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화 : https://arca.live/b/bluearchive/44246151

2화 : https://arca.live/b/bluearchive/44294040


대책위원회 편

3화 : https://arca.live/b/bluearchive/44348198

4화 : https://arca.live/b/bluearchive/44701185?p=1

5화 : https://arca.live/b/bluearchive/44763680?p=2


<스압주의>



“이야, 잘 먹었어 선생!”


“잘 먹었어요”


“음. 덕분에 잘 먹었어”


시바세끼 라멘집에서 점심을 해결한 우리는 가게 밖으로 나와 만족스러운 포만감에 배를 두드렸다.


학생들에게 밥을 사주었다는 예상외 지출이 있었지만 다들 맛있게 먹은 것 같아 기쁜 마음이 들었으나 그만큼 가벼워진 지갑에 눈물이 나오고 있었다.


“얼른 가버려! 다신 오지 마!! 영업에 방해된다고!”


세리카는 아르바이트 중에 친구들이 찾아온 것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인지 볼을 부풀리며 그리 말하고 있었다.


“아, 아하하…… 세리카 쨩 내일 봐”


“진짜 싫어!! 다들 죽어버려-!!”


“아하하, 건강하니 다행이야”


화를 내는 세리카를 뒤로하며 우리는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르바이트라, 아마 아비도스에 있는 빛 때문에 아르바이트하기로 결정한 것 같은데, 아비도스가 가지고 있는 빛은 아르바이트 정도로 해결할 수 있는 빛이 아니다.


96억 2,350만 원


현재 시급이 9,160원이니 1,050,600시간 정도를 일해야 갚을 수 있다.


일 수로 따지면 43,775일, 년으로 따져도 120년 정도로 세리카가 24시간 쉬지 않고 120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야 빚을 다 갚을 수가 있다.


물론 그동안 시급이 오르겠지만, 이자가 더 빨리 올라 갚는 게 불가능하니 사실상 아비도스는 회생 불가능 상태다.


학생은 전교에 5명, 교직원은 단 한 명도 없으며 학교 활동은 자체로 때워야 하며. 시설은 점점 노후화되는데 수리나 관리만으로 허덕이고 원금은커녕 이자도 겨우 갚고 있으니


이 학교가 아직도 유지될 수 있는 게 더 신기할 따름이다.


“아하하, 선생 돈으로 먹은 거라 그런가? 왠지 더 맛있단 말이야”


“다음번에는 저희가 사드릴게요”


“이번에는 세리카 쨩도 데리고 가서 다 같이 먹어요”


그리고 그건 나보다 이 아이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 세리카가 하는 행동은 단순히 자기만족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원금은커녕 이자도 갚기 힘들고 빚 상환이나 학교의 부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끝난 것이다. 


이 아비도스 고등학교와 아비도스 자치구는 이미 죽은 시체나 다름없다.


그저 미련과 집착으로 붙들고 있을 뿐, 허나. 그걸 아는 나지만 선생인 나로서는 이 아이들에게 무엇하나 말해줄 수 없다..


포기하라, 가망이 없다 말하는 건 쉬워도 그걸 인정하게 하는 건 어렵고, 무엇보다 이 아이들이 아직 포기하지 않겠다는데 외부인인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처지도 안된다.


“다음번에도 내가 사줄게”


“응? 정말?”


“어차피 김영란 법 때문에 너희에게 못 받아먹어”


“으, 응? 그건 뭔가요?”


그런게 있다.


나는 제 발로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는 자를 막을 수 없다.


그저 알려주고, 다른 길로 가도록 노력할 뿐 직접적으로 막는 건 내가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나는 선생이니까


결국 선생이니까



***



“수고하셨습니다-!”


우렁찬 인사와 함께 가게에서 나온 세리카는 조금 전과 다르게 아르바이트 복장이 아닌 교복으로 갈아입어 돌아가기 위해 도심을 걸어나갔다.


“하아…… 겨우 끝났네. 정신없는 하루였어. 모두들 몰려와선…… 시끄럽게”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툭 하고 걷어차며 중얼거린 세리카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도심이지만 사람이 별로 없는 아비도스 자치구여서 그런지 비교적 별들이 잘 보였다.


“남 일하는 곳에 와서 깔깔거리며 선생님, 선생님 재잘재잘. 민폐잖아. 뭐냐고 대체 ……망할 호시노 선배!! 내가 어제 한 짓 때문에 일부러 선생님을 데리고 온 거지!”


딱히 숨긴건 아니지만 알려지기 싫었던 자신들의 처지를 외부인이자 어른인 선생에게 들키고 말아 화를 내었던 어제를 생각하니 세리카는 얼굴에 열이 오르는 걸 느꼈다.


