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ter 1부 ] 아비도스 대책위원회 편
1화 2화 3화 3.5화


[ After 2부 ] 태엽 감는 꽃의 파반느 편

4화 5화 6화 6.5화 7화 8화 8.5화 9화 10화 


[ After 3부 ] 에덴 조약 편

제1장, 「키보토스 정상회담」

11화 12화 13화 14화 14.5화


제2장, 「여름의 끝, 선도부의 이야기」

15화 16화 16.5화


제3장, 「검은 상자 - 메인 : 히무로 세나 

17화 - 용기와 고백의 실크로드

*18화 - 시간이 지난 그 자리에서 (상)



[ !!! ] 메인 스토리, 에덴 조약에 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른한 점심 , 자기 전 오후는 시청금지. (흐름 끊기면 재미없습니다.)

*파트마다 텍스트를 따로 사용하기에, 실수를 알려주시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일부 캐릭터와 스토리들은 공식 스토리와 연관되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일러스트 ART MUG - 블락나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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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아마... 2년 전, 그때입니다. 

제가, 저 자신이 잃어버린 것은... 



"... 어라? 세나."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오는데?" 


".......?" 



검은색으로 칠해진 벽들을 투시해서 보고 있던, 

누군가가 마이크에 입을 대고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와 스피커에서의 찢어질듯한 노이즈의 소리가 

울리면서, 각자가 남아있는 방안을 더욱 오싹하게 만들어갔다. 



""" ...... 지금부터 시작하도록 하죠. """ 


""" 당신들에게 주어질 단 하나의 「깊은 공포」를... """ 



스피커에서의 소리가 끝마치자, 20명 정도의 학생들이 무서움에 

견디지 못해 떨리는 목소리로 주위를 술렁이기 시작했다. 



"... 뭐, 뭐야?" 

"우리 또 뭔가를 당하는 거야?" 


"설마 아닐 거야...!" 

"우리는 적합하지 않다고 그랬잖아!" 



그때, 긴 빨간 머리의 한 소녀가 

조용히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세나에게 말을 걸었다. 



"... 세나, 뭘까 저 소리는?" 


"'깊은 공포'라... 그들이 내막 하고 있는 주제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만, 결코 좋은 소식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료코?" 


"이상한 일이 벌어질 것 같긴 한...――――" 


"―――아아아악――――――!!!!!" 


"세, 세나!?" 



긴 빨간 머리의 소녀, 아마노 료코가 이야기를 이어가자, 

세나는 매우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아픔을 호소했다. 


아마노 료코가 본 장면은 

검은 불꽃으로 인해 세나의 회색 헤일로가 타들어가고 있었다. 



"료코... 으으윽...!" 

"도망가세요...!" 


"뭐, 뭔데!?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세나는 머리를 잡고서 무언가를 쥐어짜 내는 듯한 행동을 취했다. 


세나의 찢어질듯한 목소리로 공포에 눌려있던 

학생들은 자기 자신이 만든 절망의 늪에 빠지기 바빴다. 



"... 이제 끝났어." 

"저 녀석처럼... 우리도... 변해버릴 거야." 


"시, 싫어! 세나, 아니지!?" 


"이제... 죽는 거야?" 

"진짜...? 세나도...?" 


"다들 일단 진정해!" 

"세나... 괜찮은 거지?"



세나를 주시하고 있는 료코는 옆에서, 

계속해서 걱정이 모인 말들을 뱉어대고 있었다. 


그러자, 일은 이미 벌어질게 분명했다는 듯이, 

세나는 행동을 멈추고서 앞에 있는 학생들을 향해 바라봤다. 



"... 세나?" 

"너... 헤일로가..." 



세나의 헤일로는 이미, 한 점의 빛도 돌지 않고서 

새하얀 밤의 하늘을 보여주는 파란색처럼... 결국 물들여버렸다. 

눈빛마저 변해버린 세나는 마침내 한 발짝 앞으로 내디뎠다. 



".............." 



저는 알아가는 중이었습니다. 

제 삶의 의미를 말이죠. 


분명히 없었습니다. 


제 눈에도... 온기가 남아있는 손에서도... 

감정도 느껴지지 않고서, 무한히 움직이는 심장마저도... 


이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의 의미... 

다 놔버릴 정도로... 다 부숴버리고 싶을 정도로... 

공허하고 울음도 나오지 않는 저 자신에게 주어졌던 


두 번째 삶에서의 의미를 말이죠. 



"커허... 허억... 드디어 돌아왔구나... 헤헤." 


"... 료코...?" 



피투성이가 된 검은색 공간 안에서 대량의 피를 보고 

눈을 크게 띄우며, 세나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눈앞에서는 대량의 시체와 피. 

그리고, 자신에게 묻어있던 피와 그녀를 관통해버린 손의 위치. 


모두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잔혹한 장면이었다. 



"미안... 세나...... 진짜... 한ㄱ... 커허..." 

"허어... 흐으...... 헤헤, 진짜 한계라서 말이야......" 



삶의 의미를 모두 주었던 그녀의 심장을 뚫어버린 것은 

다름 아닌, 히무로 세나... 저 '자신'이었으니까요. 



"미안해... 세나..." 

"울지 말아 주라... 헤... ㅎ......" 



그날부터의 저는... '색'을 잃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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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8월 26일」, 다음 날의 아침.

오전 7 : 25 - 704호실



"우우........" 


".................." 


"우우우우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앞에 펼쳐진 풍경은, 

미카가 볼을 부풀려 째려보고 있는 장면이었다. 


... 그러니까 말이죠, 미카 님? 

당신 5분째 '우우움'만 거리고 있거든요...? 

이러시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무언가 한마디를 해야 하는 상황인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단어 선택을 잘못했다간 큰일 날게 분명하다는 나의 촉이 

알려주고 있었기에, 쉽게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 

"... 하아, 왜 그러는 건데?" 


"드디어 물어봐줬구나?" 



어이! 장난하냐? 이 얄미운 녀석이...! 

먼저 물어봐주길 원했다면, 네가 직접 물어보면 되는 거잖아! 

하여간, 내 곁에는 알 수 없는 녀석들만 있다니까... 



"... 그래서?" 

"왜 그렇게 햄스터처럼 볼을 부풀고 서있는 건데?" 


"정말 몰라서 그런 거야?" 

"진짜 최악이야, 선생님!" 


"아니, 그러니까 주어를 넣으라니까, 주어를?" 

"왜 항상 자기 할 말만 해대는 거야?" 


"그야! 나, 미카는 선생님에게 엄청 서운하니까!!" 


"...... 뭐?" 


"아침에 선생님을 덮치려고 얼마나 일찍 일어났는데!!" 


"... 뭔가 그 당연하다는 말투는 그만두지 그래?" 

"그리고, 난 네가 원할 때 주문하는 케이크가 아니야." 



미카는 일일이 반박하는 내가 왠지 더 서운했는지, 

양쪽 팔을 아기 새 마냥 파닥파닥 거리면서 이어 말했다. 



"아잇! 어쨌든! 어쨌든!" 

"선생님 방에 갔더니, 아즈사 쨩이 자고 있었고!" 

"그래서 아즈사 쨩에게 말을 듣고서 엄청나게 달려왔다고!"


"... 달려왔다고?" 


"응!" 


"...... 왜?" 


"그야 당연하잖아! 우리는 이제 보통 사이도 아니구!" 

"당연히, 다음날 아침에는 깨워주러 오는 게 정상이지!!" 


"...?" 



이 녀석은 대체 뭐라고 하는 건지... 진짜 어지럽네... 

그런 게 왜 당연하다는 거야? 나는 고백을 받지도 않았는데. 


미카는 이불 위에 앉아있는 나에게 점점 다가온 뒤, 

더욱더, 비장하고 중요한 분위기로 만들었다. 


펼쳐져있던 다리에 미카가 앉자, 

나도 모르게 미카에게 부끄러운 표정을 보이고 말았다. 



"읏..." 


"후훗, 부끄러운 거야?" 

"이럴 때는 솔직하네~?" 


"가, 가깝잖아... 조금 떨어져." 


"그것보다... 나는 인정 못하는 사실이 있어!" 


"... 인정 못한다고?" 


"저기 의학부장 쨩 말이야." 


"... 아, 세나?" 

"세나가 왜?" 


"어떻게... 어떻게...!" 


".......??" 


"나 같은 이런 초 귀여운 미소녀를 두고서,

다른 여자랑 잠을 잘 수 있는 거냐고―――!!!"



미카의 질문에서 조금은 예상한 답변이 떠오르긴 했었다. 


'한 여자랑 한 남자가 어떻게 같은 방에서 잘 수 있는가...' 

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역시는 역시네... 


설마가 사람을 잡는 듯이, 역시도 사람을 잡는 듯하다. 


자기가 자기 입으로 귀엽다고 거리질 않나... 

자신을 놔두고 다른 여자랑 잠을 자냐고 성을 내질 않나... 


애초에 선생과 학생인데... 너무 상식을 벗어난 거 아니야? 

이 피곤한 녀석을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만 하는 걸까... 


미카는 어느새 내 멱살을 잡고서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내가 모자라서 그런 거지!?" 

"그런 거야!? 의학부장 쨩이 가슴이 더 큰 거야!?" 



'그러니까... 왜 그렇게 되는 건데?' 

라고 질문을 해봤자, 쏟아지는 답변만 많을 뿐. 

침묵을 이어나가서, 나 자신을 변호하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다.


미카는 계속해서 내 멱살을 흔드며 이어 말했다. 



"가슴은 의학부장 쨩이 크다고 해도...!" 

"엉덩이! 엉덩이는 자신 있어!!" 


"....... 이게 무슨 파렴치한 현상인가요." 



주변이 시끄러운 탓에, 세나도 그만 잠에서 깨어난 듯했다. 


미카는 세나의 목소리가 들리자, 마음껏 흔들고 있던 

내 멱살을 두 손 밖으로 놓고서 세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 의학부장 쨩." 

"솔직히 말해주라." 


"......?" 


"어젯밤에 선생님이랑 무슨 일이 있었어...?" 


"... 선생님이랑 말인가요." 

"흐음..."



세나는 손에 턱을 대고서 조금은 집중하는 표정으로 생각했다. 


다행히 이쪽 질문에서는 미카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평범한 대화로만 흘러갔으니까 말이지. 


나는 어제 분명, 세나와 평범한 이야기를...――― 



"어제... 선생님과 함께 매우 진한... 대화를 나누었죠." 

"어두운 곳에서... 말입니다." 

"... 한 밤중의 고민을 들어주셨죠." 



―――― 예? 뭔가 단어 선택이 이상하지 않나요, 세나 씨? 

'진하다.'까지는 그렇다 쳐도... 한 밤중의 고민이라니...? 

그렇게 말해버리면, 제 앞에 있는 미카 씨가......... 


생각이 끝나는 것과 무섭게 

미카는 두 동공을 불태우며 나를 쳐다봤다. 


미카의 두 눈빛에서 빨간색의 아우라가 타들어 가고 있는 

효과음을, 나에게 전달하는 듯한 기분이 계속해서 들었다. 


진정한 4D의... 공포체험이냐!? 



"히, 히익!" 


"... 응? 진한... 대화라... 그거 궁금하네." 

"어쨌든 단 둘이 있었다는 거구나...?" 

"아하하핫! 걱정 마, 선생님!" 

"우리도 조금 진한 대화, 해보자? 응??" 


"잠깐... ㅁ, 미카...!!!" 

"하, 할 말이... 읍... ――――으으읍!!!" 


"...... 눈 뜨고는 못 보겠군요."





「8월 26일」

오전 8 : 10 - 뷔페



호텔의 아침식사는 뷔페에서 운영된다는 소식이 있었기에, 

뷔페의 오픈 시간이 10분 전인데도 불과하고, 많은 사람들이 

입구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만 있었다. 



"조금 늦으셨군요?" 



