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https://arca.live/b/bluearchive/46049433?target=all&keyword=%EC%96%B4%EB%A6%AC%EC%84%9D%EC%97%88%EB%8B%A4&p=1




어릴 때,


그러니까 - 평범한 사람이라면 기억조차 희미할터인 어린 시절,


하지만 그러지 않고, 너무나도 내 머리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리고 정신조차 갉아먹어버린 그 시절.


"애는 당신 혼자만 보는 줄 알아?!"


"그만 좀 보채! 이딴 돈으로 애새끼 하나도 못살려먹이고 있는 주제에 뭘 그리 당당하게 - %^#&"


"나도 낳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 너가 - %&#$%"


그 어린시절의 악몽이 또 내 눈앞에서 재생되기 시작한다.


이런 버러지같은 꿈을 키보토스에 오고나서도 꾸고있다니, 


내 인생은 왜 이런걸까.


애 하나 못살려먹이는 박봉으로 날 낳은 부모님,


원치않게 태어난, 막말로 성욕의 부산물과 다름없는 나.


매사가 지옥이였다.


술냄새가 지독하게 풍기는 방구석에서, 아버지의 손에서 쓰레기처럼 허공에 막 던져져 깨지는 유리컵, 가전기기의 노이즈 소리,


그리고 도저히 목소리의 높낮이가 내려갈 기미가 안보이는...부모라는 작자들이 서로에게 내뱉는  괴성.


그런 가정에서 난 쥐죽은듯이 살았다.


아버지에게 왜 태어났냐고 잔소리를 들으면 한번 쯤 대꾸할까 싶다가도, 그 거대한 몸뚱아리가 날 소주병으로 내리칠까봐, 그게 두려워서...


겸허히 받아들이고 마는 그런 비루한 삶.


내 성격이 원래 외향적이었는지, 내성적이였는지 스스로 깨닫기도 전에, 나라는 인간은 그 사람들의 폭력에 닿아 마모되고, 또 닳아서...


결국 그렇게 말 수 없는 성격으로 자라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까지... 친구 하나없는 버러지가 되었다.


용돈 하나없고, 나날이 곰팡이가 슬어가는 낡은 집구석, 그리고 급식비조차 아깝다며 내게 돈을 주지 않으신 어머니..


고등학생 때 또래의 녀석들이 제 부모에게 용돈을 받아, 그걸로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문제집을 대량으로 구매하고 이름있는 학원에 다닐동안, 난 그 어린 나이에 간단한 편의점 알바부터 힘든 노가다까지 해가며 마련한 쥐방울같은 돈으로 겨우 문제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부모님을 원망하고 있지는 않았었다.


어찌됐든 날 낳아주신 분들이니까.


그런 병신같고도 순수한 생각을 가진 나였으니까.


하지만,


18살때 평소처럼 고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밤길을 걸으며 집의 현관문을 연 그 순간,


미지근한 물이 담긴 욕조에 핏물을 뚝뚝흘리며 잠겨있는 어머니와, 옆에서 피묻은 식칼을 손에 든채 탈진해서 눈을 뜬 채로 죽어있는 아버지를 보고나서야,


부모에 대한 일련의 동정심마저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내 인생도, 전부.


.

.

.

.


시신을 홍염으로 불태우고, 향초를 피며 조문객이 오고있는 동안에도, 난 아무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그들의 죽음이 너무나도 당혹스럽다 못해, 눈물조차 새어나오지 못했으니까.


장례식을 찾아온 친척이란 인간들은 처음엔 날 보며 불쌍하다며, 데려가서 날 키우겠다니 뭐니 말했고, 아직까지 단 한줌의 희망을 갖고있던 나는 바보같이 그 악마들의 말을 믿어버렸고 -


그 악마들이 처음부터 단순히 내 부모의 사망보험금과 쥐꼬리만한 유산을 탐냈을 뿐이란걸 깨닫고는,


그제서야 세상에 대해 완벽히 이해해버리고야 말았다.


이 더러운 세상은,


서로에게 달콤한 거짓말을 하며 간을 빼어먹을 생각밖에 안하는 영악한 인간들만 넘쳐난다는 것을,


나 한사람의 아픔보다도 다른 이들의 잠이 더 귀중하다는 것을,


진심으로 날 걱정해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을,


깨달아버리고야 만것이였다.


그 후로 나는 어떤 괴랄한 신념을 갖게 되었다.


속을 알기 쉬운 바보같은 사람은 대하기 편할 것이라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일련의 가식조차 없이, 솔직함만이 드러나는 착한 바보를 만나고 싶다고,


그런 불에 타고있는 꽃밭같은 멍청한  생각을 하며 - 성격조차 호전적으로 뒤틀리고 또 뒤틀리던 어느날, 영문도 모른채로 키보토스에 떨어지게 되버렸다.


