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ter 1부 ] 아비도스 대책위원회 편
1화 - 대화가 필요한 사이 / 대책위원회 편

2화 - 마음은 계산할 수 없다. / 유우카 편 

3화 - 이별이 있었기에 만남을 기대한다. / 카요코 편 (상)

3.5화 - 행복을 기억했기에 만남은 추억을 남겼다. / 카요코 편 (하) 


[ After 2부 ] 태엽 감는 꽃의 파반느 편

4화 - 소중한 것은 존재했기에 극복할 수 있다. / 미도리 편 

5화 - 나의 영웅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 네루 편 

6화 - 아리스는 그런,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 아리스 편 (상) 

6.5화 - 아리스는 선생님에게 눈물을 흘립니다. / 아리스 편 (하) 

7화 - 노력과 상징은 결코 배신하지 않았다. / 히비키 편 

8화 - 미안해 보다 고마워는 미소 짓게 만든다.  / 유즈 편 (상)

8.5화 - 앞으로도 함께니까. / 유즈 편 (하)

9화 - 특별한 휴가에 약속을 남기며. / 유우카 편 (외전)

10화 - 계속 달렸기에, 꿈을 증명해냈다. / 하루나 편


[ After 3부 ] 에덴 조약 편

제1장, 「키보토스 정상회담」 - 히후미 편

11화 - 평화와 함께 종이 울릴 때. (상)

12화 - 평화와 함께 종이 울릴 때. (하)

13화 - 낙서 (상)

*14화 - 낙서 (하)


[ !!! ] 메인 스토리, 에덴 조약에 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전투 씬이 상당히 많이 들어간 까닭에 1인 묘사가 되어있습니다.

착각방지용 표시를 해드렸으니까, 착각하지 말고 보시길!



*항상 말하지만 나른한 점심 , 자기 전 오후는 시청금지. (흐름 끊기면 재미없습니다.)

*파트마다 텍스트를 따로 사용하기에 실수 알려주시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일부 캐릭터와 스토리들은 공식 스토리와 연관되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ART MUG - 블락나베 / 해당 작가님 일러스트 판매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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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어두운 폐허 속, 트리니티 종합학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깊은 산속의 한 폐교. 

검은색 모자를 쓰고, 하얀색 코트를 입은 한 여성.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눈을 감고 벽에 기대어 있었다.



"안녕, 사오리."


"... 우비아."



과거, 「에덴 조약」이 실행되는 전날 밤. 

아리우스 스쿼드의 사오리는 「제롬」의 리더, 우비아와 만남을 가졌다. 


우비아는,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고 있는 사오리에게 물었다. 



"너도 참, 여전하구나?" 

"고작 4명으로, 그런 어마 무시한 작전을 짜다니." 

"그래서... 아즈사를 어떻게 할 거야?" 


"......" 

"배신한 건 오차 범위지만, 아즈사에게 똑똑히 가르쳐줄 거다." 

"우리 같은 살인자는 돌아갈 곳이 없는다는 것을." 


"흐흐, 많이 화났네." 

"그나저나, 사오리." 

"나도 이번 작전에 참가해도 될까?" 


"... 이유는?" 


"선생님에게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 


"...?" 


"이번에는, 꼭 죽이고 싶거든." 

"너무 방해돼서 말이지." 


"아니." 

"거절하지." 


"... 흠?" 


"내 손으로... 직접 죽인다." 

"아즈사에게 희망을 준 녀석이... 그 녀석임이 틀림없으니까." 


"........ 뭐 충분하겠지, 너라면."









- 그 결과가 겨우 이거구나, 사오리. 

네가 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말이지. 

뭐, 아즈사의 친구라고 했나...? 

이 녀석 하나 죽이는 거야. 괜찮을지도. 


아즈사를 다시 데려가기 위해서는 필요하거든... 절망이... 그것도 듬뿍. 


그러니까, 네가 희생해라. 



'타앙---' 



우비아는 「철갑탄」이 장전된 권총으로, 히후미의 심장을 향해 쐈다. 



"......." 

"결국, 이렇게 되는 거구나." 

"그 녀석에게 미움받긴 싫은데." 


"으으... 어...-" 


"... 뭐, 1분 뒤면 확실하게 죽을 것 같네." 

"선생님도 참 너무하다니까?" 

"학생을 버리고 가다니." 


"으... 흐으으으..." 

"서, 선새니...은..." 


"...?" 



히후미는 저택 2층의 천장을 보고서, 

숨을 작게 내쉬며 눈에 초점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우비아에게 자신의 말을 전했다.



"도마... 친 게... 아니 에-... 흐으...-" 


"...... 포기를 절대 하지 않구나." 



그때- 우비아의 귀에 있는 인이어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치직-' 

"우비아, 무슨 상황이야?" 

"이 안에서 들리는 총소리는 대체...-" 


"아오이구나." 

"별거 아니야, 샬레의 선생님이 쳐들어와서 말이야." 


'치직-' 

"뭐?!" 


"그러니까, 지금부터 모조리 죽일 거니까." 

"계약위반이든 뭐든, 막지 마." 

"이번에도 막으면, 너마저도 죽일 거야." 


'치직-' 

"잠깐, 그러면 계획이...-" 



'트드득---.' 



우비아는 귀에 고정되어 있는 인이어를 뜯어서 바닥에 버렸다. 



"참나, 이래라저래라..." 

"너무 무르다고, 아오이." 

"학교를 없애버린다는 주제에, 이렇게 물러 터질 줄이야." 

"지금부터는 「신성」이 바라는 대로 행동해야겠어."



그렇게, 우비아가 1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지나가는 것까지 바라본 나는... 경직되어있었다.



"......." 


"............... 세나." 


"......." 


"왜... 왜 막은 거야...?" 

"차라리, 가게 두었으면...-" 


"........" 

"멍청한 소리." 


"... 뭐?" 



나는 세나의 두 눈을 향해 노려봤다. 

세나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당당히 이어 말했다. 



"만약, 총을 대신 맞았다고 해도." 

"죽는 건, 똑같았습니다." 


"... 알아." 


"시체가 늘어나는 것은 삼가여야만 합니다." 

"전, 그저 최선의 행동을...-" 


"알고 있다고!!!!" 



나는 세나의 멱살을 잡으며 화를 냈다. 


잘 알고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이 히후미를 감싸서 대체 뭘 할 수 있을까. 

그저 고기 방패 하나를 더 세운 걸로 되는 셈이겠지... 



"알고 있어. 그런데...-" 


".........." 


"그렇게까지 말하면 안 되는 거잖아..." 

"똑같은 사람의 목숨인데...-"


"... 어디까지나 결과는 같았습니다." 

"그냥 시체가 늘어날 뿐이죠." 



나는 세나의 말을 듣고는, 인상을 찌그리며 말했다. 



"... 너는 사람의 목숨이 우스워?" 


"..............." 

"우습다고는 생각 안 합니다." 

"그렇지만, 선생님까지 살해당한다면, 이후에 지장이 갈게 분명하기에..." 

"최선의 판단을 한 것뿐입니다." 


"......." 



맞는 말이야. 여기서 나까지 살해당한다면, 키보토스 전체에 지장이 생기겠지. 

세나는 그 수를 보고서 결정을 내린 거야. 최소한 피해가 가지 않는 쪽으로... 


나는, 세나의 멱살에 쥐고 있는, 손을 풀며 사과했다. 



"... 미안."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실망적이군요." 

"선생님이라는 자가 이렇게까지 판단이 좋지 않을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 

"... 너는, 괜찮아?" 


"네, 팔과 발목은 방금 응급처치를 마친 상태입니다." 

"일단, 저분의 상태를 보러 가시죠."




한편- 히나와 하스미가 있는 곳은, 저택의 1층 복도. 


상자로 둘러싸인 미로를 지나, 번호가 적혀있는 방들의 복도로 도착했다. 



"...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만...-" 

"그러고 보니, 풍기 위원장." 

"저기에 있는 상자... 대체 뭘까요?" 


"... 음." 

"아까 확인해봤는데, 그냥 금속 덩어리들이었어." 


"금속 덩어리...?" 


"아마, 그들이 쓰는 「철갑탄」의 재료 거나, 실패작들이겠지." 


"빨리 여기를 몰아내고 압수해야겠군요." 


"- 아니, 그러지 않아도 돼." 

"너희는 오늘 여기서 죽거든." 


"?!" 


"하스미, 뒤에!" 



그때- 바로 뒤에서 우비아가 나타나 

나이프를 들고는, 하스미의 오른쪽 옆구리를 향해 찔렀다. 



"으으윽...!" 


"흡!!!" 


'투두두두두두두두두-----' 



히나는 하스미를 기습한 우비아에게 빠른 속도로 자세를 틀어, 

총알들을 가격했지만 우비아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 

"사, 사라졌어?!" 

"그보다 하스미, 괜찮아?!" 


"읏... 다행히 무사합니다만... 이래선 전투가...-" 



- 처음부터 총기로는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에 나이프로 찌른 게 분명해. 

아니, 잠깐... 「철갑탄」을 쓰지 않았잖아? 

처음부터 총을 사용했다면 끝나고도 남을 텐데... 


히나는 자신의 기관총을 두 손으로 들고서, 저택의 넓고도 넓은 복도 속에서 주변을 경계했다.


-- 어두워... 그것도 엄청. 

라이트로 비추는 데에 한계점이 명확해... 

하스미의 부상 위치는... 오른쪽 옆구리인가, 최소한 움직일 수는 있겠어. 

저번에 싸운 그 녀석이 확실해... 가면을 벗고 있어서 처음에는 몰랐지만, 한번 싸운 상대라면 충분해. 


하스미를 지키면서, 쓰러뜨린다. 


히나는 총기를 한 손으로 들고서, 전투태세를 취했다. 



"거기구나!" 



때가 된 듯, 우비아는 히나가 보고 있는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우비아의 무기는 다름 아닌, 나이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가속해 히나에게 다가왔다. 

금방이라도 베어버리겠다는 자세, 히나에게는 엄청난 위협으로 느껴졌다. 

마치, 한밤 중의 산에 있는 먹잇감을 노리는 늑대처럼. 


--- 피할 수도 없어...! 피한다면 하스미가 그대로 표적이 되겠지. 

그렇다면, 막아낸다...! 저 일격에, 이 커다란 기관총으로는 충분히 막아낼 거야! 


히나는 오른손으로 꽉 쥐고 있는 기관총을 높게들어, 휘둘렀다. 

우비아는 예상이라도 한 듯, 히나의 지근거리까지 파고들어 히나를 여러 번 베어냈다. 

그러고는 다시 어두운 복도 속으로 뒷걸음치며 사라졌다.



"으윽...!"



---- 역시, 통하지 않을게 뻔했던 건가. 

엄청난 신속력을 가지고 있다면, 파악력도 빠르겠지.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그리고... 저 녀석 「철갑탄」을 왜 쓰지 않는 거지? 

아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히나의 몸에서는 상처가 벌어지고 있었다. 

우비아가 들고 있는 나이프의 칼날로 인해, 오른팔과 왼쪽 어깨와 뺨까지 선혈들이 튀고 있었다. 


----- 분명, 내가 휘두른다는 판단을 하지 못했더라면... 더 깊게 베었을 거야... 

그보다... 저 녀석, 세이아의 말대로 엄청나게 강해. 

빠르고, 정확하게... 날카로워. 

복도가 너무 어두워, 라이트로 비춘 게 고작 이 정도라니...- 

분명, 틈이 보인다고 총알들을 쏘아댄다면, 

저 엄청난 속도로 다 피해버릴게 분명해. 

그러니까... 근접전으로 가는 거다. 

총알을 쏘는 게 아닌, 막아내는 거야. 

그리고 저 엄청난 속도를 뚫기 위해서...- 

어둠 속에서 찾아내는 게 아닌, 파악하는 거야. 

제일 노리기 쉬운 위치를...! 


그때- 히나는 뒤를 돌아 쓰러져있는 하스미에게 달려들었다. 


'부웅----' 


거대한 기관총을 들어 휘두르는 소리, 공기가 무거운 속도에 버티지 못해 

괴롭다고 울부짖는 것처럼, 소리와 바람이 함께 퍼져나갔다. 


'트드드득-----------' 


... 그 짧은 찰나- 


우비아는 공중에서 하스미를 향해 공격을 가했지만, 

하스미의 눈에서 칼날이 가까워진 순간, 히나가 그 공격을 가로채서 막아냈다. 



'읽어냈다...!'



그야말로 적중. 우비아의 속도를 따라가 막아내는 것이 아닌, 

공간에서 어떠한 궤도로 들어올지에 대한 파악력. 

전투 경험이 다양한 히나는 본능의 따라 궤도를 읽어내며 막아냈다. 


히나는 이 기회를 절대로 버리지 않도록 자세를 취했다.


------ 기회. 이건 내가 만들어낸, 단 한 번의 기회. 

분명, 여기서 밀려난다면 더 이상 힘들지도 몰라. 

아니, 둘 다 죽을지도 몰라...! 

다른 사람들의 상태는 알지도 못해. 

이미, 전투를 진행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이 녀석들은 살인을 저지르는 녀석들...- 

여기서 쓰러뜨리지 못한다면 일이 커질게 분명해. 


그러니까- 



"지금 여기서 쓰러뜨린다...!" 


"칫, 너무 쉽게 봤나!?" 



히나가 기관총의 총구를 공중에 있는 우비아에게 조준했다. 

우비아는 어떠한 자세도, 행동도 취하지 못하는 상황.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는 우비아 마저도 당황했다. 


우비아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소라사키 히나, 게헨나의 정상을 대표하는 강함을 가진 녀석. 

빠르고 은밀한 공격을 단 한 번의 기회로 막아내는 히나를 보고서 

자신은 히나를 너무 얕보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이스보셋...-" 



「이스보셋」은 히나의 무기. 

기관총의 총구에 보라색 불꽃을 점화한 다음, 

총알들을 가열시켜, 마치 소이탄을 난사할 수 있는 기술. 


히나는 우비아에게 난사하기 전, 확신했다. 

이걸 맞은 우비아는 무사하지 못할게 분명하다고 


그럼에도,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 한편, 저택 1층의 홀. 상자의 미로 



'투두두두두두두---------' 

'콰가가강-----' 


"엄청난 소음이네."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한편, 아즈사는 저택으로 들어와 상자의 미로에서 헤매고 있었다. 

여러 방향에서 소음이 들려왔다. 이건 분명 싸우고 있는 소리라며, 아즈사는 확신했다. 



"흠...?" 

"여기에서 냄새가...?" 



아즈사는 파란색 페인트로 X가 적혀있는 상자에서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 분명 맡아본 냄새인데...-" 


"이건... 금속?" 



무언가 낌새를 느낀 아즈사는 상자를 부수고서, 

그 안에 있는 작은 결정체를 꺼내 다시 한번 냄새를 맡았다. 



"읏?! 이건...-" 



- 맡아본 적 있다. 이 혐오스러운 냄새. 

세이아를 암살하라며 준 폭탄의 냄새였다.



"사오리가 나에게 줬던 폭탄의 냄새야. 거의 일치해." 

"이게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지?"




'쿵-' 

'콰강--' 


"?!" 



그때- 아즈사가 보고 있던 정면 넘어에서 무언가 느껴졌다. 



"진동이...-" 

"아니, 상자들이?!" 


'콰가가가가가가강-----' 


아즈사의 시야에서는 

미카가 초록 점퍼를 입은 여성에게 밟힌 채, 상자와 함께 밀려나고 있었다. 



"?!" 



미카는 그 충격과 함께 바닥으로 내팽개쳐 쓰러졌다. 

그 현상을 본 아즈사는 놀라며 말했다. 



"회장?!" 

"왜 여기에 있는 거야?!" 


"... 콜록, 콜록..." 

"아즈사 쨩...?!" 


"------읏?!" 



아즈사는 미카에게 무사한지 살펴보려고 다가가고 있었으나, 

초록 점퍼의 여성은 그 틈도 잠시라도 주지 않겠다는 일격에 피해를 입었다. 


- 개머리판으로 때린 건가...? 엄청 강해 저 녀석... 

미카 회장이 쓰러질 정도면 어느 정도의......



"어?"



아즈사는 초록 점퍼를 입고 있는 여성의 얼굴을 보자, 경직되었다.



"... 아즈사." 

"오랜만이구나." 



정말 오랜만에 듣는 그리운 목소리. 

그리고... 조금은 변했지만 그리웠던 모습. 



"... 나, 나나코?" 

"너, 넌... 2년 전에...-" 


"뭐, 어쩌다 보니." 

"마침 잘됐네." 

"아즈사, 너를 생포하라는 본부의 지시도 있어서 말이야." 


"............." 


"그런데, 난 먼저 찾아서 죽일 생각이었거든." 



아즈사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나나코라는 녀석의 얼굴을 보고서 경직되어 있을 뿐. 



"... 제비아나는...? 살아있는 거야?" 

"트리아는...?" 


"... 아쉽게도 다 살아있어." 


"...!" 

"모두... 죽은 걸로 알았는데...-" 

"아니였구나..." 

"다행이야..." 


"... 뭐?" 


"진짜로 다행이야... 살아있었구나..." 


"네가 감히...-" 


"...?" 


"네가 감히 우리를 걱정해?!" 


"큭?!"



나나코는 아즈사의 목을 부여잡고는 팔을 들어냈다. 

