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https://arca.live/b/bluearchive/44246151



<스압 주의>


<D.U.외각지구. 샬레 동아리실 근방>


총학생회가 준비한 수송헬기를 타고 총학생회장이 준비하였다는 동아리실 근방으로 날아가자 평화로울 것 같았던 도심은 총포 소리와 폭발음으로 더럽혀져 있었다.


분명 엘리베이터에서 봤던 도시는 더없이 아름다웠는데 그 안에 들어오자 이게 진짜 모습이라고 나를 조롱하듯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다.


“뭐, 뭐야, 이게??!”


헬기에서 내려 도로를 달리던 유우카가 그렇게 외치자 저 멀리서 총탄이 날아와 유우카를 덮치려 하였다.


주변 엄폐물에 숨은 나는 유우카의 옷깃을 살짝 잡아당겨 총알이 지나가는 궤적 밖으로 유우카를 벗어나게 하였다.


유우카는 그런 나를 지키려는 듯 내 손안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가며 불량배 무리에게 제압사격을 하였다.


“우리가 왜 불량배 녀석들과 싸워야 하는 거야!!”


“생텀타워 제어권을 찾기 위해선 저 동아리실의 탈환이 필요하다고……”


“그건 들었지만……! 나도 우리 학원에서는 나름 대접받는 학생회라고! 어째서 내가……”


유우카는 자신이 소속된 학원의 자치구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전투하는 것이 불만인지 짜증을 내며 차근차근 적을 쓰러뜨려 갔다.


총탄에 맞은 학생은 죽지 않고 단순히 기절한 듯 땅바닥을 굴렀지만, 그 때문인지 포기하지 않고 이쪽을 몰아붙였다.


타타타탓!


불량배들이 쏜 탄환이 정확하게 유우카한데 명중하여 기분 나쁜 소리를 내었다.


총을 저렇게 정면으로 맞았다간 몸이 남아나지 않겠지만 유우카도 그렇고, 키보토스의 학생들은 총탄 따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견뎌내며 싸워갔다.


“아야, 아파!! 아프다고!! 이 녀석들 불법 JHP탄을 쓰고 있잖아?!”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닌가?


총탄에 맞은 부위를 손으로 문지르며 앓는 소리를 내는 유우카는 자신을 쏜 불량배의 머리를 명중시키고는 탄창을 갈아 끼웠다.


아무래도 총에 맞으면 아프기는 한 모양이다.


내가 맞는다면 아픈 정도로는 끝나지 않겠지만


“엄폐하세요, 유우카. 그리고 할로우 포인트탄은 딱히 불법으로 지정된 적은 없습니다”


“우리 학원에선 이제부터 불법이야! 흉터가 생기잖아!”


“그런 건 문제 되지 않습니다. 신경 써야 할 건 우리가 선생님을 데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검은 가터벨트를 입은 여학생, 하스미가 그렇게 말하자 건물 사이에서 엄폐하고 있던 나를 한 번씩 돌아본 학생들은 내 쪽으로 달려오더니 혹 도탄이라도 튈까 나를 보호하였다.


여자 아이들에게 보호받는 것이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보기 불편했지만 키보토스 출신이 아닌 나는 공중을 가득 메운 총알 한 발에 목숨이 오갈 수 있었기에 조용히 보호받았다.


“선생님의 보호가 최우선. 저 건물의 탈환은 그것이 전제된 이후의 일입니다”


“하스미 씨의 말이 맞아요. 선생님은 키보토스가 아닌 곳에서 오신 분이라… 저희와는 달리 총알 하나로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 점은 유의를!”


“알고 있다고. 선생님은 전장에 나오면 안 돼요! 우리가 싸우는 동안 여기 안전한 곳에 계세요!”


“이제부터 내 말에 따라줘”


하지만 나는 선생으로써 학생들이 총탄이 오가는 전장에 있음에도 단순히 보호받을 수는 없다.


나는 보호받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닌 학생들을 보호해주고 이끌어 주기 위해 키보토스로 온 것이니까


“내가 전술 지휘를 할 테니 내 명령에 따라 움직여줘”


“으, 으응? 전술 지휘를요? 하긴…… 선생님이니……”


“현재 샬레 동아리실 주변을 불법 점유하고 있는 학생들은 제대로 된 지휘체계가 없는지 분대 간의 동선이 꼬이고 있어. 그 점을 파고들면 적은 인원이라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거야”


내 말에 당황하던 유우카였지만 조금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참전하지 않고 후방에서 지휘하는 건 오랜만이라 넥타이를 살짝 풀어헤치자 그 모습을 보던 학생들을 기운차게 웃어 보였다.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선생님의 지휘에 따릅니다”


“학생이 선생의 말에 따르는 건 당연한 의무.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아, 그럼 가 보자고!”


그 말을 끝으로 학생들이 달려나가자 나는 적당한 위치로 달려가 학생들의 위치와 적들의 위치를 파악해나갔다.


하지만 그런 나는 전장에서 조금 떨어져야 한다.


내 몸은 연약하여 그녀들의 방패조차 되어주기 힘드니 내 역할은 제 몸을 태워서라도 학생들이 달려갈 길을 비추는 것


나는 빠르게 주변 지형을 확인하며 그 길을 찾기 시작했다.


