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속보

머리말

 전편에 비해 나아진게 없다 생각함. 독자가 글에 감정이입이 되고, 생동감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표현을 모르겠음.

그리고 분량조절 또 실패함 ㅇㅅㅇ;;


4. 공평한 계약 2


 신관 남부 4층, 409호 강의실. 신입생 123명의 학교생활을 돕기 위한 오리엔테이션이 막 시작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지는 신입생들은 의자에 앉아 정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오리엔테이션시간 담당인 교사는 페릴공국 출신의 상위 마법사 하바네였다. 반무테 안경을 썼으며 붉은 빛이 도는 곱슬머리는 풍성했고, 상당히 피곤해보이는 인상이었지만 눈빛은 총명했다.


 하바네는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하기 전 3초 정도 신입생들의 인상을 살폈다.

‘이번 해 신입생도 마음에 안들어. 대부분 학교 이름표만 따려고 왔군. 빨리 끝내고 나가야지.’


“지금부터 모노리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하겠습니다. 안내사항에 앞서 이번 시간에 보조를 맡을 학생 두 명을 모시겠습니다.”


그 때,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학생 세 명이 들어왔다.


“엥 왜 세 명이지?”

 하바네의 언행과 일치되지 않자 신입생들은 순간 수군거렸다.


시설 안내담당 루시펠.


평가담당 에이렐.


썩은 표정의 지각생 바알.


 이 수상한 조합은 하바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바알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제도 입학식 도중 멋대로 나가더니, 자신에게 직접 데려오겠다고 했으면서 돌아오지도 않고 땡땡이를 쳤다. 루시펠은 뜻이 있으니 그러려니 해도 이 녀석은 글러먹은 것이 분명했다. 


 바알은 교사의 눈치가 따가워 몸 둘 바를 몰랐다.

“늦어서 죄송합니다아…” 

 길가다 웬수를 만난 것도 모자라 덜렁이같은 꼴을 보이다니 암울하기 그지 없었다.


억울한 바알은 눈물샘이 터지기 직전의 표정으로 후다닥 자리에 앉았다.


“커흛.”

루시펠.


‘저거 백이면 백 기침 아니고 비웃는 거잖아!’


 분노에 눈물이 쏙 들어간 바알이 째려보자 시치미 뚝 떼며 뒷짐을 지는 루시펠, 바알은 필사적으로 이성을 유지했다.


“예 뭐, 저희 학교는 첫번째로 학년제가 아닌 계급제입니다. 그렇다고 상명하복은 아니고  그냥 성적 증명서 같은거에요. 저희는 자유연구와 마법사로서 실력 향상을 장려하며 저희가 운영하는 강의는 그 것을 돕기 위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나불나불..”


 중간계의 마법사 등급체계는 상, 중 하위로 나누어져 있고 또 다시 3개 급으로 나뉘어져 있다. 모노리스는 이 계급체계를 따와 학생에게도 적용시켰다. 당연하게도 실제 마법사 등급과는 능력의 차이가 달랐지만 승급에 필요한 실적과 명예는 계급이 오를수록 커지는 것은 동일했다. 특별한 점은 잘못된 행동으로 인한 강등이 존재하는 점과 졸업을 위해선 상위 1급 달성이 필수라는 점이다.


그 때 갑자기 에이렐이 끼어들어 무용담을 꺼내듯 입을 열었다.

“하하! 고집좀 부리다가 강등을 1년에 세 번씩 먹은 적도 있었지요!”


“자랑도 독보적이구나, 에이렐.”


신입생들이 실망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하바네가 덧붙였다.


“저래보여도 학생회장 맞습니다. 상위 1급이에요.”


수많은 강등을 넘고 학생중 가장 높은 계급이라는 말에 신입생들이 감탄을 자아냈다. 


“그 옆에 있는 학우님은요?”


123명 중 드물었던 총명한 눈빛의 학생이 루시펠의 계급을 묻자 루시펠이 직접 대답했다.


“... 중위 1급. 참고로 1년 재학중.”


‘뭐야 저녀석, 왜 저렇게 무뚝뚝해졌어?’


스케일이 확 줄자 반응은 비교적 시원찮았지만 그래도 평균적인 학생이 중위에 도달하는 기간이 3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대단한 성과였다.


