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bluearchive/45243878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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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


이 이야기는《 3부의 스포》가 들어있으니 아직 3부 내용을 뚫지 않은 형들은 당장 뒤로가기를 눌러서 평온을 유지하길 바래.


그리고, 난 아직 캐릭터 말투나 스토리를 완전히 숙지하지 못한 상태라 읽으면서 뭔가 어색한 부분이 적지 않을 거야. 이 점에 대해서는 자비를 베풀어줬으면 좋겠어.


여기서 마지막. 후반부에 줘팸이 나오니까 순애파 형들도 당장 뒤로가기를 눌러서 평온을 유지하길 바래.



= = = = =




"으헤에~ 덥다 더워~ 이제 여름인가~"



따스함을 넘어 더위에 가까운 열기를 뿜어내는 햇살. 약한 바람을 일으키며 고개를 흔드는 선풍기. 열냉이 한 데 공존하는 집무실에, 나른한 목소리까지 흐른다.


도장을 쾅. 펜을 스스슥 하며, 종이를 넘기고 넘기는 어린 소녀의 성실함과 상반되는, 저 세상만사 편한 소리.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 저 꼴. 서류는 하다 말고, 책상에 드러누워 벌써부터 쉬는 저 나잇값 못하는 꼴에 소녀의 얼굴이 절로 일그러진다.




"하아... 선배님, 일 시작한지 이제 15분 밖에 안지났습니다. 적어도 30분 정도는 집중하다가, 농땡이를 피우시던지 해주시죠."



"에에~ 아직 아침이니까 괜찮잖아? 그렇게 아침부터 힘 바짝 주고 살면 나중에 키라던가, 방탄복에 가려진 거기라던가. 전혀 안큰다구? 호시노 짱."



"왜 거기로 이야기가 새는 겁니까?!"



야단맞는 분위기에 수 놓는 능글맞은 멘트. 위기를 빠져나가는 저 능구렁이 같은 화술에, 호시노는 오늘도 당해버렸다.


머리도 나쁘고, 성실하지도 않아서 글러먹었다는 수식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선배. 칠칠맞지 못한 유메 선배.


그럼에도, 곁에 있으면 의미 모를 안정감에 덩달아 글러먹을 것만 같아, 여러모로 곤란한 유일한 선배... 유메 선배.


의미 모를 그리움과 반가움이 물씬 풍겨오지만, 어째 조금도 의심스럽지 않은 그녀에게 호시노는 늘 당하는 입장이었으니 말이다.




"후우... 아무튼, 얼른 이 서류들부터 결재해주십시오! 빚 갚다가 겨우 생긴 여유인데, 이 때 처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곤란해진단 말입니다!"



"에이~ 괜찮아, 괜찮아~ 그런 거 점심부터 바짝 하면, 충분히 끝나니까. 곤란할 거 없어~"



아, 혈압. 내가 이 여자의 글러먹은 심성을 과연 고쳐낼 수 있을까 싶은 의문을, 오늘도 겪고 마는구나.


에휴. 하던 서류나 마저 해치우는 게, 호시노로서는 감정과 현실의 유일한 타협안이었고. 유메는 계속 대놓고 땡땡이를 칠 모양이니. 별 수 있으랴.


잠시 답답함에 이마를 잡던 손으로 다시 펜을 들어, 호시노는 일정 주기로 돌아오는 선풍기 바람 아래. 서류에 결재를 마저 써내린다.




"... 저기, 호시노 짱. 이건 우리 학생회만 아는 이야기인데, 대본관이랑 바깥이 이어지는 비밀통로가 있다는 거 알아?"



심심해서 이것저것 가져다 붙인 듯한 헛소리에, 점점 농도가 짙어지는 그리움과 반가움을 눈치채지 못하고서.




"하, 비밀통로? 돈 없는 학교에 왠 비밀통로입니까. 그런 거 만들 돈이 있었으면 사막화 대책에 썼거나, 빚을 갚았겠죠."



"아니, 진짜라니까? 나도 졸업한 선배들한테 들은 이야기라, 정확히 무슨 이유로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일단 정말로 있다구?


저기, 캐비닛의 서류상자에 대본관이랑 별관들 도면 다 들어있는데. 어디로 어떻게 이어졌는지 알려줄까?"



