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리의 부관
#지금으로부터 불과 얼마 전
-부관, 드디어 인간님을 찾았다는군. 정말 잘됐지 않은가.
죄 많은 군인이 흘린 피 마냥 붉은 노을을 등지고 불굴의 마리 4호는 어설프게 만들어진 누군가의 무덤 앞에 서서 혼잣말을 한다.
-우리는 다시 일어날걸세. 제대로 된 지휘 체계부터 구축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단단하게 보강해서
다시 저 지독한 놈들에게서 이 땅을 찾을 것이야.
마리 4호는 왼손에 들고있던 커다란 술병의 코르크 마개를 거칠게 따 버리고 내용물의 반을 그 자리에서 마신다.
남은 반은 황량한 무덤에 붓는다. 술은 고이지도 않고 순식간에 무덤으로 빨려들어간다.
마리가 병을 저 멀리 던져버리자 쨍그랑, 하는 소리가 바람에 가리어 간신히 새 나온다.
-그래, 더럽게 힘들겠지 음. 자네는 거기 그렇게 누워서 꿀이나 빨고 있으라고. 자네 눕는거 존나 좋아하잖아!
킬킬거리며 마리는 웃는다. 듣는 이 하나 없지만 숨죽여 웃는다. 의리없는 놈. 마리는 혼잣말을 하며 울다 화내다 운다.
그리곤 주정뱅이처럼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니미럴...부관이라는 놈이 말이야… 상관보다 먼저 가 버리기나 하고… 자네 그거 근무 태만에 명령 불복종이야!
술기운이 갑작스레 돌자 마리는 앉은채로 휘청거린다. 역시 이건 마실게 못돼. 니들은 이걸 무슨 맛으로 먹었냐?
마리는 넋나간 사람처럼 혼잣말을 한다.
-내가… 자네 없이 대업을 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
마리의 어깨에서 그녀의 코트가 흘러내린다. 해가 완전히 떨어져 찬바람이 살을 에지만 그녀는 코트를 고쳐입지 않는다.
-뭐 내가 여기서 주저앉더라도 라비아타도 있고… 레드후드들도 있고… 어중이떠중이들도 많고… 다들 알아서 잘 해 낼거야.
검은 보자기에 쏟아놓은 곡식 낱알처럼 별들이 밤하늘을 가득 메웠다. 저 멀리서 누군가 마리를 찾는 소리가 들린다.
그녀는 분명히 들었지만, 일어나지 않는다.
-말 좀 해줘. 내가 그정도로 가치 있는 목숨이었나? 자네들의 목숨과 바꿀 정도로…? 나는 잘 모르겠어. 아직도.
마리를 찾는 목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자 그녀는 아예 땅바닥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그게 아니라면… 나도 곧 따라가겠네. 살릴 수 있을 만한 놈은 다 살려놓고… 그래야 자네 보기 덜 부끄럽지 않겠나.
보고싶다. 여우같은 놈. 마리는 다시금 읊조린다. 수 명의 병사들이 마침내 마리를 찾아 그녀를 부축해 일으켜 세운다.
술 드셨습니까? 누군가 묻는다.
그래 이 새끼야. 마셨다. 마리가 얼굴이 벌개진 채로 말한다.
양파가 좋다네… 양파가 좋다네… 마리는 술주정 비슷한 노래를 중얼거리며 비틀거렸다.
#수 년 전.
-찾았다! 마리 소장님을 찾았다! 들것! 들것 가져와!
바위 틈에 널브러진 마리를 발견한 브라우니들이 소란을 피우며 그녀 곁으로 몰려든다.
요란한 그녀들의 목소리를 듣고 마리는 부스스 눈을 떴다.
-마리 소장! 천만 다행입니다. 제가 누군지 알아 보시겠어요?
-...통령…?
반 쯤 깨진 안경을 쓴 낯익은 얼굴을 보고 마리는 말한다. 정신이 퍼뜩 든 사람처럼 고개를 들더니,
이내 눈앞의 사람의 어깨를 양 손으로 거칠게 잡는다.
-마리 소장?!
-뭐야… 왜 통령 당신이 여기에 있어!?
-...마리.
-내가 왜...응? 왜 날…? 내 부하들은?