제도상 계급에 따른 학습환경의 우위는 없으며 학기말 계급에 무관하게 실적에 따른 장학제도가 몇가지 존재할 뿐이다.


그야말로 가장 공정한 실력주의 사회였다.


서로 머리를 맞대 새로운 지식을 알아내거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줄 수도 있었다.


“제 차례는 여기까지 입니다. 이 다음은 선배 학우들이 설명해줄 겁니다.”


하바네가 물러나자 루시펠이 나서서 모노리스의 또 다른 자랑인 프레젠테이션을 꺼내서 화면을 띄우며 학교의 시설과 동아리들을 설명했다.


“...저희 학교의 구조는 앞서 설명한대로 다음과 같이 생겼습니다. 동아리로는 대표적으로 음악과, 발명과, 국군과가 있으며, 특히 국군과는 군 마법사를 지망하는 학생에게 큰 가산점이 부여됩니다. 자세한 사항은 지도에 표시된 게시판과 원격보도망의 교내언론를 참고하시고…”


공과 사를 완벽히 구분하는 모습과 자신에게만 그딴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바알은 머리속이 어지러워졌다.


‘이상한 녀석, 왜 나만 괴롭히려 하는거야.’


루시펠의 설명이 끝나자 에이렐을 따라 초기 계급부여 테스트를 하러 신관의 옥상훈련장으로 향했다.


 옥상훈련장은 신관 옥상 전체를 차지했으며 콘크리트 타일처럼 생긴 바닥이 깔려있었다. 의자같은 건 없었고 사람 세 명이 들어갈만한 둥글고 투명한 구체 5개가 미리 준비되어 있었다.


“신입생 여러분? 이제부터 마나를 다루는 활동을 할거에요. 그 전에 안내사항이 있습니다.”


첫째, 전세계 마법 협정을 준수할 것.

둘째, 교칙에 따라 정해진 장소에서 허가된 마법만 사용할 것.


 이 말을 들은 바알은 식은땀 한방울이 흘렀다.


“네 이것만 지켜주시면 되고요, 옥상훈련장은 넓으니 반반씩 나누어 이동하겠습니다. 이쪽의 학생들은 제 안내에 따라주시고, 나머지는 루시펠을 따라주세요.”


우르르르르.

바알은 일부러 루시펠 인솔 하에 들어갔다. 하고싶은 말이 많았기 때문이다.


루시펠에게 다가간 바알은 소란이 일어날까 두려워 속삭이며 트집을 잡았다.

“왜 하필 네가 여기로 오는건데? 학교 들쑤시고 다닌다며, 그거나 계속 하시지?”


 별 타격이 되지 않았다는 듯 그녀의 사무적인 미소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아마리와 몇마디 나눴나보구나? 어쩌겠어, 나도 강등은 싫어서 말이야. 지금은 일과에만 집중해. 테스트 기대할게.”


대화를 끊은 루시펠은 안내를 이어갔다.


“이제부터 초기 계급을 배정받기 위한 테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평가요소를 말하자면..”


 공기중의 마나를 흡수하는 능력.

 흡수한 마나를 변환시켜 자신에게 맞는 성질로 만드는 능력.

 체내에서 생산하는 마나의 총량.

 마나를 방출하는 능력.


“이 네가지 능력을 평가받게 되며, 평가하는 방법은 제 뒤에 있는 저 작은 구체에 들어가 기계의 지시에 따라주시면 됩니다.”


루시펠은 학생들이 5열 종대가 되도록 정렬시켰고 앞줄부터 호출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중엔 지시를 어기지 말아주세요. 높은 계급을 받겠다고 안간 힘을 써도 달라질 건 없습니다. 잘못되면 기기 손상으로 인해 부상을 입으니 주의해주세요.”


 학생들은 군말 없이 지시에 따랐다. 테스트를 마친 구체엔 개인별로 계급이 표시되었다.


1조, 하위 2급, 하위 1급, 하위 1급, 하위 3급, 하위 1급.


루시펠은 명부에 주어진 계급을 기록해나갔다.


“으아아앙 꼴찌야! 난 망했어! ”


모두 12세 미만의 어린 아이였다. 


사춘기도 겪지 못한 아이들끼리 열중하는 모습이 귀여웠는지 루시펠이 인자한 미소로 위로해주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덴트군, 초기 계급일 뿐이니까요. 덴트군은 아직 어릴 뿐이에요. 얼마든지 원하는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어요.”