나는 뷔페 앞에 나열되어있는 줄 중, 

맨 뒤의 줄에서 기다리고 있던 나기사를 찾아냈다. 


유마와 키코, 아즈사도 함께 기다렸는지 

함께 온 미카와 세나에게 아침 인사를 전했다. 



"좋은 아침." 


"네, 좋은 아침이군요." 


"아즈사 쨩, 안녕!" 

"그나저나 의학부장 쨩, 뭔가 딱딱한 말투네~?" 


"... 당신이야 말로 그 호칭은 딱딱하군요." 



아즈사가 자신의 앞으로 온 세나에게 인사하자, 

미카와 세나는 자신들의 말투를 서로 지적하기 시작했다. 



"그럼, 세나 쨩이라고 불러줄까~?" 

"역시 세나 쨩도 안 그런 척하지만, 이게 좋은 거구나?" 


"... '히무로'면 충분합니다." 

"당신이랑은 친한 것도 아니니까 말이죠." 


"에잉... 섭섭해라." 

"그렇지만, 선생님한테는 '세나'라고 불리는 게 좋은 거구나?" 


"왜 그렇게 되는 겁니까?" 


"그야, 여기서 세나 쨩을 '세나'라고 

부르는 사람은 선생님밖에 없으니까?" 


"..........."



그러니까, 왜 나를 엮는 건데? 

호칭이랑 말투로 토론할 거면, 조용히 토론하라고...! 

가만히 서있는 선생님은 그만 괴롭히고...!! 


그때, 나기사가 째려보고 있는 눈빛과 마주쳤다. 



"... 왜?" 


"... 하아..." 

"키스 마크 정도는 숨기세요." 


"뭐, 뭣!?" 


"아하하핫!" 

"오늘 아침은 격렬했으니까 말이지!" 



나기사와 나눈 대화가 미카에게 들렸는지, 

미카는 이상한 내용들을 나기사에게 보고하기 시작했다. 



"... 미카 양?" 


"걱정 마, 나기 쨩!" 

"그런 짓이랑 이런 짓까지는 하지 않았으니까!" 


"...... 앞으로는 할 생각이 있다는 소리군요." 

"... 하아...... 선생님도 말이죠." 

"거절할 땐 거절하셔야죠." 

"계속해서 응석을 받아줬다간 버릇된다고요?" 


"........ 넵." 



거절도 하지 못하는 최약체에게 그런 말은 너무 어려운데... 

오늘 밤은 왠지 불안하다 말이지... 

나기사가 미카를 좀 묶어주면 안 될까? 


뭐, 「합동 합숙」으로 이루어진 멤버들은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듯 보였다. 그중에서도 조금은 많은 사고가 있었지만... 


... 그나저나, 벌써 하루가 지나버렸다. 


빨리 하얀색 수첩의 주인을 찾아야 하는데 말이지... 

오늘은 8월 26일... 29일까지는 오늘을 합쳐서 겨우 3일. 


솔직히 말하자면 상황은 매우 최악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구급의학부' 중 에서 한 명이라는 건 

확정된 것이기도 하지만... 3명 중에 한 명이 아니라면 

29일의 자살 예정일은 절대로 막을 수 없는 일이 돼버린다. 


그렇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는 데다가... 

3명마저도 모두가 아니라면... 끔찍하겠는걸. 

저기 아이들 중에 한 명이길 기도할 수밖에 없겠구나... 


자살 계획을 한 아이가 있길 빌어야 한다는 상황이라니... 

난, 어찌 보면 최악의 선생님이네.


오늘은... 본격적으로 수첩의 주인을 찾을 생각이다.





「8월 26일」

오전 8 : 49 - 704호실



다양한 음식들이 대령된 뷔페에서의 호화로운 식사를 끝마치고, 

세나와 함께 쓰는 방인 704호로 돌아오게 되었다. 


26일의 일정은 자유시간이 가득한지라, 조금은 수첩에 대한 

조사를 이어나갈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 되기도 했다. 



"부르셨습니까?" 


"응, 여기 앉아봐." 



그렇기에 나는 세나를 방으로 부른 뒤,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조사라고 해봤자... 조금은 호구 조사기도 하지만... 


자살 예정을 적은 것을 솔직히 털어놓을 리는 없으니까 말이지. 

그러므로 나만의 방법을 제시한 것은 '파악' 이였다. 

수첩에 적힌 버릇으로 보아하니, 주인은 분명 성실한 녀석이다. 

일정을 다 수행한 후, 체크 표시까지 해두니까 말이지. 



"세나는 혹시 일정이라던가, 그런 걸 적는 편이야?" 


"일정... 말인가요." 

"중요한 일정이라면 수첩에 기록하긴 합니다만..." 

"중요한 일이라고 해봤자, 의료물품을 적는대만 사용합니다." 

"재고라던가, 총알이라던가... 특별한 건 없군요." 


"진짜 미안한데 말이야..." 

"혹시 보여줄 수 있어?" 


"... 수첩을 말입니까?" 


"... 응!" 



세나는 내 대답이 전해지자, 

두 동공이 어둡고 차가워지는 듯한... 그런 눈빛이 되었다. 


알아... 나도 알고 있다고...! 

선생이 학생의 수첩을 보는 건 엄청난 행위라는 걸... 

너무 차가우니까, 그 시선으로는 그만 봐주라. 세나...!!


세나는 깊은 한숨을 쉬고서 동요한 채, 

아무 말 없이 수첩을 건네주었다. 


나는 가시랑 다름없는 시선을 찔린 후에야, 

세나의 수첩을 열어볼 수 있었다. 


「포셉 홀더, 벤디지 - 부족.」 

「IV 폴 - 부족.」 

「토니 켓 - 세탁 필요.」 

「8월 14일 - 풍기위원장에게 재고 보고서 제출.」 


세나 녀석, 말투도 굉장히 딱딱한 편인데... 

수첩마저도 글씨가 딱딱해 보이잖아...? 


그나저나 정말로 세나, 본인의 말대로... 

의료물품 재고라던가 중요한 일정 외에는 포함도 되어있지 않아. 


그렇다면... 세나는 제외인 건가... 


나는 수첩을 닫고서 다시 세나에게 돌려주었다. 



"응, 잘 봤어." 


"... 저번에도 그렇고, 대체 뭘 하시는 겁니까?" 


"........ 뭐, 그냥... 변태라고만 생각해주라." 


"......?" 



같은 구급의학부라고 해도... 이 사실은 알려줄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면 오히려 상황은 독이 될게 분명하니까. 



"나가시는 건가요?" 


"응, 잠깐 바람 좀 맞으러." 



나는 704호의 문을 열어, 엘리베이터로 향해 걸어갔다. 


'자살'을 한다는 것은 위험한 결정... 아니, 결정이 아니다. 

가득 차 있어야만 하는 것들이 비워진 순간에 결정되는 것. 


'자살할 용기가 있으면, 그 용기로 살아가라'라는 말이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타인만의, 고통의 크기를 모를 때 나오는 말.

자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통의 크기가 너무나도 거대하기에, 

모든 고통을 한 순간에 멈출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하아... 이래서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담배피기에 딱 좋은 직업이라는 거구나..." 



나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도중, 창문을 보며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이 하나... 존재하긴 했었다. 

자살의 예정일을 적었다는 건, 미련이 있다는 게 아닐까? 


자신이 살아가는 삶에 대한 미련. 


당장은 죽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또다시 살아가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하는 현상. 


자살에 대한 미련은 솔직히 모르겠지만... 

예정일을 적는 것으로 보아, 미련이 확실하기도 했다. 


'스륵――――' 


나는 하얀색 수첩을 다시 열어 일정들을 보았다. 


가득히 꽉 채워진 날짜와 일정들. 

분명... 주인은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대체 왜 이러한 선택을 하려는 걸까. 


자신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적은 걸까... 

아님, 살아가고 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적은 걸까. 


자살을 수억 번이나 결심했었던 나로 써도... 도저히 모르겠어. 

애초에 내가 이 녀석을 설득시킬 자신이 있을까...?


어디까지나 본인의 선택이지만... 

자살을 결심하는 건, 멍청하다라던가... 

자살을 생각하게 된 건, 단순히 우울증이라던가... 


내 생각은... 그런 것들이 아니다. 

분명히 자살을 막은 명분 따위는 없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말이야. 

이 녀석의 수첩만 봐도 나는 알 수 있어. 

엄청나게 열심히 살아온 녀석이야. 


날짜와 일정 그리고, 

체크 표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적혀있어. 


이렇게 열심히 살아온 녀석을 막지 않을 명분 따윈 없잖아. 

당연하다는 듯이 죽으려는 녀석을 막지 않을 명분, 아니. 

자격이라 해도 그런 것 따위는 상관없잖아? 


살아가는 건 당연하지만 죽는다는 건 당연하지 못해. 

그게 본인의 결정이라도 해도... 내가 설명할 수 없음에도... 

내 마음은 계속해서 이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어. 


... 그러니까, 최선을 다해보는 거야. 

사라지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녀석에게... 

다시 걸어 나갈 마음을 채워주는 거야. 



"... 그럼, 일단."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낸 뒤, 모두에게 모모톡을 보냈다.





「8월 26일」

오후 2 : 13 - 호텔 2층의 연수실



오늘, 26일의 2시 일정은 분명히 '자유 탐방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확인이 필요한 일이 있었기에, 

아이들을 모두 호텔 2층의 연수실로 불러냈다. 


일정이 바뀌어버린 미카는 조금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뿌우우... 선생님이랑 섬 탐방 기대했는데..." 


"미카 양... 그런 건, 

선생님의 볼 일이 끝나시고 하면 되잖아요?" 


"오, 역시 나기 쨩이야!" 

"똑똑한 걸~~~ 그치? 선생님!" 


"... 저는 처음 듣는데요? 미소노 미카 씨." 


"그나저나, 무슨 일로 모두를 호출한 건가요?" 



세나도 약간의 의문이 들었는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강의실로 들어온 나머지의 아이들도 

궁금하다는 표정을 확인하고서, 나는 인원수에 딱 맞게 가져온 

프린트된 종이를 모두에게 전달했다. 



"이건..." 


"응, 보는 대로 진로 보고서야." 



나기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나도 아이들의 반응 정도는 예상했기에, 이어서 설명을 전달했다. 



"보이는 대로, 질문형 진로 보고서야." 

"1번, '자신의 꿈에 대해서.'" 

"2번, '왜 그런 꿈을 가지게 되었는가.'" 

"3번, '앞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차례대로 응답해주기만 하면 되는 거야." 


"갑자기 진로 보고서라... 조금은 어려운 걸." 



미카도 갑작스러운 설문조사에 당황한 듯했다. 

이렇게 성급히 진로 보고서를 작성하게끔 만든 이유는... 


하얀색 수첩의 주인을 찾기 위한 두 번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 방법은, 학생들이 적은 진로 보고서로 통해서 

앞으로의 대한 방향성을 알아보는 명확한 방법이었다. 


정말로 '자살'에 대해 생각한 녀석이라면, 

미래의 방향성을 생각하지 않을게 분명하니까 말이지. 


그런 생각을 한 녀석에게는 많이 잔인한 방법이지만... 

그래도 지금은 어쩔 수 없겠지, 어서 찾아내는 게 우선이니까. 


뭐, 수첩의 주인을 찾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다른 의미로도 실행한 방법이기도 하다. 



"선생님! 나 다 적었어!" 


"응? 벌써...?"



미카는 내 앞으로 다가와 성급히 종이를 건넸다. 

5분도 안 걸린 미카의 진로 보고서는, 조금 기대하는 

마음으로 종이를 건네받고서 살펴보기 시작했다. 


'1. 자신의 꿈에 대해서 적으세요.' 

'예쁜 신부!' 


'2. 왜 그런 꿈을 가지게 되었나요?' 

'그야, 로망이잖아! 여자의 로망!' 


'3.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선생님이랑 매일 아침... 아이 부끄러!' 



