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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많이 슬퍼.

긴 짝사랑도 짝사랑이였거든?

6년전인가? 7년전인가? 오카에서 만나서 트랜지션 같이 시작한 친구가 있었는데,

1년 같이 지내다가 어느날 자기 애인 소개시켜준다고 나오라고 했었어.

그래서 쫄랑쫄랑 나갔지. 우리 같은 족속을 사랑해주는 사람도 있네? 하면서.

생각보다 멀끔하더라.

잘생긴건 아니지만 번듯한 학과, 공감도 잘해주고 적당히 유머감각 있고, 운동도 좀 한 테도 나고.

난 몰랐는데, 트랜지션 초반부터 만났었데.

금방 깨질거 같아서 비밀로 했다나 뭐라나?

걔가 뒷바라지도 많이 해준거 같더라고,

사람 마음이 좀 간사하더라?

어떻게 잘해줬는지 얘기를 들으니까 마음이 걔한테 이끌렸어.

첫눈에 반한건 아니지만, 나도 저런 애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셋이 안면 튼 이후로는 자주 만났고.

그럴수록 더 끌렸고, 또 시간이 흐르고 흐르니...

내 친구는 직장이 있어서 돈을 빨리 모은지라 성형과 스르스를 먼저했어.

비행기타고 슝 날아가버리더라고 걔랑 같이.

또 정정도 정말 빠르더라.

친구는 날 때부터 가족이 없었거든?

인우보증서 찍어줄 사람이 없어서 내가 찍어줄게 우스개소리로 그랬었는데.

어느새 걔 집안에 스며들었는지, 인우보증서 걔거랑 걔 여동생거 딱딱 찍어서 진술서 대체하더라?

요즘은 한명으로 바뀌어서 난 한명분으로 했는데...

성장환경 진술서 좀 참고하자고 보여달라고 했는데, 걔 이야기로 가득하더라.

내가 이제는 제일 소중한 사람이 아니구나 하는 서운함과 부러움이 공존했던 것 같아.

난 가족이 응원도 해주고, 도와주기도 했고... 이런 이야기 하면 정말 못됐지만,

아무것도 가진게 없던 친구가 정말 멋진 남자를 가져서 질투.

아니 친구의 남자를 탐냈던 것 같아.

또 이제는 트젠 사회와 완전히 단절하고,개명하고,완전히 사회에 스텔스한 녹아든, 그것이 부러웠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들이댈 용기도 생각도 없었어.

친구의 웃음이 망가지는 것도 싫었고, 걔가 날 바라봐줄지도 미지수였거든.

그냥 꾹 참았지. 안보면 되는거라고.

나아지는 것 같았어.

그렇게 어찌저찌 사나 싶었는데.

이유는 몰라. 모르겠는데.

친구가 어느날 갑자기 죽었어. 자살이였고, 왜 그랬는지 이유는 몰라 알만한 사람은 아는 사건일지도 몰라.

고작 하루하는 친구의 장례식에서 주저앉은 걔를 망가진 표정의 걔를 보고서 야속하고 나쁘게도,

나 또한 슬퍼하면서도 이건 기회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화장터에서 유골을 뿌리는 순간마저도 난 정말 나쁜 사람이였던 것같아.

봄마다 친구의 기일이면 청도의 한 절에 걔랑 함께 가서 절을 올려.

가끔씩 만나지만, 오랫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기일 외에는 없기도 해서 그날 만나면 카페라도 가는 편이야,

난 당연하게 그 시간을 기다렸어.

친구가 죽은 날을 기다리다니, 미친년이 따로 없지?

그날 카페에서 향긋한 향기가, 봄이 피어오르는 머그잔을 잡고서 걔한테 물었어.

마음은 어떠냐고, 슬슬 연애 다시 해야하지 않냐고.

이젠 괜찮은건지 웃더라.

연애가 무슨 의무도 아니고, 여유 나면 하는거지.

희망을 얻었던 것같아. 근데 다 빛바랜.

하지만 힘든 연애는 하고싶지 않네.

라고 덧붙이더라고,

알아버렸어. 더는 나같은, 진짜 여자가 아닌, 트랜스젠더와 험난한 연애를 하고싶지 않다는 소리란 걸.

긴 짝사랑이 무너져내리는 순간이였어.

애써 웃어넘기고 걔를 보내고 나서 한참 울었어.

한참 지나서 연애도 몇번 해봐서 이젠 괜찮지만,



가끔 철없이 오늘처럼 밤 쳐새고나서, 맥모닝 메뉴 골라달라는 네가 참 밉다.

나 너가 그토록 좋아하는 할말 못하고 세상 무해한 극 소문자 i 씹프피니까.

혼자 먹기 심심하면, 내가 용기내지는 못하겠으니 좀 불러서 같이 먹어줘라.

안그럴거면 나 베이컨 에그 맥머핀 좋아하니까 그거 많이 쳐먹고 그냥 칵 뒤져버려라.

힘들어도 좋으니까 다시 셋이서 홍대갔던 그 시절이 그립다. 증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