

"그, 그게..." 


"...?" 



히후미는 무언가 긴장한 채, 준비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는 '준비 완료!'라고 알리는 표정과 함께 나에게 입을 열었다. 



"그, 그으..." 

"저랑 같이... 고, 공연 보러 가실래요...?"








==============


▣ 6.





오후 2 : 14 - 밀레니엄 게임개발부실



'퍼-억!', '찌이이익-!'. '위-잉.'

키보토스의 학생들에게도 유행하는 격투 게임, 

'The Fighters Kingdom` 일명, `TFK`



게임 개발부의 부장 유즈는 오늘도 느닷없이 게임을 플레이 중이다. 



"끄읏...!" 

"진짜 답답하네!" 

"나라면 주먹이 들어올 때 다리로 상체를 걸어서 넘어뜨리고, " 

"팔을 10번은 넘게 아작 냈을 텐데 말이야." 


"... 그, 저, 저기..." 


"뭐지?" 

"아 물론, 나는 실전 스타일이야." 

"이런 시뮬레이션으로는 어림도 없지." 


"... 그, 그러니까..." 


"자 어서 일어서!" 

"시뮬레이션은 끝난 거지?" 

"이제, 맨손으로 격투를 하는 거야." 


"ㅎ, 히익!!!" 


'퉁-.' 

"앗! 유즈가 또 캐비넷에 숨어버렸어!" 



유즈에게 위협의 자세를 취하자, 겁을 먹고 캐비넷으로 뛰어들었다. 


그 장면을 본 미도리는, 언니 모모이에게 말을 걸었다. 



"그나저나, 언니..." 

"저분은 누구야?" 


"어... 시라스 씨라고 했나?" 


"시라스 아즈사." 

"트리니티 보충수업부의 2학년이야, " 

"그냥 아즈사로 충분해." 


"그, 그럼 아즈사로 부를게." 

"그러니까... 아리스가 데려온 사람이긴 한데..." 



옆에 있는 아리스가 모모이와 미도리에게 말했다. 



"맞습니다! 아리스의 스승님을 모셔온 겁니다!" 


"........." 


"칫, 격투 게임이라고 했나?" 

"이건 정말 답답하군." 

"나이프를 사용하는데도 격투의 기본이 하나도 안되어있다니, " 

"이런 시뮬레이션은 사용해봤자, 오히려 역효과야." 

"나라면 왼손으로 칼을 쥔 다음 틈이 보인다면, " 

"바로, 복부를 향해 5.7cm 정도 찔러넣...-" 


"잠깐! 잠깐! 너무 과몰입하지 마!" 



아즈사의 험한 경험담이 시작되려고 하자, 모모이는 필사적으로 말렸다. 


그런 모모이의 의견에 동참하는 듯, 미도리가 이어 말했다.



"어디까지나 게임이라고요?" 

"게임은 게임으로만 즐겨야 재밌어요!" 

"그러지 않으면 게임이라는 의미가 없으니까요." 


"게임...?" 

"격투 시뮬레이션이 아닌 거야?" 


"다, 당연하지!!" 

"우리는 게임을 좋아하는 게임 개발부라고!!!" 

"그런 시뮬레이션이 부실 안에 있을 이유가 없잖아!?" 


"으음, 확실히 맞는 말이군." 



모모이는 게임을 시뮬레이션으로 착각한 아즈사에게 게임에 대해 점차 설명했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다른 게임 테이프를 들고 아즈사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다른 게임해보자!" 

"이건 아즈사한테 안 맞는 거 같아." 


"칫, 안 맞는 게 아니야." 

"난 이래 봬도 실전파...-" 


"자, 자~ 이번에 할 게임은 TSC2!" 

"우리가 만든 게임이야!" 


"만들었다고...?" 

"게임을?" 



옆에 있던 미도리도 모모이와 함께 말했다. 



"저희는 게임개발부니까요." 

"플레이하고 평가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대, 대단하잖아." 

"IT 쪽은 나로서도 이해하지 못한 영역인데..." 


"자자, 잔말 말고! 즐겨보자고요!"













한편, 오후 2 : 14 - 키보토스 중심지, H 백화점





"그러니까... 이런 곳에서 '모모 프렌즈' 공연을 한다고?" 


"네! 오늘 대박 이벤트라서, 무조건 봐야 해요!" 


"이벤트?" 


"네, 공연을 본 사람들에게는 무려, 한정판 페로로님 스티커를 준다고 해요!" 


"... 아하." 



스, 스티커? 스티커도 한정판이 있는 거야...? 

역시 '모모 프렌즈' 인가. 

아무리 그렇지, 인형도 아니고 스티커라니. 


주변에 온 사람들만 봐도 한정판 스티커의 값어치가 뛰어난 것을 암시했다. 


뭐, 어린아이들이 좋아할법한 취미지만 

그럼에도, 역시 히후미는 평범해서 좋다. 


누구들처럼 나를 노리려고 온갖 수단을 쓰는 학생들과 어울리는 거보단... 


역시 히후미처럼 청순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과 데이트하면 정말로 힐링된 단말이지. 


아, 물론... 그 녀석들을 비하할려는게 아니다. 

그냥 평범하게 같이 어울려 돌라고 만 말해도 거절하지 않는 나를... 

이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우와 선생님! 페로로님이에요!" 


"응, 엄청 귀엽네." 



무대 위에서는 배우들이 '모모 프렌즈'의 캐릭터 인형탈을 쓰고는 

어린아이들의 뮤지컬을 위한 공연 중이었다. 


페로로와 니콜라이는 무언가 다투고 있었다. 

그래서 화가 나버린 니콜라이는 페로로에게 심한 말을 하고 

둘은 다투게 되는 내용. 


그렇지만 무대가 막바지로 올 무렵. 


결국 페로로와 니콜라이는 화해했다. 


... 역시 별 내용이 없는 거 봐선, 이벤트 무대가 확실했다. 


그렇게 공연이 끝나고, 한정판 스티커를 받으려고 히후미와 함께 줄을 섰다. 



"아, 아우..." 

"죄송해요 선생님..." 

"줄을 서야 할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아니야, 히후미가 스티커를 받는다면 이 정도까지야." 


"우, 우으으..." 

"감사해요, 헤헤..." 



히후미는 내가 한 말이 기뻤는지, 손가락으로 볼을 긁으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렇게 줄을 마친 히후미와 나는 직원에게 한정판 스티커를 받았다.



