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속보

[시즌2 제23-2화-후배 여의사 조현아(중)]





나는 닥터 조와의 현재 여성의학과 전반의 트렌드와 어떤 시술에 더 중점을 둘 것인지에 대해서 장시간에 걸쳐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는 현재 업황을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었으며, 어떤 태도로 근무할지에 대해서 논리적이고 차분하게 자기의 의견을 개진했다.

나는 똑똑하고 다부진 이 후배 닥터가 마음에 쏙 들었다.

한동안 공적인 업무에 대한 서로 간의 의견 교환이 끝나고, 나는 사적인 영역의 질문을 던졌다.

''닥터 조는 현재 미혼이라고 했는데 혹시 사귀는 남친이라도 있어요?''

''아뇨, 저는 비혼주의자입니다. 남자를 사귄 적이 없고, 또 앞으로 사귈 생각도 없습니다.''

그녀는 자기의 결혼관 내지 이성관에 대해 똑 부러지게 밝혔다.

''아, 그렇군요. 요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비혼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졌어요. 조 닥터도 그 범주에 속하는가 보네요.''

''나도 마찬가지인데 그 점에 있어서는 우리가 겹치는 면이 많네요. 말이 나온 김에 좀 곤란한 질문을 하나 할게요. 조 닥터는 페니미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저는 페니미즘을 남자들에 대한 여성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남자들과는 독립된 별개의 존재라는 점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이 못할 게 없고 남다들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경쟁력이 있는 분야가 많으니 그런 분야에서는 여성들의 입지가 강화되어야 하고, 또 여성들의 권익 보호가 당연시되는 풍조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페니미즘도 이런 측면에 초점을 맞춰서 주장을 해야 하지 않나 합니다. 즉 제가 생각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남자들에 대항한다는 소극적인 측면에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여성 자신의 독립성과 별개성에 중점을 두어서 여러 주장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성과는 별개의 독립적인 인격체라는 측면에 초점을 두고서 저는 여성성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녀의 주장은 일리가 있고 또 이해되는 측면이 많았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젠더관은 우월한 여성이 주도하고 선천적으로 열등한 존재인 남자는 여성의 주도에 따라야 한다는 것인데 반해, 닥터 조는 여성의 독립성과 남자와의 절연성을 강조한다는 데에 나와는 젠더관에서 차이가 있었다.

그녀의 페니미즘에는 남자라는 존재가 부각될 여지가 거의 없어 보였다.

''그렇군요. 잘 알겠어요. 그런데 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적절할지는 잘 모르겠는데 조 닥터가 근무하다 보면 어차피 알게 될 것이므로 미리 까놓고 말할게요. 우리 병원은 나뿐만 아니라 병원 식구들 모두 여성 우월적인 페니미스트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관념적인 페니미즘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도 남자를 지배하고 싶어 하는 욕구들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다 남자들과 지배-복종의 관계를 맺고 있는 돔이라고 할 수 있죠. 아까 보셨던 김지훈 씨 있죠? 그 사람은 우리 병원 청일점 직원일뿐 아니라 나와 우리 간호사들의 명령에 복종하고 우리를 떠받드는 공용 섭이라고 할 수 있죠. 우리 병원의 이런 분위기가 내키지 않는다면 솔직히 말해줘요.''

나는 약간 긴장하는 가운데 우리 클리닉의 내밀한 속사정을 터놓고 말했다.

''아, 원장님이 말씀하시는 관계가 펨돔-멜섭 관계이군요. 저도 유예슬 선생님으로부터 대략적인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원장님께서 터놓고 먼저 말씀하셨으니 저도 제 비밀스러운 내면을 말씀드릴게요.''

''비밀스러운 내면이라뇨? 어떤?''

나는 드디어 닥터 조가 유예슬이 말한 그 '특이한 성향'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음, 저는 사실 에스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관계를 고등학교 때부터 가져 왔습니다.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학교 여선배 기억하시지요? 그 선배는 마치 언니처럼 자상하면서도 엄하게 제 모든 것을 이끌어 주고 한펀으로는 케어와 통제를 동시에 했습니다. 저는 그 선배에게 제 모든 것을 다 바칠 정도가 되었고요. 대학 입학 후에도 대상은 바뀌었지만, 저를 코치하고 통제하는 여자 선배분과 늘 붙어 다녔습니다. 물론 그선배분도 저를 사랑하면서도 엄하게 콘트롤 했고요. 제가 말하는 콘트롤은 생활 전반의 콘트롤로서 물론 이에는 육체적인 지배와 복종의 관계도 포함되는 것이었지요. 저는 대학에서도 선배분의 품에 안겨서 위로받거나 그 선배에게 체벌을 당할 때 제 존재감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배분에게 육체적인 봉사를 하면서 희열을 느꼈죠. 선배분은 저를 스팽 등으로 체벌하고는 항상 울먹이는 저를 위로하고 감싸 안으셨죠. 지금 생각해도 그때가 정말 좋았고, 또 그때가 그립습니다. 저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남자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그리고 죄송하지만 멜섭과의 플에 대해서도 어떤 흥미도 못 느끼고요. 다만 저는 제가 진심으로 존경하고 따를 수 있는 언니 같은 분에게 제 모든 걸 다 바쳐 헌신하고 또 그 언니의 사랑을 받았으면 합니다. 그러고 보면 제 성향은 레즈 에스엠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만 쾌락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신적인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돔을 찾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그녀의 기나긴 자기 고백을 들으면서 이 여자가 무엇을 갈구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닥터 조는 정신적인 교감을 우선시하는 동성 연디를 찾고 있는 것이다.