아즈사는 놀라며 두 손으로 나나코의 팔을 잡고 괴롭다는 듯이 힘을 주고 있었다.



"커, 커억-" 

"나, 나나코... 이게 무슨?" 


"... 넌 기억 못 하겠지." 

"그때 너만 살았으니까." 


"... 커어...-" 


"난 아직도 기억해." 

"동료들을 모두 버리고, 떠난 너의 뒷모습을...-" 


"... 나, 나나코...-" 


'털썩-' 

"콜록, 콜록...-" 



나나코는 부여잡고 있던 아즈사의 목덜미를 놓았다. 

그리고서 등에 로프로 고정된 소총을 두 손으로 들고, 아즈사의 머리에 조준하며 말했다. 



"나나코...?" 


"... 그러니까 죽어줘, 아즈사." 

"기억할리가 없으려나." 

"너만 살았으니까...- 


"............" 

"... 아니, 매일 생각하고 있어." 


"..........." 


"... 그때 내가 다시 뒤돌아봤다면... 구할 수 있을까 하고." 


"........... 그래서." 

"살려 돌라는 거야?" 


"아니, 그런 게 아니야." 

".......... 미안해." 

"이 사과로 끝날 수 없는 사실인 건 잘 알아." 

"죽음으로 갚아야 하는 사죄인 것도 알아..." 

"그렇지만..."



- 내가 만약 뒤돌아서 구했다면... 

만약 너희들이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면... 

나는 이곳에 오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우리는 아직까지 함께였을지도 몰라. 


아즈사는 옛날의 일을 짧게 회상했다. 


불타는 아파트에서 괴롭게 울부짖고 있는 아이들. 


'아즈사 구해줘!!!' 

'아즈사?!!?!?!??' 


'살려줘!!! 제발!!!' 

'아즈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아즈사는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자신의 소총을 쥐고서 이어 말했다. 


그리고, 쓰러진 미카를 보고서 아즈사는 이 상황을 파악했다. 

트리니티... 즉, 아리우스의 습격이 분명했음을 느끼고서... 



"미안, 나나코." 

"지금은 죽을 수 없는 이유가 너무 많아서 말이야." 


".......... 읏!" 


"흡!" 



아즈사는 자신의 머리를 조준하고 있는, 나나코의 총구를 쳐내며 옆으로 달아났다. 



"... 결국 다시 뒷모습을 보이는 거냐." 

"..........." 

"개 같은 년...!" 



나나코는 아즈사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 역시, 쫓아오는 건가. 

나는, 나나코를 이기지 못해. 

내가 이길 수 있는 수단은, 단 한 개도 없을 거야. 


아즈사는 상자가 쌓인 미로에서, 알 수 없는 길들을 파 해치며 달아나고 있었다. 



"아즈사, 실력도 그대로구나." 


'퍼억---' 


"크흑...!" 



-- 나나코에게 따라 잡혀 버렸어... 

그러고 보니... 우리들의 특기는 근접전이였지... 

그중에서도... 너는 두 번째로 빨랐고...


나나코가 휘두른 개머리판으로, 배를 타격당한 아즈사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어두운 바닥에 혈흔을 토해대며 거친 호흡만 쉬고있었다.

아즈사는 고개를 들고, 다가온 나나코의 얼굴을 바라봤다.


아름다운 파란 눈동자, 그리고... 새벽의 밤하늘처럼 아름다운 파란 머리카락.

그때의 나나코, 너는 웃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물었지.


'나랑 친구하지 않을래?'


'?'





"........"


"말해봐, 아즈사." 

"왜 그때... 뒤돌아 도망친 거냐?" 

"모두를 살릴 수 있었음에도" 


"..............." 



'응, 친구!' 

'무슨 일이 있어도 믿어주는 친구 말이야.' 


'?'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알려주면 좋겠군, 새로운 훈련법인가?' 


그 이후, 내가 사오리를 따르며 지냈던 건, 너와 닮아서였을까. 



"말해보라고! 아즈사아아아아아아!" 

"난, 이날을 위해 갈고닦았어...!" 

"너를 만나기 위해서, 그리고... 그날의 답을 알기 위해서...!" 



--- 기억나지 않냐고...? 생생해. 그날을 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그 주황색의 잿빛 속에서... 두려움에 떨며 너희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그날. 



"... 과연 그런 거냐...-" 

"침묵하겠다는 거냐?" 



---- 나는, 너희에게 죽어야만 사죄되는 걸까. 

그러기엔... 너무 늦은 거 같아. 

그때는 감정이라는 것을... 하나도 알지 못했으니까. 


내 머릿속에는, 히후미가 떠올랐다. 


오늘, 꼭 늦지 않게 들어가겠다고 말했는데. 

분명, 지금 들어간다고 해도 화낼게 분명하겠지. 

화내는 히후미, 진짜 무서운데 말이야.



".........." 

"미안해. 나나코." 

"난 아직 살고 싶거든." 


"... 뭐?" 

"............." 



나나코의 목에서는 핏줄이 보이며, 팽창되기 시작했다. 


아즈사는 느끼고 있었다, 공기가 달라지고 있음을...- 

그리고, 이 무겁고 섬뜩한 공기는......- 



"... 그걸 네가 할 말이라고 생각하냐...?" 



미안하지만... 이제와서는 목숨으로 갚지 못하거든. 

히후미에게 돌아간다고 약속해서 말이지. 



"아즈사아아아아!!!" 


"으읏...!" 


'트드드득-----------' 



그렇게, 나의 옛 친구 나나코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두 개의 감정이 교차한다. 

나나코의 감정은 「복수」 

그리고 그 감정에 대항하는 나의 「의지」 


「복수」에 가득 찬 나나코는 나에게 총구에 달린 나이프로 일격을 가했다. 

나는 그 분노를 향한 일격을, 다리를 벌리고 중심을 잡은 채 소총으로 막아냈다. 


- '모두'는 나이프의 활용법을 전체적으로 배우니까 말이야. 

오직 살인을 아리우스의 검술이라고 해도... 

파훼법을 알고 있는 나라면 충분히 대항할 수 있어. 


2년 전, 나나코를 본 14살인 나는... 

15살임에도 불과하고, 우리 모두를 지켜내는 모습을 보고 깨달았어. 

나이프를 쥐고 있는 나나코는 그야말로 '영웅'이라고. 

그러니까- 애초에 잡힌 순간부터... 결정된 승부지만...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어, 히후미에게 늦지 않게 돌아간다고 했으니까...! 


나나코의 소총. 총구에 달린 나이프는 힘을 더욱더 실을 수 있게 최적화된 근접형 총기. 

아즈사가 막고 있는 선에서는, 무게도 속도도...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강함이었다. 

어마 무시한 괴력... 아즈사는, 그 2년간 다시 한번 성장했음을 느끼며, 

아즈사는 점점 버티지 못하고 있는 소총을 두 손으로 잡은 채 이를 꽉 물고 있었다. 


-- 이대로 간다면, 두 손에 쥐고 있는 소총이 부서진다. 

아마, 내가 힘이 모자라기에 무기가 버티지 못하는 거겠지. 

여기서 버티지 못하면, 저 나이프에 그대로 베어버리고 말 거야. 


나나코의 칼날을 소총으로 막아내며 버티고 있는 시간은, 어느새 1분이 넘게 흘렀다. 

몸이 무겁다, 전신에 점점 힘이 없어지기 시작한다. 

팔의 감각부터 상체의 근육들의 힘이 없어지기 시작한다. 


'정신력'의 문제겠지... 크흑... 이곳에 오고 나서 훈련 따위 하지 않았으니까...!



"얌전히 죽으라고!!!"


"으읏...-"



--- 「복수」의 일격임에도 내가 여기까지 버티는 이유. 

그건, 히후미와 다시는 떨어지기 않기 위해서. 


절규하는 히후미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사오리를 막기 위해 떠난 그때가 정말로 후회돼. 


그저... 히후미의 곁을 떠난 이유로... 그렇게나 가슴이 아팠는데...! 

이대로 히후미의 곁을 떠난다면...- 

히후미는 절망할지도 몰라... 그러니까... 버틸 거야...! 

살아갈 거야...!! 히후미가 알려준 '행복'을 이어나갈 거야!!! 


내가 「복수」의 일격에도 버틸 수 있는 이유. 

히후미가 가르쳐준 「의지」 


---- 밀어내는 거야......!!! 힘을 다리부터 끌어모아서 버티는 거야...! 

상체의 근육을 어떻게든 쪼아서 다리의 힘으로 밀어내는 거야...!



"아즈사... 너...!"



아즈사는 혼신을 쥐어짜 내는 힘으로 나나코의 일격을 밀어내고 있었다. 

상체의 힘을 어떻게든 끌어 내밀며, 숨을 깊게 마시고서 기합을 외쳤다.




"흐으읍...-" 


"... 그렇게나 살고 싶은 거냐...!?" 


"하아...-" 

"하아아아아...!!" 


"아즈사아아아아아아!!!!!"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즈사가 나나코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 보며 일격을 밀어내고 있었다. 


----- 아직이야... 아직, 버틸 수 있어. 

두 다리가 찢어질 것 같지만, 그럼에도 버텨야 해. 

이대로 밀어서... 공격을 무마시키는 거야. 



'투두두두두두두두------' 

"으윽?!!!" 


"잘 버텼어, 아즈사 쨩." 



마지막까지 살기 위해 쥐어짜 내는 때에- 

미카가 나나코의, 바로 옆에서 총알들을 연발했다. 


미카가 들고 있는 기관단총, 란체스터의 연발. 

아즈사와 일격을 겨루고 있는 나나코의 왼쪽 상체를 향해 연발했다. 

네루가 사용하는 기관단총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무기던지 간에, 초근접에서 연발한 총알의 위력은 

헤일로가 가진 누구라 해도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나나코는, 엄청나게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을 짓고는 

뒤로 물러선 다음,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은 채로 있었다.



"... 미소노 미카...-" 

"그 짧은 틈에 회복한 거냐...!" 


"... 후훗, 그 정도로 부족했나 봐?" 

"정말로 '그곳'의 녀석들은 괴물 덩어리네." 


"네가 할 말이냐... 위선자 주제...-" 

"크흣...-" 


"자, 그럼 아즈사 쨩." 

"움직일 수 있어?" 


"... 응." 

"다행히도." 


"그럼, 지금 여기를 나가서 선생님에게 상황을 알리는 거야." 


"... 선생님이 여기에 있어?" 


"응, 나중에 설명해줄게." 

"지금은 이 상황을 알리는 게 더 중요해." 


"그렇지만, 나나코는 정말로 강해..." 

"혼자서는 부족할 거야." 


"어머, 얘 좀 봐?" 

"네가 나한테 꽤 강하다며?" 

"꽤 강한만큼 지지 않아." 


"그렇지만..." 


"걱정 마, 아즈사 쨩." 

"무사히 돌아갈 거니까." 


"...... 알겠어." 



아즈사는 미카의 말을 듣고는, 뒤를 향해 달렸다. 



"............" 


"... 자 그럼." 

"2차전 시작해볼까?"









==============


▣ 14.





하얀색 가디건의 전체가 반쯤 빨간색으로 물들고... 

어두운 바닥이 흥건하게 젖어가고 있었다. 


세나는 그런 히후미의 상태를 보고 있었다. 



"... 다행히 심장은 아슬아슬하게 피했습니다." 


"살아있다는 거야?" 


"네, 아무래도 다행이죠." 

"그렇지만, 지금의 상태도 무사하다고는 안심할 수 없습니다." 

"출혈의 상태가 너무나 심각해요." 


"...... 다행이다." 


"응급처치는 완료했으니." 

"제가 히후미 씨를 업고 가겠습니다." 

"선생님은 길을 안내해주시죠." 


"응." 



아직, 히후미가 살아있다. 

그렇다 해도 감동에 젖기에는 지금의 상황도 위험하다. 

히후미는 아주 조금씩 호흡하고 있었지만, 피를 너무 흘린 까닭에 피폐해진 상태였다. 


'진짜로 다행이야. 히후미.' 

'제발 나갈 때까지만 버텨줘.' 


세나는 히후미를 업고 내가 안내하는 길로 따라가기 시작했다. 

내가 들어온 길까지는 외우고 있었으니까, 금방 길을 찾아 나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 


"... 응?" 


"그래도 아까는 감사했습니다." 


"...?" 


"찾아와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만." 

"좋은 판단은 아니지만, 솔직히 기쁩니다." 


"... 감사인사는 나중에라도 받아줄게." 

"일단 여기서...-" 



그때- 누군가가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선생님, 앞에." 


"... 넌..." 


"진짜로 들어왔구나 선생." 



녀석들이 아닌, 연방조율통제회의 아오이. 


이 사건이 발생한 이유. 그건 아오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학살의 목적으로 움직이는 녀석들을 도와준 건 다름 아닌, 아오이니까. 


아오이는 나와 세나를 바라보며, 우리의 앞을 가로막았다. 



"... 세나." 


"네, 선생님." 


"1층으로 내려가면 2가지의 갈래길이 나올 거야." 

"그중에서 왼쪽으로 길을 따라간다면 빛이 보일 테니까." 

"그쪽으로 먼저 가줄래?" 


"...?" 

"저자를 상대하겠다는 건가요...?" 


"아니." 

"끝내야만 하는 대화가 있어서 말이야." 


"... 일단,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꼭, 오셔야 합니다." 


"... 응." 



그렇게 세나는 히후미를 업고서 아오이의 옆을 지나갔다.



"... 피...?" 


"......." 



길고 넓으며, 어두운 2층의 저택 복도에서 아오이와 나는 서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오이는 땅바닥의 피를 보고서 이어 말했다. 



"... 결국 쏜 거구나." 


"알고 있었지?" 


"... 뭐가?" 


"결국, 이렇게 될 거라는 거." 


"... 그러게." 

"이건 내가 계획한 게 아닌데 말이야." 


"... 무슨 생각이야?" 

"대체, 왜 그런 위험한 녀석들이랑 손을 잡은 거야?" 


"... 나도 쏠 줄은 몰랐어." 

"사과할게." 


"... 뭐?" 


"............" 

"저번에 말했었지?" 

"내 계획은 어디까지나 학교를 없애버리는 것." 

"자세히 말해주자면,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학교를 없애버리는 게 목적이야." 


"학생들을... 지켜?" 



나는 아오이의 말을 듣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네가 할 소리냐 아오이? 

지킨다고...? 지금 이 상황이... 대체 어디를 지키는 건데...? 



"선생." 

"여기 이 저택의 과거를 알아?" 


"...?" 


"옛날에도 선생 같은 한 남자가 있었지." 


"......" 



내가 오기 전 또 다른 선생님의 이야기겠지. 

이미 알고 있다. 이 저택에 관한 건 세이아에게 들었으니까.



"참, 착했어. 잘 도와주고, 잘 이해해주고." 

"그런데... 표면만 그랬던 거야." 


"... 표면만?" 


"하핫." 



어색한 웃음을 짓는 아오이는 왠지 슬퍼 보였다. 

그럼에도, 나를 응시하며 계속해서 이어 말했다. 



"선생이 오고 한 달이 지날 무렵." 

"학생들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지." 

"... 나는 조심하라며 걱정하는 친구들 속에서" 

"괜찮다며 걱정하지 말라며 떠들었던 그날." 

"결국, 나도 그 소문에 잡히고 말았지." 


"......." 


"그곳엔, 그저 감옥이었어." 

"피 투성이에 죽은 여성들... 아니, 학생들." 

"무엇을 한 건지 모르겠지만...-" 

"헤일로를 가진 우리들을 죽일 정도로 때린 거라면..." 

"얼마나 엄청난 시간을 보낸 걸까." 

"힘들었을 텐데...-" 

"빨리 죽고 싶었을 텐데...-" 



헤일로를 가진 키보토스의 학생들은 초인이라고 부를 정도의 힘. 

그런, 학생들에게 죽을 정도로 때린 거라면... 그야말로 고문. 


5.56m 탄환을 쏟아부어도 죽기 힘든 생명력을 가진 아이들이 죽었다는 건. 

그만큼 잔혹하고 계속되는 폭력이 있었다는 말이겠지.



"... 그 감옥에서 수차례 당하고서." 

"5일이 흘렀을 무렵..." 

"이젠 알았지." 

"나는 거기서 나갈 수 없다는 걸." 


"........." 


"그리고서... 두 명 세명... 아니 열명." 

"점점, 대려 오기 시작했어." 

"이 저택은 그때의 선생이 비밀리로 사용하는 곳이라, " 

"아무도 들어올 수도 없었다고 해." 

"트리니티의 학생회에서도 선생이 그런 짓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겠지." 


"......." 


"그래도... 살고 싶었어." 

"나보다 늦게 들어온 아이들은 먼저 죽어나갔지만..." 

"먹을걸 주며, 때리고... 목이 마르다고 하면..." 

"어디서 부탁질이냐며 때려대고...-" 

"그땐 너무 목이 말라서 말이야." 

"바닥에 흘린, 내 피를 마시기 시작했어." 


"....... 아오이..." 


"...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때리지 않기 시작했어." 

"다른 곳으로 눈을 뜬 거지." 

"바지를 벗은 채... 진정한 지옥은 그때부터 시작되었어." 

"뱃속은 가득 채워지며... 입안은 더러운 냄새가 나고...-" 


"......." 


"그렇게 벽에 그어진 줄의 숫자를 외우며, " 

"아. 시간이 이렇게 지났구나를 파악했어." 