"공연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 한정판 페로로 스티커입니다!" 


"이거 보세요, 선생님!" 

"부끄러운 페로로님이에요!" 


"확실히 귀엽긴 하네." 


"히힛, 그렇죠?" 



모모 프렌즈의 한정판 스티커를 준 직원은 우리에게 이어 말했다. 



"커플 분이시죠?" 

"여기, 사진도 찍어가시면 웨이브 캣의 핸드폰 고리를 드려요." 


"커, 커플?!" 

"그, 그것보다 웨이브 캣씨의 핸드폰 고리?!" 


"저희는 커플이 아닌데요...?" 


"네네네~~~" 

"지금 커플사진 이벤트를 진행 중이라서요!" 

"저기에 있는 모모 프렌즈 동상에서 사진을 찍어오시면 두 분께 증정해드립니다!" 



이 직원분 아주, 실적에 눈이 돌아갔구먼? 내 말은 들리지도 않나 보네. 


히후미는 직원 분의 말을 듣자,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나는 무언가 불길한 기운이 느껴져 직원에게 물었다. 



"... 이거 혹시 SNS에 올라가는지..." 


"네, 물론 찍은 사진은 저희 공식 SNS에 업로드됩니다!" 

"올라가야만 성립되는 홍보겸 이벤트라서 말이죠!" 


"......" 



히후미는 엄청나게 강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 넌 아무렇지도 않냐?" 

"커플이라고 오해받는데." 


"......" 

"따, 딱히 상관없어요." 


"... 어?" 


"아, 아으!" 

"그, 그게 아니라...!" 

"저희가 오해를 부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 웨이브 캣씨의 핸드폰 고리가 더 중요해요!" 


"...... 네 말이 그렇다면..."






'찰칵.' 


거대한 모모 프렌즈의 동상 앞에서 히후미와 함께 붙은 채로 사진을 찍었다. 



"역시, 두 분 정말 잘 어울리네요!" 


"그러니까 커플이 아니라니까..." 



히후미는 휴대폰으로 SNS에 업로드된 사진을 보며 웃었다. 



"... 히헤헤..." 

"은근 잘 나온 것 같네요." 


"그러게? 히후미도 엄청 예쁘게 찍혔어." 


"예, 예쁘다니...!" 

"평범한걸요... 보통이에요, 보통!" 


"뭐?" 

"으음...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고."








오후 2 : 49 - 중심가, H 사거리





나는 히후미와 함께 백화점에서 진행되었던 깜짝 이벤트, 

모모 프렌즈 특별공연을 보고 난 뒤, 샬레의 사무실로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한정판 스티커라... 뭐 분명, 쓸 때가 있겠지. 

나는 히후미와 같이 걸어가며 스티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히후미는 걸음을 멈추며 나에게 말을 건넸다. 

나도 히후미에 맞춰 발걸음을 멈췄다. 


"......" 

"선생님." 


"응?" 


"그, 그게..." 


"...?" 



히후미는 무언가 망설인 채, 나에게 말했다. 



"죄송해요! 이런 공연에 같이 가자고 해서!" 


"... 어?" 


"그, 그게 확실히... 어린아이들이 보는 거라서..." 

"재, 재미없다고 느껴질게 분명할 테니까..." 


"으음..." 



확실히, 선생님과 이런 공연을 가자고 하는 것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법. 


모모 프렌즈를 좋아하긴 해도 공연까지 찾아오는 학생 팬은 엄청나게 드무니까. 



"그게, 실은..." 

"점심시간에 봤던 선생님의 표정이 많이 좋지 않아서..." 


"..." 


"항상 웃고 계시는 분이 오늘은 지쳐 보여서..." 

"그, 그래서 기분 전환 겸 가자고 한 거였어요!" 


"...... 그렇구나." 

"뭔가, 기쁘네." 


"... 네?" 



나는 히후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히후미는 늘 상냥한 것 같아서." 


"으, 으음...?" 



아무래도 엄청 어린애는 이쪽인가... 


불행한 일들을 겪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아이들 앞에서 좋지 않은 표정을 지었던 거겠지. 


역시, 히후미는 상냥하다. 

이런 사소한 문제라도 발견하면 바로 풀어주려고 노력하니까. 

상대방의 표정까지 읽어버리는 섬세한 모습. 


이런 상냥함과 자신의 주위 사람들은 모두 소중히 여기는 것이 히후미의 가장 큰 장점. 


아즈사 때도 분명... 엄청난 역경 속에 있음에도 절대 놓지 않겠다는 용기를 보여주었지. 



"히후미는 민들레 같아." 


"... 네?" 


"뭐랄까, 바보고, 공부도 못하는 페로로 덕후지만." 


"... 아, 아으..." 

"갑자기 쿡쿡 쑤시네요..." 


"그런데도 남들을 배려해주는 게 정말 멋져." 


"......?" 

"네?" 


"분명, 히후미는 착해." 

"그리고 남들에게도 배려가 많아." 

"그때의 아즈사에게도, 지금의 모두에게도." 


"......" 


"민들레는 꽃이 지고 나면 솜털 같은 씨앗들이 나오는 건 알지?" 


"네, 분명... 바람을 타고 날아가서 멀리 퍼진다고 들었어요." 


"긴 세월을 걸쳐 씨앗들을 소중히 한 민들레가, " 

"다른 땅들에게 씨앗을 보내는 것처럼." 

"히후미가 그런 상냥함을 이어왔기에, " 

"히후미만의 상냥함이 남들에게 전해진다고 해야 할까." 


"......" 


"그런 히후미만의 상냥함을 느낀 사람들이 있었기에, " 

"지금의 보충수업 부도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아즈사도 결국, 그런 히후미의 상냥함을 느꼈기에 지금의 아즈사가 있는 게 아닐까?" 


"..........." 

"... 그런 걸까요..." 



보충수업부가 만들어지기 전의 히후미는 부끄러움이 많고, 자신의 이야기도 많이 하지 않는 아이였다. 



최근에는 보충수업부의 아이들과 정말 친해져서 그런지 얼굴에 생기와 웃음이 가득했다.



분명, 즐거운 거겠지. 

보충수업부의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날들이... 


이런 히후미를 볼 수록 나의 마음은 점점 굳게 다짐하고 있었다. 


모두를 위해서라도, 이 녀석들의 미소를 위해서라도. 





히후미는 낯이 간지러운 듯, 손가락으로 볼을 긁으며, 나에게 입을 열었다. 