왜 나같은게 선생님인걸까,


왜 나같은 저열한 인간이 순수한 학생들의 귀감이 되어야한다는 걸까,


애초에 내가 그럴수가 있을까? 가당치도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거늘.


못되먹어 썩어빠진 인간이니까.


하지만 운명의 수레바퀴란 정해져있다는 법인지..


아비도스가 폐교 될 위기에 쳐할 때, 난 가식을 떨어가며 학생들에게 착한 척을 했고, 이 알량한 대가리를 쥐어짜내 갖가지 전략을 생각해내며 바보같이 노력했다.


내가 뭣 때문에 노력한건지는 스스로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일단 강제로라도 샬레의 선생이라는 큰 위치가 됐으니 뭐라도 해보잔 심정으로 노력해본게 아닌가 싶다.


난 전교생이 5명뿐인 학교를 그녀들이 생 고집을 부려가며 지키려는게 도저히 이해가 안갔고, 겉으론 그들을 이해하는 척하며 속으론 우습게 보기만 할 뿐이였지만...


내 가식을 떤 노력이란  통한걸까, 처음엔 외부인을 경계하던 세리카조차 나에게 마음을 풀기 시작하더니,


이내 어른에게 상처를 받아 마음을 굳게 닫고있던 호시노조차 마지막엔 내게 진실된 미소를 보여주었다.


솔직히, 호시노조차 내가 사실은 자기가 말한 나쁜 어른과 별 다를바가 없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는게 우스웠다.


웃긴 놈.


그렇게 학생들과 수많은 만남을 가지고, 아비도스의 폐교를 저지하고, 게임개발부의 특별상 입상을 지켜보며...


수많은 사건들을 해쳐나가니, 어느덧 나는 학생들에게 상냥하고 솔직한, 믿을 수 있는 어른으로 소문나있었다.


난 그런 좋은 사람이 아닌데. 다들 왜 그러는 걸까.


하지만 남들에게 좋게보여서 일단 나쁠껀 없다 생각하여, 학생들의 그 호의를 달게받아 그녀들과 잠자리를 가지는 등, 


내 개인적인 저급한 욕구를 풀기도 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은 공허할 뿐이였다.


채워질 수 없는, 욕망의 그릇.


그렇게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보내던 중, 나는 한 멍청이를 만나게 되버렸다.


천사인지 악마인지 구분이 안가는 검은 날개.


생긴건 어딘가 귀여우면서도 볼을 한번 쭈욱당겨 그 가학심을 충족시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모습.


그 녀석의 이름은 -


.

.

.

.

.

.


"..정의실현부, 아니, 보충수업부의 일원이 보는 앞에서 일을 땡땡이치고 자고 있는거야?"


"어으.. 누구야.."


비몽사몽한 정신을 일으키며, 흐릿한 시야를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애써 한손으로 눈가를 부비적거려본다.


"나잖아.. 선생님. 코. 하. 루! 잠자다가 기억상실증이라도 걸린거야?"


아, 코하루구나. 앙칼진 목소리가 귓가에 선명히 들려오니, 그제서야 어제 그녀에게 했던 말이 기억났다.


"...섹파가 되어준다고 승낙했었지? 그럴려면 앞으로 샬레의 당번을 너로 고정해야되니깐... 너가 오늘 이렇게 날 만나러온거고."


"..잘 알면서. 근데, 그보다 그 파렴치한건.."


"어?"


파렴치? 저 녀석은 일어나자마자 나한테 한다는 소리가 이런걸까.


"...그..그걸.. 왜 그리 꼿꼿이 세워두고 있는거야..?! 이 변태! 주,주, 죽어!"


그녀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그 가느린 검지 손가락으로 내 아랫쪽을 가리키자 -


"아하."


그녀가 무슨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 '아하~' 는 뭘 아하야! 학생 앞에서 그런걸 대담하게 보여주고..!"


"생리현상이니 어쩔 수 없잖아. 그렇게 변태보는 시선으로 보는건 좀 너무한데."


"이유가 어찌됐던간에 야한건 안된다고!"


별게 다 야하단다.


정작 지도 외설적인 주제에, 별난 녀석.


"코하루. 넌 머리가 꼬추밭이구나."


심드렁하게 그녀에게 한마디 해본다.


"윽.. 무슨 소리야? 꼬..꼬.. 선생님이 학생에게 그런 말을 입에 담는다니..!"


"아니, 머리가 꽃밭이라고 말했어."


"아하, 난 또 뭐라고..."


멍청한 녀석.


"잠깐, 생각해보니 그 말도 안좋은 뜻이잖아!!"


이제서야 눈치챘구나.


"멍청한 녀석."


"바보, 죽어 그냥! 사형 !"






완결낼꺼 많은데 이거 안쓰고는 못참겠더라


뇌절해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