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 의원님께


안녕하십니까, 국사에 진념하신 가운데 의원님의 존체 더욱 건승하심을 앙축하나이다.


대한민국 21대 국회의원이시자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일원이신 의원님께서 항상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힘써주시는 것에 언제나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평범한 소시민 아무개로서, 모나지 않고 그저 보통의 삶을 영위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입니다.


그러나 한국 문화 산업의 든든한 기둥이자 콘텐츠 수출의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는 게임 산업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겨지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관위)의 폭거에 피해를 입고 이에 항의하고자 하는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이렇게 메일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게임계 이슈를 민활하게 챙겨주시는 의원님께서도 익히 아시리라 믿습니다만, 우선 짧게나마 게관위의 졸속한 행정처리와 그로 인해 제가 입게 된 피해를 서술하겠습니다.


게관위는 대한민국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게임물 관리 집단이며, 게임물 등급분류업무와 사후관리업무를 통해 게임물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확보 및 문화생활의 질적향상을 도모하는 한편, 선정성과 폭력성 등의 유해게임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특히 게임물 등급분류업무에 있어서는 등급조정에 대한 강제성까지 가지고 있는, 게임업계에 있어 절대적 '갑'의 위치에 있는 기관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헌데 지난 10월 4일, 넥슨 게임즈 개발 및 넥슨 유통의 캐릭터 수집형 모바일 게임 <블루 아카이브>, 이하 <블루아카>의 공지사항에서 게관위의 '요청' 으로 기존의 15세 연령등급을 상향 조정하게 되어 청불 버전과 청소년 버전을 분리해 서비스한다는 소식이 밝혀졌습니다.

(관련기사 : https://isplus.com/2022/10/07/game/20221007191728501.html, 일간스포츠 권오용 기자)


하지만 대한민국보다 먼저 서비스를 실시한 일본 서버의 경우 전체이용가 등급으로 소비자들에게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기에, 이는 사회상규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검열이나 다름없는 폭거의 하나입니다.









게관위의 일관성없는 등급정책은 기존에도 많은 논란과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으며, 특히 우주배경의 행성 개척 게임인 <림월드> 에서는 인육이나 신체훼손, 항정신성 약물 제조 및 사용이 나옴에도 15세 등급을 받은 적이 전례가 있고,

(관련자료로 이미지 파일을 함께 첨부합니다. 이미지 이름 : '림월드', '림월드 마약', 원본출처 : 미국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의 림월드 서브레딧, https://www.reddit.com/r/RimWorld/comments/lgrhpu/how_does_the_drug_schedule_actually_work/)










중세 유럽의 왕공가나 귀족사회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모략을 체험해볼 수 있는 <크루세이더 킹즈 2> 의 경우에는 게이머가 근친상혼과 존·비속살인을 통해 권력을 강화하는 등의 선택이 가능함에도 12세 등급을 받은 사례 또한 존재합니다.

(관련자료로 이미지 파일을 함께 첨부합니다. 이미지 이름 : '크루세이더 킹즈 2', '크루세이더 킹즈 2 근친상혼', 원본출처 : 게임 커뮤니티 PGR-21의 이용자 도로시MK2, https://pgr21.com/free2/69558)


대한민국 게임 컨텐츠 운영에 있어 그 가부를 좌지우지하는 유일한 정부산하기관이 뚜렷한 잣대조차 없이 주먹구구식 행정처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용납할 수 있겠습니까?


정작 게관위에서 고시하는 등급분류 규정의 3조 '등급분류의 원칙'에는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① 등급분류는 국제적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고, 객관성과 합리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② 등급분류는 사회통념을 존중하며,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여야 한다. 

③ 등급분류는 게임물의 창작성과 자율성을 존중하여야 한다. 

④ 등급분류는 일관성과 형평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⑤ 등급분류는 최소한의 규제 및 보충적 규제를 지향하여야 한다. 

⑥ 등급분류는 게임물의 전체적인 맥락,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⑦ 등급분류 시 신청정보에 대한 비밀을 보호하여야 한다.