"... 확실히, 지금은 정말 행복해요." 

"저, 저는 뭐랄까 원래는... 제가 친구가 없거든요..." 


"그건 안 봐도 알아." 


"아, 아으..." 

"진지하게 말하고 있다고요!" 


"푸웁." 

"미안, 계속 말해줘." 


"..." 

"어, 어쨌든 보시다시피... 저는 페로로님을 정말 좋아해요." 

"그렇지만, 이런 취미의 이유 때문인지 주위의 사람들은 저를 어리다고만 생각해서..." 



"......" 


"그래서 사람들이 저를 많이 피해 다녔어요... 헤헤..." 


"웃을 일은 아닌 거 같은데." 

"그 녀석들은 천벌 받을 거야." 


"헤헤헤..." 

"... 그래서, 지금이 행복해요." 

"이런 취미라던가, 각자가 지니고 있는 단점이 아닌, " 

"정말 서로가 좋아하는 사이인 친구들이기에" 

"지금 이 순간이 매일이 행복해요." 


"......" 



나는 많이 놀랐다. 


그때의 부끄럼쟁이인 히후미가 이렇게까지 진심을 전할 수 있는 학생으로 변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자신의 진심을 전한다. 그에 대한 보상은 무조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나는 선생님으로서 히후미에게 좋은 보상을 줘야겠구나. 라며 생각했다.



"ㅇ, 왜 그렇게 뚫어져라 보시나요...?" 

"제가 역시 그렇게 부끄러운 말을...-" 


"아냐, 진짜 멋있어서." 


"... 네?" 


"처음에 봤던 허당이 맞나 싶을 정도로." 

"진짜 멋있는 말을 했어." 


"ㅇ, 으..." 

"왠지 부끄럽네요 이거..." 


"네 말이 맞아." 

"항상 모든 일에는 행복한 일도 있지만, 좋지 않은 시선도 존재하지, " 

"그렇지만 그런 일을 극복한 히후미이기에, " 

"지금을 보답받은 거 아닐까?" 


"... 그, 그런 건가요?" 


"그런 거야." 


"그, 그럼... 기쁘네요... 헤헤..." 



히후미는 땅바닥을 바라보며, 내가 한 칭찬이 부끄러운지 계속 고개를 숙이며, '히헤헤헤.' 소리만 내고 있었다. 



나도 이런 히후미를 보고는 다시 한번 반성했다. 


그때 아오이에게 받은 협박, 위협. 

뭐, 그런 게 뭐가 대수라고... 


나는 선생님이니까, 이 학생들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이런 한 명의 미소를 지키는 것도 나의 의무겠지. 


그때- 길거리에서 갈색의 단발머리를 가진 여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 

"저, 저건 설마..." 


"... 네?"





연방 조율 통제회의 나츠바야시 아오이, 


내가 이 생각을 하게끔 만든 장본인이 길거리에서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치자, 다가온다. 아오이 녀석이 점점 가까이... 



"음, 선생." 

"그런 일이 있었는데, 지금 시간에 데이트라니 바쁜가 봐?" 


"... 아오이." 


"데, 데이트?!" 



히후미는 데이트라는 말을 듣고는 얼굴이 빨개졌다. 

아오이는 그런 히후미를 보자 말을 건넸다. 



"...?" 

"아, 너는..." 

"그 녀석의 친구였나?" 


"...?" 

"그 녀석이라뇨...?" 


"자, 잠깐!" 


"음?" 



히후미에게 아즈사가 회담에 불려지는 일을 밝혀져선 안된다. 


2차 회담까지는 생방송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들었으니. 


나는 다짐했다, 내 목숨을 위해서가 아닌. 

아이들을 더 인도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자고. 


그러니까, 지금을 만끽하고 있는 히후미에게 이 사실이 알려지면 안 돼. 



"할 말... 있는 거지?" 

"그럼 저쪽에서 하고 오자." 


"... 음, 뭐 맘대로 하셔~" 


"서, 선생님?" 


"응, 히후미." 

"잠깐 이 녀석이랑 얘기 좀 하고 올게." 



히후미는 급해 보이는 선생님의 표정을 보자 마음이 불안해졌다. 



'방금까지만 해도, 웃고 있는 얼굴이...'













나와 아오이는 히후미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골목길로 들어왔다. 



"이런 어두운 골목에서 대화하자니... 협박이라도 할 생각이야?" 

"선 생~" 


( '혀, 협박?!' ) 



히후미는 몰래 선생님과 아오이라는 학생의 뒤를 따라와 벽에 숨은 채, 

선생님과 아오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 나를 찾은 게 분명할 거고..." 

"벌써 죽일 생각인 거야?" 


( '주 , 죽인다니?!' ) 

( '선생님을요?!' ) 


"뭐, 그건 아닌데 말이지." 

"조금 조사한 게 있어서 말이야." 


"...?"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는 말아줘." 

"선생도 이미, 내 조사를 한 게 분명하잖아?" 


"... 뭐, 눈치는 빠르네." 


"선생님의 정보, 조금 웃기더라고." 



아오이는 자신의 코트 안 주머니에서 꺼낸 종이를 보자 웃기 시작했다. 



"푸하, 푸하하하하!!!" 

"이런 녀석이 선생님을 하고 있다니!" 


( '......?' ) 


"... 뭘 말하는 거야?" 


"학교에서 피해자로 열린 선도위원회만 13개가 넘고..." 

"그 선도위원회에서의 가해자들에게 가한 처벌은..." 

"퇴학 따위 존재하지도 않네." 

"뭐 병원 기록이 적혀있어서 뭘 당한지는 알겠는걸?" 


( '무, 무슨?!' ) 


"... 너." 

"그딴 걸 조사라고 말하고 있는 거야?" 


"그리고..." 

"부모도 없는 고아." 

"그렇기에 힘이 없어서, 지속되는 폭력에도..." 

"아무런 도움도 없었다라..." 

"푸, 풉......"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 


( '서, 선생님이... 학생 시절 폭력을 당했다니...' ) 


"......" 


"난 놀랐어! 진짜 놀랐다고!" 

"나랑 완전 다른 부류라고 생각했는데, " 

"나랑 정말 똑같은 부류잖아!!!"


"......"


"선생." 

"죽이지 않을게." 

"그리고, 회담도 없던 걸로 해버릴게!" 


"... 뭐?" 


