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개 씨발. 얀붕이 군대 간다. 그것도 다음주에 바로 들어가야함.


안 그래도 존나 흉흉한 이 시국에 군대 가게 생겼다.


하...근데, 시발 머 어쩌겠냐...


까라면 까야지 시발것... 입영 통지서 보니까, 머리가 아찔하더라.


톡방에 군대 간다고 말 하니까, 애들이 얀붕..! 좆됐어..! 


그런 소리만 올라오니까, 좆같음이 더 밀려오더라.


부모님이랑 이야기도 다 끝내놓고...입대 전날까지 평소에 보고 싶었던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하면서..


이별의 순간을.. 아, 시발 개 좆같네 생각해보니까.


이게 휴대폰이 반입 된다고는 하는데. 그냥 머리 박박 밀고 갈 생각을 하니까. 좆 같더라.


공부도 손에 안 잡히고.... 그냥 이럴 때 아니면 언제 강의 째보겠냐..? 


머리도 뜨근한데 식힐겸 강의실을 빠져나와 동아리 방에 들어감.


-울 아빠 차는 벤츠 say 간지가 생명이래~


동방에 들어가니까, 얀순이가 이번에 출시 된 힙합 믹스 테잎을 듣고 있더라.


...얀순이는 누구냐..? 뭐...대충 3줄 요약을 하자면.


본인은 힙합 동아리고. 얀순이는 같은 힙합 동아리 회원임.


존나 웃긴 사실이지만. 나는 그렇게 힙합을 좋아하지 않음.


...이런데 다니면 여친 사귈 수 있다고 해서. 들어왔는데. 여친은 시발..... 김얀순 저거는 그냥 힙찔...이라고 하면 안 되겠지..? 나는 힙합 동아리 회원이니까 ㅎㅎ...


살짝 맛이 갔지만, 그래도 뭐...그렇게 나쁜 애는 아님.


"...시발, 얀순아. 큰일 났어..."


-제대로 뱉어봐. 여긴 진정성이 좆 됐다.


"...와 어떻게 이런식으로 가사를 짤 수 있는거지..? 미친거 아니냐...?"


"...야...김얀순...내가 지금 말하잖아..."


-HIP와HOP 우리는 그 시절에 젖었어.


"...세상에..."


"야, 노래만 듣지 말고, 사람이 말 하면 좀 들어라..."


여친 사귀고 싶어서 힙합 동아리에 들어간 나랑은 다르게, 김얀순 이 새끼는 진짜 개 야마임. 구라 안치고 힙합에 진심이더라. 어디서 믹스 테잎 같은거 만들어지면, 무조건 듣고...좀...힙합에 진심인 편이지..? 


근데, 그래도...야, 시발 사람이 부르는데. 반응도 안 하고 음악만 듣는게, 좀 그렇더라.


"야! 김얀순..!"


"hey! YB! 나 지금 음악 듣고 있는거 안 보여?...와 스민 이 새끼는 진짜...그래."


"...김얀순...너는 진짜...."


좀...서운하더라. 얘는 나보다 음악이 중요한가...? 그런 생각이 들 때, 얀순이가 나를 보는거임.


"하..! YB. 힙합 동아리에 왔으면 랩 네임으로 부르라고. 힙합 동아리에서 힙합을 듣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몇개 없는데... 너 별거 없으면 뒤질 줄 알아."


 "나 군대 가"


"...UM....?"


"나, 국가의 부름을 받았다고. 나 일주일 뒤에 군대 가..."


"...hm...?"


갑자기 듣고 있던 음악도 뚝 끊기고...나를 바라보는거임...


"...래퍼는 군대 안 가는거 아니었어?"


"그런 이상한 소리는 어디서 들은거야?"


"뉴스 보니까 다 안 가던데. 정신병에...지하철 공익에...그냥 면제에...검은 머리 외국인에...얀붕. 이것봐 래퍼는 군대 가는거 아니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힙합은 제도권에 대한 반항인데...군대를...제도권에 순응하는 삶을 산다고...? 얀붕... 그건 힙합 리스너라고 할 수 없는 자세야. 봐봐.  비기도 그렇고 나스도 그렇고..."


"그 사람들은 미국인이고, 나는 한국인이잖아..."


"붕... 만약에 여기서 1년6개월동안 군대를 가게 된다면, 너의 모든것이 전부 단절될거야. 과체중이나 고혈압, 유전병, 뭐...사이비를 믿는다던지, 그런거... "



"얀순아, 그런걸 여기에 적었다가는 쇠고랑을 차는 사람이 생긴다구...!"


"붕...! 내가 말했듯..! 힙합은 제도권에 대한 반항이라구..!"


"야, 그래서 나보고 징병 거부 운동이라고 하라고?"


"...일단 밥부터 먹자..."


