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속보

!결말은 순애입니다 1편은 짝사랑 이야기지만 칼질 ㄴㄴ이





나는 초등학생 때 성격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5학년 때 정신차리고 친구들과 놀기 시작하였지만 친구가 많이 없었고, 여전히 어색한 아이들도 많았다.

그 중에서 유림이는 한번도 말을 걸어본 적이 없는 아이였다
사실 그 당시에는 이름조차 몰랐다.
그냥 과묵한, 신비로운 분위기의 귀여운 여자아이였다




내가 초등학생 때 살던 집에서 1분 걸으면 우주 놀이터가 있었고, 3분 걸으면 또 다른 놀이터가 하나 있었다
나는 친구들이랑 3분 걸으면 보이는 놀이터를 가거나, 그냥 좀 더 걸어 공원까지 가서 포켓X고를 했다



그렇게 잃어버렸던 4년을 되찾는 중, 초6으로 넘어가는 겨울방학 때, 친했던 친구들이 이사를 갔다.
3분 거리 놀이터에 갈 이유가 없어졌고, 나는 심심한 겨울방학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다 우주 놀이터에도 한번 가볼까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고, 나는 근처에 있는 마트에 들렸다가, 놀이터로 향했다.





우주 놀이터는 많이 한적했고, 할머니들이 쉬는 정자가 한 두어개, 시소 하나와 미끄럼틀, 운동기구 몇개, 오뚝이 조랑말 몇개, 정글짐,

태양계 행성 모형 반구 8개가 있었다
나는 조랑말에 앉아서 앞뒤로 흔들고 있다가, 
'에이, 여기도 재미없는 건 마찬가지잖아?'라고 혼잣말하며 마시던 탄산음료 캔을 들고 집에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다 행성 모형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나는 거기서 그녀를 보게 되었다. 이유림.








그녀는 스웨터와 츄리닝 바지를 입고, 줄이어폰을 끼고 손가락 끝부분만 튀어나온 장갑을 끼고 휴대폰을 가로로 돌린 후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녀는 지구 모형 위에 앉아 있었고, 눈이 그녀의 머리와 옷에 스며드는 줄도 모르고 게임에 열중했다.

나는 소리 안나게 그녀의 뒤로 향했고, 그녀가 떨어지는 노트들을 엄지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처리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실 초등학교에서 그녀를 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과묵할 줄만 알았던 애가 이어폰 끼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걸 보니 귀여웠다.






그녀는 리듬게임을 하고 있었고, 나는 그때 끽해봐야 하는 게임이 포고밖에 없었으니 완전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게임이 끝나고, 그녀가 내가 뒤에 있다는 걸 인지하고 긴장한 눈빛으로 슬쩍 뒤돌아봤고. 그때 하던 말은 아직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너, 리듬게임 좋아해?"





사실 후에 알게 된 사실로는, 그녀가 리듬게임 한다고 오타쿠라고 놀림받은 적이 있었었다.
금방 잊혀졌었지만, 내가 그렇게 빤히 보고 있으니 그때 그 생각이 나서 긴장했었다고 말한다.






상황으로 돌아와서, 나는 "아니, 나 잘 몰라....근데 재밌어 보여.."라고 말했다.

"그럼....한 번 해볼래? 같이?"


그녀는 내 폰에 리겜을 깔아서 나를 알려주고 그렇게 같이 리듬게임을 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목성 모형에 앉아있었고, 그녀는 지구 모형에 앉아있었다.
해가 조금씩 지기 시작할 때, 나는 갈 준비를 하기 시작하였고, 그녀는 잠시 나를 멈춰세워서 연락처를 달라고 하였다.





그때까지는 별로 간질거리는 감정을 못 느꼈었다.
뭐, 그냥 귀여운 애랑 게임해서 즐거웠다 정도?

하루가 지나고 이틀, 사흘.......겨울방학이 끝날 때까지 나는 그녀와 놀이터에서 만나서 계속 게임을 같이했다.

그녀는 딱히 친한 사람이 없었고, 나도 마찬가지였기에 둘이서 수다를 떨며 겨울방학을 계속 보냈다.

그리고 초6 개학식이 있었고, 그녀와 나는 같은 반이 되었다.


"우진아, 같은 반이네? 이제 게임 더 자주 할 수 있겠다! 6년 만에 처음 된 것도 신기하네, 히히"

내 초등학교는 어떤 달에는 짝꿍을 뽑고, 어떨 때는 직접 골랐다.
하지만 그녀와 나는 뽑기를 해도 상당히 많이 짝꿍이 되었었고, 짝꿍을 선택할 때도 그녀는 나를 선택해서 생활했다.
그녀와 짝꿍 되지 않은 달들은 매우 재미가 없었다.

그녀는 미술을 하는 것이 꿈이였고, 가끔씩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나 나와 그녀가 게임에서 같이 쓰던 캐릭터를 그려서 나한테 주었다.






당시 내 음악 취향은 그냥 미국 팝송이였다. 브루노 마스, 마룬 파이브를 좋아하는 건실한 초딩이였다고 할 수 있다.

놀이터에서 벤치에 앉아 있을 때면, 그녀는 항상 이어폰을 끼고 항상 어떤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재생 목록이 궁금하였고, 무슨 노래인지 알려달라고 하였다.
그녀는 싱긋 웃더니 대답 대신 거리를 좁혀서 내 귀에 그녀의 왼쪽 이어폰을 꽃아 주었다.
그때 들은 노래, 신스음, 은은한 멜로디는
아직도 내 뇌리에 남아서 그녀의 웃음의 잔향과 함께 플리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sid sound-여래아






"오....노래 좋네..."

"그치?! 드디어 음악 취향이 맞는 남자애가 생겼네, 히히, 더 들어볼래?"