"그러니까아..." 

"내 밑으로 들어와." 


"......" 



그 말도 안 되는 모순 덩어리의 회담을 

아무런 손색없이 끝내기에는 너무나도 탁월한 선택, 


그렇지만, 나는 한 가지 궁금한 내용이 있었기에 아오이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럼,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뭐든지." 


"... 너는, 무슨 생각인 거야?" 

"아즈사에게도 그렇고, 나에게도 그렇고" 

"모순밖에 없는 회담을 연, 너는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 '아즈사 쨩이...?' ) 


"아, 아." 

"이번 기회에 트리니티를 부숴버리려고 했지." 

"그저 그뿐이야." 


"...?" 


"선생도 알다시피 이번 일은 억지 덩어리에 불과해." 

"「에덴 조약」으로 일어난 피해." 

"금액으로 따지면 전부 얼마인지 알아?" 


"얼만데...?" 


"약, 130억 원." 


( '허, 헉!' ) 


"뭐, 뭐?!" 


"그만큼의 피해가 있었다는 건, 거짓말이 아닌 사실이야." 

"뭐, 나도 알고 있어." 

"그 아즈사라는 녀석이 바라지 않았음에도, " 

"아리우스 스쿼드의 테러가 시작된 건 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 


( '아리우스 스쿼드라면... 아즈사 쨩과 싸우던...' ) 


"그런데, 이 피해금액을 아즈사라는 녀석에게 뒤덮어 버리겠다, " 

"라는 게 나의 계획이야."


"..........." 


"아즈사라는 꼬맹이에게 트리니티의 이름으로 책임전가를 하면~" 

"기사가 분명 올라갈 테고..." 

"아즈사라는 녀석의 정체가 폭로되는 건 시간 문제지, " 

"아리우스와 트리니티의 진실이, 키보토스 전체에게 까발려지겠지." 

"그리고 이번 테러가 일어난 이유마저도." 


"......................." 


"둘은 정말로 앙숙사이니까~" 

"진실을 알아버린 트리니티는 내부 신뢰가 점점 쇠약해질 테고~" 

"그렇게 점점... 모래성이 파도에게 먹히는 거지." 


"...... 그러니까 아즈사에게 그 모든 걸 원인제공하도록 책임을 전가하겠다고?" 


"응." 





나는 화가 났다. 


나츠바야시 아오이, 이 녀석은 

사실, 이성을 잃은 녀석이 아니었다. 


그걸 알고 있다는 녀석이... 

알고 있음에도 이런 어리석은 짓을 벌인 녀석이, 

제정신이 아님에도 이런 짓을 벌인 녀석이...! 


저렇게 뻔뻔하게 말하고 있으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인상을 험하게 꾸기며, 아오이에게 되물었다. 





"... 네가 벌인 짓은 잘 알고 있는 거겠지?" 


"알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 


"그런데도 넌...-" 


"내 계획을 말해줄까?" 


"... 뭐?" 


"나는 키보토스의 모든 체계가 무너져야 한다고 생각해." 

"지키지도, 지킬 수 있는 것도 사실은 없으니까." 


"지키지도, 지킬 수 있는 것도 없다니...?" 


"이 시점의 우리들 말이야." 

"선생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을 겪는 아이들이 몇이라고 생각해?" 


"... 그건." 


"고통을 해방시키는 것..."

"한마디로, 키보토스의 모든 학교를 없애버릴 생각이야." 


"그, 그게 무슨?!"


( '?!' )


"그래서, 그 첫 번째." 

"보기 좋은 표적이 있더라고." 

"그게 바로 선생이 끔찍하게 아끼는, " 

"시라스 아즈사야." 

"분명, 억지야. 그건 내가 제일 잘 알아." 

"아리우스 스쿼드가 일으킨 테러를, " 

"어떻게든 막으려고 한 사람이 아즈사라는 녀석이니까." 


"......" 


"아즈사라는 녀석을 조사하니까, 원래 아리우스 분교의 소속이더라고?" 

"그래서, 거기에 체스 말을 툭-" 

"푸하하하!" 

"티 파티의 나기사가 가장 많이 하는 거잖아?" 

"모든 학교를 없애기에는 시간이 걸릴게 분명해." 

"그러니까, 소가 아닌 대를 잡아야지." 

"우물가를 막으면 물이 막히듯이, 천천히." 


"제일 큰 학원 중 하나인... 트리니티를 먼저 노리겠다?" 


"정답! 과연 이해가 빠르구먼." 


( '... 선생님, ' ) 

( '표정이 너무 좋지 않으셔...' ) 


"......" 



그래서, 본래 총학생회장의 권한을 부여받은 나를 노린 거였구나. 


드디어 머릿속에서 모든 의문이 풀렸다. 

아오이의 행동에는 역시 공감 해줄 수 없다. 


모든 학교를 없애버리기에는 자신의 힘이 모자라, 

나의 힘을 쟁탈해서, 한꺼번에 정리해버리겠다는 건가... 


증오, 분노, 슬픔. 

그 무엇도 아니다. 


그저, 혐오감. 

아오이가 학교를 부숴버리겠다,라고 말할 때의 표정은 상당히 신나 보였다. 

분명... 학교라는 시설에서 그런 일들을 당했으니 어쩔 수 없는 건가... 



"잘 생각해봐 선생." 

"그 시절, 학생 때의 선생은 누군가가 손 내민 적 있어?" 

"없었잖아?" 



아오이는 천천히 나에게 다가오며 벽으로 밀어붙였다.



"자, 잠깐... 무슨?" 


( '선생님...!' ) 


"그, 아무도." 

"그...- 아무도...-" 


"지, 진정...-" 



아오이는 벽으로 나를 밀치고는 두 손으로 내 얼굴을 잡고 자신의 얼굴을 마주 보도록 힘을 주었다. 



"-... 아무도 없었잖아." 

"도와주는 것도 그 아무도...-" 

"그 아무도... 아무도... 아무도...!!!!!" 


"... 무, 무슨...!" 



그때 봤던 광기에 찬 눈빛, 아니... 이번엔 다르다. 

기대로 가득 찬 눈빛, 아오이는 내가 밑으로 들어오길 원하는 건가. 



"왜, 학생들을 도와주는 거야?!?" 

"나랑 같은 부류잖아?"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도대체 왜????????" 


"진정하고, 좀 떨어...-" 


"왜?????????" 

"고통스러웠잖아? 힘들었잖아?"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잖아?????" 


