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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벨라하 무정부지대의 국기:






사벨라하 무정부지대



사람들은 국가 자체가 그 통치자의 거울과 같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국가에 통치자가 존재하지 않는, 무주공산의 땅이라면, 그 국가는,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정답은 간단합니다. 



그 지역의 지도자가 공백인 것처럼, 국가의 모습 또한 공허하고, 혼란하며, 혼돈에 가까운 비극의 한 장면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또한 무미건조하고, 무자비하며, 인간성의 상실을 낳습니다. 



통제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타락과 방종의 세계에서, 사벨라하 무정부지대의 사람들은 지역 각지에서 지옥도를 생각나게 할 만한 참극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무능과 연민을 경멸하고, 증오와 복수의 고리를 양산하며 자신의 욕망을 지치지 않고 토해낼 완벽한 연료로서, 사람들의 육과 영을 갈아넣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그냥 벌어진 것은 아닙니다. 



이 황폐화된 사벨라하의 황무지는 어리석은 이상을 좆은 독재와, 그 독재가 낳은 광기 속에서 사망하면서, 눌러왔던 모든 것들이 폭발하면서 생긴 인간의 재앙 때문입니다.



사벨라하가 무정부지대의 몰락으로 떨어지기 전, 사벨라하는 독재자 아담 칼리마네가 지배하던 전제국가였습니다. 



아담 칼리마네는 사벨라하의 지역 유지 출신으로, 루퍼트란트에서 유학을 하고 온 뒤로, 극단적인 민족주의적 독재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고, 이를 바탕으로 추락하는 조국을 되살리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켜 퇴폐적이고 낡은 왕국을 무너뜨렸습니다. 



칼리마네는 사벨라하 전역을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억압적인 체제로 개조해나가려고 하며 저항군들을 지속적으로 탄압하고 불태웠습니다. 



그가 생각하기로 민주주의와 자유가 뇌에 주입된 이들은 끊임없이 멸망을 위해 달려나가는 이들이며, 이를 새로운 방향으로 세뇌시키며 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만이 국가의 지도자로서 국가를 성장시키고, 바른 방향으로 선두해나가는 사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칼리마네의 수하들은 무능하고 제 탐욕조차도 제어하지 못하는 못난 이들이었으나 칼리마네는 열정적으로 국가를 변혁시키기 위한 시도를 이어갔습니다. 



독립운동 시도를 파괴시키고, 시위대에 발포하며, 불순분자를 처형시키는 죽음의 고리는 당연스럽게도 지역 주민들의 분노를 생성했고 이는 우려스러운 결과를 낳았습니다. 



재앙스러운 결과의 시작은 사벨라하 군사정부의 수도인 솔에서 발생했습니다. 



지속적인 변혁활동으로 피폐해지고 황폐해진 국가에서, 국민들이, 스스로 그 국가를 전복시키기 위한 무력 투쟁을 시작했던 것입니다. 



수도였던 솔의 위대한 풍경과 도심들은, 스스로가 불러일으킨 절망에 휩쓸려 또 하나의 폐허를 낳았습니다. 



도로변의 폭탄 테러와 건물들의 일차적인 붕괴, 도심에서 벌어지는 시민군과 정부군의 싸움은 수도를 완전히 파괴했습니다. 



아담 칼리마네와 국가 행정부는 더 이상의 지연은 파국적인 결과로 치달을 것임을 눈치챘으며, 아무리, 아무리 죽여도 저항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담 칼리마네는 결국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작은 병에 든 술을 마시며,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습니다. 



[갈구두드.]



아담 칼리마네와 소수의 행정직원들, 친위대 지도자들, 칼리마네의 변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여러 심복들은 비좁은 비행기에 앉아 절망스러운 기분으로 도심을 떠났습니다. 



칼리마네는 사무실에 남은 모든 것들을 전부 파괴하라고 명령했습니다. 



그가 가졌던 사치품들, 꼼꼼히 정리되었던 보고서들, 이 모든 것들은 도망의 바람 속에서 사라졌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순식간에 사라질 것들이었기에 그는 딱히 개의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장교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두 젊은 행정관인 아모스 수마네와 토이보 라에노는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두 인물 모두 아이들을 태울 공간은 충분하지 못하다는 소식을 듣자 총으로 쏘아 버린 이후였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한 모든 일들에 깊은 회의감을 느꼈습니다. 



그들은 아담 칼리마네의 결정에 의문을 느꼈습니다. 



왜 솔을 버리는 것인가? 



국가의 중앙집권화와 변혁을 위해 이 모든 노력을 해놓고서는 말인가?



어떻게 사벨라하 정부는 살아 있는 것인가? 



