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이 그저 술에 고픈 이야기 - 프롤로그

선생이 그저 술에 고픈 이야기 - 유우카

선생이 그저 술에 고픈 이야기 - 히나

선생이 그저 술에 고픈 이야기 - 시로코

선생이 그저 술에 고픈 이야기 - 호시노

선생이 그저 술에 고픈 이야기 - C&C

선생이 그저 술에 고픈 이야기 - 미식연구회(하루나)

선생이 그저 술에 고픈 이야기 - 보충수업부

선생이 그저 술에 고픈 이야기 - 티파티


-캐릭터 붕괴가 있을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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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간만에 홀로 마시는 술이구만."


[저도 있어요, 선생님!]


"아아, 그래. 아로나도 있었지 참."


[뿌... 자꾸 저를 잊어버리시네요?]



며칠 전의 그 난장판이 있었다는게 믿기 않을 정도로 고요한 바. 그 바에서 나는 조용히 내가 마실 칵테일과 아로나를 위한 논 알코올 칵테일을 주조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정말 큰일이었죠... 하필 게헨나의 선도부 분들이랑 티파티 분들이 마주칠 줄이야...]


"글게나 말이다..."



며칠전, 먼저 와서 조촐하게 마시고 있던 선도부와 티파티가 바에서 마주쳤다. 대충 잘못하면 마주칠수도 있겠구나-싶었는데 설마 티파티가 그렇게 일찍 올줄은 몰랐지.


서로 본능적으로 총기를 뽑아들려했지만 바깥의 총기 보관함에 다들 총기를 두고 온지라 무기는 없었지. 근데 미카랑 히나가 서로 웃으면서 주먹질하려는 각이 보이길래 급하게 뜯어말리면서 그럴바에는 차라리 술대결로 해결보라고 막 던졌지.



"그게 그렇게 다시한번 보드카 진열장이 작살나는 결과를 이어질줄 누가 알았겠냐..."


[아하하...]



히나야 다른 학생들과 달리 한번에 안쓰러졌었고, 미카는 저번 나기사 사건때 유일하게 살아남은 강자였다. 그 두 강자가 맞부딪치니 결과는 내 보드카 진열장이 작살나는 거였다. 아니, 애초에 내가 보드카 위주 칵테일을 마셔서 원체 빨리 떨어지기는 하는데 남은 4병이 다 사라질줄은 몰랐지 인생.



"덕분에 서로 아예 시간을 정하고 사라진건 좋은데... 그래서 그 둘은 어떻게 됐다냐."


[티파티의 미카양 쪽은 잘 모르겠고요... 히나양 쪽은 다음날 숙취를 겪으면서 일을 했다고 해요.]


"어쩐지 그날 게헨나 쪽에 제압된 스케반들이 정의실현부한데 당한거마냥 찌그러졌더니만 그런거였구만."


[아하하...]



그렇게 시간을 나누고 보니 아예 빈 날이 일주일에 한번씩 생겼더랬다. 빈 날이 확인되자마자 아싸리 이 날을 쉬는날로 나 혼자만 마시기로 했지. 그게 오늘이고 말이다.



"오늘 당번 학생인 호시노에겐 미안하지만 간만에 진짜 평화롭게 마실수 있는 기회를 겨우 얻었으니-"



똑똑똑-



...와오, 바로 평화가 깨지네.



"호시노야?"


[...]


"아로나?"


[...아니요, 선생님. 호시노양이 아니에요.]


"...엥?"



끼이익-



분명 총기를 먼저 보관해야 열리는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안에 보이는 인영은-



"호... 이런 곳을 만드신거군요, 선생이시여."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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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난동을 피운 것에 대한 사죄라고 선도부 측과 티파티에서 여러 선물들이 와있었다. 받은 것 중에 뜬금없는게 두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티파티 측의 윈체스터 M1873이었고, 다른 하나는 게헨나 측의 FG42였다. ...어, 자기들이 영화에서 본 바는 이런 총으로 장식해놨다길래 장식하라고 보낸거라 하던데, 장식하란거 치고는 내부 부품들은 그대로 있었고 심지어 탄약까지 보내왔었지.