현재 목포 지점까지의 거리는 약 5km


하지만 적으로 추정되는 불량 학생들은 자신들이 점령한 지역을 보호할 생각인지 사각이 없도록 퍼져 있었지만, 그 때문인지 중간마다 빈 공간이 많았다.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 헬기에서 받은 유우카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유우카, 전방 30m 접근 후 마트 앞에 적 둘, 유우카는 그대로 달려가고 하스미가 뒤에서 유우카를 쏘기 위해 튀어나온 적을 하나, 네가 하나를 처리해줘”


“네? 서, 선생님? 아, 알겠습니다!”


전화로 명령을 전달한 나는 5층짜리 건물 옥상에서 학생들이 싸우는 곳을 내려다보았다.


저 멀리에는 샬레의 동아리 실로 추정되는 건물이 있었고 불량학생들은 날 발견하지 못한 것인지 달려오는 유우카네만 신경 쓰고 있었다.


“하하! 죽… 억!”


“뭣!… 이게 무… 컥!”


내 명령대로 유우카가 미끼가 되자 몸을 드러낸 불량 학생들을 처리한 하스미는 볼트 액션 소총을 재장전하였다.


그 사이에 스위치 하듯 멈춰서 정확하게 사격한 유우카는 총구를 들어 올리며 기뻐하였다.


“괴, 굉장하잖아 선생님! 선생님 말씀대로 하니까 간단하게 이겼어”


“아직 한참 남았어”


“아, 알고 있어요!”


이 정도 지휘는 굳이 내가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다.


나는 전투지휘를 하는 동시에 학생들을 차근차근 전진시키며 전체를 확인하였다.


가장 명중률이 높고 위력이 강한 하스미의 재장전 시간은 약 6초 한 탄창 당 5발, 유우카는 계산적으로 움직이려 하는지 중간중간 이동을 멈춰 총탄을 맞고 있었다.


적들의 명중률은 낮았으며 보병의 구성이 엉망진창에 엄폐도 부실하였다.


“상대는…. 주변 지형은… 다른 학생들은…. 전체적인 흐름과 적들의 주 패턴은…”


머리를 굴리며 모든 것을 계산한 나는 핸드폰을 들어 말했다.


“유우카, 5초간 가로등 뒤에서 엄폐 후, 하스미가 재장전이 끝나자마자 가장 왼쪽에 있는 적 옆을 쏴”


“알았… 잠깐 옆이면 쓰레기 뭉치잖아?!”


“그냥 쏴도 돼”


“왜 그런걸…?!”


“2초 남았어, 1…”


“아아아 알겠다고!”


유우카가 쓰레기 뭉치를 쏘자 안에 있던 쓰레기들이 튀어 오르며 불량학생들에게 튀었다.


이정도는 딱히 위협이 안 되지만…


“으앗! 쓰레기가”


“미! 밀지… 우아앗!”


학생들의 전술지휘는 1700년대에 머물러 있는지 일렬로, 그것도 서로 팔이 닿을 거리에 있는 그녀들은 전진하는 주제에 들기도 무거운 개틀링을 쏘고 있었고


재장전 순간, 갑작스럽게 튄 쓰레기에 가장 옆쪽에 있던 학생이 넘어지자 도미노처럼 다른 학생들도 넘어졌다.


“......”


굳이 내가 필요하나 싶을 정도로 처참한 전술 능력에 내가 미간을 구기자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우리 쪽 학생들은 쓰러진 불량 학생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총을 맞아도 죽지는 않지만, 많이 맞으면 기절은 하는지 움직이지 않는 불량 학생들을 발로 툭툭 건든 백발의 학생, 스즈미는 자신들의 승리에 의문을 표했다.


“어쩐지 전투가 평소보다 훨씬 더 수월한 기분이 듭니다만…..”


“......그러게?”


“선생님의 지휘 덕분입니다. 평상시보다 훨씬 더 원활하게 싸울 수 있습니다”


“과연… 이게 선생님의 역량… 하긴, 총학생회장이 선택한 분이니 당연한 건가…”


나는 그 대화를 핸드폰 너머로 들으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생각보다 학생들의 수준이 심각하였다.


방금 내가 한 건 전술 지휘도 뭣도 아닌 그저 장난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런 장난에도 손쉽게 휘말려버린 불량 학생들은 내 지휘 아래 있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공격 한번 못해보고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그럼 다음 전투도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알았어”


하지만 굳이 언급하지 않은 나는 다시 전장을 내려다보며 지휘를 계속하였다.


학생들이 전투에 관해서는 엉망일지 몰라도 내가 옆에서 도와주면 된다.


조금… 많은 도움이 필요할지 몰라도 <전술대회>같은게 있어서 내가 지휘를 못하게 되는 경우만 아니라면야…


그렇게 생각한 나는 건물에서 내려와 다른 위치로 달려나갔다.



***



“샬레의 동아리실은 이제 눈앞이야!”


