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컨셉 학교 떡밥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거임

그런데 정작 나오는 이야기의 바리에이션은 입시 경쟁, 한일 관계 문제(식민지배, 창씨개명) 정도밖에 없음

공부 열심히 하는 거야 그냥 웃고 넘길 수 있지만, 한일 관계 문제는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주제임

등장하는 학생들이 예외 없이 일본식 이름을 사용하고 있고, 일본식 문화(신사, 온천장, 세일러 교복 등)가 정신적 공통분모인 세계관에 한국 컨셉의 학교가 실장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본론에서는 '만약 한국 컨셉의 학교가 있다면 어떤 소재를 활용해서 만들었을까?'정도만 얕고 좁게 다룰 거임




블아는 학교, 동아리, 학생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역할, 컨셉, 모티브 같은 게 있음

신앙, 전설, 과학, 인물 같은 여러 가지 핫소스를 비벼서 맛있게 잘 만드는 거 같음

시로코가 이집트 신화의 아누비스라든가


아루가 악마 벨리알이라든가


유즈도 그냥 마빡 중갤분탕같이 보이지만 맥스웰 방정식이니 아타리니 유즈소프트니 컨셉이 부여되어 있다

유즈 뒤에 두 개는 반 정도 드립이긴 함


진명이니 신격 부여니 더 심도 있는 내용을 다루는 가설이나 해설은 이미 많으니 생략하고

한국 컨셉 학교에선 어떤 종족이 주로 생활할까? 라는 전제를 우선 깔아보도록 하자


한국인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신화가 있다

자세히는 몰라도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거임

바로 단군 신화

신역(하늘)에서 내려온 신(환웅)이 곰(웅녀)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한국인(단군)을 낳는다

그렇다, 한국인은 신과 곰의 혼혈이었던 거임!

환웅이 하늘을 상징하고 곰이 땅을 상징해서 무슨 천지인의 조화 이런 건 잘 몰?루


이 점에 주목한다면 한국 컨셉 학생은 높은 확률로 수인(혹은 아신)이다

주변 학교인 산해경과 백귀야행에도 수인(혹은 아신)인 캐릭터의 수가 많은 걸 보면 그럴싸하다

백귀야행의 경우 오니 베이스 캐릭터도 많고 피나나 미모리처럼 아예 예외도 있긴 함


그럼 한국 컨셉의 학교는 고조선 배경일까?

그 질문을 풀기 위해선 먼저 다른 동양 컨셉 학교를 알아봐야 한다


동양 컨셉 학교들은 오리엔탈리즘을 바탕으로 한 외관을 하고 있음

최소한 겉모습은 그렇다는 거임

당연한 소리 같긴 한데 이게 또 그냥 넘어갈 순 없는 게

나는 이걸 가톨릭과 거리를 두기 위함이라고 생각함

현대에는 가톨릭 계열 종교가 동양권에도 많이 확산되어서 예수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종교가 다양해지면 자연스레 토속 신앙이 약해지거나 의미가 퇴색함

그래서 아예 해당 문화권의 신비, 신앙만 다룰 수 있도록 다른 종교가 개입하기 전의 한참 과거 시대의 배경을 채용한 게 아닌가 싶음

그냥 만들고 보니까 어떻게 아귀가 맞아 떨어진 걸 수도 있고

근데 또 다른 학교랑 교류도 하고 샬레의 센세가 누군지 아는 거 보면 아예 고립시킨 건 또 아닌 거 같음


산해경은 요리 특성화 학교라고 보면 됨, 대충 요리왕 비룡 생각하면 된다

보수랑 진보가 요리 가지고 서로 죽어라 싸우는 거 보면 알 수 있음

실장된 동아리가 연단방(불로불사약, 마약같은 거 만듬), 매화원(유치원)밖에 없어서 잘 모르는 듯

산해경은 고대 중국버전 판타지 백과사전인데, 이름에서 유추하건대 흔히 춘추전국시대라고 부르는 선진시대를 참고한 것으로 보임

학생들도 중국 고대 신화나 산해경에 등장하는 것에서 컨셉을 따온 경우가 많다

삼황오제 어쩌고 하는데 대충 신화에 등장하는 가상의 황/제들임

신격이라고 봐도 무방함


백귀야행은 현대식 건축물도 드문드문 섞여 있긴 하지만 전통적인 모습이 대부분이고

기본적으로 관광특구임

하나미, 마츠리, 하나비타이카이 같은 일본 전통 축제로 먹고 산다는 말이야

이번 앵화난만(벚꽃만발) 복각에서 봤을 테지만 마츠리 관리하는 동아리가 따로 있을 정도임

정확한 시대 특정은 내 배경지식이 얕아서 모르겠다 너무 뒤죽박죽임

대충 헤이안~에도 언저리인 거 같은데, 닌자가 있는 걸 봐서는 가마쿠라 이후인 거 같음

일본은 야오요로즈가미라고 해서 세상에 신이 셀 수 없이 많다는 일종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일본인 교수님에게 듣기로는 쌀알 한 톨에도 신이 있다고 믿는다고 함(신앙보다는 전통적인 의미로)