시로코에게 업혀 왔을 때부터 표정에 변화 없이 계속 무표정인 선생은 어차피 자신들에게 큰 관심 따위는 없을 터인데……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친구들과 선생이 즐겁게 떠들던 모습이 생각나자 세리카는 고개를 거세게 저었다.


“……웃기지 마. 그런다고 내가 순순히 따라줄 거 같아?”


혼자서도 잘만 떠드는 세리카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한번 보더니 거리를 달려나갔다.


자신이 해야 한다. 남에게 의지하다가는 버려지기 일쑤고, 어차피 어른은 자신들을 좋을 데로 판단하고 이용하니 의지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생각한 세리카는 인상을 찡그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런 세리카를 남몰래 보는 이들이 있었으니


“......”


“저 녀석인가?”


“......네, 맞습니다. 아비도스 학교의 대책위원회 멤버입니다”


헬멧을 쓴 여학생들


바로 어제 아비도스 고등학교를 공격했다가 당하고, 역습을 당해 전초기지까지 불타버려 패잔병 신세가 된 카타카타 헬멧단의 인원이 세리카를 보며 굳은 의지를 불태웠다.


“준비해. 다음 블록에서 포획한다”


“예!”


어제는 너무 간단하게 당해버렸다.


쓰러져가는 학교에 적들도 5명밖에 없으니 간단히 이길 줄 알았지만 오만의 대가는 너무 컸다.


하지만 실패는 좌절감이 아닌 오기를 만들어버렸다.


자신들이 방심해서, 섣불리 판단해서 이길 수 있던 싸움에 패배했다는 수치심이 분노로 바뀌어 움직이게 할 원동력이 된 것이다.


물론 좋게 말해서 그런 것이지, 나쁘게 말하면 그렇게 당하고도 정신 못 차린 것이지만은......


“...... 흐음......”


자신의 뒤가 밟히고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한 세리카는 돌아가는 길목에 갑자기 멈춰 서서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아직까지 건물들은 많이 남아있었지만 이른 저녁임에도 불이 꺼져있는 곳이 대다수에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도로를 오가는 자동차는 방금 지나간 한 대가 전부였고 신호등 대부분은 의미를 잃어 노란색 등만이 깜박거리고 있었다.


“......그리고보니 이 동네도 많이 인적이 사라졌네. 예전엔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치안도 더 불안해진 것 같고”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직 도시에는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물론 그 당시에도 많은 사람이 희망을 잃은 아비도스에 등을 돌려 다른 곳으로 이주했지만 정 때문인지, 금전 같은 현실적인 이유에서인지 이곳에 남아 삶을 이어가던 곳이었으나


지금에 와서는 처량하다 못해 으스스할 정도로 삭막하고 어두운 도시만이 남아 있었다.


“......”


희망이란건 불빛과도 같다.


어두운 현실을 밝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며. 따뜻함으로 사람을 감싸 안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빛을 내기 위해서는 태울 장작이 필요하다.


이 아비도스에는 더는 태울만한 장작은 없고 이 도시처럼 다 타버린 회색빛 재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저 남은 불씨만이 빛을 내며 자신이 아직 남아있다 주장할 뿐. 누군가, 자신을 태워서라도 불씨를 일으켜주지 않는 한 희망이라는 불꽃은 타오르지 못하는 게 아비도스의 현실이었다.


“안돼, 우리가 더 힘내지 않으면...... 힘내서 학교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지. 일단 월급이 나오면 이걸로 대출이자에 보태고......”


세리카는 식어가는 마음을 다잡으며 자신의 뺨을 때렸다.


희망이 없으면 뭐 어떤가, 삭막한 현실이 눈 앞을 가리더라도 이상을 품고 앞으로 나가는 이상 그 끝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낙천적이고, 희망적인 생각이었지만 지금의 아비도스는 그런 생각을 가져야만 유지될 수 있었다.


척!


그때, 헬멧을 쓴 여학생들이 세리카 앞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 뭐야, 너희들”


“쿠로미 세리카......인가?”


“......카타카타 헬멧단? 네 녀석들, 아직도 이 거리를 멋대로 활보하고 있는 거야?”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실컷 당해 도망치던 녀석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자신의 눈앞에 등장한 게 괘씸한 세리카였지만


오히려 분풀이 대상이 생겼다는 사실에 씨익 웃으며 손을 풀었다.


“잘됐어. 안 그래도 기분 안 좋은데, 다시는 이 거리에 발을 못 붙이게 해주겠......!”


(삽화)



깡!


그 순간, 자신의 뒤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온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세리카는 그대로 뒤통수를 상대에게 허락하고 말았다.


총격에도 버티는 키보토스 학생이었으나 뭐로 만든 것인지 머리통에 제대로 후려쳐도 멀쩡한 야구 배트에는 약간의 피가 묻어있었다.


“으윽!”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에서 훔쳐온 텅스텐 키바이드 야구 배트다! 100% 홈런을 위해서 충격파 기능까지 있......켁!”