쓸일은 없겠다 싶었는데 바로 쓰게 될줄이야.



철컥


탕-! 


철컥


탕-! 


철컥


탕-!


철컥


달칵, 달칵



내가 4발만 장전해놨나.



"선생이시여."



투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


철컥철컥



"거 이렇게 쏘면 죽어주는게 예의 아니냐."


"성대한 환영인사로 생각하겠습니다, 쿡쿡."


"염병."



그렇게 쏴 재꼈는데도 죽기는 커녕 저 빌어먹을 양복에 생채기 하나 안생겼네.



타타타탁-



[선생?! 무슨일 있어?!!]


"아로나. 바 입구 봉쇄."



쾅-!



"어어, 호시나! 별일 아니야! 총기를 잘못 만져서 탄이 나가버렸네?"


<...그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아로나, 가서 호시노 좀 말려주고 있어."


[넵!]


"여전히 학생들에게 다정하시군요, 선생."


"어른으로서 당연한 조치다. 그래서, 여기 온 목적은."


"진정하신거 같으니 말씀드리겠습니다..."



검은 양복은 자신의 팔에 끼워놓고 있던 종이상자를 들어보여준다.



"게마트리아의 일원이 아닌 어디까지나 개인 연구자, 관측자로서 바의 오픈을 축하드리고자 왔습니다."


"...와, 눈물나게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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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그럭 덜그럭



그냥 선물만 주고 꺼져줄줄 알았는데 자연스럽게 입석 테이블에 앉는 검은 양복. 그냥 나가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저 놈이 내 컬렉션에 뭔 짓을 할지 몰라 반대편에 서서 잔을 닦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대하는 태도와 달리 속물적인 모습도 갖고 계시는군요."


"자꾸 속 긁는데 무기는 총만 있는게 아니라 병도 있다는 걸 잊지 마라. 저기 일렬로 세워둔 술병들 보이냐. 하나씩 대가리 까면 오늘 밤새도록 깔수 있어."


"큭큭큭..."



덜그럭



"제가 감히 이런 주문을 할 자격은 없지만.. 한잔 부탁드려도 될련지요."


"내 추천 칵테일 같은건 없다."


"물론입니다. 저는 칵테일보단 스트레이트 파라서 말입니다."


"얼씨구."





"한잔 정도는 주지. 먹고 꺼져."


"감사합니다."


"그래서, 뭘 원하는데."


"올드파. 싱글 스트레이트로."



텁-



잔을 꺼낸다. 이번에는 얼음을 넣지 않고 잔 그대로. 그리고 며칠전 나기사와 티파티에게 보여준 올드 파를 꺼내 잔에 따라준다.



꼴꼴꼴꼴....



"자. 여기."


"감사합니다."



전부터 참 궁금했던건데 저 얼굴에 입이 어디있는거지. 저 입으로 마시면 다 새는거 아닌가


그런 생각에 무색하게 검은양복은 깔끔하게 잔에 있는 올드파를 마신다. 반절정도 마시고는 다시 테이블에 내려놓는 그.



"솔직히 놀랬습니다. 선생이 술이라니. 그것도 여기 키보토스는 물론 바깥에서도 구하기 힘든 술을 모으고 마시는게 취미라는 말을 듣고 내심 놀랬지요."


"그랬냐."


"얼마전, 이 술로 티파티에게 칵테일을 만들어주고 기울어진 걸 보여주셨다지요."


"너희 이 씨 여기 안에 감시카메라 설치했지."


"그런 저열한 짓따윈 안합니다. 기울어진 병과 같다라... 참신한 비유였습니다."


"도청기까지 설치했네?"


"선생이시여."