"... 그리고 그 시간을 보며." 

"차라리 내가 죽는 게 아닌, 내가 죽여야겠다고 생각했어."



"............" 


"망치로 선생의 머리를 때리고서." 

"확실하게 죽였지, 그리고는 발견되었어, 총학생회에서." 

"총학생회장이 나에게 다가와 말해주었지." 

"이 사건의 암묵을 부탁하는 대신, 나에게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 


"... 그런 일이 있었구나." 


"이 자리를 온 뒤에... 다짐한 거야." 

"그런 지옥이 벌어지지 않도록... 움직이자고." 

"그런데, 어느 날. 총학생회장은 실종되고, " 

"다른 선생님까지 온다고 하고... 연방국 모두도 내 말은 듣지 않고..." 

"그래서 손을 잡은 거야." 

"무슨 일이 있더라도 같은 행적이 발생하면 안 되니까." 


"... 네가 말하는 힘이라는 건, 겨우 그런 거였어?" 


"뭐 보다시피." 

"강함을 추구한 건 맞아." 

"선생의 권한을 빼앗고 싶었던 것도 맞아." 

"하지만...-" 

"내가 원한 결과는... 피 투성이가 아니란 말이지." 



상처뿐인 이야기 속에서 나는 아무 말도... 아무 감정도 표출할 수 없었다. 


아오이를... 너무 좋지 않은 시선으로만 본 게 분명하다. 

아오이만의 방식으로 학생들을 지켜내는 일. 


그 일을 다짐하고서, 이렇게까지 집착이 시작된 건 조약으로 인해 벌어진 일 때문이겠지. 

테러로 인한 부상자가 너무나도 많았으니까 말이야... 


... 아즈사와 트리니티에게 그렇게 집착했던 건, 그런 이유였구나. 


자신의 악몽이었던 트리니티를 부수기 위해서, 

아리우스 분교에 파견된 아즈사의 약점을 이용해 부수려는 계획...-



"... 그렇지만, 그것도 돌아갈 수 없게 되었네." 


".........." 


"... 저 녀석들 눈이 돌아버려서 말이야." 


".........." 


"... 뭐라도 말 좀 해보지?" 



그럼에도, 나는 아오이를 이해할 수 없다. 

분명, 키보토스의 학생들은 불행에 빠진 녀석들이 가득하겠지. 

내가 알아온 모든 학생들도 한 번씩 불행을 겪어 봤으니까. 


그렇지만, 아오이. 넌 틀렸어. 

그 과정이 너무 지나치게 잘못되었어. 

「학생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너의 방식은 인정해. 

총학생회장의 권한을 가진 선생님이라는 상대로 여기까지 해냈으니까. 


그런데... 그뿐인 거야. 

그 방식은, 지금 너의 과정 때문에 학생들을 더 이상 지킬 수 없어졌으니까. 

여기에 있는 녀석들을 내보낸다면, 얼마 있지 않은 채 학살극을 시작하겠지. 

아니... 이미 시작된 걸 지도 몰라. 

히후미도, 세나도... 지금 여기서 싸우고 있는 녀석들도... 

지금 필사적으로 막아내고 있어. 네가 들여놓은 그 녀석들 때문에. 

아오이... 네가 말하는 평화는... 겨우 이런 거야. 


나는 아오이를 노려보며, 말을 건넸다.



"... 넌 틀린 거야. 아오이." 

"네가 그렇게 아프고, 고통스럽고 힘겨운 거 알겠어." 

"그렇지만, 과거에 대한 증오는...-" 

"현재의 자기 자신도 구하지 못해." 


"........." 


"「똑같은 부류」라고 했었지." 

"그렇다는 건, 너를 가장 이해할 수 있는 건 나야." 

"키보토스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더 이해할 수 있어." 

"너 만큼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아픈 과거를 겪고서 이겨냈어." 

"그리고, 이곳으로 오고 난 뒤 내 삶의 가치를 느꼈고." 

"더욱더 학생들을 위해 움직이자고 생각했어." 

"실현했지만, 결국 한계는 있어." 

"그렇지만, 그 한계 따위는 무시할 거야." 

"학생들을 위해서."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 계속해서 움직일 거야." 


"........" 


"자신의 힘을 다 쏟아보지도 않고 남의 힘을 빌린다고?" 

"웃기지 마."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부딪힐 각오도 되어있지 않은 녀석에게는..." 

"증오마저도 복수할 자격 따위 없어." 


"................"



개인의 증오를 이해하는 일은 분명 힘들겠지. 

그렇지만, 아오이. 난 너의 증오를 이해할 수 있어. 

네가 말한 대로 우리는 똑같은 부류... 아니, 지옥을 경험한 사람들이잖아. 

그러니까 바꿔야만 해. 앞으로의 아이들을 위해. 


아오이... 너의 방식대로 지옥을 없애버리겠다는 방법은 납득되지만... 

네가 말하는 평화는... 어디에도, 지금 이곳에서도 찾을 수 없어. 


나는 내 진심을 아오이가 알아주길 바랬다. 

직설적으로 말하는 게 아닌, 자신이 생각하는 증오에 대해서. 

그리고... 아오이가 학생들을 지키겠다고 다짐한 의지에 대해서. 



"... 선생." 

"... 내 선택이 정말로 틀렸다고 생각해?" 


"......." 

"솔직히 말하자면 몰라." 


"뭐...?" 


"너는 시험문제 풀 때, 답안지를 보고서 하냐?" 


"...?" 


"나도 몰라." 


".........." 


"그렇다 해도..." 

"나는 아무 답이나 적어보겠지." 

"그게, 내가 여태까지의 모든 시험지에 적어놓은 '답'이니까." 


"..............." 

"... 맘대로 하지 그래?"



아오이는 뒤를 돌아 사뿐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내 진심이 전해진 걸까, 나는 내심 아오이를 걱정했다. 

나는, 아오이. 자기 자신이 걸어온 길을 '틀렸다'라고 주장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선생님인 나도 자세히 모른다. 


지금 이 사단이 벌어진 것도, 히후미가 총에 맞은 것도... 

내가 선택한 결과일 수도...- 


아오이가 아닌 선생님인, 나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아오이를 다른 시선으로 이해하고 바라봤다면, 

이 사태를 일찍 막아내고, 지금쯤 해결했을지도 모른다. 


히후미에게 그랬던 것처럼... 너에게도 나의 몹쓸 것을 이해해 돌라며 뱉은 말일지도 몰라. 

그래도... 더 나은 답을 기대하면서... 

학생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게, 계속해서 행운에게 기도할 뿐이야. 


나는 저 멀리 걷고 있는 아오이의 뒷모습을 보고서, 1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뛰어갔다. 


다음에는 부디, 서로가 이해할 수 있음을 빌면서...










한편- 저택 1층의 서재



"크, 크흣!" 


"움직이지 마 쨔사!" 

"더 쌔게 밟아버린다?!" 


"그나저나 여기저기서 총소리가 들리네~" 

"저쪽에서도 싸움이 시작되었나 봐!" 


"아스나..." 

"... 지금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란 건, 네가 제일 잘 알지 않아?" 



쿠루루를 제압한 네루와 아스나는, 여기서 어떻게 나갈지 생각 중이었다. 



"아스나, 혹시 길 외우고 왔어?" 


"응? 아니?" 

"꼬마 부장이 외우고 있는 줄 알았지." 


"......." 

"조금은 도움이 되라고." 


"헐~ 라이트를 다시 작동시키게 한 건, 나인데 말이지~" 



네루는 눈살을 찌푸리며 아스나를 쳐다봤다. 


- 확실히, 아스나 녀석이 나설 차례가 없긴 했지만... 

이 녀석, 듣던 거랑 반대로 약하잖아? 

선생이 말하기로는 나랑 버금가는 실력이라고 들었는데...- 

이건 뭐, 내가 나서지 않아도 아스나가 충분히 저지할만한 실력이네. 


네루는 밟고 있는 쿠루루를 내려보면서 말했다.



"야 인마." 

"힘 풀었으니까 대답 좀 해봐." 

"여기에 있는 녀석들은 몇 명이야?" 


"......." 


"... 무시냐?" 

"더 해보자는 거지?" 

"아앙~? 그렇지?" 


"어, 어...-" 


"뭐?" 


"... 언니!!!!!!" 


"어, 언니? 나를 보고 언니라고...-" 


"꼬마 부장!!!" 

'타앙-' 



아스나는 네루를 감싸 총알을 맞았다. 

네루의 옷에는 빨간 선혈들이 튀었으며, 

아스나의 배에서 튀어 오른 피를 보고서 두 동공이 커졌다. 



"... 아스나?" 


"지, 진짜 아파... 끄흣..." 

"이게... 그 회의에 나온 총알이구나...?" 


"아스나!?" 



네루는 피가 흐르고 있는 아스나를 안고서, 생각했다. 


-- 이게 말로만 듣던, 「철갑탄」... 

아무리 둘 다 방심했다지만, 아스나가 한방에 당하다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 



"쿠루루. 이리로 오세요." 


"... 어, 언니이..." 


"어머, 많이 다쳤군요." 

"그러길래, 가면은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잖아요?" 


"... 그, 신앙심을 모셔야 하니까 아...-" 


"중2병은 역시, 고칠 수 없는 걸까나." 



네루는 대화 소리를 듣고, 아스나를 안은채 총을 쏜 녀석을 노려봤다. 


파란색 드레스에 긴 금색의 머리카락. 

그 머리 위에는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서 네루와 눈이 마주치고 있었다.



"... 어머, 미카모 네루잖아요?" 

"설마 여기를 쳐들어온 게... 「C&C」인 건가요?" 


"............" 



상대할 틈도 없이, 네루는 아스나를 걱정했다. 

안고 있는 아스나를, 눈을 감고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 아스나... 넌, 이게 문제야... 

먼저 나서서 눈에 띄면 뭐가 이득이 있다고 그래. 

또 이렇게... 아픈 기억들만 모이고 있잖아. 

계속 앞에 나서기만 한다면, 답이 없다고 항상 알려주는데도... 



"........" 


"... 꼬마, 부장..." 


"... 아스나..." 


"울지 마..." 

"그냥 쉬는 거뿐이야..." 

"진짜로... 잠시만 쉬는 거니까 아...-" 


"........." 


"우리 꼬마 부장... 잘할 수 있잖아...?" 



거친 숨을 몰아쉬는 아스나, 이제 숨 쉬는 것도 힘들어 보인다. 

네루에게 어떻게든 목소리를 쥐어짜 내며, 한마디를 전했다. 


쿠루루의 언니, 아스나를 쏜 파란색 드레스의 여성은 

네루에게 다가와 권총을 조준하고서 말했다. 



"... 미카모 씨." 

"미안하지만, 죽어줘야겠어요." 

"방금, 들어오신 분들은 제거하라는 대장의 지시가 있어서 말이죠." 


"... 너 이름이 뭐냐?" 


"제비아나 입니다." 

"당신이 괴롭혔던 쿠루루의 언니 되는 사람이고요." 



네루는 아스나를 바닥에 편하게 눕도록, 품에서부터 천천히 아스나를 내려놓았다. 


'언니... 언니인가, 아스나도... 처음 볼 땐 나보다 언니인 줄 알았지.'





아스나와 처음 만난 건 다름 아닌, 1학년 교실. 

나는 입학식 첫날부터 이상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야야... 저기 좀 봐.' 


'히익... 교복 위에 스카잔을 입었잖아?' 


'저 녀석 중학교 때 일진이었던, 미카모 네루잖아?' 


'불량배랑은 가까이하지 않는 게 좋아.' 



별의별, 소문이 다 있네... 

뭐 늘 이렇다. 누군가가 다가오지도... 물어보지도 않고서 

불량배니, 양아치니, 일진이니... 하아~ 입학 첫날부터 글러먹었네. 

밀레니엄은 그나마 공부 잘하는 애들만 모이다 보니까 

나같이 생긴 애랑은 못 놀겠다, 이런 건가...? 


그때 옆자리에 있던 여학생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저기!" 


"...?" 


"혹시 키가 몇이야?" 


"... 144cm인데..." 

"이런 건 왜 물어봐?" 


"풉!!!" 

"아앗. 미안~" 


"... 너 죽고 싶냐?" 



아스나의 첫 만남. 

다른 아이들처럼 나를 이상하게 보는 것도 아닌... 

그저 한 교실의 같은 반 친구. 



"아잇! 등 뒤에 바보라고 쓴 거, 이치노세가 붙였지?!" 


"꺄르르륵~" 

"꼬마에게 들켜 버렸다 암~!" 


"쨔사!!! 거기 서!!"



첫 만남 이후로 엄청나게 친해진 나와 아스나는 

학교를 갈 때도, 점심을 먹으러 갈 때도, 하교를 할 때도... 

늘 함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운동장 그늘 진 곳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3명의 학생들. 



"얘들아 그거 알아?" 

"사실 이치노세가 미카모에게 잘 대해주는 이유가, 잘 나가고 싶어서래~" 


"허얼~ 완전 구져~" 

"그런 불량배랑 어울리는 이유가 있었구나~" 


"쿡쿡, 전부터 별로긴 했어." 

"땅딸보랑 거유랑 걸어 다니니까 서커스가 따로 없더라." 


"미카모 그년도 참... 일진 인척 하면서 가오 잡는 거 꼴 보기 싫더라." 


"허얼~ 진짜로~" 

"예쁜 척은 다한다니까? 이치노세랑 미카 모 말이야." 



그때 3명의 학생들 뒤에서 아스나가 다가왔다. 



"... 너희 지금 뭐라고 했어?" 


"엇?" 



- 그때의 아스나는 도저히 힘으로 제어할 수가 없었다. 



"아잇! 아스나! 진정해! 진정!!" 

"진짜로 퇴학당한다니깐?!!?" 


"이거놔...!" 

"나랑 네루 쨩은 그 아무도 욕하지 못해..." 

"얼마나 유대가 깊은 사이인데..." 

"너희가 뭐라고 떠드는 거야!?" 

"네루 쨩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는 알고 그러는 거냐고!?" 


"아이! 쨔사!!!" 

"그만하라고!!!" 


"커허... 커허-" 


"너희들이 이상한 소문을 계속해서 내는 바람에...!" 

"네루 쨩이 얼마나 씁쓸해했는데!!" 


"아니, 그만 때리라니까 아스나??!!" 

"난 괜찮으니까!!!" 



내가 욕먹는 건, 괜찮으니까 상관없어. 

그저, 아스나랑 떨어지고 싶지는 않아. 

그리고... 이렇게 평범하게 친구가 생긴 건 아스나가 처음이니까. 


그때처럼 정학이나 먹으면... 나만 심심해지니까. 


친구니까... 내가 꼭 옆에서 지켜줘야지.





"이제야 이해가 되기 시작했어...-" 

"선생도 그렇고... 아스나도 그렇고..." 

"뭐가 그리 오지랖들인지...-" 


"......?" 


"야 너." 

"... 마지막으로 할 말은 그게 끝이야?" 


"... 뭐라고요?" 


"유언은 그게 끝이냐고." 


"당신,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는 거 같은데..." 

"이 총알 한방이면, 미카모. 당신 심장쯤이야 바로 뚫린다고요?" 


"쏴바." 


"... 네?" 


"쏴보라고." 



제비아나는 느꼈다. 이 압박감, 공포. 

그리고 미카모 네루에게 느껴지는 저 눈빛. 

직감적으로 느껴낸 것은, 「분노」 


사람들은 화를 내는 일이 부질없음을 느낀다. 

자신의 속과 마음만 썩어가니까. 

그래서, 화를 내는 것은 일방적으로 자신이 손해를 만드는 일이다 라며 정의하곤 한다. 


그렇지만, 그 이야기는... 그저 사람들의 내린 정의일 뿐. 

지금, 미카모 네루가 생각하는 분노의 정의는... 아스나를 지킨다. 

아스나를 지키겠다는 정의로 이루어진 「분노」 


제비아나는 미카모 네루의 위협적인 공기를 마시고서 

권총을 조준한 채,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에 향했다. 


그렇지만, 이미 기회를 준 네루는 용서조차도 없는 상태. 

제비아나는 이길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쳤다. 그렇기에...- 

네루의 분노를 담은 주먹은, 이미 피하기에도 무리였다. 


'파스스스슥-----' 


네루는 주먹을 날리기 위해, 두 다리를 펴고서 자세를 잡았다. 

그런 탓인지, 목재로 된 바닥은 모두 일그러져 제비아나의 자세마저도 흩트려놓았다.



"바, 바닥이?!" 



제비아나는 자세가 흐트러진 탓에,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네루는 틈을 타서, 하체를 놓고서 뒤 발바닥에서부터 힘을 끌어올리며, 

대퇴를 밀어서 고관절을 밀고- 수직이 된 주먹을 제비아나의 복부를 향해 힘껏 쳐냈다. 



'우득--------' 

"커, 커억-" 


'콰가가가가가가가강----' 



네루의 주먹을 맞은 제비아나는 몸이 날아가 거대한 책꽂이들이 부서짐과 동시에 밀려나갔다. 



"........" 


"어, 언니?!" 



네루는 주먹을 너무 쌔게 사용한 탓에 손목으로 부담이 컸는지, 

손목을 털어놓으면서 아스나에게 향했다. 



"아스나, 괜찮아?" 


"후우... 응, 괜찮아." 

"역시 꼬마 부장... 믿고 있었어...!" 


"... 너무 말하지 마." 