"... 그건..." 


( '......' ) 


"위선이지? 응? 위선이지?" 

"그렇게라도 하면 과거의 자신이 만족되니까???" 

"그런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거지?" 

"그렇지???" 


"......" 


"어둡고, 외롭잖아." 

"무서웠고, 가기 싫었잖아." 

"그래서..." 

"죽이고 싶었잖아...!" 



( '... 더 이상은...!' ) 

( '선생님이 위험할지도 몰라!' ) 

( '내, 내가 나서야 해!' ) 


상황을 파악한 히후미는 보다 못해, 

점점 위험 해 보이는 선생님에게 달려들려고 하는, 그때- 


나는 아오이에게 말했다.



"... 나는, 역시 너랑 맞지 않아." 


"뭐?" 


"분명, 그 시절의 나는 고통스럽고 힘들고, 무서웠어." 


"... 그렇다면 나랑 같이...-"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 

"선생님이야." 


( '...!!!' ) 


"... 푸, 푸하하하하하!!!" 

"내 밑으로 들어오지 않겠다는 거네!?" 


"응, 들어가지 않아." 


"웃기시네!!!" 


( '?!' ) 



아오이는 내 멱살을 잡고는 계속 이어 말했다. 



"내가 선생의 과거를 폭로하고..." 

"선생의 과거를 알아버린 학생들은, " 

"선생을 뭐라고 생각할 것 같아?" 

"고아? 부모 없는 새끼? 모자란 놈?" 

"그게 뻔하잖아?!!!!" 


"아니." 

"그렇지 않아." 


"... 뭐?" 


"내 과거를 알고 있는 학생은 몇 안되지만..." 

"아니, 모르고 있었다고 해도 나는 믿어." 


"......" 


"과거의 내가 아닌, " 

"지금의 나를, 선생님으로 계속 봐줄 거라는 걸." 


"어째서..." 


"학생을 믿는 건 선생의 역할이니까." 


( '......' ) 


"... 질렸어." 



아오이는 내 멱살을 풀고는 질색하는 표정으로 나를 응시했다. 



"그럼 뭐, 상황은 바뀌지 않아." 

"아쉽네, 나랑 같은 부류가 틀림없는데..." 


"그리고..." 


"?" 



나는 멱살을 잡혔던 옷깃을 정리한 채, 아오이에게 입을 열었다. 



"내가 겪어봤던 지옥이기에,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 


"... 뭐?" 


"내가 이제서라도 지켜볼게." 

"네가 말한 것들을." 


"... 참나." 

"중2병도 정도 것이지." 

"됐어, 난 갈 거야." 


"......" 



아오이는 골목길 안으로 걸어가더니, 어느새 사라졌다. 


그 상황을 보고 있던 히후미는 내심 생각했다. 



'어, 엄청난 걸 들었는데 말이죠...' 


'... 아즈사 쨩이 위험하다는 말과 선생님까지도 위험하다는...' 


'......'







==============


▣ 7.



오후 3 : 07 - 샬레의 자치구, 사무실로 가는 길.





히후미와 다시 조우한 후, 함께 샬레의 사무실로 걷기 시작했다. 


이제는 확실해졌다. 그녀, 아오이의 목표는 키보토스의 모든 학교들을 없애버리는 것.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총학생회장의 권한, 바로 샬레의 선생님인, 

나를 노리는 것도 이해가 되었고... 


히후미와 아즈사가 다니고 있는 트리니티 학원을 무너뜨리기 위해, 

아즈사에게 책임전가를 하겠다는 것도... 


드디어 모든 퍼즐들이 한 번의 대화로 쉽게 풀렸다. 



"......" 



나는 그런 협박 따위에 무서워하지 않겠다며 다시 한번 굳건하게 다짐했다. 


오늘 봤던 아이들의 웃음, 그건 다시 이루어 낼 수 없는 목표가 되어버릴지도 몰라. 


그러니까, 그 웃음. 아니 평온함을 위해서라도 나는 어떤 위협도 이겨낼 생각이었다. 



"저, 저기 선생님?" 


"......" 


"...?" 

"서, 선생님?" 


"어...?" 


"서, 선생님! 앞에!" 


"어? 왜...-" 

'쿠웅-' 



나는 땅바닥을 바라보며 생각하고 있었기에, 눈앞에 있는 전봇대에 얼굴을 박아버렸다. 



"괘, 괜찮으세요?!" 


"으, 응..." 

"아이고... 코가..." 


"얼른 사무실로 가죠...!" 

"피가 너무 흘려요!" 


"조심 좀 할걸..." 



그렇게 나는 히후미와 샬레의 사무실까지 뛰어갔다.







한편, 오후 3 : 24 - 밀레니엄의 게임개발부실



'퓨숭!', '띠리리리-', '치이이익--!'



"칫! 실수로 패턴에 당해버렸어...!" 

"언니! 실드를 부탁할게!" 


"응, 실드 썼어!" 

"앗! 아리스, 지금이야! 「임페리얼 노바」를 사용해!" 


"아리스! 모모이에게 응답!" 

"받아라 빛이여!!!" 


'퍼어어어엉-!' 

"앗... 아리스의 스킬이 크리티컬 발동에 실패를 해버렸습니다...!" 

"오류 발생...!" 


"읏! 보스의 체력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내가 마무리할게." 


"오! 아즈사 씨 지금이에요!!" 


'슈우우웅-', '스르륵...-' 

게임에서 나오는 효과음이 게임개발부실에서 울려 퍼졌다. 


'Boss Clear'라는 문구와 함께 미도리와 모모이, 아리스와 유즈는 아즈사에게 달려드며 기뻐했다. 



"와아! 그렇게 어렵다는 보스를 깨버렸잖아!?" 


"스승님의 「사천 도검」...!" 

"과연 아리스의 스승님입니다!" 


"... 잘한 거야?" 



모모이는 아즈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완 --- 전 잘한 거지!!!" 

"아즈사가 마지막에 캐리 해버렸잖아?!" 


"캐, 캐리...?" 

"... 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즐겁네..." 


"그치? 그치?" 


"스승님에게 다시 한번 말하지만, " 

"게임 개발부의 「TSC 2」는 진짜 갓겜입니다!" 


"... 가, 갓겜이네, 응..." 


"아즈사 씨도 즐거워했다니, 다행이네요." 


"......" 



뒤에서 아즈사를 지켜보던 유즈가 한마디를 내뱉었다.



