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도심에 점심시간 
그저 쉴 생각에 무작정 벤치에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고 있다.

뭐 굳이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되니까...

 

“ 고글 밖 세상도 나쁘지 않네~ ”

 

아무리 기술의 발전이 위대하더라도 자연이 안겨주는 시각적인 요소는 그래픽으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치밀하다. 그 세계는 매일같이 푸르고 화창한 날씨만 반복적으로 보여주는데

자기가 원하는 날씨로 바꿀 수 있는 또 다른 세계가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 어~ ㅋㅋㅋㅋ 아 준석이가 연애한다고? 미친 헤어지고 다음 날 바로 사귀는거야? ”

 

허공에 대고 미친년처럼 웃으면서 걸어가는 여성 분명 친구들과 연결하고 같이 걸어가는 중이려나 

 

이 고글 음, 2년 전 다시 말해 2028년 5월에 세상에 이 고글이 세상에 보급됐다. 

 

처음에는 단순 AR, VR세계에서 쓰일 줄 알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내 모습을 스캔한 아바타로 현실 세계에서 돌아다니고, 고글을 쓴 사람끼리 자신의 데이터를 쉽게 공유해서 흔히 싸우고 다투는 일이 없더라도 자신의 성향과 비슷한 친구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 자기야~ 오늘 뭐 먹지? ”

 

“ 음... 오늘 뭐 먹으면 좋을까? ”

 

[ 좋아하시지만 최근 먹지않은 음식들을 나열해봤습니다. 1. 파스타. 2. 초밥. 3...띡. ]

 

“ 좋아! 파스타 먹으러 갈까? ”

 

“ 헐 완전 좋아~ 가자가자 ”

 

그래서 자연스럽게 성향이 맞는 사람들이 쉽게 만나면서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저출산 문제가 급속도로 해결되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보급된 지 10년도 되지 않았기에 딱히 단점이라고 집을만한 문제도 없었다.

 

아 한가지 너무 의존하게 되면 현실 자신의 모습이 망가지는지도 모르고 그 세계에서 갇혀버린다. 현실의 모습이 가짜가 되고, 고글의 세상이 진짜가 되는 히키코모리들이 많이 생겼지

 

“ 하~ ”

 

나는 하늘을 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 나도 슬슬 일해야지 ”

 

가방에 있던 고글을 능숙히 꺼낸 후 앞머리를 들고 뒤통수에 끈을 대고, 귀에 맞게 조절하면 내 상태에 맞춰 자동으로 착용된다.

 

지금 개발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드디어 완성단계에 들어가기에 시험하기로 했다.

 

 

“ 하이 고글 ”

 

[ 네 안녕하세요 오늘 드디어 개발하시는 프로그램 완성일이라고 들었습니다 ]

 

“ 응 맞아 내 드라이버랑 연동해서 보여줄래? ”

 

[ 네 알겠습니다, 인식하고이ㅣㅣㅣㅣㅣㅣㅆ...ㅏㅂ릎ㅂ2ㅈ ]

 

컴퓨터가 순간 렉 걸린 것처럼 굉음을 내더니

 

 

드디어 내가 만든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었다.

 

부끄럽지만 이 고글 때문에 내 취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나는 단순히 취향을 감추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 BBW>VISION ver.191919 연동완료 ]

 

어렸을 때부터인가 언제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는 뚱뚱한여성을 좋아한다.

물론 고글세상에서 뚱뚱한 여성을 만나는 건 쉽겠지만 그들은 추악한 아바타로 자신의 본 모습을 가린 채 살아간다.

연애할 때도 심지어 결혼해서도

 

“ 어디 한번 시험해볼까? ”

 

 

보기엔 남들과 외관이 똑같은 고글인 거 같지만 조금 다른 인터페이스가 나타난다.

 

“ 흠 제대로 작동하는지 볼까? ”

 

현재 페어링 된 사람한테는 미안하지만 비밀스러운 상태창을 열어보기로 했다.

 

 

[ 스캔 중... 완료! ]

 

 

 


“ 이윤주... 27 흠 162... 52kg? ”

 

원래 고글사용자가 프로필을 공개하지 않으면 스캔할 수 없지만 열리는 것을 보니 잘 작동하는 거 같았다.

 

무엇하나 이상한게 없는 프로필이지만

 

“ ㅋㅋ 아바타로 숨기고있나? ”

 

기술의 발전으로 현실모습과 똑같은 아바타로 위장했을 경우 구분할 수 없다.

비공개 프로필이면 완전히 속겠지만

 

“ 싫다... 너의 본 모습을 보여줘라 ”

 

[ WG ]

 

 

“ 역시 현실 모습은 그렇게 날씬하지 않네~ ”

 

이 프로그램에 핵심적인 기능 바로 상대방의 실제모습을 볼 수 있는 것

심지어 그 사람이 앞으로 얼마나 살찔 수 있는지까지

 

아 고글의 아바타는 현실의 모습을 비슷하게 형성해 아바타를 보여준다 했지만

이 고글이 출시되면서 활동량이 적어지고, 사람들의 체중은 급속도로 늘기 시작했고, 운동보다는 자신의 모습을 가리기 위해 온갖 방법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나타난 불법프로그램 자신의 체형, 외모를 숨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나오고 고글의 서버는 불안정해졌다.

 

곧이어 이를 대처하기 위해 고글 자체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거짓된 모습을 못 만드는 대신 첫 스캔 후 불가피한 일로 아바타를 최신화하지 못해도 처음 모습을 계속 연장할 수 있게 허용하였다.

 

사람들의 평균체중이 15kg 늘어나면서 초기의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사람들의 니즈를 만족 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문제는 그 전에 불법적으로 만든 아바타들은 삭제되지 않고 그대로 방치되었다는 것...

 

그래서 내가 정의를 만들었지

 

 

“ 좋아 드디어 내가 원하는 여자를 만날 수 있어! ”

 

“ 추악한 아바타에 원래 모습을 숨기면서 다니지 말라고!! 하하하하 ”

 

 

 

 

 

 

 

 

...

 

 

 

시발...

 

 

 

기대와는 다르게 야속하게 시간만 흐르고 내 운명의 짝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아바타 뒤에 모습을 숨기는 사람이랑은 나와 궁합이 전혀 맞지 않았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보통 70~100kg 정도로 뚱뚱한 라인에 속하지만

절대 현실에서 만날 생각 없는 히키코모리들이다.

 

심지어 불법 아바타들은 보란 듯이 내가 만나는 여성 중 3명 중 1명이 착용하고 있었다.

 

뭐 본래의 모습을 볼 수 있기에 나쁘지만은 않았지만 결국 아바타로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춘 것에 계속 신경쓰여 제대로 만나지 못했다.