유우카가 그렇게 말하며 마지막 남은 적을 쓰러뜨리자 유우카의 무전기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우카가 무전기를 두 개 가지고 있는 듯해 내가 하나를 받아 들으니 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린”


“선생님, 지금 이 소요를 일으킨 학생을 알아냈습니다”


“그래”


“와카모, 백귀야행 연합 학원에서 정학 당한 뒤, 교정국에 있다가 탈옥한 학생입니다. 비슷한 범죄 전적도 몇 번이나 있는 위험한 인물이니 조심하십시오”


탈옥이니 전과니 학생들 사이에서 나올 이야기는 아닌 듯하였으나 이미 실총을 들고 총격전을 하는 학생들을 지휘한 직후라 그런지 할 말이 없었다.



***



잠시


시점을 바꾸어 다른 위치에서는 기모노를 입고 가면을 쓴 학생이 선생과 학생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선생을 포함한 학생들은 그녀의 시선에 눈치채지 못하고 린의 말을 경청하였다.


“......어라라. 총학생회가 직접오진 않았군요. 후후, 뭐. 상관없어요. 저 건물에 뭐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총학생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물건이라면…… 부숴버리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어서”


양 손을 뺨에 가져다 댄 학생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몸을 꼬며 앙탈 부리듯 말했다.


“아아…… 모처럼 기대가 되네요 우후후후~”


가면 아래에서 무슨 표정을 하고 있는지 톡톡 튀는 기묘한 웃음을 한 여학생은 선생님을 힐끗 보더니만 고개를 돌려 이동하였다.



***



탕! 탕!


내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학생들은 자신들보다 배로 많은 불량 학생들을 착실히 쓰러뜨리며 살레 동아리실 앞까지 도달하였다.


“유우카, 쏴”


“네!”


탕!


유우카가 쏜 탄환이 위치를 계속 바꾸며 물러나는 학생을 명중시키며 뒤에 있던 간판과 함께 쓰러졌다.


간판 뒤에서 엄폐하던 다른 학생은, 갑자기 간판이 넘어져 그대로 깔려 도탄에 맞고 기절하였다.


“광장해… 굉장해요 선생님!”


“저희들의 장전 시간이나 전투 스타일까지 고려해서 지휘해주시다니…”


“심지어 적들을 간단하게 농락하고 있어요! 고작 지휘관이 생긴 것만으로 이 정도라니…”


계속해서 내 지휘능력을 칭찬하는 학생들은 자신들이 이정도 까지 할 수 있었는지 모른 듯 쓰러진 학생들을 보며 기뻐하였다.


나는 반파되어 멈춘 자동차 뒤에서 걸어나와 학생들 뒤에 섰다.


이 바로 앞은 샬레의 동아리실이다.


동아리실이라 해도 건물 하나가 살레의 것이라 스케일이 달랐지만 키보토스의 모든 학생과 학원을 관리해야 하는 샬레의 동아리실로 생각하면 충분한 건물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걸어가자 유우카와 스즈미는 내 앞에서 나를 지키듯 경계하였고 하스미는 총구를 정면으로 들이밀며 말했다.


“소요 사태의 리더 발견! 대응합니다!”


“후후, 총학생회의 강아지들이 나타났군요. 귀엽기도 하지”


금은색을 바탕으로 금색 꽃을 그려넣은 개량 기모노와 여우 탈을 쓴 여학생은 어깨에 소총을 짊어지고는 여유롭게 이쪽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대장임을 알리고 싶은 걸까?


화려한 기모노에 속으로 감탄하고 있자 가면을 쓴 여학생, 와카모는 나에게 인사하듯 살짝 고개를 숙이더니 총을 화려하게 돌리며 자세를 잡았다.


“위험할 것 같네”


“네, 서기관의 말에 따르면 와카모는 백귀야행 중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갖춘 학생이라고 합니다”


“그럼 섣불리 다가가지 말고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자”


이쪽에서 여유롭게 기다리던 와카모와 달리 우리쪽 애들은 방금 전부터 연속으로 전투하며 이곳에 도달하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크게 다치거나 지친 기색은 없었지만 남은 탄의 수도 신경 쓰이고, 본능적인 감이 저 학생은 뭔가 위험하다 판단하여 나는 뒤로 빠르게 물러나며 말했다.


“일단 엄폐하며 간만 봐”


“네!”


“알겠습니다”


“명령대로”


내 말에 근처 바리케이드로 몸을 던진 학생들은 최대한 몸을 사리며 와카모를 자극할 뿐 본격적인 공격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저쪽도 마찬가지란 것이다.


달려들기 하기 위해 유혹하듯 애들의 위치를 조정하며 틈을 보여주고 있는데 공격할 생각이 없는 것인지 제압사격만 할 뿐 파고들려 하지 않았다.


“시간 끌기인가”


시간을 끌고 있다면 전술을 바꿔야 한다. 유우카를 필두로 와카모를 압박하려 하자 와카모는 총구를 내리더니 웃어보았다.


“저는 여기까지. 나머지는 맡깁니다”


“...뭐?”


그런 말을 남기고 꼬리를 살랑거리며 걸어가는 와카모는 이쪽이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다는 듯 산책하는 느낌으로 사라져갔다.


그 모습에 유우카는 엄폐물에서 튀어나와 소리쳤다.


“도망치잖아?! 쫓아!”