"됐습니다. 그깟 설계도처럼 쓸모 없는 거에 신경쓸 시간이면, 서류 두 세장을 더 해결하니까요. 정말... 적당히 해치우고 드러눕고 싶은 건, 오히려 아저씨 쪽인데..."



얼토 당토 않는 이야기는 말할 여건을 남겨 놓지 않아야 하는 법. 이 이상을 허용했다간, 오늘이 끝나기 전까지 이 서류의 산의 반절도 해결 못할 테니.


여느 때와 같은 일갈로 유메가 흐트려 놓은 분위기를 휘어잡고, 결재가 끝난 서류들을 정리하는 탁탁 소리로 하여금.


그 어떤 수작으로도 일하는 자신을 방해하는 것은 불가능함을 묵묵히 알리고, 그녀는 다음 서류뭉치에 손을 가져갔... 지만. 그러지 못했다.




"...? 잠깐, 아저씨? 적당히 뭘 어째? 내가 이런 말투를 썼... 아...?!"



딱딱한 FM을 따라가던 제게서 갑작스레 흐르기 시작한 나긋나긋함. 유메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부드러움.


그것이 스스로를 기폭제로 하여금, 이제까지의 의심스러운 그리움과 반가움을 한 데 터뜨린 것이었다.




"... 여기는. 여기는...! 설마...!"



수 초의 정적과 함께 하는 요지부동. 그 뒤의 호시노는 서류를 정리하던 이전과 달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선 냉정을 잃은 채 동분서주했다.


서로 다른 빛으로 번쩍이는 두 눈이 집무실을 분주히 돌아볼 때마다, 짐승의 그것처럼 가늘어지는 동공.


아무것도 없던 수면의 위로 하나 둘씩 부상하는 기억들이, 의심을 확신으로 차근차근 변화시키니.


이에 당혹스럽다는 말로 이루어 다 설명 못할 만큼, 그녀의 사고와 심리는 삽시간 만에 난잡해지고 말았지만... 그것도 잠시.




"... 아프지 않아... 꿈이구나. 이건...!"



스스로 뺨을 때리고, 볼을 꼬집는 등. 본래 고통을 수반하나,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의식의 각성 행위 - 무통의 깨달음으로 하여금.


호시노는 과거와 현재의 혼동으로 벌어진 어지로운 사고의 정리와, 이를 동시에 이해하는 자각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 집무실은 추억으로서 남은 제 기억의 일부. 제 꿈이 백일몽으로 거듭나는 동시에 투영해낸 공간.


그렇기에, 어떠한 자해 행위로도 고통을 느끼기는 커녕. 자극받은 피부의 불거짐 마저 없는 것이며...




"... 그렇다면, 지금 있는 선배는... 결국..."



몇년 전에 실종되었을 터인, 그 뒤를 제 두눈으로 똑똑히 봤을 터인 아비도스의 학생회장.


나긋나긋한 지금의 자신이 존재하는 근원인 유메가, 추억의 집무실 한 켠에서 그윽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이 공간은 백일몽.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하기 그지 없는 일을, 꿈꾸는 이의 욕망을 바탕으로 실현해내는 꿈의 세계니까.




"... 진짜 선배는 아니겠지만. 제가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겠지만... 오랜만이에요, 유메 선배...!"



"... 히."



비록 추억에서 투영된 허상일지언정, 그 안에 깃든 기억과 성격은 본래의 그녀와 다르지 않았던 걸까.


자신이 있던 백일몽을 자각몽으로 뒤바꾸고서 다가오는 호시노에게, 유메는 따스한 표정에 눈웃음까지 지어 보였다.


저 세상 편한 얼굴. 희망찬 표정. 그래, 이거지. 이 얼굴이었지. 


현세의 기억을 되찾은 호시노로서는, 몇분 전에도 봤던 선배의 미소가 세상 이렇게 포근할 줄 몰랐다.




"정말... 보고 싶었어요...! 선배애...!"



이루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면 그대로 실현되는 자각몽. 그렇다면, 둘이서 사진을 찍었을 적의 온기도 다시 느낄 수 있을 테지.


걸리적 거리던 의자를 밀어 치우는 곧 울리는 터벅터벅. 한발짝. 두발짝. 점차 좁아지는 선후배 간의 거리.


제 마음의 공허를 빈틈 없이 채워주는 저 품에 몸을 맡기고 싶었던 호시노는, 거리가 반쯤 남았을 즈음에 힘껏 달려들었다.




"... 드디어, 전해줄 수 있겠네...!"



