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ter 1부 ] 아비도스 대책위원회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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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ter 2부 ] 태엽 감는 꽃의 파반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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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ter 3부 ] 에덴 조약 편

제1장, 「키보토스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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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여름의 끝, 선도부의 이야기」 - 메인 : 소라사키 히나  

15화 - 소라사키 히나의 이야기 (상)

*16화 - 소라사키 히나의 이야기 (하)


[ !!! ] 메인 스토리, 에덴 조약에 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른한 점심 , 자기 전 오후는 시청금지. (흐름 끊기면 재미없습니다.)

*파트마다 텍스트를 따로 사용하기에, 실수를 알려주시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일부 캐릭터와 스토리들은 공식 스토리와 연관되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일러스트 ART MUG - 블락나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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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다음날, 오전 10 : 14 - 게헨나의 선도부실





"하으... 하아아아암...----" 


"잠이 부족하신가 봐요?" 


"아... 응, 어제 거의 못 잤거든." 



어제 잠에 들기 전, 히나와 길게 대화를 했었는데. 

수다가 너무 즐거웠던 나머지, 결국 2시에 잠들어버렸다. 



"아, 그러고 보니..." 

"의학부장에게 말씀해주셨죠?" 


"... 음?" 


"... 뭔가요, 그 모른다는 효과음은." 

"트리니티와의 합숙 때문에, " 

"오늘 회의에 참석해 돌라는 내용이었잖아요." 

"선생님은 이런 사소한 것도 까먹으시나요?" 


"아... 그랬었지..." 

"지금 전달하고 올까? 재고 보고서도 가져다줘야 하고..." 


"네, 그러는 편이 좋겠네요." 


"응, 다녀올게." 



나는 업무를 보고 있던 히나의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아래층에 있는 구급의학부실로 걸음을 내디뎠다. 


그나저나, 세나를 어떻게 하면 나를 좋아하게 만들 수 있을까? 

아, 참고로... 'Love'가 아닌, 'Like'다. 


세나 녀석은 나를 싫어하니까 말이지... 

사이좋게 지내야만 나중에 서로 도움이 될 테고, 

감사인사도 따로 하고 싶으니까. 


이참에 확, 저질러버려? 

'앞으로도 노력할 테니까 지켜봐 줘.' 같은... 


게헨나 구급 의학부의 부장, 

히무로 세나와의 관계를 이렇게까지 노력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전날 밤, 히나와의 대화에서 나는 한 가지 약속을 했다. 



"뭐? 세나가 선생님을?" 


"... 응." 

"그것도 엄청 싫어하는 것 같아." 



나는 히나에게 저택 사건 이후, 세나와의 관계를 알려줬다. 

히나는 놀란 나머지,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앉아있었다. 



"... 세나가 누군가를 싫어한다라." 

"정말 말이 안 되는 일이야." 


"그렇게 이상한 일이야?" 


"응." 

"세나는 일단, 얼음공주라는 별명이 있으니까."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앉으며, 히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확실히, 내가 본 세나는 반응도 무덤덤할뿐더러... 

아픈 척, 누워있는 학생의 얼굴에다가 총을 쏘는 녀석이니까. 

그런 점만 유사하게 보자면... 얼음공주에 걸맞은 별명이네. 



"얼음 공주와는 별개로, 싫어하는 건 딱히 연관 없지 않나?" 


"... 틀려, 완전히." 

"상대방을 대하는 게 차가워서 그런 별명인 게 아니야."


"그럼?"


"... 감정이 없달까." 

"무언가, 표현이 없기에 얼음공주로 불리는 거야." 


"감정이 없다고...?" 

"그런 건 아닌 거 같은데..." 



감정이 없다는 건 기쁨이라던가, 슬픔이라던가... 

그런 걸 느끼지 못하는 게 감정이 없다고 하지 않나? 


분명, 저택에서 세나가... 


'그러고 보니, 선생님.' 

'그래도 아까는 감사했습니다.' 

'찾아와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만.' 

'좋은 판단은 아니지만, 솔직히 기쁩니다.' 


세나는 나에게서만 그런 말을 한 걸까...? 

히나가 세나에 대해서 말해주니까, 오히려 헷갈리네... 



"... 선생님, 세나한테 무슨 짓이라도 한 거야?" 


"무슨 짓이라니..." 

"히나가 말한 겸손하지 말 것, 엄격할 것, " 

"찝쩍 되지 않을 것. 이 3가지를 완벽히 수행한 나인데..." 

"아무리 그래도, 세나랑은 이야기도 많이 해본 사이도 아니고..." 

"무슨 짓을 했을 리가 없잖아." 


"... 흐음." 



전혀 못 믿겠다는 표정... 아니, 정말로 너무한 거 아니야? 

순수하게 선생님의 일을 몰두한 것 말고는, 딱히 행동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럼, 한 가지 약속해줘." 


"응?" 


"세나는 분명, 선생님에게도 도움될 거야." 

"추후 미래를 위해서, 세나와의 원활한 관계를 가지는 게 좋을 거니까." 


"... 미션?" 


"약속해줘." 

"꼭 좋은 사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아니, 아무리 그래도 다짜고짜...-" 


"약속." 


"............" 

"... 뭐, 한가하기도 하니까." 

"기꺼이." 


"후훗." 

"역시 선생님이야."







나는 묘한 긴장감과 함께, 침을 삼키며 구급의학부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세나에게는 가시가 찔릴 때로 찔려서 말이지... 

조금만 말을 걸어도 노려본단 말이야... 

그 노려보는 눈빛이 왠지 모르게 아프다고 해야 할까. 



"... 어라." 

"아무도 없잖아?" 



나는 텅 비어있는 의학부실에서, 

세나의 자리에 재고 보고서를 두고서 다시 선도부실로 향했다. 


아무리 그래도 말이야... 원활한 관계라... 

선생과 학생 사이에서 노력할만한 주제가 있으려나... 


잘 생각해보면 최상위 난이도의 미션 아니야...? 

정확히 무슨 이유 때문에 싫어하는지도 모르는 마당에, 

좋은 사이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니... 

히나도 참... 엉뚱하단 말이야. 



'툭-' 


"어라?" 



땅바닥에서 손 크기의 하얀색 수첩을 모르고 발로 차 버렸다. 



"... 수첩?" 

"다이어리 같은 건가...?" 

"유우카도 수첩 같은 걸 가지고 다니던데." 


`삐리리-♬♪` 



수첩을 주워, 열어보려고 하는 동시에

옆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이, 진동과 함께 벨소리를 울어댔다. 


뒷 주머니에 한 손으로 들고 있던 수첩을 넣고서, 

오른쪽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을 꺼내 수신자의 이름을 읽었다. 


'유우카 최고(OvO bb)'라는 문맥이 눈에 들어옴과 동시에, 

핸드폰도 전화를 어서 받으라는 듯, 소리 내고 있었다. 



"..........." 



무서워...! 무섭다고...!! 진짜로 무섭다고!!! 

생각이 끝나는 동시에 바로 전화 오는 건, 여자의 감이 아니잖아!

내가 생각할 수 없는 무언가가 유우카한테는 있는 거지? 그런 거지!?


나는 여러 가지의 잡다한 생각을 넘기고서 유우카의 전화를 받았다.



"... 응, 유우카." 

"좋은 아침." 


'좋은... 흠흠.' 

'갑자기 뭔, 뚱딴지같은 소리예요?' 


"너도 기분 좋게 생각하면서." 

"이렇게 인사해주는 선생님이 어디 있냐?" 


'... 음.' 


"그건 그렇고, 무슨 일로 전화했어?" 


'꼭 일이 있어야만, 전화해야 하나요?' 


"그런 건 아니기도 하지?"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 오." 



뭐냐!? UFC에서만 나올법한 스트레이트급의 멘트는!? 

유우카도 나름 성숙해졌네... 나한테 한방 먹여버리다니. 


다른 의미로 맨날 한방 먹여버리긴 했지만... 



"내, 내가 왜 ㅂ, 보고 싶은데?" 


'...?' 

'그런 의미로 보고 싶은 게 아닌데요.' 

'일이 너무 힘들어서요.' 


"................." 



아니, 그렇게 딱 잘라서 말해야만 하는 건가? 

그렇게 진지하게 잘라서 말하니까, 엄청 부끄럽다고... 

잠시나마 좋았던, 내 기억 돌려주세요, 하야세 유우카. 



'그쪽 일은 어때요?' 


"뭐, 어제는 갈피조차 못 잡았는데..." 

"아코가 도와준 덕분에 나름 적응하고 있어." 


'아코라면... 그, 선도부 선임행정관 분이죠?' 


"응, 하늘색 머리에...――" 


'가슴 크신 분?' 


".........." 

"남자에게 그런 멘트는 위험한 걸..." 


'... 어쨌든, 전화한 이유는 말이죠.' 

'혹시 22일 날 시간 되세요?' 


"22일...?" 


'저 대회에 나가는 날이거든요.' 


"엥? 대회?" 


'키보토스 수학 경시대회 말이에요.' 



확실히, 유우카의 계산속도라면 올림피아드도 가능할 정도니까. 

경시대회 정도야 식은 죽 먹기니까, 당연히 나가는 건가. 


그나저나, 22일이면... 치나츠의 생일이고... 

히나랑 워터파크에 가는 날일 텐데... 


그때- 아코가 나에게 모모톡을 보내왔다. 


<선생님, 어서 돌아오도록 하세요.> 

<재고 보고서를 만들어서 내시는 중인가요?> 


<아, 미안. 빨리 뛰어갈게!!>



"아차... 내 정신 좀 봐." 

"유우카, 미안." 

"나중에 통화하자, 바빠서 말이야." 


'... 네, 나중에 연락 주세요.' 



그렇게 유우카의 전화를 끊고서, 선도부실로 향했다.







오후 12 : 18 - 게헨나의 'S'카페 





게헨나의 1층, 급식실의 바로 옆에 있는 카페에서, 나는... 



"꾸어어어어어............----------" 


"흐으으으으으........---------" 


"우와, 오늘은 좀비가 둘 씩이나..." 



역시, 아코가 옆에서 도와준다고 해도 말이지... 

히나의 업무량은 약, 10배... 아니, 20배라고...! 

적응된다고 해도 일반인 체력으로는 한계점이 너무 명확하잖아!! 


이오리는 엎드려 당장 죽을 것만 같은 나에게 감탄을 자아냈다. 


그리고, 내 옆에 엎드려있는 녀석에게도... 



"... 그나저나, 후우카." 

"점심시간인데 안 가봐도 돼?" 


"... 네." 

"오늘은 덕분에 일을 못하게 되어서요." 


"...?" 


"아, 선생님은 모르겠구나." 

"9시쯤, 급식실에 크라켄이 갑자기 들이닥쳐서 말이야." 


"... 예?" 



이오리는 바다에서 나온다는 전설의 괴물의 이름을 불렀...- 

아니, 아니. 잠깐. 크라켄이 대체 왜... 학교 급식실에? 



"주리가 실수로 무언가를 섞어버리는 바람에 말이죠..." 


"헐..." 


"하아... 내일은 또 어떻게 해야..." 



후우카, 너도 참 고생이구나...! 

매일 같이 미식연구회한테 협박당하는 인생에다가, 

급식실 스페셜리스트 주리도 옆에서 돌봐줘야 하니까 말이지.



"금방 지을 수 있지 않나?" 

"여유로운 사람도 많아 보이고." 


"선생님, 게헨나의 학생들이 그렇게 한가한 줄 알아?" 

"지금도 각자 할 일을 열심히 하는 중이라고." 

"적어도 급식실을 고치려면 4일은 기다려야 해." 


"4일 동안이 나요!?" 


"흐음... 난, 이오리가 매일 1시간 간격으로" 

"민트 초코 프라페를 마시려고 여기까지 오는 걸 봐서 한가한 줄 알았지." 


"ㄱ, 그걸 어떻게!?" 


"선도부실에서 다 보이더라." 

"히나도 이미 알고 있지 않을까?" 


"그런 높은 곳에서도 지켜보다니!" 

"변태! 죽어! 공벌레! 말미잘!!" 


"뭐, 문제는 그게 아닌가..." 

"후우카, 급식실이 없는 동안은 어떻게 되는 거야?" 


"단순히, 부활동을 못하는 거죠." 

"하아...-"



단순하다 라... 후우카의 한숨을 봐서 단순하지는 않아 보이네. 

그야, 물론 당연한 거겠지. 후우카는 매일 요리해서 정성껏, 

많은 학생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게 자신의 유일한 '낙'일 테니까. 


조금은 도와주고 싶은 걸... 

후우카 녀석의 꿈이랄까,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니까 말이야." 



"... 후우카." 

"그렇게 요리가 좋아?" 


"... 당연하죠! 

"매일, 아침 일찍 신선한 재료들만 장을 보고서, " 

"수많은 재료를 썰고, 내가 원하는 맛을 만들고 대령하면, " 

"많은 학생분들이 '잘 먹겠습니다.' 라면서..." 

"제 정성을 알아봐 주시잖아요!" 


"헤에... 요리에서도 그런 감정이 있는 거구나." 


"같은 요리인으로써 그 감정 이론은 100점이네." 



좋은 대답이야, 후우카. 자신의 꿈과 원하고자 하는 걸, 

대답해줘야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명분이 생기니까 말이지. 

이로써 나는 후우카, 너를 도와줄 이유가 확실해졌어. 



"그럼, 내가 도와줄게 후우카." 


"... 네?" 


"급식실 말이야." 

"내일까지 복원시켜주겠다고." 


"저, 정말로요!?" 


"응, 전문가인 녀석들이 있으니까." 


"선생님, 그런 걸 멋대로 정해도 되는 거야?" 


"뭐, 기대해."





그렇게, 유일한 쉬는 시간인, 점심시간을 보내고 난 후. 

너구리... 아니, 만마전의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의 내용은 정말 단순하고도 단순했다. 


「에덴 조약」 건 이후, 확실한 평화협정을 위해 

친목회... 즉, 합동 합숙을 열자는 내용. 


당연히, 평화가 유지되는 동안에 이런 주제의 회의는 

단순하면서 사소하고, 또한 당연히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납득할 수 없다니까요!" 

"왜, 저희 선도부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입장으로...-" 


"그렇다 할지언정, " 

"히나 부장과 티파티와의 관계가 아주 우호적이다만." 

"그럼, 당연히 흐름상 히나 부장이 속한 선도부가...-" 


"그거라고요! 그거!" 

"합숙 가는 거야 백번! 천 번! 아니, 만 번도 가주겠어요!" 

"그렇지만, 저희 선도부를 무시하는 행위는 참을 수 없어요!" 



방금 내가 말한 문제라는 건... 바로 이거다. 


아코의 입장에서는 합숙을 가도, 별 상관을 안 하겠지만... 


부장인 히나가 없는 틈을 타서, 히나의 이름을 사용해 

자신들을 대변하는 행동이 아코의 분노 스위치를 켜버린 것. 


나는 말릴 틈도 없이, 조용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후우...! 후우...!" 


"크흑... 고집 하나는 망나니 구만...!" 


"하아!? 고집!?" 

"선도부를 얕본 건, 히나 부장을 얕보거나 마찬가지라고요!" 



그 말은 히나를 제외한 나머지는 상관없다는 거잖아... 


만마전의 한 학생이 방금 말한 것처럼, 

아코의 행동은 누가 봐도 망나니. 그거보다 더한 이름은 없었다. 



"아코 행정관, 정숙하도록." 

"어쨌든 말이지, 합숙 건은 선생님이 전달하는 걸로 하지." 

"히나 부장이 공석인 것도 있으니까 말이야." 


"갑자기 내가!?" 


"우호적인 사람이 가야만 원활한 계약이 되기도 하니까" 

"부탁하겠다네, 선생." 


"그런 거라면 저도 동의하겠습니다." 


"... 내 의사는?"





오후 4 : 15 - 트리니티 종합학원 입구





뭐, 그런 이유로 트리니티 입구로 오게 된 거다. 

이번 히나 풍기 위원장의 대리인으로서 나의 일은, 

트리니티 학생회. 티 파티에게 합동 합숙을 권유하는 것. 


히나라면, 거침없이 들어갔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어느 정도 떨린다... 


그야 그렇잖아...? 나는 이런 거 해본 적도 없기도 하고...- 



"---- 선생님!!!" 


"엥?" 

"... 히후미?" 



나를 부르며 소리치는 쪽으로 등을 돌렸다. 

입구의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히후미가 

손을 높게 들어 나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히후미의 인사에 맞춰, 나도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급하게 횡단보도를 뛰어오는 히후미에게 나는 말을 걸었다. 



"뭐가 그렇게 급해?" 

"그러다가 넘어진다?" 


"헤헤, 이 정도야 괜찮아요!" 

"그나저나, 무슨 볼일이세요?" 


"아, 티 파티에 볼일이 있는데." 


"으음...?" 

"또, 보충수업인가요?" 


"하하, 농담도 참." 

"난 죽어도 다신 안 할 거야." 


"... 그건 아쉽네요." 

"진지하게 말하시니까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생각해봐." 

"너희들 얼마나 내 고혈을 마셨냐?" 


"헤헤, 그래도 선생님이랑 같이 있으면 행복하잖아요!" 


"... 참나." 



나는 히후미와 함께 학교 안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다른 애들은?" 


"아즈사 쨩만 안에 있어요." 

"코하루 쨩과 하나코 쨩은 서점에 볼일이 있다고 했고..." 



코하루랑 하나코가 서점에...? 그거 좀 위험한 조합 아니야? 


히후미와 아즈사는 만나기로 했는지,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아즈사가 총이 매달린 끈을 한 손으로 잡은 채 서있었다.



"... 어라, 선생님." 


"오, 아즈사." 

"뭔가 오랜만인걸." 

"잘 지냈어?" 


"... 음." 


"...?" 

"아즈사 쨩?" 