게관위의 <블루 아카이브> 이용등급 상향권고조치가 상기한 분류규정대로 이루어졌다면, 게관위는 식인과 신체훼손, 근친상혼과 직계 존·비속 살해가 사회통념상 청소년에게는 금지할 사항이 아니라고 표명한 게 아니겠습니까?


이러한 의견이 어떻게 규정 3조 1항의 '국제적 보편적 가치의 지향'이며, '객관성과 합리성을 확보'한 사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고, 2항의 '사회통념을 존중하며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 사실이라 볼 수 있겠습니까?


또한 등급분류를 주관하는 주요 인력은 상주인력 30명을 포함한 주부, 경력단절 여성, 장애인 등으로 구성된 모니터링단 200명 등 총 300명의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관련기사 : https://www.sedaily.com/NewsView/260SAGSCLP, 서울경제 박현익 기자)


미국의 경우에는 정부기관이 아닌 게임 유통사들의 자발적인 자율심사기구(Self-Regulatory Organization)인 오락 소프트웨어 등급 위원회(통칭 ESRB)의 심사원이 전원 자녀 양육 경험이 있는 정규 직원이지만, 하드코어 게이머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과 매우 대조됩니다.


게관위의 등급분류 절차와 이를 담당하는 인력의 차이, 그리고 타국의 사례를 대조해보았을 때, 대한민국의 게관위는 특정 성별이나 세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리라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게관위가 이번 <블루아카> 사태에 있어 스스로 지킨 사항이라고는 마지막 7항의 '신청정보에 대한 비밀 보호' 규정 외에는 없다고 판단해도 무방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만약 이번 사태로 인하여 제가 즐기고 있는 <블루아카>의 이용등급이 철회없이 진행될 경우,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게이머들의 접근 차단으로 인해 개발사인 넥슨의 지속적인 수익 하락이 예상되며 이는 저와 같은 이용자들에게 콘텐츠 질적 하락으로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관위에서는 '제기된 민원을 어떻게 정리할지 별도 회의를 가질 정도로 많은 민원이 접수됐으나 기획 모니터링 등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 는 식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 https://www.mk.co.kr/news/it/view/2022/10/885746/, 매일경제 임영택 기자)











오히려 도둑이 매를 드는(賊反荷杖) 식으로 게관위에 직접 방문하는 민원인들의 의견 접수를 차단하고 있으며,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블루아카>와 관련된 민원을 반복, 중복 접수하지 말라는 내용의 이미지를 띄우는 행위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어떻게 공공기관이 민원인을 대하는 태도이며, 어떻게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집단이 국민을 대하는 자세라는 말입니까? 정말이지 기함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라 하겠습니다.


게관위는 이번 <블루아카> 사태 이전에도 2019년 주전자닷컴과 플래시365 등의 아마추어 게임 제작자 및 인디게임 규제 논란, 2020년의 해외 게임 플랫폼 스팀(Steam) 차단 논란 등으로 이미 여러 번 구설수에 오른 집단입니다.

(관련기사 : https://www.inven.co.kr/webzine/news/?news=215623, 인벤 정필권 기자, https://www.inven.co.kr/webzine/news/?news=239227, 인벤 이두현 기자)


더구나 2014년 7월에 발생한 회식 성추행 사건과, 올해 10월 4일에 발생한 직원의 가상자산 채굴, 5일에 발표된 경품제공 아케이드 게임 부활 발표 등으로 이미 당 집단의 윤리의식에 대한 인식 재고가 필요할 정도로 비도덕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관련기사 : https://www.hankyung.com/it/article/201408116549v, 한경닷컴 박명기 기자, https://www.techm.kr/news/articleView.html?idxno=102031 테크M 이성우 기자)

(관련링크: https://www.grac.or.kr/board/NewsData.aspx?searchtype=001&type=view&bno=479&searchtext 게관위 홈페이지)


게관위의 전신인 게임물등급관리위원회가 지난 2004년 참여정부 시기에 나타난 도박형 게임 <바다이야기>로 인해 출범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것은 자신의 존재의의마저 부정하려는 시도가 아니면 대체 무어라 하겠습니까?