"... ㅈ, 저기 아즈사!" 


"?" 


"혹시, 다음에도 게임하러 오지 않을래?" 

"그, 그... 새, 생각보다 나쁜 애는 아니구나... 싶어서." 


"... 응." 

"고마워." 

"지금, 정말로 기뻐." 


"오옷! 약속한 거야! 아즈사?!" 


"가, 간지러워..." 


"아즈사 씨도 부끄러워할 줄 아시는군요?" 


"?" 



아즈사가 유즈의 부탁을 유쾌히 수락하자 모모이도 기쁜 듯이 아즈사에게 매달렸다. 


아즈사는 이런 새로운 경험을 겪고 난 후 

그때 히후미를 따라 돌아온 게 다행이라도 생각했다. 


'... 이것도 히후미, 너 덕분이겠지.'












오후 3 : 45 - 샬레의 사무실



나는 길에 가다가 그만, 전봇대에 부딪혀서 

다행히 코가 부러지지는 않았지만, 상처가 생겨버렸다. 


히후미가 급하게 응급치료를 해준 덕분에 밴드만 붙인 채, 다행으로 끝났지만...... 



뭐, 뭘까 이 상황은... 



"... 저기 히후미." 


"안돼요, 선생님." 


"... 너도 참 뻔뻔해졌다?" 


"네?" 


"... 이제 일어나도 될까?" 


"안돼요! 안정을 취하셔야죠." 


"그, 그게..." 

"심장이 터져버릴 거 같은데..." 


"네?" 



그렇다 나는, 소파에서 학생의 허벅지에 베개 삼아 누워있었다. 



"분명, 무릎베개는 안정에 좋다고 들었는데..." 


"대체 어디서 들은 건데...?" 

"그 사람도 참..." 


"유우카 씨한테요." 


"...?" 


"전에 선생님이 무릎베개 해주셨다고..." 


"진짜 내 사생활은 없는 거지? 그런 거지!?!??" 


"아무튼... 학생인 제가 무릎베개를 하는 거니... 괜찮지 않을까요?" 


"... 그, 그게... 부끄러워서..." 

"그만......" 


"... 그,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아, 괜히 부끄럽다는 말을 꺼낸 건가? 


히후미도 무언가를 의식한 듯, 얼굴이 빨개졌다. 

내가 괜한 말을 하는 바람에 분위기가 좀 더 이상하게 흘러갔다. 



"너 원래... 이런 캐릭터 아니지 않았나?" 

"많이 바뀌었네." 


"나쁜 쪽으로요? 좋은 쪽으로요?" 


"지금은 나쁜데..." 

"확실히 좋은 쪽으로." 


"헤헤... 결국 좋은 쪽인 거네요." 


"그렇지." 



히후미는 자신의 허벅지에 누워있는 선생님의 머리를 살포시 쓰다듬었다. 



"히후미 님?" 

"... 뭐하시는 거죠?" 


"... 이런 기분이구나..." 


"... 뭐가?" 


"뭔가... 기분이 좋아요." 

"선생님의 머리... 까슬까슬한 게..." 


"......" 

"선생님을 놀리면 안 돼." 


"... 헤헤헤헤..." 



히후미는 계속해서 부드러운 손길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기분이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다. 


그저, 무언가 위로와 히후미만의 상냥함을 받은 듯한 기분.



"선생님은..." 

"어쩌다가 선생님을 하신 건가요?" 


"... 응?" 

"너도 그 소리냐?" 


"저 말고도 누군가 물어봤었나요?" 


"응, 유우카랑... 호시노랑... 노노미랑..." 


"...... 그럼 그분들도 다 선생님의...- 


"응? 뭐가?" 


"아, 아니에요!" 

"어쨌든 궁금해요! 어쩌다가 하셨는지." 


"그냥, 공부를 하니까 선생님이더라." 


"선생님은 저희랑은 다르게 공부를 잘하시니까..." 

"그런 쪽으로 직업을 선택하신 건가요?" 


"뭐, 그것도 맞긴 하지만." 

"난 사실, 너희 나이 때의 나는, 너희보다도 공부를 못했어." 


"네?!" 


"풋, 다들 그 표정이라니까." 

"아주 써먹을 때마다 재밌어." 


"말도 안 돼요!" 

"이렇게 똑똑하신 분이 공부를 못 했었다니..." 


"후후, 너희들의 1학년 문제도 3학년 때 풀어버렸다고?" 


"기, 기초 중에 기초인데도요?!" 



거짓말이 아닌, 사실이다. 

난 졸업 때까지 전교에서 순위권 한 번을 들지 못할 만큼의 공부 실력이었으니까. 



"... 대단하시네요..." 


"응?" 


"... 그런데도, 선생님을 하셨다니..." 


"...?" 

"갑자기 왜 이리 우울해지는 거야?" 


"......" 



히후미는 그저 선생님의 마음을 알고 싶었다. 


방금 전까지의 선생님과 아오이의 대화에서 알아버린 

선생님의 아픈 과거와 지금의 심정. 


물론 아즈사의 일도 중요하지만 

히후미는 선생님의 심정을 물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 나머지 시작된 대화였다.



"저, 저는... 선생님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으, 응?" 

"갑자기 칭찬한다고?" 


"서, 선생님이 아까 먼저 칭찬해주셨으니까...!" 

"저도 할 거예요!" 


"으, 으응..." 


"... 선생님이 총에 맞으셨다고 들었을 때 엄청 놀랐어요." 

"우리를 아무 차별 없이 봐주시고, 진심으로 봐주시는 선생님이..."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처음에는 화가 났어요." 


"......" 


"그렇지만, 선생님은 포기하지 않으셨어요." 

"오히려 아즈사 쨩을 도와주라며 응원해주셨죠." 


"... 음." 


"그, 그러니까!" 

"저는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믿고 행동해주시는 선생님이, " 

"무척 자랑스러워요!" 



히후미는 갑작스레 두 손으로 내 얼굴을 잡고는 말했다. 



"... 응, 너희들 덕분에 믿을 수 있는 거니까." 

"근데 이것 좀 놔줄래...?" 


"... 그러니까, 힘들면 말해주세요." 


"...?" 


"저는 정말로 선생님을..." 

"......" 

"선생님을... 좋아...-" 


"...... 어?" 


"......" 


"...... 히후미?" 


"..........."



히후미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진다... 아니, 다가오는 건가...? 