나는 아즈사를 보고서, 바로 인사를 건넸다 

아즈사는 어째서인지 나를 지긋이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리고는 내 손목을 잡고서,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잠시, 따라와." 


"아즈사!?" 


"저, 저도 갈래요! 아즈사 쨩!" 


"히후미는 거기 있어줘." 


"아, 아으으..." 



나는 아즈사에게 손목을 잡힌 채, 3분가량을 함께 걸었다. 



"나 어린애 아니거든...?" 

"놓아도 혼자 걸을 수 있어." 


"... 이 정도가 좋겠네." 


"음...?" 



아즈사는 걸음을 멈추고서 내 손목을 놓아주었다. 


나는 어린애도 아닌데 말이야. 

저번에 히후미도 그렇고, 친구는 닮는다 그런 거냐? 


나는 아무도 없는 뒤뜰에 아즈사와 함께 서있었다. 

나뭇잎 자그마한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아즈사와 나를 비췄다. 

여름에 볼 수 있는 초록 나무 밑에서 아즈사는 나에게 말을 건넸다. 



"... 선생님." 

"이야기는 들은 거지?" 


"... 어?" 


"그 이야기로부터 부탁할 게 있어." 


"...... 네?" 


"......?" 

"... 세이아에게 못 들은 거야?" 


"응...?" 


"... 아무것도 듣지 못했구나." 

"일단, 오늘은 부탁이 있어서 찾아왔어." 



아즈사는 교복 재킷 가슴팍에 있는 

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며 나에게 전달했다.



"오... 이건, 아즈사의 옛날!?" 


"... 음, 14살 때 찍은 사진이기도 하니까 말이지." 



완전 초 귀엽다!! 아즈사는 이때 단발머리였구나. 

단발머리랑 어울리는 데다가 아무 표정도 없는 게 귀여워! 


옛날의 아즈사와 어려 보이는 아이들이 함께 찍은 듯한 사진이었다. 



"헤헿..." 


"으... 징그러운 소리."

"침 좀 닦지, 그래...?" 

"뭐가 그렇게 좋은거야..." 


"으음! 그래서 이게 뭐야?" 


"... 거기 옆에 있는 4명 보이지?" 

"2년 전, 함께 했었던 G-17부대야." 



함께 했었던 동기라는 말인가... 

아즈사는 우리랑 완벽히 다른 환경에서 자라왔으니... 

이런 어린 나이임에도 총격술을 배운 건가. 


그렇다는 말은, 사진 속 4명은 아리우스 분교의 아이들이구나. 


아즈사는 자신의 옛날이야기를 말하기 시작했다. 



"고층의 아파트에서 잠입하는 작전이 있었어." 

"헬리콥터를 이용해서, 우리 5명은 모두 고층에 내린 상태였지." 

"그런데... 함정이었던 거야." 


"... 함정?" 


"소이탄이 감춰져 있는 바닥을 밟은 탓에..." 

"모두가 불길에 먹혀버렸어." 

"... 나는 그 광경을 보고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 음." 


"그런데, 나는 봐버린 거지." 

"살아있는 그 녀석들을..." 


"... 불길에 죽은 게 아니었던 거야?" 


"... 분명, 죽었어." 

"두 눈으로... 마지막까지 지켜봤어." 


"... 흐음."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왜 나에게 해주는 거야?" 


"........" 



아즈사는 바닥을 향해 고개를 숙여 잠시 생각하는 듯했다. 


자기 자신도 슬픈 이야기를 왜 굳이 나에게 들려준 걸까. 

이걸 나에게 들려줘서, 아즈사는 어떻게 하려는 걸까... 


많은 의문점이 도는 동시에,

아즈사는 생각을 끝마쳤는지 나를 응시한 후 말하기 시작했다.



"우비아를 제외한, 공의회의 그룹 4명." 

"제비아나, 쿠루루, 나나코, 트리아." 

"이, 4명이 사진 속의 G-17 부대야." 


"지, 진짜!?" 

"그럼 여기에 찍혀있는 아이들이... 그때 저택에서..." 



저택에서 봤던 얼굴들은 거의 기억나지도 않긴 하지만... 

그것보다 초특급 미인이네!? 아즈사의 친구들은 다 미인이냐!? 


사진 속에 있는 4명은 아즈사의 친구들이라는 거구나. 



"... 분명, 우비아는 선생님을 죽이러 올 거야." 


".........." 


"선생님은 또다시 싸워야겠지." 


"아니 싸운다고 해도, 나는 지켜지는 입장인데..." 


"그러니... 부탁 좀 해도 될까?" 


"내 말 듣고 있는 거 맞지...?" 

"하아, 그렇게 똑 부러지게 바라보니 참..." 


"..........." 


"..........." 

"... 할 수 있는 거라면." 


"우비아를 죽여줘." 


"뭐!?" 


"그리고... 나머지 4명을 지켜줘." 


"..........." 



당황스럽기도 하면서, 혼란스럽다. 

물론, 모두를 죽이려 한 녀석이지만... 

아즈사가 자신의 입으로 그런 말을 하다니... 



"우비아와 너는... 아무 관계없는 거야?" 


"관계가 없는 건 아니지." 

"사오리의 친구였으니까." 

"그리고... 내 친구..." 


"... 그 말에는 후회가 없는 거야?" 


"... 왜인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우비아는 나를 「적합자」라고 불렀어."


"... 적합자?"


"아마, 그들의 목적은 나일 거야." 

"... 그렇지만, 이젠..." 

"우비아는 독단적으로 선생님을 죽이려 들겠지." 

"그리고, 게헨나의 선도부장도..." 


"............" 


"우비아는 분명, 내 친구가 맞아." 

"그렇지만, 나는 예전의 환경으로 돌아가지 못해." 

"마음속 깊이 결심했으니까." 

"그리고, 히후미와 모두가 있는 이 장소를..." 

"지키고 싶으니까 말이야." 



아즈사는 눈에 생기를 가득 채우고서, 

히후미와 모두가 있는 트리니티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일단은 말이지..." 

"... 나머지 4명은 구할 수 있는 거야?" 

"그 녀석들도 의사가 없다면, 달라지는 건 없을 텐데." 


"... 저번에 봤던, 사오리처럼 긴 파란 머리... 기억나?" 


"아즈사가 나나코라고 불렀던?" 


"... 응, '키사라기 나나코.'" 

"그 자리에서의 나나코는 본실력을 발휘한 게 아니야." 


"... 그건 좀 충격인데." 

"미카가 겨우 저지했던 녀석이, 본 실력이 아니라니." 


"무언가... 확인하고 싶었을 거야." 

"나나코는 섣불리 힘을 사용하지 않으니까." 

"분명, 힘을 사용했다면 우리 둘도 여기에 서있지 못하겠지." 


"그, 그 정도로?" 


"나나코의 힘은... 우비아를 뛰어넘으니까 말이야."



솔직히 그렇게 말해줘도, 난 모른단 말이지... 

확실한 건, 아즈사가 죽여 돌라는 인물... 

우비아는 말 그대로 죽일만한 이유가 된다는 거다. 


아즈사가 말하는 '키사라기 나나코'의 목적... 

즉, 이 말은 그룹에 대한 목적성이 나눠져 있다는 소리. 

다르게 보자면, 다른 녀석들에게도 목적이 있다는 소리가 아닐까? 


확실히, 저번 저택의 싸움에서 우비아를 제외한 모두는 

무언가... 우호적이지 않은 행동들이었어. 


내 생각이 맞다면, 그룹 아리우스 분교에서 파생된 '목적'이 아닌... 

트리니티의 모두를 죽이겠다는, 우비아의 개인적인 '목적'인 거야. 


하지만, 목적이 다르다면 같이 움직일 필요가 없었을 텐데. 

애초에 나나코라는 녀석이 본 힘을 사용하지 않은 거라면, 

우리가 살아있는 이유가 완벽히 성립하게 돼. 


아즈사는 그들의 동기이며 친구였으니까. 

그들의 힘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고 있을 거야. 


그런 아즈사가 말한 '키사라기 나나코'의 힘은, 

히나를 능가하는 힘을 가진 우비아보다 강하다니... 


잠깐, 그렇다면... 우리를 죽이지 않았다는 게... 

일방적으로 살렸다... 라는거잖아? 


뭐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야...? 



"... 선생님, 약속해줘." 

"나머지 4명을 지키주겠다고..." 


".........." 



아즈사의 부탁은 승낙해줄 수 없어. 

그야, 당연히 승낙해줄 수가 없지. 


그 녀석들은 모두를 죽이려 든 녀석들인데. 

여기서 승낙해버리면 나는 그 행동을 납득한 녀석이 되는 거니까. 


아즈사의 말에서는 확신이 없어. 

그들이 정말로 목적이 다르다던가, 

일부러 힘을 발휘하지 않아서 살린 거라던가. 


나는 확신 없이는 선택하지 못해. 

그런 확신조차 없으면서 선택하는 건... 

저택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녀석들을 배신하게 하는 행동이니까. 


미안하지만, 아즈사. 

이번만큼은... 침묵하도록 할게. 


나는 아즈사의 두 눈동자를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 그렇구나." 



대답할 수 없구나 라며, 보는 듯한 눈빛으로... 

아즈사는 나를 슬픈 표정으로 바라봤다.







오후 5 : 15 - 티 파티





"... 흐음, 게헨나치고 매우 좋은 주제네요." 


"협정 유지를 위한 친목회...라고 해도 좋겠구나." 

"그러니까, 10명 정도를 뽑아서 합숙을...-" 


"치즈 케이크~ 치즈 케이크~" 



나는 티 파티에서 미카와 나기사와 함께, 

게헨나에서 제시한 '합동 합숙'에 대해서 이야기 중이었다. 



"10명씩이 나요?" 

"각자 5명만 뽑아서 가도 인원은 충분할 것 같습니다만." 


"음 그럼, 인원은 줄이는 걸로." 


"녹차 몽블랑~ 녹차 몽블랑~" 

"우음~~~ 맛있어!!" 


"............" 


"... 큼, 큼." 

"샬레의 수업이라... 이건 조금 기대되는군요." 

"선생님은 수업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어이, 보충 수업시킨 게 너희든!?" 

"덕분에 고혈압 걸리는 줄 알았다니까?" 


"후훗, 덕분에 트리니티가 다시 일어선 계기기도 하니까요." 

"어찌 보면 제가 선생님을 고른 이유가 큰 공 인 셈이겠죠." 


"나기 쨩! 선생님을 고르자고 한건 나라고!?" 

"거기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한다고 한건, 나기 쨩이고!" 


"..........." 


"..........." 



와~ 미카 저 녀석은 전혀 듣지 않고 있다가, 

이런 것만 엄청 적극적으로 참가하네~ 


미카는 회의가 흐르는 30분 동안, 

디저트 이름이 안 들어간 말을 처음으로 뱉어댔다. 



"... 아무튼, 일정이라면 저희 쪽에서도 짤 수 있으니." 

"나중에 보고서를 전달드리는 걸로 하도록 하죠." 


"뭐, 그렇게 해줘 그럼." 


"벌써 가는 거야? 선생님!?" 


"응? 뭐 돌아가기도 해야 하니..." 


"그럼 초코 티라미슈 먹으러 가자!" 


"우, 우왓!?" 


"뛰면 다친답니다? 미카 양." 



미카는 갑작스럽게 나에게 팔짱을 끼고서 달려 나갔다.







"우음~~ 달다아~~~!"


".........."



나는 미카에 의해, 케이크 카페까지 끌려 나왔다. 

그리고... 앞에 깔린 20 접시나 되어 보이는 케이크들... 



"음? 선생님 안 먹을 거야?" 


"... 먹을게." 



나는 수많은 접시들 중, 

치즈 케이크가 담긴 접시를 내 앞으로 가져왔다. 


아니, 그나저나 내가 왜 여기로 온 건데? 



"선생님도 그쪽 취향?" 

"나랑 완전 똑같네!" 


"아무거나 집은 거야." 

"... 입에 묻은 거나 닦지?" 


"음? 어디?" 


"........" 



미카 녀석, 17살이 맞는 거야? 

아무리 그렇지, 입에 다 묻어가면서 먹는 건 집념이잖아. 


나는 테이블 위에 있는 티슈 한 장을 뽑아, 미카의 입 주변을 닦아줬다. 



"서, 선생님!?" 


"가만히 있어." 

"칠칠맞지 못하게 입에 다 묻히고 말이야." 


"나, 난 마음의 준비가!" 


"뭐라는 거야!?" 

"그냥 입에 묻은 거 닦아주는 거잖아!" 


"아, 아하!" 

"사, 상냥하네, 선생님은!" 


"............" 

"... 너답지 않게 왜 그래?" 



하아... 지친다, 지쳐... 내가 뭐하다가 이런 짓을... 

케이크 카페라고 해도, 난 단거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데 말이야. 


미카는 케이크를 마구잡이로 쑤시던, 포크를 놓고서 

테이블 위에 있는 비어있는 접시를 응시한 채 말했다.



"전부터 구, 궁금한 건데 말이야..." 


"?" 


"서, 선생님은 좋아하는 거 있어!?" 


"... 좋아하는 거?" 



그냥 평범히 물어봐도 대답해주는 걸, 엄청 비장해서 말하네. 



"으음... 좋아하는 거라." 

"돈?" 


"그런 걸 물어본 게 아닌...-" 


"하하, 농담이야 농담." 

"좋아하는 거라... 꽃?" 

"요새, 인터넷에서 꽃말 찾아보는 게 재밌더라고." 


"... 꽃?" 

"응, 꽃이라면 우리 트리니티 화원에도 많은...-" 

"아니, 아니! 그런 걸 물어본 게 아니라고!" 


"...?" 



미카는 무언가 동요하는 듯, 좀처럼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미카 녀석, 입이 엄청나게 부들부들 되고 있어. 

취미를 물어본 게 아닌가...?" 


먼저 말해줄 때까지 미카를 기다리자... 폭주하기 시작했다. 



"그, 그러니까..." 

"그으으으...--- 조금 슬림한 거라던가." 

"조금은 날씬하면서도 선이 보이는 허리라던가..." 

"나처럼 가슴이 큰... 그런 거라던가...!" 


"머머머머머머----, 뭐 하는 거야?!!" 



미카는 자신의 두 손으로 가슴을 어루만지며 

무언가 강력하게 주장하는 듯한 모습을 표현했다. 


아, 아니. 그건, 아웃이잖아! 아웃!! 

남자 앞에서 그런 야한 행동은 그만둬!! 


그렇구나! 미소노 미카! 

넌 나를 성범죄자로 만들 생각인 거구나!? 

그런 거지!? 완전히 그렇게 알아먹어도 되는 거지!?



"진정해! 진정!" 

"꼭 그렇게 몸소 표현 안 해도 알아먹으니까!!!" 

"그, 그만하고! 뭘 말하는 건데!?" 


"그, 그러니까..." 

"무슨 스타일... 좋아하냐고." 


"... 스타일?" 


"이상형 말이야, 이상형!" 


"아하, 이상형 말이지." 

"아니 잠깐, 그런 거 하나 물어본다고 폭주한 거야!?" 


"그런 거라니!" 

"여자의 프라이버시야!"



이놈이고 저놈이고... 엉뚱한 녀석들 뿐이네 정말로. 

아니, 이상형 물어보는 거야 있을법한 대화 아닌가? 


여자가 남자에게 물어봐서 나쁠 것도 없는 대화지. 

이상형의 대한 정보를 얻음으로 인해, 

'남자들은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는구나?' 라면서 데이터를 쌓는 행동이기도 하니까. 


그나저나, 이상형이라... 

나한테 그런 게 있었나...? 


방 안에 틀어박혀서 친구 하나도 없는 주제에. 

여자 친구도 한번 못 사귀어봤던 사람이니까, 나는... 

모쏠의 지식으로 미카가 얻을 수 있는 게 있으려나? 


아니 잠시만, 미카가 이런 걸 묻는 녀석이었나...? 



"이상형이라고 할 건 딱히 없지만..." 

"미카, 좋아하는 사람 생긴 거야?" 


".........." 


"...?" 

"미카 씨?" 


"... 에!?" 

"어떻게 알았어!?" 



아니, 확신하지는 않았는데. 

방금 너의 반응하는 속도 때문에 확신됐어. 

너무 늦는 거 아냐? 10초는 넘은 것 같은데... 



"그야 이상형 묻는 거라면, 그거 말곤 없는 걸?" 


"그, 그런 거야!?" 

"아니! 그것보다 말이야!" 

"선생님의 이상형 말해 돌라고!" 


"... 음."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 


"... 선생님." 

"보기보다 속 좁은 사람이구나?" 


"흐으으음......" 


"잘 생각해봐." 

"근처에 여학생들이 이렇게 많은데, " 

"이상형 하나 정도는 있지 않아?"





나는 눈을 감고서 여태까지 만난 키보 토스의 아이들을 기억해내고 있었다. 


근처에 여자애들이라... 


유우카...? 응, 유우카도 좋지. 

가슴도 볼륨 있는 게 몸매도 좋고! 

유우카도 엄청난 미인이면서, 잘해주기도 하지! 

매번 유우카의 진심 펀치는 정말 아프지만... 

항상 아닌 척, 신경 써주는 게 귀엽단 말이야. 



".......... 음." 



그렇지만, 히나도... 최근 엄청 예뻐 보인단 말이야. 

최근 들어 가까이 있어서 그런 걸까나? 

팔방미인이기도 하고...! 아기자기한 몸이 귀엽기도 하고...! 

업무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어서 그런가... 

요새는 멋져 보이기도 하면서 엄청난 신붓감으로 보인단 말이야. 

그리고... 바다에서 나한테 웃어줬을 때... 흐헿. 



"... 저기 선생님?" 



그래도! 그래도 말이지! 카요코도 엄청 미인이란 말이야. 

내가 본 학생들 중에서 제일 손에 꼽을 정도로. 