“아뇨, 섣부르게 행동하면 안 됩니다. 우리 목표는 어디까지나 샬레의 탈환. 이대로 샬레의 빌딩까지 전진해야 합니다”


달려가려는 유우카의 어깨를 붙잡은 하스미는 유우카를 타이르듯 말했다.


와카모와 하스미, 그리고 나를 번갈아 가며 본 유우카는 어깨를 떨구었다.


“......뭐, 알았어, 저 녀석을 쫓는 건 우리 역할은 아니라는 거지”


“함정일 수도 있고요”


“네, 건물 탈환을 1순위로. 이대로 계속 가시죠”


와카모의 목적이 시간 끌기라면 이미 늦었을 수도 있지만, 어찌 되었든 우리의 목표는 샬레 동아리실의 탈환이다.


지금 와카모를 잡는 것에 어떤 리스크가 있을지 예상할 수 없는 이상, 섣불리 쫓아가는 것보다 본래 목적이었던 동아리실 탈환이 중요하였다.


나는 살짝 불만인듯한 유우카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다 멈칫하고는 손을 도로 집어넣었다.


(삽화)



“유우카, 일단 초기 목적이던 동아리실 탈환을 한 뒤. 총학생회와 협력하여 그녀를 쫓자”


“선생님… 알고 있어요!”


“그래, 가자”


하고픈 일과 해야 할 일은 구분해야 한다.


우리는 벌써 사라져 보이지 않는 와카모를 무시한 채 적의 병력을 뚫으며 살레 건물까지 도달하였다.


“다 됐어! 건물 입구까지 도착!”


마라톤에 완주한 것처럼 기뻐하며 양팔을 하늘로 올린 유우카가 자신에 행동에 부끄러워하며 손을 내리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구구구구구구!


익숙한 엔진음, 자동차나 오토바이처럼 길거리에 쉽게 볼 수 있는 이동수단의 엔진음이 아닌 전투적이고 육중한 엔진음과 독특한 바퀴 소리에 유우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응? 이 소리는……”


“조심하세요, 순항 전차입니다……!”


쾅!


언덕에서 모습을 드러낸 전차는 이쪽을 향해 달려오더니 건물을 지키는 수문장이라도 되는 것 마냥 중앙에 당당하게 서서는 이쪽으로 포신을 돌렸다.


성인도 안된 학생이 어떻게 전차를 몰 수 있을지는 제쳐놓더라도 저걸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생각하자 하스미가 말했다.


“크루세이더 1형……! 저희 학원의 제식 전차와 동일해요”


“불법 유통된 물건일 거야! PMC로 흘러들어 간 걸 불량배들이 사들였나 봐!”


“심각하네”


“괜찮아 선생님! 그럼 고철이라는 얘기니까, 상관없어!! 간다!”


“가지마”


달려갈려는 유우카의 옷깃을 잡은 나는 학생들을 이끌고 오히려 전차 반대쪽으로 달려갔다.


“자, 잠깐 선생님! 위험하다고요!”


“전차를 호위하는 학생은 고작 둘이야, 저 학생만 해결하면 바로 앞에 붙은 전차는 샌드백이나 마찬가지니 일단 거리를 두고 호위를 쓰러뜨린 다음에 붙는 게 안전해. 어차피 이 거리에서 뛰어다니면 포신에 이동속도가 너희들의 달리기 속도를 따라오지 못할 테니까”


“그…런가?”


“선생님, 제 탄환은 중갑에게 효과적인 관통형 탄입니다. 제가 전차를 상대할 테니 선생님은 주변을 호위하는 스케벤들을 부탁합니다”


나는 하스미의 의견을 받아들여 전차는 하스미에게 맞기고 유우카와 스즈미를 지휘하며 빠르게 호위 학생들을 쓰러뜨렸다.


탱크가 확실히 엄청난 전략 병기가 이런 도심에서, 그것도 이런 지근거리에서의 저런 타입의 탱크는 큰 효율을 내지 못할 텐데 무슨 생각으로 끌고 온 것일까


그 전에 탱크가 있었다면 장거리에서 포격하는 게 더 효율… 아니다.


일렬로 달려오거나 엄폐도 없이 멈춰서 총을 쏘거나, 쓰레기 정도에 전선이 무너지는 녀석들이니 나는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하였다.


탕 탕


호위가 사라져 근접한 학생들을 상대할 방법이 없자 전차에서 튀어나온 학생이 총을 들어 소리쳤지만


“이 녀석드…. 으앗!”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다니. 방심했구나!”


가까히 붙은 학생들을 대응하기 위해 튀어나온 학생들은 유우카와 스즈미에게 당해버렸고


타-앙!


하스미의 탄이 결국 전차를 관통하자 전차는 결국 삐걱거리더니 폭발하고 말았다.


안에 있는 학생들은 괜찮은지 걱정하자 폭발 속에서 옷만 조금 탄 학생들이 기어나왔다.


“됐어!”


“흠”


더이상 저항하는 불량 학생들이 없자 우리는 승리를 확신하며 기뻐하였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확인한 것인지 무전기가 울리며 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샬레> 동아리실 탈환 완료. 저도 곧 도착할 예정입니다. 건물 지하에서 만다도록 하죠”


“알았어”


린에게 회답한 나는 애들에게 뒤처리를 부탁하고는 샬레 건물로 걸어갔다.