이에 화답하듯, 유메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양팔을 활짝 벌린 그대로. 후배의 아담한 체구를 받아들 준비를 마친다.


들릴 듯, 안들릴 듯. 기쁘게 독백을 흘리는 것이 살짝 의아했지만, 지금의 호시노에게 그딴 혼잣말이 대수랴. 


그렇게 거부했던, 그토록 안기고 싶었던 선배의 따스한 품이 머지 않았는데. 그녀에게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있을까.




"자, 이리와! 호시노 짱! 꼬~옥 안아줄...?!"



아. 한 가지는 각오의 레벨로 신경써야 했겠구나. 꿈은 언젠가 깨지고, 그 순간은 항상 갑작스럽다는 것.


깨어나면 온종일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은 이야기와 사물, 영물을 보여주고 체험시켜주는 길몽이던.


깨어나면 전신에 맺히다 식어 한기를 일궈내는 땀방울에, 절로 쉼호흡을 내뱉도록 만드는 악몽이던.




"유... 유메 선... 배...?!"



... 두 번 다시는 볼 수 없을 소중한 사람과 해후를 나누는 행복한 꿈이던, 항상 갑작스럽게 막이 내려오는 법임을.




"ㄲ... 끼야아아악!!!!"



"서... 선배!!!"



좁아지던 둘 사이의 공간을 갑작스레 가르는 이내, 집무실 전역을 붕괴로 이끌고 유메를 그 구덩이로 떨구는 거대한 균열.


꿈의 세계의 붕괴.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묻는다면, 안봐도 비디오 아니겠나. 호시노가 잠에서 깨어나려 하고 있다는 뜻이지.




"... 호, 호시노 짱!!!"



"아, 안돼요...! 가면 안돼...!!"



제 꿈이니 만큼, 서서히 현세로 의식이 옮겨지는 제 상태를 모를 수 없었겠지만... 그런 필연에 불구하고, 호시노는 선배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저 포근한 품에 몸을 기대지도. 귀여운 동생 대하듯이 해주던 쓰다듬도. 하다 못해 손 한번 제대로 붙잡지도 못했는데. 이대로 오래간만의 재회를 끝내고 싶지 않았다.


그것도 이런 식으로.


무너지는 꿈에 균형을 잃고 무너져 하늘로 뻗은 저 손을 붙잡아주지 못한 끔찍한 종막으로, 유메와의 해후를 끝내기가 싫었다.




"싫어...! 싫어어...! 가지마아아아아!!!!!"



하지만, 시간의 흐름을 업은 운명은 더 이상 그녀를 기다려줄 생각이 없었다.


퍼져나가는 균열들이 이내 호시노가 밟던 바닥까지 무너뜨였고, 그 파편들이 가진 형체나 집무실의 배경까지. 


모든 것들이 욕망이 투영되지 않았을 적의 무(無)로 돌아갔고, 이에 호시노는 무엇 하나 자신을 받쳐주지 않는 허공 속에서 무력하게 허우적 거렸다.


이 때까지도 그녀의 뇌리를 가득 채우던, 텅 빈 마음의 공터에 쓰라린 파도를 일으키던 [유메].


그 이름에 깃든 뜻대로, [꿈]이 무너졌다.







"으으... 시러... 시러어어...! 가지마...! 가지마아요오오!!! 흐익?!"



허공으로 뻗친 손이 연신 부들부들 거리고, 불안한 목소리가 중얼중얼 새어나가며 점차 숨이 가빠지는 잠꼬대.


도중에 한 번의 괴성이 방 안을 크게 울리던 그 순간, 호시노의 두 눈이 서로 다른 빛으로 반짝이며 개안한다.


몇번 깜빡이자 똘망똘망 떠오른 금빛과 바닷빛이 제 주인에게 보여주는 세상은, 더 이상 자각몽이 아닌 현세. 새롭게 찾아온 아침이었다.




"허어... 허어... 하아아..."



밤이 지나간 관계로 윤곽 밖에 특출난 것이 없는 천장의 야광 스티커. 조각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테이프로 고쳐 벽에 걸어둔 모래축제 포스터.


대책위원회를 꾸려 학교의 명맥을 이어나가고, 샬레의 선생에게 구원받은 현재를 살아가는 증명. 그 자체인 요소들이 제 시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니.


곧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안도감에 호시노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허공에 뻗쳐있던 손으로 이마를 쓸어내렸다.