“헤헤, 고마워요 누나!”


 

루시펠은 어째선지 아이들을 향하는 미소에 왠지 모를 슬픔이 묻어나왔다. 바알은 그런 친절하고도 알 수 없는 모습에 그녀가 악한 목적을 갖고 있진 않다고 생각했다. 


‘아주 나쁜 인간은 아닌가?’

 명확한 근거는 없었다.


4번째 조가 지나고, 드디어 바알의 차례가 왔다. 순수 마법 하나는 3세계중 최고수준인 마족답게, 바알은 자신만만했다. 


지금까진 신입생 모두 마나운용이 서툴러 가장 높은 초기 계급이 중위 3급으로 123명 중 4명 뿐 이었다.


‘괄목(刮目)하라. 압도적인 재능을.’


루시펠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바알을 바라보고 있었다.


총기있는 또렷한 눈빛과 점잖은 미소를 지으며 구체 안으로 들어간 바알은 허리춤에 한쪽 팔을 올린 채로 구체 표면에 띄워진 지시사항을 읽어나갔다.


  • 본 테스트의 계급 책정은 역대 학생들의 능력을 토대로 상대평가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 공기중의 마나를 최대한 흡수해보세요.

 바알은 즉시 공기중의 마나를 있는대로 흡수해 체내에 압축했다. 


구체 표면의 색이 푸른색으로 변했다. 


다른 학생들은은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  증기가 분출되는 소리 등이 나는 반면 바알이 있는 구체만이 고요한 상태를 유지했다.


루시펠이 펜이 명단에서 바알에 대한 정보를 써내려갔다.


 적성 마법: 바람계열

 안정성: 매우 높음.

  • 흡수능력 상위 2%. 다음 평가로 넘어갑니다.


“이 다음은 성질변화, 형님조차도 혀를 내둘렀지.”


  • 흡수한 마나를 모두 바람의 마나로 변환하세요.


바알은 흡수한 마나를 압축한 상태 그대로 바람의 마나로 변환했다. 심지어 체내의 마기와 합성시켜 언제든지 방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자 구체는 전원이 나간 것 처럼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저기 누나, 저기 뿔달린 형아 기계는 왜 저렇게 작동해요?”

하위 3급을 받은 덴트가 루시펠에게 물었다.


“저러면 다들 꺼졌다고 생각하던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나요?”


“마나가 아직 기계쪽으로 움직이고 있어서요.”

루시펠은 덴트를 바라보며 명단에 덴트의 특이사항을 기록했다.

 (마나 감지와 관찰능력 높음.)


“정말 똑똑하군요, 사실 저 형은 이번 신입생중 가장 마법을 잘 쓴답니다.”


덴트는 칭찬을 받았단 사실에 매우 기뻐했다.

“와! 고마워요!”


그 와중 바알은 모든 테스트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진행했다.

  • 성질변화 능력 상위 0.017%. 다음 평가를 진행합니다.

  • 체내 마나 성질: 마기(魔氣), 단위 설정: 지크, 마나 총량: 38.7억 메가지크. 


38.7억 메가지크라면 연간 중간계 전체 마나사용량의 24배며, 이는 태풍과 토네이도를 숨쉬듯 난사하는 마심의 480배나 되는 양이었다.


‘헉, 내가 이렇게 마기 양이 많았나?’


마족에게서 나오는 마기의 원천이자 그릇은 다름 아닌 뿔이다. 바알의 뿔은 반시계방향으로 말려있어 작아보이지만 실질적인 부피는 마심보다 크다. 뿔이 크면 클수록 마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특징이 있단걸 생각하면 총량이 큰건 당연한 것이다.


루시펠은 이 내용을 명단에 기록했다.


  • 마나 방출능력 상위 0.017%. 테스트를 종료합니다. 추가 자료를 수집중입니다. 테스트 결과를 계산중입니다.


바알은 침착하게 자신의 계급을 기다렸다.

“높은 계급은 당연하겠고.. 결과에 따라 여기 학생들의 능력을 알 수 있겠군.”


최강에 가까운 마법적 재능에 루시펠은 손에 땀을 쥐며 바알의 결과만을 기다렸다. 5조의 다른 학생은 안중에도 없었다.


  • 테스트 결과: 특수 상위.