"너 지금 배에 맞은 거야." 

"말하는 거 조금은 자제해." 


"... 응." 



네루는 아스나를 팔에 업고서, 서재의 바깥으로 향했다. 


'타앙---' 



"어...?" 


"... 너무 얕봤습니다. 미카모 네루..." 

"처음부터 쏴야 했던 건데." 


"꼬마 부장!" 

"다, 다리가...!" 


"당신의 힘 인정하죠." 

"과연 '피'를 마신 수녀들을, 모두 쓰러뜨린 게... 소문은 아니었나 봅니다."


네루는 서있는 제비아나를 보고서 당황했다. 

제비아나는 네루의 왼쪽 다리를 향해 쏜 탓에 아스나와 함께 땅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 제길... 쓰러지지 않은 거야? 그걸 맞고서...?! 

으윽... 다리가... 엄청나게 아프잖아... 우, 움직일 수가... 



"꼬, 꼬마 부장..." 


"... 아스나." 



-- 아까의 주먹에 힘을 다 쏟은 탓인지... 

반동 때문에 몸을 들 수가 없어. 무거워...- 

이대로라면 살해당한다. 아스나라도 구해야 해...! 


네루는 쓰러진 아스나를 감싸며 제비 아나의 쪽으로 등을 돌렸다. 



"네, 네루 쨩...!" 


"... 살려보겠다, 그런 건가요?" 


"하아, 하아...-" 


"뭐 좋습니다." 

"남은 탄환... 다섯 발." 

"버텨보세요."











-한편, 저택 2층의 복도



아오이와 대화를 나눈 탓에, 

시간이 지체된 나는 1층으로 갈 수 있는 복도를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세나와 히후미는 무사히 탈출했을까...?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을 텐데... 


1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보이자, 

나는 발견했다는 생각할 틈도 없이 몸을 재빨리 움직였다. 

어서 나가야 한다. 전자기기의 주파수를 모두 차단하는 EMP 폭탄 때문에 

지휘실에서 지시를 기다리는 아코랑 나기사에게 상황을 전달하지도 못했다. 


아로나를 두고 오면 안 되는 건데... 제기랄. 


나는 계단을 내려와 길을 찾고 있을 때, 이제야 느꼈다. 



"......?" 

"... 조용해." 

"총소리가 들리지 않아...?" 



모두 전투가 끝이 난 걸까... 승리와 패배를 알 수 없는 끝을 확인했다. 


우비아... 이 그룹의 리더 녀석이 철갑탄을 쓴 거라면, 

다른 녀석도 쓰는 게 당연할 텐데. 

모두... 무사할까. 



"...?" 



그때- 얕은 빛 사이, 상자에 핏자국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상자에 기대며 피투성이로 쓰러진 사람은... 다름 아닌...- 



"히, 히나?!" 



나는 놀랄 틈도 주지 않고 몸을 빠르게 움직여, 히나에게 향했다. 



"이, 이게 무슨?!" 



히나의 상태를 확인했다. 나이프로 베어진 팔과 다리의 상처들...- 

철갑탄에는 맞지 않았다. 총자국이 없었으니까. 



"거, 거짓말이지!?" 



키보토스에서도 최강자라고 불리는 히나가... 밀릴 정도라면... 이건 도대체... 

얼마나 막강한 녀석들이 찾아온 걸까. 

이 뒤에 승산은 있을까? 

아니, 일단... 여기서 히나를 데리고 나갈 수 있을까...? 

모두들... 살아있는 걸까...? 


히나는 살아있다. 분명 숨을 쉬고 있다. 

그렇지만... 쓰러진 히나를 보자마자, 절망이 몰려왔다. 

그리고... 알고 있었던 사실들을 다시 한번 감안했다.


뭐가, 선생이냐...? 아오이에게 그런 말을 한... 

내가 도대체 어떻게 선생이냐...? 

학생을 지키지도 못하는 녀석이, 뭐가 선생이냐...? 

나는 왜 선생을 하고 있는 걸까. 

지키지도 못하면서...- 

왜, 왜...? 왜, 선생을 하는 건데...? 

히후미 다음으로... 히나까지 몰고갈 생각이냐. 나는...? 


이겨내고... 넘어서... 다른 산을 넘어도... 금방 또 이렇게... 벽이 생겨버린다. 

언제나 그랬다, 그래도 넘어서는 것을 멈추지는 않았다. 

지켜야 하겠다고 다짐했으니까... 

그렇지만, 다짐뿐이었다. 


내 각오는 말만 지껄이는 다짐뿐이다. 


...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왜 학생 하나를 지키지도 못할까. 

무능한 내 자신이... 슬펐다... 아니, 죽고 싶었다. 



"흐윽... 흐으윽..." 



의식이 없는 히나를 안고서, 그저... 어린애처럼 울고만 있었다. 


뭐를 위해서... 그저, 그 무고하고 짝이 없는 회담을 이어서...- 

그 회담에 관련된 녀석들이, 세나를 납치했다는 이유로...- 

구해내려고 한 것뿐인데... 대체...- 


그저, 의식이 없는 히나에게, 죄의식으로 가득 채운 채 안으며 울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내 머리채를 잡았다. 



"흐, 끄으윽?!" 


"뭐야. 선생님." 

"또 만났네?" 



히나를... 이렇게 만든 녀석들... 그들의 리더, 우비아가 

내 머리채를 잡고서 자신의 눈높이까지 들어냈다.



"뭐야? 질질 짜고 있던 거야?" 


"흐윽... 흐으... 윽" 


"... 푸핫..." 

"푸하하하하하하!!" 

"아니, 아니. 선생님?!" 

"저기에 있는 녀석들 보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 흐으윽... 흐으... 흐으윽-" 


"가볼까~" 



나는 우비아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끌려가고 있었다. 


멀어지는 히나를 보고서, 나는 눈물을 그칠 수 없었다. 


미안해... 처음부터... 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처음부터... 선생님을 하지 않았더라면...- 



"자, 선생! 도착했어!" 


"......... 어?" 

"어- 어? 어...? 어-?"







"어?"



우비아는 내 머리채를 끌어올려 강제로 고개를 들게 했다. 

그리고, 고개를 든 채 바라본 풍경은... 


피 투성이... 아니, 피로 이루어진 강. 


세나와 히후미, 네루와 아스나. 그리고 하스미... 


모두가 시체더미처럼 모여 쓰러져있었다. 

미카는 보이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 쓰러진 걸까. 


그 뒤에는, 이 사건의 원인. 

히에로니무스를 섬기는 「제롬」의 녀석들이 서있었다. 


파란색 드레스, 초록 점퍼 그리고, 

저번에 봤던 쿠루루라는 녀석까지 모두가 모여있는 듯했다. 


나는 쓰러진 아이들을 보고서... 다시 한번 절망에 빠졌다. 


분명 살아는 있다... 거칠며, 짧은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저 의식이 불명한 채로 아이들이 쓰러져있었다.



"... 거, 거짓말..." 


"푸하하하핫!?" 

"거, 거짓마알~?" 

"아니, 이제 진짜 죽는다니까?" 

"내가 죽일 거니까!" 


"...... 죽, 죽인다니..." 


"너무 늦게 와버렸어, 선생님이." 

"왜 이제 온 거야?" 


"...... 흐으..." 


"왜 구하러 오지 않은 거야?" 


"... 그만..." 


"아파! 아파! 선생님!!!" 


"... 흐윽... 흐윽..." 


"질질 짜기는." 


'퍽-' 



내 머리채를 잡고 있던 우비아는 그대로 내 얼굴을 향해 주먹을 꽂았다.



"윽..." 



나는 우비아의 주먹에 밀려, 바닥으로 쓰러졌다. 



"... 아- 아-" 

"너무 재밌어...!" 


"우비아, 정말 악취미입니다만..." 

"또 스위치가 켜지다니..." 


"대장은 쓸데없이 악취미야." 


"뭐, 나둬." 

"이미 눈알 돌아갔어." 



저번, 공의회를 저지하기 위한 총학생회에서 열린 회의... 

그때 리스트에서 봤던 녀석들이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여있다. 


파란색 드레스, 제비아나. 

하얀 코트의 쿠루루. 

초록 점퍼의 나나코. 


모두 다 아리우스 분교의 소속이었나...?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아. 

얼굴이 불타는 것만 같은, 이 느낌 때문에... 정신이 혼란스러워. 


뜨겁다. 누군가 내 얼굴을 찢고 있는 듯하다. 

몇 초에 한번씩... 통증이 몰려온다. 


그럴만하지, 헤일로를 가지고 있는 이 녀석들은 힘이 장사니까. 

그렇지만... 모두가 당한 걸 비교하자면...- 

이쯤이야... 버틸 수 있어. 

포기하지 마... 생각해내는 거야... 

어떻게든 모두를 살릴 방법을 생각해내는 거야... 

나는 학생들을 지휘해야만 하는 선생이잖아...- 


그때- 우비아는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어떻게 할래 선생?" 

"싹싹 빌면 선생이랑 저기에 있는 녀석들 다 살려줄게." 

"빌어볼래?" 


"... 빌면... 학생들은... 살려주는 거야?" 


"응! 무릎 꿇고 싹싹 빌어!" 


"... 진짜로 살려주는 거야...?" 


"응! 선생도 살려줄게." 

"그러니까 싹싹~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흑흑~'" 

"이렇게 빌어봐~" 


"............" 



1초도 망설임 없이 우비아를 향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손을 비비며 빌었다. 



"살려주세요... 제발..." 

"학생들이라도 제발 살려주세요..." 



자존심 따위 없어도 된다. 

그저 구해야만 한다. 그뿐이었다. 



"... 진짜 해버리네...?" 

"으음, 근데 말이야." 

"역시, 싫다." 


"......" 


"역시 다 죽일래." 

"..........." 

"푸,"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진짜 재밌어 선생!" 

"역시, 절망에 듬뿍 절여진 표정은 진짜 재밌다니까?!" 



아오이랑 대화를 하지 않았으면... 좀 더 빨리 왔을까...? 

아니, 처음부터 세나 말대로 들어오지 않는 판단이 맞았을까...? 


'킥 병 X' 


... 귀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우읍..." 


"엥...?" 


"우우욱...-" 


"헐... 토하는 거야?" 



한심하다, 이런 내가 한심해. 

나약하고, 쓸모없어. 왜 살고 있는 거냐...? 

뭐가 선생님이고... 뭐를 믿는다는 거냐... 

믿기만 해서... 뭐가 달라졌냐. 


'넌 안돼. 병 X이니까.' 


그래... 난 병 X이니까... 

병 X이니까... 그냥... 처음부터...- 



"아니, 아니. 이봐 선생..." 

"방금 표정, 좀 더 해주면 안 돼?" 

"저기 아즈사의 친구라는 녀석은, 그런 표정을 전혀 짓지 않아서 말이야." 

"진짜 실망했거든." 


".........." 



'킥킥, 병 X' 


그래... 웃어줘... 차라리, 그게 나을 것 같아. 

이런 병 X 머저리가... 뭔 선생을 한다고... 


'부모가 없어서 그런지, 병 X인건 여전하네~' 


그래... 못 배운 사람이야... 

부모도 없는 병 X이 여기까지 했으면 잘했잖아... 


그래도... 최소한... 잘한 의미로... 저 애들만은 살려주면 안 되냐. 



"... 엥?"



나는 우비아를 향해, 다시 무릎을 꿇고 고개를 바닥으로 향해 숙였다. 



"제발 학생들은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 선생님." 

"진짜 자존심도 없는 거야?" 

"... 푸핫..." 


"...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자존심... 그게 뭐가 중요하냐. 

목숨이라도 바쳐야 해. 모두가 죽는걸... 인정하기 싫어. 

그러니까 머리를 바닥에 찧어서 라도...-



"숙이지 마, 선생님." 


"오...!" 



그때- 히나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를 일으켜 세웠다. 




"... 히나..." 



히나도 피투성이였다, 쓰러져있는 아이들과 다름이 없었다. 

두 팔, 두 다리까지... 모두 상처투성이인 히나는 나를 일으키고는 우비아를 향해 바라봤다. 



"... 너희는 이런 걸 원한 거야?" 


"음?" 


"약자를 괴롭히고, 능욕하는 걸, 원한 거냐고 물었어." 


"내 개인적인 용무지." 

"난 그저 화가 났을 뿐이라고?" 

"우리의 비밀기지에 들어왔으니까 말이지." 


"........" 


"... 히나." 



히나는 나를 일으키고서 우비아와 대화했지만, 

인상이 찌그러지는 히나를 보고서 걱정했다.



"... 미안해 선생님." 

"늦게 왔지?" 


"... 아니, 히나." 

"도망가." 

"너라도 살아주라..." 


"... 뭐, 뭐." 

"감동의 재회는 여기까지 해야지." 

"소라사키 히나 양?" 


"... 그 더러운 입으로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네." 

"지금의 행동들...-" 

"너네는 일방적으로 선생님을 죽이려는 게 아니야." 

"그저... 학살, 피를 보고 싶은 거지." 


"역시 소라사키 히나, 정답이야." 


"........" 


"자세히 말하자면, 트리니티의 모두를 죽이고" 

"아즈사를 데려간다." 

"이게 우리의 목적이지." 

"그리고 여기에 있는 모두를 죽인다." 


"... 어째서... 그런..." 


"어째서라니? 사람을 죽이는 건, 내 업무니까." 

"당연한 거 아니야?" 

"약하면 죽어야지." 


"......... 고작." 


"고작?" 


"너희들의 부응 때문에" 

"모두가 죽어야 한다고?" 


"응." 


"... 용서 못해." 


"!" 



히나는 말을 이어하고서, 우비아의 가슴을 향해 옆차기를 날렸다. 

우비아는 그 짧은 찰나- 반응했다. 두 팔을 가드를 올려 히나의 옆차기를 가볍게 막아냈다. 



"결국, 다시 싸우겠다는 거야?" 

"소라사키 히나." 

"무기도 없고, 주먹 하나뿐인데. 가능하겠어?" 


"........-" 



히나는 계속해서 격투술로 우비아를 밀어붙였다. 

우비아는 재밌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서, 히나의 일격을 하나, 둘 막아냈다.



"윽!?"



히나는, 이미 팔다리 전체가 상처투성이였기에... 고통을 버티지 못해 쓰러졌다. 


우비아는 금세 재미없다는 표정을 하고서, 히나에게 다가갔다. 



"... 뭐야, 그 몸으로 싸우겠다는 거였어...?" 

"재미없잖아... 더 해주라." 


"하아...- 하아... 아직... 아직이야..." 


"......" 


'퓨숙-' 


"아아아아아아악!!!" 



우비아는 뒷주머니에 나이프를 꺼내고서 히나의 허벅지를 향해 깊숙이 찔러 넣었다. 



"이걸로 일어서지 못하겠지." 

"움직이면 안 된다고?" 

"이 나이프의 날들은 비스듬히 되어있어서, " 

"억지로 빼내면 과다출혈로 죽을지도 몰라." 


"... 끄아... 흐하..." 


"... 소라사키 히나." 

"역시 넌 대단해." 

"첫 만남부터... 아까의 싸움에서도, 이 나를 호각으로 싸웠으니까 말이야." 


"끄아...-" 


"근데 그것뿐인 거야..." 

"약해, 그것도 엄~청." 

".........." 

"아! 그래!" 

"소라사키 히나. 네가 절망하는 것도 보고 싶어 졌어." 


"하아... 하아...-" 


"그때도 분명... 사오리가 선생님을 죽이려고 했지만... 막아냈다며?" 

"사오리는 엄청나게 약하지만." 

"난 다르거든." 

"그리고 이번에는 그럴 기회도 생겨버렸으니 말이야." 

"흐흐." 

"표정이 기대되네." 

"무슨 표정을 지을까?" 



우비아는 나이프를 쥐고서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서도 도망칠 수 없었다... 몸을 들고서 벽에 기대 있는 게 한계였기에.



"제목은 이렇게 하자." 

"소라사키 히나는~ 선생님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절망이 듬뿍 들어가겠네 그렇지?" 


"... 웃... 기지... 마세요...-" 


"어머, 어머..." 


"... 응?" 



우비아는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소리가 들린 쪽을 확인했다. 

제비아나는 놀란 듯,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 웃기지 마세요...!" 


"아즈사의 친구잖아?" 

"죽은 거 아니었어?" 

"분명, 심장을 향해 쐈는데." 



히후미는 가슴의 옷깃을 꽉 쥐고서, 몸을 끌어올리며 말했다. 



"... 히나 씨는 겨우 그딴 걸로 지지 않아요." 

"선생님을... 지켜내신 분이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지킬 수 있다는 거야?" 


"흐으... 선생님도... 지지 않아요." 

"여기 쓰러진 분들도 지지 않아요...-" 

"하아...-" 

"아니... 지지 않았어요... 우리는 이겼어요...!" 


"... 뭐?" 


"아즈사 쨩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우리가... 증명됐다는 거니까요...!" 



우비아는 히후미의 입에서 아즈사가 언급되자, 목에 핏줄이 선채 흥분하기 시작했다. 

히후미는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서, 두 눈을 똑바로 우비아를 향해 응시했다. 



"뭐라는 거냐? 씹년이?" 

"네년 입에서, 감히 아즈사가 나와?" 

"지켜? 지켰다고? 싸웠다고?" 


"다시 말해드리죠...!" 

"당신들은 진 거예요...!" 