"... 또, 또 같은 꿈이야..."



허나, 유메를 뒤따라 자신 또한 끝 없는 몽환의 무저갱으로 추락하던 그 꿈.


백일몽에서 시작해 자각몽을 거치고, 종극에 악몽으로 변질된 그것을 그저 꿈이라 치부하고 안심할 수 없었던 게. 처음으로 겪은 일이 아니라는 점에 있었다.


5일 전에도. 그저께도. 호시노는 같은 순서로 진행된 꿈을 꾸었고, 그 내용과 결말은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자신이 있는 공간과 스스로에 대한 자각을 끝마치고, 선배의 온기와 재회하려는 그 순간. 꿈의 세계는 항상 무너져 내리기 일쑤였고, 그 뒤는 현재 진행형 그대로였다.




"후우... 요즘 왜 이러지... 요새 힘 좀 낸다고, 무리한 탓인가...? 아니, 그럼 진작부터 이랬을 텐데..."



1주일하고 며칠 전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알바거리들에, 자신을 포함한 위원회 5인 전원이 최근 힘을 바짝 올려 빚을 갚기 시작한 일.


아비도스의 야간 순찰로 인해 부족해진 숙면의 충당을 감수한 일 때문에, 그런 이상한 꿈을 꾸게 되었다 결론짓기에는 연결점이 영 시원찮았다.


이미 이것보다 더 심하고 어려운 일을 수도 없이 겪어보고, 해결해낸 경험이 깊게 새겨진 육신과 심신인데.


앞의 가설을 정론으로 둔다면, 자신은 이미 매 꿈마다 유메와 안타까운 이별을 나누었을 것이고, 그 영향에 정신이 멀쩡할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하아... 속 터지는구만~ 뭐, 어디 안좋아서 그런 꿈을 계속 꾸는 거겠지.


알바 시즌 끝나고 몰아서 자든. 선생한테 재워달라 하든. 다 괜찮아질 테니, 지금은 버티자~"



... 아무리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봐도,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는 문제 해결의 궁리.


풀리지 않는 문제를 계속 붙잡아봤자, 결국 손해를 입는 건 제 자신. 두통을 감수하면서까지 무의미한 사고의 되풀이 따위, 극구사양인 몸이다.


이젠 꿈에 대한 생각은 이만 접어두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시간.


상체를 일으키고 기지개를 쭉 펴면서, 전방에 '끄으윽~' 하고 곡소리를 울렸으니. 오늘도 열심히 일해서 빚을 갚을 시간...




"어디, 지금 시간이... 에?"



... 어머. 오전 9시? 대책위원회 전원이서 아르바이트 시작할 시간이네?




"... 이야아~ 나중에 아야네 짱한테 바가지 또 긁히겠구만..."



협탁의 전자시계에 떠오른 09 : 00. 이 즈음이면 4명 모두 늦잠을 잔 자신을 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러 학교를 떠나고도 남는 시간.


지금 당장 준비하고 나가도 그 사이에 10분이 걸리고, 일하는 곳까지 가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하하하. 오늘따라 운수가 별로구만.


전례에는 제 시각에 맞춰 일어난 덕에, 알바에 늦는 불상사를 간신히 피해냈건만.


이번에는 빼도 박도 못하게 제대로 퍼질러 자버렸으니, 호시노는 벌써부터 잔소리가 귀에 박힐 미래가 두려워졌다.




"시로코 짱부터 세리카 짱. 노노미 짱... 헤헤헤, 역시 아야네 짱이구만. 부재중 전화가 가장 많이 쌓여있어."



곧 쥐어들고 켠 스마트폰의 화면에 선명히 남은 늦잠의 여파. 귀여운 후배들의 이름을 나열한 부재중 목록들.


지금으로선 연락을 하는 동안, 차차 준비해서 나가는 것이 나중에 들을 꾸중을 덜어낼 최선의 방법이리라.


대책위 전원을 통솔하기에 능한 아야네에게 연락한다면, 아무리 일하기가 바쁜 상황일 지언정. 모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터.




"일단 전화가 우선이겠지... 으헤에~ 이거 어떻게 변명하면 좋으려나~"



어차피 맞을 매. 나중에 맞기 보다야, 지금 당장 맞아서 나중에 맞을 양을 줄이는 게 최선인 흐름.