 설명으로 들었던 계급체계와는 다른 계급이 나타나자 학생들은 술렁였다. 

“특수 상위?”


“특수라니, 그게 뭐지?”


“저기, 선배님? 특수 상위가 뭐죠?”


바알 또한 예상치 못한 결과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위 1급이 아니라?”


루시펠은 약간 실망한 기색을 보였지만 이내 곧바로 감정을 감추고 설명을 시작했다.


“특수 상위란 신체적 결함으로 마법적 재능을 온전히 꺼낼 수 없어 실제 능력이 상위에서 그치는 경우를 말합니다. 하지만 이 학생의 경우엔 재능이 규격외인 탓이 있겠네요.”


 아니었다. 마족이란 본래 체내 마기의 폭주를 막기 위해 보유한 마기에 따라 육체의 강함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마심은 총사령관에 걸맞게 웬만한 화기는 맨손으로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바알은 같은 체구와 같은 나이대의 훈련받지 않은 인간보다도 약했다. 


이 상태에서 상위 0.1%에 달하는 높은 위력의 마나방출을 감행한다면 분명 몸이 버티지 못하고 붕괴할 것이다.


중간계에도 이런 케이스는 있었지만 모두 극복해 위인과도 같은 인물이 되었다. 반면 바알은 노력으로는 극복 못할 차원이 다른 스케일 이었다.


‘내가 몸이 약해서 형님과 훈련할 때 심하게 피로가 쌓였던 건가.’


아무래도 좋았다. 어쨌든 종합적으로 보면 신입생 중에서 유일한 상위, 전교생 상위중에서도 평균 이상, 단순 재능으로만 보면 모노리스 최고였다. 


도서관에서 앉아만 있는걸 두고보지 못한 마심의 참견과 바알 스스로의 재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마지막 학생의 테스트가 끝나자 루시펠이 마지막 안내사항을 발표했다.


“이것으로 계급과 나이, 개인별 성숙도에 맞춰 학생들에게 강의 시간표가 배정될 겁니다. 성과에 따라 조기에 이수를 마칠 수 있으며 또 경우에 따라선 심화과정을 다루는 강의를 추가로 수강할 수 있습니다. 평가에 대해선 강의마다 다르니 해당 강의 담당 교사의 설명을 참고해주세요. 그럼 신입생 OT를 마치겠습니다. 다들 귀가하셔도 좋습니다.”


“우와! 오늘도 일찍 끝나네!”


어린 학생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시끌벅적한 학생들이 빠져나가는 사이 루시펠은 바알을 향해 윙크를 했다.

‘마냥 바보취급은 못하겠네.’


“앗싸! 때가 왔구나!”

바알 또한 환호했다. 

—---------------------------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신입생의 정보를 정리한 명단을 하바네에게 제출한 루시펠은 바알에게 사정을 차분히 설명하기 위한 노트를 점검하고 있었다.


“난 기억력이 안좋으니까..”


노트에 정신이 팔린 채로 걷던 루시펠은 갑자기 시야가 번쩍하고 후두부가 얼얼하더니 몸이 저절로 고꾸라지는걸 느꼈다.


“엇.”


털썩.


정신을 차려보니 보이는 것은 교외의 낡은 창고였다. 


밧줄로 칭칭 감겨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양쪽엔 실실 웃는 남학생 세 명이 피뭍은 쇠방망이를 들고 서있었고, 눈앞엔 익숙한 얼굴의 소녀가 있었다.


아마리.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아이가 무슨 이유로 자신을 납치했는가?


이 남학생들은 누구인가?


“뭐야? 이것들은 뭐고? 원하는게 ㅁ..”


아마리는 루시펠의 말을 끊으며 대답했다.


“루시펠, 너 강의 빼먹고 만날 학교 들쑤시는거 다들 알고 있는건 알지?”


“물론이지, 연구의 일환이니 부끄럽지 않..”


아마리는 말을 또 끊고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성적은 높잖아? 빌어먹을 꼰대들이 학생연구 피해서 평가과제 내는 것 정돈 다들 알고 있는데, 넌 마법도 제대로 못쓰면서 계급을 올리고 있지.”


“그래서?”


“네 진실을 폭로할거야. 몸을 대주는 대가로 성적을 받는다는걸.”