-피자 왔습니다.


배도 고프고 머리도 뜨끈해서 피자를 먹었음. 한조각 뜯어서 먹고 있는데...


"얀순아 치즈 가루를 누가 그렇게 먹어..."


"But...이런게 없으면 지금 주어진 현실을 버틸 수 없는걸...? 얀붕... 니가 군대에 간다니... 나는 커트 코베인이 될 것만 같아..."


얀순이가 파마산 치즈 가루를 한참동안 코로 마시는 모습을 보니까.


어이가 없더라.


항상 듣고 있는 노래도 나는 돈이 없어서 친구 mp3를 훔쳤고, 나는 돈이 없어서 친구 삥도 뜯었어~ 머 이런거임. 


근데, 얀순이네 집은 금수저라서 그런 게토의 삶이랑은 거리가 멀거든.


근데...음악 듣는것도 그렇고 평소에 하는 행동을 보면 상위 1%의 인생을 살고 있는 얀순이가...자꾸 그런 게토 감성에 비벼대는게  내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어서 한 마디를 할 수 밖에 없더라.


"얀순아. 궁금한게 있는데. 너네 부모님은 버크셔 해서웨이에 다니고 있고. 지금 이 제도권의 수혜자라고 볼 수 있잖아. 근데, 힙합 같은 장르를 좋아해도 되는거야? 힙합은 제도권에 대한 반항이라면서..."


"뭐, 그건 기믹이지. 붕. 힙합 하는 사람들 학력 보면 서강대도 있고 한예종도 있고, 하버드 대학교도 있잖아. 애초에 고졸만 한다고 명시를 해버리면, 그것도 어떻게 보면 또 하나의 제도권이자 스테레오 타입이 되는거니까. 내가 생각하는 힙합은 그런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음... 그렇구나"


지금까지 얀순이랑 이야기를 하면서 가장 정상적인 대화를 나눈 것 같았음.


"...그래서, 붕 어떻게 할거야? ...같이 떠그나 하나 하면서 이야기나 해보자."


"...떠그는 무슨... 사이다잖아..."


얀순이가 뚜껑 따여진 사이다를 나한테 주더라. 


김이 빠져서 그런지...맛이 조금 이상했음.


머리가 살짝 어지럽더라.


"...군대라니,나는 붕이 군대에 갈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아아...생각해보니까. 너는 교환 학생이었지...? 너무 그렇게 충격받은 표정은 받지 마라. 이것도 삶의 일부 아니겠냐"


얀순이가 좀...침울한 표정을 짓더라.


생각해보니까, 우리는 뭐...평범한 일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미국 태생인 얀순이에게는 평범한 대학생 남자애가 군대에 가는게 이상하겠지.


"...래퍼는 군대 안 간다며..."


"그건...그 새끼들이 이상한거야..."


"그러면 붕은 조만간 군대로 떠나겠네?"


"그래, 얀순아. 뭐...한국 남자로 태어났으니까... 가기 싫어도 가야지"


"...미국 남자가 되면 군대 안 가는거 아니야...? 생각해보니까...! 그런 방법이 있었잖아..!"


"...얀순아..? 그게 무슨 소리니...? 아니, 야...임마...갑자기 막 올라타면 어뜨케에흐으응....♡♡♡♡♡"


이게 얀순이가 올라타서...막 쥐어 짜내는데 아무런 반항도 할 수 없더라...


알고 보니까, 아까 먹은 사이다에 얀순이가 약을 태워넣은 거였음...


진짜 떠그...


"...너와 나의 연결 고리! 이건 우리 애의 소리..!! 헤이...붕...! 두두두두두..! 그녀 가슴에 한발 하라구...!!"


사실...알고 보니까. 얀순이가 힙합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그거였음.


어디서 래퍼는 군대를 안 간다니까. 빨리 랩 실력을 키워서 나랑 같이 믹스테잎을 만들고.


나를 래퍼로 만들기 위해서 힙합에 미쳐 살았던 거임....ㄷㄷ


근데, 뭐... 그런거보다.....결혼하는게 더 쉬운 방법이더라.


군대 빠지는 대신에... 애 하나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나 좀 겁이나..! 아버지 날 보고 있으면 정답을 알려줘...


이게 정말 맞는건가..? 그런 생각도 들지만...뭐 어쩌겠냐.


얀순이는 내 인생에 처박힌 METEOR인데. 


수많은 동아리 회원들이 얀순이를 보고 저 괴물체는 뭘까?


내게 경고...경고를 했지만. 


그래도 처박힌 METEOR인걸...


....뭐...그렇게 해서, 미국 시민이 됐음.


그래도 후회는 없음.


한손에는 얀순이의 손...그리고 나머지 한 손에는 우리 아들래미 손을 잡고. 


행복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의 삶이 내게는 만족스럽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