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좋아하는 소설이 하나 있었다.


대단한 소설은 아니었다. 성적 시원찮은 하꼬 소설, 장르는 뻔한 판타지 아카데미물, 내용은 클리셰 범벅.


그런데도 이상하게 내 취향에 딱 맞아서, 가끔 후원까지 해가면서 응원한 그런 소설이었다. 뭐, 지금은 정이 다 떨어졌지만.


연중 때문은 아니다. 연중을 안 했다는게 아니라, 연중 한번 정도로 정이 다 떨어지기에는 너무나 내 취향인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성적을 생각해 보면 연중한 이유도 대충 납득되고, 좋아하는 소설이 연중하는 일은 별로 낯설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왜 그렇게 좋아하던 소설에 정이 다 떨어졌느냐, 이게 참 골때리는데.


연재를 중지했던 작가는 그로부터 몇 개월 후에 다시 돌아와 공지를 썼다. 그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연재를 기다리는 독자들을 보며 책임감을 느꼈고, 어떤 식으로든 작품의 끝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새 회차가 올라왔다. 나는 공지의 '어떤 식으로든' 이라는 말에 주목했어야 했다.


새 회차의 내용은 이랬다. 닌자가 난입했다. 등장인물들이 다 죽었다. 그리고 완결.


작가가 독자들의 미련을 아주 화끈한 방법으로 끊어버린 것이었다. 자기 작품에 똥칠을 하는 것으로.


어떤가, 골때리지 않나? 그런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다. 아직 가장 골때리는 부분이 하나 남았다.




내가 그 닌자가 되었다.


개연성 없는 닌자 몰살 엔딩이 예정된 소설에, 그 닌자로 빙의했다고.


아무 맥락도 없이 튀어나와서, 주인공이고 히로인이고 다 죽여버리는 그 닌자!


그래, 그건 좋다 이거야. 주인공을 한방에 죽여버릴 만큼 강력한 먼치킨 닌자가 되었으니 꽤 괜찮은 빙의일수도 있겠지.


딱 한가지 치명적인 문제만 없었다면 분명 그랬을거다. 아, 미리 말해두겠지만 여자가 된 건 그렇게 치명적인 문제가 아니고.


이 소설, 닌자가 다 죽여버리고 거기서 끝이 아니라...마지막에 운석까지 떨어져서 세상이 망하고 끝난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나, 세계관 최강의 미소녀 먼치킨 닌자.


지금부터 5년뒤에 떨어질 운석을 막아야 한다.


닌닌.



갑자기 떠오른 소재인데 챌린지에 나올수도있고안나올수도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