요즘은 바빠 보여서 연락하지 못했지만... 

그날 밤, 달빛에 비친 카요코의 홍조는... 흐헤헤헿 



"저기... 멀었나요?" 

"나 완전히 잊힌 것 같은데..." 



그리고, 아까 전에 아즈사의 옛날 사진을 보고서 느꼈단 말이지. 

아즈사도 가까이서 보니까, 엄청난 미인인걸!? 

사진을 보고서 알아버렸지 뭐야! 

초록 나뭇잎 사이에 겨우 들어오는 햇빛에 비친 아즈사는, 

방금까지 생각한 아이들보다 강력한 외모...---- 


아니, 잠깐만 생각해보니까... 나 진정한 모태솔로구나? 

곁에 여자들이, 선생님이 되고서 만난 학생들이라니... 


나는 갑작스레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어라?" 

"선생님 울어!?" 


"... 아니, 안 울고 있어... 응...!" 

"난... 울고 있지 않아...!" 



내 인생도 참, 보잘것없구나. 

여태 제대로 된 동갑내기 여자랑도 지내지 못했다니...



"그래서 뭐냐고!" 

"이상형!!" 


"... 아, 그렇지." 

"뭐, 이쁘면 좋지." 

"몸매도 좋으면 나도 좋고." 


"역시... 소문대로 엄청난 변태에 불과했구나." 


"... 그 소문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데?" 

"어쨌든, 제일 중요한 건..." 


"... 가슴?" 


"... 음..." 


"엉덩이?" 


"...... 흐으으음..." 


"아님, 다리?" 


"...... 질문 수준이 왜 그렇게 되는 건데?" 

"여튼... 중요한 건, 나만 바라봐주면 좋겠어." 

"사귄다고 했을 때의 가정한다면." 


"... 오, 제법 로맨티스트잖아?" 


"사랑은 로망을 타야 하니까." 


"... 나는 어때?" 

"막, 스타일이라던가 성격이라던가." 


"미카 말이야?" 


"응! 남자인 선생님의 시선으로 말이야." 


"물론, 미카도 엄청 예쁘지." 

"몸매도 좋고, 얼굴도 이쁘고, 가끔은 멋대로지만..." 

"자신의 주위 사람들을 소중히 대하잖아." 

"뭐 그런 면이 엄청나게 좋은 점이라고 생각해." 

"나기사도 분명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 

"................ 네에..." 


"... 네에?" 


"... 어? 응!?" 

"아! 배고프다, 하하하하!" 

"먼저 가볼게, 선생님!!!" 


"아니, 너 케이크 20 접시나 먹...-" 



어이쿠... 가버렸네. 

뭐야 저 녀석, 자기가 어떻냐고 물어보길래 

대답해주었더니만 부끄럽다는 듯이 도망가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그럼, 나도 아코에게 혼나기 전에...- 



"... 어, 잠시만." 

"저 녀석, 계산도 안하고..."



나는 테이블 위, 끝에 놓아져 있는 

메뉴판을 가져와 안 쪽을 보기 시작했다. 



"... 최, 최소 가격이 8500원!?" 



동그란 케이크 '한 개'가 아니라 '한 조각'에 8500원!? 

장난하냐!? 최고급 스시도 한 입당 이렇게는 안 받아!!! 


미, 미카 녀석――――――!!!!!!!! 

이렇게 먹어놓고 도망갔겠다아아아――――――!!!!! 


나는 천천히... 메뉴판을 놓고서, 

테이블 옆 기둥에 걸려있는 계산서를 확인했다. 



"... 하, 하하하" 

"케이크 20조각에 17만 원이라니..." 



아무래도, 당분간은 라면으로 먹어야겠네...








오후 8 : 16 - 집



"다녀왔습니다아아아아아........" 


"응, 선생님." 

"오늘도 수고했어." 


"오..." 



히나는 어제와 같이 앞치마 차림으로 저녁을 만들고 있었다. 


힐링되는구나아아아~ 히나의 앞 차림은 힐 포션이구나~~~ 



"... 계속 쳐다볼 거야?" 


"앗, 실례~" 

"유후~~" 


"... 기분 나빠." 



나는 현관문을 마저 닫고, 신발을 벗은 뒤 거실로 향했다. 



"하하, 미안해." 

"오늘도 늦어서 저녁을 맡겨버렸네." 


"아냐, 이런 기회는 많지 않으니까." 


"그나저나, 오늘 메뉴는 뭐야?" 


"선생님이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길래." 

"스태미나 보충을 위해서 돈까스를 만드는 중이야." 


"엥? 돈까스?" 


"응, 그것도 수제로 말이지." 

"기대해도 좋아." 


"오..." 



그래, 어제처럼 그런 괴상한 카레가 나오지는 않겠지. 

맛은 있었지만... 돈까스는 튀기기만 하는 거니까. 

또다시 그런 괴상한 음식이 나올 일은 없겠지. 


1시간 정도가 흐르고, 나는 샤워를 마친 뒤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 내 앞에서는... 수많은 구멍이 뚫려있는 튀김이 접시에 대령되어 있었다. 


걸레짝...? 아니, 음식인데 걸레짝이라니. 

음... 그렇다면 이건... 다중 고기완자 튀김? 

구멍이 송송, 뚫려있는 게 돈까스에 어떻게 이런 구멍이...



"어서 먹어? 선생님." 


"... 응." 

"그나저나, 이거 돈까스 맞지?" 


"응, 누가 봐도 돈까스잖아." 


".........." 



나는 돈까스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구나... 


나는 돈?까스를 한입 크기로 자르기 시작했다. 

무언가 걸린 것처럼, 퍽퍽하면서도 쉽게 잘리진 않았다. 


어, 얼마나 질긴 거야... 쉽게 잘리지가 않아. 


나는 겨우 잘라낸 돈까스를 포크로 찔러 한입 먹었다. 



"... 어때?" 


"..........." 



나는 조용히 히나에게 엄지를 올렸다. 


그리고... 80번 정도를 씹어서야, 겨우 목에 넘겼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씹어 넘겼다.


나는 식사를 하고 난 뒤, 

또다시 오늘도 같은 이불 자리에 히나와 같이 누웠다. 


그리고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어?"라며 묻는 히나에게 

오늘 있었던 모든 게헨나의 일들을 히나에게 보고했다 



"흐음... 그렇구나." 

"인원을 줄인다라, 역시 티 파티구나." 


"그래서 히나 씨." 

"해명 좀 해주시죠?" 


"... 응?" 


"'응?'이 아니지 않냐?" 

"동의도 없이 합숙 예정에 나를 넣은 건 히나라며." 


"들켰구나." 

"후훗, 어쨌든 좋은 기회잖아?"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 


"........" 

"... 쉴틈이 없구먼." 


"... 그나저나,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이제 몸은 괜찮아진 거야?" 


"응, 세리나가 내일 돌아가도 좋다고 했어." 

"... 그렇지만, 조금은 아쉽네." 


"... 뭐, 꼭 집이 아니더라도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응... 그렇네." 

"... 선생님, 약속 꼭 지켜줘." 


"그래, 기대해도 좋아." 



히나는 아마도 밥친구에 대한 약속을 지켜 돌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리고, 함께 천천히 아무 말 없이 서로 잠에 빠지기 시작했다.


히나는 아마도 함께 저녁 식사에 하기로 한 약속을 지켜 돌라고 말하는 듯했다. 


물론, 당연하게도 지킬 생각이다. 

히나도 나도 조금은 서로에게 따뜻한 존재니까. 

함께 천천히 아무 말 없이 서로 잠에 빠지기 시작했다.


히나는 조용히 선생님의 손을 잡았다.








"아루지도넛!!!"


"............."





다음날, 오전 9 : 07 - 게헨나의 폐손된 급식실 앞





"쿠다 이즈나! 주군의 부름 받고 여기서 등장!!!" 

"켕, 켕~" 


"하아암... 닌자 쨩은 아침부터 기운차구나..." 


"............" 



후우카의 급식실을 다시 건설해주겠다고 약속한 나는, 

백귀야행의 수행부 아이들에게 건축을 부탁했다. 


수행부의 아이들은 엄청 잡다한 일들을 해결해주기도 한다. 

만능이라고 부를 정도로 다양한 봉사를 해주기도 하니까 말이지. 


고양이 잡기, 앞마당 청소해주기... 등등. 

백귀야행에서 수행부의 활약은 수문이 퍼질 정도니까. 


그건 그렇고... 



"... 미모리." 


"어머, 선생님." 

"평안하셨는지요?" 


"네, 덕분에 평안했... 아니, 아니." 

"이즈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켕켕." 

"인법연구부와 수행부는 협력하는 존재니까요!" 


"뭐, 별로 상관없으려나..." 

"모모톡 확인했지? 어떠한 구성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네!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수행부의 17가지 장점 중의 하나는 건축이니까요." 



미모리와 츠바키, 5명의 백귀야행 학생들은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츠바키는 "아~ 그랬었지~"라며, 하품을 크게 하고서 

미모리와 함께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그래서?" 

"너는 어쩌려고 여기에 온 거야." 


"주군, 저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닌가요!?" 

"이래 봬도 인법연구부의 특수 닌자라고요!" 


"... 그러고 보니, 인법연구부는 지낼 만 해?" 


"네! 주군 덕분이죠!" 

"덕분에 인법도 배우고 있다고요!" 


"인법...?" 

"예를 들면?" 


"분신의 술... 같은 거라도 보여드릴까요!?"



이즈나는 나에게서 거리를 두고, 

손 모양을 모으고서 만화에서 볼법한 인을 맺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렇지, 만화 같은 일이... 



"인법, 분신의 술!" 


"... 진짜로!?" 


'퍼엉――――' 



정말 만화에서나 볼법한 장면들이...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역시 키보토스구나? 상식을 벗어나버리는 현상들... 

이젠 놀랍지도 않다. 오히려 적응되어버렸어. 


자그마한 폭발 소리와 함께 하얀색의 연기가 퍼져나갔다. 

그리고... 서서히, 또 다른 이즈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 이즈나가 두 명이야!" 


"켕켕! 보셨죠 주군!?" 

"이게 인술 중의 인술! 분신의 술입니다욧!" 



나는 분신으로 된 이즈나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와, 그건 그렇고... 이건 진짜 신기한 걸. 

분신이라고 해도 옷이랑 목도리까지 똑같을 줄이야... 


나는 호기심에 분신인 이즈나의 왼쪽 볼을 당겨봤다. 



"아얏―――!!" 

"아, 아파요! 주군!" 


"엥? 분신인데도 본체한테 피해가 가는 거야?" 


"네, 분신의 술은 본체에게만 피해가 전달돼서 말이죠..." 


"... 음, 움직이거나 그러진 않네." 

"숨만 쉬는 것 같아." 


"어디까지나 「분신의 술」." 

"X루토의 「그림자 분신술」과는 차원이 다른 인술이라고요!" 


"흐음, 위장용이라는 거구나?" 



그렇지만, 만화에서 나올법한 기술이라니... 

이걸 이즈나에게 가르쳐준 인법연구부의 부장은 뭐하는 녀석이야? 


그렇게 이즈나와 인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을 때쯤, 츠바키가 이즈나를 불러 세웠다.



"닌자 씨~ 각목 배치는 다해뒀어~" 


"아, 넵!" 

"후후, 주군." 

"아까 저를 무시하셨죠?" 

"잘 보십시오! 신시대의 닌자를!" 


"...... 응?" 



이즈나는 뒷 주머니에서 쿠나이...가 아니라. 

수많은 나사못들을 손가락 사이로 꺼내고서 자세를 잡았다. 



"이즈나류 인법! 따끔따끔의 술!" 


'슈슉―――――' 



이즈나는 수행부가 배치한 여러 각목에 

표창을 던지는 것처럼, 나사못을 던져댔다. 


알맞게 들어갈만한 위치에 나사못을 명중시킨 이즈나는, 

나를 응시한 뒤, 기세 등등하게 가슴을 펴서 말했다. 



"후후! 어떤가요, 주군!?" 


"오... 굉장하네." 


'짝짝짝―――' 



주변의 게헨나 학생들과 백귀야행의 학생들은 

이즈나의 놀라운 솜씨를 보고서 박수를 치고 있었다. 


과연, 아까 이즈나가 자신의 입으로 말한 것처럼 

괜히 인법연구부와 수행부는 협력하는 존재가 아니구나... 


이즈나의 이런 기술이 있다면, 수작업은 필요 없으니까. 



"그렇다 해도, 망치로 마무리하는 것 까진 똑같은 거 아니야?" 


"후후, 그렇게 말할 줄 알았습니다욧!" 

"잘보십쇼, 켕켕!" 


"... 그건 쌍절곤이잖아? 



이즈나는 뒷 주머니에서 쌍절곤을 손으로 잡은 뒤, 

자신의 몸을 푸는 듯 여러방향으로 날려대고 있었다.


'부웅――――'소리가 나는 게 마치, 

이즈나의 몸이 풀리고 있다는 신호를 주었다. 


2바퀴 정도 날려대면서 이제야 몸이 풀렸다는 듯, 

'휘리릭――――――'소리가 끝을 알리며. 

쌍절곤을 가슴과 팔꿈치 사이로 고정시킨 뒤, 

이즈나는 나에게 다시 한번 잘 보라는 듯, 응시하고서 말했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잘 보십쇼, 주군!" 

"주군만의 쿠다 이즈나를!" 



왼쪽과 오른쪽, 양손을 사용해 쌍절곤을 번갈아 주고받으며, 

이리저리 휘감아대는 게 이즈나치고는 처음으로 멋있었다. 


이즈나는 각목들이 세워진 곳으로 다가가 쌍절곤을 휘둘렀다. 



"이즈나류 봉술! 낭아 진 치기!" 


'투우웅――――――' 



이즈나는 있는 힘껏 각목을 향해 여러 번 봉을 휘둘렀다. 



"어라 닌자 씨, 목재라서 그렇게 강하게 내리치면..."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츠바키의 말이 끝나자 바로 

'쿠구구구궁――――――'소리와 함께 

각목으로 배치된 급식소는 한순간에 무너지고 있었다. 

그 장면을 절망스럽게 목격한 모두는 이즈나에게 한탄하기 시작했다. 



"이, 이즈나 씨..." 


"이거... 오늘은 낮잠 자기 글렀구나..." 


"... 이즈나." 


"케, 켕!? 주군!?" 


"너는 나랑 같이 편의점이나 다녀오자." 

"이 녀석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주, 주구우우운...――" 



아니, 아니... 그렇게 불쌍하게 쳐다봐도 말이야... 

방해된 건 사실이잖아? 오늘 안에 만들어야 하니까 말이지. 


그렇게 작업을 몰두해주는 아이들을 위해서, 

나는 게헨나의 바로 앞 입구에 있는 편의점에서 

여러 간식과 음료수를 이즈나와 함께 구입하고 있었다. 



"주군! 주군! 이거 보세요!" 

"요새 유행하는 '따따부 페로로 빵'이에요!" 


"스티커... 때문에 유행한다고 하는 거였나?" 

"확실히 여기는 여자 학생밖에 없으니, 취향저격이겠구나." 



이즈나가 들고 있는 따따부 페로로 빵. 

히후미가 모모톡으로 자랑할 정도로, 인기가 엄청난 빵이라던데. 

캐릭터에 따라서 빵의 종류도 다르다나 뭐라나... 


빵과 스티커가 들어가 있으니, 귀여운 걸 좋아하는 학생들에게는 

완전히 마케팅을 성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저나 이즈나, 요즘 되게 즐거워 보인다?" 


"훗! 물론이죠!" 

"전부, 주군께서 인법연구부로 추천해준 덕분인걸요!" 


"그렇게만 사고 치지 않고 생활해줘." 

"선생님으로서 그거만큼 보답이 없다." 


"... 보답 말인가요." 

"그러고 보니, 저는 주군에게 보답을 한 적이 없었죠." 


"딱히 보답을 바라는 게...―――" 


"그럼! 부활동에 들어간 보답으로, 이걸 드리겠습니다!" 



이즈나는 뒷 주머니에서 초록색의 나뭇잎을 꺼내 나에게 건넸다. 



"나뭇잎...?" 


"이걸로 말할 것 같으면, 순신의 술이 새겨진 나뭇잎이에요!" 



이즈나는 "―――닌닌!" 소리를 내며 나에게 말했다. 



"순신의 술...?"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시면, 이 나뭇잎을 찢으시면 돼요!" 

"그럼 바로, 주군만의 이즈나가 '두둥!'하고 등장할 겁니다!" 


"흐음... 신기하구나, 닌자라는 건." 



이즈나와 편의점에서 여러 가지 간식을 사고서 

다시 게헨나의 급식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우, 우와..." 

"1시간도 안된 것 같은데..." 


"어머, 선생님 오셨군요?" 



마침, 미모리가 나에게 다가와 진행상황을 알려주었다. 



"벌써 완성한 거야?" 


"네, 이제 인테리어만 하면 끝이랍니다?" 

"후우카 씨라고 했던가요, 주방에서 이미 조리 중이랍니다." 


"우, 우와! 맛있는 냄새!" 

"주군! 빨리 들어가요!" 



후우카 녀석도 참... 요리가 그렇게 좋은가보다. 

아직 건물이 전부 완성된 것도 아닌데 들어가다니... 

이럴 때 말고는 쉴 시간도 별로 없을 텐데 말이야. 


미모리와 이즈나랑 함께 임시 급식소를 들어가려고 하는 순간,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전화가 온 탓에 진동이 울리고 있었다. 



"... 음, 얘들아 먼저 가줄래?" 

"전화가 온 것 같아서." 


"그럼,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빨리 오세요, 주군!" 


"응."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수신자를 확인했다. 



"아코잖아?" 

"... 여보세요?" 


'서, 선생니이이이임...―――' 


"...?" 



어째서인지 아코는 간절한 목소리로 애타게 나를 부르고 있었다.