".............." 


"어때, 어때?" 


"... 너는 진로 보고서가 장난인 줄 아냐? 

"다시 써와." 


"힝... 진심인데." 


"선생님, 나도 다 썼어." 



때마침, 아즈사도 진로 보고서를 다 작성했는지, 

앞으로 다가와 나에게 종이를 건네며 말했다. 



"어디... 아즈사는..." 



'1. 자신의 꿈에 대해서 적으세요.' 

'없어.' 


'2. 왜 그런 꿈을 가지게 되었나요?' 

'없으니까.' 


'3.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탄피를 바꾸고 싶군.' 


기껏, 자신의 꿈을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너무 흐리멍덩하게 보고서를 작성하는 거 아니야? 


뭐, 아즈사는 여기에 적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 그래도 안 되겠다." 

"조금 더 생각해오도록." 


"음." 



아즈사는 종이를 돌려받고서 곰곰이 생각하는 듯했다. 


뭐, 아즈사도 하고 싶은 일이 많아 보였으니까. 

조금만 생각하면 그런 것들이라도 쉽게 작성할 수 있겠지. 



"선생님, 다 작성했습니다." 


"저, 저도!" 


"아... 응, 유마랑 키코구나." 

"한번 볼까?" 



제일 중요 인물의 진로 보고서가 손에 쥐어지자, 

올 것이 온 거구나라는 심정을 가진채 두 눈을 집중했다. 

먼저, 키코가 작성한 진로 보고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1. 자신의 꿈에 대해서 적으세요.' 

'플로리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2. 왜 그런 꿈을 가지게 되었나요?' 

'꽃을 좋아하기에, 

꽃집을 운영하고 싶어서 가지게 되었습니다.' 


'3.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빨리 졸업해서 꽃들을 가꾸는 방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흐음... 구급의학부인데 꽃집 아가씨가 꿈이라... 

조금은 가는 길이 다르긴 하지만, 꽤나 멋진 꿈이네. 



"키코는 꽃을 좋아하는구나?" 


"네! 색이 예쁜 꽃들을 좋아해요!" 

"안개꽃이라던가... 라그라스 같은 꽃들 말이에요!" 


"오, 나도 안개꽃 알아." 

"꽃말 찾아보는 걸 좋아해서 조금은 알고 있거든." 


"안개꽃이라면, 분명... 사랑의 성공이었죠?" 


"보기보다 잘 알고 있네." 

"미래의 플로 리스트다워." 


"거기 꽁냥 금지―――!!!" 



미카는 쉴 새 없이 적고 있던 보고서를 내팽개치고서, 

대화를 이어가고 있던 나와 키코를 향해 지적했다.


... 조금은 봐주라 미카, 

선생과 학생의 진로에 대한 대화는 흔치 않은 기회거든...? 



"....... 그럼, 유마 것도 볼까?" 


"ㄴ, 네!" 



방금 전, 키코의 진로 보고서를 보자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그런 꿈에 대해서 말하는 건, 삶의 여지가 있다는 거니까. 


나는 생각을 마치고서, 유마의 진로 보고서를 보기 시작했다. 


'1. 자신의 꿈에 대해서 적으세요.' 

'평범한 회사원.' 


'2. 왜 그런 꿈을 가지게 되었나요?' 

'돈을 잘 벌고 싶어서 가지게 되었습니다.' 


'3.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제가 원하는 잡지들을 모으고 싶습니다.' 


평범한 회사원이라... 역시 평범한 게 가장 좋기도 하지. 

어쨌든... 돈을 잘 번 다음, 원하는 잡지를 사고 싶어서 

이런 꿈을 가지게 된 건가...? 조금은 간단한데...?



"유마, 잡지라는 게 뭘 말하는 거야?" 


"... 그, 그건." 

"... 말해도 되는 건가요?" 


"응, 물론이지." 

"절대로 여기선 유마의 진로에 대해 웃을 사람은 없어." 


"........ B...." 


"...... 비? 


"BL... 잡지를 모으고 싶어요." 


"응! 거기까지만 들을게!!" 



응, 고마워 유마... 덕분에 아니라는 걸 알아버렸어. 

그렇다면, 남은 한 명은... 세나밖에 없는 건가. 


유마와 키코는 원래 자신들이 앉았던 자리로 돌아가자, 

볼펜의 움직임이 한번 도 없었던 세나에게 시선을 옮겼다. 



"..........." 



방에서 대화할 때는 분명 아닌 것 같은 눈치였는데... 


설마, 세나는 나에게 거짓말을 한 건가? 

아니... 너무 섣부른 판단일지도 몰라. 

세나는 아직 진로 보고서를 내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아까 생각한 대로, 그런 걸 직접 말할 리가 없지. 



"선생님! 다시 썼어!" 


"... 어디 볼까?" 



나는 미카에게 다시 진로 보고서의 

종이를 건네받고서,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1. 자신의 꿈에 대해서 적으세요.' 

'엄청 초 예쁜 신부!' 


'2. 왜 그런 꿈을 가지게 되었나요?' 

'사랑하는 사람이랑 결혼하려구, 꺄아!' 


'3.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선생님이랑 매일 아침... 막, 이래! 아하핫!' 


나는 미카의 진로 보고서를 보고 난 후, 곱씹은 표정을 지었다. 

조금이라도 기대한 내가 바보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 1번이랑 2번은 그렇다 치고, 

3번은 뒤에 효과음만 달라진 것뿐이잖아." 


"그건 절대로 포기 못해!" 

"내가 정한 법이라고! 법!" 


"...... 매일 아침마다 대체 뭘 하는 건데?" 


"어머, 궁금해?" 


"...?!" 



미카는 내 질문에 대답과 동시에, 

자신의 몸을 내 쪽을 향해서 밀착시켰다. 



"뭐, 뭔데!?" 


"... 후훗, 해버릴까?" 

"한번 저질러버릴까?" 


"뭐, 뭘!?" 


"아하하하핫." 

"시뮬레이션이야, 시물레이션!" 

"그 반응 조금은 귀엽네!" 



시뮬레이션이라면, 나중에도 할 생각이 있다는 말 아니야...? 


그리고 뭘 하는지, 뭘 저질러버리는지... 

계속, 내 머릿속에 상상되는 게 정상인 거지? 그런 거지? 


일단 세나는 그렇다 쳐도, 나기사도 덜 적은 모양이었다. 

아즈사도 진지하게 생각하는 듯 보였으니... 

나는 3명에게 좀 더 많은 시간을 주도록 결정을 내렸다. 



"내일까지만 나한테 주면 되니까, 천천히 작성해." 

"좋은 기회니까, 진지하게 생각해봐." 

"꿈을 적을 수 있다는 건, 흔치 않은 기회니깐 말이야." 



나기사와 세나, 그리고 아즈사에게 큰 목소리로 소식을 전했다. 

그때, 옆에 있던 미카가 나에게 팔짱을 끼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럼, 선생님!" 

"나랑 데이트 가자, 데이트!" 


"아니... 데이트라고 해도 말이지." 

"너는 나기사랑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미카는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귓속말을 전달했다. 



"저기, 나기 쨩 봐봐." 

"저렇게 집중하는 거, 진짜 오랜만에 본다구." 


"...... 음." 

"방해하기는... 좀 그렇다는 거구나." 


"응! 나기 쨩도 진지하게 생각하는 거니까." 


"... 너도 조금은 진지하게 생각하지 그러냐?" 


"나는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한 건데?" 


"말을 말아야지."





「8월 26일」

오후 3 : 27 - 수족관



일단... 진로 보고서로 이루어진 

수첩의 주인 찾기는, 조금 미루기로 결정을 내렸다. 


빨리 적으라고 재촉해봤자, 

이상한 답만 나열해서, 적을게 분명하니까 말이지. 



'첨벙―――' 


"삐유, 삐유!" 


"와아~ 귀여워어어어!!" 


"... 애교 부리는 건가?" 



조금은 머리를 식히려고 낮잠을 잘 예정이었던 

나를 수족관까지 끌고 온 건, 바로 미카였다. 


뭐... 가끔은 이런 곳도 괜찮으려나. 

마음의 안정을 잡으려면 이런 곳이 좋기도 하니까. 


나는 미카와 함께, 수족관에 있는 

'장난꾸러기 벨루가 쇼'라는 이벤트에 참석하고 있었다. 


미카 녀석은 벨루가가 그렇게 보고 싶었는지, 

이에구사 섬으로 떠나기 며칠 전부터 예약을 했었다고 한다. 



"삐삐!" 


"으응~ 그래그래~ 언니도 네가 좋아~~" 


"............" 



깊은 교감을 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벨루가 쇼에서는,

미카가 기대한 만큼의 벨루가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가까이에서 보니까... 나도 한번 만져보고 싶네. 

벨루가라는 건 조금 귀엽기도 하구나. 



"... 나도 한번 만져보고 싶어." 


"응! 선생님도 한번 만져봐!" 

"진짜 귀여워!" 


"삐이?" 


"...?" 


"삐!" 


"헐! 벨루가가 선생님한테 물을 뿌렸어!" 


"... 이 망할 녀석이." 


"삡, 삐, 삐, 삡."



어이, 망할 벨루가 녀석. 

나는 여태 조용히 너를 지켜보기만 했거든? 

그런 사람에게 물을 뱉어놓고 웃어대는 거냐? 



"푸하하하핫!" 

"동물한테도 무시를 받았어, 푸하하하핫!!!" 


"...... 너도 미워." 



입고 있던 티셔츠가 완전히 젖어버린 마당에, 

잠시 옷을 말릴 생각으로 수족관 밖에 있는 벤치에 앉아있었다. 


오늘은 31도라고 하니까... 10분 정도면 마르겠지. 뭐. 

더운 건 어쩔 수 없지만, 젖은 채로 돌아갈 순 없으니까. 



"미안하다니까~" 

"그만 화 풀어, 응?" 


"... 화 안 났어." 


"너무 웃긴 했다, 응......" 


"........." 


"...... 풉... 푸하하하하하핫!!!" 


"말 걸지 마라." 


"아핫... 하하핫... 미안 미안~" 



이 녀석은 그런 동물 녀석이 어디가 좋다는 걸까? 

귀엽다고 생각한 사람한테 물을 뿌리는 녀석인데. 


나는 조금은 삐친 표정으로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 흐음~" 

"선생님도 은근 어린애구나?" 


"...... 너보단 4살 많거든?" 


"어때~ 나한테는 귀엽기만 한걸~" 



왼쪽에 앉아있던 미카는 내 볼을 당기면서 말했다.



"마므대르해르... 마므대로..." 

(맘대로 해라... 맘대로...) 


"후훗, 그래도 진짜 재밌었어~" 

"그렇지, 선생님?" 


"그러게... 은근 재밌긴 했어." 


"사실은 조금 고민했어." 

"선생님은 이런 거 싫어할까 하고..." 


"뭐, 나도 너희랑은 똑같지." 

"별거 아닌 거에 좋아하는 편이야." 


"응, 충분히 그렇게 보여!" 

"... 그런데 말이야, 선생님." 

"지금의 나로는 어떻게 보여?" 


"... 지금의 나라니?" 



어색한 미소를 지어내는 미카는 땅을 쳐다보며 이어 말했다. 



"... 지금의 내가 아닌... 예전의 나라면." 

"선생님과 만나는 단계가 좋았을지도 모르겠구나 하고." 

"가끔은 생각하거든." 


"... 왜?" 


"그야, 첫인상이 너무 악당이기도 했고..." 


"... 뭐, 지금은 별생각 없는데 말이야." 


"선생님... 역시, 이런 건 좀 그러려나?" 

"너무 선생님한테 치근덕되는 것 같아서..." 


"놀릴 거 다 놀려놓고?" 


"... 헤헤." 

"...... 사과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그때 일은 아무래도 사과하는 게..―――" 


'――― 따악.' 


"흐앗――!?"