내가 당당하게 걸어감에도 나를 막을 수 있는 학생은 더는 없었으니까




***



샬레 건물 지하


아직 불조차 켜지지 않은 건물 지하에는 비석으로 보이는 물건을 중심으로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전에는 어떤 건물이었는지, 애초에 샬레를 위해 만든 건물이었는지 몰라도 이 건물의 주인을 기다리듯 깨끗하게 청소되어있었다.


그런 가운데, 고개를 이리저리 흔드는 와카모는 비석을 이리저리 보면서 머리를 싸맸다.


“으응…… 무슨 물건인지 도통 알 수가 없네요. 이래서야 부수려고 해도……어라?”


그리고 그런 와카모를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나는 와카모가 뒤를 돌아보자 조금 생각한 후 손을 흔들었다.


“안녕”


“어, 어라라라…. 아아…”


“안녕”


내 말을 못들은 건지 다시 한번 인사하자 와카모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혹여나 나 혼자 있다고 달려들면 어쩔 수 없이 학생의 몸에 손을 대야 하니 주머니에서 천천히 손을 빼자 와카모는 나에게서 조금씩 물러나며 출구 쪽으로 향했다.


“시, 시…. 실례했습니다!!!”


“......?”


그 말을 끝으로 와카모는 그대로 건물 밖으로 도망쳐버렸다.



***



와카모가 도주한 지 약 10분 뒤, 린은 차분한 표정으로 나에게 걸어왔다.


“기다리셨습니다. 막 도착한 참입니다”


“응”


“......응?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아니. 딱히”


“그런가요. 이곳에 총학생회장이 남긴 물건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내 반응에 의심하는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침착한 표정으로 돌아온 린은 책상 한구석에 천으로 가려져 있던 타블렛PC를 꺼내 들더니만 나에게 내밀었다.


이렇다할 특징이 없는 밋밋한 타블렛PC는 어디선가 본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행히 흠집 하나 없이 무사하군요. ……받으십시오”


“태블릿PC…..?”


“네, 이것이 바로 총학생회장이 선생님께 남긴 물건. <싯딤의 상자>입니다”


싯딤의 상자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다……


싯딤의 상자라는 태블릿PC를 받아들자 린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단순한 태블릿처럼 보여도 사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입니다. 제조회사도, OS도, 시스템 구조도, 작동 방법도 모두 확인 불가능”


“....”


“총학생회장은 이 <싯딤의 상자>는 선생님의 것이며, 선생님이 이걸로 타워의 제어권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내 것…”


“우린 작동조차 시킬 수 없던 물건이지만, 선생님이라면 이걸 기동시킬 수 있는 걸까요, 아니면….”


지하에 있어서 그런지 살짝 차가운 태블릿PC를 내려다보자 잠시간의 정적이 흘렀다.


린은 나에게 꾸벅 인사하더니 안경을 올렸다.


“......그럼 저는 여기까지입니다. 이제부터는 선생님에게 달렸습니다. 방해되지 않게 떨어져 있겠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린은 내 뒤로 몇 걸음 가더니 내 방해가 되지 않도록 말없이 지켜보기만 할 뿐 특별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나는 싯딤의 상자를 살펴보고는 전원 버튼으로 추정되는 것을 꾸욱 눌러 다른 테블릿PC처럼 기동시켜보았다.


그러자 화면이 들어온 싯딤의 상자는 [시스템 접속 패스워드를 입력하여 주십시오]라는 문자를 띄울 뿐이었다.


패스워드라, 나는 들은 게 없어 어찌할지 생각하던 중 기억하고 있는 문장을 적어보았다.


내가 기억해야 한다 여긴 기억, 덜컹거리는 열차 소리와 그리운듯한 실루엣과 함께 남아있는 기억


[......우리는 원한다. 일곱 개의 통곡을.]

[......우리는 기억한다. 예리코의 화두(話頭)를.]


[......]


[접속 패스워드 승인]

[현재 접속자의 정보는 선생(先生), 확인되었습니다]


[<싯딤의 상자>에 접속하신 걸 환영합니다. 선생님]

[생체 인증 및 인증서 생성을 위해 메인 오퍼레이트 시스템 A.R.O.N.A로 전환합니다]


그런 메시지가 뜨자 화면이 전환되더니 어느 장소가 비쳤다.


무너진 교실을 매운 물결, 그 너머에 쌓여있는 수많은 책상과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깨끗한 바다.


그런 교실 안에서 고이 잠들어 있는 여자아이는 현실이라 하기에는 너무 몽환적이었으며, 그래픽이라 하기에는 생생하였다.


“코오오오- 코오오오-”


“......”


“음냐, 카스테라는…… 딸기우유보단…… 바나나가……”


지금 잠꼬대를 하는 건가?


총학생회장이 나에게 남긴 물건이 어떤 물건이나 했더니만 어느 여자아이가 이상한 교실에서 자고 있을 뿐이었다.


“코오오오?”


나는 화면을 확대하여 여자아이에게 다가가 보았다.


화면을 클릭하거나 드래그하는 것만으로 내가 이 장소에 있는 듯 움직일 수 있어 여자아이에게 다가가자 여자아이는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었다.


