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당번은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아한다.


움직이는건 귀찮지만. 선생님을 만날 수 있고, 급한 용무가 없는 한 그 시간만큼은 나만 봐주니까.


하지만 나만 봐준다고 해도 그 날이 끝나면 끝. 다음 날은 다른 아이가 당번이 되고, 나는 다음 당번의 연락을 기다릴 뿐이다.

그래서 최소한 추억으로라도 남기기 위해 그 몸을 만지고 싶다. 가능하면 만져줬으면 좋겠다.




왠지 오늘은 기숙사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세이아, 나기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아무 예정도 없는데도 이런 시간까지 무작정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정말로 우연이지만, 샬레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까지 걸어와 버린 것 같다.

역시 통금시간은 지난지 오래지만, 취침전 점호 시간까진 돌아가고 싶다. 점호 시간까지 어겨버리면 만일의 경우를 위해 잡아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우연히라도 선생님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꼬르륵, 하고 배가 울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 밥을 먹지 않았다.

식사를 위해 주변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는다. 평소 같으면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가끔은 괜찮지 않을까 싶어 찾아낸 가게로 발걸음을 옮긴다.



돌이켜보면,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가지 않았다면 ”티켓”의 존재 조차 모른채 당직으로 갈 뻔 했으니까. 다른 여자는 할 수 있는 것을 나만 못한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니까.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어선다. 시간대가 밤이긴 하지만, 저녁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생각보다 붐비지 않았고, 순조롭게 자리로 안내받았다.


4인용 맞은편 자리에 앉는데 뒷테이블이 왠지 시끄럽다. 들키지 않도록 자리를 옮기는 척하며 확인한다. 4인 그룹의 학생이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라고 할까, 게헨나나의 문제아 학생이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중, 선생님, 이라는 단어가 들린다.

그리고 동침이라는 단어가 들려왔다. 들키지 않도록 귀를 기울인다. 아무래도 네 명 중 한 명이 오늘 당번이었고,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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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런 식으로. 오늘은 그렇게 끝났어, 특별히 뭐 한 것도 아니였고.」



돌이켜보면 정말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기분이다.

소중히 여기는 건 알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학생이고, 손을 댈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기쁘면서도 섭섭하다.



「어라-? 왠지 기분이 나빠보이는거 같지 않아? 손대지 못해서 충격이었던걸까-?」



오른쪽에 앉은 무츠키에게 핀잔을 듣는다. 그렇게 알기 쉬웠던걸까.


라고 할까,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말해 버렸었다.

좀 더 얘기했어야 했을텐데, 손에 남아있는 감각이 지금도 되살아나 마음이 느슨해진다.

적어도 사람들 앞에서 만큼은 긴장은 풀지 말아야 한다.



「시끄러워, 무츠키. 안 그랬어.」


「쿠후후. 보기 드물게 수줍어하는 카요코 쨩 귀엽네.

・・・・・・그런데 아루 쨩, 그 잔 비어있는데도 입 대고있네? 무슨 일일까-?」



타깃이 바뀐 것에 안도하며 맞은편에 앉은, 대신 압박을 당해줄 것 같은 사장에게 시선을 돌린다.



「뭐뭐, 뭔 소리야?! 내가 잘 듣고 있었잖아?!」


「글쎄- 카요코의 말을 듣고 선생님 생각을 하고 있던게 아니라-?」



칵...켁... 하며 말을 잇지 못하는 사장과 그 옆에 앉아 얼굴을 살짝 분홍빛으로 물들이며 빙글빙글 빨대를 돌리는 하루카를 보며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느낀다.


그렇게 생각했던 것도 잠시. 생소해도 존재감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기. 그거. 나한테도 주지 않을래?」



분홍색 머리카락에다가, 차가운 논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그녀의 이름은



「미소노 미카...?」


「아하하-. 알아봐 주는구나. 고마워. ・・・・・・그거. 나한테도 줄래?」


「・・・어디서 들었어?」


「그런건 별로 괜찮지 않아? 그런 거, 오히려 독점하는게 안 좋잖아? ...넘겨주지 않을래?」



썩어도 트리니티의 톱, 티파티 중 한 명인가. 협상하는 단계인데도 너무 고압적인 태도다.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그녀를 바라보며 되묻는다.