 

 

“ 후... 모르겠다 ”

 

잠깐 바깥 공기를 마시고 다시 고글을 쓰고 집으로 향하는 순간

 

 

 

“ 저어기... ”

 

“ ? ”

 

 

 

 

“ ... 네? ”

 

고글에 눈이 가려져도 예쁘다.

 

“ 호..호오오..혹시 괘...괜찮으... ”

 

“ 아오 답답해! ”

 

말을 더듬거리는 어여쁜여성 옆에 친구로 보이는 사람이 큰소리치며 나에게 다가왔다.

 

“ 제 친구가 당신한테 관심이 있데요~ ”

 

“ 네? ”

 

“ 아 친구가 오늘 처음 써보거든요 고글 ”

 

“ 아 ”

 

오랜만에 육성을 들으니 나도 정신이 없었다.

 

“ 바보야! 연락처는 이렇게... 알려줘도 몰라!! ”

 

“ 아 어렵단말이야! ”

 

“ 아무튼 잘 해보라고! ”

 

친구는 여성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고 잘해보라는 말과 함께 사라졌다.

 

 

 

 

어색한 정적 그리고

 

“ 어? ”

 

“ ㅇ....왜 그러시죠? ”

 

“ 아! 아닙니다 ”

 

난 서둘러 그녀의 상태창을 열어 그녀의 정보를 확인하려 했다.


 


 

어떻게 이럴수가... 버그인가?

1000명이 넘은 사람들을 스캔했을 때 정상 작동했는데 왜 이 여성만 ??? 로 나오는 거지?

 

“ 우와 고글 만지시는 게 능숙하시네요! ”

 

“ 하하 일단 카페라도 갈까요? ”

 

“ 앗... 네! ”

 

카페에 걸어가면서 여성의 상태창을 억지로 열려고 해도 반응이 없었다.

처음써서 아직 정보에 등록되지 않은 것일까? 그럴리도 없는데...

 

 

 

 

 



“ 저기... ”

 

“ 아! ”

 

어느샌가 카페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2잔을 가져온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 초면에 죄송해요... ”

 

“ 아! 아닙니다 저야 감사하죠 ”

 

“ 아 ㅎㅎㅎ ”

 

예쁘다.

 

예쁘지만...

 

“ 이 고글이 없었으면 말도 못 걸고 지나쳤을거에요 ”

 

“ 아 네 ㅎㅎ ”

 

뭐 역시 고글이 완전 나쁘지만은 않지

 

그 뒤로 대화가 진해지면서 여성의 알 수 없었던 이름 ‘ 강아름 ’

그리고

 

“ 아 혹시 고글을 벗... ”

 

[ 푸윽! ]

 

“ 아!! 죄송해요 ”

 

고글을 벗자는 말에 깜짝 놀란 그녀는 마시고 있던 커피를 뿜어버렸다.

 

 

역시...

 

 

분명 비싼 프로그램을 써서 정체를 숨겼겠지

나 따위 작은 프로그래머 하나 속이는 건 식은죽 먹기니까

 

깊어질 거 같았던 대화는 착착해진 분위기로 바뀌었다.

 

역시 운명적인 만남은 쉽지않지...

 

 

 

 

 

[ 강아름님 메시지 ]

 

“ ... 응? ”

 

 

[ 강아름님 메시지 ]

 

 

“ 또 연락이오네 ”

 

그녀와 만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어느새 조작법에 익숙해진 듯 메시지부터 시작해서 고글의 다양한 기능을 능숙히 만지고 있었다. 물론 내가 알려줘서 금방 배울 수 있었지만

 

왜 아바타는 안 물어보지?

 

 

[ 수락하시겠습니까? ]

 

 

“ 예 ”

 

 

 

그녀의 메시지 ‘ 만남의 광장에서 7시간 ’ 링크를 수락하고 고글은 자연스럽게 어두워지더니 그녀와 처음 만난 광장으로 이동했다.

 

물론 내 몸은 집에 있지만

 

“ 오늘은 어디로 갈까요? ”

 

“ 음...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

 

“ 어... 음... ”

 

“ 아 그럼 여기 고깃집으로 가실까요? ”

 

“ 네! 좋아요! ”

 

나는 그녀와 고깃집으로 향해 메뉴를 시켰다.

 

[ 목살 2인분, 공깃밥 1개, 된장국 1개 주문하시겠습니까? ] 

 

“ 예 ”

 

“ 오늘도 배부르게 먹겠네요 ㅎㅎ ”

 

 

“ 아 네 ㅎㅎ ”

 

 

주문이 들어가자마자 밖에서 초인종이 울렸다.

 

 

“ 전 지금 도착했습니다 ”

 

“ 어 저는 2분 정도 걸린다고 하네요! ”

 

아 재밌는 기능은 이 세계에서 즐기거나, 먹거나 하는 요소를 현실에서도 똑같이 즐길 수 있다.

방금같이 음식을 시키면 창문을 통해 전용드론이 도착해 익힌고기를 자동으로 배달해준다.

 

 

“ 기다릴게요 ”

 

“ 아!! 먼저 드세요! ”

 

“ 괜찮아요 ㅎㅎ 그나저나 취업준비는 잘 돼가요? ”

 

“ 아! 그게 말이죠~ ”

 

 

외동이라 누나, 여동생이 없어 여자를 잘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녀와 나는 잘 맞았다. 대화코드, 유머코드 등 처음 고글을 쓰고 나에게 말을 걸었을 때 분명 정보도 없어서 비교도 못 했을 텐데

 

뚱뚱하면 좋겠지만...

 

“ 남.... 냠... ♥ ”

 

그나저나 이 여자 처음에는 잘 못 먹었는데 점점 잘 먹는 거 같은데

나와 거의 같은 속도로 음식을 먹고 있다.

물론 이것도 추측이지만 처음 밥을 같이 먹었을 때 짜장면 한 접시를 먹는데 무려 40분 가까이 걸린 걸 보면 엄청난 소식가가 분명한데

 

“ 처음 고글을 꼈을 때 갑자기 저한테 그러는거에요 ㅎㅎ!! 그..꺼읍!? ”

 

“ ?! ”

 

“ 아 그!! 디... 디저트 먹을래요?! ”

 

“ 아 네 ㅎㅎ ”

 

말하면서 긴장이 풀렸을까 난 분명히 그녀의 트름소리를 들었다.

 

“ 혹시 배부르세요? ”

 

“ 아~ 배부른데 디저트를 좋아해서 ㅎㅎ ”

 

어느정도 배가 찬 나는 가볍게 디저트를 시켰다.

