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속보


괴미챈 구독자 일만 명을 축하드리며, 챈글을 즐겨 읽는 호러 마니아로서 부족하게나마 창작한 엽편입니다. 무슨 내용을 써야 하는지 솔직히 고민이었는데 그냥 생각나는대로 일단 끼적였습니다. 그냥 대충 넘겨짚듯이 봐 주셔도 감사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물서미》




"밤낚시는 또 그것만의 매력이 있다지요, 그치만시로 거게 서 있는 것이 살았던지 죽었던지 다가가지는 말아야 할 터인데요..."


용 씨가 언젠가 남긴 말이다. 을촌(乙村)에서 낚시품을 근근이 팔아먹고 살던 용 씨가 일을 멈춘 것은 거의 육 년 전의 일이다. 여섯 살 처음 을촌에 들었다는 그는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격언'같은 것을 궁시렁거리곤 했다.

그 때도 "이거는야, 울춘의 낙수꾼이라면요, 반드시 들어야 할른데요..." 하며 은근한 경고를 쥐어 들었던 것 같다.


늦은 밤의 저수지에는「물서미」라는 지점이 있다. 해가 뜰 적에 아무 일도 없다가 어둑시리만 내리면 요동을 치는 지점인 것이, 또 특이하기는 아주 특이하다.

주변을 아무리 보아도 잔잔한 파동 뿐이 흘러가는데, 그곳의 요동에서는 마치 거대한 구멍이라도 뚫린 마냥 서서히 아래로 빠져 들어가는 것이다.

그것도 어둑한 야밤에만 나타나니 참으로 기묘하다.


나도 몇 번인가 보았다.

종종 물찌가 결을 타고 그리로 흘러가는 것이 보인다. 그럴 때면 잽싸게 낚시줄을 끊어 내고는 잠시 묵념을 읊는 것이 예절이라고 배웠을 뿐이다.

사실 낚시꾼의 예절이라는 것은 굉장히 오묘해서 유래나 근원 같은 것은 둘 째 치더라도, 반드시 그것을 따라야 한다는 일종의 압박감을 주는 편이다. 용 씨조차 그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는 눈치였다. 이른바 세습 문화와도 같은 셈이렸다.


"고시레."


한 번은 그곳으로 음식을 던져 본 날이 있다. 그날따라 아까운 줄을 많이도 끊어 먹었다. 모기가 날아대니 혼자 기분도 잡치고, 차라리 귀신이라도 나오거든 뵈려는 속셈으로 떡을 조금 떼어다 휘익 던져 버렸다.


물곬 언저리 쪽으로 나쳐진 떡밥이 구멍으로 퐁당 들어가 사라지기까지 삼 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순식간에 흐름을 타고 가라앉는 광경은 또 처음 보는 것이다. 두어 번을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기분은 그럭저럭 쏠쏠하였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나왔다. 언젠가 특유의 능글맞은 표정으로 "그것이 말인데, 관심을 주어서야 아니 된다는데요, 무엇이 나타나는 게 하나 둘이어야지..." 중얼대는 용 씨의 한 마디였다.

나는 그의 얼굴을 후려 갈기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분명 별 생각 없이 던진 떡밥일 뿐이었건만, 그런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듣고 나면 미신을 믿지 않는 나로서도 찝찝한 것은 사실이다.


"—."


낚싯대를 돌렸다. 자리도 좋지 않거니와 느낌은 느낌대로 오묘하다. 온갖 벌거지의 사체로 뒤덮인 옷을 털어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닥에 널인 풀잎을 괜시리 다 흩어 놓고서야 발걸음을 돌리려는데,「부그륵—」하고 물이 빠지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곳이었다. 마치 숨을 쉬고자 하는 소리처럼, 부륵— 부그륵— 일정한 간격을 두고 물결이 끓어올랐다.


가물치 같은 어류가 수면에서 꿈뻑이는 소리는 몇 번이고 들어 보았지만, 이렇게 힘에 겨운 물결소리는 처음 듣는다. 어디선가 사람이 그곳에 빠져 잠기기라도 하는 듯 공포스러운 것이다.


이내 손전등을 돌리자, 그제서야 나는 소음의 정체를 똑바로 마주할 수 있었다. 용 씨—, 그의 잘린 목이었던가. 이곳저곳 퉁퉁 부어버린 용 씨의 검푸른 살거죽 사이로「부그르륵—」하며 물이 흘러나왔다.

자세히 보면 물서미로 떠오른 용 씨의 머리 아래쪽은 전혀 없다. 눈은 부릅뜨고 있지만 늘상 능글맞은 그 표정만은 숨길 수 있을 리 없다. 그것이 더욱 기괴함을 더했다.


"찬욱이 형님 아니시요, 찬욱이 형님— 왜 모가지는 놓고 가셨대요, 그것이 제 모개지만 놓구..."


심장이 뛴다. 완전히 부풀어 터질 듯한 용 씨의 목에서 그런 뒤틀린 소리가 몽글이며 들려 오거니와, 나는 더 이상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다. 이제는 그 형태를 유지하지도 못하는 용 씨의 목이 다시금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물결이 요동치는 소리, 용 씨의 능글맞은 웃음소리, 그리고 휩싸일 듯한 암흑의 소리. 그것들이 또다시 나의 공포를 자극하고 있었다.


"인제는요 다시 좀 건져올려 주시지요..."


나는 낚싯대를 떨어뜨렸다. 주절주절 떨리는 손으로 전등을 끄고 자리를 빠져나간 것은 조금 나중의 일이다. 그야말로 "여기로부터 도망을 쳐야겠다" 하는 생각 뿐이 가득했다. 어떻게 바깥까지 도망쳐 나왔던가 기억도 없다.


이튿날 후배 하나가 용케도 그 낚싯대를 보았는데, 어디 구석진 곳에서 고양이 사체와 함께 처박혀 있는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 녀석의 티끌없는 조소는 나를 두려움에 밀어넣기 충분한 것이었다.


"—처음 보구서는요 누구를 죽여놓은 줄이라도 알았시요, 하하. 어찌 이런 곳에 있었을까."


두려웠다. 그날 나는 죄책이라는 감정에 몸서리쳤다.





[2024.05.21] 金南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