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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2일


아침 7시 45분. 메리 테일러 양이 저택에 도착했다. 마차에서 내려 두리번 거리는 메리 양을 엘시가 안내해 저택 안으로 데려왔다. 나는 고용인용 식탁에 앉아 메리 양을 바라보았다. 메리 양은 얼굴에 옅은 주근깨가 낀 수수한 여성이었다. 가슴이 크고 체격이 다부진 편이라 허드렛일을 맡겨도 잘 수행할 법했다.


메이드란 용모가 너무 아름다워도 너무 추해도 곤란하다. 너무 아름다우면 주인이 받아야 할 주목을 전부 빼앗아버릴 가능성이 있고, 너무 추하면 주인의 품격을 손상시킬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메리 양은 딱 적당한 수준이었다. 아름답지만 자세히 들여다 볼 때까지 눈에 띄지 않았다.


나는 메리 양에게서 추천서를 건네받았다. 메리 양이 들고 온 추천서는 꽤나 멋들어진 내용이었다. 코퍼 양에게 칭찬을 받았다는 말이 거짓은 아닌듯 요리나 잡무에 관한 여러 찬사가 적혀있었다. 여러 사람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직무를 떠난 시기에 받아들이기 딱 좋은 인재였다. 물론 전에도 적었듯이 나는 아직 젋기에 아가씨 한 사람을 보필하려고 하면 어떻게든 할 수 있지만, 여기서 일이 더 편해진다면 마다할 이유가 어디있겠는가?


“피츠로이 가에 어서오십시오. 저는 하우스 키퍼인 프레이아 웰링턴입니다.”


“메리 테일러입니다.”


나는 방문객 명부에 이름을 적어 넣었다. 메리 양은 저택 내가 신기한지 이리 저리 주위를 돌아보다가, 갑작스레 보석을 발견한 듯한 눈길로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아, 죄송해요. 저는 촌에서 일을 하다가 올라온 사람이라, 이런 곳은 처음이라서요. 그리고, 미시즈 웰링턴처럼 신비하신 분도 처음 뵙는지라. 메이드치고는 귀품이 넘친다고 해야하나.”


“전에는 어디서 일했죠?”


메리는 처음 들어보는 지역명을 말했다. 지도를 살펴보니 서쪽 끝에 있었다.


“요양 관련 일을 했죠. 처음에는 주방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지만, 어찌나 요리가 형편없었는지 몰라요. 사람들이 주방 용품하고 먼지털이도 구별못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 음식을 먹는다면 나을 병도 안 낫고 죽어버릴테니, 뭐라도 제대로 먹고 살려면 제가 주방 일을 조금이라도 돕겠다고 어떻게든 나서야만 했죠. 대단하지는 않아요. 먹고 살 정도지.”


“어지간히도 형편없는 주방장이었나 보군요.”


“저도 요리에 자신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그 사람은 정말이지! 끔찍했어요. 차라리 재료를 그대로 먹는 편이 나았을 거예요.”


본인은 자신이 없다는 듯이 말했지만, 이 경우에는 오히려 좋다. 요양을 하던 사람들은 쓸모 없는 부분에서는 수다스럽지만 중요한 부분은 말을 아끼는 법이다. 피츠로이 아가씨께서도 엄밀히 말하면 요양을 취하시는 상태이니 어떻게 보면 딱 맞는 인재라고도 말할 수 있다. 단지 이런 부류는 도둑질을 좋아할 가능성이 있어 조금 염려스럽다.


“앉으시지요. 아. 아침은 드셨습니까?”


“아, 아니요.”


“그럼 같이 드시지요.”


“네. 그럼 감사히.”


엘시 양이 메리 양 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끌었다.


“앉아주세요.”


“감사합니다.”


메리 양은 엘시 양이 끌어 준 의자에 깊숙히 엉덩이를 내려 앉고, 팔꿈치를 허벅지 위에 두었다. 다리는 갓 산 저울추처럼 미동도 없었다. 그리고 식탁 위를 보더니 나이프와 포크의 위치를 바꾸어 나이프를 오른쪽에, 포크를 왼쪽에 가도록 바꾸었다. 엘시 양이 미리 준비한 스프와 빵을 들고 나왔다. 메리 양은 스프를 먼저 입 안에 머금었다.


우리는 식사를 하면서 가끔씩 이야기를 나눴다. 예컨대 세상이 돌아가는 이야기로, 일에 관한 이야기는 잘 하지 않았다.


“엘리아나 양과 코퍼 양과는 어떻게 알고 지낸 사이죠?”


메리 양은 식기를 놓았다. 청명한 소리가 났다. 나는 냅킨을 들어 입가를 가렸다.


“식재를 구할 때 몇 번 교류가 있었어요. 특히 코퍼 양하고요.”


“피츠로이 가에 관해서는 얼마나 아십니까?”


냅킨을 내리며 물었다.


“잘 모릅니다.”


메리 양은 스프를 전부 먹고, 빵을 들었다. 이번에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앞으로 차차 알아가면 되니까요. 글은 읽을 줄 압니까?”


“아, 모릅니다.”


주눅 든 목소리였다. 식기 소리는 나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일에 관한 이야기는 식사가 끝난 뒤에야 했다. 예컨대 이 년간 계약을 하면서 얼마를 받고 싶느냐, 혹여나 저택 내 다른 인원이 휴가 등 다른 이유로 직무에서 빠졌을 경우 그 자리를 대체해서 근무 가능하느냐, 같은 이야기였다. 간단한 질의응답이 끝나자 식사도 함께 끝났다. 엘레이나 양과 에밀리아 양이 나타나 식기를 가지고 사라졌다.