핏발 선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마리에게 라비아타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밖에 없었다.
-통령… 내 부하들은 다 구하고 내게로 온거지? 그렇지? 이렇게 빨리 올줄은 몰랐는데 당황스럽군. 그런 거지?
-마리, 그녀들은…
-말해!! 내 부하들을 전부 구하고 내게 온게 맞다고 말하라고!!
마리가 거칠게 팔을 휘두르자 그녀를 부축하고 있던 브라우니들이 벌러덩 나자빠진다. 마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라비아타를 쏘아본다.
-당신들의 부하가 내게 간곡히 부탁했어요… 특히 당신의 부관이.
-그게 무슨 개소리야?
-당신을 위해서 그녀들이 목숨을 던졌어요! 그러니 갑시다, 마리 소장.
라비아타의 말이 끝나자 잠시동안의 소름끼치는 침묵이 그녀들을 감싼다. 그리고 이내 마리는 머리를 감싸쥐고 울부짖기 시작한다.
그녀의 눈이 푸르게 빛나고 그녀의 몸에서 스파크가 튀기 시작하자 브라우니들은 겁을 먹고 물러난다.
-소장! 진정하고 가야 합니다! 그녀들의 죽음을 부디 헛되이 하지 마세요!
-안돼!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없어어…..
-소장…!!
-나 대신 그녀들을 구했어야지! 통령!! 그녀들에게 갔었어야지!! 그 아이들을 구했어야지!!
마리가 더욱 심하게 울부짖으며 발광하자 라비아타를 제외한 누구도 마리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간신히 그녀에게 다시 다가간 라비아타는 주먹으로 그녀의 뒷목을 강하게 내리쳐 그녀를 기절시켰다.
-여기는 라비아타. 마리 소장을 확보했습니다. 상태가 좋지 못합니다. 즉시 수복 키트와 진정제를 준비하세요. 이상.
축 늘어진 마리 곁으로 브라우니들이 다시 다가와 그녀를 부축한다.
돌아가는 길에 라비아타는 참담한 심정으로 내내 그녀를 바라보았다.
# 앞전으로 부터 몇 주 전.
꾀죄죄한 몰골의 마리와 브라우니, 레프리콘과 레드후드가 지휘용 태블릿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다.
-아무래도 우린 좆된것 같슴다.
-전적으로 동의하네 부관.
마리가 태블릿을 잡아 휙 내던진다. 태블릿은 땅바닥에 여러 바퀴 구르더니 우지끈 하며 두개로 쪼개졌다.
-도저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슴다. 아이고, 그동안 재수 억세게 좋았다 진짜. 예엠병.
얼굴에 흉터가 가득한 브라우니가 넋두리를 하고는 이내 바닥에 벌렁 드러눕는다.
-모두를 살리는 건 무립니다. 철충 놈들이 저희의 전멸을 노리고 있으니, 희생을 각오해야 합니다.
레드후드의 말에 모두가 착잡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본다. 흉터투성이 브라우니는 몸을 일으켜 다시금 곧은 자세로 앉았다.
-기껏해야 한 줌 밖에 안되는 이 병력을 또 쪼개서 철충 밥으로 줘야 한다니…
-그렇게라도 해야 해. 이정도의 병력이라고 해도 전멸이라도 당했다가는 라비아타 통령에게는 크나큰 손실이야.
-그녀가 다시 병력을 보충하기도 전에 모든 것이 끝날수도 있다.
마리는 고개를 돌려 군장을 풀고 휴식중인 자신의 병사들을 바라본다.
고통스러운 얼굴로 물집을 터뜨리는 이, 넋이 나간 얼굴로 하늘을 보는 이, 군장에 몸을 기대고 선잠을 자는 이…
마리는 입술을 깨물고 그들에게서 고개를 돌린다.
의미없는 회의를 다시 해 보지만 얼마 이어지지 못하고 긴 침묵만이 그녀들을 감싼다.
-이렇게 하지.
마리 주변의 그녀들이 일제히 고개를 그녀에게로 향한다.
-제군들이 다수의 병력을 인솔해 통령에게 간다.
흉터투성이 브라우니가 황망한 얼굴로 마리를 쳐다본다. 나머지 두 사람의 얼굴도 그녀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
-그동안 자네들을 이끌고 전장에 나설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네.