"우리는 아즈사 쨩을 위해서 싸운 거니까요...!!!!" 

"증명된 거니까요...!!!!!!!" 


"--- 그 입 다물어!!!!!!!" 


'투두두두두두두두두--------' 


"읏?!" 

"어떤 쥐새끼 놈이...!" 



혼란의 틈에서 총알을 난사한 건, 다름 아닌 아즈사였다. 

아즈사는 녀석들의 모습을 보자, 총구를 계속 조준한 채 입을 열었다. 



"...... 제비아나." 

"쿠루루... 까지..." 

"........... 우비아." 


"... 오랜만이군요, 시라스." 


"진짜 아즈사네." 


"......." 


"지금 나한테 총 쏜 거냐, 아즈사?" 



제롬의 적들은 모두 아즈사를 향해 바라보고 있었다.



"... 우비아." 

"아직도 이곳에 남아있었구나." 


"... 너를 다시 데려오라는 지시가 있어서 말이야." 

"다시 가자? 아즈사." 

"모두가 기다리고 있어." 


"난, 돌아가지 않아." 


"뭐?" 


"나는, 여기서 싸울 거야." 

"그리고, 너희들을 저지할 거야." 


"이, 바보 같은 녀석이...-" 



아즈사는 우비아에게 총구를 조준하고서, 히후미를 바라봤다. 


- 히후미... 미안해. 나 때문에 그런 꼴을... 

그러니까...- 꼭 구해낼게, 반드시. 

내가 목숨을 바쳐서라도...! 


'투두두두두두----------' 



"제비아나, 네가 상대해." 

"난 선생을 죽일 거니까." 


"하아... 우비아. 이런 상황에도 취미를...-" 


"... 자 그럼, 소라사키 히나." 

"선생님." 

"마무리해볼까?" 



점점 다가온다. 나이프를 손에 쥐고서...- 

피할 수도, 도망칠 수도, 몸을 움직일 수도 없다. 


그렇게 우비아가 나에게 다가오는 순간, 

히나는 허벅지에 찔린 나이프를 손으로 쥐어 빼내고 있었다. 


-... 움직여...! 

소라사키 히나... 움직여... 약속했잖아...! 

뭐 하는 거냐고, 소라사키 히나...!!! 

맹세했잖아...!!!! 움직이는 거야...! 



"으으으읏...!!" 

"이 정도 아픔은... 선생님이랑 비교하면...!!!" 



히나는 선생님에게 다가가고 있는 칼날을 보며... 두 눈을 크게 뜨고서... 나이프를 억지로 빼내기 시작했다. 


히나의 머릿속에는 모두가 해준 말들이 기억났다. 


나에게 따듯한 말을 전해주었던 세이아, 

'나는, 풍기 위원장을 믿어.' 


그에 덩달아 응원해준 지나츠도, 

'맞아요, 부장! 좀 더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요!' 


싫어했던 우리를... 노력으로부터 알아준 미카도, 

'부장 쨩이 아니라면, 우리 트리니티도 힘들었을 테니까!' 


그런 내 노력을 감사히 하는 나기사의 말도... 

'히나 씨가 우리에게 기여해준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데요.' 



그리고.... 예전, 선생님과 바다에서 한 맹세도...-









==============


▣ 15.





해변가 리조트 - 히나가 있는 402호실





「에덴 조약」이 일어나기 전, 풍기위원회는 선생님과 함께 바다로 오게 되었다. 


... 바다라, 나에겐 의미 없는 곳인데 말이지. 

차라리 이럴 시간에 작업이라도 하나 더 하는 게 나을 텐데. 


히나는 텅 빈 리조트 호실에 노트북을 바라본 채 업무를 살펴보고 있었다. 


나는 아코가 말한 바다 합숙 계획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안 그래도 할 일이 많은 참인데, 바다에서 훈련이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일까. 


그래도, 어차피 아코와 모두에게 끌려온 거, 

이왕이면 바다도 즐길 겸, 업무는 좀 줄여보자고 했지만... 이건 뭐... 


노트북 앞에는 거대한 서류 종이들이 쌓여있었다. 



"얼른 하고 끝내야지." 





'- 음, 이걸로 끝.' 


'... 11시인가.' 

'생각했던 거보다 빨리 끝났어.' 


'그러고 보니, 6시쯤에 선생님이랑 저녁 약속 잡았는데...' 

'조금은 쉬어야겠어.'





'부스럭- 부스럭-'


"... 으음."



'지금 몇 시지...?' 

'오후 9시... 음... 저녁도 못 먹었구나.' 

'엇, 잠깐...!' 



"선생님과의... 앗!" 


"잘 잤냐?" 


"........" 



내가 누워있는 침대에서는 선생님이 앉은 채, 휴대폰 게임을 하고 있었다. 



"......." 


"?" 


".......?" 


"... 히나 씨?" 


"어, 어어어?!" 

"선생님이 어, 어째서 여기에?!" 

"아니, 그리고 왜 깨우지 않은 거야? 벌써 약속 시간이...-" 


"그야 너, 코 골면서까지 자던데..." 


"......." 


"미안,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나도 보고 싶어서 본 게 아니니까." 


"... 오늘 약속 내가 먼저 잡은 건데..." 

"미안해... 선생님." 

"모처럼 선생님이랑 바다에 갈 수 있었는데...-" 


"괜찮아, 피곤하면 잘 수도 있지." 

"덕분에 귀여운 얼굴도 많이 봤고." 


"...... 음." 


"최근에 많이 못 잔 거잖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아니, 그렇지만... 내가 권유한 건데...!" 

"9시면... 바다에 갈 시간도 없고... 나 때문에... 정말 미안해." 


"에잇." 


"아얏?!" 



나는 선생님에게 위력이 약한 딱밤을 이마에 맞았다. 



"왜, 왜 때리고 그래?!" 


"괜찮다고 했잖아." 

"그리고, 지금도 보러 갈 수 있고." 


"지, 지금?!" 


"응, 보러 가자." 


"소, 손은 왜 잡아?!" 


"여기 호텔 테라스에서 보는 게 진짜 이쁘거든." 

"가자, 히나." 


".........." 

"... 응." 

"에, 엣취!" 


"... 감기야?" 


"응? 아니. 방금 일어나서 그래." 

"엇... 가디건?" 



선생님은 나에게 가디건을 입혀주셨다. 


만약 추울까 봐... 가져온 건가... 

처음부터 자고 있는 나를 보고서, 바다를 보러 갈 생각이었구나. 



".........." 



이러니까... 반할 수밖에 없잖아. 



"후훗." 

"... 가자, 선생님."






소파에 앉아 다리를 모아 보고 있는 광경. 


출렁이는 파도, 세차게 부딪히는 소리들, 

호텔과 달빛의 강한 빛들이, 

바다의 찬란한 파란색에 반사되어 선생님과 나의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나는 모르고 있었다, 바다라니... 그냥 바쁘기만 했으니까... 

그래도,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야. 

좋은 추억... 나에게 추억이라는 건, 많이 없었으니까. 

처음으로 생긴 좋은 추억이야. 



"......" 



바다는 아름답구나...- 

그리고... 이 아름다운 광경을 선생님이랑 보고 있어...- 



"저기 선생님." 


"응?" 


"... 그, 고마워..." 


"...?" 


"바다 말이야..."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어." 

"... 처음 보는 광경이야." 


"... 뭐, 나도 히나랑 같이 오고 싶었어." 

"히나랑은 이렇게 놀 수 있는 기회가 적기도 하니까." 


"...... 서운... 한 거야?" 


"서운하지, 항상." 


"...... 미안..." 


"사과해 돌라고 한건 아닌데..." 

"그럼 내가 나쁜 놈이 되잖아..." 


"음..." 


"그냥, 모모 톡을 자주 안 봐줘서 서운하다... 그뿐인 거야." 


"이제부터라도, 많이 해줄게."



그냥저냥... 적당히 생겼고, 항상 이상한 말만 해대는 선생님. 

그리고... 나이도 몇 살 차이 나지 않아서, 노리는 학생들도 많은 선생님. 


나도... 이런 선생님을 좋아한지는... 꽤 오래된 것 같다. 


처음에는 아코가 아비도스 아이들에게 사고를 쳤을 때, 선생님을 처음 봤었지. 

그리고... 다가가서 카이저 코퍼레이션에 대해 알려줬었고... 


그 뒤로... 덕분에 잘 해결됐다면서, 친한척하기 시작했지. 

그런 상황을 처음 느껴본, 나는 아니라며 매일 인사하지 않아도 괜찮다며 말했어. 

그런데도, 계속해서 말을 걸어줬지. 

그리고 잔뜩 칭찬해줬어. 

주변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매일매일 계속. 


그리고서는 어느 날은 머리도 쓰다듬어줬지.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어...- 


그 상태로, 여러 학생들을 도와주는 모습을 보고서는... 확신했지.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엄청나게 충실하고 있구나. 

언제나 바라보며, 단 한마디도 무시하지 않고... 

너무 열심히라고 말할 정도로... 


그런 행동들을 보고서, 나도 욕심나기 시작했어. 


사귀고 싶다며... 가지고 싶다며, 내 걸로 만들고 싶다며... 


내 마음속은... 지금도 외치고 있어. 



"파도소리 엄청 예쁘다." 

"시원하니까 기분도 좋고" 


"......." 



작은 랜턴으로 비친 채, 바다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선생님에게 다가갔다. 


그 웃음에 매혹되었던 걸까...? 

잘생기지도... 귀엽게 생긴 것도 아닌데 말이야... 

왜, 이렇게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걸까... 

그저, 이 사람이 웃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미치겠어. 



"...?" 


"........" 


"저, 저기 왜 다가오는..." 



나는 선생님에게 기어가며, 당황해하는 선생님을 소파의 끝까지 밀어붙였다.



"... 히나 씨?" 


"선생님." 


"으, 응?" 


"좋아해." 


"... 예?" 


"좋아한다고." 



나는 얼굴이 복숭아처럼 달아오르고서, 고개를 숙이고 진심을 전했다. 



"... 서, 선생님은...?" 


"... 어? 어...?" 

"어?????" 

"그, 그..." 


"좋아한다고... 선생님." 


"... 어, 어..." 

"이유를 들어봐도 될까?" 


"... 그, 그야..." 

"못 생겼고... 바보 같고..." 

"이상한 말만 해대고..." 


"아니, 그건 싫어하는 거 아니야?!" 


"읏?!" 

"아니! 아니?! 그, 그게 말이야... 그러니까 아..." 

".........." 

"그냥... 웃는 게 사랑스러워서..." 

"첫눈에 반했어..." 


".........." 


"그러니까... 혹시 사귀는 여자 없으면..." 

"나랑 사, 사, 사, 사귀... 는 게..." 


"... 히, 히나랑?" 


"... 응." 


".........." 

"그게 말이지..." 

"... 그, 당연히." 

"일단 학생과 선생이니까...!" 

"그렇다 해도... 그, 그..." 

"히나가 이성으로 보이지 않으면 이상한 거고...!" 


"... 내가 여자로 보여...?" 


"... 아니, 그러니까." 

"막, 막! 이상한 표현이 아니고...!" 

"매일 같이 그런 귀여운 표정만 보여주는데..." 

"내가 히나를 여자로 안 볼리가...-" 


"학생이 아니라, 소라사키... 히나로?" 


"... ㄴ, 네..." 

"그 부끄러운데... 그렇게 쳐다보시면...." 


"...... 헤헤." 

"히헤헤헤헤헤......" 


"..........." 

"뭐가 그리 웃기냐..." 


"아니, 귀엽잖아." 

"헤헤!" 


"야?!" 



나는 선생님을 이 작은 몸으로 있는 힘껏 안았다.


선생님의 심장소리, 엄청 빠르다.

내가 좋다는 증거겠지...?



"서, 선생님." 


"ㄴ, 네?! 소라사키 히나 양!?" 


"어때?" 


"뭐, 뭐가요." 


"엄청 떨고 있네..." 

"그야... 나에게 안겨본 거 말이야." 


"그, 그... 엄청 기분 좋아." 

"... 최... 최고!" 

"가 아니라... 이러면 잡혀갈 거 같은데...!?" 


"후훗." 

"그럼, 나를 있는 힘껏 안아줘." 



선생님을 나를 보며, 떨지 않고서 답변했다. 



"뭔가 결론이 이상하지 않아?" 


"서로 안는다면 피차일반이야." 


"..........." 

"... 그래도 될까?" 


"응, 부디." 



선생님은 내 몸을 두 팔로 허리를 감싸 안기 시작했다. 

바닷가의 추운 바람이 불어오는대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따뜻하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안기는 건... 이렇게 따뜻한 거구나. 



"... 그런데 히나." 

"알고 있었던 거야?" 


"... 선생님이 나를 여자로 볼 줄은 몰랐어..." 

"... 그래서 처음은 그냥 이란격석 느낌으로... 고백한 건데..." 

"어차피, 선생님은... 안 사귈 거잖아?" 

"차라리 이렇게... 힘들 때마다 안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 


"... 응." 


"... 저기 선생님." 


"... 응?" 


"... 한 번만 사랑한다고 해주면 안 돼?" 


"괜찮...을까?" 

"... 사귀는 것도 아닌데." 


"... 응 괜찮아." 

"그리고 이미 유우카한테는 했을 거 아니야?" 


"막, 그렇게... 스킨십 하는 사이는 아닌데..." 

"말해본 적도 없고..." 


"그럼, 내가 첫 번째인 거야?" 


"... 그게 중요한 건가?" 


"응." 


"................" 

"... 어... 사, 사랑... 합니다." 

"......." 


"좀 더." 


"... 사랑합니다..." 


"이름." 


"사랑합니다... 히나 씨..." 


"... 화낼 거야?" 


"........" 

"그... 사랑해, 히나." 


"나도 사랑해, 선생님."



서로의 품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서 마주 보고 있었다. 

선생님의 눈빛... 귀엽다, 당장이라도 잡아먹고 싶어. 

한번... 한 번은 괜찮겠지. 나도 욕심 좀 부리고 싶으니까. 


선생님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가까이 맞대었다. 


달아오른 몸을 안은채, 서로 눈을 감으며 느끼는 입맞춤. 

선생님은 거부하지 않았다. 혀를 넣거나 그런 과격한 사랑은 표현하지 않았다. 

그저 입맞춤, 순진하고 순진한, 그저... 본업에 충실한 나머지 

서로가 그리웠기에 가능한... 그저 순진하고도 순진한 입맞춤. 


책에서 나온 것처럼... 달콤하지도, 맛있지도 않다. 

그저, 행복하다. 눈은 감고 있었지만... 눈물이 흘러나왔다. 

... 후드를 입고 있어서 몰랐지만, 이렇게 보니 몸안에 있는 수많은 상처를 봤다. 

사실... 예전에도 본 적 있다. 선생님이 팔을 걷은 채로 일을 도와주셨을 때... 

팔에서 수많은 상처를 보았다. 아, 이 남자는 무언가 겪어왔구나. 

이렇게 학생들을 도와주고 열심히인 사람이... 어떤 이유로... 

몸에 그런 불쾌한 글자들이 있을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더 끌어안았다. 선생님을... 더 끌어안으며... 그저 입맞춤으로만 위로했다. 


슬프지 마요. 외롭지 마요. 곁에는 내가 있잖아. 

그러니까 선생님... 울지 마. 위로하는 사람이 뭐가 되는 거야 그럼... 

울지 마... 선생님. 그 어떤 것이 온다고 해도... 내가 막아낼게. 

어떠한 재앙이 온다고 해도 막아낼게. 지켜낼게. 

그러니까 선생님, 울지 마. 나도 같이 눈물이 더 나와버리잖아.


나의 위로가 모인 입맞춤에서는 선생님도 느꼈던 걸까... 

선생님의 눈물이 볼에 다가와 느껴졌다. 눈물이 뜨거웠다. 


아, 선생님은 말하고 있는 거구나. 내 위로를 듣고서. 

아팠다고... 너무 아팠다고... 힘들고 지친다고...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다고... 계속 어리광 부리고 있어. 

정말 선생님답지 않은 어리광이야...- 


나 정말 열심히 했다고. 위로해줘서 고맙다고, 

이런 모자란 나를 사랑해서 고맙다고... 

이 눈물의 뜨거움이 계속해서 전해져... 


나는, 선생님에게 눈물의 온도를 느끼고서... 맹세했다. 

꼭, 목숨을 맞바꿔서라도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그 어떠한 강적이 오더라도... 지키겠다고. 


아무 말 없이, 내가 다짐한 「맹세」는... 선생님을 지키기 위한 것.


그 이후로 나는 실패했었다. 

선생님을 지키는데에... 실패했었다.


그렇다해도, 그 「맹세」는 사라지지않아.





그 어떠한 노력도 

그 어떠한 상냥함도 

그 어떠한 다짐에도... 


무릎 꿇는 선생님에게... 

학생들을 끝까지 살려 돌라며 구걸하는 선생님을... 다시 보며 일어섰다. 


히나의 허벅지에 박힌 나이프가 빠지기 시작했다. 


- 아프다. 더럽게 아프다. 상상을 뛰어넘는 아픔. 그럼에도 버텨야 한다. 

선생님을 지켜야 한다. 지키는 거야. 이번에야말로. 

몸에서 흘러나오는 고통은 잊은 채로 뽑아야 해. 

소라사키 히나. 넌 맹세했어. 

그날 선생님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결과를 보이는 거야. 