“허, 그냥 내가 뛰어난 것 뿐이지. 연구성과라도 보여줄까? 참고하면 너도 성적 오를거야.”


“그리고 네가 지하 유적에 쏘다닌다는 것도. 관리들이 사적인 탐사를 금한걸 알면서 했다는걸 신고하면 포상금이 나올거야.”


루시펠은 없던 정까지 떨어졌다. 그깟 돈 몇 푼에 홀려 이런 짓을 벌인 아마리가 같잖아보였다. 


남학생들을 데리고 온 이유도 뻔했다.


더 이상 역겨운 꼴을 보기 싫었다.


“내가 괜히 중위에 올라간게 아니란걸 알려줄게.”


“지금 정신이 나갔구나? 니까짓게 뭘 할 수 있는데? 상황 파악이 안되나본데, 네 주제를 알려줄게.”

아마리와 남학생들이 루시펠에게 다가가 몽둥이로 턱을 들어올렸다.


“몸을 팔아 성적을 올리던 모노리스의 학생, 금지된 구역을 출입하던 것도 들키자 자살을 시도했다! 아주 대문만하게 보도되겠어!”


“풋.”


루시펠의 주변에 마나가 응집되는 순간. 


“여기군!”


창고의 철문이 흙먼지를 휘날리며 찢겨나갔다.


“그래! 이야기 잘 들었다. 일부러 들은건 아니지만 말이지.”


바알이 종잇장처럼 찢어진 문을 밟고 들어왔다.


“기사님 한 명 고용했나봐? ”


“올줄 알았어, 나 혼자서도 충분했지만.”


응집된 마나의 양을 보아 루시펠의 말은 틀리지 않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하찮은 이유로, 심심풀이로, 욕구를 풀고 싶어서, 여러명끼리 사람의 인생을 망치려들며 낄낄대고 있었다.


아무런 죄책감 없이 말이다.


그런 풍경을 본 바알은 가슴속에서부터 뜨겁고 묵직한 것이 목구멍까지 솟아올랐고, 온 몸에 피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있잖아, 내가 테스트를 봤는데, 특수 상위라는 등급이 나오더라?”


바알은 허약한 근육에 쥐가 나기 직전까지 힘이 들어간 채로 천천히 아마리 일행을 향해 걸어갔다.


바알의 주변에 마나가 응집되다 못해 마기와 함께 오라처럼 온 사방에 뿜어나기 시작했다.


“마법사로서 재능에 비해 신체가 약해서 힘을 못쓴대.”


겁에 질린 아마리는 얼음이 되어있었지만 남학생 한 명이 다가가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럼 짜져있을 것이지 찾아와서 왜 지랄인데!”


몽둥이가 바알의 턱에 적중했다.


하지만 타격음이 이상했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몽둥이가 휘어있었다.


“신체 강화, 일주일 전에 읽은 책이 도움이 되었네.”


“히익..!”


“역시 책이 최고야. 재밌고 유익해.”


자기 차례가 온듯 천천히 몸을 푼 바알이 주먹을 휘둘렀다.


여리여리한 체구에서 나올 수 없는 속도가 그에게 쇄도하자 벽을 치는 소리가 나면서 남학생이 나무로된 칸막이에 쳐박혔다.


“으.. 으아아악! 도망쳐!”

제대로 겁에 질린 일행이 창고를 나가려 하자 바알은 강풍을 소환해 그들을 자빠트렸다.


“생각해보니 특수 상위라는거, 진짜 멋있다고 생각해.”


말을 끝마친 바알은 자빠진 범죄자들을 주먹으로 두들기고 패대기치기 시작했다.


“꾸어억!”

“꺄아아아아! 너같은 년!! 협정을 어겼다고 신고할거야!!”


“아직 기운이 팔팔한가 보구나아아아! 아맞다 그리고 난 남자야.” 

“…보는 눈도 없구나아아!”


“미안해! 미안해!”


“일이 닥치고 나서 사과라니!! 글러먹었구나! 사과할 상대도 착각했단다아!”


2분정도 지났을까. 아마리를 제외한 모두가 기절해있었다. 그들에겐 정말 지옥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멍은 안보이는데에만 냈고 금방 나을거다. 힘 조절은 특기니깐 말이지.”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

아마리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기절하고 말았다.


바알은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고자세로 대답했다.

“심심하니까.”