나는 미카의 분홍색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이마를 향해 조금은 약한 딱밤을 날렸다. 


그러자, 미카는 세상 당황한 표정을 지은채 나를 바라봤다. 

그런 표정에 대답하는 듯, 나는 진지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너, 바보냐?" 


"... 으응??"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미카는 분명 

나, 선생님과 처음 만난 그때를 설명하는 것 같았다. 


모두를 속이고... 보충수업부를 조롱하고... 뭐. 

솔직히 셀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난 부분은 많지만... 

어제 바로 고백해놓고, 갑자기 자기의 진심을 뱉어대는 게 

나로서는 이해도 되지 않고, 조금은 어이가 없었다. 



"그걸 왜 이제 와서 생각하는 거야." 


"... 역시 그렇지?" 

"조금은 일찍 생각했어야...―――" 


"내 말은, 왜 굳이 이제 와서 생각하냐는 거야." 


"... 응?" 


"뭐, 솔직히... 나를 속이면서 양자택일의 

선택을 하게끔 만든 건, 아직까지 생각해도 용서 못해." 


".........." 


"트리니티의 모두가 떨어질 뻔했고... 

미카, 네가 한 그 선택들은 계속 속죄해야 할 거야." 


"응... 그렇지." 


"그렇지만 말이야... 그 이후가 중요한 거야." 

"지금의 너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과하다고 할 정도로 노력하고 있는 게 보이고 있어." 

"나기사에게 몰래 들었지만... 

게헨나랑 친해지려고 계획한 것도 사실 미카라며?" 


"... 나기 쨩이 말해줬구나." 


"... 뭐, 하여튼 내 말은... 어..." 

"어쨌든, 지금이 중요하다는 거야." 

"조금은 붕 뜬 말이긴 하지만... 

결국에는 결과가 해피엔딩으로 나누어진 거고, 

그 결과 속에서는 계속 나아가야 하니까 말이지." 

"지금도 이렇게 너랑 내가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야." 


"...... 응."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앞으로에 대해서만 노력하자고." 

"옛날 생각해봤자, 기분만 우울해지니까."



나도 고개를 숙여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미카는 분명... 자신이 했던 짓 때문에 고민하는 거겠지. 


알지, 그 기분. 너무나도 잘 알지. 

나도 키보토스로 처음 왔을 때는 실수 투성이었으니까. 


쿠데타를 일으키고, 모두를 죽일 뻔하고... 

나랑 비교해봤자, 일관성 자체가 다르지만 말이야... 


그래도... 예전에 툭하면 울었던 나랑 비교하자면, 

미카에 관해서는 조금 약과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과거를 뒤돌아보고, 뉘울칠줄도 알고... 

17살은 어린 나이인데 말이야, 조금은 장하단 말이지. 


그렇지만 말이야, 미카. 그거면 충분한 거야. 

결코 후회하거나, 슬퍼하는 건 좋다고는 말할 순 없지만, 

자기 자신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해. 


하지만, 미처 알지 못했을 뿐이었던 거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니까, 무서우니까, 보이지 않으니까. 

자신에게 합리화를 안고서 보이는 대로 행동했던 거지. 


진심으로 된 메시지 속에서 

미카는 아직도 확신이 들지 않았는지, 나에게 다시 물었다. 



"선생님은... 아직 내가 괜찮다고 생각해?" 


"응, 괜찮아." 


"........." 


"뭐, 그런 표정으로 물어본다면..." 

"자기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좋은 점인 거지." 

"그러니까, 지금의 미카가 훨씬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어."

"난 지금의 미카가 더 좋으니까 말이지." 


"..........." 

"........ 역시, 괜찮지 않아...!"


"... 응?"


"선생님! 바, 방금 말 한번더어어어!!" 


"... 뭐?" 


"한번 더 말해줘, 한번 더...!!" 

"녹음해야... 핸드포오온...!!" 


"아니, 침이나 닦아!" 



미카는 군침이 돈듯한 표정을 짓고서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꽤나 진지한 이야기를 전해준 것 같은데... 

너무 진지한 마당에 케이크로 가득 찬 뇌에 과부하가 온건가? 



"서, 선생니임! 한 번 더 말해줘어엇!!" 


"좀 놔! 주위 사람들이 쳐다보잖아!!" 

"안기지 말라니까!? 다 쳐다본다고!!" 

"앞에 있는 사람처... 럼?" 

"에?" 


'찰칵―――' 


"으헤."



아니, 잠시만. 네가 왜 여기 있는 거냐? 

아무리 물고기 덕후라고 해도, 이건 너무 우연 아니야? 


내 앞에는... 집착 단체의 중심... 아니, 

아비도스 대책위원회의 호시노가 나와 미카를 향해 사진을 찍었다. 



"이 아저씨는 말이지, 증거를 확보했다고?" 


"......... 장난치지 마." 

"어서 삭제해." 


"이걸로 시로코 쨩에게 알려주면 어떻게 되려나~" 


"원하는 걸 들을 때까지 협박하겠다는 말은 그만두지 그러냐?" 


"역시, 선생은 이 아저씨를 너무 잘 알아." 



아니, 아니... 타카나시 호시노 씨. 

그런 노골적인 멘트는 안 봐도 뻔한 거 아닌가요? 

당신이 여태까지 저한테 한 짓을 생각한다면... 



"... 얜 누구야?" 


"... 있어, 잠꾸러기라고." 


"으헤~" 



뭐, 결국... 어쩌다 보니 오른쪽 벤치에는 호시노가 앉게 되었다. 

왜 둘 다 나를 쳐다보는 걸까? 애초에 왜 내가 중간에 앉은 걸까? 

나는 왼쪽에는 미카, 오른쪽에는 호시노가 위치한 중간 

자리에서 식은땀만 줄줄 흘리고 있었다. 



"....... 그래서 넌 뭐야?" 


"으헤, 까칠하네." 

"선생의 1번이라고 말해도 되려나."



아니, 절대 안 되거든!? 

오해를 불러서,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듯한 멘트는 하지 마...! 



"... 선생님의 1번이라." 

"미안하지만, 그건 안될 것 같네." 


"으헤?" 


"난 선생님이랑 사귀거든!" 

"내 앞에서는 X프가 온다고 해도 절대 양보 못해!" 


"... 호오, 이 아저씨 몰래, 그런 짓을 했었구나?" 


"............." 


"그래도 괜찮아." 

"여자 친구랑 부인은 다르니까 말이지." 


"...... 뭐?" 


"TV에서도 보면, 결혼은 했지만 사랑은 따로 한다잖아?" 

"이 아저씨는 여자 친구까진 허용이야." 


"헛소리하지 마!" 

"선생님은 내 거라고!" 


"으헤, 내가 1번인데~" 



제발 그만둬...! 제발...! 

그런, 프로 레슬링 같은 말싸움은 그만해주라...! 



"그렇지, 선생?", "그렇지, 선생님!?" 


"둘이 이럴 때는 콤비가 맞는구나?" 

"... 그런데 뭐가?" 


"누가 더 선생님한테 잘 어울리냐고!!" 


"으헤, 당연히 이 아저씨지." 


"........" 



이 상황... 저번에도 본거 같은데 말이야... 

어느 한쪽을 눌러도 지구는 멸망합니다, 버튼이잖아? 


어차피, 터질 거라면 두 개를 동시에... 



"... 나는 뭐, 둘 다 좋지." 


"............" 


"............" 


"지금 선생님의 머릿속에는 내 생각을 먼저 했어." 


"으헤, 이 아저씨가 먼저야." 


"......... 하느님..."





「8월 26일」

오후 5 : 13 - 704호실



어떻게든... 뭐, 분홍색의 그녀들과 대화를 나누고서, 

나는 저녁시간까지 누워서 낮잠을 청하기로 결정했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뭐, 물론 휴가를 나온 게 

아니지만 말이야. 그래도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쉬어보냐... 


'똑, 똑―――' 


그때 마침, 조금은 게으른 나를 일하라며 야단치듯이 

덩그러니 누워있는 704호실의 문이 노크 소리로 번져왔다. 



'... 나기사입니다.' 


"............" 



애초에 세나라면 자기 방이라면서 

노크 따위는 하지 않고 망설임 없이 들어오겠지... 

그건 그렇고 나기사가 오는 일이라면... 다 썼다는 소리구나. 


704호실의 문을 크게 열고서 나기사를 마중했다. 



"안녕, 나기사." 


"네, 좋은 저녁이군요." 

"말씀하신 진로 보고서는 다 작성했습니다." 


"그래? 급하게 쓸 필요는 없었는데... 어디 볼까." 



나기사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무래도 세나가 신경 쓰인단 말이지. 

구급의학부의 유마와 키코는 아닌 것 같은 게 확실하니까... 

그래도, 이왕 쓴 거라면 보는 게 선생님으로서의 자세가 맞겠지. 


'1. 자신의 꿈에 대해서 적으세요.' 

'교사' 


'2. 왜 그런 꿈을 가지게 되었나요?' 

'많은 이들에게 제가 가르쳐주고자 

하는 것들을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3.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교사라... 나랑 같은 직업으로 갈려는 건가. 

솔직히, 키보토스만 아니라면 추천하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건 다른 방향으로도 어렵기도 하니까. 



"... 3번은 왜 공백이야?" 


"...... 아, 3번 말인가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한......" 

"..........." 


"...?"



나기사는 내 질문에 잠시 동안 생각을 하더니, 

3번의 내용을 다시 짚어 주는 듯한 말투로 말을 걸었다.



"조금은 진지하게 선생님에게 상담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응? 상담?" 


"... 네." 


"얼마든지 가능하지." 

"... 그런데, 지금 바로?" 


"네, 지금 바로가 아니라면 결심이 서지 않아서요." 


"...... 들어볼게, 그럼."







==============


▣ 4.



"선생님이 오시고, 이 시점으로부터 2년 전이겠군요." 

"... 2년 전, 커다란 사건이 있었습니다. 

"도저히 수습도, 대처도 안 되는 사건 말이죠." 


"... 사건?" 


"500명의 아이들이 사라진 행방불명 사건입니다." 


"뭐?" 


"그중에서 다시 돌아온 아이들은... 단 28명." 


"..........." 


"2년이 흐른 시점에서 28명 외에는 아무도 발견되지 않았죠." 

"... 그중에서의 한 사람이, 미소노 미카입니다." 



침대 위에 앉아있는 나기사가 그렇게 말한 순간, 

앞에서 그녀의 말을 경청하고 있던 나는 몸이 굳어버렸다.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지만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불이 환하게 켜진 방안이 그림자로 덮어진 것 같이, 

그 그림자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이... 

나는 나기사에게 향한 시선을 고정했다. 



"........................" 


"중등부와 초등부 학생들은 27명 중, 전원을 찾아냈지만..." 

"...... 고등부는... 돌아온 28명 중, 단 한 명." 


"... 미카구나." 


"네, 그렇죠. 남은 400명의 학생들은 찾았다고..." 

"...... 미카 양이 돌아온 건 다행이지만..." 

"결국 피해자들은 상처만 남은 사건이었습니다." 


"상처?" 


"... 모두가 미카를 향해 비난하기 시작했죠." 

"왜 자기만 돌아온 거냐고, 다른 아이들은 어쨌냐면서..." 


"........" 


"... 그래서 미카 양은 바뀌어버린 걸지도 모릅니다." 

"엄청나게 소심했던 그녀가... 유쾌한 성격으로..." 

"하지만, 다른 쪽인 나머지의 생존자분들도 문제가 생겨버렸죠." 

"자기 자신의 마음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사람이 아니라고 밖에 말하지 못하는..." 


"... 그렇구나."


"선생님." 

"저는 미카 양을 포함한, 그 아이들을 구해주고 싶습니다." 

"분명, 선생님에게 그런 심한 짓을 한 저로써는 

모르는 정답을 찾자고, 도움을 요청할 자격이 없지만..." 