-소장님,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부관, 뒷일을 부탁한다.
-마리 님!!
흉터투성이 브라우니가 벌떡 일어나자 마리는 조용히 앉아달라는 손짓을 했다. 브라우니는 어쩔수 없이 자리에 다시 앉는다.
-짬브가 나와 함께 한게 몇년이더라?
-...100년 하고도… 한참 전에 세는 걸 그만뒀습니다.
마리가 킬킬 웃는다.
-징글징글하게도 붙어있었군. 내가 자네를 그 긴 시간동안 들들 볶아댔으니 진절머리 날만도 한데 안 그런가?
-지긋지긋하긴 합니다만 이런 식으로 작별하는건 아니지 않습니까. 소장님이 안계시면 누가 저를 갈굽니까.
마리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흉터투성이 브라우니의 눈가를 닦아준다. 그녀의 손이 애써 아닌 척 하지만 살짝 떨고 있다.
-자네를 믿고 먼저 가겠네.
-곧 따라가겠습니다.
-안 되지. 자네는 통령 곁에 오래도록 있어야 하네. 그리고 내 다음으로 다른 마리가 오면 그녀를 잘 보좌해 줘야해.
내말 무슨 말인지 잘 알겠지.
-마리 님…!
-해가 떨어지는 대로 난 소수의 지원자를 이끌고 놈들을 유인하겠네. 나머지를 이끌고 계곡을 타고 내려가.
충분히 안전해 졌다고 생각될 때 통령과 합류할 수 있도록.
현 시간부로 지휘권을 브라우니9026, 자네에게 맡기겠다.
흉터투성이 브라우니-브라우니 9026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마리는 그런 그녀를 한참동안이나 포근히 안아준다.
-레드후드 3호, 레프리콘 4887, 부관을 부탁한다. 난 마지막으로 병사들의 얼굴을 보러 갈테니
감정 추스리고 모두에게 작전을 설명할 준비를 하도록 하게.
말을 마치고 마리는 훌쩍 일어나 병사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 버렸다.
한참을 고개를 숙이고 있던 브라우니는 마리가 멀찍이 떨어진 병사들에게 다가가자 고개를 들고
아직 곁에 있던 레드후드와 레프리콘 4887을 바라보았다.
-9026…
-통령에게는, 저항군에는 마리 님이 필요해.
-...동의합니다.
-짬 먹은 브라우니는 언제고 다시 나오겠지만, 유능한 지휘관은 그렇지 않아.
특히나 우리 마리 소장님 같은 지휘관은 더더욱… 내가 지금 무슨 말 하는건지 이해하겠지 둘 다.
세 명은 결의에 찬 눈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4887, 레드후드.
-뭘 우리한테 물어보고 그래.
-그래. 지휘권 넘겨 받았잖아요?
세명은 서로를 껴안았다. 그리곤 병사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마리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 수십 년 전.
지축을 뒤흔드는 둔탁한 폭음, 굉음, 비명.
얼굴에 인상적인 흉터가 난 브라우니가 복도를 내달리며 누군가를 애타게 찾고 있다.
-소장님!! 마리 소장님!!어디 계십니까!!
근처에서 일어난 폭발의 영향으로 건물이 흔들거리자 브라우니는 자세를 잃고 복도에 철퍼덕 넘어졌다.
그런 그녀를 누군가 다급히 다가와 일으켰다.
-마리 소장님?!
-접니다 브라우니. 레프리콘 4887이요.
-아, 4887… 마리 소장님은?
-사태 터지자 마자 나가셨어요. 아마도…
또 한번의 폭발이 그녀들을 덮친다. 건물 한 쪽 벽이 무너져 내린다. 뻥 뚫려버린 벽의 저 편 너머로 기이한 풍경이 펼쳐졌다. 저 멀리 불굴의 마리가 보이고, 그녀는 병력의 맨 앞에 서서 배리어를 전개해 뒤의 보병 병력들을 보호하고 있다. 그녀의 뒤에서 수많은 브라우니, 레프리콘, 기타 등등의 병사들이 검붉은 무언가를 집중사격하고 있다.