「몇 장이면 돼?」


「으으음. 사용법도 잘 모르니까, 3장 정도로 사양해둘까?」


「알았어. 대신 여기서의 일은 입 밖에 내지 마. 그걸 지켜준다면 줄게.」


「OKー! 그런 걸로 괜찮다면 좋아-.」



그렇게 말하는 그녀에게 주머니에서 몇 장 더 건네주었다.

미카가 곧바로 입을 연다.



「・・・・・결국, 몇 장이나 갖고 있는거야?」


「자, 그건 기업 비밀.」


「・・・그래. 뭐 됐어. 받았으니까」



고마워, 또 봐.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계산을 하러 가는 것 같았다.


후우,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정말 부주의했다. 아무리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해도, 아무리 우리 흥신소 사람들을 상대로 이야기했다고 해도 이곳은 패밀리 레스토랑이다. 기밀성 하나 없는는 곳이었다. 부주의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고개를 들자, 나를 보고 환하게 웃고 있는 무츠키,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부들부들 떨면서 굳어 있는 사장, 그리고 움츠러들어 있는 하루카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와 다름없는 풍경에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모두에게 나눠줄게. 나만 독점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하지만 선생님은, 이걸로 모두가 기뻐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은 것 같으니까, 그 점만 기억해줘.」



하루카와 무츠키에게 몇 장씩 건네고 자신의 몫을 챙긴 후, 남은 것을 맞은편에 앉아 안절부절못하는 사장에게 건넨다.



「자, 사장한테도.」


「고, 고마워 카요코. ....왜 나만 이렇게 많이? 그렇게 많이 쓸 거같이 보이는거야!?」


「아니야. 단지, 나랑 하루카, 무츠키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잘 못 쓸것 같으니까, 잘 쓸 것같은 사장에게 다 넘겨줄 뿐이야. 그리고 오늘의 보수니까 일단 사장에게 줘야지.」


「후반부의 이유는 둘째치고... 잘 써보겠어! 맡겨둬!!」


「아루쨩, 노골적으로 신나하고 있어서 귀여워.」


「아니, 그렇지 않아! 기분 탓 아닐까!?」



네 네, 하고 적당히 대답하는 무츠키를 옆에 두고, 하루카에게 말을 건낸다.



「사용하게 해 달라고 하는 것만으로도 아마 여러 가지 해 줄테니까 한번 사용해 보면 좋을 거야.」


「아, 저 같은 사람이 쓰면 선생님이 싫어하시지 않을까요・・・」


「괜찮아. 그런 생각 안 하는 사람인 거 하루카도 알잖아?」


「네네, 그렇죠. ...열심히 해볼게요・・・」



그 이후로는 다른 사람들의 보고부터, 정말 사소한 이야기까지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다 되어서 가게를 나가기로 했다.

오늘은 드물게 속지 않고 돈을 벌었다는 사장이 계산을 해주었다. 평소보다 기분이 좋은 것은 일이 잘 풀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일 당번은 사장이었을 것이다.이번 기회에 그 체험을 하고 소감을 공유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다시 손바닥을 본다.지금도 그때의 감촉이 남아 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마음에 약간의 안개가 낀 느낌이 들었다. ・・・기분 탓이겠지.



다음 당번에는, 꼭 좀 더 가까이 붙어서 잠을 자자, 그런 다짐을 다시 한 번 하고 모두와 함께 귀로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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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침 전 점호전에 아슬아슬하게 들어갔다. 잔소리는 들었지만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

뭐니뭐니 해도 동침권을 손에 얻었다. 어두컴컴하고 빈말로도 예쁘다고 할 수없는 방에서 혼자 미소를 짓는다.

내 당번은 아직 멀었지만, 기다려줘. 나의, 선생님.




언제나처럼 해가 높이 떠올라 드디어 눈을 뜬다.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간이지만, 항상 늦은 시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특별히 의심을 받지는 않을 것 같다.