히후미의 숨결이 눈앞에서 느껴졌다, 히후미의 얼굴은 이미 달궈진 상태. 

히후미는 무언가 이제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내 얼굴에 가까이 다가왔다. 


분위기에 이끌린 이유일까... 점 점... 숨결의 온도가 뜨거워진다. 



"아, 아무튼... 진짜로 좋아하니까..." 


"......?!" 

"자, 잠깐 히후미, 너무 가깝..." 


".............." 





...






"히~ 후~ 미~?" 


"꺄, 꺄앗?!" 



그때- 귀신처럼 등장한 한 소녀, 히후미는 놀란 나머지 소파에서 달아났다. 



"하, 하나코쨩?!" 


"어머, 히후미 쨩?" 

"저도 끼워 돌라고 말하려는 참이었는데요." 

"두근 되는 핑크빛... 아, 야하네요." 



하나코... 이 녀석은 키보토스 제일의 섹드립러 답게, 인사도 섹드립으로 해버리는 거냐? 


방금의 상황을 분명 봤을 텐데... 


어쨌든 고맙다 하나코... 너 덕분에 감옥 갈 사유가 늘뻔한 걸 막았구나...! 



"후훗 ♡" 

"선생님도 누워계시겠다..." 

"그럼 마저 할까요 히후미 쨩?" 


"네?!" 



나는 하나코가 알 수 없는 말을 하자 불길한 기운을 느낀 나머지, 하나코에게 말을 건넸다. 



"...? 뭘 마저해?" 


"어머, 분명 선생님은... 경험이 없으셨죠?" 


"그럼 이참에..." 

"에잇 ♡" 


"?!?!?!?!" 


"하나코 쨩?!?!?!"



내 몸 위로 올라탄 하나코는 내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 



"너 너 너 너 너 너 너, 뭐 하는 거야?!" 


"어머, 히후미 쨩과 하려는 걸 마저 하는 거랍니다?" 

"2명에서 돌려하시는 거 좋아하시죠? ♡" 


"나와! 나오라고!" 

"히후미!!! 얘좀 때어내 봐!!!" 


"네? 네!?" 


"후후, 이미 늦었답니다? ♡" 


"그, 그만해에에에에에에!!!!!" 



하나코, 고맙다는 말 취소다. 저주할 거야. 

죽어서도 저주할 거야...! 


그때- 유우카가 사무실의 문을 열고 찾아왔다. 



"다녀왔습니다...- 선생님 대체 학생들에게 뭘 가르쳐 주시면, 이런 쉬운 공식... 마... 저?" 



"""" ...... """" 


"어머, 들켜버렸네요?" 


"......" 


"유우카... 살려줘..." 


"... 이, 이게 무슨 상황인가요?!" 


"오, 오해야! 멋대로 하나코가 올라타서는...!" 


"어머, 선생님도 좋다고 하셨으면서 이제 와서 발뺌이신가요..." 


"야?! 내가 언제?!" 

"히후미! 내가 그런 적 있어!?" 


"네, 네?!" 


"......" 



잠깐, 이 기운. 

죽일듯한 검은색 연기가 내 눈앞에 보였다. 


많이 느껴봤다. 

서늘한 감각... 내 목숨과 공포를 조여 오는 이 기운... 


나는 급하게 소파에서 일어나 유우카를 바라봤다. 



"... 변명, 다했나요?" 


"진짜 억울해..." 

"진짜 억울하....----" 



'퍽.'











잠시 후, 오후 4 : 42 - 샬레의 사무실



뭐, 유우카의 펀치는 익숙하다. 하도 맞아서 그런지 이제는 내성이 조금 생긴듯했다. 


히후미와 하나코가 돌아가고는 나는, 업무용 책상에서 조용히 유우카 몰래 업무를 하는 척했다. 


사, 사실은 유우카에게 맞은 부분이 상당히 아프다... 

격투기도 배운 녀석에게 맞은 건데... 안 아프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겠지... 


그래서 그런지 업무도 도저히 손에 잡히지 않아, 하는 척이라도 하고 있었다. 



"선생님? 일 안 하시나요?" 


"... 아니, 너무 아파서..." 


"제가 그렇게 쌔게 때린 건가요?" 


"응, 진짜 아파..." 

"난 억울하다니까...?" 


"네?" 


"진짜로 억울하다고!"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이 그럴 리가 없잖아요?" 


"............." 

"... 됐어." 



사실, 어린애처럼 억울함을 알아 돌라는 게 아니다. 

그저 나는 유우카를 그렇게 믿어왔는데 유우카는 나를 믿지 않는다고 할까... 


조금은 서운했다. 



"... 삐지신 건가요?" 



나는 애써 무시했다. 


조금은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학생 상대로 이러면 안 되는 건 알지만... 

정말로 서운한 감정이 밀려온 마당에 어린애처럼 행동하는 걸까... 



"......" 


"......" 

"그, 그..." 

"2차 회담 장소 말인데요." 

"......." 


"..........." 


"... 여기에 둘게요." 

"그리고... 제가 때린 건 죄송해요..." 


"..........."



마음이 아프다. 유우카가 나에게 사과를 하다니...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사과를 바란 게 아니다... 

그리고 나를 때렸다고 해서 화냈다면 진작에 화냈겠지... 


조금은 이런 경우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유우카가 최근 들어서 나를 때리는 행동이 늘어났으니까. 


어린애처럼 행동하고 있는 나 자신을 싫어하면서도 유우카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 나는 유우카의 일을 뒤로하고 2차 회담의 대한 보고서를 살펴봤다. 


참석자는 게헨나의 풍기 위원장 히나, 트리니티의 티 파티 나기사. 


이전처럼 별 다를 게 없었다. 

생방송으로는 나가지 않지만, 이번 회담의 제일 단점은... 


바로 시라스 아즈사의 참석이라는 것. 


말만 회담일 뿐, 결과적으로는 공개재판에 불과했다. 


... 그럼에도 나는 막아낼 거다. 


아오이, 네가 생각하는 증오의 크기는 내가 매길 수 없지만... 

이번에야 말로 결판을 낼 거야. 



'이젠 정말로 끝낼 차례야.'



2일 뒤, 키보토스 2차 정상회담이 시작된다. 











한편, 오후 4 : 57 - 트리니티의 티 파티 



트리니티 종합학원의 제일 위층에 존재하고 있는 티 파티의 테이블. 