그때 나눴던... 그 고백을... 다시 한번 재현할 수 있게... 

그때마저 지키지 못하고 밤새 울었던 너를 위해...!!!!! 


'뽑아내는 거야...!' 


'소라사키 히나...!!!!!' 


'맹세한 거야... 너는...!!!' 


'그러니까 뽑아...! 다리를 잃어서라도...!!!' 


'나아가는 거야...!!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해서!!!!!' 


'다시 일어서는 거야!!!!!' 





그때 한 줄의 빛이 저택의 전체를 눈부시게 채웠다. 

그리고...- 



'투웅-' 


"뭐야?!" 


"히, 히나?!" 



히나는 허벅지에 찔려있던 나이프를 뽑고서 손에 쥔 채, 

나에게 찌르려는 우비아의 나이프를 튕겨냈다. 

그리고 나와 우비아는 히나의 헤일로에서 놀라움에 맺어 들고 있었다.



"뭐, 뭐냐... 네년..." 


"히나..." 

"너, 너... 헤일로가?!" 


"소, 소라사키 히나... 넌 대체...?!" 



'히나의 헤일로가... 노란색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표하는 「맹세」 

그것은 어찌 보면, 잔혹한 약속. 


세상이 변하고, 어제와 오늘은 흘러간다. 

모든 맹세는 미래에서 있었기 때문에 히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자신은 선생님을 지킬 수 있다고. 


히나의 보랏빛 헤일로가 노란빛으로 점점 물들고 있었다. 

우비아의 칼날을 튕겨내고서, 천천히 헤일로가 노란빛으로 완성되어간다. 

진하지 않은 연한 노란색의 헤일로, 나는 그 헤일로에서 무언가의 감정을 느꼈다. 


죽어서라도 지키겠다는 관념. 

자신만의 약속을 깨뜨리지 않겠다는 맹세. 


우비아는 그런 히나를 바라보며, 감정을 격하게 표현해냈다. 



"너는 언제까지... 언제까지!!!" 

"몇 번을 끈질기게 나오는 거냐!!!" 



우비아는 다시 한번, 자세를 잡고 히나에게 여러 번의 일격을 날렸다. 


1초도 안되는 시간의 수 많은 일격.


히나는 그 여러 번의 일격을 자신의 허벅지에서 뽑아낸 나이프로 우비아의 연격을 막아냈다. 

그 찰나의 우비아도 당황한 표정을 지은채 생각했다.


'여덟 합... 아니, 열 세합의 공격을 모두 받아쳐냈다고?!' 

'소라사키 히나, 대체 뭐냐...' 

'넌, 대체 무엇이 그렇게 널 강하게 만드는 거냐.' 

'도대체 뭐가... 널 그렇게...!' 



날카롭고 정교한... 수많은 살인으로 경험을 쌓여온 우비아의 검술. 

히나는 자신의 피가 흥건하게 묻은 나이프로 그 검술들을 쳐냈다. 

헤일로의 색이 변한 탓일까. 히나는 상처에서 흐르고 있던 피들이 

어느샌가 멈추며 상처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기적에 힘을 더해, 히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겨우 정신을 유지하고 일으킨 몸이, 어느샌가 엄청나게 가벼워졌다. 

무슨 일이 벌어진 지, 벌어졌는지도 모르는 히나는... 

그저, 바다라는 풍경에서 결의를 맺었던 「맹세」로 이어지는 

작고 작은... 이 수많은 고난 속에서 겨우 이루어낸 투지. 

어떠한 상황임에도 목숨을 구걸하는 상황임에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선생님을 보고서 이루어낸 의지. 


히나는 나이프를 쥐고서 우비아를 몰아붙였다. 


아까의 싸움에서는 히나가 알고 있지 못했던 속도... 

제롬의 리더 우비아는 지금을 최대치의 실력을 쥐어짜 내고 있다. 

이 엄청난 속도, 마지막 히나가 당하기 직전에 봤던 속도. 

히나의 피가 묻은 나이프와, 우비아의 나이프가 부딪힐 때마다 

찬란한 소리들이 저택을 울려 퍼지게 만들었다.



-- 뒤에 있는 선생님을 지키기 위해, 밀어내는 거야. 

엄청난 연격에도 한 순간에도 놓치지 않고 쳐내며, 한 발자국씩 내미는 거야. 

하스미를 지킬 때처럼 공격은 보이지 않아. 

그럼에도 본능으로 느끼며 쳐내는 거야. 

예측하는 거야, 궤도를...! 


히나는 한 발자국 씩 내밀며, 오른손으로 나이프 쥐며 

계속해서 우비아의 연격을 겨우 받아쳐냈다. 


--- 거세게... 더욱더 거세게, 강인하게... 밀려나지 않게...! 


휘두르고 있는 팔을 뒤로한 채, 두 다리를 힘껏 바닥으로 박찬다. 

0.1초도 안 되는 찰나의 순간들, 다리에서부터 끌어모으는 힘을 쥐어짜 낸다. 

근섬유를 찢어 갈겨야한다. 

상처들이 사라졌다 해도 몸에 피로는 그대로 남아있는 듯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때 선생님이 당하고서 포기한 것처럼, 이번에는 포기하지 않는다. 


---- 끝까지 지키는 거야. 목숨을 맞바꿔서라도...!!! 



"네년... 대체 어떻게?!" 



'소라사키 히나... 이 녀석 내 공격을 모두 막아냈어.' 

'보이는 건가? 내가 공격하는 속도가?' 

'아니, 아니야... 보이는 게 아니야.' 

'그저 '본능'만으로 내가 가한 연격을 무마시킨 거야...!' 

'이 어쩜 말도 안 되는 현상인 거냐...-'



히나가 우비아의 공격을 '본능'만으로 막아낼 수 있는 이유는 한 가지. 


태초의 강함이란 자신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힘. 

고정된 형과 틀을 거부하고서 수용한다면 그건 거짓된 모방. 

어떤 싸움이라도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거나 

상대가 물건을 던지거나, 배후의 공격을 당하거나, 모든 변수에 대비할 수는 없다. 

불구 혹은 사망에 이르는 가능성을 배제하더라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럼에도, 히나는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서... 

그저, 자신이 죽는 것보다 더 이르는 고통을 느꼈기에 

인간의 '본능'이 앞세워져 있던 것이다.


한마디로, 히나의 눈앞에서 선생님을 죽이려고 한 것은, 우비아가 선택을 그르친 것. 


연격을 모두 받아친 히나는 우비아를 향해 나이프를 찔러 넣었다. 



"윽?!" 



그 상태로, 우비아의 복부에 나이프를 찌른 채로, 

선생님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뒤로 밀어내고 있었다.


약 10초도 안돼서 일어난 상황. 그 상황을 지켜본 우비아의 동료들은 난처했다. 


아리우스에서도 최강의 암살자라고 불리는 우비아를 호각으로 밀어내고 있었으니. 



"... 제비아나, 저 녀석 싸봐려." 


"하아... 나나코." 

"저희 총알 2발 남은 건 아시죠?" 


"...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더 만들라고 했을 텐데." 

"제기랄... 직접 나설 수밖에." 


"아앙? 어딜 간다는 거냐?"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강-------' 



"으윽?!" 

"미카모 네루?!" 


"바, 바닥 전체를 부신 건가요?!" 



스자란을 벗은 채, 등에 수많은 피투성이의 구멍이 나있는 네루는, 

목재로 된 바닥을 단 주먹 하나로 내리꽂았다. 

그 주먹이 바닥에 닿이자, 저택의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네루는 두 눈빛을 빨갛게 불태우며 생각했다.


- 히나가 일어나 제일 까다로운 녀석을 몰아붙이고 있어. 

이 상황을 만들어낸 것은 마지막 기회야. 

이 녀석들에게 가하는 총알은 그냥 시간낭비 일뿐...- 

그러니까, 이 빌어먹을 상자들을 모두 무너뜨리고 혼란을 틈타 조지는 거다... 

이 정도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야. 하얀 코트를 입은 저 년덕분에 죽도록 훈련했다고...! 


그때, 포기하며 죽기로 결심한 네루에게, 

포기하지 말라며 외쳤던 자신에게 소리를 지른 선생님이 우비아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 장면을 네루는, 눈앞에서 보면서 계속해서 기다렸던 것이다. 


이 기회, 단 한 번의 기회로 모두를 잡아넣을 작정으로... 

그리고, 선생님에게 빌라며 구걸해보라며 지껄였던 녀석들에게 단 한방 먹일 생각으로. 



"어이! 핑크 케이크! 지금이야!!!" 


"쨘-! 기다렸다고!" 

"가 아니라, 미카거든!?" 

"미소노 미카!" 



우비아의 뒤에서 지켜보던 제롬의 녀석들은 

네루가 바닥에 꽂아 넣은 어마 무시한 괴력으로 인해, 

바닥에 균열이 생겨 모두 자세가 흐트러졌다. 


그때- 숨어있던 미카가 나나코에게 다가갔다. 



"미카...!" 

"분명 죽였을 텐데!!" 


"어머, 나나코 쨩." 

"아즈사한테도 들었잖아?" 

"난 꽤 강하다니까?!" 



미카는 자세가 흐트러진 나나코에게 총알을 쏘아대며 밀어붙였다. 



"미카... 위선자인 네년이 무슨 각오로...!" 


'푸슉---' 


"윽?!" 



나나코가 미카에게 시선이 향했을 때, 

아즈사는 나나코의 옆구리를 향해 나이프를 찔러 넣었다. 



"아즈사 네가 감히...!" 


"나나코..." 

"미안하지만, 난 지켜야 할 게 있어서 말이야...!" 


"아즈사 쨩! 그대로 밀어붙여!!" 



아즈사는 틈을 주지 않고, 상자로 쌓여있는 벽으로 나나코를 밀어붙였다. 

그렇게, 벽까지 밀어붙이자 순간의 충격으로 나나코는 기절하고 말았다. 


그 상황을 본 제비아나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에... 

여기를 달아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나코!?"

"제, 제길...! 쿠루루, 연막탄을!"


"네, 네... 언니!"



쿠루루가 연막탄을 꺼내는 순간, 네루는 함께 있는 쿠루루와 제비아나를 향해 달렸다. 



"가만히 있어라! 빌어먹을 새끼들아!!" 


"히, 히익!" 


"쯧! 끈질기시네요, 진짜로!" 


'타앙-' 


"크흡-?!" 



제비아나가 쏜 총알은 네루의 폐를 향해 적중했다. 

그럼에도 네루는 더 불타오르게, 두 동공을 불태우며,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서 권총을 조준하고 있는 제비아나의 지근거리까지 접촉한 후, 주먹을 내지를 자세를 취했다. 



"뭐, 뭣?! 거짓말이죠?!" 

"당신 폐에 맞았다고요?!" 

"그리고 등에도 총알 자국이 그렇게나 박혔으면서...!" 


"아앙!? 누가 이 정도로 쓰러진다더냐!?" 



- 때린다...! 때린다...! 어떻게 해서든 주먹으로 조지는 거다...!! 

숨이 조여와, 그럼에도 물러서면 안 돼. 당장 쓰러질 거 같아. 

폐가 쏘여진 채로 달리니까 숨쉬기가 너무 힘들어...! 

그래도...! 때리는 거야!!!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네루는 제비아나를 향해, 온몸의 마지막 힘을 쥐어짜고서 

제비아나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제비아나가 지켜본 네루의 검은색 헤일로에서는, 붉은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다, 당신 헤일로가?!" 


"언니!! 빨리 조준을!!!" 



- 모두가 이끌었던 이 힘을...! 

내가, 그때 포기하며 죽자고 다짐했던 그 후회를...!! 

나를 구해준 선생을 위해서...!!! 

그 무엇도 바꾸지 못하도록 끄집어내는 거야...!!!! 



"-------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우드드득-------' 

"흐어어억...!"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강-------' 


네루는 제비아나의 얼굴을 한 주먹으로 쳐냈다. 

밀려나는 제비아나로 인해, 상자들이 부서지며, 저택의 저 멀리까지 날아갔다. 

그러자, 옆에 남아있던 쿠루루가 나이프를 들고서 빠른 속도로 네루에게 달려들었다. 



"잘도 언니를!!!" 


'푸슉----' 

"윽!" 


"뭣?!" 



그때- 쓰러져있었던 세나가 네루를 향해 찔러오는 나이프를 왼팔로 막아냈다. 

세나는 팔이 나이프가 관통당한 채로, 바닥을 두 다리로 고정하고서 

오른발을 살짝 뒤로 돌린 다음, 그대로 돌려차기를 쿠루루의 옆구리로 향해 가격했다. 



"커억?!"


"보충수업 부장! 지금입니다!!" 



히후미는 가슴에 있는 옷깃을 한 손으로 겨우 부여잡은 채, 

히나의 무기, 기관총을 히나에게 힘껏 던지고서 외쳤다. 



"히나 씨!!!!!" 


"응...!" 


'퍽-' 

"윽?!" 



히나는 우비아를 발차기로 밀어낸 다음, 히후미가 던진 기관총을 받아냈다. 



"이스보셋...!" 


"바로 필살기냐?!" 



나이프를 버리고서 기관총을 받아낸 히나는 

방심할 틈도 없이 「이스보셋」으로 무기를 가열시켰다. 


그렇지만, 상대는 아리우스 최강의 암살자. 

그리고, 히나를 한번 밀어붙였던 상대. 

히나에게 기술을 발동할, 틈도 주지 않고 다시 달려들었다. 


불꽃과 금속들이 교차하는 소리. 

우비아의 나이프는 엄청난 연격으로 히나에게 그어댔지만 

히나는 누가 봐도 무거운 기관총을 들고서 그 연격을 받아쳐냈다.



"소라사키... 히나아아아아아!!!" 


"흐아아아아...!!" 



두 명의 엄청난 공격은 히후미의 눈에도, 세나의 눈에도, 

엎어진 채, 겨우 의식을 유지하고 있는 네루의 눈에도 보이지 않았다. 


평소 싸워왔던 총격전이랑은... 아니, 싸움의 그 자체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총알을 쓰는 것도 아닌, 그저 자신이 가진 무기로 

두 명 다 목숨을 걸고서 싸우는... 오직 목적심에 광기가 물든 장면.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두 명이 격돌한 탓에, 

주변에는 엄청난 바람과, 금속들이 빠른 속도로 교차한 탓에 불똥이 튀기 시작했다. 

저택의 안에서는 불이 붙기 시작함과 동시에, 

두 명은 지금 싸우는 장소가 불타는 장소가 된다고 해도 멈추지 않았다. 



"... 바, 바람이...!" 

"윽!" 



나는 그런 히나와 우비아의 앞에서, 

싸움으로 인한 바람에 밀려나 상자에 부딪혀 기절하고 말았다. 


그 연격 속에서 우비아는 히나를 보고서 생각했다.



'이 내가... 내가 밀려난다고?!' 

'동등... 아니 그 이상이야...!' 

'말도 안 돼... 내가 진다고...!?' 

'이 녀석 속도만 올라간 게 아니야, 위력은 덤으로...!' 

'오직 '본능'만으로 이런...!!!' 



히나는, 이미 눈에 초점을 잃은 채, 싸우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고 있던 히후미는 가슴을 꽉 쥐고서, 고통을 짓 누른 채 세나에게 말을 건넸다. 



"흐으... 하아...-" 

"세, 세나 씨. 저희가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 저 두 분의 싸움은... 저희가 해왔던 총기 전 같은 게 아닙니다." 

"그저 광기로 이끈 싸움..." 

"저는 틈을 타 선생님을 구하겠습니다." 

"보충수업 부장은 청소 부장을 지혈해주세요." 


"... 네!" 



제롬의 나머지, 3명이 제압된 지금, 우비아만 남은 이 상황은...- 

그야말로 역전된 상황, 이 상황에서 세나는 생각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결국, 선생님이 당한다면 그건 엄청난 패배라고...- 

세나는, 쓰러진 선생님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때- 의식을 차린 하스미는 저격총을 몸에 기댄 채, 일어났다. 

그리고, 저 멀리 싸우고 있는 히나의 모습을 봤다.



"뭐라도... 뭐라도 해야 합니다...-" 

"정의실현부도 할 수 있습니다...!" 


'철컥-' 


"아머 피어싱...!" 


'타아앙---' 



하스미는 히나와 우비아의 싸움을 목격하자, 총을 장전하고 망설임 없이 쐈다. 


하스미가 발사한 곳은 우비아의 신체가 아닌, 우비아의 칼날. 

저 엄청난 연격 속에서 무기를 맞춘다면, 공격이 끊김으로 인해 히나가 우세할 수 있다. 


타오르는 불똥과 격찬 바람을 뚫고서 향한 하스미의 총알은 

우비아의 나이프에 적중했다. 


'차아아앙---' 


"윽?!" 

"나이프가?!" 


"하스미...!" 



- 지금이야, 지금 말고는... 다시 오지 않아...!! 



"이스보셋...!" 



기관총을 봉으로 휘두르며 우비아의 칼날을 막아내고 있던, 

히나는 제대로, 방아쇠를 잡으며 한 번 더 무기를 가열시켰다. 


그리고, 보라색 불꽃이 타오르는 총구를 우비아의 배를 향해 밀어 넣었다. 



"크흣?!" 


"제롬의 리더... 넌, 우리를 너무 얕본 거야." 


"소... 라... 사... 키... 히나아아아아!!!!" 


"선생님과의 우리는...!" 