그녀의 이름이 걸린 부재중 목록을 눌러 전화를 발신한 뒤, 호시노는 침대에서 일어나 정돈을 하기 시작했다.


연결 대기음이 울려 퍼지는 잠깐의 시간 마저 허투루 흘려보냈다간, 알바가 더욱 늦어지게 될 뿐더러. 이에 줄어든 일당 만큼 아야네가 분통을 쏟아낼 테니까.




[여보세요?! 호시노 선배님?!]



그러다 화면이 변하면서 통화가 시작되자, 스피커에 흘러나오는 그녀의 다급한 말투. 하하하, 안봐도 뻔하지.


일하러 나오기로 예정된 인원에서 1명이 빠졌으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문책을 당하고 있는 것이겠지.


제 잘못 때문에 귀여운 후배들까지 혼나는 것 또한 사양하는 바. 호시노는 적당한 변명거리를 내두르며 하던 정리에 속도를 올렸... 지만.




"으헤헤~ 미안, 아야네 짱. 아저씨가 이상한 꿈을 꿔서 말이야, 그만 늦잠을 자버리고 말았."



[선배님!! 지금 알바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서, 선생님이... 선생님이 위ㅎ... 꺄악!!!]



그럼에도 절제되지 못한 목소리. 변명에 화를 내는 것이 아닌, 다른 것에 위급하기에 터져 나오는 대답에 이불을 털던 손을 멈추고 말았다.


스피커 너머로 들려온 쾅. 무언가 던져지다 떨궈진 굉음이 끊겨진 아야네의 말. 그것은 완전치 못한 채로도, 호시노의 사고를 마비시키기에 충분했다.


샬레의 선생이란 키워드. 위험하다는 말로 연결되는 듯한 어조. 그 두 가지가 한 데 어우러진 그녀의 상황은, 그야말로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었다.




[... 일어나.]



[꺼억...! 끅...! 자, 잠깐...!! 크햐악!!!]



[일어나라고, 이 시발년아.]



더불어, 이제껏 들어본 적 없는 시로코의 폭언. 방금 울렸던 굉음의 출처인 듯한 소녀의 신음과 호소. 


두 눈을 휘둥그레 뜨도록 만드는 그 음향 - 후배의 주먹다짐이, 호시노의 안에서 개화하던 불온한 의문을 확신으로 뒤바꾸니.


자연스레 그녀에겐 더 이상 심리의 여유가 없어졌고, 이는 곧 두 눈의 금빛과 바닷빛에서부터 나타났다.




"... 아야네 짱. 지금 샬레 집무실에 있지? 시로코 짱이 사고 못치게 제대로 붙잡고 있어줘. 지금 그리로 갈 테니까."



천하태평 • 유유자적의 성격을 띈 여유의 존재 유무를 떠나서, 언제든 잡을 수 있는 아르바이트 따위가 감히 선생보다 중하랴.


은행을 털어도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움직이는 후배가, 제 분노를 견디지 못하고 주변에게 분출했다.


이 사실 하나 만으로도, 호시노는 상황이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님을 유추할 수 있었고, 이는 곧 외출을 준비하는 속도에 가속을 붙도록 만들었다.




"... 선생.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시로코 짱이 폭주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제발 무사해줘."



그 수위를 짐작하기 힘든 선생의 위기.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길래, 후배들이 이 대낯부터 샬레로 향했는지.


또한. 당일 경호가 대체 얼마나 큰 스케일로 직무유기를 벌였길래, 시로코가 주먹다짐에 내던지기를 불사했는지.


현관문을 나와 더운 공기를 가르며 달려가는 호시노로서는, 그 진실을 알 방법은 오로지 샬레 건물에 다다르는 것 뿐이었다.



= = = = =


선생에게 어떤 일이 펼쳐졌는지 기어이 알게 된 대책위. 이에 기어이 사고를 일으킨 시로코. 그리고, 이런 후배를 막기 위해 애써 걱정을 죽이고서 집을 나서는 호시노.


이렇게 4편은 마무리... 인데. 사실은 이 뒤에 분량이 더 있지만, 보다 완벽하고 유연한 줘팸을 가미하려니 써야할 양이 생각한 것보다 많아지더라고.


그래서, 일단 끊을 수 있는 부분만 끊고 이렇게 가져왔어. 다음 편은 제대로 된 줘팸이랑, 전에 말했던 두 번째 후회가 전개될 거야.


그럼, 뒷부분 마저 써올게.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