오늘 예정은 또다시 티파티에서 회의. 하지만 어려운 이야기는 잘 모르겠으니 두 사람의 대화에 동석해서 가끔씩 끼어드는 정도다.


이 티켓을 어떻게 할까. 방에 두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없으니 가지고 다니기로 하자.



나기 쨩이랑 세이아 쨩에게 자랑할까, 어떻게 할까.

아니, 이 티켓은 두 사람에게 비밀로 하자. 나도 많이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니까.


이제 준비해야겠다. 옷을 갈아입고, 안주머니에 종이가 잘 들어있는 것을 확인하고 방을 나선다. ......회의가 좀 귀찮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내 일이니까.


곧 다가올 나의 당번을 생각하며 집합 장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집합장소에 도착하니 이미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세이아 쨩이 나를 발견하자마자 머리에 손을 얹고 한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


..실례가 아니냐고? 확실히 어려운 이야기는 모르지만, 파벌의 톱이면서.


결정했어. 요즘 세이아 쨩도 선생님에게 집착하는 것 같으니, 자랑해 주마. 비밀로 하는 건 그만두기로 했다.



「안녕, 둘 다-」


「좋은 아침이에요. 하루만에 뵙네요. 미카 씨.」


「좋은 아침이라고 하기엔 좀 늦은 시간이 아닌가요? 당신 말이에요, 분명 조금 전에 겨우 일어나서 준비하고 온거겠죠.」


「역시 쓸데없이 입이 돌아가는 것에 비해서 필요한 말이라던가 중요한 부분이 빠졌네 인사는 돌려주는게 기본이라 생각하는걸. ...머리를 너무 많이 써서 영양에 몸에 별로 안간걸까??」


「그 뒷말은 그렇다 쳐도. 그 말에 답할 말이 없네요. 네. 좋은 아침이에요 미카.」


「어레 신기하네. 되받차지지 않다니.」



・・・조금은 시들해진 세이아 쨩을 보고 한숨을 돌린다. 은근슬쩍 자기자랑은 그만 두자.


대화가 어느 정도 정리된 후 자리에 앉았다. 회의 내용은 어제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았다.

귀찮기도 하고, 생각하는 것은 두 사람에게 알맞기 때문에 듣기만 한다.


하지만.



「미카? 듣고 있는건가요? 티파티 중 한 명이면서. 제대로 책임을 지고...」

「그러니까 아니라고 했잖아요. 처음부터 듣고 있기는 한건가요?」

「대체로 당신은...」



등등, 계속되는 불평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동안 나기 쨩은 조용히 차를 입에 가져다대는 기계가 되어버렸다.

이젠 무리. 역시 한 번 입을 다물게 하고 싶다.



「・・・이야기 주제가 바뀌지만 말이야, 둘다 이거 알고있어?」



티켓을 꺼내서 두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책상에 툭툭 던져 놓는다.

두 사람의 표정을 보니 역시나 모르는 듯,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뭔가요, 그 종이는?」


「후훗, 역시 모르는구나. 그래, 그렇구나.」


「미카, 그 종이에 적혀있는 글자는 선생님의...?」


「이건 선생님과의 동침권이야. 어제 어떠한 경로를 통해 받았어.」



엥? 이라는 말이 이렇게나 어울리는 표정을 두 사람이 지은 적이 지금까지 있었던가.

후후. 기분이 좋다.


・・・아니, 글자만 보고 선생님을 알아맞추는건 뭐야? 나 조차도 못하는데.

기선을 제압할려다가 뒤늦게 반격을 당해버렸다.


더 황당했던 것은 이 장소가 평소와 같은 장소에서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는 것이다.



「저기, 나기사님?」



힉, 이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물론 갑작스러운 인물의 등장 때문에 깜짝 놀랐지만.

거기에는 나가사 쨩이 좋아하는 히후미 쨩이였던가, 서류를 들고 서 있었다.



그녀의 뒤를 보니 나기 쨩이 억지로 만든 보충수업부 멤버들이 모여 있다. 오늘은 모두 모여서 놀기로 한 모양이다. 그런 와중에 불러내다니... 정말 나쁜 사람이네, 나기 쨩.