"이 말도 안 되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절대로!!! 패배하지 않아!!!" 



히나는 정말로 끝이라며, 방아쇠를 당겼다. 


'투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콰가가가가가가강---------' 


우비아는 저 멀리 저택의 벽까지, 총알들에게 밀려났다.


그리고, 그 광경을 목격한 모두는 경직되어 있었다. 

아즈사는 다시 한번 쓰러진 녀석들을 보고서... 



"... 이겼어." 

"그것도... 우비아를..." 


"... 응, 이겼네." 

"치즈케이크... 먹을 수 있겠다..." 



드디어, 긴 싸움 끝에... 세나의 구출로 인한 작전은

모두의 위기를 이기게 해준 싸움으로 막을 내렸다.



아즈사는 싸움이 끝났다는 것을 인지하고서, 

네루의 피를 지혈하고 있는 히후미를 향해달려 갔다. 



"히후미! 괜찮은 거야?!" 


"아직까진... 괜찮아요..." 

"그보다... 네루 씨를..." 


"꼬, 꼬마 부장?!" 



그때- 뒤에서 아스나가 배를 움켜쥐고서 네루를 향해 다가갔다. 



"주, 죽은 거야?!" 

"네루 쨩 죽은 거 아니지?" 


"아, 아으...!"

"아직 살아있어요!"


"일단, 모두 나가야 합니다." 

"따라오시죠." 


"...! 주인님?!" 



아스나는 세나가 업고 있는 선생님을 보고서 놀랐다. 

그런 아스나를 본 세나는 걱정 말라며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단순한 타격으로 인한 기절입니다." 

"그리고 일단... 청소 부장부터...-" 


'쿠구구구구궁----' 


"- 읏?!" 



네루가 어마 무시한 괴력으로 저택의 바닥을 내리꽂은 것도, 

상상을 초월하는 위력의 히나와 우비아의 충격 속에서도 

지금까지 버텨진 게 기적이라 할 정도로

낡고도 낡은 저택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그 상황에 세나는 다급히 모두에게 말했다. 



"다들 몸을 감싸는 겁니다!" 



'쿠구구구구구구궁-------' 



저택은 지붕부터 천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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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어두운 밤. 트리니티, 티 파티의 다과회실


나는 어두운 곳, 다과회실에서 의자에 앉은 채, 눈을 떴다.



"...?"

"이곳은..."



이 분위기와 인기척이 하나도 없는 느낌. 

그리고... 앞에 놓여진 과자들... 세이아의 꿈속임을 확인했다.



"선생."


세이아는 뒤에서부터 걸어와, 내가 앉아있는 맞은편 자리에 착석했다. 



"......" 

"죽은 거야, 나?" 


"음...?" 

"왜 그렇게 결론이 되는 건가?" 


"... 아니 그야..." 

"기억이 안나는 걸." 


"그럴게 당연하지." 

"머리에 부딪혀서 기절했으니까." 


"아하, 그러면... 여기가 꿈속이라는 건..." 

"... 상황은 끝난 거구나." 

"아이들은 무사해?" 


"뭐, 걱정할 필요는 없다네." 

"총알에 관통된 부상자, 모두가 치료받는 상태니까." 


"다행이다..." 


"너무 깨어나지 않아서, 상황만 전달하려고 온 거라네." 

"그럼...-" 


"잠깐 세이아...!" 



세이아가 말을 끝내자, 나는 다시 세이아를 불러 질문을 던졌다.



"... 혹시..."

"헤일로는 변할수도 있는거야?"



히나가 걱정되었기 때문일까. 

마지막으로 본 히나는 이성을 잃은 모습이었으니... 

몸에 해가 되는 건, 아닌 건지... 그런 걱정에 밀린 탓에, 

히나에게서 봤던 상황을 세이아에게 그대로 전했다. 



"오호라..." 

"그런 일이 있었구만...-" 

"헤일로라..." 

"변한다는 것에 대한 건 들어본 적 있지." 

"「울림의 현상」이라고 하지." 


"울림...?" 



세이아는 끄덕이며, 다시 이야기를 진행했다. 



"본래, 「헤일로」는 자신의 개성이나 성격." 

"즉, 지성으로 인해서 생긴 신비한 고리지." 

"우리는 이것으로 인해 몸을 보호받으며, 엄청난 힘을 부여받기도 한다네." 


"........" 


"지성에 대한 개념..." 

"지성을 가진 '자신'이 생각하는 개념에서 극으로 도달할 때" 

"헤일로는 변할 수 있다고 해." 


"... 그럼 히나가 아닌, 다른 학생들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거야?" 


"엄청나게 드물긴 하지만..." 

"내가 알기론 한 명이랄까." 

"바로, 미카야." 


"미카?" 


"2년 전... 잠시 실종되어있었는데." 

"다시 나타났을 땐, 헤일로도 분위기도 바뀐 상태였지." 

"성격도 말이야." 


"... 음." 


"하여튼, 그런 이야기라 내." 

"풍기 위원장도 선생을 지키겠다는 관념이 극으로 도달했기에..." 

"영향이 미쳐 헤일로가 변한 걸 지도 모르지." 


"혹시, 지금도 변한 그대로야?" 


"아까 봤을 땐, 평소 그대로더군." 


"... 그렇구나."




자신의 감정이 심리에 극한까지 도달했기에 변한다라... 

「울림의 현상」... 말 그대로 자신의 감정이 정신에게 미쳤기에 

소리가 퍼져나가는 것처럼, 헤일로까지 퍼져나갔기에 쓰는 용어겠지. 


그래도... 모두가 다행이라는 말에 잠시 안도했다. 


중간에 기절한,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방도조차 없었으니까. 


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안도하며 세이아에게 이어 말했다. 



"... 그럼... 히나는..." 


"음?" 


"나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서 싸운 거구나." 


"........" 

"뭐, 잠시 혼자 생각할 시간을 주도록 하지." 

"내가 전달할 내용은 여기 까지라네." 


"... 응." 

"고마워, 세이아." 



눈을 한번 깜박이자. 다시 잠에 들었다. 


이 무고하고, 의미 없는 싸움이... 이렇게 민폐 짓만 해대며 끝나는구나. 


... 난 도대체 뭘 한 걸까. 

히후미에게 총을 맞게 하며, 히나도 지키지 못했다. 

그리고...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뻔했다. 


뭐가 지킨다며... 믿는다냐. 

그저 방해되고... 쓸모도 없는 녀석이잖아. 


어두워지는 시야 속에서... 

겨우 잡고 있는 정신을 서서히 두며, 편안하게 잠들었다. 


너무나도 불쾌하고 불쾌한... 편하지 못한 잠이었다.







싸움이 끝난 다음날

오전 10 : 42 - 트리니티의 구호기사단 병실





"아야! 진짜 아파! 진짜아!!" 

"살살하라고 쨔-사!!!" 


"가만히 있으십시오. 청소 부장." 

"시체... 아니, 부상자를 치료하는 것은 당연한 업무입니다." 


"아니, 그러니까아아...! 뒤지게 아프다고 말하잖아!!!" 

"그리고, 청소부가 아니라 「C&C」라니깐?!" 



네루는 트리니티의 구호 기사단 병원에서 세나에게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이번 싸움의 부상자들의 상태를 확인하자면... 


히후미는 다행히 심장을 피해맞으면서,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와 같이 아스나와 하스미도 출혈로 인한 증세 때문에 치료를 받았을 뿐. 

특별한 부상은 없었으며, 의료개발이 상당히 발달된 트리니티의 의학으로 

단 몇 시간 만에, 이 3명의 상처는 치료되었다. 


네루는 등에 상처가 너무 많음과 동시에, 

두 팔 모두가 부러져 있었기 때문에, 입원 일주일을 통보받았다. 


옆에 보조역할을 하고 있던, 세리나가 네루에게 말을 걸었다. 



"아무리 그렇지!" 

"네루 씨, 저번에도 그렇고 팔이 부서지도록 후두려 패면 어떻게 해요?!" 


"아, 아니!" 

"애초에 부러진지도 몰랐다니까?!" 


"조용히 하세요!" 

"지금, 어디서 잘했다고 큰 소리예요?!" 


"... 두 분 다 방해됩니다." 

"시체... 아니, 부상자를 다루는 대에서는 집중이 필요한데 말이죠." 



치료를 받는 네루는 세리나한테 엄청나게 혼났었다고 한다. 

네루가 유일하게 지는 사람들 중, 세리나도 포함이라고... 

어디 다쳐서 오면... 죽인다는 눈빛으로 바라본다라고 했나? 



"부장, 사과 드시겠어요?" 


"... 응." 


"그나저나, 정말 팔다리를 못 움직이는 건가요...?" 


"... 정말로 안 움직여." 

"하아..." 

"안 그래도 봐야 할 업무가 많은데..." 


"후훗. 이참에 좀 쉬도록 하죠." 

"부장은 항상 열심히니까요." 



히나는 움직이지도 못하며, 누워서 천장을 보고 있는 채로 한숨만 쉬고 있었다. 


세나의 말로는 본인도 감당할 수 없는 힘을 끄집어낸 탓에, 

몸에 반동이 크게 일어나, 당분간 움직일 수 없는거라고 한다.


다행히 생명에도 지장은 없다고...


그리고 선생님의 상태는, 의식 불명 상태. 


세리나의 말을 들어보자면, 

손바닥에 베인 자국 말고는 아무런 상처가 없다고 한다. 


아무래도 심한 스트레스 탓에, 과로로 쓰러진 거라고... 



"........." 



히후미는 입원실에 들어와, 눈을 감고 있는 선생님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 회담은... 중지되었다고 해요." 

"... 통제부 아오이라는 분이 사라지는 바람에..." 

"그리고... 아즈사 쨩의 친구라던...." 

"나쁜 분들도 저택이 무너지자마자 사라졌고요." 


"................" 

"그런데... 아즈사 쨩이 불려 갔어요." 


"왜일까요..." 

"누구에게 불려 간 걸까요..." 

"..........." 


"이 고통만 남은 싸움을... 알 수 없는 투성이에 맞서 싸우며..." 

"저희에게는 대체 뭐가 남은 걸까요." 

".........." 


"선생님도 기도해주세요." 

"아즈사 쨩에게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히후미는 의식이 없는 선생님의 손을, 두 손으로 잡은 채 눈을 감고 기도했다.





한편, 오전 11 : 02 - 총학생회의 토론실



'덜컥-' 

"오 왔네. 왔어." 

"지각이라구? 시라스 아즈사." 


"........" 



총학생회의 제일 안쪽에 있는 토론실로 오게 된 아즈사는 문을 열자 

이곳, 키보토스에서 처음 보는 여자아이를 봤다. 


아주 작은 키, 꼬리를 가지고 있는 분홍색 머리카락의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자~ 그쪽에 앉으시고~" 


"........." 


"아 참, 우리 처음 보는 사이지?" 

"난 유라기 모모카야." 



토론실의 테이블에서는 세이아가 홀로 앉아있었다. 


풍기위원장의 자리에는 히나가 없었다. 

통제부의 자리에서도 선생님이 말한 아오이가 없었다. 

그리고... 샬레의 자리에서도... 선생님이 없었다. 


아즈사는 잔뜩 긴장하며 세이아의 맞은편에 앉았다. 



"... 회담...이라고 들었는데." 


"응? 못 들었나 봐?" 

"아오이 녀석이 사라지는 바람에 말이지~" 

"처벌은 취소... 된 거였는데 말이지?" 


"...?" 


"그런데, 세이아는 연방국과 힘 합쳐서 아즈사의 처벌을 권유하지 뭐야?" 


"... 회장이?" 


"우리야 뭐~ 항상 세이아에게 신세지니까아~" 

"이렇게 된 거야~" 


"........."


아즈사는 이곳에 각오를 다지며 도착했다. 

그리고... 그 각오로 이루어진 긴장은 쉽게 풀리지가 않았다. 

바로 앞에... 이 사태를 감 싸매는 듯한, 사람이 있었으니. 


'회담이 목적이 아니라고...?' 

'그보다 회담이 없어졌다니...-' 



"자, 자~ 그럼~" 

"시라즈 아즈사의 처벌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아~!" 


"... 음." 

"이렇게 대화하는 건, 그때 이후로 처음이구만." 


"........." 


"나는 구경만 하니까~ 구경만~" 

"각자 이야기하도록 해." 



모모카는 명란 맛 감자칩을 꺼내며, 의자에 앉았다. 



"본인은 아리우스의 대해서 듣고 싶다." 

"단지 그것뿐이라네." 


"... 그건..." 


"이번 처벌의 방식, 다름이 아닌 질문에 대한 답변." 

"응해주지 않으면... 아즈사, 자네는 키보토스에서 추방 예정이라네." 


".........."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알려주는 게 좋을 거야." 



아즈사는 테이블을 한참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면서 입을 열었다. 



"아는 거라면..." 

"노력해볼게." 


"... 음." 

"순순히 응하다니 좋군." 


"착각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 

"어디까지나, 내 주변인들을 위한 방법이니까." 


".........." 

"일단...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저택이 무너지는 동시에 사라진 그녀들은..."

"그리고... 아리우스 분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거지...?"


"........."


"숨기는걸 모두 다 말하게."

"앞으로를 위해서."



아즈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세이아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오후 4 : 13 - 트리니티의 구호기사단 입원실





의미가 없는... 얻은 것도 없는... 서로를 증오하며 잃기만 하는... 

회담으로 가려진 싸움은... 마무리되었다. 


총학생회에서는 사라진 아오이의 행적을 알 수 없었으며...- 

결국 회담의 건은 없어진 내용으로 뒤바뀐 채, 세이아가 잘 처리했다고 한다. 


다행히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었으며. 

이번 일로 인해서 트리니티는 아리우스를 대적하기 위한 계획을 짜고 있다고 한다. 


짧고 힘겨운 싸움 끝에 다시 찾아온 평화는 이어져갔다.



"........" 

"되게 익숙한 커튼이네..." 



나는 입원실에서 편하지 못한 잠을 이루고서, 깨어났다. 

내가 누워있는 침대에서 히후미는 엎드려 자고 있었다. 



"쿠울..." 


"... 히후미?" 


"쿠우울..." 


"......" 



자고 있는 히후미를 최대한 깨우지 않게, 조심스럽게 움직여 입원실을 나왔다. 

입원실을 나오고서, 세리나를 찾고 있었다. 분명, 시간은 4시... 아직 근무 중이니까. 


일단 다친 아이들이 없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조금은 과도한 걱정일까... 그래서 그런지 잠자리마저 불쾌했던 것 같았다. 

제일 민폐였던... 선생님이라는 녀석이 편안하게 입원해있었으니. 


그때, 복도를 걷고 있는 나에게, 이오리가 말을 걸었다. 



"어? 선생님?" 


"... 아, 이오리구나."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으음... 좀 걷고 있었어." 

"너는 좀 어때?" 


"뭐, 보다시피. 우리는 튼튼하니까." 


"다행이네." 


"다행이라니, 걱정했던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리는 쉽게 쓰러지...-" 



나는 건강한 이오리를 보자, 머리에 손을 올려 쓰다듬었다. 



"으, 읏?! 갑자기 무슨... 어?" 

"선생님...?" 


"... 정말, 다행이야." 


"표정이... 왜 그러는...-" 


"다른 애들은 무사하니?" 


"아, 응." 

"제일 많이 다쳤던 부장과 C&C의 부장도 지금 입원하고 있어." 


"그렇구나. 어디에 있는지 좀 알 수 있을까?" 


"... 음, 지금 가려면 조금 불편할 텐데." 

"아무래도 부장들은 인기가 많아서 말이지..." 


"아, 그것도 그렇네."



확실히 히나는 이전부터 게헨나의 최고 아이돌이니... 

거기다가, 네루도 저번 밀레니엄 퍼레이드에서 

엄청난 노래실력으로 인기를 얻었으니까... 


뭐, 당연한 건가. 

그 아이돌들이 다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팬들이 얼마나 병실 앞에 서있을까... 


상상만으로도 비좁아 터지겠다. 



"일단 무사하다면... 뭐, 나중에 가봐야겠다." 


"좋은 선택이야." 

"나도 아까 부장 보러 갔는데, 죽는 줄 알았다니까?" 


"그렇게나 사람이 많은 거야...?" 


"응." 

"아, 맞다." 

"아코 쨩이 서류 가져다 돌라고했는데." 

"나중에 보자고 선생님!" 


"응, 수고해." 



그렇게, 멀어지는 이오리를 보고서... 다시금 생각했다. 


나는 생각해보니까... 아이들에게 사과할 처지구나.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상황이 다르게 흘렀을게 분명하니까. 


나는 죄의식이 들었다. 내가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가며, 이런 아픔 따위 느끼게 해주지 않았을 텐데. 


그러고 보니, 유우카한테도... 잘못을 했지... 



"........." 



정말, 구제불능이다. 

엉망이야... 그것도 엄청... 



"이야기... 해봐야겠지...?" 



그러고 보니... 이야기인가...





나는 예전 히후미와 나눴던 대화가 기억났다. 


조약의 건이 마무리되고서, 며칠 지났을 무렵. 

히후미는 보충수업 부실에 홀로 남아 나와 함께 공부 중이었다. 



"... 그러니까, 여기서는 이렇게 대입을 해서...-" 


"아, 아으으... 그래도 어렵네요...-" 


"부장이 이 정도로 쓰러질 거야?" 

"나중에 가면, 엄청 어려운 문제가 여러 가지인데?" 