"바쁘신 와중에 죄송하지만... 지금 당장 오실 수 있을까요?" 


"... 무슨 일이야?" 



나는 전화를 끊고서, 선도부실로 향했다. 


―― 선도부실의 문을 열어 들어왔다. 

도착했다 걸 알리는 듯이, 문에서는 '덜컥―――' 거리며 소리를 내었다. 



"...?" 



문을 열고 들어선 장면에서는 합숙 건으로 

회의에 참석했던 만마전의 학생과 아코가 서있었다.



"아코." 


"선생님!" 


".........." 



만마전의 학생은 한숨을 쉬며 아코에게 이어 말했다. 



"아코, 자네가 합숙장소를 정한 것 까지는 이해가지만..." 

"인원수를 극적으로 줄인다는 건,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닌가?" 


"서, 선생님..." 



아하, 그런 거구나. 

트리니티와 게헨나의 합동 합숙의 보고서는 내가 낸 거니까...

아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구박받고 있는 거구나. 



"그거 내가 작성했는데 말이야." 


"... 아, 선생이 말인가." 

"그래서 아까부터 선임행정관이 그런 말을 한 거군." 


"100번은 더 설명했다고요!" 


"... 아코 일단 진정해." 


"일단, 이것에 대해 설명해주게." 



만마전의 학생은 강력하게 주장하기 위해 

「합동 합숙」을 작성한 보고서를 든 채 나에게 말했다. 



"보이는 그대로, 인원수는 줄이자는 내용인데." 

"뭔가 더 보고해야 할 게 있었을까?" 


"... 하아, 내 말은 그게 아니라네." 

"왜 인원수를 줄인 거냐고 묻는 걸세." 


"그게 트리니티의 교섭이었으니까?" 


"그렇다 할지언정...―――" 


"「합동 합숙」을 권유한 건 게헨나잖아." 

"그렇다면 거기에 대해 수락해준 트리니티에게서도, " 

"타당한 교섭을 이뤄져야, 말 그대로 합동 합숙인 거잖아?" 


"... 흠." 

"듣고 보니 맞는 말이기도 하군." 


"그리고, 봐봐." 

"의견들을 좋게 수령만 한다면 분명 합숙을 시작할 때도, " 

"좋게 시작할 수 있으니까, 서로 도와주는 게 나는 좋다고 봐." 


"... 일리는 있군." 

"납득하도록 하지."



만마전의 학생은 단 한 번으로 이해해버린 자신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목에서 '큼, 큼' 소리를 내며 말했다. 


게헨나에서 제안했으니, 거기에서 쿨하게 받아들인 트리니티에게 

이 정도 교섭은 수락해줘야만 원활한 합숙을 진행할 수 있겠지. 


말 그대로 「합동 합숙」이니까. 

좋은 의견으로 받고서 감싸고 시작한다면, 

그 뒤에서도 사이좋게 진행될지도 모르니까 말이지. 


만마전의 학생은 나에게 보고서를 준 뒤, 이어 말했다.



"그럼, 가야 할 학생들을 선생이 정하게." 


"... 네?" 


"음? 인원수를 줄인다고 한건, 선생 아닌가?" 

"그렇다면 거기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네." 

"나도 위에서 까이게 생겼으니까..." 

"최소한의 멤버를 정해서 가야만 납득이 되는 상황이지." 


"..........." 

"일단 아마우 아...――" 


"닥치세요? 선생님." 


"넵." 



아코는 업무 시간 때보다 더 엄격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하지만... 누가 이런 합숙을 가고 싶어 하겠냐... 

친목회까지는 그렇다 쳐. 그렇지만, BD로 수업받는 시대에서 

누가 거기까지 가서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려고 하냐고...! 



"흐음..." 

"그러고 보니, 선도부로 이미 정해진 게 아니었어?" 


"특별히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거라네." 

"아무나 괜찮다네, 적어보세." 



그래도 말이야... 어찌 보면, 이건 좋은 기회 아니야? 

수업을 듣는 거야 100번 싫다고 해도, 수업 시간은 1시간을 넘지 않을 테고... 


그리고, 키보토스 안에 있는 이에구사 섬이라고? 

최근 TV 광고로만 보던, 야자수가 펼쳐져있는 낭만의 섬! 

즐거운 일만 가득할지도 모르잖아? 



"... 오케이!" 



나는 보고서에서 학생들의 이름을 적고서 

다시 만마전의 학생에게 보고서를 돌려주었다. 



"호오... 이렇게..." 

"트리니티의 숫자는 적지만 중심인물이기도 하니까 말이지." 

"음! 과연, 샬레의 선생일세." 


"별말씀을." 



보고서에서는 '히나를 포함한 선도부 전원'이라고 적었다. 

아코는 무척 가기 싫어하는 것 같지만... 

히나를 더 쉬게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니까. 


그리고 트리니티에서 갈 멤버는 티 파티 전원을 적었다. 

그 녀석들도 나름 고생하는 녀석들이니까... 

이런 섬에서 즐거운 추억을 가지는 것도 좋겠지. 


뭐, 꽤나 멋대로이긴 하지만... 

역시 주요 인물들이 모여야 친목회도 의미 있는 거니까. 


이번 기회에 다들 좋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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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오후 2 : 14 - 트리니티 구호기사단의 스캔실





스캔실에서는 '삐리릭――――' 소리를 내며, 

누워있는 히나의 몸을 사진으로 찍어내는 듯. 

'찰칵' 소리를 내면서 히나를 관찰하고 있었다. 


나는 옆에서 함께 히나를 보고 있던 세리나에게 말을 걸었다. 



"... 어때?" 


"음." 

"완전히 몸이 돌아온 건 아니지만..." 

"확실히 이건, 정상 수치네요." 


"... 오." 



히나는 스캔이 끝나자 문을 열고서 세리나에게 다가갔다. 



"어때?" 


"... 이제 일상생활은 가능하실 거예요." 

"더 이상의 무리는 안된다고요?" 


"... 응, 고마워." 


"축하해 히나." 


"선생님도 수고 많았어." 



히나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감사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수고많았다라... 뭐 대체적으로 히나도 수고했지만. 

나는 엄청나게 수고했다고? 밤마다 긴장하는 바람에 잠을 못 자버렸으니... 


내가 아무리 성인이라지만, 

이렇게 미인계의 여자아이 옆에서 잠이 든다니... 


40대의 선생님이 와도, 이건 불가능의 영역에 가깝다. 

심장이 강철로 만들어지지 않는 한, 절대로 불가능하다. 


오늘부터는 나도 편안한 잠에 이룰 수 있겠구나... 



"... 선생님." 


"응?" 

"왜 그래, 히나?" 


"... 기다릴게." 


"?" 



히나는 자신의 한마디를 뱉고서 어디론가 급히 뛰어갔다. 



"저, 저! 무리하지 말래도!" 


"진정해, 세리나." 

"오랜만에 움직이는 거라 상쾌해서 그럴 거야." 

"... 아마도." 


"하아..." 

"뒷목이..."





오후 5 : 48 - 선도부실





"뭐, 결국에 히나는 완치 판정을 받은 거지." 

"뛰는 걸 봐서는, 건강하다고 생각해." 


"음! 좋은 소식이군요." 

"처음에 쓰러졌다고 소식을 들었을 때, 엄청나게 놀랐지만..." 

"결국 다 나으셨으니 다행이네요." 



아코와 나는 게헨나의 순찰 보고서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래도 말이지..." 

"무리하지 말라고 말한 직후인데... 히나는 어디로 간 걸까?" 


"음, 집으로 돌아가신 게 아닐까요?" 

"여차하시면 제가 퇴근길에 전화해보도록 하죠." 


"그래, 부탁... ――― 어라? 끝난 거야?" 


"네, 순찰 보고서는 이걸로 끝이랍니다." 

"업무 처리도 빨라지시고, 일 솜씨가 느셨군요?" 


"뭐, 아코가 잘 봐준 덕분이지." 


"그럼 퇴근해보도록 할까요." 

"오랜 간만의 칼퇴근이네요!" 


"평소에는 빨리 끝나도 가지 않는 거야?" 


"... 매번 부장이 잡아둬서 말이죠." 

"이럴 때 말고는 일찍 퇴근하지 못한다고요!" 



역시, 게으름뱅이의 칭호는 어떻게 얻은 건지... 

아코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해가 안 된단 말이야. 

풍기 위원장 히나 씨는 얼마나 엄격한 거야? 


나는 아코와 함께 선도부실의 문을 잠그고서, 

계단을 타고 천천히 내려가며 대화를 나눴다. 



"히나는 칼퇴근을 안 시켜주는 거야?" 


"말도 마세요." 

"6시가 아니라면 퇴근은 절대 시켜주지 않아요." 


"히나가 은근 독고다이 느낌이란 말이야." 

"업무면에서는..." 


"후훗,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도 저만의 히나 부장을 위해서라면, " 

"어떠한 명령도 들어야겠죠." 


"... 히나콘." 



나는 아코와 함께 게헨나의 입구까지 걸어왔다. 

입구까지 걸어오자, 게헨나 학생들이 어슬렁거리는 걸 목격했다.



"와, 저기 봐봐." 

"히나 부장, 엄청 귀여워!" 


"누구랑 데이트 가는 건가!?" 

"저렇게 멋있게 꾸미다니..." 


"사진 찍어, 사진!" 


"꺄아아아아!!" 



잠깐, 히나라고...? 

아까 그렇게 뛰어가더니 학교까지 온 거구나. 

아무리 그렇지, 오늘까지는 쉬는 게 좋을 텐데... 


한자로 '게헨나'라고 적힌 비석의 반대편에서, 

기대고 있는 히나에게 나는 천천히 다가가 말을 걸었다. 



"어이, 히나." 

"아무리 그래도, 오늘까진 쉬라... 고..." 


"음? 선생님 왔구나, 빨리 마쳤네." 


"오, 오...!" 

"떴다아아아――――――――!!!!!!" 



아코의 엄청 큰 목소리 때문에 주위의 하교하고 있는 

모든 게헨나 학생들이 아코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풍기 위원장, 특급 스페셜 룩――――!!!" 

"이름하여 「The Hina No. 2」――――――――!!!!!!" 


"트, 특급 스페셜 룩...?" 


"1년 전 딱 한번 입으셨던, 전설의 룩!" 

"저와 같은 「히나 팬클럽」에서는 오직 사진으로만 보고 있다고요!" 



이 녀석, 갑작스레 뭐라는 거야? 

아니... 히나의 사복이 귀한 건 사실이지만, 너무 오버 아니야!? 


히나는 검은색 청바지에 

하얀 티셔츠 위,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고 있었다. 

마치, 멋을 많이 부리는 남성이 입을 만한 스타일. 


히나의 하얀색 머릿결 덕분일까,

검은색의 옷들 덕분에 히나의 외모가 더 빛나 보였다. 


그때, 어딘가에서 '히나는 위대하다!'라고 적힌 

분홍색 옷을 입은 학생들이 나타나 아코와 함께 외치기 시작했다. 



"히, 나! 히, 나! 히, 나! 히, 나! 히, 나! 히, 나!" 


"아, 아코... 그, 그만..." 

"주위에서 다 쳐다보잖아..." 


"사진! 그래, 사진을 찍어야...!" 


"... 맘대로 해." 

"그나저나, 선생님." 


"................" 


"선생님...?" 


"어, 응!?" 


"... 내 옷 어때...?" 


"........ 어...―――"



솔직히 말하자면, 엄청 멋있기도 하면서 귀엽다. 

히나의 날카로운 눈매가 검은색 코디를 더 돋보이게 하지만... 


그것과 반대로 히나의 성격은 소심하니까 말이지. 

옷과 다르게 반대적인 면에서 귀엽다고 해야 할까... 


히나의 옷에 대한 평가를 마음속으로 하고 있을 때, 

아코는 내 어깨를 잡고서 작은 목소리로 귓속말을 전했다. 



"선생님! 선생님!" 

"이건, 좋은 기회라고요?" 


"조, 좋은 기회?" 


"네! 히나 부장의 반응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 


"아코, 너 말이야...――" 


"꾸미고 온 여자아이에게는 칭찬은 필요한 법이라고요?" 

"자신의 스테이터스를 평가받으러 온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스테이터스라니, 너는 사람의 외모가 능력치로 보이냐!? 

확실히, 아코의 말대로 스테이터스로 따지자면... 


옷의 핏이라던가, 히나의 몸매가 완벽하다는 게 보이고... 

아기자기한 몸이지만 강한 건 사실이니까, 

하얀색 티셔츠가 꽉 매여있는 탓에 살짝 보이는 복근이라던가. 


스테이터스로 따지면 'All, S+' 정도는 되는 거 아니야? 


매일 옷이 똑같아서 못 알아봤지만, 히나는 옷을 잘 입는 편이구나. 



"... 그렇게 빤히 쳐다보지 마." 

"나도 조금은 부끄러우니까." 


"... 응." 


"... 말해." 


"... 응?" 


"감상을... 말해." 


"어, 엄청 잘 어울려." 


"... 거짓말." 


"... 그럴 거면 왜 물어봐?" 


"평가가 너무 간단해서 거짓말 같아." 


"... 음, 평소에도 멋있다고 생각하는 히나가, " 

"그렇게 옷을 꾸며 입고 오니까..." 

"슬림한 게 엄청 멋있고 귀여워." 

"그리고... 이쁘기도 하고." 



나는 시선을 애써 옆으로 돌려, 히나와 마주치고 있던 눈을 피했다. 



"...... 음." 

"생각한 거보다 기분 좋네." 


"... 그럼 다행이고."



주위에서는 계속해서 웅성거렸다. 


당연히, 이 상황은 오해받을만한 상황이지... 

히나는 위상 높은 게헨나에서의 연예인이니까. 


나 같은 남자를 만나러 왔다고 소문나는 건 시간문제겠지... 



"히, 나! 히, 나! 히, 나!" 


"히나 부장... 샬레의 선생님이랑 사귀는 건가!?" 


"진짜로~ 진짜로~ 그런 거냐고요~" 


"꺄! 엄청난 로맨스 향기!!!!!" 


"둘 다 엄청 잘 어울려!!" 



히나는 주위의 소리들을 무시하고서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내 손을 잡고서 이어 말했다. 



"히, 히나!?" 


"... 약속 지켜야지." 


"... 약속?" 


"수영복, 사러 가기로 했잖아." 

"벌써 잊어먹은 거야...?" 


"아, 그랬었지... 가 아니라." 

"난 승낙한 적 없거든!?" 


"그럼, 데이트로 퉁치자." 


"... 야, 얌마!!!" 



50명쯤 돼 보이는 학생들 앞에서 

히나는 잡고 있던 내 손을 당기며 백화점으로 향해 출발했다. 


주위에서의 게헨나 학생들은 "꺄―――!!!" 소리를 지르며, 

히나와 나에게 듬뿍 빠진 듯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오후 6 : 47 - 키보토스 중심지 H 백화점, 여성 수영복 코너





"으음..." 

"선생님이 볼 땐 어때?" 


"나한테 물어도 말이지..." 

"이, 이건 어때?" 


"음, 파란색의 비키니구나." 


"아니, 그나저나 왜 수영복을 사려는 거야?" 

"썼던걸 써야지라며 절약정신을 투쟁한 건, 히나 아니었나?" 


"... 음." 

"나, 나도... 그, 그냥 입어보고 싶어서." 



그러니까... 그게 왜 그냥이냐고―――!! 

「여자 전용 수영복 코너」라고 떡하니 적혀있는데, 

남자인 내가 들어오면 어떻게 되겠냐고...! 


말 그대로, 나는 백화점에 있는 「여자 전용 수영복 코너」에서, 

히나와 함께 수영복을 고르고 있었다. 


그렇구나. 히나, 너도 미카처럼 날 범죄자로 만들고 싶은 거지!? 

등 뒤가 뜨겁다고...! 너무 따가워서 엄청 뜨겁다고...!! 

직원분이 아까부터 나를 엄청나게 째려보고 있어! 


어서 이곳을 나갈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히나는 자기 자신의 취향을 잘 모르니, 수영복 고르는 게 늦을 거야. 

그렇다면, 최소한... 내가 고른 다음 반응하게 해 보는 거야! 


나는 수영복 중 아무거나 집은 다음, 히나에게 외쳤다. 



"히나! 이건 어때!?" 


"음, 세일러... 복?" 


"... 엥?" 



내가 손에 쥐고 있던 건, 세일러 복을 모티브로 한 수영복이었다. 



"... 선생님은 그런 취향인 거야?" 


"아, 아니! 이건 오해야!" 

"나, 나는..." 


"괜찮아, 선생님." 

"이거 입어줄까?" 


"... 에?"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 

그냥 평범한 수영복을 고른 줄 알았는데... 

어떤 백화점에서 세일러복을 모티브로 한 수영복을 파냐고...! 


이건 음모인 게 분명해...! 



"음... 배 부분이라던가, 허리 부분은 투명하게 가려져있구나." 

"학교 수영복 위에 입으면 딱이겠는걸." 


"어머, 고객님!" 

"진짜 잘 어울리실 것 같아요!" 


"... 그런가?" 


"...?" 



그때 저 멀리 카운터에 있던 여성 판매원은 

히나에게 다가와, 어딘가 현혹된 눈을 뜨고 있었다.



"이 수영복은 말이죠." 

"스쿨 미즈 세라복이라는 건데, 학교 수영복이랑 딱이랍니다?" 


"음,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선생님이 골라준 거기도 하니까." 

"마침 학교 수영복도 혹시 몰라 가져왔으니, 한번 입어볼게." 


"... 선생님이라고요?" 


"................." 



히나가 수영복을 들고서 탈의실로 들어가자, 

수영복 판매원 분은 나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아, 그렇구나... 역시 남자가 들어오면 안 되는 거였어! 



"... 샬레의 선생님?" 


"... 네?" 