"... 제가 교사가 된다고 해도 그런 아이들에게, 

선생님처럼 구원의 손길을 내밀 수 있을까요?" 


"..........." 



500명이 실종된 사건 중, 다시 찾아낸 사람이 28명. 

그, 28명 중에서의 한 명이 미카라... 


나기사는 분명, 미카는 바뀌어버린 걸지도 모른다고... 말했지, 

그렇지만, 난 예전의 미카를 알지도 못하고, 알아볼 방법도 없다. 


지금의 미카 성격이 예전에는 다른 성격이었다니... 

다시 생각해봐도 상상도 안될 일이네... 


그렇지만, 바뀐다는 건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미카는 분명, 그 사건과 비난들 때문에 무척 고생했겠지. 

다시 돌아왔지만 슬프고, 화가 나고, 자괴감이 들기도 하겠지. 


물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잘못이지. 

그건, 나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인정해. 

하지만... 한편적으로 보자면 그런 일이 있었기에, 

지금의 미카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어. 


... 나기사는 아마, 바뀌어버린 미카가 두려운 거겠지. 



"마음에 병들어버린 아이들을 구해주고 싶다라..." 

"... 나기사가 하면 어떻냐고?" 


"네." 


"몰라." 


"... 네?" 


"모른다고." 


"....... 음." 


"물론, 당연히 잘하겠지." 

"그런데 말이야.. 나기사는 꿈을 위해서 적은 게 맞는 거야?" 


"... 네, 물론이죠." 

"저는 미카 양이 돌아온, 그날부터.. 생각해왔습니다."


"... 정말로?" 


"네." 


"그런데 왜 고민하고 있는 거야?" 

"... 확신을 나한테 물으면서까지 말이야." 


"그건.." 


"... 남을 위해서 하는 생각은 좋아." 

"그전에, 네가 후회되지 않을 결정이 더 중요한 거야." 


"... 후회되지 않을 결정 말인가요." 


"나기사도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리고서, 

모두에게 고개를 숙인 후회는 해봤잖아?" 


"...... 그렇죠." 


"뭐든지 결정이 중요한 거지만..." 

"꿈에 대한 결정은 말이야." 

"제일, 중요한 결정이라는 거야."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맞지만, 

제일 우선시해야 할 것은 너 자신만의 확신이야." 


".........." 


"애초에 나한테 물어본다는 것 자체가 틀려먹었지만... 

그래도 그런 이야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들려줘서 고마워." 


"... 네." 


"너무 주눅 들지 말아 주라." 

"평소의 나기사는 조금 영락없는 편인데." 

"오늘은 그런 모습이 하나도 안 보이네?" 


"... 무슨 예상을 했는지는 몰라도, 

저보고 영락없다니... 어이가 없군요." 


"오, 바로 평소의 나기사네."



나기사는 앞서 내가 말한 것처럼, 

자신이 걸어가는 길에 확신이 들지 않았던 것 같았다. 


500명의 사라진 행방불명 사건이라... 

솔직히, 이런 이야기를 막 들어도 되나 싶을 정도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런 일에 자신의 소꿉친구인 

미카가 포함되어 있었으니, 관여해야겠다고 생각한 거겠지. 


그렇지만... 자신의 친구를 구해주고 싶다는 이유로 

망설임 없이 결정했다간, 오히려 미카가 슬플지도 모르겠지. 

쭉 친구사이일 테니까, 계속 웃을 수 있는 사이로 있어야지. 



"아무튼, 다시 쓰도록." 


"... 하아." 

"뭔가 어렵네요." 



방금, 엄청나게 학교 선생님 같았잖아? 

진로 보고서를 써도, 써도, 다시 써오라는 선생님처럼 

카리스마가 넘쳐난 것만 같았어. 


조금은 나도... 굉장한 선생님이 되어가려는 걸까나. 



"아, 선생님." 

"그녀에 대해서 한마디만 더 전달해주고 싶군요." 


"... 그녀?" 



나기사는 돌아가기 위해 문고리를 열면서 이어 말했다. 



"미카 양을 잘 부탁드릴게요." 

"외로움을 잘 타는 편이거든요." 


"...... 나랑 걔랑은 아무 사이도 아니거든?" 


"... 후훗." 

"그래도, 잘 부탁드려요." 

"미카 양은 생각보다, 선생님을 많이 좋아하니까요." 


"...... 맘대로 해." 


"그럼, 이만." 



미카도 그렇고 나기사도 그렇고... 친구는 닮는다더니, 

둘이 하는 짓도 제멋대로인 게, 완전 판박이구만...?





「8월 26일」

오후 6 : 23 - 길거리



저녁식사 시간이 되고서 나는 모두가 있는 호텔의 식당으로 

향하지 않고, 시로코와 함께 왔었던 길거리로 오게 되었다. 


식사를 하지 않고서 길거리로 오게 된 이유는 

세나와 만나기로 한 약속 때문이었다. 


조금은 생각의 정리도 할 겸, 

세나랑은 둘이서 나누고 싶은 대화도 있는 까닭인지라 

6시 30분까지 상점가 밑에 있는 길거리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세나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목이라도 축일 겸 

그 녀석이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카페로 향했다. 



"어서오... 윽." 


"... 대놓고 싫다는 표정이네." 



뭐, 이 녀석이랑은 보고 싶어서 보는 관계가 아니긴 하지만, 

상점가에서 여기가 유일한 카페이기에, 어쩔 수 없는 만남이었다.



"오렌지 주스로." 


"... 카라카라 오렌지 주스로요... 네." 


"...... 나도 너 싫거든?" 


"어머, 누가 뭐래요?" 


"............" 



트리아 녀석... 대놓고 나를 싫다는 표정을 지으니까,

일방적으로 내가 귀찮게 하는 포지션인 것 같잖아. 



"... 너는 왜 일을 하고 있는 거냐?" 


"저도 생활비는 벌어야 하니까요." 



그들의 그룹이면서도 아즈사의 친구라지만... 

조금은 이해가 안 된단 말이지... 


애초에 살인 집단인 주제에 아르바이트라니... 

뭔가, 해야 할 일이 달라 보이는 건, 기분 탓인가? 



"...... 너희는 살인으로 업을 삼는 녀석들 아니었어?" 


"그들과 똑같이 취급하지 말아 주시죠." 

"저는 속해있을 뿐, 관여는 하지 않으니까요." 


"그런 곳에 있는 이유는 뭐야?" 


"이유라... 딱히 없는 것 같네요." 


"... 그럼, 그런 일은 그만두고, 

아즈사랑 평범하게 학교도 다니면서 살아가는 게 어때?" 


"그건 안될 것 같네요." 


"왜?" 


"... 미련이랄까요."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남아있어서 말이죠."


"........."



트리아는 적의도, 살기도... 그 어떠한 위협도 보내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이 녀석에 대해 경계만 했을 뿐. 

아즈사의 말대로라면 나를 노릴 이유는 충분하다고 하지만... 

트리아는 단 한 번도 어떠한 위협도 주지 않았다. 


내 시선에서는 그저 평범하게, 열심히 사는 소녀로만 보인다. 



"넌 그럼, 계속 집단에 속하겠다는 거야?" 


"아마도 그렇겠죠." 


"굳이, 왜?" 

"너는 아즈사에 대해서 어떠한 감정도 품지 않았는데 말이야." 


"... 어떠한 감정도 품지 않았다라,

2년 전의 그 일을 말씀해주신 거군요." 


"...... 어쩌다 보니." 



평범하게 열심히 사는 소녀라 해도,

아리우스 분교의 출신답게 예리하긴 예리하구나... 

몇 단어 되지 않는, 이 대화에서 알아차리다니... 



"후후, 그만큼 아즈사 쨩이 믿는다는 거죠." 

"보기보단 쓰레기 같아도, 믿을 만은 하다인 가요." 


"... 쨩?" 


"...... 못 들은 걸로 하시죠." 



아하? 그렇구나? 너는 아즈사 '쨩'이라고 부르는구나? 

보기보다 아즈사를 되게 아끼는 녀석이었네. 


그렇지만, 장난으로 가득한 

생각도 흐트러지는 건, 바로 한 순간이었다. 


잠깐, 2년 전의 일이라고? 

아즈사가 말했던 사건도 2년 전이 아닌가...?



"... 트리아." 

"2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네? 아즈사가 말해주지 않은 건가요?" 


"아니, 내가 말하는 건..." 

"... 혹시, 2년 전에 일어난 행방불명 사건에 대해서 알아? 


"....... 음." 


"...?" 


"제가 알려드릴 건 없군요." 


"... 그래?" 



트리아는 무언가 눈치챈 듯한 표정을 지으며, 

감추는 듯한 말투로 나에게 대답을 전해주었다. 


아즈사의 전 부대원들... G-17부대였나...? 

2년 전, 죽어가는 모습을 똑똑히 봤다고 했는데... 

나기사 말해준 실종 사건도 2년 전이잖아. 


정확한 건 모르겠지만, 무언가 일치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나 말씀해드리죠." 


"... 응?" 


"방해는 하지 말아 주세요." 

"당신과 아즈사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배려입니다." 


"........?" 





시간은 6시 31분, 약속 시간에서 아주 조금 늦은 시각에 

만나기로 하는 곳으로 다시 도착했다. 



"... 약속을 잡은 사람이 늦는다니... 

최근의 남자들은 이런 스타일인가요?" 


"미안, 미안." 

"너랑 같이 먹을 음료수 사 온다고 늦은 거야." 



나는 오렌지 주스를 세나에게 건네면서 동시에 말했다. 

그러자, 인상을 쓰고 있던 세나는 조금 기분이 풀렸는지 

조금은 기쁜 듯한 표정으로 주스를 건네받았다.



"...... 봐주도록 하죠." 

"그런데, 여기로 부른 이유가 뭔가요?" 


"그냥." 

"너랑 같이 놀려고." 


"... 네?" 


"따라오기나 해." 



나는 세나의 손목을 잡고서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저번처럼, 강제로 우동가게를 향해서 간 것처럼. 

그 장면과 똑같이, 세나의 발걸음을 움직이게 하고 있었다. 


길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그야, 그렇겠지. 오늘은 이에구사 섬에서 특별히 진행된다고 

하는 불꽃 축제에 데리고 온 거니까 말이야. 


사람이 너무 붐비는 탓에,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고 있었다. 



"... 대체 어디로 가는 건가요." 


"어디로라니?" 


"목적지를 말하는 겁니다." 

"단순한 업무를 위한 것이 아니였나요?" 


"... 그래서 간호복을 입고 온 거냐?" 



세나는 평소 순찰에서 입는 간호복을 입고 있었다. 

조금은 아쉽기도 하단 말이지... 세나의 사복은 본 적이 없으니까.



"뭔가요? 그 징그러운 눈빛은." 


"... 뭐, 데이트이기도 하니까." 

"저기부터 가볼까." 


"... 데이트?" 

"남자와 여자가 함께 즐기는... 그걸 말하는 겁니까?" 


"따라오기나 해." 


"... 읏!" 



손목을 잡고 있던 내 손은... 세나를 놓치지 않게끔 

어느샌가부터 세나의 손을 마주 잡고 있었다. 


지나가는 시민들 속에서 쭉 걸어오다 보니, 

멀리서부터 보였던 옷가게에 도착했다. 


넓어 보이는 옷 가게에 들어간 뒤, 

세나를 위한 옷들을 고르기 시작했다.



"...... 저기." 


"이거 어떻려나." 

"세나는 무슨 색깔 좋아해?" 


"... 음." 


"... 빨강이랑... 아, 흰색이랑 어울리겠구나." 


".........." 


"어때? 무슨 색깔이 좋아?" 



세나는 이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조금은 인상이 구겨진 채로 나를 보고 있었다. 


아차... 내가 너무 들뜬 건가. 

세나의 의사에 상관없이, 여기로 온 거니까 말이지. 



"... 일단..." 