“이힛…… 아직 잔뜩 있어요”


내 존재는 이곳에 반영이 안 되는 건지, 아니면 이 아이가 깊게 잠들어 나를 눈치채지 못한 것인지


계속해서 잠들어 있는 아이를 본 나는 조금 망설인 끝에 화면을 터치하여 볼을 찔러보았다.


쿡-


“음냐, 아직이에요. 꼭꼭 씹어야”


쿡- 쿡-


“아웅, 그치만……”


쿡- 쿡- 쿡-


“......으헤에에에”


단순한 액정임에도 묘하게 부드러운 기분이 들어 계속 볼을 누르자 잠들어 있던 아이는 부스스 일어나더니 내 쪽을 돌아보았다.


“음냐…. 뭐가 자꾸 ….어?”


“....”


“어라, 어라라……? 어, 어라? 어라라? 서, 선생님?!”


이제야 눈을 뜬건지 벌떡 일어난 여자아이는 우왕좌왕하기 시작하였다.


이건 도대체 뭘까?


말 할 때마다 들려오는 기계음이나 화면을 터치함으로써 안에 있는 여자아이에게 간섭할 수 있는 것을 보아 모종의 게임이나 고성능 프로그램으로 추측되었다.


“이 공간에 들어오셨다는 건, 서, 서, 설마 선생님?!”


“그래”


“우, 우와아아아?! 그, 그렇네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된 건가요?! 우와, 우아아? 진정, 진정….”


도대체 뭘까, 이건


다마고치?


“어… 그러니까… 음, 그렇지! 일단 자기소개부터! 저는 아로나! 이 &amp;lt;싯딤의 상자&gt;에 상주하는 시스템 관리자이자 메인 OS, 그리고 앞으로 선생님을 보좌하게 될 비서 담당입니다!”


“비서?”


“드디어 만나게 되었어요! 저는 여기서 선생님을 계속, 쭈욱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자고 있었던 건 아니고?”


내 날카로운 지적에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는 A.I, 아로나는 몸을 배배꼬며 마치 인간인 마냥 풍부한 감정표현을 하였다.


“아, 아우우…… 무, 물론 가끔씩 졸거나 그러기도 했지만……”


“잘 부탁해”


“네! 잘 부탁드려요!”


아무래도 총학생회장은 나 혼자 놔두기에는 미안했는지 이런 귀여운 A.I까지 준비하며 나를 도와줄 생각이었나 보다.


그런데 어째서 사라진 걸까?


정말로 휴가나 즐기기 위해 나를 불러놓고 사라져 버린 걸까? 아니면 모종의 사건에 휘말려 내 도움을 기다리고 있을까


“아직 신체 버전이 낮은 상태여서…… 특히 목소리 쪽은 보완이 필요하지만…..”


“그런거 같아”


“그래도 다양한 방면으로 선생님을 도울 예정이에요! 아, 맞아! 그럼 이제, 일단은 형식이지만 생체 인증 확인을 하겠습니다”


“알겠어”


“으응…… 조금 부끄럽지만 절차니까 어쩔 수 없는 거예요. 가까이 와 주세요”


그냥 아로나가 오면 되지 않나 싶었지만 나는 아로나에게 다가가고자 화면에 손을 뻗었다.


화면을 드래그하여 아로나에게 다가가자 아로나는 아직 부족한지 손짓하였다.


“조금 더요”


다시 한번 화면을 드래그해 이번에는 아로나의 코앞까지 다가가자 아로나는 웃으며 손가락을 나에게 내밀었다.


“자아, 여기 제 손가락에 선생님의 손가락을 대 주세요”


아로나가 손가락을 내밀자 손끝 부분에 터치하라는 듯 표시가 떠올랐고, 나는 한 손을 들어 그곳에 가져다 대었다.


타블렛PC의 발열이 심한지 손가락 끝이 약간 따뜻하게 느껴졌다.


“우후후. 마치 손가락 마주 걸고 약속하는 거 같죠?”


“외계인 영화 속 한 장면 같아”


“우웅…! 이걸로 생체 정보인 지문을 확인하는 거라고요!”


아무리 봐도 옛날 영화에 나오는 명장면 같았지만 요즘 애들은 모르는지 아로나는 계속해서 즐겁게 웃을 뿐이었다.


“액정에 지문 자국이 남으면 눈으로 일일이 확인할 건데…… 금방 끝나요! 이래 봬도 눈은 좋으니까요. 어디보자 …..끙 ”


“안보여?”


“아뇨…”


잘 안 보이는지 이리저리 내 지문을 확인한 아로나는 상관없겠다는 듯 태평한 표정을 지었다.


“......넵! 확인 끝났습니다!”


“대충한 것 같은데”


“아…. 아니거든요?!”


“애초에 요즘 기계는 지문 인식 정도는 자동에 1초도 안 걸려, 혹시 뭔가 잘못된 거야?”


“저, 저는 그런 첨단 기능은 없는데…..”


내가 말실수를 한 것인지 갑자기 시무룩해진 아로나는 바닥에 찰랑거리는 물을 걷어차며 물장구를 치더니 볼을 부풀렸다.


“그, 그런 능력이 없어도 이 아로나는 도움이 되거든요?! 눈으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거든요?”