"앗, 이거 실례." 

"소문의 선생님이구나, 하고 쳐다봤을 뿐이랍니다." 


"아하." 



거짓말이잖아요, 그거. 

아까부터 한참을 지켜보셨으면서... 


나는 애써서 지켜보고 있던 시선을 모른척하자, 

수영복 판매원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 이런 쓰레기를 지켜봐야 한다니." 

"아즈사도 참, 보는 눈이 없구나." 


"...?" 



그때 ―― '스르륵―――――' 소리와 함께, 

히나는 탈의실의 커튼을 열고서 나에게 말했다. 



"어때 선생님?" 


"허, 헐..." 



학교 수영복 위에 입혀져 있는 세일러 복, 

파란색과 흰색이 잘 어우러져 청순함을 나타내는 듯했다. 


귀여우면서 섹시해 보인다고 해야 하나, 

애초에 히나는 몸매가 좋으니까 말이지... 


세일러 복의 중심에 있는 리본이 귀여움을 표현하는 탓일까. 

그리고, 치마가 없는 교복 느낌이랄까... 


뭔가 귀여우면서도 야한 느낌이네. 



"엄청 잘 어울리네." 


"... 정말?" 


"응, 역시 초 특급 팔방미인인걸." 


"이걸로 결정해야겠어." 


"꺄아~ 고객님, 너무 잘 어울리신다!" 



히나는 옷으로 갈아입고 수영복을 결제하고 있을 때, 

판매원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 이런 쓰레기를 지켜봐야 한다니.' 

'아즈사도 참, 보는 눈이 없구나.' 


아즈사가 언급될 이유는... 많은 이유 중에서도 한 가지. 



"감사합니다, 고객님! 

"좋은 여름의 끝을 보내시길 바래요!" 


"흐음... 이런 걸 사는 것도 기분 좋구나." 



히나는 계산을 마치고서, 

수영복 판매점의 밖을 향해 나가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히나와 같이 걸어가지 않고... 

가만히 서있는 채로, 계속해서 판매원을 노려봤다. 



"... 이거야 원, 들으신 모양이네요." 

"「샬레의 선생님」?" 



내 앞에 있는 녀석은 분명, 저번 싸움에 없었다. 

히나와 같은 하얀색 긴 머리, 그리고 빨간색의 눈동자... 

새빨간 두 눈동자로 그녀도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노려보셔도... 저는 여기서 싸우지 못한답니다?" 


"...... 대체 무슨 속셈이야, 너희들." 

"이제는 위장이라도 하는 거야?" 


"어머, 걱정 마세요." 

"후후훗, 저는 약하다니까 말이죠." 


"..........." 


"선생님, 뭐해?" 

"어서 가자." 


"... 응." 



나는 히나의 말을 듣고서 수영복 판매점의 밖으로 나갔다. 



"... 아는 사람이야?" 


"..........." 

"... 아는 사람이랑 착각했어." 



그녀는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선생님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며칠 후, 오전 7 : 01 - 집





히나는 게헨나의 자리로 돌아가게 되고, 

나도 샬레의 자리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은 금세 빠르게 흘러 대망의 8월 22일이 다가왔다.



"끄으으으아아아악――――!!"



나는 괴로움을 널리 알리는 듯한 하품을 울어댔다. 


최근 며칠 동안 엄청나게 바빴다. 

쉴 틈도 없이 밀린 샬레의 업무를 처리하느라 퇴근도 늦게 하면서, 

밤늦게까지 선도부실에서 일하고 있는 히나에게 도시락까지 가져다주다 보니. 


이 피로함은 몸 전체에 퍼져있는 듯했다. 


무리도 아니지, 유우카는 대회 때문에 며칠간 빠진다고 했었고, 

부를 사람이 한 명도 없었으니까 말이지. 

그나마 아코가 가르쳐준 업무 꿀팁 덕분에 이 정도인가... 



"그나저나, 오늘이구나." 



나는 선반 위에 있는 알람시계의 날짜를 읽었다. 


8월 22일 치나츠의 생일 겸, 선도부와 워터파크를 가는 날. 

그리고, 유우카의...―――― 


`삐리리-♬♪` 



"아침부터 누가 매너 없이... 히나잖아?" 



나는 누운 채로 히나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선생님?" 


"응, 히나." 


"지금... 일어난 거야?" 


"방금 막 일어났는데 말이지." 


"..........." 


"설마, 내가 못 일어날 줄 알았구나?" 

"하하, 소라사키 히나. 넌 날 너무 무시했어!" 


"...... 이런 말 하기 부끄럽지만, 모두 지하철 앞인데." 


"................... 네?" 

"만우절은 지났는데?" 


"말했잖아. 예약이라고 해도, 줄은 서야 한다고." 

"7시까지 지하철 앞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 

"... 10분! 아니, 15분!!!" 


"... 하아..."





오전 7 : 09 - 지하철 입구





"허억... 허억..." 


"늦었잖아요, 곰탱아!" 


"미, 미안... 허억..." 


"오늘은 좀비가 아니잖아?" 


"... 선생님을 뭘로 보시는 건가요, 이오리 선배." 



나는 어떻게든 뛰어와, 10분 정도만 늦은 것 같았다. 

지하철 입구에서는 '도착까지 2분 남았습니다.' 라며, 

초록색 문구로 치하철의 시간을 표기해주고 있었다. 



"미안해! 얼른 들어가자!" 



그렇게 다 함께 지하철을 타고서 밀레니엄으로 향했다. 

엄청나게 이른 아침의 시간대라서 그런지... 

지하철 안에는 딱히 사람이 없었다. 


학생들만 가득한 곳이라서 그런가, 성인 분들은 안 보이시네. 


나와 히나, 아코와 이오리, 그리고 치나츠. 

이름이 나열된 순서대로 나란히 좌석에 앉아있었다. 



"그러고 보니, 히나 빼고는 사복 입은 걸 처음 보내." 


"뭐, 가끔은 기분 내야 하니까요." 


"... 죽어." 


"... 아니, 그냥 신기해서 말해본 거잖아." 

"이오리는 머리 스타일 바꿨구나?" 


"... 양갈래 머리는 교복버전." 

"묶음 머리는 외출 버전." 


"곳곳에서 버전이 있는 거냐고..." 



이오리의 버전 체인지에 대한 말이 끝나자, 

옆에 앉아있던 치나츠가 나에게 말했다. 



"선생님도 와이셔츠 말고는 처음 보네요." 


"아, 응." 

"뭐, 가끔은 기분 내야 하니까." 


"그거 제가 방금 했던 말이잖아요." 


"아, 네네~ 아코의 말을 빌렸습니다~" 


"아오...!" 



옆에 있던 히나와 이오리, 치나츠는 

"푸흐흡―――" 소리는 내며 웃고 있었다.



"하아? 다들 웃지 말아 줄래요?" 

"이것도 명백히 기분 나쁘다고요." 


"그렇지만, 아코쨩." 

"아코쨩이 당한다고 해야 할까..." 

"조금은 보기 힘든 장면이잖아?" 


"이오리... 당신까지..." 



지하철에서 20분이 지났을 무렵, 

밀레니엄 자치구 역에서 내린 뒤, 워터파크로 향해 걸어갔다. 


8월 22일, 워터파크를 가기엔 너무 늦은 날짜가 아니냐고 

물어볼 수 도 있겠지만, 키보토스에서는 살짝 틀리다. 


키보토스에서 하늘을 비추는 빛의 고리 때문에 대체적으로 

9월 중순까지는 28도에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 때문인지, 사람들은 이미 붐비고 있었다. 

「밀레니엄 로트 워터파크」 이곳의 인기는 예약권이 

제시되자마자, 5분 만에 2000장이 팔린 엄청난 인기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이미, 우리들 앞에서는 엄청난 줄이 나열되어 있었다. 



"우, 우와... 줄봐." 


".........." 



이오리는 보고 있는 풍경이 믿기지 않는지, 

입에서 절로 감탄사가 들어 나오고 있었다. 


10분은 더 걸어가야 입구가 나오는데, 

이건 아무리 봐도 계속해서 줄을 서야겠는걸...


확실히 마키가 말한 대로 엄청난 인기구나. 

입구부터 줄이 세워져 있는데도 이 정도 길이라니... 



"누가 30분만 빨리 일어나셨어도..." 


"그러게, 누가 시간 약속만 잘 지켰어도..." 



아코와 이오리는 동시에 깊은 한숨을 내밀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아아..." 


"... 그렇지만 이건, 굉장한 걸." 

"어쩔 수 없이 줄을 서야겠구나." 



히나도 마치 동요한 듯,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납득했다. 


그때 워터파크의 한 직원이, 내 옆에서 메가폰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자, 자! 먼저 핸드폰으로 확인부터 할게요!" 

"줄이 너무 길어서 그 편이 빠를 것 같아요!" 

"핸드폰으로 홈페이지에 들어가신 다음, 예약권 보여드리시면 됩니다!" 


"......... 마키잖아?" 


"... 어라? 선생님?" 

"여긴 어쩐... 오." 


"... 오?" 



마키는 나를 보자, 메가폰을 입 아래로 내리고서 

무언가 감탄하는 듯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구, 구원의 날개!" 


"마키!?" 



마키는 갑작스레 내 손목을 잡은 채, 뛰어가기 시작했다. 



"서, 선생님!?" 


"부장, 걱정 마세요." 

"서로 아는 사이 같으니까요." 


"음..."





오전 7 : 58 - 워터파크 센터의 사무실





"히비! 내가 구원의 날개를 장식하러 왔어!" 


"... 구원의 날개? 그건 또 무슨..." 

"오." 


"... 히비키?" 



나는 마키가 끌고 온 탓에, 센터로 보이는 곳으로 오게 되었다. 



"마침 잘 됐어, 선생님!" 

"지금 안전요원이 부족해서 그런데, " 

"혹시 10시까지만, 아니. 12시까지만 일 해줄 수 있을까!?" 


"... 아니, 너무 갑작스러운 거 아니야?" 

"안전요원이라니, 난 해본 적도 없고..." 


"지금 우리는 인원수가 너무 부족해서 말이야." 

"이렇게 마키랑 같이 사정해서 부탁해볼게." 


"... 아니, 나는 할 수 없다니까?" 


"간단해, 무슨 일이 생기면 이 무전기로 대답해주면 돼." 


"너 말이야... 이렇게 사람 끌고 와서 부탁하는 건 아니라 보는데..." 



나는 오늘 게헨나 선도부와 놀러 온 거니까. 

그것에 대한 방해는 일절 무시할 수밖에. 


그나저나, 안전요원이라... 

그래서 마키랑 히비키가 학교 수영복에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구나? 


그렇지만... 이번 건은 양보 못해. 

일 때문에 이렇게 지친 나도, 여기까지 와서 일은 할 수 없다고! 

그리고, 제일 기대되는 히나의 수영복을 봐야 해...! 

실수로 고른 거지만, 솔직히 엄청나게 기대되거든!

그것을 위해서라도 나는 어떠한 부탁도 받지 못해, 히비키! 



"흠." 

"그럼 이렇게 하자." 



히비키는 구명조끼의 주머니에서 사진을 꺼냈다. 



"... 그건 사진이잖아?" 


"이걸로 거래하도록 하자." 


"...?" 



히비키는 나에게 사진을 건넸다... 그리고 그 사진은... 



"오, 오!?" 


"어때? 내 바니걸 의상은." 


"오...!!!" 


"으... 저질." 



마키는 질색하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훗, 마키. 네가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 거야. 

너 같은 꼬맹이는 절대로 하지 못할 교섭이니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히비키의 바니걸 의상이 찍힌 사진을 주머니에 넣었다.



"선생님, 대답은?" 


"... 개처럼 부려라." 


"후훗, 그렇게 나와야지." 



그렇게 되므로, 나는 히나에게 전화해서 이 사실을 알렸다. 



'뭐어? 그런 걸 나한테 상의도 없이 수락한 거야?" 

'오늘 워터파크에 온 목적은 아는 거지?' 


"으, 응." 

"치나츠의 생일인 거잖아!" 


'역시 안 되겠어, 가서 따져야...―――' 


"아니! 그러지 마, 히나!" 

"저, 정말로 곤란해하는 것 같으니까 말이야!" 

"선생님이 이럴 때 말고 언제 도와줄 수 있겠어!?" 


'............' 

'... 하아, 12시까지라고 했지?' 


"응, 그 뒤에는 Free!" 

"선생님은 자유야!" 


'... 알겠어, 그 이상은 안돼.' 



나는 히나에게 상황을 전한 뒤, 전화를 끊었다. 


주, 죽는 줄 알았다아...!! 

바니걸 사진을 받았다는 이유로 도와준다는 걸 알면, 

분명 히나는... 화내는 게 아니라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 


흠, 흠... 받은 게 있으니, 돌려주는 게 있는 법. 

이미 거래는 성사되었으니, 나는 그것에 책임지는 것뿐이야!


수영복으로 갈아입고서, 

마키가 준 구명조끼를 입은 뒤 나는 워터파크에 입장했다. 



"우와... 진짜 넓잖아?" 



눈앞에 풍경에서는 흔히 볼 수 없던 기구들이 다양하게 놓아져 있었다. 


여름을 표현하는 듯한, 주황색과 파란색으로 꾸며진 대형 풀. 


그리고, 워터파크의 대표적인 놀이기구, 

높은 워터 슬라이드들이 대략 10개는 넘게 배치되어 있었다. 


관리하는 것만 해도 엄청난 비용이 들 것 같은데... 

이걸 학생들한테 맡기는 거야?



"선생님! 여기야! 여기!"


"거기있었구나."



마키가 나를 큰 목소리로 부르자, 그곳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자, 마키는 나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한마디를 내뱉었다. 



"선생님 스타일 완전 구려." 


"...?" 


"수영복에 후드는 좀 아니지 않아?" 


"... 이건, 내가 피부가 좀 약해서 그런 거야." 

"래쉬가드를 하나 사려고 했는데 깜박해서 말이지." 


"흐음... 진짜 구려!" 



자초지종 해서 사정을 설명해줘도, 

굳이 다시 한번 말해서 강조해야 하는 거냐...? 


나는 수영복 위에 후드티를 하나 입고 있었다. 

물론, 피부가 약하다는 건 거짓말이다. 


그나저나, 스타일 구린 건 나도 알고 있다고... 

저번에 유우카와 바다를 갔을 때도 이렇게 입고 갔는데 말이지. 


하긴... 후드티 위에 구명조끼까지 입었으니, 

이상하게 보여도 할 말이 없긴 하겠구나. 



"선생님은 B-2 구역으로 가면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거야!" 

"화이팅이라구?" 


"화, 화이팅..." 



나는 마키가 알려준 B-2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도중, 슬슬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 어머, 이게 누구야?" 


"우와, 선생님이잖아!" 



그리고, 내 앞에서는 아루와 무츠키가 서있었다. 



"선생님, 완전 변태구나?" 

"워터파크까지 놀러 와서 학생들의 수영복을 보려고 하다니!" 


"... 오랜만이네, 무츠키." 

"아루도 간만이네." 


"쿠후후, 그나저나 선생님은 스타일이 왜 그래?" 



확실히, 후드에 구명조끼는, 말이 안 될 정도로 저질 패션인가 보네... 


마키에 이어서 무츠키도 보자마자 이렇게 공격하는 걸 보니, 

틀림없이 저질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 


일이 끝나면 수영복을 사 오던가 해야지, 원... 



"... 뭐, 사정이 많아서 말이지." 

"그나저나 너희 두명만 온 거야?" 


"그럴 리가!" 

"오늘은 흥신소 68의 특별 휴가날이라서, " 

"없는 돈 다 털어서 온 거라고!" 


"알바한 목적은 그거였냐?" 


"그, 그거랑은 달라!" 



아루와 무츠키도 이 워터파크에 찾아온 걸 보면, 

키보토스에서 가장 인기 많은 곳이라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자랑스러운 무법자님께서 돈을 다 털고 올 정도면, 

엄청나게 좋은 평가라는 거니까. 



"쿠후후." 

"그나저나 선생님, 내 수영복 어때?"



무츠키는 나를 바라보며 오른손을 머리에, 왼손을 허리에 댔다. 

그리고 맥심 화보에 나올 법한 모델의 포즈를... 취했다. 


노란색 비키니에 물결 그림이 있는 게 예쁘다고 해야 할까... 


무츠키는 섹시하다 보다는 귀엽단 말이지. 

그런 섹시 포즈를 지어도 섹시하다고는 안 느껴지는데... 


그렇다 할지 언정, 아코가 저번에 말한 것처럼 

'꾸미고 온 여자아이에게는 칭찬은 필요한 법.' 

결국에는 용기를 모아 자신을 평가해 돌라는 말이다. 


... 그렇다면 칭찬해줄 수밖에 없구나. 



"피부가 고와서 그런지, 엄청 귀여워." 

"의외로 무츠키는 예쁜 녀석이었구나?" 


".............." 


"... 무츠키?" 



무츠키는 나에게 수영복에 대한 평가를 듣자, 

몸이 꽁꽁 언 듯, 가만히 서있었다. 


그런 무츠키에게 아루는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리고 있었다. 

아무 미동도 없는 무츠키에게 아루는 다급하게 부르기 시작했다. 


"... 무츠키?" 

"...... 무츠키!?" 

"무츠키―――!!" 


"어, 어!?" 

"하하! 하하하핫!" 

"그, 그렇구나! 선생님은 완전 초 변태야!" 

"죽어버려! 땅에 머리를 쥐어박고 죽어버려!" 


"난 분명, 칭찬을 한 거 같은데..." 


"다들 여기 있었구나." 



그때, 내 등 뒤에서 카요코가 지나갔다.



"... 카요코?" 


"무츠키는 왜 이래...?" 

"그나저나, 사장. 뭐 하고 있는...―――" 

"어? 선생님?" 

"스타일... 왜 그래? 못 알아보겠는 걸." 