"마음에 드시는 대로 골라주시죠." 


"... 응..."





「8월 26일」

한편, 오후 6 : 57 - 호텔 5층의 홀.



"흐아......" 

"어디로 간 걸까나..." 


"... 직접 전화해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호텔의 5층, 홀에 있는 자그마한 도너츠 가게. 

그곳의 테이블에서는 도너츠를 한입 먹으며, 

'음, 음.' 소리를 내고 맛을 음미하고 있는 나기사와 

테이블에 축 쳐져있는 미카가 함께하고 있었다. 



"전화도 안 받으니까 이러지이..." 


"... 흐음." 

"바쁘신 거겠죠." 

"호텔 조식 시간에도 오시지 않은 걸 보면." 


"... 그렇겠지?" 



나기사는 부드러운 크림에 생딸기가 올려져 있는 

도너츠를 한입, 맛보기 시작했다. 


달콤한 크림과 신선한 생딸기가 어울려 

나기사의 입맛을 완전히 강타해버린 까닭인지, 

조금은 들뜬 기분으로 미카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미카 양." 

"선생님의 어디가 좋으셔서 그런 거예요?" 


"...... 엣!?" 

"나, 나기 쨩... 그런 거 물어보는 스타일?" 


"저희는 연애에 대해서, 얘기를 해본 적도 없으니까 말이죠... 

미카 양이 낯선 반응을 내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군요." 



나기사는 미카의 반응에 길게 대답을 내뱉고서, 

홍차와 도너츠를 다시 한번 더 음미했다. 



"그래서, 어디가 좋으신 건데요?" 


"그, 그야~" 

"아잇... 나기 쨩도 참... 가끔은 저돌적이라니까." 


"..............." 


"... 뭔가, 멋있다고 해야 할까." 

"진심으로 대하는 느낌이야." 


"그런 부분에서는 상냥하니까 말이죠." 

"남 모르게 멋대로 일을 결정하시고, 도와주시는..." 


"... 응."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백마 탄 왕자님이랄까?" 


"... 네?"


"꺄악! 말해버렸다!" 


"....... 무슨 동화인가요, 그건." 


"그야~ 나기 쨩, 우리 트리니티를 구해준 건, 

다름 아닌 선생님이기도 하잖아!?" 


"... 그렇죠." 


"뭐랄까, 멋있다랄까...!" 

"그리고, 그리고!" 

"웃는 것도 잘 웃어줘서, 짱 귀엽달까!" 


"... 후룹." 



나기사는 더 들어볼 필요가 없었는지, 

태연한 자세로 아무렇지 않다는 듯, 홍차를 한입 들이켰다. 



"... 그래서, 고백은 했나요?" 


"응! 당연하지!" 


"...?" 

"어, 언제요!?" 


"어제!" 


"그, 그래서!?" 


"받아줬어!" 


"네에에에에―――!?" 

"선생님이――――!? 


"... 자세히 듣고 싶은데." 


"어라?" 



옆에 지나가고 있던, 한 여성이 미카와 나기사에게 말을 걸었다. 



"방금 이야기 말이야." 

"자세히 듣고 싶어." 


"당신은..."





「8월 26일」

오후 7 : 22 - 오락실



세나는 간단한 하얀색 셔츠와 베이지색의 청바지를 입고서, 

축제가 열리고 있는 길거리를 나와 함께 즐기고 있었다. 


오락실로 오게 된 나와 세나는, 

좀비를 물리치는 슈팅게임을 함께하고 있었다. 


게임을 위한 모형 총을 들고서 화면 안에 나오는 좀비들을 

물리치는 간단한 슈팅게임이었다. 



"흐, 흐익!" 

"내 앞에!" 


'투두두둑――――――' 


"엄호해드리죠." 



게임이 끝나고서, 뒤에서 구경하고 있던 관중들은 

세나에게 크나 큰 환호성을 소리 내어 보내고 있었다. 



"와... 대박, 120점이잖아." 

"좀비 1 킬당 1점 아니야?" 


"나오는 좀비 수가 120마리일 텐데..." 

"저기 옆에 있는 남자분은 얼마나 폐급인 거야?" 



... 저는 평범한 선생님이거든요! 

총 게임 더럽게 못하거든요!! 

애초에 키보토스의 학생들이 이상한 거라고 이건! 



"역시, 세나구나..." 

"내기 같은 걸, 한 게 아니었어." 


"... 조금은 저에게 유리했긴 했습니다." 

"차라리 다른 게임으로 하시죠." 


"호오, 그 말은 다시 하자는 거야?" 


"네, 무엇을 하든지 제가 이길 테니까요." 


"어쭈?" 



나와 세나는 다른 게임을 위해서 자리를 옮겼다. 

다른 게임에서도, 사람들은 세나를 향해 환호하고 있었다.



"오오... 저 여자분!" 


"쩌, 쩔어!" 


'끼익―――', '끼이익―――' 


""" 엄청난 몸치야!!! """ 



세나와 내가 다음으로 한 게임은 

땅바닥에 있는 버튼을 밟아야 하는 '댄스 러시'였다. 



"후우... 후우...!" 


"이, 이거... 너무 빠른 것 아닙니까?" 

"으, 읏!" 



댄스 러시를 플레이하는 동안 살짝 옆을 살펴봤지만... 

... 보기보다, 세나는 의외로 상당한 몸치였다. 


움직임에서 '끼이익―――'거리는 고장 난 소리가 들리는데... 

몸치에게만 나오는 소리가, 저 소리였구나? 



"... 후우! 600점!" 

"세나는 몇 점이야?" 


"...... 20점입니다." 


"풉." 


"........ 쯧." 



뭐랄까, 이 기분은? 

어른이 학생에게 이기고서 들만한 기분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승리의 기분...! 

최고로 짜릿하고도 그리운 느낌이구나! 



"후후, 히무로 세나." 

"넌, 나를 너무 얕봤어." 


"비, 비겁합니다!" 

"자신이 유리한 종목으로 이끌다니..." 


"하지만, 뭘 하든지 이기는 건 세나라며?" 


"... 읏." 

"받아들이도록 하죠, 제 패배입니다..." 


"아싸!" 


"... 그래서 원하는 게 뭔가요?" 

"내기에 진 사람은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 였으니까요." 


"뭐... 일단, 조금 걸을까?"



현재 시각은 7시 41분. 

불꽃놀이가 시작되는 시간까지는 19분이 남은 상태였다. 


이에구사 섬에서는 관객들을 위해서 

매번, 일주일마다 불꽃놀이 축제를 

거리마당에서 진행하는데, 그게 바로 오늘이었다. 


명분이 필요하달까... 뭐, 축제도 보고... 

조금은 해봐야 할 대화도 있기도 하고. 



"... 어디까지 가는 건가요." 



세나는 간호복이 담긴 쇼핑팩을 든 채, 

천천히 계단을 타며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2분 정도 계단을 타고 올라가자, 길거리와 

섬의 불빛들이 모두 보이는 곳으로 도착했다. 



"오... 역시, 블로그 말대로구나." 


"... 미리 알고 오신 겁니까?" 


"아, 응." 

"마지막 코스는 짜 놓고 왔으니까 말이지." 


"... 데이트였군요." 


"응, 데이트야." 


"............" 



나와 세나는 벤치로 향한 뒤, 아무 말 없이 착석했다. 

세나도 나를 기다리는 듯이 침묵을 이어나갔다. 


다소곳하게, 허벅지 위에 두 손을 모으고서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서 조금만 더... 침묵이 이어지길 원했다.


깊은 생각과 함께... 5분 정도 흘렀을까. 

나는 어느 정도 용기를 낸 다음, 세나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저기, 세나." 


"네." 


"...... 오늘 어땠어?" 


"... 재밌었습니다." 


"그렇구나." 



거짓으로 말하는 것 같진 않았다. 

세나가 즐기는 모습을, 곁에서 확인했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굳게 먹은 마음이 더더욱... 견고 해질 수밖에 없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야?" 


"..........." 



대답에 맞선, 이어지는 침묵. 

내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다는 침묵이었을까. 

나는 도저히, 내 생각만으로 결과를 내릴 수 없기에 

세나에게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알아버리셨군요." 

"수첩에 대해서." 


"응." 

"... 그리고, 미안." 

"멋대로.. 봐서 말이야." 


"... 아닙니다." 

"제가 조심스럽지 못했을 뿐." 



아까 전, 704호실에서 나기사와 대화가 끝난 후, 

세나의 짐 옆에 있었던 진로 보고서를 보고 말았다. 


그 진로 보고서에는... 아무것도 적히지 않았다. 


... 그렇지만, 보고서와 별개로 

또 다르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세나와의 대화에서 알아버린 걸지도. 



"... 왜, 죽으려고 하는 거야?" 


"............" 

"옷 가게에서... 인상을 찌푸린 것을 기억하시나요?" 


"아... 미안." 

"내가 너무 멋대로였어." 


"... 아닙니다."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 


"그때 인상을 찌푸린 이유는..." 

"... 제가 '색맹'이기 때문입니다." 


"... 색맹?" 


"지금도 말이죠." 

"오로지 회색과 검은색만 보입니다." 


"...... 아, 그래서..." 


"너무 신경 쓰지 말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말씀드린 겁니다." 

"... 그런 것과 별개로, 전 말이죠." 

"죽어야만 하는 존재입니다."



세나의 말이 끝나자, '투둥――――'거리는 폭죽 소리가 

하늘 위에 있는 불꽃들과 함께 울려 퍼지고 있었다. 


잠시, 저 불꽃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세나는... 지금의 저 불꽃들이 어떻게 보일까... 라며. 



"저는... 여기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입니다. 

묻어 있는 손의 피들도, 

계속해서 보이는 눈앞에 시체들도, 

흑백 사이에 가려진 빨간색들도, 

씻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으니까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저 히무로 세나는... 

평범한 당신들과 공존할 수 없는 「살인자」입니다." 



세나의 말이 끝나자 계속해서 침묵을 이어나갔다. 

평소에 대답을 대신한 효과음들도 없을 정도의 충격이었으니까. 


세나도 그런 나 자신의 모습을 동요한 건지... 

계속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얼마 전부터, 아른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날의 기억들이 말이죠." 

"그래서, 그때의 제가 다시 깨어나지 않도록..." 

"아니, 그들을 속죄하고자 결정한 겁니다." 


"........." 


"... 그들의 목숨은... 결국, 제가 갚아야 하니까요." 

"그러니까, 선생님." 

"모른 척해주세요." 

"... 저는 오로지 죽음으로만...―――" 


"야이..." 

"이, 미친 망나니년이――――――!!!!!!!!" 



나는 벤치에서 일어나 세나를 보고서, 결국... 머리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 



내 큰 목소리 때문에 놀란 세나는 

처음으로 당황 표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야, 너 미쳤냐?" 

"고작, 그딴 걸로 죽으려고 해?" 

"이런 씨!" 


'퍼억―――' 


"으읏!?" 

"머리는 왜 때리는 겁니까!?" 


"멍청해서 그런다! 멍청해서!" 

"그딴 걸로 죽으려고 하냐, 이 바보야――!?" 


"그딴 거라니... 모욕하지 마세요." 

"할 말도 골라서 하시죠?" 


"싫은데!?" 

"더럽게 멍청하게 그딴 거라고만 할 건데!?" 

"그딴 거, 그딴 거, 그딴 거, 그딴 거, 그딴 거, 그딴 거!!!" 


"이런, 철없는 어른이!!!" 


'퍽――――' 


"끄엑―――!!"



세나도, 내가 한 말들에 화가 났는지, 

벤치에 일어나 주먹을 들어, 내 복부를 깊숙이 찔러 넣었다. 


그 주먹에 맞은 나는 고통에 버티지 못해,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이... 미친...... 진짜, 때렸... 어헉..." 


"... 먼저, 시작한 건 선생님입니다." 


"... 넌, 말이야..." 