그곳에서는 항상 과자들과 홍차. 


그리고... 유리조노 세이아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맞은편에 앉아 있는 나기사는 이번 2차 회담의 보고서를 건네주었다. 



"흐음. 그렇구만." 

"결국, 회담이 아닌 단두대에 불과하군." 


"저도 그렇게 느꼈지만..." 

"아오이, 그녀는 제정신이 아닙니다." 

"아무래도, 저희가 나서야 할...-" 


"... 나기사, 무력으로 해결될 일이었으면" 

"괜히 '연방'이라는 이름이 왜 붙었겠어?" 


"......" 


"연방조율통제회의 아오이..." 

"내가 봤던 수는 아니지만..." 

"확실히, 위험한 시작을 알리는 바와 다름이 없군." 


"......" 

"분명, 선생님을 노리는 대에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역시, 무슨 수라도 짜야...-" 


"그럴 필요는 없을 테지..." 

"걱정 말게, 나기사." 


"... 네?" 


"내가 참석할 테니." 


"......!"









오후 5 : 04 - 게헨나의 풍기위원회실



2차 회담의 보고서를 복사본을 가지고 확인하고 있던 아코는 

히나에게 이번 회담의 요점을 정리해서 말해주기 시작했다. 



"2일 뒤, 총 학생회의실에서 진행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많은 분들이 참석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 말은 즉, 다른 학교의 대표들도 온다는 거네." 


"... 그리고 더 조사해봤는데..." 

"최근 트리니티 자치구에서 수상한 낌새가 보이는 사람들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뭐?" 


"이오리와 지나츠가 내일 투입 예정이지만..." 

"이것 좀 보시죠." 



아코가 히나에게 보여준 사진에는 어떤 한 학생의 가방 안에 폭탄이 있는 것을 포착했다. 



"보시는 바와 같이 C4입니다." 


"... 저걸 어디에?" 


"조사한 결과, 일단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인식 프로그램으로 조사도 마친 상황입니다만..." 

"소속은 불명이네요." 



"........." 

"역시, 뒤에 무언가 있는 게 확실하구나." 


"회담, 참석하실 건가요?" 


"응, 그리고 그 조사. 내일까지 어떻게든 가져와줘." 

"혹시 모르니까, 세나도 데리고 가고." 


"네, 부장의 말씀이라면." 


"아, 그리고 아코." 


"네?" 


"내일부터, 선생님 주위에 몇 명 붙여줄 수 있을까?" 


"부장께서 보호 요청이라면, 얼마든지 붙여드리죠." 

"확실히 저도 신경 쓰이긴 한답니다." 


"응, 고마워 아코." 



'분명 폭탄 가방을 메고 있던 녀석도, 아오이... 그 녀석의 짓이겠지.' 


'대체 무슨 생각인 거냐... 통제부는...' 


'키보토스의 모든 학생을 상대로... 대체...' 



그렇게 2일이 흐르고...










키보토스 2차 정상회담 당일, 오전 11 : 10 - 총학생회의 강당.



회담이 시작되고 10분이 흘렀을 무렵.




그날, 선생님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


▣ 에필로그



키보토스 2차 정상회담 하루 전, 오후 7 : 41 - 유우카의 집



소녀의 방이라고 하기에는 공부를 집중하기 위한 책들이 수두룩한 책꽂이들. 


역시, 우리가 아는 유우카답게 우등생의 방이 확실했다. 


유우카는 그 방안의 침대에서 누워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 아무래도 내가 너무 심했나..." 


"오늘 하루 종일 말씀이 없으셨지..." 


"인사조차도..." 


"요새 선생님을 많이 때린 것...-" 


"................." 


"너무 심하게 때리긴 했구나... 끄응..." 


"사과... 해야겠지?" 



유우카가 생각해도 요새 들어 너무 많이 폭력을 휘두른 것 같아서, 사과할 예정이었다. 


그렇게 기분 좋게 여행을 다녀오고 친한 사이가 되었지만, 

오히려... 여행 이후로 더 때린다고 해야 할까. 


유우카는 선생님과의 사이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 그래! 사과하자." 

"학생이 선생님을 때린다니,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니까!" 



'띠리리리-' 

유우카의 핸드폰에서는 하나의 사진이 전송되었다. 



"응? 문자가..." 


"누구야...? 이건, 모르는 사람인데?" 


"....... 어?" 


"........." 



유우카의 문자 속에 전송된 사진에는, 보고서 한 장. 

거기에는, 선생님의 과거 행적이 상세히 적혀있었다. 


병원의 기록, 학교의 일어난 일들까지. 


유우카는 문자를 보낸 사람의 이름을 확인했다. 



"..........." 


"나츠바야시 아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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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있음)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는 지난 편에 이어서 어두운 느낌으로 진행하려고 했는데, 

확실히 엄청나게 거부감이 들게 적은 느낌이 강하더라고요. 

계속되는 레파토리가 좀 지겨워 보이실까 봐, 이런 에피소드를 추가해서 

한 캐릭터마다 장면을 여러 개 진행하는 모습으로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전편 덕에 실패의 쓴맛을 크게 느꼈네요. 


제가 봐도 라인업이 하나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하다 보니까 

눈살이 찌그러지는 장면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아직 많이 미숙한가 봐요 ㅎㅎ; 

그럼에도 끝까지 봐주신 분들 정말 사랑합니다. 


이번 편에는 그런 단점들을 계속 고치다 보니까 2일 늦게 업로드되었습니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빌드업했으니, 저번 편에 누락됐던 내용들도 많이 주장된 상태고, 


보기 조금 편해진 느낌이 없지 않아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기존 캐릭터만 다루지, 왜 그런 새로운 방식으로 하냐는 말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저는 캐릭터를 다루는 것보다, 

메인 스토리에서 나왔던 캐릭터의 매력을 더 살리면서 

요점을 잡아내는 연계형 스토리를 진행해보고 싶은 거라서... 

그런 면에 있어서 욕심내서 이런 소재로 쓰는 겁니다 ㅎㅎ; 


여튼 이해해주셨음 해요, 보기 힘드시면 굳이 안 봐주셔도 됩니다. 

어떻게든 봐주시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니까요. 


어쨌든, 이번 화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는 수요일쯤 예상되네요, 또 재밌는 이야기로 다시 찾아올게요!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잠들어 버림 ㅎㅎ;;;;;; 오늘 밤에 진짜 꼭 올리겟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