"... 오." 


"...... 선생님?" 

"어디 아픈 거야? 



가느다란 목덜미가 다 가릴 정도로 

머리를 묶지 않고 있던 카요코의 모습. 


그리고, 남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검은 비키니에 

아래에는 학생만의 청순함을 나타내는 듯한, 하얀색 스커트를 허리에 걸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매혹돼서 였을까. 

오랜만에 보는 카요코의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나는 다급히 카요코의 두 손을 잡고서,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 매일 아침 나에게 된장찌개를 끓여줘." 


"............. 뭐?" 


"... 고, 고백!?" 

"안돼, 카요코!" 

"아직 결혼하기엔 100년은 이르다고!!" 



아루는 카요코의 손을 잡고 있던 나를 밀어내며, 

카요코를 품에서 안은채, 이어 말했다. 



"아무리 카요코가 성인이라고 해도!" 

"선생님이 학생에게 프러포즈는 아니지!" 


"아, 미안." 

"카요코의 수영복 모습이 너무 예뻐서 그만..." 


"뭐야, 뭐야?" 

"선생님은 카요코를 사랑하고 있던 거였어?" 

"로리콘, 변태, 죽어! 쿠후후~"


"아니, 나도 모르게..." 



카요코는 아루의 품에 안기고서, 나에게 물었다.



"... 선생님은 된장찌개가 좋아?" 


"... 어?" 


"매일... 끓여 줄 수 있는데 말이지." 

"계란말이 같은 것도... 매일 해줄 수 있어."


"아, 정말...?"


"...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어라? 뒤에서 음흉한 기운이... 


나는 보라색 연기들이 뿜어 나오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아, 히나구나." 

"빨리 왔네?" 


"... 하아?" 

"할 말은 그게 끝이야?" 


"...?"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봐도 이거... 화난 거지? 

그것도 나에게 엄청나게 화가 난 것 같은데... 


설마, 히비키와의 협상을 들킨 건가...? 

탈의실 락커에 사진은 잘 모시고 있는데? 

잠그기 전에도 확실히 있는 걸 보고 닫았는데 말이지. 


그럼 왜인 거지? 

히나는 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거야!? 



"... 일을 도와준다는 게 고작, 손 잡고 프러포즈야?" 

"그딴 녀석에게?" 



그거였냐――――――!!!! 

나는 또 히비키의 바니걸 사진을 들킨 줄만 알았잖아...!! 


그래도 다행이야, 그런 이유라면 적당히 대화로...――



"'그딴 녀석'...?" 

"선도부장, 많이 컸네?" 


"... 흐음?" 


"수영복... 꾸며온 건, 좋지만 말이야." 

"너한테 꿀릴 정도는 아니거든?" 


"어머, 지금 '그딴 녀석'이라고 해서 많이 화가 나셨나 봐?" 

"흥신소68의 그딴 녀석님?"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대결 구도 같은데... 

나는 아루에게 다가간 다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저기 아루, 카요코가 원래 저런 성격인가...?" 


"... 선생님도 참, 둔감한걸..." 


"...?" 


"재밌어졌네~ 재밌어졌어~" 

"싸워라, 싸워라! 이기는 팀, 우리 팀!" 



무츠키, 이 망할 꼬마 녀석이...! 

싸움 부추기지 마! 자존심 쌘 저 둘이 붙게 된다면... 


아, 어디서 본 적 있다 했더니, 

네루랑 카요코가 싸울 때구나...! 

분명, 그때도 불 튀기는 싸움이...!!!



"하아? 1년 전이면 눈도 못 마주쳤던 게, 많이 컸구나." 


"별말씀을, 다 그딴 녀석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이죠." 

"안 그래요? 그딴 녀석 님?" 


"이 망할 꼬맹이가..." 



터, 터진다아아아아...! 

불꽃이 튀기는 것처럼 싸우기 시작했어!! 

이런 곳까지 와서 불화는 좋지 않으니까, 어떻게든 말려봐야겠는걸...! 



"저, 저기 그만 싸우고..." 


"조용히 해!", "시끄러워!" 


"아, 넵." 


"그나저나, 히나... 질투하는 거야?" 

"설마 선도부장은 선생님에게 프러포즈받은 적이 없는 건가?" 

"푸훕――!!" 



쇼맨쉽이잖아, 쇼맨쉽...! 더 이상의 여론 형성은 그만둬...!! 



"흐, 흐응... 그러면 너야말로 선생님이 수영복을 골라준 적 있어?" 


"뭐?"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스쿨 미즈 세라복." 

"이거 선생님이 골라준 거거든." 


"... 칫." 


"선생님, 역시 변태구나? 쿠후후." 



그만해줘, 제발... 난 더 이상, 나 자신을 잃고 싶지 않아...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무츠키도 나에게 한마디를 실었다. 

그러자, 카요코는 손가락으로 히나를 가리키며 주장했다.



"그럼, 결투야!" 


"흐음? 결투?" 

"나랑 여기서 싸워보자는 거야?" 


"설마, 난 전투 같은 거 못하니까 말이지." 

"그리고, 누가 미쳤다고 게헨나 선도부장에게 덤비겠어?" 


"냉정하구나? 과연 게헨나의 브레인이야." 

"그 결투라는 거, 한번 들어나 볼까." 


"흥, 결투의 종목은 바로..." 

"누가 더 선생님의 스타일인지 선택받는 거야!" 


"자신 있구나?" 

"괜찮겠어? 선생님은 보나 마나 날 선택할 거지만." 


"그럴 리가." 

"선생님은 나하고 키스를 한 사이니까 말이지." 

"뭐, 조금은 사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 


"무, 무슨!?" 



그만둬!!! 제발 그만둬!!! 

그 이상 사생활을 폭로하면 나는 더 이상 나로서 남아있지 못해! 


히나는 나를 쳐다보며 실언하기 시작했다.



"그, 그럼 선생님은 나랑 했던 게 첫 키스가 아닌 거야!?" 


"... 뭐!?" 

"선생님에게 찝쩍거리다니...!" 


"그만! 제발 그만 좀...――――" 


"입 다물어!", "가만히 있어!" 


"............"



스킨십 해대는 학생들에게 거부 안 한 내 잘못도 있지만, 

차라리 그 잘못에 대한 벌을 주면 안 될까...? 


나를 계속해서 보고 있는 무츠키랑 아루의 시선이 

점점 까마득하고 어둡게 변해가고 있어...!! 


그때 카요코와 히나는 서로 말이 통하질 않자, 

카요코는 나를 보고서 질문을 던졌다. 



"자 말해봐! 선생님!" 

"누가 더 선생님의 스타일이야?" 


"... 예?" 


"카요코와 나!" 

"누가 더 선생님의 스타일이냐고!" 



'왼쪽, 오른쪽. 양쪽의 버튼 중 무언가를 눌러도 

지구는 멸망합니다... 당신은 무슨 버튼을 누르겠습니까...?' 


라고 들리는 건, 내 환청일까나...? 

그래도... 내가 선택하지 않으면 이 트러블은 끝나지 않아. 


나는 고개를 돌려, 히나를 바라봤다. 



"...?" 


"... 흐음." 



히나가 내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 있지. 

당연히 내가 본 학생 중에서 엄청 귀여우니까! 

세라복이랑 엄청 잘 어울리는 게 청순 그 자체야! 

수영복과는 다르게 카리스마가 있는 게 엄청 귀여워! 


그리고서, 나는 카요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 음." 



카요코도 말이야, 내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 있어. 

평소에는 좀처럼 표현하지 않는 아기 고양이 스타일이지만... 

그래도, 머리를 푼 카요코는 조금 전투력이 높은 걸...? 


한 번만 그때처럼 웃어 준다면 확신이 들지도...? 


나는 카요코를 쳐다보고서 웃고 있는 카요코를 상상했다.



"....... 흐헿." 


"..........." 

"... 얍." 


'푸욱――――' 


"아악!? 눈이――――――――!!!!!" 

"내 눈이――――――――!!!!!" 



히나는 두 손가락을 펼쳐 내 두 눈을 동시에 찔렀다. 

카요코는 그 장면을 보자, 성을 내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야!?" 


"음, 개인적인 감정이랄까." 

"조금은 짜증 나서 말이지." 


"하아... 하아, 앞이... 앞이... 안 보여...!" 


"선생님, 어디 봐." 

"괜찮은 거야?" 


"카, 카요코..." 



카요코는 나에게 다가와 얼굴을 만지며 

정말로 걱정하는 듯한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역시 나한텐 카요코 밖에 없는 걸까나... 



"카, 카요코오오...!" 


"응, 선생님." 

"난 앞에 있어." 


".........." 

"... 얍." 


'푸욱――――' 


"흐아아아아악―――――――――!!?" 

"내 누우운―――!!!, 내 누우우우운―――!!!!!"







==============


▣ 5. 





눈이 너무 아팠던 나머지, 고통을 버티지 못해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센터의 응급 치료실에서 옮겨진 나는, 침대에서 서서히 깨어나고 있었다. 



"... 여긴..." 

"처음 보는 천장인데." 


"깨어났군요, 용사여." 


"...?" 


"이곳은 2092년, 로봇에게 점령당한 지구입니다." 


"........" 



나는 몸을 일으켜 앉은 다음, 앞에 있는 녀석 이마에 딱밤을 쳐냈다. 



"끄앙!"





오후 1 : 12 - 밀레니엄의 워터파크 센터 안, 응급치료실





아리스는 머리를 묶은 채, 수영복 위에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 

직원 전용 구명조끼... 아리스도 여기에서 일하고 있었구나. 



"아리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아리스는 안전요원으로 아르바이트 중입니다." 

"저의 파트너, 선생님이 오지 않으셔서 직접 찾으러 온 겁니다." 


"... 아하, 마키가 말한 게 아리스였구나." 



결국 나... 기절했구나, 눈알이 타들어가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기절해버린 것 같은데... 


히나 녀석... 점점 유우카처럼 변해가고 있어...! 

아무리 그렇지, 짜증을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 잘못된 거 아니냐고! 

무서워...! 무섭다고...! 나만의 작은 히나를 돌려줘...! 



"그나저나 선생님." 

"아리스는 츄러스를 먹어보고 싶습니다." 


"츄러스? 밖에 나가서 사 먹으면 되잖아." 


"... 뿌우." 


"... 뿌우?" 


"아리스는 선생님과 함께 먹고 싶다 이 말입니다!" 


"... 아니, 혼자 먹도록 해." 

"난 더 이상 여자애들이랑 말 섞기도 지쳐." 


"......!" 



아리스에겐 미안하지만, 진짜로 지친단 말이지... 

이제는 말 섞기도 무서울 정도로 말이야. 


그때―― 아리스는 내 손목을 잡고서, 울상이 된 채로 말했다. 



"아리스가 싫으신 건가요?" 


"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내 말은..." 


"―― 아리스가 잘못한 거라면 말해주세요." 

"뭐든지... 뭐든지 고치겠습니다..." 



아리스의 눈은 살짝 글썽이며, 칙칙 대면서 나에게 말했다. 



"어, 어!?" 

"야, 왜 울어!? 싫어하는 거 아니라니까!?" 


"선생님에게 미움받는 건, " 

"아리스의 가슴이 너무나도 아픕니다..." 


"아리스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와하! 아리스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워!" 

"츄러스! 츄러스 먹으러 가자, 아리스?" 


"... 저, 정말입니까?" 


"응! 츄러스 먹으러 가자." 


"아리스는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아리스... 너 말이야...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하아... 뭐, 어쩔 수 없으려나. 

지친다고 해도, 이 녀석들을 책임져야 하는 건 

다름 아닌 선생님인 나 자신이니까 말이다. 


아리스가 여기서 울어버린다면 나도 곤란하니까 말이지... 


아리스와 나는 센터 밖으로 나온 뒤, 

현재 운영하고 있는 푸드트럭을 찾고 있었다. 



"츄러스말고 먹고 싶은 건 없어?" 


"아리스는 동그랗고 차갑다는 것도 먹어보고 싶습니다!" 


"구슬 아이스크림을 말하는 거구나." 



현재 시간은 점심을 넘긴 오후 1시 29분이었다. 

뭐, 히나 쪽은 내가 기절해서 쉬고 있다고 알고 있을 테고... 


내가 기절해서 누워 있었을 때, 

같은 구역 담당인 아리스가 전부 고생했으니. 

이 정도 간식 사주는 거야, 퀘스트 보상 정도인가. 


아리스와 나는 푸드트럭에 도착한 다음, 판매원에게 주문을 요청했다. 



"아이스크림은 무슨 맛 먹고 싶어?" 


"아리스는 딸기로 결정하겠습니다!" 


"여기, 츄러스 2개랑 딸기...―― 어?" 


"어서 오세요~ 츄러스 2개랑... ―― 에?" 


"... 너 뭐야?" 



히나와 백화점 안, 수영복 판매점에서 봤던 그 녀석이 

푸드트럭 안에서 워터파크 직원 복장을 입은 채 앉아있었다. 



"이거야 원... 운명의 장난도 정말 심하네요..." 


"... 도대체 뭐야?" 

"여기까지 와서 몰래 지켜보는 거냐?" 


"아리스는 누구인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 이 분은 누구신가요?" 



아리스는 내 옷깃을 당기고서 물었다. 

그렇지만, 대답할 순간 따위는 없었다. 


왜냐하면, 이 녀석은... 우리를 죽이려고 한 「제롬」의 녀석들이니까. 


저택에서는 분명히 없었다. 

그 싸움 속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어. 

그렇다면, 한 번도 목격하지 못한... 5명 중에 마지막 한 명. 



"... 네가 트리아구나." 

"실물은 처음이라 알아보기 힘들었어." 


"이름을 알고 계시다니." 

"후후훗, 이건 좀 영광인걸요?" 

"저는 분명, 그 자리에 없었는데 용케도 알아차리셨군요." 


"그나저나, 살인 단체에 속한 학생께서 아르바이트라니..." 

"대체 무슨 속셈이냐?" 


"보시는 그대로, 아르바이트 중이랍니다?" 


"..........."



아무리 현실적으로 생각해도, 이건 너무... 돌발 행동 아닌가? 

살인으로 밥벌이하는 녀석들이, 평범한 아르바이트라고...? 


나는 트리아의 행동이 납득되지 않자,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 너네가... 그 꼴을 만든 너네가..." 

"아르바이트라고...?" 


"진정하시죠, 선생님." 

"저번에도 말했지만, 전 싸우지 못한답니다?" 

"정말로 생활비가 모자라서 이곳에 온 것뿐이니, " 

"안심하고 주문하셔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후후." 


".........." 


"아니면, 조용한 곳에서... 오붓하게 대화하시겠어요?" 


"... 그렇게 하자, 그럼." 


"서, 선생님...?" 

"아리스의 선생님은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 금방 다녀올게." 



나는 아리스를 그 자리에 두고서, 트리아를 따라갔다. 


어둡고 좁은 길목을 지나 나오는 버려진 창고. 

빛 한 줄기도 없는 어둠들이 등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여기쯤이면 되겠죠." 


"그래서?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이유는 뭐야?" 


"중요한 이야기를 말씀드리려고 부른 겁니다." 


"... 중요한 이야기?" 



트리아, 그녀를 보는 건 구면이기도 하지만 초면이다. 


우비아를 제외한 아즈사와 같은 G-17의 부대원이면서 

현재, 「제롬」. 공의회의 구성원인 그녀는... 


내 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위협이었다. 

그녀들의 목적은... 나라고 아즈사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트리아는 눈을 감은채,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했다. 

나도 그 행동에 동조했는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렸다. 



"지금부터 말하는 것은 엄수해주시길 바랍니다." 

"아즈사에게는 절대로 알려지면 안 되니까요." 


"........ 어서 말하기나 해." 


"검은 양복과는 이미 만난 겁니까?" 


"4달 전에 만났는데... 그건 왜?" 



검은 양복, 게마트리아의 구성원이자 

아비도스 전원을 추락시키려고 한 범인이자, 

호시노를 실험대상으로 삼으려 한 미치광이. 


매우 잘 알고 있지, 

그 녀석 덕분에 선생님의 일은 10년 동안이나 해야 하니까.



"흐음... 거기까진 가지 못했나요." 

"저번 저택에서 은폐하고 있었던 저희는... 어떤 분의 도움을 받은 겁니다." 


"검은 양복을 말하는 거야?" 


"... 아뇨, 검은 양복과 한패인 마에스트로를 말하는 겁니다." 


"그 녀석이... 트리니티를 왜?" 


"외람된 말이겠지만..." 

"... 그의 목적을 우비아가 물어본 적 있죠." 

"대체 왜 그 수많은 트리니티 학생을 죽이는 걸 협력하는지에 대해."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악보를 적기 위해서, 펜의 잉크를 준비하는 건 기본 사항이다.」 


"라고... 말이죠." 


"...... 펜의 잉크?" 


"저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우비아도, 마에스트로도." 

"마치 저희 4명을 이용하는 듯한..." 


"..............." 



솔직히 말하자면, 이건 엄청난 정보다. 


아즈사가 말한 대로, 

정말로 아리우스 분교에서 파생된 계획이 아니었던 거야. 

오로지, 우비아... 마에스트로가 서로 합쳐진 목적. 


마에스트로는 우비아와 협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트리아의 말은 2명에게 적대심을 가지고 있다... 일려나.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지금 당장 쳐들어올 기세는 아니니까요." 


"... 너는 목적이 뭐야?" 

"나한테 좋게 대할 이유는 없을 텐데..." 


"목적... 인가요." 

"목적이라면 있습니다." 


"............."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 


"......... 약속?" 


"그 약속이 지켜진다면, 저는 원래 자리로 돌아갈 겁니다." 

"애초에 피라던가, 「성인의 통곡」이라던가." 

"낙원 뭐시기 하는 데에서는 관심이 없어서 말이죠." 


"...................." 