그래서 신사가 많은 거고 다 비슷하게 보여도 신사마다 모시는 신이 다르다

이런 여러 신토 신에서 컨셉을 따온 캐릭터도 있지만, 아무래도 주류는 아님

애초에 이름부터가 백귀야행이잖아

학생들도 일본 요괴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경우가 매우 많음

딱히 일본에서만 쓰는 말은 아니지만, 아무튼 백귀야행은 개많은 요괴들이 밤에 싸돌아다닌다는 뜻임

불량학생이 존나 많이 싸돌아다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음 그래서 수행부가 밤에 순찰 다니는 거



잡설이 길어졌는데

산해경은 기원전이고 백귀야행은 기원후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대충 옛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발생함

고조선은 존나 너무 옛날이다

고조선 건국 시기가 명확하진 않아서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청동기랑도 시기가 겹침

선사 시대 그 청동기 맞다

아무리 그래도 건강하고 밝은 여고생 밀리터리 청춘극에 고인돌은 안 어울림


잠깐.... 고古.... 조선....?



그렇다, 고조선은 원래 '조선'이다

조선(BC???~BC108)과 조선(AD1392~AD1910)을 구분하기 위해 옛 고 자를 덧붙이긴 하지만 말이다

애초에 이성계는 고조선에서 따와 나라 이름을 조선이라고 지었다

배경 시대를 고조선부터 조선까지 그냥 확장해버리면 너무 옛날이라는 문제가 다이렉트로 해결된다

애초에 백귀야행이나 산해경도 정확히 어느 시대와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음 여기저기서 조금씩 따와서 누더기골렘마냥 짜 맞춘 거지


그리고 고조선이면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한복은 시대가 넘어갈수록 예뻐지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에 들어서도 치마는 여전히 길지만 그딴 건 중요하지 않다.

주목할 부분은 저고리임

구태여 설명하진 않겠지만 본능적으로 느꼈을 거임

조선 시대 한복은 '특이점'이란 걸

우리는 부족한 천의 넓이만큼 더 광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무치무치 도스케베한 개량 한복 여고생 어떻게 참음??


물론 한복만 가지고 조선좋아요 김치맛있어 사랑해요김정은 이러는 게 아님

활용할 텍스트가 훨씬 많아진다


아는 사람만 알지만 한국에도 요괴, 영물에 관한 전승이 제법 있다

동북아시아 세계관 벤다이어그램에 포함되는 부분이 많아서 그렇지


자료 찾기 귀찮아서 그냥 그림

우렁각시, 불가사리, 이무기, 인면조(유교드래곤), 장산범(이건 크리피파스타에 가까움) 등

들어보니까 익숙한 이름이지?

온전히 한국의 고유한 것이라고 하기엔 대답하기 애매하긴 함

애초에 완벽하게 단절되지 않고서야 이웃 나라의 문화에 영향을 안 받는다는 게 오히려 말이 안 됨

섬나라인 일본이 좀 독특한 것 뿐임 한국이 이상한 게 아니다

그러니까 활용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거임


하고 싶은 말의 요지는 한국도 그냥 노잼 아무것도 없는 나라가 아니라는 거

한국 컨셉 학교가 실제로 나오긴 아무래도 어렵겠지만

나는 몰래 선생님 챙겨주다가 마주치면 손으로 얼굴 가리고 도망치는 밑가슴 푸릉푸릉 현모양처 우렁각시나

어른(용)이 되고 싶어서 선생한테 어른스러움 어필하다 넘어져서 서럽게 우는 땅꼬마 이무기가 보고 싶음


두서없이 쓴 바람에 잘 안 읽힐 수도 있는데 끝까지 봐줘서 고맙다

오류 지적해주면 감사한 마음으로 수정할게

이 글이 새로운 자극이 됐다면 좋겠다




세줄요약

그런 건 없다

이사쿠상은 신이다

용하형도 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