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핑 갓즈

배를 타고 항해하던 선원들이 알 수 없는 태풍을 만나 의식을 잃은 뒤 깨어난 곳은 이세계

토템을 모아 잠들어있는 신들을 깨워 다시 자신들이 살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배를 타고 다양한 섬을 돌아다니며 여행을 하는 어드벤처 게임




롤 플레이어 어드벤처 

다양한 과거를 가진 주인공을 커스텀해서 시나리오를 따라가며 자신의 과거에 했던 행동들이 기록으로 남아 그 선택이 다른 분기를 가져오고 내가 어느 파벌을 지지했는지에 따라 스토리가 변경되는 rpg 게임 



이 둘은 참 묘한게 슬리핑 갓즈의 펀딩 리워드 배송일이 밀리고 밀려 어느덧 롤 플레이어 어드벤처 선주문을 받을 쯤 발송된다는 소식이 들려왔음 둘다 스토리북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rpg풍의 게임에 랜덤한 요소에 보정으로 판정을 내리고 커다란 맵(혹은 시나리오 맵)을 바탕으로 그룹원 끼리 소통을 통해 어디를 먼저 가고 그 다음 어디를 가는지를 정하는 형식으로 게임이 진행되다보니 상당히 많은 유사점 때문에 당시 이거 사느니 뭘 산다 이거랑 저거랑 비슷하다 누가 긱 평점이 높고 낮네 이런식으로 비교가 상당히 많이된 게임임


나는 친구가 슬갓 펀딩을 들어갔기에 궁금해서 내가 롤플어 선주문을 들어가서 둘 다 해볼 수 있었는데 확실히 이 둘은 비슷하지만 또 다른 게임이라 둘다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음



1. 스토리 진행

우선 슬갓은 한 npc가 [철수네 집 뒷산에 있는 거대한 소나무 뒷편에 수상한 우물이 있다더라] 라는 소문을 수집하면 '수상한 우물' 이런 키워드를 얻게 됨 그 후 유저들이 그 소문을 바탕으로 추측해서 여기가 그곳이 아닐까? 하는 장소로 배를 이동시켜서 내가 가진 '키워드'가 열쇠가 되서 그 지역의 다양한 이벤트가 해금되는 형식의 진행 방식을 가지고 있음

만약 이곳 저곳 돌아다니는데 저런 소문을 못듣고 키워드도 못얻는다면 턴과 자원을 낭비하면서 키워드를 얻기위해 힌트없이 이 섬 저섬을 돌아다녀야함 근데 보통은 방문하면 거의 꼭 저런 힌트를 듣게 되서 그렇게 큰 불편함은 없었음 이게 슬갓에서 말하는 오픈월드 식 진행임


반대로 롤 플레이어 어드벤처는 시나리오가 챕터별로 나뉘어져 있어서 모든 유저들은 일단 정해진 거대한 스토리의 흐름을 선형적으로 따라가게 됨

그러면서 그 스토리 안에서 내가 행한 행동과 이전에 했던 행동들이 슬갓의 키워드처럼 '칭호'로 남아서 이후의 스토리에 영향을 주는데 스토리 스포없이 내가 지어낸 예시로 보면 내가 노움 도적단을 시나리오 a에서 털어서 '공격당한 노움들' 이라는 칭호를 얻었음 그 후 시나리오 c 쯤에 도움을 구하다가 노움 현자를 만났는데 알고보니 이 현자가 내가 털었던 도적단의 수장이라 찾아 가자마자 너 이새끼 하면서 공격을 당해서 한쪽 루트가 막혀버리고 다친 몸을 이끌고 도망치다가 만난 엘프가 딱하군요 하면서 도와주는 새로운 루트가 열리는 이런 방식을 가지고 있음

 결국 어떤 선택을 하던지 유저가 따라가는 큰 틀은 바뀌지는 않지만 그 중간중간 세부적인 스토리들이 분기점으로 갈리며 npc들과의 관계 뿐만 아닌 내가 어느 구역을 먼저 방문했는지 그 순서조차도 진행에 영향이 감


2. 테스트 판정과 전투

슬갓은 내 선원의 테스트 수치에 보정 카드덱에서 카드를 뽑아 그 수치를 더한 방식으로 판정이 진행되는데 이 보정 덱의 숫자 카드들은 서로 다른 수량을 가지고 있어서 각자 확률이 다름 스골로 주사위를 주고 이걸로도 해보라는데 보정카드가 숫자마다 확률이 다르니 주사위는 기존 설계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함 그 외에도 스핑크스의 아침발넷 점심둘 저녁셋 같은 넌센스 퀴즈도 있었음

전투는 미리 사용할 무기와 상대를 정하고 보정 카드를 뽑아서 나온 명중률 값에 따라 피해를 주면서 하나하나 가리는 형식인데 초과되는 데미지는 십자가 모양의 범위로 추가해서 덮을 수 있다보니 약간의 퍼즐 게임이 추가되어 있는 형태임

대신 상대방도 반격하고 그 딜량이 무시 못할정도라 전투 한번 한번이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옴 진짜 힘들었음