각자의 인간관계가 있고, 끼어들면 안 된다는 것이 서로의 공통된 인식인 것 같아서, 대응은 나가사에게 맡기고, 우리는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사실 오늘 회의에 필요한 서류를 가져다 준 것 같았다.



「그 티켓, 뭔가요?」


「아, 아무래도 선생님과 함께 잠을 잘 수 있는 티켓인 것 같네요...?」


「아, 아뇨. 그 티켓을 어떻게 하실건지 궁금해서...」



그녀의 뒤에 있던 코하루와 긴 분홍 머리의 아이가 뭔가 흥분하고 있지만, 그거에 집중할 때가 아니다.


나기 쨩의 얼굴 표정이 그만 변할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아이로 마음이 채워져 있어서 그런지 표정이 돌돌 변한다.


이쪽을 향해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눈빛을 던진다.

하하하, 재밌다. 그냥 놔두자.



몇 분 후, 나기 쨩에게서는 더 이상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다고 느꼈는지, 나기 쨩한테 보다는 정중하게 이쪽으로 말을 걸었다.



「미카님, 세이아님, 이 테켓에 대해 알고 있으신 것이 있나요?」


「아-, 내가 어제 받은 거야-. 누구한테 받았는지는 비밀로 하는게 약속이였으니까 미안해.」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참고로 얼마면 양도해줄건가요?」


「하하핫, 솔직하네. ...좋아, 줄게. 받은 것이기도 하고.

・・・하지만 많이는 없으니까, 그건 용서해줘.」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한 장씩 꺼내서 건넨다.



「뒷 친구들한테는 못 줘서 미안해.」


「아, 아니에요.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으니까. 감사합니다.」


「괜찮아 괜찮아. 내가 뭘 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용무를 마친 그녀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세이아는 평소와 다름없었지만, 나기사는 매우 피곤한 모습이었다.


더 이상 회의를 계속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 같아서, 오늘은 여기서 끝났다.


그 자리를 떠나려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세이아 쨩이 말을 걸었다.

왠지 모르게 불안한 표정이다. ・・・・・・ 정말, 보기만 하면 이렇게나 귀여운데...



「왜?」


「저기, 당신이 몇 장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괜찮다면 저한테도 한 장 줄수 있을까요. 그래준다면 좋을 것 같은데,


「그래, 여기.」


내가 먼저 가서 소감같은거 알려줄 수 있는 등의 장점이... 뭐라고요?」


「그러니까, 봐봐. 줄게. 그럼 이만 가볼게.」


「고, 고마워요. 미카.」



얼마 남지 않은 내 몇 안 되는 친구의 부탁이다.

조금 싫지만 그래도 그녀가 싫은 게 아니고 오히려 좋으니까. 그래서 건넸다. 그것뿐이다.



점심시간이 되었지만, 딱히 할 일이 없으니, 이번에는 대형 쇼핑몰이라도 돌아다니며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도착해보니 역시 사람이 많다.

혼자서 외출하는 것은 거부감은 없고, 자주 하는 편이지만, 학원 안보다 더 많은 시선을 느끼는 것은 역시나 힘들다.


혹시나, 라고 생각하면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서점에 들어가니, 저쪽에서 코하루 쨩이 얼굴을 숙인 채로 몰래 걸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어라, 코하루쨩?」


「에에? 미, 미카님!? 왜, 왜 여기에?」



왜라고 해도... 여기 그냥 서점 아니야? 심지어 그렇게 얼굴을 붉히고는. 에, 에에?



「오늘, 회의가 일찍 끝났으니까, 시간 때울려고...? 코하루 쨩이야 말로, 다른 사람은?」


「오늘은 영화보러 왔는데, 히후미는, 아비도스 사람들이랑 할 얘기가 좀 있다고 했고, 아즈사랑 하나코는, 수영복을 보러 간다고 해서 잠시 해산해서 따로 움직이고 있...어요...」


「아, 아아, 그렇구나. ・・・괜찮다면 차라도 마실래? 」


「에, 에에?」


「다들 모이는 시간 전까지만이라도 괜찮으니까! 응!」



그렇게 말하고는, 반쯤 억지로 카페에 들어간다. 싫었을까, 여긴 사줘서 호감도 높여야지.

