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속보

역사의 씨를 내리 받았다는 이유로

두 알을 거세당한 채로 살아왔다.

죽어버리면 그만 일

치욕 따위를 겪으면서.

가랑이 사이로 솟구쳐 나오는 분만통은 

그 누구도 칼을 건네는 것 외는 

어루만질 수 없었을 거다.


갑골을 살피고 죽간을 뒤집을 적

손끝에서 흔들리는 모멸감은

어느 지아비 잃은 과부의 

한 많은 인생과도 같았을 테지만

복통으로 부어 오른 중년의 뱃속엔

태초의 기록을 잉태했단 것을

그 누가 어찌 알았으랴.


당신은 위대한 여성이시다.

아니 가장 고귀하신 성모이시다.

역사를 출산하신 거룩한 분.

목간 위에 새겨 놓은

당신의 강철 같은 의지에 

기둥 뽑혀 살던 환관들마저 

흠모하듯 전율하여 발기 하였다.


하얀 블라우스 같은 종이에 가려진,

피눈물 훔쳐가며 기록한

역사의 야릇하기 그지없는 속살을

나 조심스레 벗겨내어 품으며

유부녀 같은 격정아래 정사를 나누고는

나 언젠가 들끓는 정액을 

격동의 세월 속에 하얗게 싸지를 테니.




PS. 마광수 작가님에게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