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속보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쭉 정신이 피폐한 채로 살았어

아무래도 주말에 너무 재밌게 놀았었기도 했고

그렇게 지친상태로 술도 좀 마시고 자서 그런가

월요일에 일어나서부터 하루종일 무기력해 있었지

레슨 때문에 학원이야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갔다만

결국 도착해서 연습도 안되고 안되니까 하기싫고

하기 싫어도 억지로 다시 연습하고를 반복하다가

당연하게 레슨들어가서도 대차게 말아먹은 후에

현타온 상태로 집 터덜터덜 돌아가서 씻고 밥먹고 자고


그러고 일어나서 다시 학교 가고

학교가서는 할 것도 없고

어짜피 쌤들도 나 안건들이고

하루종일 자거나 유튜브 보는데

그것조차 질려서 끄고 나니

내가 할 수 있는게 고민밖에 없었어






요새 음악하는게 정말 너무 싫었어

나는 그저 순수하게 음악이 좋아서 시작한거지만

입시에서 나에게 필요로하는 능력은 창작이 아니였고

그저 오선지 위에서 수학문제를 푸는것과 다름없었지

이래서야 공부 때려쳤던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다고 이제와서 입시 포기하고 나만의 음악을 하기엔

지금까지 굴러온 매몰비용이 너무 거대해지기도 했고

내가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선을 이미 지나버려서

결국 어떻게든 입시는 마저 해냐가야하는데 하면서

마음을 다잡아보려고 해도 진짜 못해먹겠더라구


부모도 공부를 때려치웠을 때 미련을 버렸다면서

슬슬 어느대학 갈거냐, 네 실력이 얼마쯤 되냐

이러면서 다시 슬슬 압박하기 시작하니까


진짜 다시 정신이 무너질거 같은거야


학교에서는

보통 애들은 당연히 다들 열심히 자기 공부하고

다른 예체능 애들 학교에서 뭐라도 하고 있는데

나혼자만 아무것도 안하고 멍하니 앉아있고


학원에서는

레슨때문에 연습하려고 버스타고 가다 과호흡 오지

정작 피아노 앞에 앉아도 30분을 못 버티고

작곡 과제는 아득바득 미루다가 급하게 해가

그러면서 정작 레슨시간 때 잘 하지도 못해






그냥 말하자면 길고긴데 그냥 내가 그래

의지도 약하고 집중력도 없고 노력도 안하고

뭐 해보려고 해도 망가질 대로 망가진 정신건강이

곱게 내가 뭔갈 할 수 있게 가만 두지도 않고


예전에 이미 한번 부서질대로 부서졌던걸

어떻게 하나하나 모아 이어 붙여둔거니까

이거 가지고 다시 한번 들이받아 보기에는

정말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질까봐 무서워서

그래서 나도 모르게 계속 도망쳤던 것 같아


그렇게 모든 것들에서 도피한 채로 살다가

결국 도착한 데가 음악이라고 생각했는데

도망친자를 받아줄 지상낙원은 없을테니까

더이상은 내팽겨두고 도망치지 않으려고 했는데

요새 정말 여러모로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


그래도


내가 시작하기로 한거니까 내 손으로 끝내기로 했어

여기서 이것마저 내팽겨치고 도망가면

시작했을 때의 나에게 얼마나 부끄럽겠어

그리고 내팽겨친대도 더이상 할 수 있는게 뭐가 있겠어

정말 노력해서 내가 나 스스로 만족할 수 있도록

내가 가기로 한 길을 다시 일어서서 걸어가기로 했어

이런글을 쓴게 무색하게 곧 다시 힘들어 할테지만

그래도 내 손에서 이걸 놓진 않게 노력할거야


내일은 학원에 나가야지

내 할일을 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