“알겠어”


“........그 못 미더운 얼굴은 뭐죠? 우으… 그럼 그런 좋은 기능을 가진 sIr@ 씨한테나 가버리시던가요!”


“나는 3star폰 사용해”


“그럼 big스비 군에게 가세요!”


“농담이야, 미안해”


내가 농담이었다고 사과하자 아로나는 삐친 듯 이를 갈아 열심히 달래주었다.


이후, 마음을 푼 아로나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과, 내가 처한 상황, 키보토스의 상황을 전달해주자 아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선생님의 사정은 대충 들었어요. 총학생회장이 행방불명되었고, 그 때문에 키보토스의 타워를 제어할 수단이 사라졌다……”


“총학생회장에 대해 아는 것 있어?”


“저는 키보토스의 정보를 꽤 많이 가지고는 있지만…… 총학생회장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해요. 그녀가 누군지, 왜 사라졌는지도……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해요”


“괜찮아”


아쉽기는 하지만 어차피 알 방도가 없던 정보이니 나는 깔끔하게 포기하였다.


그러자 아로나는 눈을 번쩍이며 자신 있게 말했다.


“...음, 그치만 생텀 타워의 문제는 제가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럼 부탁해, 아로나”


“네! 알겠습니다. 그럼 생텀 타워의 접속 권한을 복구하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이로나가 그렇게 말하며 눈을 감더니 뭔가를 조작하는 듯 허공에 손짓하였다.


표정을 보아하니 진중하게 하는 듯했지만 귀여운 외모 탓인지 그저 허우적대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생텀타워 admin 권한 수령 완료…… 선생님. 생텀타워의 제어권을 무사히 회수했습니다. 이제 생텀타워는 저 아로나의 통제 아래에 있어요”


“수고했어”


“지금 키보토스는 선생님의 지배 아래 있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대단해”


“선생님이 결재만 해 주시면, 생텀타워의 제어권을 총학생회로 이관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괜찮으신가요? 총학생회에 제어권을 넘겨도”


아로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나는 단순한 선생, 먼저 이 세상에 태어나 배우고 경험하였으며(先)


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이해하였고,  타인에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자다.(生)


나는 나의 후대에게 내가 살아오며 배워온 지식과 경험을 알려줄 뿐이며(學)


아이들은 내 배움을 받으며 자신이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生)


나는 학생들 위에 군림하거나 통치하는 것이 아닌, 어둠 속에서 빛을 빌려주고, 길을 알려주며, 방황에 조언할 뿐인 사람이다.


그저 묵묵하게, 짐을 대신 들어주며


“승인한다”


나에게 이곳 키보토스를 손에 넣을 힘은 필요 없다.


나는 그저 앞에서, 때로는 뒤에서 지켜보고 도와줄 뿐이면 충분하다.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생텀타워의 제어권, 총학생회로 이관합니다!”



***



잠시 뒤


“......네, 알겠습니다. (철컥) 생텀타워의 제어권 확보 확인했습니다. 이제 행정 관리를 총학생회장이 있을 때와 동일하게 진행할 수 있겠군요”


“축하해”


“수고하셨습니다. 선생님. 키보토스의 혼란을 막아주신 것에 대해, 총학생회를 대표하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깊이 고개를 숙여 감사인사를 하는 린은 한시름 놓았는지 안심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내 키가 커서 그런지 학생들은 전부 나를 올려다볼 수 밖에 없는데, 앞으로 학생들과 대화할 때는 살짝 무릎을 굽히거나 앉아서 이야기해야겠다.


“이곳을 공격했던 불량배들과 정학생은 이제 추적해서 토벌하면 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응”


“네. 그러면 <싯딤의 상자>를 전달해 드렸으니, 제 할 일은 다 마무리된 것 같군요. ….아! 한 가지 남았군요. 따라오시죠. <연방수사 동아리 샬레>를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린을 따라 지하에서 나온 나는 입구를 지나 한구석에 있는 방문 앞까지 도착하였다.


“이곳이 바로 샬레의 메인 로비입니다. 오랫동안 비어 있었지만, 드디어 주인을 맞이하게 되었군요”


덜컥


잠겨져 있지 않았는지 손쉽게 문을 연 린은 나를 이끌고 방 안으로 안내해주었다.


 방 안은 한 면이 전부 유리로 된 밝고, 깔끔한 사무실이 펼쳐져 있었다.


“여기가 바로 샬레의 동아리실입니다. 여기서 선생님의 업무를 시작하시면 됩니다”


“난 이제 뭘 하면 되지?”


“샬레는 권한만 있고 목표가 없는 조직이라, 딱히 무언가를 해야 한다…… 라는 강제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키보토스의 어떤 학원 자치구에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고, 소속에 상관없이 선생님이 원하는 학생들을 동아리 부원으로 가입시킬 수 있는데도 말이죠”


권한만 있고 목표가 없다.


그 말은 샬레의 고문인 내 생각과 결정이 곧 샬레의 목표이자 행동 방향이 된다는 것이다.


마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만들어 놓은 것만 같아 총학생회장에 대한 의문이 커지자 린 또한 어처구니가 없는지 피식 웃었다.