-저분은 참 한결같으시군…!
-말려야 합니다. 갑시다 9026.
그녀들은 건물에서 훌쩍 뛰어내려 달리기 시작한다. 정신없는 와중에 누군가가 건네준 자신의 총기를 파지하고 달리고 또 달린다. 마침내 그녀들의 사단장이 보이자 브라우니와 레프리콘은 숨을 고르고 마리에게 다가갔다.
-마리 소장님!!
-짬브 왔냐!
사방에서 울리는 총포탄의 괴성에 귀가 멍멍해져간다. 그녀들은 대화를 하기 위해 악을 지르는 수 밖에 없었다.
-본부로부터 정보는 없나!! 저건 대체 뭐야!? 삼안 찌끄레기야?!
-아직 어떠한 연락도 없습니다!
-쓸모없는 것들!!
마리의 배리어는 아직까지 견고하지만, 정체모를 저 검붉은 것들이 쏟아붓는 흉탄에 그 기세에서 밀려 차츰차츰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브라우니 9026은 재빨리 그것을 포착해냈다.
-더 버티시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 그래 보여!?
-예!!
-망할 놈들! 9026 준위! 병사들을 순차적으로 퇴각시켜! 내가 뒤를 맡겠다!
-같이 가셔야지요!!
-내가! 뒤를! 맡는다고!
-또 병사 한명까지 다 퇴각해야 따라오실 속셈이십니까!! 빨리 오십시오!! 소장님이 없으면 저희는 오합지졸에 불과합니다!
-그럴 수는 없다!!
마리가 고집을 피우자 9026은 화가 턱까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C-1 마리 4호 소장님!! 뒷일은 제발 병사들에게 맡기시고 절 따라오십시오! 고집 피우실 때가 아닙니다 지금은!
내내 적들만은 쳐다보던 마리가 처음으로 브라우니9026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이 눈부시도록 푸른 빛으로 빛나고 있다.
브라우니는 그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고집 피우지 말라고 했나!!
-예,예! 그렇습니다! 마리 소장님 께서는-
-짬브!!
-준위 브라우니 9026!!
-장군이란 직책은 병사가 만들어 주는 것이다! 잊은 건 아니겠지!
-...!!
-내가 전장에서 돌베개를 베고 누울지라도 병사들은 거위털 베개를 베고 누워야 해!!
너희들이 내일 아침 해를 보게 하기 위해 내가 영원히 잠들어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바라던 바다!
그동안 가치관이 바뀌기라도 한건가! 자네가 그걸 절대 모르진 않을텐데!
브라우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단지 기계적으로 빈 탄창을 버리고 새 탄창을 장전해, 눈앞의 적을 향해 총알을 난사하는 그 뿐이다.
-...저희가 마리 님 없이 편히 잘 수 있겠습니까!
-죽으러 간 다는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 예 그러시겠죠!
-연대장들에게 전달해! 병력을 일시 후퇴시키고 전력을 가다듬어 전선을 다시 짠다. 바보들이 아니니깐 알아서 잘 해 낼 거다!
-예, 전달하겠습니다!
-그래, 둘다 가 봐! 아참, 짬브!
-브라우니 9026!
-임펫 205가 전사한 듯 하다!
-예!?
뜻밖의 소식에 브라우니 9026은 얼어붙었다.
-205 대위가?!
-확실한건 아니다. 하지만 정황상 거의 맞다고 봐야지!
-이럴수가…
-만약 그녀석이 죽은게 맞다면, 자네가 내 부관 자리에 대신 들어온다!
-사단장님…!
-왜, 싫어? 더 가까운 곳에서 날 갈굴 기회를 준다는데 좋아해야 하는것 아닌가? 짬브!
-준위 브라우니 9026!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가 봐!
-예! 필승!
브라우니 9026은 부리나케 내달린다.
마리는 그런 그녀를 보곤 피식 웃었다.
#또 그로부터 십 수 년 전.
블랙 리버의 1차 연합전쟁 승전 기념식이 벌어지고 있는 어느 부대 안. 그 부대 안의 어느 먼지 쌓인 탄약고.
마리 4호는 거기에 널브러진 누군가를 보고 혀를 끌끌 찬다.
-짬브.