 

[ 초코 티라미슈 1조각, 커피 1잔 ]

 

반면 그녀는 조금 고민하 듯 손으로 입을 가린채 메뉴판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 바닐라쉐이크 맛있어요 ”

 

“ 아!! 아 그래요? ”

 

메뉴를 고민하는 그녀에게 가벼운 바닐라쉐이크 하나를 추천했다.

 

“ 그럼~ ”

 

[ 치즈케익2조각, 딸기케이크1조각, 바닐라쉐이크 1잔 ]

 

“ ?! ”

 

 

그녀가 시킨 메뉴를 뚫어져라 보는 나를 향해 팔을 양옆으로 흔들며 얼굴을 붉힌다.

 

 

“ 아 저 디저트 되게 좋아해서요! ”

 

 

“ 아~ 잘 드시니까 보기 좋네요 ㅎㅎ ”

 

 

케이크가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본격적으로 포크를 집더니 케이크를 집어 들어 입 안으로 곧 장 집어 넣었다.

고기를 먹을때와 같은 속도 아니 어쩌면 더 빠르게 케이크를 먹고 있다.

 

디저트를 거의 다 먹어갈 때 쯤 그녀는 뭔가 불편한지 배 근처를 만지작거리며 엉덩이를 들썩였다.

 

“ 역시 000씨와 같이 밥 먹으면 안 외롭고 좋은 거 같아요! ”

 

“ 저도 그렇습니다. ”

 

 

그렇게 그녀와 2시간가량 밥을 먹고 세계의 연결을 끊었다.

일주일에 두 번 만나는 것도 힘든데 그녀와 같이 있으면 몸이 피곤하더라도 각성상태가 된 것처럼 즐거웠다.

 

그녀와 호감도를 비교하고 싶었지만 알 수 없는 물음표만 가득해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적어도 난 그녀에게 호감이 가득하다는 것

 

 

 

 

 

 

 

 

 

 

[ 강아름님 메시지 ]

 

오늘 그녀와 같이 한강으로 가기로 했다.

물론 또 가상세계에서

 

 

“ 아 000씨 오셨네요! ”

 

“ 아 죄송해요 늦었죠... ”

 

“ 아니에요! 자! 김밥이요! ”

 

“ 어? ”

 

“ 제가 직접 싼 김밥이에요!! 어설프지만... ”

 

그녀가 메고 온 백팩 안에 호일로 감싼 김밥 두 줄을 나에게 건냈다.

 

“ 곧 배달 되실거에요! 예약했거든요~ 헤헤 이제 어느정도 능숙하지 않아요? ”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통로 안으로 드론이 김밥 두 줄을 배달했다.

 

“ 와 감사드려요! ”

 

“ 헤헤 제가 더 고맙죠! ”

 

식사를 마치고 우리 둘은 2인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자마자 안장이 올라와 실제로 내 몸과 비슷한 힘을 실으면 바퀴가 회전하며 앞으로 나갔다.

 

“ 흐음.. ”

 

그녀와 만나고 운동을 조금 소홀하게 했던 탓일까? 평소보다 페달이 무거웠다.

역시 여자들은 힘이 없어서 어쩔 수 없나... 흠 여성의 하체 근력은 남자와 똑같다던데 아닌가보네

 

 

 

“ 오늘도 즐거웠어요! ”

 

 

“ 네 조심히 들어가요~ ”

 

 

산들산들한 노란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오늘도 예뻤다.

 

 

 

[ 강아름님 메시지 ]

 

 

“ 정말 저랑 디저트 뷔페 가고 싶으세요? ”

 

“ 아 네 ㅎㅎ 처음 가기도 하고 궁금해서요! ”

 

“ 와 정말요! ”

 

그녀는 온몸으로 기뻐하면서 날뛰었다.

 

“ 여기 치즈뷔페 저번에 포장해서 먹어봤는데 완전 대박이에요! 일반 치즈가 아니라니까요?! ”

 

“ 아 그리고 여긴 초코랑 딸기가 특히 맛있어요! ”

 

 

나를 향해 폴짝폴짝 뛰면서 음식점을 가르키고 있다.

그 모습은 마치 단 것을 좋아하는 영락없는 어린아이

귀여웠다.

 

“ 아!! 그리.. 후우 고!! 여기 빵집도 대박이에요! ”

 

“ 어 ㅎㅎ 진정하세요 진정! ”

 

흥분한 그녀는 얼마지나지 않아 방전된 건전지처럼 손을 무릎으로 향해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 벌써 그렇게 힘 빼시면 ㅎㅎ ”

 

“ 그으... 배고파서 그래요!! ”

 

조금 화내듯 소리친 그녀가 귀여웠다.

 

 

 

처음 간 곳은 치즈뷔페 바케트 빵에 라끌렛치즈를 듬뿍 올려 빠른 속도로 먹어치운다.

 

“ 잘 먹네요~ ”

 

“ (마햐야~ 뺘랴먀갸야!) 뭐해요! 빨리먹어요! ”

 

다음은 초코, 딸기가 가득한 뷔페에서 초코시럽이 듬뿍 뿌려진 케이크 위에 촘촘하게 딸기가 올라가 있다.

 

“ 아 ♥ 맛있어요~ ”

 

“ 그러게요 ㅎㅎ ”

 

이어서 빵집에서 브리첼, 소보로, 롤케익, 카스테라, 크림빵, 피자빵...

 

“ 아름씨 이 빵은 뭐에요? ”

 

 

“ 아! 공갈빵 안에 생크림을 듬뿍 넣은 안공갈빵이요 ㅎㅎㅎㅎㅎ 웃기죠 이 가게에서만 팔아요 ”

 

음 그리고 안공갈빵까지 전부 먹었다.

 

 

마치 대식유튜버를 실시간으로 구경하고 있는 거 같네

이렇게나 많이 먹는데 살도 안 찌고 잘 버티네

 

그녀와 즐거운 데이트와 의문점이 겹칠 때 데이트는 끝이나고, 왠지 모를 공허함에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

 

[ 벌떡 ]

 

나는 다시 침대에서 일어나 서둘러 고글을 쓰고 ‘강아름’의 프로필을 다시 조회했다.

 

“ 절대 아닌데 그렇게 많이 먹는데 ”

 


그녀의 식성과는 다르게 터무니없는 모습

 

“ 하 보고싶다... ”

 

보고싶어도 그녀 역시 고글세계에 빠져 분명 어색한 정적이 흐르고 그녀와 쌓아온 관계도 끝나겠지

 

다른 여성과 만났을 땐 내가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현실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지금은 현실모습도 보이지 않은 채 계속해서 만남을 이어가자니 힘이 빠질 것만 같았다.