“재미있는 일이죠. 수사동아리라고 부르고 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총학생회장도 별다른 언급이 없었습니다”


“재밌네”


“요컨대, 무엇이든 선생님이 하고 싶은 걸 하면 된다…… 일까요? 당사자에게 물어보고 싶어도 총학생회장은 여전히 행방불명된 상태, 저희는 그녀를 찾는데 모든 힘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키보토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문제에 대응할 여력이 없습니다”


이 정도면 총학생회장을 바꿔야 하지 않나 싶지만


모든 학원을 통제하고, 당장 나에게 이런 권한을 멋대로 줄 수 있는 총학생회장을 다시 뽑으려면 그에 발생하는 시간과, 자본


부가적인 일들이 너무 크기에 총학생회장을 찾는 듯하였다.


그렇다 해도 총학생회장의 부재가 길어지면 다른 방도를 사용해야 하겠지만


“지금도 총학생회에 몰려오고 있는 각종 민원들…… 지원물자 요청, 환경 개선, 낙제생 특별수업, 동아리 구제요청 등등……”


“응”


“어쩌면 시간이 넘치는<샬레>가 이 귀찮은 민원을 해결해 줄 수 있을지도요?”


설마 총학생회장은 이런 일까지 예견한 것인가?


아니, 설마…


“그런 서류들은 선생님의 책상 위에 잔뜩 올려놨습니다. 내키신다면 봐 주시길”


“... 저 상자들 말하는 거야?”


“모든 것은 선생님의 자유니까요”


자유라는 이름 아래 무언의 협박이 느껴졌지만, 저 산처럼 쌓인 서류만큼 힘들어하고 도움을 바라는 학생들이 많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의욕이 생겨났다.


그런 내 표정을 본 린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싱긋 웃으며 인사하였다.


“그럼 편히 계시길. 필요할 때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린은 그 말을 끝으로 샬레 건물 밖으로 나가 분주히 어딘가로 가버렸다.


지금 막 키보토스의 제어권이 돌아왔으니 총학생회는 지금까지 밀린 일들로 바쁘겠지, 오히려 나를 마지막까지 챙겨준 린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잠시, 건물 밖으로 나오니 학생들이 모여서는 어딘가에 연락을 돌리고 있었다.


“아아. 생텀타워의 제어권을 총학생회가 되찾은 것을 확인했어”


“도망친 와카모는 학생 자치구로 도망쳤지만…… 곧 체포할 수 있겠죠. 우리는 여기까지… 나머지는 담당 책임자에게 맡깁니다”


내 모습을 확인한 유우카는 총총 뛰어오며 내 양손을 부여잡았다.


“고생했어요. 선생님, 선생님의 활약은 키보토스 전체에 퍼지겠죠. 당장 SNS 같은데 올라갈지도?”


“모두 수고했어”


“이걸로 작별이지만, 조만간 트리니티 종합 학원에 들려주세요. 선생님”


스즈미도 하스미 옆에서 고개를 숙이며 나에게 인사했다.


“저도 선도부장께 오늘 일을 보고드리겠습니다. 게헨나 학원에 오시게 되면 꼭 들려주세요”


“밀레니엄 학원에 오면 다시 마주치게 될지도? 선생님 그럼 안녕-!”


오늘 고생한 학생들에게 손을 흔들며 배웅해준 나는 학생들이 모두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건물 앞을 지키다 샬레 사무실로 돌아갔다.


뚜벅 뚜벅


학생들이 모두 돌아가자 기분 나쁠 정도로 조용한 샬레 건물 안에는 내 구두 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사무소 안으로 들어온 나는 적막을 깨고자 싯담의 상자를 켜 아로나를 불러내었다.


“모두를 배웅해주고 왔어”


“아하하…… 뭔가 상황이 정신없이 흘러갔지만……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거 같네요. 고생하셨습니다”


“아로나도 고생했어”


“네! 하지만 진짜 고생은 지금부터겠죠? 선생님과 함께 키보토스의 학생들이 처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것…..!”


그래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다.


나는 이제야 시작점에 도착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저 시작점에 서기 위해 준비를 했을 뿐


“간단해 보여도 결코 쉽지 않은…… 중요한 일들이 남아 있어요. 그럼 키보토스를, 샬레를 잘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나야말로”


“그럼 지금부터 <연방수사 동아리 샬레>의, 공식적인 첫 업무를 시작하겠습니다!”


아로나의 힘찬 외침과 함께 나는 창문 너머 보이는 키보토스 전역과 빛의 고리를 응시하였다.


“그럼, 밥부터 먹자”


“넵! ….네?”


“배고파”


“.....알겠습니다. 그럼 가까운 식당을 찾아볼까요?”


“부탁해”


오늘 아침부터 물 한잔도 못 먹었더니, 이미 상당히 공복이었다.


맛집… 이 근처에 있으려나?


(삽화)



-----------


생각보다 인기가 많아서 삽화 퀄리티를  높혀봄


일단 아비도스까지는 쓸 예정인데... 인기 많으면 계속 쓸거같음


대화나 연출같은건 약간 각색함... 소설로 옮기면 어색한 것들이 중간중간 있어서 좀 바꿈. 그래도 메인스토리 그대로 따라가니 안심하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