시계를 보았다. 여덟 시 삼십 분이었다. 나는 메리 양에게, 앞으로 세 시간 삼십 분 뒤에 있을 점심 시간에 요리 실력을 직접 한 번 경험해보고 싶다고 청했다.


“피츠로이 아가씨께서는 미식가이지만 소식가이시니, 화려한 풀코스를 대접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일전에 그런 요리를 준비했다가 음식 값을 낭비했다가 호되게 혼이 난 메이드가 있었죠. 육류를 이용한 평범한 점심을 한 번 이 저택에 있는 사람들에게 대접하면 끝입니다.”


“사람 수 만큼이군요.” 메리 양이 되물었다. “세 시간인가요?”


“네. 물론 요리가 식탁에 올라가기까지 과정은 제가 전부 함께 할 예정입니다. 제 곁에서 보조를 담당하며, 맛이 없거나 문제가 있다고 사료될 시 탈락입니다. 혹여라도 아가씨에게 누를 끼칠 일은 생기지 않을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긴장된 목소리였다. 우리는 조리 가능한 메뉴를 논의한 끝에 오리 고기를 따뜻한 기름에 세 시간 담가놓고 건져내 구워내 조미료를 곁들이는 간단한 이국식 고기 요리를 아가씨께 대접하기로 했다.


요리를 진행하면서 나는 메리 양이 대다수의 메이드에 비하면 훌륭한 요리 수준을 가졌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무릇 이 나라 사람들은 형편 없는 요리로 유명하다. 식재료를 어떻게 취급하는지 몰라 일단 물에 넣고 맛이 없어질 때까지 삶아버리거나 타기 직전까지 구워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정말로 맛이 존재하는 요리를 하는 사람은 외국인과 만날 기회가 있었던 몇몇 사람이나 궁중 사람 밖에 없다는 농담까지 나돌 정도니까 말이다.




맛에 깐깐한 편인 우리 아가씨께서도,


“나쁘지 않네. 돈 값은 하는군.”


하면서 만족하셨다. 이 한 마디로 면접은 사실상 완료됐다고 봐도 무방했다.


메리 양은 아가씨에게 인사를 올리고, 정식으로 계약을 맺었다. 아가씨께서는 간단한 요구사항을 남기고 바로 티타임 준비를 하도록 명령하셨다.




나는 메리 양을 데리고 하인 숙소로 갔다. 메리 양은 복도를 걷는 동안 시종일관 얼굴을 도리도리 돌렸다. 하인 숙소에 도착하자 나는 메리 양에게 메이드들을 소개한 뒤, 에밀리아 양과 엘리아나 양을 불러 코퍼 양이 사용하던 방에 씌워두었던 보자기를 도로 걷도록 지시하였다.


“이 방을 쓰시면 됩니다.”


나는 이렇게 말하며 방문을 열었다.


“아, 감사합니다. 멋진 숙소네요.”


메리 양은 짐을 풀던 도중 엘리아나 양과 눈을 마주쳤다. 엘리아나 양은 싱긋 웃으며 인사하더니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보자기를 걷었다. 에밀리아가 그 뒤를 따랐다. 메리 양은 침대 위에 앉으며 뻣뻣한 웃음을 지었다.


“미시즈 웰링턴. 이 집에서 근무할 시에 더 주의해야 할 사항은 없나요?”


“아가씨께서는 아직 가족을 잃으신 충격이 크십니다. 실제로 주인님과 안주인님께서는 테라스에서 생긴 불의의 사고로 인하여 작고하셨다는 사실이 판명되었지만, 아가씨께서는 누군가에 의한 살인이라고 아직도 호시탐탐 의심하고 계시니까요. 그러니 앞에서는 말을 아끼도록 하세요.”


실제로 개혁법 투표 실시 직전 줄곧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했던 피츠로이 가의 가주가 죽자, 누군가가 암살을 사주했다는 악질적인 소문이 나돈 적이 있다. 물론 주인님께서 돌아가신 당시에는 나도 조금은 의심했다. 하지만 정황상 사고사라는 증거가 명백했기 때문에 의심은 사그라들었다.



이제 세상에 두 사람이 살해당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가씨 뿐이다. 아버지하고 어머니는 죽임당한거야. 죽여버렸어. 아직도 가끔 아가씨는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한다.


“저런. 알겠습니다.”


“요양 관련 일을 했을 때와 별반 다르지는 않을 겁니다. 아가씨께서도 요양 중인 환자라는 점에는 다름없으니까요.”


“아하.”


“이 외에 다른 규율은 에프터 눈 시간이 끝날 때 말씀해드리겠습니다. 우선은 직무에 복귀해 티타임을 준비해주세요. 아가씨께서는 사과가 들어간 요깃거리를 좋아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메리 테일러 양이 아가씨에게 좋은 영향을 끼쳐줄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까지 나로서는 메리 양에게 꽤 괜찮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 아마 메리 양도 이 점은 마찬가지이리라고 사료된다. 앞으로도 서로가 서로의 신뢰를 깨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바이다.














1부 - 한밤의 관음, 끝.



2부 - 레즈비어니즘
















좀 쉬다가 마저 연재함


한 5부 ~ 6부 정도 나올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