"... 그, 그래도 오..." 



나는 자신 감 없이 말하는 히후미에게,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어허! 포기하는 건가 히후미 부장!" 


"아, 아니에요!" 

"정신 바짝 차릴게요!!" 


"푸핫." 


"아, 아... 아으으" 

"깜작 놀랬잖아요..." 


"미안, 미안." 

"그래도 열심히 해야지." 

"네가 먼저 포기하면 다른 애들도 포기할지도 모르잖아?" 

"부장은 모범이 되어야지." 


"우, 우으... 그렇죠 역시?" 

"그래도... 이렇게 공부를 못하는, 제가 아직까지도 부장이라니..." 


"너희들의 이야기라며?" 

"그렇게 당당하게 외쳤던 사람은 누구더라~" 


"으, 읏! 그 이야기는 하지 말아 주세요!!" 

"맨날 놀린단 말이에요..." 


"아니, 완전 멋있지 않냐?" 

"우리들의 이야기!" 

"청춘의 이야기니까요!" 


"휴, 흉내 내지 말아 주세요!!" 


"알았어, 미안 미안 하하하." 



히후미는 얼굴이, 엄청 빨갛게 달아오르며, 놀리지 말아 돌라며 애원했다. 


그렇게 정적과 동시에 히후미는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긴장이 풀린 탓에 집중도 잘하는 듯했다. 


30분이 지났을 무렵, 히후미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 저기 선생님." 


"응?" 


"그 제가 말한 거..." 


"...?" 


"그, 그거요!" 


"그거?" 


"이야기... 말이에요." 


"아, 응." 


"... 그거... 선생님도 포함이니까요." 


"......" 

"오~" 


"뭔가요, 그 반응?!" 


"기쁘당." 


"요, 용기 내서 말했는데!" 





나도 포함이라... 히후미가 끼워준 이야기. 

너희들이 그리고 있던 이야기는 

지금, 나로 인해서 낙서로 채워진 것 같아. 



"너무 엉망이야..."



히후미만의 상냥함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그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못한 나 자신의 대한 혐오. 

모두에게 폐를 끼쳐버린, 나 자신이 용서되지 않았다. 



"그만둘까... 선생..." 



너무 극단적인 선택인 걸까... 잘 모르겠다. 

그저, 이 죄의식으로 부터 사죄하고 싶다. 

모두에게 무릎을 꿇으며... 사과를 하고 싶다. 


... 그걸 떠나서 무슨 낯짝으로 보냐. 

이렇게 민폐 짓을 하고서... 


이 생각마저도, 내 마음속 안에 있는 불쾌한 감정을 

사과 한마디로 씻어내고 싶어서, 생각하는 거겠지. 


진짜 덜떨어졌네, 나... 


마지막으로... 유우카에게는 사과하자. 

무시해서... 어린애처럼 행동해서 미안하다고... 


나는 많은 생각을 하며, 입원실 캐비닛에 있는 옷을 갈아입고는 바깥으로 향했다. 


병원의 문을 열고서, 트리니티의 입구 문까지 향했다. 

지금은 하교시간... 수많은 학생들이 하굣길을 향하고 있었다. 

날씨는 매우 밝았으며, 나른함이 전달될 정도의 온도였다. 


슬슬... 여름이 끝나가고 있구나.

많은 일들이 있었지...


입구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저기 봐, 진짜 있어.' 

'저 선생이... 문자의...?' 

'... 버려진 선생 이라던데... 불쌍해.' 

'왠지 학생인 우리한테 치근덕 되더라.' 

'진짜 토나와... 부모도 없는 사람이 우릴 가르치는 거야?' 



"...?" 



내 이야기인가...? 아니야, 설마... 내가 너무 신경이 곧두 섰...- 



'허얼 불쌍해...' 

'왠지 행동하는 게, 허당이긴 하더라.' 

'난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그것보다 몸에 글자도 있다던데?'



"... 어...?" 



잘못 들은 게 아니다. 분명히 들었다. 

서, 설마... 왜 내 이야기가...- 


나는 몸을 뒤로 돌린 다음, 확인했다. 

... 수많은 학생들이 걸음을 멈춰 선 다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야, 야 이쪽 본다! 눈 피해!' 

'으, 더러워.' 

'너무 그러지 마 불쌍하잖아~' 

'그거 알아? 몸에 글자가 적혀있대, 보여 돌라고 해볼까?' 



"............." 



나는 다시 앞을 향해 바라보고서... 양손을 천천히... 양쪽의 귀를 향해 올렸다. 



"....... 아..." 



천천히... 귀를 막았다. 



"............. 아......" 



양손으로 막은 두 귀는... 조용히 한 글자씩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날의 지옥에서 들었던 목소리들이 서서히 들려왔다. 


'킥, 병X' 



"아."



'툭-'



내 안에서 무언가 끊기는 소리가 들렸다.








==============


▣ 에필로그 - 약속





오후 10 : 08 - 호텔의 테라스





선생님과 나는, 늦은 시간에도 밤바다를 구경하고 있었다. 



"..........." 


"..........." 


"서, 선생님." 


"으, 응?" 


"어땠어...?" 


"뭐, 뭐가..." 


"그, 키스 말이야..." 

"난 첫 키스란 말이야." 


"아니, 그..." 

"예... 달콤했습니다." 


"... 히헤헤." 



오후 10시 12분, 선생님과 나는 조금은 진한... 사랑을 나누며... 

어색한 채로 소파에 앉아있었다. 


너무, 기분 좋아서 죽을 것 같다. 

사랑을 전달할 수 있는 건... 행복한 거구나. 


너무 크게 전달된 사랑 때문일까... 조금은 욕심났다. 

몸의 상처는 어떻게 된 건지... 왜 생긴 건지... 

그리고... 과거에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 선생님." 

"하나만 물어봐도 돼?" 


"... 응? 응." 

"뭐든지." 


"몸안에 있는 상처들 왜 그런 거야?" 


"... 아." 

"봐, 봤구나." 


"... 미안." 

"보이고 싶지 않았을 텐데." 

"신경 쓰여서 말이지..." 


"......." 

"히나가 저번에 물어봤었지?" 

"왜 그렇게 열심히냐고." 


"... 응." 


"그냥... 뭐랄까 너희들이랑 함께라면..." 

"조금은 불행한 학생 때의 기억이, 잠시나마 행복하게 느껴져." 


"... 왜?" 


"... 여기까지 왔구나." 

"라는 느낌이랄까." 

"여기까지 왔기에... 지금은 행복하구나라고." 



아픈 과거... 말해주고 싶진 않구나. 

... 미안해 선생님... 조금은 서운해. 


돌려 말하는 선생님에게, 

나는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이어서 경청했다.



"그러니까... 지금은 후회하고 싶지 않아." 

"그때 경험한 지옥에 대해서는..." 

"뭐 그런 이야기야." 


"... 힘들었어?" 


"... 음." 

"그때, 그 녀석에게도 똑같이 말했지만..." 

"많이 힘...-" 


"... 뭐?" 

"나 말고 아는 사람이 있다는 거야!?" 


"어? 어??" 

"아리스가 알고 있긴 한데..." 



나는 화를 내며, 선생님에게 밀착했다. 



"그건 좀 싫어." 

"뭔가 밀려나는 느낌이야." 


"너, 이럴 때는 진짜 적극적이네?!" 


"그래서 말 안 해줄 거야?" 


"응." 


"... 서운해." 



선생님은 서운한 나를 미안하다며 위로라도 하는 듯, 끌어안으며 말했다. 



"... 알고 있는 건, 중요한 게 아니야." 

"그저, 그런 사람이... 여기까지 왔다 라는 이야기고..." 

"그때의 기억은 분명 지옥 같은 기억이야." 

"그렇지만, 히나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니까." 

"조금은 행복한 기억으로 인식이 바뀔지도." 


"......." 

"심술쟁이." 


"... 음." 


"그래도... 정말 힘들면... 말해." 

"학생에게 어리광을 부릴 수 있는 건... 나 하나뿐이잖아?" 


"... 그땐, 뭐... 제일 먼저 말할게." 


"약속이야." 


"응, 약속." 


"어기면, 엉덩이 걷어찰 거야." 

"100대." 


"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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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많이 진지함;) (없음)

- 과몰입 싫어하시면, 안 보시는거 추천.



일단 이번 편, 후기에 앞서서 구성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이번 편까지 쓰면서, 조금 의아한 부분이 많이 느껴졌을거라고 생각되네요.


"아니, 이 작가 잘쓰다가 왜 이런걸 다루지?"

"우리는 싸우는걸 보고싶지 않아."

"원래 순애물 아니였냐."


같은... 생각이 충분히 들 수 있겠더라고요. 


아무래도, 거의 전편을 청춘물로 써왔으니까...

갑자기 이렇게 핸들을 꺾어 버리면, 충분히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여러분들의 감정이라던가, 

이번편에 많이 들어난 설정에 대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1. 『왜 갑자기 이런 스토리를 다루게되었나?』


일단, 소설의 처음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처음에는 캐릭터를 조금 다루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제가 좋아하는 유우카가 선생이랑 싸운다라던지.

제가 좋아하는 히나가 선생에게 어떤 감정인지.


매일, 게임 (협곡 + 141 + 몰루) 만 하는 저에게는 소설을 쓴다라던가. 

그런 생각은 절대 하지못했습니다.

그냥 아카라이브를 처음 접하고서 창작탭에서 그림을 구경하는데

소설이라는 걸, 발견하고서 '와, 캐릭을 이렇게까지 다룰 수 있구나.' 라고 느꼈는데

아마... 그게 '미도리는 사과하고 싶다.' 였나... 여튼, 그 소설을 보고서 시작했습니다.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매력적인 부분을 살려서 하는게 

너무 로망티스트한 느낌이였고, 이걸 보고서 '나도 다뤄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렇게 나온게 1편~2편이였는데, 지금보면 이것들도 완성도가 상당히 낮네요...

문맥이라던가, 맞춤법이라던가... 어쨌든.


씹덕겜이라고는 원신, 명방 밖에 안해본 사람이고, 

소설이라던가, 애니라던가, 책은 아예 안보는 사람이였는데...

어쩌다보니 시작한 블루아카이브가 스토리라던가 

캐릭터들의 매력이 너무 잘 느껴졌었습니다.


그래서 앞서 모인 내용들을 조합해서 말하자면...

그런 이유들 때문에 '나도 캐릭터들을 써보고 싶다.' 라면서 생각하면서 시작했었네요.


그런데 10편까지 써보니까... 

허기진 배를 급하게 채우는 것 처럼 행동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 기다리는 사람이 있구나.'

'배신은 아니지.'

'빨리 써야지, 늦겠다."


약간 이런 느낌으로...

언제부턴가 8.5 ~ 10편까지는 진짜 억지로 쓴 느낌...? 


10편을 업로드 하고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11편 구성을 짜보기전에, 다시 돌아봤습니다.

확실히 처음에는 캐릭터들의 매력을 잘 살릴려고 했는데...

10편까지 와서보니, 그냥 그게 끝이더라고요.


'매력만 잘 살렸다.'


그리고 스토리에 개연성을 떠나, 너무 미숙한 텔링.


「1. 무슨 일 생김」 -> 「2. 선생님 출동.」 

-> 「3. 캐릭터의 모르는 과거나 현재를 다룸. 」

-> 「4. 좋은 결말.」 -> 「5. 남는 스토리가 없음.」


너무나도 똑같은 형식에 레파토리와 뻔하고 뻔한 스토리.


이걸 느끼고서 진짜로 화가 많이 났었습니다.

제가 게임할 시간, 운동할 시간, 공부할 시간

이 모두를 어떻게든 줄여서 써서만들어낸 내 노력이라는 작품에서

겨우 발자국이 이정도밖에 안된다는게,

저 자신에게 너무 화가났습니다.


또 한편적으로는 이해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게 뭐가 재밌다고 보는건지,

나는 도대체 뭘 느낀건지.


이런 점들을 느끼고서 방향성을 바꾸자고 다짐했습니다.


뻔하고 뻔한 스토리가 아닌, 정말로 캐릭터들이 메인스토리에서부터 

어떠한 감정으로 도달했는지, 또한 그런 감정들을 통해서 어떻게 성장했는지.


11편부터는 완성도가 상당히 낮아도, 이렇게 써보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2. 『설정』



첫번째에서 알려드린대로, 그에 대비해 추가한 내용.

이번화의 전투씬이라던가, 히나와 네루의 헤일로가 바뀐다는, 말도 안되는 설정.


'아니, 너무 msg 아니냐?'


저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소설이니까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원작 설정에서 과도한 범위까지는, 벗어나지 않았다고도 생각합니다.


이번 에피소드에 전투씬을 넣은 이유는, 다름아닌 감정을 통합시키고 싶었습니다.


여태까지 보시다시피, 계속 단편적으로 감정을 구사해왔는데...

이런 점들을 한꺼번에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한마디로... 개연성이라고 해도 좋겠네요.


히나가 선생님에게 바다에서 자기 자신의 맹세를 했지만,

조약때의 일에서는 지키지 못하고, 좌절했지만 

그럼에도, 그때 선생님을 지킨다고 맹세한 히나는 

이번에는 그때처럼 포기하지 않았다... 라는 내용이 이번 편에 있었죠.


뭐,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여기 소설에서 다뤄진 히나의 감정선을 폭발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네루라던가 아즈사의 과거. 이런 쪽을 나타내면서,

모두가 엄청난 싸움 중에도 성장할 수 있음을 나타냈고요.


그리고, 헤일로가 변한다... 일단 작중에서 「울림의 현상」이라고는 표현했는데.


일단, 이 설정은 「흑화 시로코」를 모티브로 만들어낸 설정입니다.

흑화 시로코의 헤일로는 변해있었으며, 살인을 취하는 짤이 있기도 한데.


원작, 헤일로의 설정을 보자면...

자신의 개성이나 성격에 따라 나타나는 빛의 고리라고 하죠.


즉, 흑화 시로코는 어딘가의 감정이라던가.

한쪽 부분이 변했기 때문에, 헤일로가 검게 물 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을 이용해서 만든 설정이기에, 범위를 벗어났다고는 생각하지않네요.

어디까지나 팬픽소설이니까 가능한 설정.


이런 이유때문에, 히나와 네루는 각자 회상을 나타내고서,

지성에 대한 개념이 극에 도달했기에... 헤일로가 변했다는 간단한 이유입니다.


히나의 노란색은 '성숙과 믿음.'

네루의 빨간색은 '분노와 결심.' 으로, 이번 스토리에서 다루어 졌다고 보시면 될것같습니다.


그리고, 전투의 묘사라던가 

이런 부분에서는 충분히 판타지하고 전투센스가 뛰어난 아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작에서도, 대전차포 미사일 맞고도 하루 쉬면 완치라는 애들인데...





3. 『방향성』



이번 편에서 떡밥이, 6개는 뿌려진 것 같네요.

그 만큼 오래 적어올릴 생각이라는 소리지만...

아마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꽁냥순애는 조금은 줄어들 예정입니다.


아즈사의 떡밥이 상당히 많이 뿌려졌네요.


메인 스토리에서는 캐릭터의 과거라던가, 각 소속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서 

다뤄지지 않은 부분을 좀 더 만들어내서, 크게 다룰 생각입니다.


그중에서도 일단 나온 스토리에서는 

공의회 <제롬>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내가 지은거긴 하지만, ㅈㄴ 판타직한 이름이다.)


뭐, 여튼... 이런 방향으로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매번 똑같은 레파토리나 스토리가 아닌, 좀 더 창대한 에피소드로...

단편으로만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의 매력이 아닌,

다양한 이야기와 계기로, 보여줄 수 있는 여러 캐릭터의 매력을 나타내보고싶네요.





오늘의 작가왈을 모아보자면...


1. 원래 소설을 시작한 이유.

2. 다루고 싶었던 건, 이게 아니였음.

3. 그래서 방향을 바꿈.


'이렇게까지 찐따처럼, 니 감정을 이입해서 적어야겠냐' 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도, 오래봐주시고, 계속 봐주실 여러분들을 위해서... 

좀 더 오래 쓰고싶기에, 이런 진지한 몇 마디를 한번은 전해야한다고 생각되네요.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급하게 쓴다고 맞춤법은 맞춘지 모르겠네요...


이번화에서는 '와, 히나 캐리아님?' 하실 수 있겠지만

다음 편엔 히후미가 캐리하는 장면이 나올 예정이고... 

여기까지 보셨다면, 느끼실만도 할겁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이름만 정상회담이지... 사실은 떡밥을 뿌리기 위함이였음.


낚시까진 아닙니다 ㅎㅎ; 

에피소드가 끝날쯤 돌아보니까, 10편까지 보다 완성도가 낮긴하네요...


그리고, 선생님이 좀 밉상으로 나타났는데...

그래도 너무 미워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20대 초인데... 선생님이라는 직업에서는 엄청나게 어린 나이잖아요?


스토리를 봐오신 분들은 느끼겠지만, 

선생님이 소설의 주인공이기에, 그런 감정들을 느끼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다뤄질지는 다음 주에 보고...~


쨌든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사랑하고, 고맙고, 일기장 봐주셔서 고맙고... 


1장 에피소드의 마지막, 14.5편은 다음주 토,일 중. 

9시에 업로드 됩니다~~ (과제가 생기면 ... 밀려남...!)


여튼 다음주에 봐요! 사랑해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