기습에 성공한 것이 기쁜지 다시 한번 야구 배트를 휘두르는 헬멧단을 걷어찬 세리카는 곧바로 일어서서는 자세를 잡았다.


‘뒤에도?! ......이 녀석들, 나를 노리고......’


자신을 노리고 주변에서 튀어나온 카타카타 헬멧단이 점점 늘어나자 세리카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런 세리카와 다르게 붉은 헬멧을 쓴 대장 헬멧이 앞에 서자 대장은 승리를 확신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잡아라”


“읏!”


기습을 당해 피가 살짝 흘러나오는 뒤통수 때문인지 시야가 살짝씩 흔들리는 세리카는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머리를 굴렸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


퇴로는 이미 막혔고, 돌파하자니 혼자서는 저들을 뚫을 돌파력이 없었다.


‘호시노 선배나…… 하다못해 아야네의 서포터라도 있었더라면’


누군가 있었더라면 모를까 기습까지 당한 상태에서 이 인원을 뚫을 방법이 생각나지 않자 세리카는 순간 선생의 얼굴을 떠올렸다.


엄청난 지휘로 전초기지까지 무너뜨린 선생이라면 이런 상황에서도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도달할 무렵, 갑작스럽게 폭발이 일어났다.


퍼어어어엉!


아무런 전조도 없이 일어난 폭발에 세리카가 그대로 넘어져 흙먼지 속에 파묻혔다.


“쿨럭, 쿨럭......대공포......? 아냐, 이 폭발음은 Flak 41 개량형......?”


땅이 폭발한 것이 아닌, 어딘가에서 화력 지원임을 판단한 세리카는 곧바로 일어나 총을 들고 사주경계를 하였다.


‘화력 지원이......? 위치가 어디...... 아, 아냐. 이건...... 설마’


시야를 가득 메운 흙먼지에 화력 지원은커녕 적들의 위치조차 파악이 안 되고 있자 그제야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비도스 고등학교에는 이런 화력 지원을 할 여력이 없다. 그렇다고 다른 자치구에서 도와주러 온 것도 아닐 테고, 무엇보다 자신을 노리고 발사된 포격이었다.


‘이, 이놈들, 장난이 아니잖아...... 위험해...... 의식이...... 의식이”


털썩


갑작스럽게 등장하여 시선을 빼앗는 과감함, 은밀하고 확실하게 자신을 노린 기습, 철저하게 준비하여 퇴로를 확보해 도주를 막는 준비성


거기에 자신 한 명을 잡기 위해 화력 지원까지 하는 행동력까지


어제와 달리 제대로 이를 갈고 나왔다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 세리카였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


“더 때릴까요?”


엉망이 된 상태로 의식을 잃은 세리카를 발로 툭툭 헬멧단원은 대장에게 그렇게 물었다.


“아니, 죽이면 안 되지. 이쯤이면 됐다. 차에 태워라. 랑데뷰 포인트로 데려간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끝을 내고 싶지만, 순간의 감정으로 일을 그를 수 없다 판단한 대장은 쓰러진 세리카를 묶고서는 오토바이 뒤에 실어 이동하였다.



***



딩동-


초인종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지만,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문은 아무도 없는 듯 고요하였다.


“세리카 쨩? 세리카 쨩 있어?”


딩동- 딩동-


평소라면 집에 있을 시간임에도 돌아오는 반응이 없자 다시 한 번 초인종을 누른 아야네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세리카 쨩-? 왜 전화도 안받고......”


학교에도 오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아 집까지 찾아온 것인데도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아야네는 할 수 없이 문 앞에 있는 화분 밑을 확인하였다.


“비상 열쇠가 어디 있더라......”


평소에도 서로의 집을 오가는 대책위원회는 각자가 숨기는 비상열쇠 위치를 알고 있어 비상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에는 불이 꺼진 채 인기척 없는 방뿐이었다.


“세리카 쨩......? 아직 안 돌아 온 거야? ......한번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라이딩에 빠져 밖에 싸돌아다니는 시로코나, 잠을 자기 위해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호시노와 달리 늘 성실하고 주기적으로 연락하는 세리카가 갑자기 이러니 아야네는 걱정하는 마음에 손끝을 깨물었다.


“서, 설마......!!”


여기까지 왔으면 생각할 수 있는 건 단 한 가지, 세리카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눈치챈 아야네는 재빨리 학교로 돌아갔다.



***



“세리카 쨩 전화는요?”


“......안돼요. 몇 시간 전부터 계속 끊겨 있어요”


“라멘집에서는 정시에 퇴근했다고 했고 그 이후에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건가”


세리카가 사라진걸 눈치챈 대책위원회는 늦은 저녁임에도 동아리실에 모여 세리카의 행방을 알기 위해 수소문했지만 얻은 것은 없었다.