이미 구성원들의 도덕적 해이(Moral Hazzard)가 심각하고, 업무 처리조차 일관되지 못하며, 이들로 인하여 죄없는 다수의 게이머와 게임산업 종사자들이라는 유형의 피해자 또한 줄기차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 작금 대한민국 게임업계의 현실입니다.


맹자가 양혜왕(梁惠王) 에 이르기를, 제선왕(齊宣王)이 탕(湯)은 걸(桀)왕을 추방하였고, 무왕(武王)은 주(紂)왕을 정벌했다는데 신하가 임금을 시해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 묻자 이렇게 답하였습니다.


'인을 해치는 자를 적()이라 하고, 의를 해치는 자를 잔()이라 하여, 잔적한 자를 한갓 사내(一夫)라 부른다 하였으니, 한갓 사내인 주()를 죽였다는 말은 있으나, 군주를 시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賊仁者謂之賊, 賊義者謂之殘, 殘賊之人謂之一夫. 聞誅一夫紂矣, 未聞弑君也)


고대의 성현조차 일국의 군왕일지라도 그 됨됨이가 올바르지 않다면 일개 필부와 다름이 없으니 왕을 죽인 것이 아니라고 대답하였는데, 하물며 그보다 못한 국민의 일꾼들이라면 어찌 하여야 하겠습니까?


또한 독일 녹색당의 공동 창립자 중 하나인 페트라 켈리(Petra Kelly) 또한 1983년 뉘른베르크 집회에서 '불의가 법이 될 때, 저항은 의무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먼 옛날 미국 독립전쟁부터 시작되어, 남북전쟁기를 거치며 내려져오는 이 경구는 지금도 세계의 많은 이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악자들의 압제와 횡포에 맞서 항거하는 사람들에게는 깊은 여운과 용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4·19 혁명정신을 계승한 자랑스런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그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시라면 어떠한 말과 행동을 취하실 것인가. 


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만약 의원님께서 일신의 한계나 목소리를 높일 수 없는 상황에 봉착했다고 느끼셨다면, 저는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하지 않은 것(不爲也非不能也)이라고.


의원님의 뒤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하나된 마음가짐으로 뭉쳐 게관위의 횡포와 전횡에 맞서려는 대한민국 게이머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습니다.


약 10만에 이르는 <블루아카> 유저를 비롯하여, 서브컬쳐 게임계의 강자 <원신>, 이에 버금가거나 이상인 <페그오>와 <로스트아크>, 그보다 팬층은 적지만 함께 목소리를 내는 <명일방주>, <백야극광>, <카운터사이드>의 유저들도 힘을 보태주고 있는 형국입니다.


아궁이 속에 차곡차곡 쌓여, 의원님과 같은 불씨를 기다리는 우리같은 장작들이 마침내 그 민의의 불길을 거세게 태워올리는 순간, 게등위라는 솥뚜껑은 하늘높이 솟아올라 사라지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샤이닝니키> 서비스 종료 사태부터 스팀게임 차단 논란,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 발의, <메이플스토리> 확률조작 사건 비판, <우마무스메> 사태로 불거진 '리니지 문양 사건 방지법' 과 이번 2022년 국정감사에 이르기까지.


의원님의 열정적인 의정 활동과 놀라운 분투는 저와 같은 대한민국 게임 유저들에게 언제나 큰 힘이 되어 왔고, 아직까지 남아있는 게임계 적폐들을 뿌리부터 흔드는 든든한 도낏날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부디 그 두꺼운 팔뚝에 자그마한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 고사리손처럼 여리고 작은 저의 목소리나마 이렇게 전하고자 합니다.


부끄러운 졸문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 <블루 아카이브>를 사랑하는 한 게이머가.








시발 쓰고 보니까 5674자네? 5700자 달성 못했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