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인디게임 만들면서 수수료 관련해서 꽤 골머리를 썩었음. 이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늘 기분 더럽지만 말할 기회가 생겼으니 이참에 얘기해보려고 함.


PC, 콘솔, 모바일 겜에 대하여 게임위 수수료는 이렇게 된다. 아케이드 게임은 또 다르지만 그건 내 분야가 아니니 딱히 얘기 안 할 거임.


하나씩 뜯어보자.


1. 어이가 없는 기초가액 산정 방식

게임위의 수수료 산정은 플랫폼과 용량을 기준으로 기초가액을 정하고 거기에 조건에 따라 계수를 곱한다. 계수도 말이 안 되지만 그 이전에 이놈들은 플랫폼과 용량으로 기초가액을 정하는 정신나간 산정 방식을 보여준다.


PC, 콘솔, 모바일이 수수료가 달라야 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 게임위에 테스트용 PC 없음? 테스트용 엑박, 플스, 스위치 없음? 없으면 지금까지 테스트를 어떻게 한 거고 있으면 수수료를 왜 다르게 받음?


용량은 용량대로 어이가 없다. 수십 년 전에야 용량=볼륨이던 시절이 있었지만 요즘은 극단적으로 보면 3D 모델링 파일 하나가 2D 게임 하나보다 용량이 큰 경우도 있다. 그 와중에 상업용 게임 하나 용량이 300메가가 안 되는 경우가 얼마나 있다고 300메가 이하만 기준이 세부화 되어 있다. 이 새끼들 대가리 속 게임은 40KB짜리 슈퍼마리오가 끝인 듯 하다.


2. 인터넷 멀티 있으면 돈 더 받음.

이 새끼들은 게임에 인터넷 멀티 컨텐츠가 있으면 돈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50%를 더 받는다. 더 받는 것 자체는 이해가 된다. 멀티 컨텐츠가 있으면 여러 명이 붙어야 하니까. 근데 그걸 계수로? 왜? 싱글 RPG랑 인터넷 체스 게임이랑 뭐가 더 심의가 까다로울까? 당연히 전자일 텐데 후자가 수수료는 더 받는다.


3. 장르에 따라서도 돈 더 받음.

3군은 수수료가 추가되지 않지만 2군은 2배, 1군은 무려 4배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거 계수다. 1군에 인터넷 멀티 있으면 수수료가 6배로 뻥튀기 된다. 취지 자체는 장르 별로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이 다르기 때문에 수수료에 차등을 두겠다는 거고, 예외적으로 고스톱, 포커 등 베팅성 게임은 만들지 말라고 수수료가 높은 거고, 교육용 게임은 이런 거 좀 만들라고 수수료가 낮다. 빡침 포인트는 크게 3가지다.


일단 왜 자꾸 그놈의 계수냐? 어차피 플랫폼이나 용량에 대한 가격은 앞에서 낸 거고, 그냥 고정 금액이 추가되는 형식으로 해도 되는 거잖아? 근데 왜 계수로 쳐해놔서 기초가액에 따라서 추가되는 금액이 달라지는 상황이 나옴?


특정 장르가 다른 장르보다 더 복잡할 거라는 것도 겜안분식 사고 그 자체다. 레이싱 게임이 FPS 게임보다 시스템적으로 더 단순할 거라는 생각은 누구 머리에서 나오는 거냐. 슈퍼핫 같은 FPS는 마리오 카트보다도 단순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게임의 장르라는 거 누가 정하는 거냐? 장르라는 게 되게 모호함. 내가 만든 게임은 플랫포머와 슈팅 요소가 가미된 보스러시 게임임. 그럼 내 게임은 몇 군이냐? 어드벤쳐 RPG는 1군이랑 2군 중에 어디에 속함? 추리 게임은 몇 군으로 들어가야 됨? 완전히 새로운 장르를 목표로 한 게임들은? 가장 대중적인 게임이라는 롤조차도 저기서 어디 속하는지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음. 업계에서는 게임에서 '장르'라는 게 의미가 있는 개념이냐는 얘기도 나오는데 산업 전체를 관리한다는 놈들이 왜 저딴 기준을 들먹임?


4. 비한글 무조건 50% 추가

위에 있는 문제들이랑 궤를 같이 하는데, 왜 자꾸 수수료를 곱으로 늘림? 한글보다 비한글 돈 더 받는 건 이해가 안 되진 않는데 영어로 된 체스 게임이랑 한글로 된 텍스트 RPG를 놓고 보면 언어 표현 분석하는 데 누가 더 오래 걸리겠음?


5. 그래서 최종적으로 얼마나 나오는데?

게임을 하나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짧은 PC 패키지 게임을 만들 거고 취미로 만드는 거니까 가격은 저렴하게 3000원. 장르는 흔하디 흔한 2D 플랫포머, 2D 게임이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용량이 300MB를 안 넘긴 힘들고 스팀 자체 멀티 기능으로 친구와 인터넷으로 멀티 컨텐츠를 즐길 수 있다. 한글이면 좋겠지만 해외 수익도 생각해서 영어로, 대신 글을 거의 넣지 않기로 했다. 이 정도면 아마추어 개발자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선택들 중 하나다.


이러면 가격이 얼마?

360,000 × 1.5  × 2.0  × 1.5 = 1,620,000

취미로 게임 하나 만들어 팔고 싶으면 162만원이 날아간다. 얼마 벌지도 모르는 개인의 취미 생활에 국가 기관이 162만원을 뜯어내고 있는 거다. 물론, 이 새끼들 162만원 받고 게임은 해보지도 않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임 해보라고 계정 줬더니 접속 로그도 안 떴다는 괴담 같은 이야기도 있다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