나는 문득 이 여자를 나만의 전용 섭이자 멘티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태희는 지훈이라는 짝을 찾았고, 예슬이도 이경철이라는 짝을 찾았는데 나는 아무런 나만의 연디 대상을 찾지 못해서 갈등을 느끼지 않았던가?

내 성향상 사내는 단지 고통을 주거나 모욕하기 위한 대상에 불과했고, 진정한 나의 연인이 될 수는 없었다.

내가 전적으로 통제하고, 나만을 바라볼 수 있는 연인 겸 섭을 만들고 싶었는데 이 조현아라는 여자가 바로 적격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조현아의 성향을 잘 알고 예슬이는 나에게 그녀를 소개했구나.'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열정적으로 자신의 속내를 토로한 닥터 조의 얼굴에는 묘한 흥분감과 기대감이 어른거리는 것 같았다.

''조 닥터의 말은 무엇인지 잘 알겠어요. 사실 나도 성향상으로는 여성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다만 에스엠 플적인 측면에서는 남자들을 학대하고 그들에게 고통을 주기 좋아하는 펨돔 성향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남자들과의 플은 매번 결코 채워질 수 없는 공허감만 남게 되더군요. 그래서 말인데요, 조 닥터가 나를 전적으로 믿고 따라오면 안 될까요?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생활의 모든 면에서요. 나는 조 닥터를 잘 이끌고 또 고락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나는 결단을 내리고 과감한 제안을 했다.

즉 나는 조현아에게 나와의 연디 관계를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이세요? 그런 부탁을 차후 제가 하려고 했던 것인데, 원장님이 먼저 그런 제안을 해주시니 저로서는 너무나 기쁘네요. 고등학교 때나 대학교 때 만났던 선배분들은 나중에 남자가 생기자 저를 조금씩 멀리했는데 저, 그때 꽤 상처를 받았었어요. 원장님이 싫증 나서 저를 내치는 상황이 오지 않는 이상 제가 먼저 원장님을 떠나지는 않을 거예요. 그 점은 맹세 드릴 수 있어요.''

''잘되었네요. 나도 예쁜 연인 겸 섭을 갖고 싶었는데 우리 앞으로 좋은 연디 관계를 맺도록 해요.''

''네, 정말 기뻐요. 그런데 이제 편하게 말을 놓으세요. 원장님은 제 직속 학교 선배이고 또 나이도 저보다 두 살 더 많으시니 편하게 말을 놓으세요.''

''호호, 그래도 될까? 그럼 앞으로 내가 편하게 말을 놓도록 할게. 그래도 조 닥터의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있으니 병윈의 업무 시간에는 여전히 반공대를 할게. 다만 업무가 끝난 후이거나 사석에서는 내가 이름을 불러도 되지?''

''물론이죠. 사석에서는 편하게 이름을 부르고 말을 놓아 주세요. 지금처럼요. 그리고 사석에서는 저도 편하게 언니라고 부를게요? 희주 언니, 이렇게 불러도 되죠?''

''그래, 현아야.''

우리 두 사람은 편한 호칭으로 서로를 부르고는 마주 보고 웃었다.

나는 조현아의 미소가 참 싱그럽다고 생각했다.

''희주 언니, 저는 외동딸이고 이른바 '엄친딸'로 대접받고 자랐는데 언니 같은 멋진 언니가 생겨서 정말 기뻐요.''

''그러니? 나도 외동이었는데 우리 둘이 비슷한 점이 많구나. 현아야, 앞으로 이 언니만 믿고 따라오렴. 내가 널 리드할게.''

''네, 언니만 믿고 따를게요. 제가 잘했으면 칭찬해 주시고 만약 제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엄하게 꾸짖어 주세요.''

''그래, 그러도록 할게.''

''그런데요, 저는 언니의 사랑과 관심을 확인하기 위해서 정기적으로 육체적인 봉사를 하고, 또 플도 하기를 원해요. 전 욕심이 많아서 그런지 단지 정신적인 지배와 복종은 한쪽 바퀴밖에 없는 자전거와 같다고 생각해요. 언니는 여자들과의 플 경험도 있을 것 같은데 저와 정기적으로 에스엠플도 하실 거죠?''

''물론이지. 나도 이렇게 예쁜 동생을 케어하고, 또 누가 진짜 주인인지 각인시키기 위해 플도 정기적으로 할 거야. 그런데 너 어떤 플들을 좋아하고 또 어떤 플들을 주로 해봤니?''

''저는 고등학교 때는 언니의 무릎에 엎드려서 엉덩이를 맞거나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그때는 어려서 섹스 관계 비슷한 건 하지 않았고, 선배 언니와 스팽 후 포옹을 하거나 가벼운 입맞춤 하는 게 다였어요. 대학에서 만난 언니와는 제가 언니에게 봉사하는 여러 가지 플을 다양하게 많이 했어요. 저, 말하기 쑥스러운데 대학 때 선배 언니와는 텔을 잡고 하드한 플도 많이 했어요. 내가 선배 언니에게 오랄 워십을 하는 것부터 시작했는데요. 그런데 플이라는 것에도 무슨 관성의 법칙이 있는지 심지어 선배 언니와 더티한 플까지도 경험하게 되었어요. 전 선배 언니와의 더티플을 하면서 오히려 정신적으로 더 가까워졌다는 그런 감정까지 느끼게 되었죠. 이런 말은 오늘 처음 보는 언니 앞에서 하기에는 좀 창피한데 어차피 희주 언니와도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서 그런 플까지도 했으면 해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조현아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면서도 맘속에 있는 바를 솔직하게 다 털어놓았다.

그녀의 빨개진 볼이 사뭇 귀엽게 보인다.

이런 모습은 항상 단정하고 차분하게 행동할 것 같아 보였던 그녀의 첫인상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