의미를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적이 아니다. 

내 앞에서 단 한 번도 살기를 내뿜지 않았어. 


그 녀석들은 나를 죽이려고 지금도 칼을 갈고 있을 테니까 말이지. 


트리아는 바라보고 있는 선생님에게 이어 말했다. 



"... 헤일로에 대해선 아시는 건가요?" 


"... 헤일로?" 


"소라사키 히나 양과 미카모 네루 양을 말하는 겁니다." 


"너 알고 있는 거야...?" 


"네, 몇 년 전에도 똑같은 현상이 있었으니까 말이죠." 


"... 뭐...?"


"... 검은 양복을 찾아가세요." 

"그리고 제 이름을 소개해주시면 말씀해드릴 겁니다." 

"그도 저에게 빚이 있으니 말이죠." 

"그걸로도 부족하시다면... 미소노 미카, 그분을 찾아가세요, " 

"'그곳'의 「생존자」니까요." 


".........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제가 주는 힌트는 여기까지." 

"그럼, 이만." 

"저도 생활비는 벌어야 하기에." 



저 녀석 대체, 정체가 뭐야...? 

나에게 이렇게 우호적으로 대할 필요가 없을 텐데 말이야. 


「헤일로」에 대해서라... 

검은 양복이란 관련이 되어있는 건가? 


자기 할 말만 하고 가버리면 어쩌라는 거야... 


....... 확실한 건, 트리아라는 녀석은 아즈사의 친구. 

우호적인 이유라면... 한 가지밖에 없는 건가. 



"저, 저기!" 

"트리아!" 


"... 음? 더 볼일이 있을까요?" 


"... 그, 고마워." 


"...... 고맙다니..." 


"아즈사를 걱정해서 그런 거잖아?" 

"... 그러지 않고서야 너의 행동은 말이 안 돼." 


"후훗, 알아서 판단하시죠." 

"그래도, 뭐... 로리콘에 쓰레기 답 군요." 


"로리콘!?" 

"얌마, 나는 쭉쭉빵빵한 여자 좋아하거든?" 


"자기 입으로 밝히다니... 역시, 쓰레기군요." 


"아, 아니! 아무튼!"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 어쨌든 고마워." 


".............." 



트리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자리를 떠나갔다. 





"고맙다... 라... 과연, 다음에도 그런 말이 나올지..." 

"금방이라고요? 여기가 사라지는 건." 

"... 마음껏, 발버둥 쳐보시죠."





오후 3 : 42 - 밀레니엄의 워터파크 안, 온천풀





나는 아리스와 함께 츄러스를 먹고 난 후, 

피로에 찌들어 있는 몸을, 휴식에 취하기 위해 온천풀로 찾아왔다. 


요새, 말도 안 되게 고생했으니 말이지. 

뜨거운 물로 뭉친 어깨나 조금 풀어줘야겠어... 


물 안으로 들어가자, 후드티가 점점 스며들며 

물이 몸으로 닿고 있는 것을 계속해서 실감했다. 



"흐아... 살 것 같네." 

"얼마만의 행복이냐..." 


"아리스도 살 것 같습니다." 

"이렇게 기분 좋은 게 있었다니..." 


"... 아리스는 오늘 혼자 온 거야?" 


"아리스는 오늘 아르바이트를 위해 온 겁니다." 

"그래서 게임 개발부의 파티원들과는 같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웬 아르바이트야?" 

"TSC2 운영으로도 많이 벌지 않아?" 


"모모이가 다르게 돈 버는 법을 알아둬야 한다며, " 

"아리스를 여기로 보내게 됐습니다." 



확실히 아리스는 세상을 너무 모르니까 말이지. 

모모이치고는 꽤나 좋은 아이디어잖아? 

지금부터라도 사회를 알아둬야 나중에 고생할 일이 없을 테니 말이야. 



"그나저나, 선생님." 

"옆에 계시는 분은 아시는 분입니까?" 


"... 음?" 


"아리스의 선생님 옆에서 엄청난 수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 



나는 아리스의 말을 듣고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 히나?" 


"알아차리는 게 느리구나." 


"... 왔으면 왔다고 말을 해." 

"이러는 거 진짜 적응 안 된다고." 


"... 음." 



내 옆에서는 히나가 어느새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히나도 조금은 따듯한 물 덕분에 피로가 풀리는 듯, 

조금은 안심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리스는 궁금합니다." 

"선생님의 옆에 분은 누구신가요?" 


"게헨나의 풍기 위원장인 소라사키 히나야." 

"그리고 게헨나의 연예인." 


"연예인...!" 

"아리스는 신기합니다, 연예인은 처음 봅니다!" 


"... 넌 누구야?" 


"아리스는 게임개발부의 명 속성 광역 딜러입니다." 


"... 뭐?" 



나는 아리스의 이마를 딱밤 치기를 했다. 

아무래도, 초면인 사람한테 이런 소개는 아니다. 



"끄앙!" 


"얘는 밀레니엄의 게임개발부, 텐도 아리스." 


"게임개발부...?" 

"아, 선생님이 저번에 말했던 아이구나." 


"그나저나, 다른 애들은 어디 갔어?" 


"잘 놀고 있어." 

"나는 좀 지쳐서 쉬려다가 선생님을 발견한 거고." 


"... 그건 거짓말입니다." 



그때, 히나의 말이 끝나자 아리스가 주장하기 시작했다. 



"... 뭐?" 


"... 아리스?" 


"아리스는 확신합니다." 

"소라소리 히나 씨는 거짓말하고 있습니다!" 


"... 소라사키거든?" 


"무슨 말이야, 아리스?" 


"소라소리 히나 씨는 40분 전부터, 저희 근처를 돌아다녔습니다!" 


"... 진짜야? 히나?" 


"............" 


"아리스의 현장 감지는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아리스가 그렇다는 건, 정말로 100% 라는 거다. 

현장 감지라는 걸로 나를 찾아낼 때가 많으니까 말이지. 



"........ 으, 음모야 이건!" 


"... 음모?" 


"새, 생각해봐." 

"내가 선생님 근처에서 어슬렁 거릴 이유가 있겠어?" 

"나도 아코네랑 논다고 바빴는데..." 


"............"



전부터 생각하는 거지만, 히나는 정말 거짓말을 못하는구나... 

차라리 같이 놀고 싶었다고 말하면 부끄러우니까 그런 거겠지, 뭐... 


나는 살짝 장난치고 싶은 마음에 히나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같이 있고 싶으면, 같이 있고 싶다고 말해도 된다고?" 


"뭐!?" 

"내가 한 말 못 들은 거야?" 


"솔직할 필요가 있겠구나, 히나 씨는." 

"어, 설마... 부끄러운 거야? 솔직한 게?" 


"... 뭐?" 


"그렇구나, 히나는 부끄러운 거구나~" 


"............." 


"... 히, 히익! 서, 선생님!" 

"아리스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 어? 아리스?" 



아리스는 갑자기 무언가를 느꼈는지, 온천풀 밖으로 급하게 걸어 나갔다. 



"할 말, 다했어?" 


"... 응?" 



히나의 보랏빛 눈에서는 마치 레이저가 나오는 듯, 

'죽을 준비는 다한 거지?'라며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왜 그렇게 노려보는 거지? 이거 화난 거잖아? 

내가 히나를 화나게 할 정도로 잘못한 건가!? 



"... 저, 저기... 히나 씨?" 

"... 히나, 폭력은 좋지 않아." 

"그냥 나는 히나가 귀여우니까, 반응을 보려고...!" 


"변명은 받지 않아." 


"... 히나!?" 



히나는 나에게 점점 다가온 뒤, 내 두 어깨를 잡았다. 



"안마받는 거 좋아하지, 선생님?" 


"아니 나는...―――" 


'우드드드득―――――――――――'





히나는 기절한 선생님을 두고서 온천풀 밖으로 나왔다. 

무언가 동조한 듯, 얼굴이 빨개진 히나는 온천풀 입구에서 가만히 서있었다. 


그때 마침, 히나를 찾고 있던 아코가 다가왔다. 



"히나 부장, 여기 있었군요." 


"... 응." 


"........?" 

"열이 나시는 건가요?" 


"아무것도 아니야." 

"가자, 아코." 


"흐음... 또 뭔가 일이 있었나 보네요." 



아코는 먼저 앞서 가는 히나를 보고서, 무언가 눈치챘는지 입을 열었다. 



"가끔은 솔직해야 한다고요?" 

"이럴 때일수록, 숨기만 하면 감정은 전달되지 않는답니다?" 


"........." 



히나는 아코의 말을 듣고서 무언가 찔리는 듯, 발걸음을 멈췄다. 

아코도 자신의 예감이 적중한 듯, 계속해서 말했다. 



"뺏기기 전에 확실히 하라는 거예요." 

"제대로 마음만 전한다면 미련은 없잖아요?" 


"...... 알아." 


"... 솔직하지 못한 건 그때나 지금이나 같네요." 



히나는 아코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이어 말했다. 



"... 내가 마음을 전달한다 해도, 선생님은 생각이 없는걸." 

"그리고 이미 전달했어... 내 마음은." 


"대답은 뭐였나요?" 


"... 대답은 내가 직접 결정했었어." 


"... 부장답지 않네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걸." 

"선생님은 솔직한 걸 좋아하지만..." 

"나는 가면 갈수록... 선생님이 더 좋으니까." 


"흐음..."

"둘만 있는 좋은 기회를 날려버린 건, 부장이니까 말이죠."


"............."



――― 솔직한 게 부끄럽냐고? 아냐... 그런 게 아니야 선생님. 

사실... 나는 무서운 거야. 선생님에게 진심을 전하는 게... 


원래대로의 계획이라면... 다시 고백했어야 했다. 


몇 시간 전의 나, 소라사키 히나는 깨달아버렸다. 

카요코와 대화를 나누는 도중, 깨달아 버린 거다. 

선생님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고도 많다고. 


아니... 사실은 전부터 알고 있었어. 

그래서... 둘만 있을 때 다시 한번 고백하려고 했었어. 

애써 태연한 척을 하면서... 부끄럽지 않은 척을 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노력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 


이런 상황 속에서 나 한 명이 솔직해져 봤자, 선생님만 곤란해진다. 

왜냐하면, 선생님은 항상 중심에 서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선생님의 소문이 퍼졌을 때, 나는 단 한 가지로 서운했었다. 


그날 아비도스의 늑대 녀석과 같이 있는 선생님을 봤을 때는 

너무 혼란스러웠다, 처진 눈과 그어져 있는 눈물자국. 


누가 봐도... 힘들어 보이는 표정이었다. 

끝내, 나는 모른 척했었다. 

힘들어도... 웃고 있는 모습으로 있었으니까. 


상황이 흘러서, 선생님의 집에서 간호를 받을 땐 

이건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선생님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다시 오지 않을 천상의 기회. 


그래서 한번 선생님과 대화를 나눴다.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서, 선생님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내 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그렇지만... 선생님은 두리뭉실한 말만 하고서 자신을 감췄지. 

그때 나는 알아버린 거야, 선생님은 더 이상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는다는 걸. 


성장한 거야, 말도 안 될 정도로.


그날 밤, 선생님에게 질문했던 한 가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선생님이 변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공부를 못해서 되어버렸어.' 라니, 말이 되는 대답이냐고... 

처음에 봤을 때랑은 전혀 다른 눈빛으로 변한 거야. 

나는 그런 선생님이 걱정되고, 너무나도 무서운 거야. 

변한 선생님이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을까 봐. 

모두가 죽을뻔한 그 상황 속에서 만들어낸, 저 각오로 다져진 눈빛이... 


더 이상... 나에게 기대어주지 않을까 봐. 


그날 밤, 바다에서 내가 바라고 있던 건... 

선생님과의 사랑. 


이상하고도 알 수 없는 사람이지만... 

선생님만의 그 웃음이 나에게 모든 걸 감싸는 듯, 

다시 한번 한눈에 반해 버린 걸 지도 몰라. 


아니 어쩌면, 선생님과 처음 만난 그때... 

'너 덕분이야, 히나!'라고 외치던 선생님의 미소를 보고... 

이미 첫눈에 반해 버린 걸 지도 몰라.



"히나... 부장?"



―――― 나는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 나도 안단 말이야..." 

"솔직해져야 하는 거... 나도 알아... 그렇지만..." 

"선생님은... 더 이상... 나를 의지하지 않는 걸." 


"부장..." 



―――――――― 알고 있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선생님은 모두의 미소를 지키고 싶어 할 뿐. 

나 같은 여자는 바라봐주지 않는 걸. 


그러니까... 그날 밤, 바다에서 나눴던 사랑은... 

오직 내가 원해서 이루어낸, 단 하나의 거짓된 소망일 뿐인 거야. 


정말로 나를 좋아하고, 내 사랑이 전달되었다면... 

집에서 이야기할 기회가 더욱 많았겠지... 



"... 아무렇지 않은 척했어." 

"애써 태연한 척했어." 

"많은 줄이 있음에도... 포기하지 않았어." 


"........." 


"그럼에도... 선생님은 말해주지 않았는 걸..." 

"내가 좋다고..." 


"..............." 


"좋아한다는 마음이 이렇게나 힘든 줄 몰랐어." 

"... 그렇지만... 힘들어도 포기는 하고 싶지 않아." 



히나의 눈앞을 가리고 있던 물 덩어리는 마침내, 

한계가 도달했는지 얼굴 선을 타고서 새어나가고 있었다. 


아코는 그 모습을 보고서, 함께 슬퍼하거나 동요해주지는 않았다. 

자신도 알고 있다, 그 감정에는 자신이 이겨 내야 한다는 걸. 


아코는 눈물이 가득 차, 우는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애써 노력하고 있는 히나에게 다가가 두 손을 잡았다. 



"... 부장,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아요." 

"그런 바람둥이가 어디가 좋다는 건지..." 


"... 흐읍... 흡..." 


"그렇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서요." 

"그럼 포기하지 마세요." 

"간단한 거잖아요." 


"...... 흐으읍... 흐읍..." 


"히나... 당신은 노력했어요." 

"그렇지만, 그 노력이 전달되지 않은 것뿐이에요." 

"솔직해지라는 말은 그 「솔직함」이 아닙니다." 

"당신만의 「솔직함」을 전달하라는 것뿐이에요." 



아코는 손으로 히나의 눈물을 지우자, 히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 나만의 솔직함?" 


"네." 

"히나, 당신만이 선생님에게 보여줄 수 있는 「솔직함」을." 

"보여드리는 거예요, 기억에 새길 수 있도록." 



히나는 애써 울음을 그치고, 아코에게 물었다.



"... 그렇지만... 보여준다니..." 

"어떻게?" 


"... 좋은 질문입니다." 

"후후, 기대하세요." 





오후 4 : 37 - 밀레니엄의 워터파크 센터 안, 응급치료실





나는 침대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 


똑같은 천장... 어라, 나 타임 리프 당한 건가? 

왜 아까 봤던 천장이 있는 거지...? 


나는 손을 들어 눈을 비비려고 했다. 


아, 히나에게 안마를 당해서 기절해버렸지... 

그 탓에 응급 치료실에 다시 온 거구나. 

그런데, 손이 안 움직이...――― 



"... 어라?" 

"손과 발이 묶여있어...?" 


"어머, 선생님." 

"일어나셨군요." 


"........???" 



나는 고개를 살짝 앞으로 들어, 

내 몸이 밧줄로 아주 단단히 묶여 있는 걸 확인했다. 



"아코 씨, 이게 뭐죠?" 


"음! 한 소녀를 괴롭힌 대가랄까요." 


"... 예?" 


"그럼 좋은 시간 되시길 빌게요." 



"드르륵――――――" 소리와 함께 

히나가 응급 치료실의 문을 열고서 들어왔다.



"오, 히나!" 

"아깐 미안했어, 놀려서..." 

"그러니까 이것 좀 풀어줄래?" 


"싫어." 


"... 네?" 


"도망갈 거잖아." 


"... 아니, 맹세할게." 

"도망치지 않겠다고." 


"싫어." 


"... 예?" 


"... 내 걸로 만들 거니까." 


"...... 예???" 



저기요 히나 씨, 그 발언 방금 뭔가 되게 무서운데요...? 

그냥 밧줄부터 풀어주시고 얘기하면 안 될까요? 



"... 잠깐 히나 씨?" 

"히나 씨―――!?" 



응급 치료실의 문 뒤에서는 아코가 보이지 않게 기대어있었다. 


아코가 히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방법」 

그게, 무슨 방법인지는... 생략하겠다. 


아코는 창문 틈새로 고개를 살짝 올려 지켜보고 있었다.



"어머... 야해라." 



입고 있던 후드티를 벗기려는 히나에게 나는 계속해서 소리쳤다. 



"꼭... 그렇게 해야겠어!?" 


"응." 

"아코에게... 배웠으니까." 


"... 대체 뭘 배운 건데!?" 


"흣, 그건 말 못 해!" 

"행동으로 보여줄 거니까!" 


"... 아니, 자, 잠시만...!" 

"아니! 제발 그만둬!" 

"나는 이러다간 경찰한테 잡혀간다고!" 

"꺄아아아아아아――――!!!" 


".............." 


"――――아아아앍...?" 


"...................................." 


"... 히나?" 



히나는 후드티를 올리려고 하자, 무언가 경직된 듯. 

계속해서 앞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 



뭐지? 히나는 갑자기... 왜 멈춘 거지? 

새로운 영역으로 눈을 떠버린 자신을 드디어 저지한 건가? 



"........................." 

"... 이거 뭐야?" 


"...... 어?" 


"이거 뭐냐고――――!!!" 


"아차..." 


"목이랑 팔에만 그런 상처가 있던 게 아니었어!?" 

"... 몸 전체에... 이런..." 



히나는 내 몸에 있는 상처를 보고 말았다. 

정확히, 히나는 목과 팔에만 상처가 있는 걸로 알고 있었지... 