둘이서 주문하고, 이것도 반쯤 억지로 사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자리도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어 버렸다. 내가 잘못했네.

그런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코하루 쨩, 오늘 티켓 이야기 들었지?」


「드, 들었어요...」


「어떻게 생각해? 코하루 쨩도 갖고 싶어?」



직설적으로 물었다. 갖고싶다면 아직 가지고 있으니까, 주면 되겠지,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물었다.


하지만 대답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어, 야한 것은 안 돼요! 미카님이라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아하하, 그렇구나. 참고로 코하루 쨩한테는 어디부터 야한걸까~?」


평소 같으면 절대 하지 않을 질문이었지만, 나를 제대로 대해준 그녀에게 이상한 기분을 느끼지 않았다. 좀 더 친해지고 싶어서 물어봤는데...


「그, 그런 건.... 말할 수 없어요! 어쨌든 야한건 안 돼요!」



속마음을 털어놓기에는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무미건조한 수다를 떨고 있는데, 그녀 쪽에서 알림음과 같은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약속 시간이 다가온 모양이다.




그녀는 이별을 고했고,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 생각 없이 카페에 앉아 있다가 뒤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뒤돌아보니, 몇 명의 또래로 보이는 사람들이 서 있다.

목에 걸린 것을 보니 아비도스 학생들인 것 같다.



「우선 안녕, 아비도스 학생들 맞지?」



무슨 말을 듣기도 전에 미리 선제공격을 한다.

콧방귀를 뀌며 대답하려는 백발의 아이보다 먼저 안경을 쓴 학생이 대답한다.



「안녕하세요, 그리고, 갑자기 물어봐서 죄송합니다만.

・・・아무래도 질문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괜찮을까요?」


「내가 대답할 수 있는거라면 하고 싶지만, 대답 안해도 돼?」


「・・・거기에 관해서는 저희가 강요할 수는 없어요. 부탁드리는 입장이니까요.」


「시간을 많이 내줄수는 없으니까 하나만 물어봐줘.」



그, 여자애 목소리치고는 너무 낮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콧김이이 거친 아이도 아니고, 얌전한 아이도 아니고, 조금 츤츤데는 검은 머리의 아이도 아니고, 물론 안경의 아이도 아니다. 그 집단에서 가장 작은 분홍색 머리를 가진 소녀였다. 그에 비해 어울리지 않는 위압감을 느낀다.



「당신은, 어디서, 그 티켓을, 구한거야?」



・・・・・・. 아하, 아까 코하루의 친구가 아비도스 학생과 만날 약속이 있다고 했었다.

거기서 돌아왔고. 그리고, 나한테서 받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결과, 경위를 묻기로 한 걸까.



「받을 때의 약속때문에 이름은 말할 수 없지만, 어제 게헨나에서 자주 쫓기는 아이들 중 한 명에게 받았어. 말을 걸면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잘 모르겠지만.」


「・・・그런가. 고마워-.」



그 목소리는 아까와는 달리 느슨함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더 이상 묻지 않고 그들은 발걸음을 돌려 걸어갔다.


유일하게 백발의 아이만 여전히, 흥흥거리며 이쪽을 향하고 있었지만, 흑발의 아이에게 팔을 끌려 가게 밖으로 사라졌다.



「거짓말은 안 했고, 그 아이를 찾았다 해도 그 애들이 열심히 노력한 덕분이고, 약속은 지켰잖아.」




그렇게 중얼거리며 빈 병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쇼핑몰을 떠났다.


이 티켓을 쓰는건, 언제로 할까? 다음 당번 때?

안 돼.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

그렇지, 다음번에는 샬레에 딸린 카페로 가서 선생님을 기다리자! 귀찮으면 바꾸면 되고!



명안을 떠올린 나는, 꽤 귀찮은 행동을 해버렸다는 것을, 그리고 티켓의 존재를 퍼뜨렸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 채 기숙사로 돌아간다.



뭐,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했다는 의미에서, 오늘은 의미 있는 하루였다고 치자.

전혀 나답지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잠은 잘 잘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분 좋게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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