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글의 서두에 앞서서 일섭 파반느 2장 내용까지 포함해서 작성하는 뇌피셜임을 알림.

아직까지 스포에 피폭당하지 않은 블붕이들은 뒤로 가기 눌러서 나가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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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시작은 에덴조약 3부로 가야함.


에덴조약 당일날, 아리우스의 기습 공격으로 고성당에는 검은양복 특제 미사일이 날아가 꽂혔고 

그 폭발을 그대로 뒤집어 쓴 히나는 키보토스의 현존하는 그 어떤 학교도 순수한 미사일 만으로는 이런 위력을 낼 수 없다고 판단을 내렸음.


물론 실제로는 미리 폭약이 준비되어 있었다는 히나의 예측과는 달리 검은 양복이 특수한 기술을 끌어와 만든 미사일 자체의 위력이었지만.





그래서 당시에만 해도 우리는 검은양복이 키보토스 바깥에서 강력한 기술을 가져와 미사일을 제작했다고 추측을 했었음.



검은양복을 포함한 게마트리아는 전원 키보토스 바깥에서 온 존재들이고 그런 그들인만큼 키보토스에 현존하지 않는 기술을 사용했다면 외부의 것이라는 판단이 합리적이었으니까.




그런데 파반느 2부가 진행되고 떡밥이 풀리면서 베아트리체가 에덴 4장에서 남긴 말이 다시금 주목 받을 필요가 생겼어.



여기서 보면 검은 양복이 무명사제들의 기술을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지?




처음 에덴 4장이 공개될 때만 해도 우리는 이 무명사제들이 누군지 알 수 없었지만ㅡ



파반느 2장에서 리오와 히마리의 입을 통해서 

이 무명사제라고 하는 집단이 초고성능 인공지능이 탑재된 전투병기 텐가, 아니 텐도 아리스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되었음.



그러니까 즉, 검은양복이 외부에서 가져온 걸로 추정되는 오버테크놀로지는 사실 키보토스의 멸망한 문명이 가지고 있던 잊혀진 기술이었던 거지!


그리고 생각해보면 데카그라마톤도 그렇고 아리스가 발견된 데도 그렇고, 아리스 구하러 가는 데도 그렇고 다 밀레니엄 내부의 폐허랑 연결점이 있잖아?



그런데 봐봐, 에덴 4장에서 세이아랑 대화하면서 게마트리아 컷씬이 지나가는 데 검은양복은 아비도스가 아니라 폐허랑 연결이 되어 있어.




유저 입장에서는 당연히 1부 악역인 만큼 아비도스 사막을 배경으로 하는 게 더욱 자연스러운 데 한 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은 폐허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거지.


마에스트로는 자기가 스토리에서 처음 등장했던 곳을,

골콩트와 데칼코마니는 총력전에서 처음 얼굴을 비춘 곳을 배경으로 하고 등장했다는 것과 비교해보면 무척이나 의미심장하지 않아?



그래서 나는 이러한 일련의 조각들에 더해서,


검은 양복이 아비도스 편에서 호시노와 시로코에게 공포 주입 실험을 하려고 했던 것과,

신비와 공포는 동전의 양면과 같으며 숭고는 이 둘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총력전에서 드러난, 

만들어진 신 데카그라마톤과 기존의 신의 신비를 지닌 학생들과의 대결을 관찰하겠다는 발언을 종합적으로 생각해보면 



검은 양복의 진짜 목적은 아리스와 같은 새로운 인공 신을 만드는 게 아니었나 싶음.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우선


1. 검은 양복은 무명사제들에 대해서 알고 있고 정황상 폐허에도 출입한 것으로 보임. 그런데 이 무명사제들 최고의 걸작이 아리스고 아리스는 무려 헤일로를 가진 인공생명체(?)임.


즉, 무명사제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검은양복은 그들이 아트라하시스라고 부르는 아리스에 대해 윤곽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손으로 신을 빚어낸다는 원대한 계획에 매료된 것이 아닌가 싶음.



2. 검은 양복은 총력전 프롤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음.


"데카그라마톤의 예언자를 상대로 당신의 그 <샬레>가 얼마나 견뎌낼 수 있을까요?
당신이 쌓아온 그 인연과 유대의 힘이, 과연 새로운 신의 신성 앞에서 얼마나 유의미할 수 있을까요?
그 아이들의 신비가 과연 새로운 신의 신비에 비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가장 마지막 줄의 '그 아이들의 신비가 새로운 신의 신비에 비할 수 있을까요?'라고 생각함.


왜냐하면 데카그라마톤은 천로역정을 통해 스스로의 신성을 획득한 존재인, 어떤 면에서는 불완전하기 짝이 없는 존재인 반면에 학생들은 이미 하나의 신성을 담고 있는 완성된 존재이기 때문에


검은 양복의 관찰은 인공 신성이 지니는 한계를 분석하고 더 나은 신의 창조를 위한 데이터로 활용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는 것임.