 

 

 

 

 

 


 

 

 

 

[ 강아름님 메시지 ]

 

 

“ 000씨 오늘 안색이 안 좋으시네요? 무슨 일 있어요? ”

 

...

 

 

“ 후우... 후웁... 더 먹을까요? 조금 배부른데 ”

 

“ 아름씨가 좋아하는 디저트집 찾았는데 그쪽으로 가시죠? ”

 

“ 네에... ”

 

 

“ 꺼으읍!? 꺼윽 죄송해요 참고 싶은데 계속 트름이 나오네요 ”

 

“ 아 괜찮아요 ”

 

 

 

 

 

 

다 부질없다. 매일 똑같은 하루

음식양은 계속해서 늘어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 강아름님 메시지 ]

 

 

“ 후우... 오늘은 조금 가까운 곳으로 가실까요? ”

 

“ 네~ 그러죠 ”

 

“ 후윽! 저기 후으 그... ”

 

 

“ 아 죄송해요 엘리베이터로 가실까요? ”

 

“ 하하아 아뇨 저는 운동삼아 올라갈테니 걱정마세요!! ”

 

“ 저 아름씨 ”

 

“ 흑! 후... 네? ”

 

“ 저희 고글 서계말고 실제로 볼까요? ”

 

“ ...ㄴ...ㄴㅔ??? ”

 

“ 역시 싫으시죠? ”

 

“ 아 ㄱ... 그게 ”

 

“ 사실 전 이 가짜세계가 싫어요. 제가 시대를 받아드리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적어도 저는 ... ”

 

“ 죄송합니다 ”

 

 

나는 이 말을 끝으로 억지로 고글을 벗었다.

 

부질없다. 이 가짜세계

내가 받아드리지 못하니까 고글을 쓴 사람한테만 피해만 끼치네...

 

“ 하 ㅆ... ”

 

 

 

 

 

 

[ 강아름님 메시지 ]

 

...

 

[ 강아름님 메시지 ]

 

 

[ 강아름님 메시지 ]

 

 

[ 강아름님 메시지 ]

 

 

 

...

 

 

 

 

 

[ 강아름님을 차단하겠습니까? ]

 

“ 예 ”

 

 

...

 

 

 

 

 

 

[ 정말 BBW.VISION ver.191919를... ]

 

“ 예! 시발 예! 예!라고!!! ”

 

 

 

 

 

 

아름씨와 만나면서 즐거웠던 추억은 내 충동적인 생각, 그 세계에서 억지로 끄집어 내고 싶은 욕망, 그리고 그녀의 실제모습을 보고 싶은 충동

 

오로지 내 욕심 때문에 나를 좋아해주고 아껴주는 여자에게 상처만 줬다.

왜 내가 좋아하지 못했지? 결국 가짜세계에서 나도 잘 즐겼잖아

 

병신같은 놈

 

 

 

그녀 생각에 잠이 오지 않는다. 차단하지 않았으면 그녀에게 오히려 독인걸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지만 후회스럽다.

 

돌아가면... 잘 할 수 있을까? 

 

 

“ 뭐래 ... 못 하지 ”

 

 

[ 쿵... 쿵... ]

 

 

“ 아 십... 대낮에 왜 또 쿵쿵거리는데 ”

 

 

[ 쿵...!! 쿵!!! ]

 

“ ... 드럽게 느리네 ”

 

 

[ 쿵!! 쿵!!!! ]

 

“ 허읍..... 허억!!!! 후우..... 여...기이...인가? ”

 

 

“ 아 진짜 시끄럽네...빨리 지나가라 ”

 

 

 

 

 

 

 

 

...........

 

 

 

 

 

 

..........

 

 

 

 

 

 

 

 

 

 

 

 

 

 

 

“ 이름 강 아름~ 그리고 ”

 

“ 아 답답하네 정말! 너 패스랑 연동하면 그냥 딸깍으로 인증 되잖아!!! ”

 

전 남자친구는 바람피고, 전전 남자친구는 사귀자마자 돌변해서 괴롭히고...

지겨웠다. 더 이상 상처입기 싫었다. 그리고,

 

“ 아 어려워!!! 정말 고글 써야해? ”

 

이 지긋지긋한 고글!!

 

“ 너 연애하고 싶다며 ”

 

“ 그래도... 고글의 힘을 빌리는 건 좀 그래 ”

 

내가 기계치라 싫은 것도 있지만... 믿음이 가지 않았다

아무리 고글로 원하는 상대와 만날 수 있어도 그게 정말 그럴까?

 

“ 아 해봐 좀! 저기 남자 괜찮아 보이네 가봐! ”

 

[ 툭! ]

 

“ 아악!! ”

 

“ 아이고 미안 기스났네 ”

 

아직 고글을 착용하지 않았는데 갑작스럽게 친구가 떠미는 바람에 고글이 떨어졌다.

 

“ 이씨 이거 얼마짜린데! 액정기스!! ”

 

“ 바보야 기스 안나 그리고 고장도 빨리! 어서 가봐!! ”

 

“ 후우 그래 해볼게! ”

 

 

 

밑저야 본전이지!! 이번이 마지막이다! 강아름!

 

 

 

“ 안녕하세요!! ”

 

 

 

 


 

“ 으... 처음 해보는 고백이지만 다행히 잘 넘겼다! ”

 

나는 침대로 다이빙해 발을 베개를 잡고 발을 동동 굴렀다.

 

“ 아바타셋팅 어떻게 하는거지? 자동으로 된다고 하는데...? ”

 

친구가 알려준 그대로 메뉴에도 들어가 셋팅도 해보고, 고글에 안내에 그대로 따라 해봤지만 아바타가 작동하지 않았다.

 

“ 아 난 이런거 몰라 안해!! 고장났나? 자동으로 된다며!! ”

 

“ 하이고글 아바타 셋팅 ”

 

[ 아바타셋팅 완료 ]

 

“ 똑같잖아... 안해! ”

 

“ 아 맞아!! 연락해야지 ”

 

 

“ 000씨께 메시지 보내기!! ”

 

 

 

 

 

[ 메시지 전송완료 ]

 

“ 으악! 해버렸다 ”

 

 

 


[ 뚜르르르르 ]

 

“ 여보세요~ ”

 

“ 뭐야 강아름~ 목소리 좋아보인다? ”

 

“ 응! 이번에 만나는 000씨 완전 친절해! 말도 잘 들어주고... ”

“ 잘 해봐~ ”

 

 

[ 메시지 수락 ]

 

 

“ 아 잠깐만! ”

 

“ ㅎㅎ 000씨! 식사 하셨어요!? ”

 

“ 아 아니요! ”

 

“ 아 그럼 여기 고깃집으로 가실까요? ”

 

도착 후 메뉴를 시키고 나는 익숙한 듯 배가 불러도 그와 대화를 이어나가며 음식을 먹었다.

