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한섭에서 풀린 에덴조약 4장 후반부에서 미카가 아리우스 스쿼드를 위해서 그들을 용서한 이 장면은 모두가 기억할 것임. 굉장히 감동적이고, 또 미카라는 캐릭터를 부각시켰고, 클라이막스를 터뜨린 지점이기도 하니까.


이 자비송, 즉 키리에 엘레이손은 미사를 시작할 때 죄인인 신도들이 죄를 고백하며 자비와 용서를 구하는 의미로 부르기도 하지만, 거대한 적과(암브로시우스와 바르바라, 그리고 유스티나 성도회 등) 전투를 앞둔 미카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도 해석이 될 수 있음.


이를 설명하려면 지금으로부터 약 1,000~1,300년 정도 뒤로 가야하는데  미카의 모티브는 대천사 미카엘, 즉 압도적인 전투력을 바탕으로 칼과 창, 방패를 지물로 들어 악마와 사탄들을 물리치며 군인과 경찰들의 수호자이지만, 기원 후 8~11세기 사이의 동로마 제국군대의 수호성자로서 추앙받기도 하였음.


( Worship and War: Sacred Space in Byzantine Military Religion 중 발췌)


실제 아이콘이나 십자가의 형태로서 전투에 나서는 동로마 제국 군대의 사기 증진을 담당하기도 했는데 여기서 미카가 에덴조약 4장 후반부에서 보여준 자비송을 부르며, 담담하게 전투에 나서는 장면은 마치 8~11세기 사이의 동로마 제국 군대와 유사한 모습임. 물론 학자마다 좀 다르긴 하지만, 이르게 보는 경우 기원 후 3~4세기 경부터 로마 제국 군대가 키리에 엘레이손을 전투 함성으로 썼다고 보는 쪽도 있음.


동로마 제국 군대는 전투에 앞서서 백부장이 DEVS NOBISCVM!(데우스 노비스쿰, 신께서 함께하신다!)를 외치면, 병사들이 후창으로 Κύριε ἐλέησον(키리에 엘레이손, 주여 우리를 긍휼히 여기소서)를 삼창한 뒤 전선으로 향했는데 전장별로 또 달랐음. 적과 접적해 있을 때 100회 이상 키리에 엘레이손을 부르짖으며 이교도 혹은 이민족 군대를 상대로 모랄빵을 시전하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동로마 제국 군대에 항상 종군하던 전투사제단이 아이콘과 십자가를 들고서 함께 열창하기도 하였음. 




즉, 미카가 전투에 나서기 직전 베아트리체가 직접 '악기와 축음기를 모두 파괴했는데 자비를 부르는 노래가 나오느냐!' 라고 울부짗은 것은, 그런 미카의 전투함성을 마주하면서 당혹해한 것으로도 볼 수 있음.


즉 베아트리체가 마주한 미카의 키리에 엘레이손의 의미는 단순히 자비와 용서만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적 혹은 악과 마주한 미카의 전투함성으로도 볼 수도 있는 지점임. 무엇보다도 대천사 미카엘이 모티브라고 위에서 이야기했을 것임. 근데 재미있게도, 요한묵시록의 붉은 용이 모티브로 추정할 수 있는 베아트리체라면 더 재밌는 이야기가 성립됨.


왜냐면 묵시록에서 붉은 용과 그의 부하들은 에덴에서 최초의 인류를 속여 타락시켰고(아리우스 자치구 장악), 창조주와 맞먹으려는 욕심을 품었지만(색채와의 접촉) 끝내 대천사 미카엘에게 패배했음. 우연인지 아니면 스토리 작가의 의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때마침 베아트리체의 구원 요청을 받은 부하들 앞에, 미카가 가로 막은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기도 함.


결과적으로 미카가 부른 키리에 엘레이손에는 2가지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보여짐.


1. 원래 목적 그대로 자비와 용서를 구하는 노래이자, 아리우스 스쿼드를 용서하는 장치로도 쓰이지만,

2. 그들의 대적자에게는 두려운 배틀크라이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장치로 해석이 가능할 것 같음.


요약



베아트리체 시점으로 본 키리에 엘레이손을 부르는 미카의 모습은 아마도 이러할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