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게 뭘까, 죽는다는 게 뭘까
그런 고민이 깊어지기 전에 항상 피할 수 있는
어린 나이였는데
옛날에 몇 번 찾아뵀던 고모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우리 어머니의 은사님이 갑자기 아파서 응급실 오가는 일도 생기고
부모님과 비슷한 나이대의 이웃이었던 분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명절때마 자주 뵈던 삼촌도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되시고
내 주변에 점점 죽음이 찾아온다는 게 무섭다
곧 부모님과 가족에게도, 더 가까운 친척에게도
머지않아 찾아오게 되겠지
사람은 누구나 죽으니까
나는 내가 일상을 벗어나는 게 너무 싫었어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도, 내가 상주가 되어야 하는 것도 그냥 싫다는 느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싫고 짜증나는 게 아니라 무서웠던 것 같아
이제는 경험해야 할 슬픔이 점점 엄습하는 게
나는 그 감정에 놓이기 싫다
만남의 기쁨보다 이별의 슬픔이 무서워서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것도 점점 더 무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