-...
-짬브.
발로 툭 툭 건드려보지만, 얼굴 한 가운데 인상적인 흉터가 난 브라우니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짬브. 너 진짜 뒤진다.
-...드르렁.
불러도 불러도 브라우니가 일어날 생각을 안하자, 마리는 단전에 온 힘을 모아 브라우니의 명치에 정권지르기를 먹였다.
둔탁한,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브라우니가 비명을 지르며 일어난다.
-끄흐어어어업!?
-지랄한다. 짬브. 너 여기서 뭐하냐?
-...흐업. 소장님. 필씅.
-주임원사란 새끼가… 아이고 머리야. 너 여기서 술 퍼먹었어?
-헤헤…
-어쭈? 웃어?
마리가 군홧발로 브라우니의 쪼인트를 까자 브라우니는 또 한번 비명을 지른다.
-회장님이 이 꼴을 보셨으면 너나 나나 둘다 모가지야. 알아?
-헤윽...그러는 소장님은 여기서 뭐하십니까.
-나?
마리는 잠깐 말문이 막혔다. 그도 그럴 것이.
-나도 땡땡이.
-...예?
-땡땡이 이새끼야 땡땡이.
-으악! 아이고야!!
군화에 밟혀 비명을 지르던 브라우니는 문득 마리의 얼굴을 쳐다본다.
-마리 소장님.
-뭐.
-술...드셨슴까?
-엉.
-예?
-마셨다고.
-...소장님, 술 드셨다고요?
-그래 이새끼야!! 블랙리버 간부인지 뭔지 하는 좆같은 인간새끼님이 내 허벅질 주물러대면서 권하길래 난생 처음 술이란거 마셔봤다 이새끼야! 꼽냐 엉! 니새끼는 임마!
-끄헤윽!! 아픕니다! 아악!
-내가 어? 사단장이 임마 어? 희롱을 어? 쳐 당하고 있는데 어?
-아야야야야야야야!!!
-에이씨… 됐다 임마. 말을 말지.
-끄르륵…
마리는 한숨을 푹 쉬고는 엎어진 브라우니를 깔고 앉았다.
-아이고 짬브야. 사는게 힘들다.
-흡… 이제와서요?
-너는 이새끼야 하늘같은 사단장님이 힘드시다는데 이새끼야.
-악! 악!
-애들 그렇게 죽어나갈때는 계산이 안맞는다고 지원도 안해주던 새끼들이
피똥싸면서 이겨놓으니 거들먹거리면서 부대 찾아와서는…
마리는 또한번 에휴, 하고 한숨을 쉰다.
-소장님 술 드신건 처음 봐서 진짜 신기함다.
-그렇게 신기해?
-예. 커피 드시는건 셀 수도 없이 봤는데.
-커피는 맛있잖아 임마.
-웩, 그게 무슨 맛이 있습니까? 탄내나는 까만 물이. ...아야야야야!
마리는 브라우니의 허벅지 안쪽을 꽉 꼬집었다.
-니랑 나랑 얼마나 봤더라.
-못해도 20년은 됐죠?
-그치? 근데 왜 니 정도 공을 세운 놈이 준위 진급 심사에서 자꾸 떨어지냐?
-브라우니 따위가 원사까지 달고 있는걸 칭찬해 주셔야 하는거 아님까?
-브라우니 따위라…
마리는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빙빙 꼬으며 중얼거린다.
-스펙의 한계를 딛고 질리도록 살아남은 그이름 짬브. 혹시 기념식에서 저 안찾더랍니까?
-니 얘기는 한 마디도 없더라.
마리가 바닥에 침을 퉤 뱉었다.
-에이 안목 없는 놈들. 역전의 용사가 바로 여기 있는데.
-그러게 말이다.
-오오, 인정해 주시는 겁니까?
-난 말야… 니들이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하거든. 나는 너네들한테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는 일밖에 하는 일이 없어. 그나마도 반은 내 대가리에서 나온게 아니고 참모들 대가리에서 나왔지. 진짜로 총 들고 싸우는 건 누구냐? 니들이잖아 임마.