반면 롤플어는 모든게 다 주사위 판정이고 전투도 테스트도 다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이 됨 원덱던전 처럼 표시된 부위들을 전부 동일한 색깔의 적힌 값 이상의 주사위를 소모해서 틀어막는 방식으로 모두 막아야한 성공 판정으로 들어가는데 이게 게임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판정을 한가지 방식으로 진행하다보니 중반에 가서는 좀 지치고 물리는 감이 있었음

난 주빨망 게임을 상당히 좋아하는데 롤플어는 단순히 주사위 숫자만 맞추는게 아닌 색깔도 맞춰야해서 그 경우의 수가 더 높았고 캐릭터마다 기본적으로 보정할 수 있는 주사위 색깔 수가 정해져있다보니 이걸 아무리 카드로 보정한다고 해도 무한정 보정할 수 있는게 아니라 상당히 억까 당하는 느낌으로 어려웠음 진짜로 원덱 던전에 스토리를 끼얹은 느낌을 도저히 지울수가 없더라


3. 가격과 구성

슬갓은 펀딩판 기준 본판 8.9, 1확장 포함 11.4 / 현재 판매가 본판 14.0 확장 5.0

롤플어는 선주문 기준 본판은 기억 안나고 확장 포함 19.9 / 현재 본판 19.2 확장 7.3에 판매중임


롤플어와 슬갓 모두 구성은 가격이 쌔다보니 만족스러웠음

슬갓은 박스에 정리하는게 트레이가 없는 일반적인 보드게임이라 다소 불편했고 제일 중요한 맵은 글룸처럼 맵형 책자로 되어있고 코어 1책, 확장 1책으로 경우에 따라 2개의 책을 연결해서 맵을 보게 됨

근데 맵 자체는 그냥 배 피규어 올려놓고 우리가 여기있다 여기로 가자 이런걸 정하는 용도라 크게 중요하진 않음

컴포 질은 좋은편이었고 주로 카드와 룰북으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다른 토큰들은 많지 않았음


롤플어는 정말 완벽하게 꺼내자 마자 플레이를 할 수 있게 정리된 딱 맞는 트레이를 제공해줘서 오거나이저가 필요없음

다만 슬리브를 생각해서 여백이 널널하지만 씌우면 꽉 껴서 여유공간이 없어짐 

그리고 맵이 시나리오마다 아크노바처럼 얇은 종이 한장이라 잘못하면 찢어질 위험성이 상당히 높아 아쉬웠음

여기도 마찬가지로 모든 플레이어의 위치를 알려주는 피규어 하나 올려놓고 우리가 여기있다 연결된 어디로 갈까? 하는 용도로만 쓰임

카드 종이 질은 나쁘지는 않았는데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였음 대신 이중레이어 캐릭터 판과 큐브 컴포들은 괜찮았음


4. 확장의 필요 여부

슬갓의 확장은 말 그대로 추가적인 맵과 탐사 요소를 넣은 확장이라 게임의 컨텐츠가 늘어나는 느낌의 확장임

상당히 만족스러웠음

롤플어의 확장은 캐릭터마다의 고유 시나리오가 생기는데... 이게 좀 많이 따로 놀고 그렇다고 각 캐릭터 별 시나리오가 깊은것도 아니고 얕게 핥아먹는 정도로 추가되서 이걸 굳이? 란 생각이 자꾸 들더라 난 지금 어느 한 고대 유물의 비밀을 파헤치려고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 우연히 과거에 나를 노예로 팔았던 악역을 만나서 너 이새끼 나와 싸우자! 했더니 '그땐 미안했어.. 내가 지금 살기 너무 힘드니 너의 판단에 모든걸 맞길게' 이런소리 듣고 얘를 죽일까 헌병대에 넘길까 고민하는 약간 이런 전개를 봐서 좀 어지러웠음 대신 보상은 괜찮았음


결론은 둘다 취향에 맞으면 재밌게 즐길수는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슬갓이 보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슬갓이 더 재밌었음

롤플어는 너무 게임 진행이 단조로워서 한 시나리오 끝내고 다음 시나리오 연달아 이어서 하기가 어렵더라고 

그리고 테스트 시작도 전에 애초에 완전 회복상태인 내 캐릭터로도 달성 불가능한 조건이 걸린 경우들도 있어서 1~2인플로는 판정이 많이 빠듯할거임 캐릭터마다 시작 스탯이 아예 0인 주사위도 있어서 이걸 보충하면 주력 색상이 약해지고 보충 안하면 운으로만 해결해야하고 이런 상황이 자주 나왔음

반면 슬갓은 애초에 몇명이 플레이를 하던지 캐릭터 수 자체는 동일하다 보니 2인플로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수준이었음 대신 전투가 진짜 매콤함 실제로 도끼랑 창 들고 곰이랑 싸우는 줄 알았음 한번 전투하면 배에 돌아가서 회복하기 바쁘더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최종적인 결론인데

롤플어, 슬갓 처럼 스토리북을 끼고 진행하는 게임은 재미는 있는데 계속 하고 싶을정도로 손은 가지 않더라 내 취향은 아닌거 같음

이 둘 할래 아니면 비슷하게 스토리도 있고 주빨망 주사위도 굴리는 아컴호러3판 할래? 하면 난 아컴 함 ㅋㅋㅋ

방대하고 긴 스토리가 있는 게임은 앱이 없는한 어쩔 수 없이 늘어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