그들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서로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칼리마네는 시발, 좋은 계획을 세워놔야 할 거야…그렇지 않다면…"



갈구두드에 위치한 구왕국의 궁전에서 칼리마네는 퇴폐적이고 쓸데없이 사치스러운 궁전의 벽을 보고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는 이 타락하고 퇴폐적인 과거의 유물들을 없애길 원했으나 이제는 그의 수족이 되었던 이들의 마음은 변하고 있었습니다. 



아담 칼리마네는 술과 유흥 대신 새로운 아편인 증오, 반란군들에 대한 증오, 왕국의 퇴폐적인 풍슴에 대한 증오, 모든 것들에 대한 증오를 찾아냈습니다. 



그의 실패는 무너져가는 사벨라하의 통치를 매우 어렵게 만들었고, 스스로의 아집과 오만, 그리고 이렇게 과거의 실패자들처럼 추락할 수는 없다는 두려움에 빠져, 자신의 부하들이 더 이상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아모스 수마네와 그 행정부는 상대적으로 더 안정적이었고 더 권위가 있었던 왕국 시절의 행정부에 대한 시절을 그리워했습니다. 



날이 갈수록 사벨라하는 무너져갔고, 사벨라하 군사정부에 소속된 인원들이 불의의 사고로 그 수가 줄어들 때마다, 아담의 부하들이 지도자에게 가졌던 경외는 점점 더 적대적으로 변하여 결국 수마네는 그의 부하들과 한 가지 결단을 내렸습니다. 



“사벨라하를 죽인 암이 있다…그 암의 이름은 아담 칼리마네다.”



어느 날과 다를바가 없었던 밤, 여러 대의 장갑차가 국가지도자 궁전 바깥에 난폭스럽게 주차되었습니다. 



장갑차에서는 무장한 병사들과 수마네, 그리고 여러 장교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문 밖에 서 있던 무장경비원들을 사살하고 국가지도자의 사무실 앞에 섰습니다. 



그들은 소총을 발포했고 문이 부숴졌습니다. 



아담 칼리마네는 그때까지도 머리를 부여잡고 자신의 왕국을 변혁시킬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나라를 다시 살릴, 또 다른 혁명적인 방법으로서 나라를 바로 세울. 



반역자들이 부숴버린 문은 그를 조금도 괴롭히지 못했습니다.



신이 버린 대륙에서, 신이 저버린 국가에서,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과연 필멸자인 그는 신조차 구원하지 못한 곳에서 무얼 할 수 있었을까요?



총성 여러발이 사무실 내에서 고요하게 울렸습니다.



쿠데타 다음날, 국가지도자 아모스 수마네는 아직 전임자의 피묻은 책상이나 복도를 어떻게든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금방 자신의 지위에 익숙해졌습니다. 



칼리마네가 가고 수마네가 지도자로 군림한 이후에도 사벨라하는 폭력과 혼란에 빠져있었습니다. 



머리가 바뀌어도 그 외형은 보존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사벨라하의 수명은 이미 거의 끝나있었습니다. 



아담 칼리마네가 저항군들과 반란세력을 처형대로 몰아넣을 위협이 사라지자 수많은 지방 관료들과 지휘관들은 마침내 탈출할 기회를 획득했습니다. 



아모스 수마네가 곧 깨달았듯이, 이미 많은 이들이 군대와 무기를 이끌고 사벨라하 군사정부를 떠나 이 기회를 채갔습니다.

  


첫 보고는 해안가의 아름다운 절벽도시 데헤였습니다. 



데헤의 주둔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용병들과 해적들, 장 루로아드가 정부를 세워 통치했습니다. 



갈비드의 칼리마네 친위대들은 무기를 들고 저항군들과 손을 잡았고 잔존 병력들은 에렉숨으로 피신했으며 모든 사벨라하의 시민들은 무장한 채로 각지에서 투쟁을 이어갔습니다. 



공포감이 국가지도자를 집어삼키기 시작하며 수마네는 자신이 모든 것을 상실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토이보 라에노에게 대피준비를 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어디로 가는지 그는 몰랐지만, 여기만 아니면 어디든 괜찮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론 이미 늦었지만 말입니다.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고, 정부는 마비되었습니다. 



이후 더 이상의 보고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국가지도자도 알다시피 이제 사벨라하 군사정부는 이제 명목상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날이 저물자 수마네는 국가의 상황을 명확하게 파악하였습니다. 



파멸이었습니다.



국가는 수백개로 갈라져 합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수도인 갈구두드 시청을 제외한 모든 지역은 무정부지대로 전락하였습니다. 



이제는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저, 이것은 한 국가의 종말이라는 조용한 장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