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뭐 법을 전공하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최대한 간단하게, 내가 아는 범주 내에서 설명할 거임

대충 설명이라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건 잘 아는 사람이 댓글에서 설명해줄것


예상은 했지만 봇제비-시제비 문제 관련으로 많이 나오는 반응이

"봇제비도 2차 창작인데 시제비를 뭐라고 할 처지가 됨?"이라는 거임


"어차피 봇제비도 허락 받고 만든 거 아닌데 뭔 상관이냐"는 논지인데

시제비에 대해서 편의상 3차 창작이라고 부를 뿐이지, 이건 봇제비의 원작인 봇치 더 록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문제



2차 창작이라고 해도 별도의 자체 저작권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원작 저작권과는 독자적인 부분임

물론 타인의 2차 창작은 기본적으로 '원작자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하긴 하지만

동시에 '독자적인 저작권'이 따로 발생하며, 그 권리 역시 원저작권과는 별도로 인정된다는 얘기




위의 말이 어려우면, 봇제비-시제비 문제에 대해선 이렇게 이해해도 됨

이번 문제만 놓고 보면 "봇제비는 원작, 시제비는 2차 창작"이라고 말이지


특히 이 건은 "동물화된 캐릭터의 디자인"에 관한 부분이 중점이므로, 봇치와 시제비 사이에는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음

'봇치-봇제비' 문제와 '봇제비-시제비' 문제는 한 다리 건너서 이어질 뿐 완전 별개라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봇치 더 록 작가가 봇제비를 허락하건 말건, 봇제비 작가는 시제비에 대해선 뭐라 말할 권리가 있다는 거임


출판물의 저작권을 작가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나 업계에서 2차 창작에 대한 암묵적 용인 및 가이드라인,

"공식 작가가 저래도 되냐" 등에 대해서는 굳이 줄줄이 설명해봤자 논점만 틀어질 뿐이니 넘어가고


물론 "봇기견들 지들 작가 블기견이라고 괜히 블아 작가 물고 불타네"라고 무작정 묻어도 되는 건 아니긴 함

그렇지만 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두 작가 개인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봇치팬덤이든 블아팬덤이든 감놔라 대추놔라 할 일도 아님

문제 해결은 당사자 2명이 대화를 해서 처리할 부분이니까, 현재 우리가 할 일은 두 사람이 대화한 결과를 기다릴 뿐이지





아직 이해가 안된다면 비슷한 예시를 살펴보자


만약 어느 출판사가 동화 "인어공주"를 만화책으로 만들어서 팔려고 함

"원작" 인어공주는 저작권이 만료된 퍼블릭 도메인이라 어떻게 그리든 상관없음

머리색이 빨간 것도 원작부터 그런 설정이니 문제 없음



하지만 그 만화책을 1989년 "애니메이션 영화" 인어공주의 장면들을 짜집기하거나 베껴서 만들거나

매우 흡사한 그림체에 원작엔 없고 영화에만 있는 말하는 물고기들을 같이 그려넣거나 하면

해당 영화 제작사이자 저작권자인 디즈니가 "도작, 표절 시발럼아"하고 뚝배기를 깨러 강림함


출판사가 "아니 시발 니들도 퍼블릭 도메인의 2차 창작이면서 나한테 저작권 따져도 되는 거임?"이라고 하면

"원작은 퍼블릭이지만 애니메이션과 그 파생 작품은 디즈니가 주인이다"는 말을 듣고 법원 망치로 뚝배기가 깨지는 거임





다른 예시를 하나 더 들어보자


블붕이들이 잘 아는 판토 작가의 개추 히비키 콘이 여기 있음

어느날 블붕이들이 일페에 놀러갔는데, 판토가 아닌 제3자의 부스에서 개추 히비키를 제3작품의 C돌이라는 캐릭터로 패러디한 굿즈를 팔고 있음



"아 이거 블아콘 개추 히비키 패러디 한 거네요 ㅋㅋㅋ 근데 판토 작가님 허락은 맡으셨나요?"



"나는 인터넷에서 본 개추 C돌이를 패러디해서 만들었을 뿐인데, 내가 왜 그 사람 허락을 받음?"



"아니, 그래도 개추 히비키 원작자는 판토님인데요? 판토님 그림체를 그대로 베꼈잖아요"



"이게 블아의 히비키 패러디한 거면 원작자는 판토가 아니라 블아 만든 넥슨이겠네. 뭐 그 사람은 넥슨한테 허락 받았다는 증거라도 있음?"


이러면 누구 뚝배기를 깨야될까?

저 놈의 뚝배기를 깨려면, 판토의 뚝배기도 같이 깨야만 할까?

여기까지 읽었다면 충분히 판단할 수 있을 거임




마지막으로 "시제비 떡밥이랑 이거랑 뭐가 다름?"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건 원저작물 그 자체에 약간의 수정만 가한 물건이므로, 원본의 복제권 및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는 물건이라 할 수 있음

쉽게 말해서 애초부터 2차 창작(2차적 저작물)취급도 받지 못하는 해적판이라고 보면 됨




2차 창작 문제에 대해 다루는 봇제비-시제비 문제에 저 고양이귀 행자 떡밥을 가져오는건

카레 얘기 하는데 똥을 가져온 거나 다름 없는 수준의, 다루는 방향이 다른 얘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