"진짜 어린애야... 알아?" 


"선생님보단 아니겠죠." 


"흐으... 흐으..." 


"...... 더 할 속셈인가요." 



솔직히 말해서... 화가 난 건 어디까지나 진심이지만... 

진짜로 때릴 줄은 몰랐단 말이지... 내가 먼저 때렸지만. 


나는 아픈 부위를 꽉 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나는 내 모습을 보고서, 조금 측은한 표정을 지었다. 



"불쌍하게 쳐다보지 마." 

"... 그렇게 봐야 할 건 나니까." 


"... 어이가 없군요." 

"애초에 당신이 뭐길래, 모욕을 입에 담는 건가요?" 


"너는 있잖아..." 

"속죄가 그렇게 간단한 거라고 생각해?" 


"... 네?" 


"난 네가 살인을 하든, 평범하지 않든... 내 알바 아니야." 

"그냥. 너, 히무로 세나. 자신이라고." 


"....... 그래서요?" 


"너는 인생을 너무 깔보고 있다는 거야." 


".......?" 


"누가 뭐래?" 

"살인을 해서, 뭐." 

"그래, 평생 안고 가야겠지." 

"사람을 죽인 대가는 말도 안 되게 크니까." 


"알고 계시면서, 그렇게...――――" 


"―――― 상관없잖아, 그딴 거!" 


"........... 네?" 


"뭐, 그래서?" 

"세나, 너는 내가 경멸해주길 원해?" 

"살인자인 게 뭐, 어쩌라고 나보고――――!!"



내 목소리는 폭죽의 큰 소리가 다 묻힌 듯했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지 않는 것으로 알 수 있었다. 



".........." 


"나는 있잖아." 

"네가 지금도 거짓말하고 있다고 생각해." 

"정말로 살인을 저질렀으면,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건데?" 

"감옥에 갇혀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 그건.." 


"네가 무슨 일을 겪은지는... 도저히 알 방법이 없지만." 

"속죄라는 건 말이야... 살아서 하는 거야." 

"너를 원망하는 사람들에게는 평생 사과해야겠지." 

"... 죽어서도 계속해서 사과해야겠지." 

"용서해주지 않는다고 해도, 사과를 해야만 하겠지. 

계속해서, 무릎을 꿇어서라도, 용서해줄 때까지 사과해야겠지." 

"그렇게라도 해야만... 죽어서도 슬퍼하는 사람들은 

너에게 원망이라도 할 수 있단 말이야." 

"그렇지만, 너는... 그 방법마저도 할 수 없는 

다른 길로 걸어갈 선택을 하려고 있는 거야."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그럼 제가 죽여버린 그녀들에게는... 어떻게..." 

"결국... 죽음으로 밖에...―――――" 


"――――야, 이 바보야!!!" 

"죽어버리면 속죄고, 뭐고 없는 거라고――――!!!" 


"그, 그렇지만...!!" 


"그리고, 주위 사람들이 슬퍼하잖아!!" 

"유마와 키코는? 히나는?" 


"주위 사람들이라고 해도... 아무도 없는걸요!" 

"제 주변에는 아무도―――――!!!" 


"―――― 내가 슬퍼하잖아, 이 바보야!!!" 


"............!!!" 



불꽃들이 점점 사라지면서, 소리와 함께 희미해져 갔다. 


솔직히... 나 자신도 이렇게까지 화난 줄 몰랐다. 

그렇지만, 방금 멘트는 진짜 부끄럽네...... 



"... 정말입니까?" 

"그 말..." 



세나의 질문에 얼굴이 빨개진 탓에, 

나는 손으로 내 얼굴을 반쯤 가리며 대답했다.



"... 거짓말은 아니야." 


"그럼, 약속 하나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 뭔데." 



세나는 잠시 동안, 뜸을 들이며 말하기 시작했다. 



"... 마지막까지 곁에 있어주겠다고.. 약속해주세요." 


"...... 그 마지막이 언젠데." 


"당장, 이번 달은 아니겠죠..." 


"... 늙어서 죽는 게 아니라면, 약속 못해." 


".......... 풉." 

"... 조금은 심술쟁이군요." 


"어...?" 

"웃었다..." 


"네?" 


"방금 말이야." 

"세나, 너... 웃었지!?" 


"...... 그런 적 없습니다." 


"아니, 너 방금 웃었다니까!?" 


"아무튼..." 

"조금은... 의미를 깨닫게 해 주세요." 

"제가 살아가야 할 의미를." 

"그럼, 생각해보겠습니다." 


"........." 



계속해서 말했지만, 난... 나 자신에게 확신이 없다. 

'자살'을 막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을 뿐. 


하지만, 살아가야 할 의미라... 자신 없지, 당연히. 

난, 내 삶의 의미를 찾는대도,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말이야. 



"... 그래도." 

"이거 하나는 약속해줄 수 있어." 


"... 뭔가요." 


"세나, 네 편이 되어줄 수 있다고." 

"언제 어디든지." 

"정말 내가 필요하다면 말이야." 


"..........." 



세나는 나에게 가까이 다가온 뒤, 

주먹을 내 가슴에 대고서, 쑥스러운 듯이 말했다. 



"... 약속...입니다." 


"... 응."





「8월 26일」

오후 8 : 12 - 호텔 입구



세나의 일은 결국, 막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려나... 

납득할 시간이 분명히 필요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일단락시킨 것으로 보였다. 


... 그나저나, 나는 왜 여기에 묶여있는 걸까. 


밧줄이 풀리지 않도록 팽팽하게 묶여있었다. 

이렇게 꽉 묶지 않아도,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풀 수 없지만... 


애초에 뭐냐고... 이 상황은――――!? 



'탕-탕!' 


"지금부터 아비도스, 제2회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으헤~" 


"호시노 선배, 주위 사람들이 다 우릴 쳐다보는데..." 



마치, 주위 사람들은 축제가 끝난 직후인지라 

심심한 까닭인지, 이 상황을 재밌는 현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관중분들도 정적에 다르자, 호시노는 무언가의 재판을 시작했다. 



"아, 네에... 오늘 재판은 말이죠." 

"아저씨가 판사를 맡았습니다." 


"... 원래도 호시노 선배였잖아." 



세리카는 어정쩡한 목소리로 호시노의 말에 대답해주었다.



"흠, 흠...!" 

"캬루 씨는 조용해 주시고...!" 


"그러니까, 캬루가 누군데!?" 


"오늘의 재판 의뢰는... 20대의 선생님이라는 탈을 쓴, 

늑대 남성이 17세의 여자아이와 사귄다는 것에 대해서 

모두 함께 토론 뒤, 판결 선고를 내릴 겁니다." 



사람들은 재판장, 호시노 씨의 말을 듣고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와, 성인이랑 미성년자잖아." 


"아청법... 아니야?" 


"죽일 놈이네." 


"맞아, 죽일 놈이야!" 

"로리콘!" 


"로리콘 죽어!!!" 



술렁거리는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돌과 쓰레기를 던지기 시작했다. 


아니, 애초에 이 사람들아. 재판을 호텔 앞에서 받는 것부터 

의심해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아프다고!!! 그만 던져!! 


나는 고통을 달리, 호소할 방법이 없었기에 

억울하는 표현과 함께 "읍, 읍!" 소리를 내고 있었다. 


입에 붙여져 있는 테이프라도 풀어주면 모를까.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일까? 절대로 용서 안 해, 아비도스 녀석들.



"으으, 정말 이래도 괜찮을까요..." 

"선생님, 정말로 아파 보이시는데..." 



그 와중에 걱정해주는 아야네를 보자, 

나는 감동의 눈물을 폭포수처럼 흘리고 있었다. 


응, 아비도스의 진정한 천사는 너였어. 아야네...! 



'탕-탕!' 


"으헤, 정숙하세요!" 

"돌과 쓰레기는 마음껏 던지시고!"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타카나시 호시노...! 

얼마나 너를 아끼는 사람인데... 끝까지 그러기야!? 


애초에 조질 거면, 한방에 조지라고! 

22년도 최고의 스윗 걸인 척하는 멘트들은 갖다 버리고!! 


나는 정말로 무슨 죄를 지은 지 모르겠지만, 

이대로면 진짜 죽는다는 생각에, 구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 읍! 으읍!" 


"... 어머, 선생님." 

"응응! 많이 아프죠?" 



나는 테이프로 막힌 입을 어쩔 수 없이, 

눈으로만 만든 불쌍한 표정으로, 노노미에게 구호 요청을 보냈다. 



"읍! 으읍!" 


"안돼. ☆" 



노노미...! 나 진짜 죽는다고오!!



"호시노 선배, 이거." 


"시로코 쨩... 이, 이건!?" 

"정숙! 정숙!" 

"그는 몇 달 전, 많은 여성들의 팬티를 훔치겠다라며 

통보한 적이 있다고!? 거기에다가 많은 여성들을 꼬신 뒤에, 

한집으로 같이 간 적도 있다고!?" 


"읍...!?" 



사람들은 이 여론이 계속해서 불타오르자,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는지, 호시노에게 확인을 캐물었다. 



"진짜 사실인가요. 재판장님!?" 

"증거를 확실하게 보여주시죠!!" 


"으헤, 시로코 쨩이 모조리 확인했습니다." 

"증거도 확보했고요." 

"여기, 크게 틀어드리죠." 



호시노는 핸드폰을 마이크에 가까이 댄 후, 재생 버튼을 눌렀다. 


아무리 그렇지... 호시노, 내가 그런 말을 할리가... 

그때, 린의 목소리가 마이크로 통해서 들려왔다. 


'... 선생님이 무슨 말을 했다고, 린?" 


'약, 몇 달 전의 이야기지만...' 

'용병을 보내주지 않는다면, 학생들의 팬티를 

훔치겠다고, 저에게 문자로 협박까지 하더군요.' 


'... 그리고?' 


'또, 각 지구의 CCTV를 확인하자면... 

여러 명의 여성분들을 자신의 집으로...' 


"................................." 



아니, 존나게 할 말이 없다.

이게 말이 되냐? 팬티 건은 당연히 쇼맨 쉽이었는데 말이야. 

그걸, 아직도 품에 담고 있었던 거냐... 린...! 

카요코를 구하기 위한, 단 하나의 수단이었다고!! 


그리고, 내가 내 집에 사람을 들이겠다는데 뭔 상관이야!? 

애초에 이 관상에 나쁜 짓이라도 할까 봐!? 


이건, 어디까지나... 여론이 좋지 않은 장본인의 생각. 

이런 생각들로 불만을 내뿜어도, 동요해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으읍...!" 


"... 응, 풀어줄게 선생님."



시로코는 그런, 나의 생각을 텔레파시로 받은 건지... 

아님, 이 여론에 이어서, 내 발언이 필요한 건지는 몰라도... 

상냥한 목소리로 나에게 안심을 취하게 한 뒤, 

입에 있는 테이프를 천천히 때어냈다. 



'치이익―――――' 


"후하...!" 


"한마디 하시죠. 으헤." 



긴장감이라고는 1도 없는 호시노의 말을 들은 뒤, 

나는 생각했다. 이 빌어먹을 상황을 어떻게 해야만 

빠져나갈 수 있는지. 그리고... 살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애초에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는 건가? 

치타만큼 빠른, 저 흰둥이에게 잡힐게 뻔한 구조인데? 

그럼, 살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는 방법인 건가? 

아니? 아니다. 애초에 방법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내 옆에 있는 흰둥이는... 진심으로 '쏘는' 녀석이니까. 


그렇다면... 난 여기서는 항상 그래 온 듯이, 최선을 다한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포기하지 않냐고? 

당연하지, 여론도 안 좋을뿐더러 마녀 사냥을 당하는 중인데. 


그렇지만, 너희들은 하나 실수한 게 있다. 

난 '키보토스의 선생님.' 그 누구의 편이 없어도... 

혼자서 이 상황을 도피할, 계획 정도는 짜여 있다고? 