 

 

그와 만난 지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광장에 보이는 음식점들을 마치 던전을 도는 것처럼 차례대로 클리어하고 있다.

 

물론 내가 신청해서 수락하시는 거지만

자연스럽게 연락할 여건이 없었고 계속해서 밥 먹는 약속만 잡은 것이다.

 

아 그리고 나는 그와 몇 번의 만남으로 알 수 있었다.

정말 운명적으로 잘 맞는다는 걸

 

매일같이 지겨운 말을해도 지친 기색없이 받아쳐주고, 내가 취업이 어려워 힘들 땐 정보를 공유해주는 듬직함까지... 그리고

 

 

“ 잘 생겼잖아~ 꺄아아악! ”

 

“ 네? ”

 

 

“ 어!!! 악!!! 그 연애인 그... ”

 

단 걸 너무많이 먹었나 나도 참 이런 말을...

 

“ ㅎㅎㅎ 아름씨 참 귀여우시네요 ”

 

“ ... ”

 

“ 즐거웠어요. ”

 

“ 어? 벌써요? ”

 

“ 아 네 시간이 그렇게 됐네요~ 다음에 또 봬요 ”

 

 

 

[ 종료 ]

 

 

 

 

그와 더욱 만나고 싶었다. 공원 산책, 카페에서 수다, 포토존 찾아다니며 사진 건지기 등 내가 하고 싶은 게 많았지만

 

 


 


“ 꺼그읍! 후 배불러 ”

 


먹는 걸 좋아하는 그를 맞추기 위해 나는 매일 같이 항상 그와 밥을 먹었다.

문제는 그와 같이 밥을 먹을 때 배불러도 계속 먹는다는 것

시각적으로 음식을 보고 먹어야 내가 얼마나 먹는지 알 수 있지만, 고글은 아무리 현실같이 보인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겠지

 

그렇게 약속이 끝나고 고글을 벗자마자 식탁앞에 놓인 접시에 뭍은 고기 기름과 생크림이 남아있을 뿐 전부 사라져 있었다.


“ 내가 이 많은 걸 먹다니!!! 살 찔 거야! 으아아아아아아악!! ”

 

 

 

일단은 진정하고 식탁위에 있는 접시를 반납하기 위해 회전초밥처럼 접시를 쌓고 싱크대로 향했다. 그 후 내가 먹은 접시를 직접 닦으며 먹었던 음식들을 스스로 되돌아보고 있다.

 

“ 이렇게나 많이 먹었다니 ”

 

한 접시, 세 접시, 쌓였던 접시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 후 근데 왜 이렇게 심장이 빨리 뛰지? ”

 

간단한 설거지를 할 뿐인데 팔뚝살이 흔들거리고 싱크대 앞에 몸을 기대면 뱃살이 에어백처럼 내 몸을 지탱하고 있다.

 

무엇보다 조금만 움직여도 설치류처럼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다.

 

 

 

“ 진짜! 다이어트 해야해! ”

 

 

 

 

....

 

 

 

 

 

 

 

 

“ 후우 오늘은 조금 자제해야지! ”

 

오랜만에 요리를하기 위해 앞치마를 매는 중 문제가 발생한다.

 

“ 아우 이 뱃살 어떡해!! 흐읍! ”

 

그와 매일 만나며 배부르게 먹은 후 마치 기록이라도 한 듯 지방이 내 몸에 점점 쌓여만 갔다.

 



 

임산부처럼 가슴보다 앞으로 튀어나온 배는 갑작스럽게 살이 찌면서 갈 길을 잃은 당황한 지방들이 모여 급히 만든 결과물이다.

 

“ 000씨는 2줄~ 나는... 5줄! ”

 

[ 메시지 수락 ]

 

 

“ 어! 빨리 빨리!! ”

 

...

 

 

“ 아름씨가 만든 김밥 최고였어요 ㅎㅎ ”

 



 

“ 감사합니다!! 헤헤 ”

 

 

[ 종료 ]

 

“ 아이 부끄러워!!! 진짜 ”

 

그는 내가 만든 김밥을 맛있게 잘 먹어줬다. 소화도 할 겸 한강에서 대여하는 2인용 자전거를 타자 제안했지만 그때 거절했어야 했는데...

 

“ 내가 무거워서 힘들어 하는거 봤지? 강아름! ”

 

[ 무슨 문제 있으신가요? ]

 

“ 아 맞아 고글! 나 다이어트 하고싶어! ”

 

[ 강아름씨의 최근 식사패턴을 분석해 다이어트 일정을 짜봤습니다 ]

 

“ 좋아! ”

 

...

 

“ 음... 하루에 수영 5시간... 아니면 런닝.. 뭐 8시간? 장난해?! ”

 

[ 강아름씨의 하루섭취 칼로리와 기하학적 체중증가를 억제하려면 필요한 양입니다 ]

 

“ 거짓말!! ”

 

 

[ 근 두 달간 체중 증량은 하루 평균 0.45kg... ]

 

“ 조용! 하여간 이 기계는 못하는 말이 없어! ”

 

바보같은 고글을 소파에 옆에 던지고, 다리를 편하게 소파 받침을 위로 올리고 잠을 청했다.

 

“ 나도 알고 있다고... ”

 

소파에 체중을 실어 아래를 내려다 보면 축구공크기의 가슴 농구공보다 1.5배 큰 배가 숨 쉴 때마다 들썩거린다.

 

“ 일단 충분히 쉬고 일어나서 운동해야.... ”


 

...

 

 

 

 

[ 꼬르륵 ]

 

 

“ 으으... 몇시지 ”

 

거실이 어두운 걸 보니 000씨와 헤어진 후 바로 깊게 잠이 들어버렸다.

 

[ 꼬르르르르륵 ]

 

“ ... 000씨와 갔던 피자집 피자 먹고싶다... ”


“ ? 나 뭐라니? ”

 

돼지마냥 일어나자마자 먹을 걸 찾다니

소파에서 힘겹게 일어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는데 몸에 힘이 안들어갔다.

 

“ 흐으으그!!!! 후욱!! 휴... 배고파서 힘이 안나... ”

 

어쩔 수 없이 난 자기합리화를 하며 소파에 던졌던 고글을 쓰고

 

“ 고글 비떱 피자집 XL사이즈 3판만 주문해 줘 ”

 

[ 3판은 너무 많습니다. 현재 강아름님의 건강을 위해 ]

 

“ 아 오늘까지만 먹고 할게!! ”

 

[ 그럼 천천히 드시는... ]

 

배고파서 예민했는지 고글이하는 잔소리가 싫어 볼륨을 최대로 줄였다.