어떻게 상처가 나있는지 모르고 있었으니까. 



"... 저기, 일단 히나." 

"진정하고...――" 


"어떻게 진정하는데――――――――!!!!!!!!!" 


"... 히나..." 



히나는 무언가 분노한 듯,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다.


―――― 선생님은... 감출 수밖에 없었어. 

이 말도 안 되는 상처를... 어떻게 남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그때 바다에서 본, 목과 팔에만 있던 게 아니었어...――― 

――― 온몸 전체에 상처가 있는 거였어....... 


바다에서도 말하지 않았던 이유는... 

선생님은... 자신에 대해서 일부러 숨기고 있던 거야. 

며칠 전 그 소문 속에서도, 모두가 어떻게든 일단락시켰지만... 

선생님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도, 사실은 숨기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대답이 두리뭉실했던 거야... 


자신이 무너지면 안 된다는 걸 알아버렸으니까... 


나는... 또 한 번 선생님에게... 


선생님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행동에... 

또다시 한번, 봐서는 안 될 상처를... 



"...... 미안." 


"...... 괜찮아." 

"일단 이거 좀 풀어줄래?" 


"............" 



히나는 말없이 밧줄을 풀어주었다. 

어째서인지... 그저 침묵을 이어가고 있었다. 



"... 괜찮아?" 


"..........." 


"그나저나, 다들 뭐 하고 있으려나." 

"히나를 기다리겠는 걸." 


"......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돼." 


"... 응?" 


"...... 괜찮은 척하지 말라고." 

"진짜 짜증 나니까..." 


".............." 


"차라리 화를 내줘..." 

"진짜로... 지치니까........."



히나는 무언가 잃은 것처럼, 

눈물을 머금고 땅바닥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히나를 보고서 생각했다. 

히나는 나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게 분명하다. 


... 사실은 알고 있었다. 

질문 속에서도 단, 한 번도 대답해주지 않았지. 


이유는 그저... 너무나도 간단하다. 


예전의 나라면 분명, 과거의 나를 알아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오직 지금 이 순간, 지금의 나를 어떻게 볼지 두려운 것뿐이다. 


그건... 어디까지나 나 자신이 정한 가치성. 


그런 것 보다도... 

나는 이 녀석들에게 마음속으로 맹세했다. 


손목에 올려진 이 투명한 실은 결코, 우연히 감아진 게 아니라고. 

모두가 앞을 향해 달렸으니까, 성장했으니까, 변해왔으니까. 

보이지 않는 실들이 감아올려진 거라고, 나는 굳게 믿고 있으니까. 


더 이상... 약해 보이지 않겠다고 맹세했으니까. 

항상, 지키겠다며 중심에 서야겠다고 생각했으니까. 


그 이유 때문에 히나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건, 말해주는 게 좋으려나... 

이러다간 히나는 정말로 망가져버릴지도 모르겠어. 



"... 옛날에 말이야." 

"나는 달빛에 소원 비는 걸 제일 좋아했어." 


"........?"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다, 그저... 히나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사랑하니까... 서운하니까, 확인해보고 싶으니까. 


그런 것쯤은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나는 용기 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만화책에 본 적 있거든." 

"원하는 것에 팔을 뻗으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고." 

"작은 동화 같은 이야기를, 진짜로 믿었던 나이였어."



――― 나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었다. 

끝없는 불행과 사고들, 그리고 여기까지 온 이유. 


사실은 처음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니었지만, 

비로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는 우리들 덕분에 보이기 시작했다고. 


그리고 처음으로 꿈을 정했다라고... 선생님은 그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말해주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제야 나는 보이기 시작했어." 

"내가 원하는 것과 걸어가고 싶은 길들..." 

"그래서 포기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야." 


"........ 응." 


"그리고... 히나와의 소중한 관계도 말이지."



―――― 어찌 보면 선생님의 행동에 이해가 된다. 

약해빠진 자신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고... 

실수를 반복하던 자신을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나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던 거야. 


타인을 의지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아닌... 

과거의 자신보다 더 나아가기 위한 다짐이었던 거지. 


나는... 그런 선생님에게 대체 뭘... 



"...... 미안해, 선생님." 

"나는... 서운했을 뿐이었어." 


"서운했다고?" 


"선생님에 대해 물어봐도 이야기해주지 않고..." 

"그저... 얼버무리기 바빴으니까..." 


"... 음." 

"확실히, 나라도 답답했을지도."



――― 선생님과 나는 같은 침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지금 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일까... 나는 점점 욕심이 커져가고 있었다. 


드디어... 선생님에 대해서 들었다. 

그렇지만, 그 이야기는... 생각했던 것들과 달리 슬픈 이야기. 

나는 매우 나 자신이 후회되지만... 그래도... 있잖아. 



"... 난 있잖아, 선생님이 너무 좋아." 

"사랑스러워서 미칠 것 같고... 안아주고도 싶고." 

"... 평소에 많이 이것저것 해보고 싶어." 


"....... 갑자기!?" 


"... 그러니까 선생님, 말해줘." 

"선생님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진지한 분위기, 어디론가 도망갈 수 없는 분위기... 

나는 히나에게 그때 밤바다에서 받은 고백처럼, 

다시 한번 고백을 받았다. 그렇지만... 이건... 


아무리 그렇지 히나 씨!? 갑자기 고백하기 있기입니까!? 

엄청 당황스럽잖아... 바다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설마... 이 며칠간 히나가 이상했던 이유는, 의식하게끔 만들려고 그런 건가!? 


아무리.. 그렇게 생각해도, 해야 할 대답은 정해져 있는 건가. 

히나는 지금도 있는 힘껏 용기 내서 말한 거니까, 

그 용기를 무시할 순 없지만... 


그, 그렇지만... 역시 사귈 수는 없어! 

뭐랄까... 나는 지금 위치에서 사귄다면 여러모로 곤란해져...! 

확실히 누가 좋은지 결정이 안 나는 상태니까...! 


그, 그렇다면... 



"... 당연히... 의식하고 있지." 

"농담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히나 같은 녀석에게 의식을 안 해." 


"....... 솔직하게 말해줘." 


"히나 같이 예쁜 녀석한테 어떻게 의식을 안 하겠냐고..." 


".......... 응." 


"나도 히나가 좋아, 그렇지만......" 

"난 아직 마음의 정리를 하지 못했어." 

"분명, 이 상태로 히나에게 진심을 정한다면... 나는..."


"잠깐, 난 사귀자고 물어본 게 아니야." 


"...... 응?" 


"오해하고 있나 본대." 

"그저, 나를 대해 물어본 거야." 

"사귀자니, 지나친 농담은 집어 지치 그래?" 

"들러붙는 녀석들을 생각해도 그건 도저히 안돼." 


"......... 예?" 


"최소한 졸업하고 키보토스에서 나간 뒤, 사귈 거야." 

"아무 녀석도 없는 곳으로."


"아, 아하..." 



소, 소라사키 히나, 대범해!!! 거기까지 생각했다니...! 

아니, 잠깐!! 그전에 내 의사는!? 나는 10년 동안 여기서 일해야 하는데!? 


내 진심은 어디로 갔는데? 나 진짜 진심으로 생각한 건데? 

저기요 히나 씨? 진짜 이러기 있기입니까? 

저 진짜 노력해서 생각한 건데 한 남자의 고백도 안 듣고, 

바로 자기 할 말로 이어버리면 그건... 내가 차인 거나 마찬가지 아니냐고요!? 



"그리고, 같은 회사에 들어가는 거지." 


"무슨..." 


"같은 회사에서... 업무 시간마다 에너지가 필요하면" 

"안긴 다음, 에너지를 보충하고... ―――" 


"아니, 잠깐만! 대체 어디까지 생각한 거야!?"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주택 정도 구한 다음, 결혼하는 거지." 

"그리고 아이는 남자 둘, 여자 넷으로... ――" 



방금 전까지, 나에 대한 사랑을 진심으로 전하고 있던 히나가 맞는 거야!? 


아니, 결혼은 아웃이잖아!! 아웃!! 



"선생님!?"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나는 문을 급하게 열고서, 히나가 나오기 전에 바로 닫아냈다. 

그리고 뛰어오는 히나가 쫓아오지 못하도록, 문고리를 자물쇠로 잠가냈다.


아무리 그래도 저건 아니지! 

남자 학생들이 생각할만한, '너와 결혼까지 생각했어'를 현실로 실현시키려고 하다니! 


역시, 소라사키 히나...! 게헨나의 최강자야! 

거기까지 생각한다니... 그렇지만, 난 히나의 야망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정말, 아까 전 울상을 하던 히나가 맞는 거냐고!? 


변해도 너무 변해버린 히나를... 나는 더 이상 적응하지 못하겠다...



"허억... 허억...!" 


"어머, 선생님." 


"... 아코?" 


"좋은 구경 중이었는데, 아쉽네요." 


"... 뭐?" 


"후후." 


"다... 아코, 너 때문이구나!?" 


'쿠웅―――' 

'파스슥――――――――――――' 


"히익―――――!!!" 


'이거 안 열어...?' 

'지금 나랑 결혼하기 싫다는 거야, 뭐야?' 



문 틈에서 새어 나오는 히나의 목소리는 마치, 

자신을 부정했으니 죽여버리겠다는 듯이 들려왔다. 


나는 문이 부서진 걸 목격하자, 뒤를 향해 도망쳤다. 


죽는다...! 백 빵 죽는다...! 

달려...! 달리라고...! 움직여!!! 이곳에서 나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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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1.






나는 그대로 남자 락커룸까지 뛰어간 다음, 

옷을 급히 갈아입고 워터파크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히나 녀석, 왜 그렇게 변해 버린 거야... 

무서워...!! 진짜, 완전, 초!!! 무섭다고!!!! 

세상에 어떤 학생이 선생이랑 결혼하자고, 그런 죽일 기세로 쫓아오냐고...!





오후 5 : 27 - 밀레니엄 워터파크의 입구





오늘 하루는 워터파크가 아니라 공포 테마파크를 다녀온 것 같네... 


히나 녀석도 말이야... 내가 좋은 건 알지만 적당히 해야지... 

기분 좋게 놀아보지도 못하고 이게 뭐냐고! 


라고 말해도... 조금은 관계가 나아진 걸 지도 모른다. 

최근 들어 히나가 이상했던 건 사실이니까. 


뭐, 조금은 다행이라고 해둘까. 


그리고... 트리아, 그 녀석... 

대체 무슨 생각이려나... 아즈사에겐 말하지 말라니... 


나는 오늘 있었던 하루를 생각하면서 걸음을 내디뎠다. 


... 그러고 보니, 오늘 유우카... 어라?


인도를 걷는 도중, 

저 멀리 순찰 중으로 보이는 세나와 눈이 마주쳤다.



"........." 


"... 오, 세나." 


"......... 쯧." 


"야." 



세나 녀석도 참, 버릇 나쁘구만... 

아무리 내가 싫어도 그렇지, 대놓고 혀를 찬다니. 



"... 순찰 중?" 


"네." 


"몇 시까지 해?" 


"네." 


"...?" 

"밥은 먹었어?" 


"네." 


"... 너 바보지?" 


"네." 


"아무래도 그건 좀 아니잖냐!!!" 


"네." 



아오, 세나 녀석... 그렇게나 내가 싫은 거냐? 

나는 히나 때문에 너랑 친해져야만 하는데...! 



"... 하아." 

"퇴근까지는 10시까지고..." 

"순찰 때문에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대체했습니다." 


"엥? 그것만 먹고 일하는 거야?" 


"순찰 시간에 개인 활동은 금지라서 말이죠." 


"........." 



나는 세나에게 천천히 걸어가, 세나의 손목을 잡았다. 



"...... 선생님?" 


"그럼, 선생님이 요청하는 활동은 괜찮겠네." 


"....... 네? 갑자기 무슨...―――" 


"따라오기나 해!" 



나는 세나의 손목을 당기며, 근처에 있는 우동 가게로 향했다. 

우동 가게의 문 앞에 빨간 막을 거두며 들어갔다.



"오, 선생이구만!" 


"오랜만이에요, 루루 씨." 



이분은 루루 씨, 품종...? 뭐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아비도스의 시바 씨와 친구 분인, '코시니 렉스'의 고양이 수인 분이다. 



"그래서? 오늘은 어떤 걸로 드릴까?" 


"여기에 있는 녀석이 피로 만땅이라서요." 

"곱빼기 2배 같은, 1인분 우동 2그릇 부탁드립니다!" 


"오, 엄청난 미인이구만." 

"이봐, 저번에 온 녀석은 차 버린 거야?" 



이 아저씨가 엄청나게 오해할 소리를... 


저번에 같이 온 녀석은 다름 아닌, 세리카. 

세리카는 평소 면을 좋아해서 같이 온 것뿐이었는데... 



"학생이라고요, 학생." 

"선생이 학생이랑 무슨..." 


"에잉, 재미없게~" 

"곱빼기 2배 같은 1인분 우동 2그릇!" 

"금방,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루루 씨는 주문표를 테이블 옆에 걸어놓고서 주방으로 향하셨다.



"............." 

"... 선생님, 이건 무슨..." 


"10시까지 일한다며?" 

"그럼, 저녁 식사 정도는 먹어줘야지." 


"... 네?" 

"하지만... 선생님께서 그럴..." 


"알아." 

"그렇지만, 굶어가는 걸 모른 척했다가는" 

"나중에 내가 너무 후회할게 뻔해서 말이지." 


"..............." 


"그러니까, 맛있게 먹고 힘내자." 


"... 음." 



세나는 목을 축이며, 침묵을 유지했다. 

그리고... 우동의 맛은 끝내주게 맛있었다.







오후 8 : 21 - 집





나는 세나와 우동을 배불리 먹은 뒤, 

유우카를 만나고서... 드디어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드디어...! 집이다!" 


'털썩――――' 


나는 아침에 늦게 일어난 나머지, 

정리하고 가지 않은 이불에 냅다 몸을 던져 누워버렸다. 


이 상태로 잠이 들 정도로, 너무 피로에 물들어 있었다. 

그래도... 씻고 자야 한다는 일념 하에 다시 몸을 일으켰다. 



"끄어어어..." 

"힘들구만." 

"아참, 옷 빨아야 하는데..." 



나는 옷장을 열고서, 티셔츠와 바지들을 팔에 걸고 있었다. 

주머니에 들어있는 것이 없나 확인하고 있는 찰나... 



"... 어라?"



평소 와이셔츠와 같이 입는, 

정장 바지 주머니에서 하얀색 수첩을 발견했다. 



"이건... 구급의학부실에서 발견한 거잖아?" 



나는 그 수첩을 들고서, 가만히 서있는 채로 생각했다. 


분명히... 다이어리겠지? 

여자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을 기록한다고도 하니까. 


음... 그렇지만 주인을 모르고서야, 돌려줄 수가 없는데... 

역시, 확인해보는 수밖에 없으려나? 



'스륵―――' 


"............." 


'스르륵―――――' 


"흠." 



이름은 무언가 당연하다는 듯이, 적혀있지 않았다. 


그저, 스케줄만 적혀있는 평범한 일정 수첩이었다. 

'의료 물품 정리 날.', '순찰 보고서 작성일.' 같은 평범한 일정들이 날짜와 함께 적혀있었다. 



다시 '스륵――' 소리와 함께, 나는 다음 장으로 넘겼다. 



"... 어?" 



그리고, 그다음 페이지의 일정에서는... 



"오늘... 8월 22일이잖아." 

"이거, 구급의학부실에서 주웠지...?" 



「 8월 29일 - 자살 예정일. 」 



수첩에서는 봐서 안될 것을... 나는 결국, 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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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맞춤법 없.)


((((중간에 세나랑 우동먹고 유우카랑 만나는 편은

내일 16.5 외전편으로 업로드 예정))))


조금 즉석이라 뒤죽박죽으로 끝났네요.

확실히 구성 안하고 쓰는 건 많이 빡센듯;;


완성도가 많이 낮기도 할거고, 위치가 너무 왔다갔다 거려서

아마 보는 내내 혼동이 많았을거임.

그래도 2일 밤 새서 겨우 썼으니까 조금은 이해해주시길...

처참한 현장...



이번 15~16에서 다뤄진 내용은 원래 3장으로 이어서 다뤄질

「중립」이라는 단어의 비전 이였는데, 뭐 이리쿵 저리쿵 되어서 「관계」가 주제 되었네요.

히나가 대담하게 한 이유는 그저 마음을 다시 한번 더 확인해보고 싶었다... 정도로 되겠네요, 


저도 고딩때 서로 썸타는데도, 사귈 맘이 있는지 없는지... 그런 걸로 마음 고생 진짜 많이 해봐서... 

선생님이랑 히나는 약간 그런 쪽으로 다뤘다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그리고 다음 편에서는 유우카 시점으로 시작할 예정입니다.


아마, 조금 연애게이지로 보자면 히나 vs 유우카 구도로 보이는데...

유우카도 이쯤 관계에 대해서 정리해줘야만 섭섭하지 않을 것 같아서 다뤘는데.


지금 바로 올리긴 그렇고, 쪼매 약간 으이?

내일 또 올려야 님들 맛있게 식사하시죠.

뭐, 여튼 그렇고 3장 일러를 넣었는데... 아마 다음 주 주말에 올듯?

일러나오면 3장 시작할 생각이라서, 일단 적어놓기는 했는데.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러 안나오면 안나옴(?)

뭐 여튼 ㅎㅎ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네요.


2장은 좀 즉석이라서 완성도가 낮긴했지만,

3장은 소설 4편 정도 적었을때부터 생각했던거라 

조금 심오하면서도, 길게 다뤄질 예정임.


아마... 외전까지 5~6편으로 구성될 것 같은데.

1장이랑 같다고 보시면 편할 듯.


여튼 여기까지고요~

내일 유우카 편 나오니까 기대해주세요~ 유우카 슈우우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