잘 봐라... 이게 선생님이라는, 유일무이의 존재... 

그 너머에 있는 한 남자의 필살기다.



"어서 말해, 선생님." 


"... 그게 말이죠..." 

".................." 



나는 고개를 숙인 뒤, 모두에게 표정을 감췄다. 

그러자, 사람들은 무언가 잔뜩 긴장하기 시작했다. 



"뭐, 뭘 하려는 거지?" 


"설마... 계략이 있는 거 아니야!?" 



긴장감이 최대치로 도달한 상태에서... 단, 한방! 



"... 뀨!?" 



잠시 동안, 호텔 입구에 모인 사람들은 정적에 빠졌다. 

그러자... 점차... 격노하기 시작했다. 



"... 저 씨팔 새끼 죽여!!!" 


"죽여라!!! 악마를 죽여라!!" 


"저 로리콘 녀석!!" 

"드디어 사람의 탈을 벗었구나!!!" 


'타타타타탁―――――' 


"데샤아아아아아악―――――――!!!!"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매우 격노한 탓에 

강력한 위력의 돌멩이를 맞고서, 기절하고 말았다. 



"으헤... 이게, 아닌데 말이지." 


"불쌍해, 선생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 호시노 선배?" 


"... 선배들이 진짜 나쁜 사람들이야." 


"... 하하... 선생님, 고생이 많으시네요." 


"... 일단, 튀자!" 

"으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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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8월 26일」

오후 9 : 27 - 704호실



"아하하핫!" 


"... 넌, 이게 웃기냐?" 


"하하핫... 미안, 선생님." 

"솔직히 구해줄 수 있는데, 너무 재밌어서 그만..." 


"...... 됐다, 뭐." 



이후, 사건의 원인을 들어보니... 미카의 쓸데없는 말 때문에, 

아비도스의 아이들이 화가 나버려서 그런 짓을 했다고... 


여기 섬사람들도 참, 여유롭나 보내. 

어이없는 재판이나 참석하고 말이야. 



"그나저나, 선생님!" 

"옥상에 한번 가볼래?" 


"옥상?" 


"응! 여기 호텔 옥상에 가면, 별을 볼 수 있다던데!?" 


"오, 별이라." 



여긴 섬이기도 하니까 말이지. 

확실히, 이런 곳에서 별을 볼 수 있는 기회라면 흔치 않는구나. 



"같이 가자, 선생님?" 


"... 뭐, 나도 보고 싶기도 하네." 

"세나도 같이 갈래?" 


"아뇨." 

"전, 여기에 남아 쉬겠습니다." 


"...... 음.. 그래?" 



세나는 뭐... 분명, 약속했으니까 말이지. 

나는 미카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을 향하고 있었다. 



"선생님, 방금은 실격!" 


"... 뭐가?" 


"여자 아이가 데이트하자고 했는데, 

다른 여자 아이를 끌고 가면 하면 어떻게 해?" 

"매너 위반이잖아! 매너 위반!" 


"... 조심할게."



짧은 대화가 이어지자, 금세 호텔의 옥상에 도착하였다. 

역시, 섬의 별들은 황홀함 그 자체였다. 

빛나고 있는 별들이, 불빛 한점 없는 옥상들을 비추고 있었다. 



"우와, 진짜 예쁘다..." 



수첩의 일이 해결되서인지... 

나는 긴장이 풀린 탓에, 졸음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 며칠 간, 그 일 때문에 엄청 피곤했으니까, 뭐... 



"선생님, 저기 봐봐." 

"저, 별 엄청 크다!" 


"... 그러게 엄청 크네." 


"둘 다 여유롭구나?" 

"별구경이나 오고 말이야." 



그때, 누군가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하긴, 이 섬의 별은 아름답지." 


"응? 누구..." 



등이 오싹해지는 한마디를 듣고서, 

미카와 나는 동시에 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에!? 선생님이랑 아는 사이야?" 


"...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별빛 밑에서 소원도 빌 수 있는 섬이라는데..." 

"뭐, 내 소원은 오늘 의뢰를 이루는 것 정도로 할까." 


"어라... 잠깐, 넌...!" 

"그때 그 녀석이잖아!?" 


"미카, 오랜만이구나." 

"2년 전... 아니, 몇 주전에 만났었지?"



우리들의 앞에 있는 녀석은... 공의회의 한 명. 

키사라기 나나코가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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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랑 중간고사 이슈 때문에 늦었씁돠... 헤

당연히 망했음.


다음 편 부터는 분량 확실하게 많아질듯?

회상씬이랑 전투씬으로 이어지는데, 

스포하자면 이즈나가 나올 예정.


요새 친구들이 노벨피아 그쪽으로 함 써보라해서

쓰는 방법이라던가 많이 배우고 있긴한데.

소설 쓰는 걸 워드패드로 써보라고 하더라고요.

(다 메모장으로 쓰는 거 아니였음!?)


그래서 다음 편부터는 쓰는 방식이 바뀔지도?


+워드패드 이야기







요약하자면, 


1. 작가는 메모장을 쓴다. 근데, 문단 정리 방식이 잘못된 것 같다.


2. 메모장으로는 문단을 멋대로 내리는 경우가 있다.

(모바일 배려 차원도 있.)


3. 워패로 정리하면 한 문단들을 쭉 이어져서 볼 수 있다.


4. 결론은 문단을 내리지 않고, 이어서 정리 하냐... 인듯?


여튼... 이런 말들이긴 한데.

보통 모바일이 굉장히 많은 것 같던데...


보시는 방법이 중요하기는 중요하다 보니까,

좀 의견 있으시면 댓글로 말해주세요!

워패로 쓰는 겸, 보기 편한 방식이 뭔지도 알아놓는게 좋으니까.

의견 하나 씩만 부탁 드립니다.


일단, 이번 이야기는 여기까지고요.

다음 이야기는 일요일 날 예정 되어있습니다.

이번에는 안 늦음;;; 과제도 미리 다함.


여튼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또 다음 편도 기대해주세요 흐에!!!!



+공지


*작가의 일기라고 생각해주세요. (막써서 맞춤법  x)


안녕하세요 하하... 많이 늦었... 이 아니라 오랜만에 뵙네요.


하고픈 이야기가 많긴합니다.

뭐... 꼭 여기에서 말을 해야할 것 같아서 말이죠.


일단 4월 20일 이후에 일어난 사건부터 말씀해드리겠습니다.


사건이라고 해도... 개인적인거지만 이슈라고 보시면 좋겠네요.



정확하게 4월 23일날. 코로나에 걸렸었습니다.

4월 14일 이후로 밖을 나가지를 않았는데, 자고 일어나니까 기침이랑 몸살이 너무 심하더군요.


그래서 병원으로 갔습니다.

의시가 그러더군요. "걸렸네요? ㅋ"

좀 화가 났습니다.

뭐 밖에도 안나가고 헬스장도 돈버리는 듯이 안 갔는데...

28일까지 진짜 존나 아팠습니다. 

일어나지도 못하고. 컴도 못하고.


25일에는 여친 생일인데도 챙겨주지를 못했고...

26일에는 롤 대회도 있었는데, 대타 불가능이라 강제 광탈해버렸고...


뭐, 몸도 안좋은 마당에 멘탈도 안좋아지고 존나 그냥 쿠쿠다스 된거죠 뭐...


배게랑 베프먹고 하루종일 울었습니다. 

소설도 못 쓰고

2주 동안 빡세게 준비한 롤대회도 이따구로 끝나고

안 그래도 제가 소설에 몰두한다고 여친에게 못해준 것도 많은데 

생일도 플랜 많이 쫘났는데 이렇게 끝나니까 진짜 허무하더라고요.


멘탈이 예전 고등학생때 처럼 방구석에 박히는 히키가 됬더라고요.


그런데 사람이란게 참 신기한듯.

그렇게 쳐울고도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면서 웹툰 정주행하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든 생각이 소설 공부나 하자 였는데.

뭐 마땅이 펜을 들 힘도 없고... 앉지도 못하는데 엎드려서 적지도 못하고...

그냥 다른 웹소설 탐방이라도 해서 묘사라도 공부해봐야겟다 라면서 

웹소설들을 보기 시작했는데.


멘탈이 확 깨졌습니다. 그때부터.


제가 적던거랑 비교를 해보니까... 그냥 뭐 저는 아무것도 아니더라고요.


분명 기본적인 면에서는 성장했겠죠.

경험치는 먹었겠죠 RPG처럼.

근데... 이 막... 넓은 세상을 보고오니까. 제가 아무것도 아니더라고요.


저는 여태까지 존나 좀 치는 줄 알았습니다.

사람들이 봐준다고 해도, 결국에는 내가 쓰는 것에 있어서 재밌게 잘 전달했구나 라면서

존나 자위했던거였습니다.


이게 너무 정신이 나가더라고요. 일상 생활이 안될 만큼.


블루아카이브라는 소재를 빼면 저는 존나 좆밥이에요. 

이게 너무... 너무 팩트라서 할말이 없더라고요.

저 자신한테 던진 말이지만 할말이 없습니다.

그게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소설쓰게 된건 진짜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꿈이라는 걸 제대로 실행도 안해본 저로써는 이런 일들이 너무 두근되더라고요.


매번 올릴때마다 댓글들 반응이라던가.

5분마다 조회수가 올라가나 안올라가나 확인하고.


계속 쓰다보니까 느끼겠더라고요.

언젠가는 다른 소설을 써야만 한다고.

그냥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에 시작했지만


저는 블루 아카이브라는 걸 빼면 진짜 아무것도 아닌 애였고.

그렇다고 해서 제가 쌓아온 노력을 배신했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그냥... 많이 열이 받더라고요.

1월 1일부터 시작한 소설이고 4개월 20일동안 진행한 소설인데.

고작 겨우 한걸음을 내딛었는게 좀 열이 받았습니다.

아니 한걸음은 내딛기나 했을까요 ㅋㅋ


진짜 열심히해서 좀 치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그냥 뭐라도 좀 되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존나 오만했던거죠.


아픈 와중에도 근데 쓰더라고요. 그런 생각이 드니까.

존나 힘들고 그래도 존나 썼는데. 아무것도 아니였어요 진짜.


진짜 아무것도 아니였음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겠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진짜... 이것만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무것도 아니였어요 진짜로.


의미가 없다는 것도 아니지만.

아무것도 아니였어요 진짜ㅋㅋㅋㅋ


아직 기침은 하고, 몸도 낫지도 못했습니다.

쉬어야하는데 주구장창 키보드질로 지랄을 하니까.


근데... 뭐, 그러다가 하나 써보고 싶어진게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노벨피아에서 하나 적고있긴한데... 뭐...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소설을 계속 적어도 될지.

모든 것을 미루고 소설을 적는 이유도 잘 모르겠는데.


확실한거는 재밌다는거에요.

행복하고.

난생 처음으로 하고싶은걸 이렇게 열심히 해본건 처음이라서요.


롤도 존나 많이했지만 

롤만큼 아니 롤보다도 더 열심히 10배는 열심히한것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메모장 키고 이걸 적는 중에 결심을 하나 내리게 되네요.


열심히 해볼랍니다. 어떻게든.


그리고 노벨피아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존나 실력키워서, 주위사람들한테 나 좀 친다 라고 말하고싶습니다.


진짜 다 써보고 한없이 써보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돌아와서 그 이후 시리즈도 마무리 낼겁니다.


기다려주시고 그런점 존나 감사합니다 진짜로.

제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신 분들이였고.

이 감사는 계속 글을 써가면서 보답하겠습니다.


진짜 힘든 와중에도 댓글들 보면서 겨우 일어났습니다.


꼭 끝까지 적어서 다시 만나러 오겠습니다.


진짜 존나 노력해서 내가 이런 사람이다 라면서 깔끔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그때는 다시 제가 시작했던 시리즈도 끝내러 오겠습니다.


찐따같은 일기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