3. 검은 양복은 신비와 공포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개념이라고 말했고, 베아트리체는 숭고란 신비와 공포가 용광로처럼 서로 뒤섞인 상태라고 말한 바가 있음.


즉, 신비를 지닌 학생들은 공포가 뒷면에 감추어져 있으며 베아트리체가 말한 온전한 숭고의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임.



그렇기에 검은 양복이 호시노에게 공포를 주입하려던 것은 인공적으로 신비와 공포가 뒤섞인 숭고 상태를 구현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싶음.

그리고 이렇게 숭고를 인공적으로 구현하려는 이유는 색채를 담아낼 그릇을 만들려던 게 아닌가 싶음.



왜냐하면 아직 미공개된 에덴 4장의 베아트리체의 말에 따르면, 신비만을 지닌 이들은 "색채"라고 불리는 외계의 존재에 노출되면 그대로 공포에 사로잡히게 된다고 했고,

키보토스 바깥에는 이러한 색채가 잔뜩 떠돌아다닌다고 한 만큼,


베아트리체와 달리 포식의 권능을 사용하지 못하는 검은양복은 색채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그걸 담아낼 그릇이 필요했는데, 그가 실험장으로 삼은 키보토스의 학생들로는 그게 불가능했던 거지.

그래서 숭고 상태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실험을 위한 일종의 샬레로 쓰려 한게 아닌가 싶음.



그럼 검은양복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수고를 들여가며 색채를 연구하려고 했느냐... 하면 밝혀진 게 없어서 알 수가 없음.



다만 검은양복과 깊은 연관이 있어 보이는 폐허 및 무명사제들이 길가메시 서사시로 대표되는 메소포타미아 신화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검은양복이 신들을 우숩게 여기며(스스로 신성을 획득한 데카그라마톤이나 현재 밝혀진 가장 유일한 신의 신비를 지닌 아비도스를 실험쥐 취급하는 것),

거의 명예 해병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선생에게 깊은 관심을 표하고 긍정하려 드는 점에 미루어 봤을 때,



검은양복의 모티브가 길가메시이며 색채 연구의 목적 역시 길가메시 서사시의 그것과 유사성을 지니는 기 아닌가 하는 뇌피셜을 굴려봄.

이유는 다음과 같음.



길가메시 서사시를 보면 반신인 길가메시는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며 말도 안되는 폭거를 저질러 왔다고 했음.

이게 딱 어른의 법칙 운운하며 아비도스를 괴롭히던 검은 양복의 모습과 일치함.


다음으로 패악질을 부리던 길가메시는 신들이 보낸 엔키두와 몇 번이고 맞붙은 끝에 마침내 그를 호적수로 여기고 연인에 가깝게 생각하게 됨.

이건 자신의 계획을 단숨에 파토낸 선생에게 적개심을 보내기는 커녕 몇 번 을러보고 통하지 않자 바로 태세전환해서 누구보다 열성적인 선생 빠돌이가 된 모습과 연관이 있음.


길가메시는 힘이 장사라 못하는 것이 없다했고 또 왕이라 돈도 많다 했는데

이게 딱 키보토스에서는 구현 불가능한 기술로 만든 무기를 마구 쏴재끼고 돈도 펑펑 남아돌아 온갖 곳에 발을 들이미는 검은 양복의 작중 모습과 연결이 됨.


끝으로 검은 양복은 신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인데, 대개의 경우 신성은 곧 신의 불멸성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고 불멸, 즉 불사는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길가메시가 가장 찾아 바라마지 않던 것임.



그렇기에 이러한 연결점에 미루어 검은양복의 추후 행보를 예측해 보자면,


검은양복이 숭고를 빚어내고 색채를 연구하려는 것은 길가메시가 엔키두가 죽고 죽음을 두려하게 된 것처럼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소멸에 대한 공포를 느낀 탓이 아닐까 싶고.


길가메시가 아트라하시스를 만나서 불사초에 대해서 듣지만 끝내 그것을 잃어버리고 마는 이야기처럼,

아트라하시스라고 불린 아리스와 만나며 인공 신성에 대한 연구가 막바지에 이르지만 끝내 길가메시가 그러했듯 실패하게 될 것으로 보임.


마침, 길가메시가 불사초를 잃어버린 게 뱀 탓이라고 하는데 검은양복은 비나라고 하는 기계 뱀하고 상당한 연결점을 가지고 있음.



아무튼 결론은 검은양복이 겜창부와 연결이 지어지든, D.U.의 감춰진 비밀과 연결되어 등장하든 최소 한 번은 더 아비도스 외의 스토리에서 얼굴을 비추지 않을까 싶다는 것임.




세줄 요약


1. 검은 양복의 핵심 활동 구역은 밀레니엄 내부의 폐허다.

2. 검은 양복의 신화적 모티브는 길가메시로 추정된다

3. 검은 양복의 목적은 진정한 인공신의 창조, 혹은 불멸의 신성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아리스와 만나 실마리를 잡으나 끝내 실패할 것이다.



이상 긴글 읽어줘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