"좋아"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그녀에 대한 나의 짝사랑이 시작된 것 같다.

이어폰으로 공유하는 서로의 감각

평소 과묵한 그녀의 나한테만 보이는 환한 웃음

이어폰이 빠질 것 같다며 가까이 붙는 그녀의 모습






당시 나는 자존감이 바닥을 찍었었다
지금도 좋은 체형은 아니지만, 그때는 좀 심했다.
그녀에 대한 내 마음, 짝사랑이 심해지면서 나는 내 행동습관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학원 가기 전 항상 가던 편의점에서 먹던 라면도 끊고, 공원에 포켓몬고를 하러 가는 게 아니라 달리기를 하러 갔다

그때 살이 엄청 많이 빠졌었고, 살에 묻혀있던 속쌍꺼풀도 나오기 시작했다. 4월달에 졸업사진을 찍고 2개월 후에 졸업앨범 실물이 나왔었는데, 쌤들이 나보고 다시 찍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사람이 바뀌었는데 할정도로 뺐었었다.

그녀도 매일 변화하는 나를 보고 살짝 얼굴을 붉히며

"이제 좀 [덩어리]에서 빠져나왔네, 히히"

라고 말했었다.




학교 급식을 먹을때도 그녀와 함께 먹었다.
그녀는 어묵을 싫어한다며 어묵 꼬치가 나올 때마다 나한테 줬고, 
비록 우리가 앉은 책상에 다른 친구들이 오진 않았지만, 행복했다.




초6 후반기가 시작되었고, 나는 그렇게 계속 그녀를 짝사랑하며 옆에서 배회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이 터졌다.

나는 당시 학교 선생님들과 사이가 매우 안좋았고, 선생님들은 나를 은근히 따돌리기 시작하였다. 친구들이 그것에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지사한 일이였다.

하지만 그것이 그녀에게 피해를 끼칠 때는 말이 달랐다.



"야, 너희들. 왜 그렇게 붙어 다니냐?"

"유림아, 너 혹시 쟤랑 사귀어? 쟤 체육쌤이 성격 안좋다 하던데..."

"유림이한테서 떨어져!"



따돌림의 여파는 그녀에게도 활시위를 겨누었다.

그녀는 그런 말을 하는 친구들한테 웃으면서 설득하고, 그런 사이 아니라고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지만, 자존감이 없던 당시 나는 그것이 그녀를 너무 힘들게 했다고 생각하고, 그녀가 곧 나를 싫어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 미칠 것 같았다.




내가...... 너무 민폐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위해서 그녀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짝꿍 없이 혼자 뒤에서 지내는 것부터 시작해서, 학교에서 그녀를 피해서 다녔고, 급식도 혼자 먹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있는 놀이터로 가지 않기도 했고, 다른 리듬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그것이 그녀와 친구로 남는 길이자 그녀를 상처받게 하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했었다.



나와 멀어진 그녀는 자연스러운 작용으로 친구들이 많아지기 시작하였고, 그렇게 나와 그녀는 멀어지는 듯 했다.





그렇게 2주정도 지났을까
그녀는 내가 그녀의 카톡을 읽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야....잠시만, 1분이라도 좋으니까 놀이터로 와봐..."

".....나 나가기 싫은데?"

"내가 니 집으로 찾아가기 전에 빨리 와."

그렇게 그녀는 전화를 끊었고, 나는 마지못해 놀이터로 발을 옮겼다. 

놀이터에 도착하니까 그녀가 미끄럼틀에 누워있었다. 그녀는 눈을 팔로 가리고 있었지만, 내가 온 걸 확인하고 나를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왜 날 피하는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지랄하지 말고 대답해....이유라도 알려줘...소문 때문에 그러는거야?"

그녀는 팔을 눈에서 떼었고, 그녀의 평소 모습과 다르게 감정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맞아. 소문 때문인거."

"그냥 애들이 장난치는 거잖아, 왜 그것 때문에 그러고 다녀?"

그녀는 나를 대상으로 한 은밀한 따돌림을 인지하지 못했고, 나는 그녀에게 잘못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그 말에 반응하여 결국 파멸로 가는 내리막길을 타기 시작하였다.

"그냥 장난이라고...? 하. 됐다. 내가 할 말은 없어. 넌 그냥 새로 사귄 친구들이랑 놀면 돼. 난 간다."

"야, 기다려!"

"싫어..."

"새 친구들...? 너랑 노는 게 난 제일 재미있다고! 나랑 사귄다는 말 듣는게 그렇게 싫어? 도대체 진짜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나는 그 질문에 불안함을 느꼈고, 그녀와 적어도 친구로는 남으려고 친구로도 남지 못할 최악의 답변을 해버렸다.



"...나랑 너 별로 안 어울리잖아...."







그 말을 들은 그녀는 잠시 가만히 있더니 굳은 표정으로 이어폰을 끼고, 집으로 향했다. 
나도 그녀가 간 것을 확인한 후, 자조의 웃음을 지으며 집으로 향했다.


그 후로 그녀는 새로 사귄 친구들이랑 잘 다니기 시작하였다. '척'을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에 대한 따돌림은 더욱 심해졌고, 나는 가만히 증거를 모아서 체육선생님을 퇴출시키는 것만 준비했다. 

하지만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졸업식이 다가왔고, 내 부모님밖에 내 곁에 남지 않았다. 

졸업식을 나오는 길에서 유림이와 내 눈이 순간 마주쳤고, 그녀는 내 시선을 피해서,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 사이로 도망쳤다. 어묵 꼬치를 먹으며....



나는 중학교를 먼 곳으로 가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나는 그녀를 다시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현재 나는 24살이다.








-1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