오히려 어느 기점으로 갑자기 사라진 세리카의 행방에 불안감만이 맴돌 뿐


“이렇게 늦게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은 적은 없었는데......”


“설마...... 헬멧단 놈들인가”


시로코가 헬멧단을 언급하자 아야네는 깜짝 놀라서는 시로코를 바라보았다.


“네?! 헬멧단이 세리카 쨩을......?!”


“일단은 기다려보자. 호시노 선배와 선생님이 알아보러 갔으니까”



***



덜컥


동아리실 문을 열고 나와 호시노가 들어가자 방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학생들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아, 기다렸지?”


“호시노 선배! 선생님!”


“다녀왔어”


걱정이 많이 됐는지 우리가 돌아오자마자 기대와 불안이 섞인 얼굴로 다가온 시로코는 조심히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선배?”


“선생의 권한으로 총학생회가 관리하는 중앙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었어”


“중앙 통신망에...... 선생님의 권한은 그런 것까지 가능하구나......”


선생인 나의 권한은 총학생회장이 없는 지금 키보토스에서 가장 높은 권한 등급을 가지고 있었다.


애초에 총학생회장만이 기동시킬 수 있는 생텀타워의 통제권을 복구할 수 있을 정도니 중앙 통신망 정도야 아로나를 통하면 손쉽게 접속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것과 해도 되는 것이 다르다 한들 말이다.


“으헤~ 물론 몰래 접근한 거야. 들키면 시말서 써야 할 걸?”


“네?! 괘, 괜찮은 거예요. 선생님?”


“괜찮아, 세리카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그깟 시말서, 학생의 안전과 맞바꿀 수 있다면 백 장이든 천장이든 써줄 수 있다.


어차피 불법적인 경로로 들어간 것이 아닌 내 액세스 권한으로 접속한 것이니 누군가 접속 기록을 확인하지 않는 한 알 방법이 없고


접속 기록도 삭제하였으니 들키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선생님......”


“통신이 끊기기 전의 세리카 쨩의 휴대폰 위치는 여기로 나오고 있어”


“여기는......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시내 변경이잖아요?”


기상 이변으로 불어온 모래 폭풍에 파묻혀 도시로서의 기능을 잃은 시내는 통신도 불안정하고 전기나 수도도 끊겨 생활 불가능이 된 곳이었다.


그런 장소에 굳이 찾아갈 이유야 없진 않겠지만 좋은 이유는 아닐터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폐허 구역...... 치안을 포기한 지역이라 온갖 무법자들이 몰려 있는 곳이야”


“이 지역, 저번에 학교 위험요소 연구분석 때 카타카타 헬멧단의 주력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확인되었어요”


그 위험요소 연구분석 결과, 나중에 확인해 봐야겠다.


어디가 위험한지보다 어디까지 안전한지가 더 궁금하니까


“그렇다는 건...... 역시 카타카타 헬멧단의 짓......!!”


“과연, 퇴근길의 세리카를 납치해서 자신들의 아지트로 끌고 간 거로군”


“학교 습격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으니 인질을 확보해서 협박하겠다는 건가”


아무래도 지난번 패배가 뼈아팠던 모양이다.


그래도 몇 달은 재정비와 심신의 안정을 위해 귀찮게 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뒷일은 생각하지 않는 건지 충동적으로 한 행동은 나도 예상하지 못해 당하고 말았다.


그들의 의지와 자존심을 과소평가한 내 잘못이라 생각하니 조금이지만 화가 났다.


세리카를 납치한 카타카타 헬멧단이 아닌, 방심한 나 자신에게


“그런 계획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아요! 지금 당장 세리카 쨩을 구하러 가야죠!!”


“아아. 물론이야”


인질로 삼기 위해 데려간 것이라면 세리카가 어떤 취급을 당할지 모르겠다.


인질로서의 가치를 위해 큰 위해는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복수를 위한 인질이니 감정적으로 움직여 세리카에게 상처를 줄지도 모르겠다.


“자아, 그럼 가볼까”


카타카타 헬멧단


학생이라고 방심하고 봐주었더니 예상외의 행동을 해주었다.


물론 나는 그들에게 화를 내거나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녀들 또한 나의 학생이니까, 잘못을 저질렀으면 같이 용서를 구해주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알려주는 게 내 일이다.


하지만 잘못을 했으면 벌은 받아야 하니


‘아주 조금만. 아픈 꼴을 당하게 해줘야겠네’


단순히 손들고 서 있으라 하고 싶으나 순순히 말을 들을 것 같지는 않으니 역사적으로 검증된 방법으로 훈육할 수 밖에


“출발!”


자고로 역사적으로 매가 약이었다.


조금 쓴 약을 들고 갈 테니 느긋하게 기다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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