 

그 후 결과는 뻔했다.

 

피자를 한 입 먹자마자 게임에서 상태이상이 걸린 것처럼 내 몸은 멈추지 않고, 피자를 닥치는대로 삼켰다. 같이 온 콜라를 먹지 않아도 입에서 나오는 군침만으로 기름진 피자를 계속해서 삼키는데 충분했다.

 

 

“ 벌써 한 판밖에 안 남았네... ”

 

결국 모든 피자를 먹어치우고 배달 온 2L 콜라를 3번에 걸쳐 먹어서야 내 배는 만족한 듯 꾸루룩 거렸다.

 

“ 아흑 배불러... 소화하고 정말 운동해야지! ”

 

 

 

 

...

 

 

 

 

[ 메시지 수락 ]

 

 

다이어트는 처참히 실패했다.

몸은 무거워지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차고, 그 반동으로 나는 먹을 걸 원했다.

 

현실에서 친구를 만나지 않은 지 벌써 4달이 지났다.

고글로 매일 연락은 하지만 계속 현실 만남을 거부하는 내가 얼마나 짜증날까

 

일단 오늘은 로또 맞은 날이다.

 

“ 정말 디저트뷔페 같이 가주실 거에요?”

 

000씨는 단 음식, 디저트를 좋아하지 않지만 나를 위해 같이 가준다니!

거리에 들어서자마자 가게 간판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매우 흥분해버려 그의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폴짝폴짝 뛰었다.

 


한 10번 정도 뛰었을까?

 

“ 후욱... 후우... ”

 

“ 아름씨 괜찮아요? ”

 

“ 아 네네!! 너무 좋아서요!! ”
 
이 저질체력은 100kg가 넘는 살덩이를 움직이느라 금방 방전되면서 그 반동으로 내 식욕은 솟구쳤다.

 

이렇게 돼지같이 먹는데도 그는 나를 좋아할까?

 

“ 아름씨 천천히 드세요! ”

 

“ 000씨도 빨리 드세요!! 얼마나 맛있게요~ ㅎㅎ ”

 

너무 맛있어!! 배고파!!! 점점 배가 빵빵해지며 옷을 접은 바지가 달리면서 흘러내리는 것처럼 내 옷은 중력을 거스르는 듯 위쪽으로 올라간다. 

 

배가 빵빵해지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그의 앞에서 내가 한계까지 먹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왜? 내가 음식을 많이 먹을 때 더욱 사랑스럽게 칭찬하니까 ♥

 

더... 더 해줘요 더 칭찬해줘요!

 

“ 우와 아름씨 배 안 부르세요? ”

 

내가 먹은 만큼 아낌없는 칭찬을!!

 

“ 아름씨? ”

 

더 먹을 수 있어!! 더!!! 더!!!!!!!!!

 

“ 어 연결이 끊겼나? 아닌데... 여보세요?! ”

 

“ 꺽? ”

 

“ 아아 안 들려요? ”

 

“ 꺼어어어어억!! ”

 

“ 어.... ”

 

“ 아 아이고 죄송해요 제가 눈치가 없었네요 ㅎㅎ ”

 

“ 아!!!! 아 아 그, 이게 무슨 빵인지 알아요?? ”

 

“ 네? ㅎㅎ 뭔데요? ”

 

 

“ 이게 원래 공갈빵인데 안이 가득 차 있는 안공갈빵이에요!! ”

 

이유도 참 돼지같네

내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시원하게 트름이나 하고...

 

 

 

“ 오늘도 즐거웠어요 ㅎㅎ ”

 

 

 

 

[ 종료 ]

 

 

 

 

“ 꺼어어어어엉억!!! 꺼억!!! 후욱.... 후웁... ”

 

[ 흔들 흔들 ]

 

 

“ 어??? 어??? ”

 

 

현실로 돌아오자 1인용 식탁에 묘기를 부리듯 쌓인 접시가 위태위태하더니

 

 

[ 쨍그랑! ]

 

그만 식탁 아래로 떨어져 접시가 깨지고 말았다.

 

적어도 20접시 이상 쌓인 거 같은데 이게 세 줄이니까

난 거의 디저트만 100접시를 먹을 수 있는 대식가라는 뜻이다.

 

“ ... ”

 

깨진 접시로 인해 온 집안이 조용해졌을 때 내 배에서는 계속해서 소화되는 소리가 시계침처럼 꼬륵꼬륵 거리고 있다.

 

설거지를 하기위해 반동을 이용해 앞 뒤로 몸을 2번정도 흔들고 힘들게 일어난다.

 

[ 쩌어어억! ]

 

앉아있던 의자에 본드를 발라놓은 듯 엉덩이를 들자마자 가죽과 엉덩이 살이 의자에서 천천히 분리됐다.

 

 

“ 하아.... 후우.... .... ”

 

이런 모습을 그는 좋아할까?

 

그를 만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임신하지 않았는데

그와 만나면서 매일 행복한 즐겼을 뿐인데

 

 

 

...

 

 

 

[ 메시지 수락 ]

 

 

“ 000씨 좋은 하루에요! ”

 

“ ...네 ”

 

“ 어 기분 안 좋은 일 있어요? ”

 

어느 순간부터 그는 나와 만나는 게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그가 좋아하는 가게를 가도, 내가 많이 먹어도 그는 이제 예전처럼 해맑게 웃어주지 않고,

내가 떡하니 앞에 있는데 고글을 만지작거리며 내가 알 수 없는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

 

 

“ 000씨 역시 뭔가 있죠? ”

 

“ 아... 죄송해요 제가 요즘 번 아웃이 왔나 기분이 썩 좋지가 않네요 ”

 

“ 아 그럼! 오늘은 일찍 들어가시고 나중에 또 봬요! ”

 

“ 네... ”

 

 

 

 

[ 종료 ]

 

 

 

 

“ 뭐가 문제지 ”

 

힘없이 고글을 벗는다.

 

“ 입맛이 없어 20접시도 못 먹었네 ”

 

평소보다 적게 먹은 탓일까 내 배는 경고를 하며 더욱더 꼬르륵 소리를 크게 내며 밥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 기다려... 이따 먹을게... ”

 

나는 땀에 찌든 고글을 다시 쓰고 내 아바타를 눌러 조회해봤다.

 

“ 설마 최신화가... ”

 

불안한 마음에 서둘러 아바타 설정으로 들어간다.

그러자 네모난 초록색 배경에 가득 차 있는 사람 형태의 살색이 보인다.

 

“ 설마 설마!!! ”

 




“ 미친... 언제 갱신된거지!? ”

 

잠에 깊게 들었을 때 무슨 경고메세지를 눌렀던 거 같은데 이거였다.