일순간, 전에 카이저 코퍼레이션에서 보여준 자세와 똑같은 자세를 취한 검은 양복은 선생에게 묻는다.



"선생 역시, 저 병과 비슷하지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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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말인지 잘 모르겠군."


"아니, 어쩌면 티파티보다 더 위험한 상황일지도 모르겠군요. 선생의 병에는 이미 술이 반절 정도 사라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맛있게 먹으면 장땡이지."


"제가 드린 선물을 한번 열어보시겠습니까."



선생은 의심스러워하면서도 그의 말대로 선물을 열어본다. 그 안에는 마찬가지로 올드파가 들어있었다. 하지만 선생이 가진 병과 달리 신형 보틀에 담긴 병으로.



"마음에 드십니까."


"그나마 마음에 드네."


"일전에 제가 드린 제안, 기억하시는지요."


"안난다고 하고싶은데."


"제안을 받아들이신다면, 새 술을 새 병에 담아드리겠습니다. 저희에게 그 정도는 간단한 일이니까 말입니다."


"갑자기 선물이 정말 마음에 안들어졌다야."


"이는 다시한번 게마트리아 전체의 의견으로서, 그리고 개인 연구자의 의견으로 드리는 제안입니다."


"그럼 다시한번 선생으로서 이야기하지. 거절한다. 꺼져."



선생은 거칠게 선물 상자를 덮으며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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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기분 드럽게 하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네. 기껏 좋은 술 줘서 '이 녀석, 그래도 쪼개진 대가리에 양심은 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을 1초만에 집어 치우게 만드냐.



"...큭, 그렇죠. 이래야 저희가 인정한 분이겠죠. 다시한번 당신의 선택에 감탄합니다. 그리고 존중합니다."


"말 다했으면 슬슬 가지 그러냐. 그 술도 가지고."


"술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바깥에서 구하느라 애를 좀 먹긴 했습니다만, 100% 정품 올드파입니다. 순수하게 드리는 선물이니 받아주십쇼."


"걍 가지고 꺼-"



쾅쾅쾅-!!



<선생!!!! 문열어!!>



"이런, 안열어주면 호시노양이 문을 부셔버릴거같군요."


"너는 저 문으로 나가야하고."


"다른 문도 있군요 저기."


"저긴 화장실인데."


"저에겐 출입구입니다. 그럼 선생님. 다음에는 전장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고서는 당당하게 화장실로 들어가는 검은 양복. 아니 뭐 화장실 환풍구로 가게? 설마 몰라서 화장실에 뒤따라가니 정말 연기마냥 사라져버린 검은 양복. 얘네들 진짜 뭐지.



쾅-!!



"선생!!"


"어우 귀청 떨어지겠다. 좀 목소리 낮춰야."


"그 망할 자식 어딨어?!"



평소의 나른한 호시노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히나가 말한, 1학년 때의 호시노만이 있었다. 나는 조용히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고 쓰다듬으며 말했다.



"한잔 할래?"


"...선생."


"아무일도 없었어. 정말이야."


"..."


"곧 다 마실거같은 술병이 있거든. 다 마시기 전에 한번 너도 마셔봐야지."


"...뭔데."


"올드파. 그걸로 저번에 티파티한데 러스티 네일을 만들어 줬지. 달달하니 맛있어. 마셔볼래?"


"...응."


"오늘도 두잔?"


"...아니. 오늘은 선생이랑 마실거야."


"그래."



검은 양복이 준 선물을 한켠에 치우고 잔과 얼음을 꺼낸다. 말로는 얼마 안남았다 했지만 아직 반절 이상 남은 올드파를 부으며, 호시노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검은 양복과 같은 어두운 이야기가 아닌 각자의 일상 이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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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창작 만화 몇개 봤는데 거기서 검은 양복이 맛깔나게 나오데. 그래서 한번 써보고 싶었음.


이게 올드파 신형 병인가. 구형이랑 솔직히 구별이 안가서리


늘 봐주는 블붕이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