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블부이들은 보통 일본문화에 조예가 있는 씹덕오타쿠들인텐데, 한번 쯤은 들어봤을 일본 공연문화에는 라쿠고라는게 있음
떨어진 낙자에 말씀 어 자써서 라쿠고임. 
 라쿠고에 대해 대략적으로 설명하자면, 라쿠고는 원래 불당에서 스님이 나와 주민들에게 불자의 말씀을 가르치는 설법에서 유래함. 스님이 이런 불교적 교리를 가르치는데 지루하면 집중을 안해주니까, 재밌는 일화를 통해 주민들에게 불법을 가르치는거지. 우리나라 고전 문학 중에서 전 이랑 기능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됨.

 또한, 일본 문화를 많이 접하다 보면 사람들이 대화 중에 '오치'라는걸 중요하게 여긴다는 걸 알 수 있음. 여기서 나오는 '오치' 역시 오치루(떨어질 낙)에서 파생된 단어임. 라쿠고는 보통 허구의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이야기의 긴장감을 이빠이 끌어올렸다가 임팩트있는 한마디로 청자를 이야기의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탁 떨궈낸다고 해서 오치임.

제이팝으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볼 수 있는 요네즈 켄시의 '사신' 역시 동명의 라쿠고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노래이고, 뮤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오치는 꼭 말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도 보여줄 수 있음. 

-라쿠고 사신의 줄거리(생략가능)-
 예전 에도시대에 한 남자가 살았는데 존나 한심한 니트백수였음. 할일 없나~ 하면서 싸돌아다니는데 사신이 슬그머니 나타나 일을 주겠다고 함. 그건 다름아닌 의사였는데, 자기가 알려주는 대로만 하면 의학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남자도 의사를 할 수 있다는 거임. 
 사람들은 누구나 아플 때 옆에 사신이 앉아있는데, 사신이 발치에 앉아있는 경우는 그냥 아픈거라, 주문을 외우면 사신이 사라지면서 병이 씻은 듯이 낫고, 머리 맡에 앉아있는 경우는 죽을 팔자인거라 건들면 안된다는 거임. 그 주문이 바로 아쟈라카모쿠렌테케렛츠노파 였음. 
 남자는 "좋다 오늘부터 나는 의사다 ㅋㅋ" 라며 유부초밥 먹고 남은 쟁반에다가 "의원"이라고 써붙이고 환자를 기다림. 그래서 이차저차 여러사람을 살리는데 성공하고 온갖 환자들이 찾아오며 부자가 됨. 그 돈으로 유곽에 가 방탕하게 사는데, 아내와 자식은 방해가 된다며 쫓아냄. 
 그러다 진짜 일본에서 손에 꼽히는 부자라는 사람 부하가 찾아와가지고 자기 어르신좀 살려달라고 함. 그래서 가봤더니 이 할배 머리 옆에 사신이 앉아있는거임. 그래서 건들면 안되는데, 이 부하라는 사람이 살려만 주면 진짜 억만금을 주겠다는거임. 그래서 남자가 머리를 써서, 사신이 꾸벅꾸벅 졸때까지 기다렸다가, 남자 네명이서 잽싸게 이불을 들고 방향을 180도 돌린거임. 그러니 사신이 반응하지도 못한채로 할배의 발밑에 사신이 앉아있는 형태가 되었음. 그때 남자가 빠르게 주문을 외워 사신을 쫓아내고 할배를 살려줌. 
 남자는 "안그래도 내가 환자를 다 살려버려서 돈 나올곳이 없었는데 다행이다. 앞으로는 머리맡에 앉아있는 사신도 이런식으로 쫓아내면 되겠노 ㅋㅋ" 라며 좋아하는데, 처음 만난 사신이 나타나서는 "하지말라면 말아야지 말 안듣는 놈이로구나" 하면서 괴상한 동굴로 끌고감. 거기엔 양초가 잔뜩 놓여있는데, 곧 꺼지려하는 양초와 팔팔하고 두꺼운 양초가 있음. 전자는 아까 구한 할배꺼고, 후자는 남자의 것임. 근데 아까 이불을 뒤집어 할배를 억지로 구하면서 남자와 할배의 양초도 뒤바뀌었다는거임. 근데 남자가 사정사정을 하니 사신이 기회를 주는데, 바로 새 양초에 불을 이어 붙이면 그 새 양초를 새로운 수명으로 해주겠다는 것. 남자는 바들바들 떨다가 결국 불을 옮겨붙이는데 실패하고, 라쿠고가(라쿠고를 공연하는 사람)가 바닥에 털썩 쓰러지며 오치를 맺음.

https://www.youtube.com/watch?v=7jMONkr2_hs


(굉장히 유명한 라쿠고가의 사신 공연임. 일어에 능통한 사람이라면 꼭 봐봐 연기를 잘해서 엄청 몰입됨. 물론 말씨도 재밌어서 지루하지 않음.)





그래서 장황하게 라쿠고에 대해 설명했는데, 그게 토모에랑 뭔 상관이노? 

보면 토모에가 부채를 쥐고 있는데, 라쿠고에서 사용하는 도구가 손수건이랑 부채같은 아주 간략한 도구임. 그걸로 인물들의 다양한 움직임을 묘사하는 거임. 또, 지금 앉아있는 좌식의자에 어디서 많이 본 무늬의 방석이 깔려있는데, 저걸 고자(높을 고, 앉을 좌)라고 부름. 완벽히 라쿠고가(고자에 앉아 공연하는 이)의 모습을 하고있음. 프로파간다 선동 전문가 답게 말을 굉장히 잘하기 때문에 라쿠고라는 컨셉을 준거같음. 



이런식으로 캐릭터를 연기할 때 부채를 사용함. 아마 위는 강한 말투로 돌격명령을 내리는 마리나 일듯
아래는 단순히 이야기를 하는 중에 제스처로써 부채를 사용


자 그럼 부채로 인물을 연기한다는 걸 알았다면 이게 누군지 바로 알 듯 하다. 부채를 사용해 콧수염을 연기해서 체리노를 더욱 생동감 있게 표현함.


그리고 멋진 체리노를 보고 감동받고있는 토모에(또는 토모에 피셜 붉은겨울 학생들)


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냥 어제 접속 안해서 낮에 접속했는데 눈에 띄길래 적어봤다. 점심 맛있게 먹고 각자 뺑이치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