소파에서 갑작스럽게 잠들었을 때 배에 고글이 눌렸는데 아마 거기서 뱃살이 경고메세지를 수락 한 거 같았다.

 

 

“ 그치... 이런 뚱뚱한여자를 누가 좋아해 ”

 

[ 꼬르르륵 ]

 

“ ... ”

 

...

 

“ 하이고글 ”

 

[ 네 ]

 

“ 내가 북마크 한 가게음식들 전부 배달시켜줘 ”

 

 

 

 

 

....

 

 

 

 

[ 메시지 수락 ]

 

 

“ 하아... 후욱... ”

 

이젠 매일은 아니지만 다행히 그와 연락은 끊기지 않았다.

아니 오늘이 마지막일 줄 누가 알았겠나

 

계단 한 칸 올라가는데 5초... 10초... 17초... 걸리는 뚱보를 누가 좋아하겠나

 

“ 후우! 후우!!! 000씨 후우... ”

 

 

“ 아 죄송해요 엘리베이터로 갈까요? ”

 

절대 싫다.

 

“ 아뇨!! 운동삼아... 갈... 게요!! ”

 

“ 아름씨 ”

 

“ 네 ? ”

 

“ 저희 고글말고 현실에서 볼까요? ”

 

“ ... 네? ”

 

“ 역시... 싫죠? ”

 

“ 아니 그...게... ”

 

“ 사실 전 이 가짜세계가 싫어요. 제가 시대를 받아드리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적어도 저는 ... ”

 

 

“ 죄송합니다 ”

 

“ 000ㅆ! ”

 

 

[ 종료 ]

 

 

“ 어? ”

 

너무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말

 

‘ 현실세계 ’

 

“ ... 왜지... ”

 

모르겠다. 이런 뚱뚱한 몸을 현실에서 보면 얼마나 더럽고, 역겨울까

자신없었다.

 

이 커다란 살덩이로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현실에서 만날 수 있지?

 

“ 하... ”

 

...

 

내가 뭐가 예쁘다고... 조금이라도 날씬했을 때 볼걸

커피 마실 때 내 모습을 왜 숨겼지...

 

모르겠다

 

 

배고프다

 

 

엄청

 

 

“ 하이고글... ”

 

[ 네 아름님 ]

 

“ ... ”

 

 

 

 

 

...

 

 

 

 

 

 

 

 

 

[ ‘친구’ 님께서 방문했습니다. ]

 

“ 여얼어.. ”

 

 

 

“ 으윽 기름냄새! 아름아! ”

 

 

“ 후웁 후욱!! ”

 

“ 야 거기있어? ”

 

“ 꺼윽! 응... 여깄어 ”

 


“ 아ㄹ... 이게 대체... ”

 

“ 너 안보는 사이에 키가 작아졌네에? ”

 

“ 무슨 소리야!! 너가 뚱뚱한거야! ”

 

“ 아~ 그것도 맞아 ”

 

 

 

 

 

그에게 아무리 메시지를 보내도 어느 순간 읽지도 않았다.

그리고 난 차단당했다.

 

외롭고, 괴로운 마음에 음식으로 감정을 호소하면서

배부른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계속 먹다보니

 

지금은 거동하기 힘들 정도로 살이찌고 말았다.

 

그리고 친구에게 내가 이렇게 살찐 이유를 말해줬다.

물론 그 때문이 아닌 내가 의지가 약해서, 바보 같아서 살쪘기에 전부 내 잘못이라 실토했다.

 

 

 

“ 후우... ”

 

“ 헤헤 그래서 이렇게 살쪘지 모야~ ”

 

“ ... ”

 

친구는 고민하는 듯 고개를 숙이고 다짐이라도 한 듯 나에게 달려왔다.

 

“ 하윽!! 배 누르지마 ”

 

“ 거기 고글 줘봐! ”

 

내가 올려 쓰고 있는 고글을 낚아채더니 곧 자신의 고글과 번갈아가며 쓰며 이것저것 만지고 있었다.

 

“ 야 뭐해에에 내 땀 더러워 ”

 

“ 기다려!! 알아!! ”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 까

 

“ 야 ㅋㅋ 아름아 ”

 

“ 냠냠... 흐읏?! 차가워! ”

 

“ 야 야 네가 뜨거운거야. 보기나 해 ”

 

친구는 재밌는 걸 먼저 본 듯 실실 웃으며 뒤꿈치를 들고 내 배에 기대 내 고글을 머리에 걸었다.

 

“ ... 정말일까? ”

 

“ 정말이야~ 차단해도 다 방법이 있어! ”

 

“ 넌 정말~ 흐아아아앙 ”

 

“ 야! ㅋㅋㅋㅋㅋ 울지마 우와 흔들리는 거 봐 ”

 

 

 

 

“ 그래서 어쩔 거야? ”

 

 

 

 

 

 

 

[ 쿵!! 쿵!!!! ]

 

“ 12층입니다. ”

 

[ 쿵!!! 쿵!!!!!! ]

 

“ 1207호... 1207호 후.... 우후우..... ”

 

[ 쿵!!! 쿵!!!!! ]

 

“ 후욱... 1207호!! 여기다하.... 하아... 하아... ”

 

[ 철컥 ]

 

“ 저기 조심히 지나가시... 누구시죠? ”

 

“ 000씨 ♥ ”

 

 

“ 어? 아름씨? ”

 

“ 맞아요 저에요 ㅎㅎ ”

 

“ 근데 어떻게? ”

 

 

내 앞에 증기를 뿜으며 헐떡이는 거대한 여성이 아름씨라고?

 

 

“ 고글... 후우.... 후욱!!! ”

 

“ 아!!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죠! ”

 

“ 네엡... 후욱!!! ”

 

억지로 구겨신어 망신창이가 된 운동화를 어린아이처럼 던진다.

 

“ 죄..죄송해요 제가 신발을 못 벗어서... ”

 

“ 아 아니에요!! 들어오시죠!! ”

 

“ 후욱!! 우... ”

 

그녀는 힘들게 무거운 몸을 이끌고 거실로 향하자 오아시스를 본 것처럼 거대한 엉덩이를 들이밀며 소파를 잡아먹었다.

 

“ 하아... 휴유!!! 드디어... 만났어요!! ”

 

분명 얼굴은 아름씨인 거 같은데 아니 어떻게 이런일이 일어나지?

나는 방에 있는 고글을 가져와 그녀를 스캔했다.

 

 

“ 뭐... 뭐야? ”

 

아름씨에게만 보이는 이 증상 분명했다.

이 사람은 강아름이 맞다.