“반정도 죽여놓다니, 대단히도 화가 나셨나봐?”


밧줄로 된 구속을 스스로 푼 루시펠이 다가오며 말했다.


바알이 손목을 감싸며 대답했다. 

“내가 원체 힘이 약해서 그런지 때리는 맛이 안나더라.”


“근데 이 녀석들이 진짜 고발하면 어쩔거야? 네가 갖고 있는 마정석에 마법 쓴거 다 나올텐데 말이야.”


마족은 마계 바깥에선 마정석이란 마기덩어리를 휴대해야 공기중의 마나를 운용할 수 있었고, 마법을 쓸 때마다 마나의 흔적이 남았다.


“아 이거, 그냥 새걸로 바꾸지 뭐.”


“그래도 되는거야? 엄청 비싸보이는데..”


“나 왕자라니까, 이따위 보급은 별거 아니야. 그보다, 서로 털어놓을게 있지 않았어?”


“이 녀석들은 어떻게 하고?”


바알은 몰래 슬쩍 해둔 전투훈련 골렘을 바닥에 힘껏 던져놓았다.


“이거 갖고 놀다 사고난 걸로 하자.”


“하핫, 너도 은근 교활하구나?”


“외우고 모방하는거 하난 잘하거든.”


루시펠은 각오를 다지며 이야기를 꺼냈다.


“내 이름은 루시펠 안드리나 페릴, 이 나라의 공주야. 어제 널 시험한건 미안해. 네 능력과 성격을 알아보고 싶었어.”


“그래서, 쓸만 한가?”


“두말하면 잔소리지. 본론을 말하자면..”


루시펠이 망설이듯 뜸을 들이자 바알이 재촉했다.

“말하자면?”


“나라를 되찾고 싶어.”


페릴공국의 통치자는 페릴공작임이 분명했다. 그런데 나라를 되찾는다니, 바알은 딱히 배경지식은 없었지만 지금까지의 독서 경험으로 의미를 유추해냈다.


“간신들인가, 페릴이라는 이름도 빼앗기고, 공작은 허수아비상태가 된거지?”


“정확해. 아버님 밑에서 일하는 신하들이 하나같이 쓰레기들 뿐이야. 거짓 이유를 대며 이것 저것을 금지하고, 그녀석들이 부임한 이후로 원격보도망도 그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어. 심지어 죄없는 사람을 조리돌림하면서 방해되는 자들을 숙청하고 있지. 나라가 이상해진 점이 한둘이 아니야.”


“상당히 썩어빠졌군. 어제 널 도와달라고 했었지. 난 뭘 하면 되지?”


“그 놈들이 금지하고 있는 모든것을 파헤쳐 진실을 알아낼거야.”


“금지사항중 하나가 고대유적이군.”


“그래, 도와줄 수 있겠어?”


바알은 대답을 망설였다. 마심이 신신당부한 것도 오늘처럼 매번 어기게 될거고, 실패하는 순간 무슨 꼴을 당할지는 상대가 상대인지라 훤히 보였다. 하지만 고대유적조사라는 5만년 전 자신에 대한 출생의 비밀을 알아낼 확실한 기회가 있었다..

“음…”


루시펠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싫다면 거절해도 돼. 어제 일도 어떻게든 원하는 대로 배상할테니..”


바알은 아까 두들겨팬 아마리 일행을 잠깐 돌아보더니 대답했다.

“할게.”


“어?”


“나라를 구하는거, 돕겠다고.”


확고했다.


“대신, 반드시 대가를 받을거야.” 


“뭘 원하는데?”


“내 출생의 비밀을 알고 싶어.”


바알은 루시펠에게 자신이 페릴에 온 가장 큰 이유를 설명해줬다.


“그정돈 같이 일하다보면 저절로 알게 될텐데, 그정도로 괜찮겠어? 도대체 왜..”

비즈니스에 냉정한 성격인 루시펠이지만 요구사항이 이해가 안되는 나머지 말끝이 흐려졌다. 


“심심하니까.”


바알은 말을 아꼈다.

—--------------------------------


다음편 제목 미정, 계속.


맺음말

 주인공들 성격이 일관되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생각함. 지금까진 어찌저찌 설명은 가능할텐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성격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공부하겠음. 캐릭터성이 드러나는지도 걱정이네. ㅇㅅ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