 

“ 000씨 정말 죄송한데.. 마실 것 좀... ”

 

“ 아!! ”

 

서둘러 냉장고로 이동해 2L짜리 생수를 그녀에게 통째로 건냈다.

 

“ 감사합니다! ”

 

그 즉시 연료를 주입하듯 쉬지 않고 생수를 먹어치우고 있다.

 

“ 캬아!!! 음료ㅅ... 아아!!! 아니 뭐라는거야!!! ”

 

“ 저... 저기... ”

 

“ 아! 죄송해요!!! 엄마야!! 소파 어떡해!!! ”

 

그녀의 반응을 보니 뒤늦게 이성을 되찾은 듯 이리저리 둘러보며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 하하!! 괜찮습니다!! ”

 

 

“ 아!!! 네!! ”

 

마치 처음 만났을 때처럼 서로 말을 부드럽게 이어가지 못했다.

 

“ 000씨 오랜만이네요. 하하!! ”

 

“ 하하 그러게요~ ”

 

“ ... ”

 

“ ... ”

 

“ 뭐... 뭐라도 시킬까요? ”

 

“ 어.. 네! 뭐 그러죠! ”

 

그녀는 어깨부터 이어진 끈을 앞으로 돌리면서 당기더니 이내 엉덩이에 있던 작은 가방에서 고글을 꺼냈다.

 

“ 혹시 뭐 드시고 싶으세요!? ”

 

“ 아 ㅎㅎ 저는 목살 2인분... ”

 

“ 목살 2인분! 공깃밥1인분! 된장찌개! 맞죠? ”

 

“ 아 네! ”

 

“ 헤헤 저 기억력 좋아요! 먹을 건 특히나! ”

 

그녀는 능숙한 듯 거구에 걸맞지 않은 손놀림으로 음식을 시키고 있다.

 

“ 고글 알지? 내가 항상 먹던 거~ ”

 

[ 네, 알겠습니다 ]

 

“ 아 내 정신좀 봐!! 목살 2인분 공깃밥 1인분 된장찌개도!!! ”

 

[ 접수했습니다 ]

 

“ 휴우!! ”

 

“ ㅎㅎ 아름씨 확실하네요 ”

 

“ 네에? ”

 

“ 아 아니에요~ ”

 

“ 헤헤 ”

 

가상세계가 아닌 현실에서 그녀의 온기와 냄새가 그대로 느껴진다.

그리고 아바타와 똑같은 얼굴,

다른 몸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 음식이 도착했습니다 ]

 

“ 야호!! ”

 

드론이 도착하고, 식탁에 전달하자 그녀는 야바위 하듯 음식을 순식간에 삼킨 후 다른 드론을 기다리듯 출구를 하염없이 보고 있다.

 

“ 역시 잘 드시네요 ㅎㅎ ”

 

“ 그쵸!! 헤헤~ 어 왔다! ”

 

자연스럽게 음식이 오자마자 예전 가상세계에서 만났던 것처럼 말이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예전에 먹었던 음식점이 없어져서 그리웠다는지 등

 

“ 맞아요!!! 아 한강 또 가고 싶... 부윽! 다!! ”

 

그녀가 먹은 음식에 가스가 올라올 때마다 고개를 돌리고, 몸에 걸맞지 않은 작은 트름을 연속해서 하고 있다.

 

“ 아름씨가 해준 김밥 맛있었는데~ ”

 

“ 또 해줄게요!! 얼마든지!! ”

 

그렇게 1시간... 2시간... 3시간이 지났다.

 

5시간이 지나고...

 

“ 부흑.... 윽.... 후우... 다 먹었다~ ”

 

그녀가 음식을 먹는 동안 나는 열심히 주방에 접시를 옮겼다.

마치 결혼식뷔페에서 300명의 예약 손님이 왔다 간 듯 접시로 어린아이 4명이 들어갈 정도의 집이 완성되었다.

 

“ 키야~~ 맛있었어요!!! 000씨도 맛있었죠? ”

 

“ 아... ㅎㅎ 아름씨가 드셔서 못 먹었어요 ”

 

“ 어? 네? 제가요? 그러고 보니... 헉!!! ”

 

 

그녀는 그제야 잘못된 점을 깨닫고 부끄러운 듯 통통한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가린다.

 

“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아 정말 제가 미쳤나봐요!!! ”

 

“ 아닙니다~ 좋았어요 ”

 

“ 정말요? ”

 

“ 그럼요 ㅎㅎ ”

 

“ 헤헤 항상 제가 잘 먹으면 좋다고 해주셔서 좋아요. 저도... ”

 

“ 좋아해요. ”

 

 

“ 네? ”

 

“ 어 그... 그!!! 좋아해요!!! ”

 

그녀의 갑작스러운 고백

 

“ 그...그게 죄송해요!!! 제가 너무 좋아해서... 막... 친구가!!! 제 고글을 뺏고!!! 000씨 개인정보를 열더니!!! 호감도.... 아 아!!! ”

 

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대충 추려보면 나를 향한 호감도를 본 것 같았다.

차단한 나를 이렇게까지 좋아할 줄은 정말...

 

“ 아! ”

 

“ 어... 으읍?! ”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고글을 스캔해 상태를 확인했다.

 

[ 무결점검사 중 데이터 크랙발견... ]

 

“ 하... 하하!! 하하하하하!!!! ”

 

여태까지 의문점이 해결되며 나오는 웃음

 

“ 뭐가 그렇게 좋아요? ”

 

“ 아름씨가 바로 앞에 있어서 좋네요 ”

 

“ 으읍 가까워요... ”

 

여태까지 뜨던 오류가 않았던 것은 단순한 크랙이었다니...

참 나도 바보네

 

“ 잠깐 잠... 꺼으으윽!! ”

 

따뜻한 바람이 내 얼굴을 스쳐 지나간다.

 

“ 아아....우욹?! ”

 

뚱뚱하지만 부끄러워하지 않고, 먼저 다가와 용기내어 고백한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다. 지난날에 잘못을 뉘우치고 싶다.

 

그녀의 두툼한 입술에 나도 모르게 돌진해버렸다.

그러자 나를 잡아먹을 듯 그녀의 청소기처럼 내 입을 환영했다.

 

“ 아름씨 데이트 계속할까요? ”

 

순간 그녀의 얼굴이 급속도로 빨개지며 몸을 들썩인 순간 소파에서 땀 때문에 안 그래도 반만 걸쳐 있던 엉덩이가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미끄러져 바닥으로 낙하한다.

 

[ 쿵!!!!!!! ]

 

 

“ 네... 배고파요♥

 











다들 주제 추천해줘서 고맙다. 반영 못한 건 미안...


오랜만에 써서 미흡한 부분 많음

내용 이해 어렵거나 아쉬운 거 있으면 말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