브라우니는 마리의 넋두리를 신기하다는 듯 듣고 있는다. 마리는 또 한번 한숨을 푹 쉬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내가 니들보다 비싼거, 그게 전쟁터에서 뭔 의미가 있어? 대포 앞에 장사 없다. 맞으면 니도 한방 나도 한방. 안글냐?
-그건 그렇죠.
-니가 지금껏 피한 대포알이 몇개냐 응? 니보다 훨씬 비싼 케시크인지 개새끼인지도, 날아다니는 병신같은 ags들도 짬브 니보다 전쟁터에서 오래 살아남은놈 없을거다. 안그냐.
-그건 소장님께서…
브라우니는 말을 하다 말고 씨익 웃는다.
-소장님께서 뭐. 말을 하다 웃고있어 재수없게.
-헤헤.
-참 내. 속에 있던 말들이 술술 나오네. 니들이 왜 먹는지 조금은 알겠다. 짬브야.
-예 소장님.
-꿍쳐둔 거 있지? 자진상납 해라.
브라우니는 조금 뜸을 들이더니, 산처럼 쌓여있는 탄약들 사이에서 기가 막히게 짱박아둔 럼주 한병을 꺼내들었다.
-이 미친놈아.
마리는 욕을 하면서도 씨익 웃는다. 둘은 먼지투성이 탄약고 안에서 독한 럼주를 나눠 마신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짬브야. 난 네가 좋다아.
-갑자기요??
마리가 머리를 흔들거리며 말하자 브라우니가 기가 찬 얼굴로 그녀를 바라본다.
-짬브야아. 니랑 나랑은 참 기묘한 관계같다아.
-이양반 술 됐네.
-그렇잖아 임마. 너는 병에서 원사까지 단 미친놈이고오 나는 사단장이면서 그런 니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친구처럼 대하고 있그어…
-우리 친구였슴까?
-뭐이씨 아냐아? 이 배신자…
-뭐 하긴, 제가 사단장이랑 친하다고 하면 다들 기절할듯이 놀라긴 합디다.
-나는 네가 처음 봤을 때 부터 마음에 들었어…
마리는 피식 웃으며 자신의 목덜미를 문지른다.
-예, 저도 그 난리통에 뵌 분이랑 이런 사이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짬브…드르렁...
-소장님? 하이고야… 자, 들어갑시다 이제.
브라우니는 마리를 부축해 간신히 일어났다. 아이고, 드럽게 무겁네.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입을 읍, 하고 막았지만 다행이 마리는 듣지 못한 듯 하다. 브라우니는 노래를 부르며 한발 한발 걸었다. 양파가 좋다네, 양파가 좋다네…
마리는 조용히 눈을 감고 브라우니의 노래를 들었다.
# 언제인지도 모를 까마득한 예전.
검은 연기가 여기저기 피어오르는 어느 숲 속. 탈진한 브라우니 한 명이 엉망이 된 참호 속에서 끊어질 듯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그녀의 얼굴엔 생긴 지 얼마 안된, 총알이 지나가 생긴 커다란 흉터가 그어져 있다.
어디선가 저벅 저벅 하고 뭔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통증만이라도 잊어 보려 안간힘을 다해
들고있던 몰핀 주사를 배에 꽂으려 하지만 팔이 말을 듣지 않는다.
발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진다. 한 번 늘어진 팔은 좀처럼 들어올려지지 않는다.
발소리는 더욱 더 가까워진다. 브라우니는 짤막하게 욕설을 내뱉고 눈을 질끈 감는다.
몇 초 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참호 속 그녀 옆으로 굴러 떨어졌다.
브라우니는 흡,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곤 천천히 눈을 뜬다.
-...뭐야?
처음 보는 장신의, 금발의 여자 군인이 바로 옆으로 굴러떨어져 널브러져 있다.
바이오로이드? 못보던 얼굴인데…
브라우니는 그녀와 그녀가 입고있는 블랙리버 장교용 겉옷을 멀뚱히 쳐다본다
-신형 바이오로이드인가? 비싸보이는데. 장교급 신품이 나왔다다니 이건가보네…
-음.
-으아악!! 뭐야… 살아있었네...ㅂ니까?
대자로 뻗은 금발의 군인은 간신히 고개만 돌려 브라우니를 쳐다본다.
금빛 눈동자가 호랑이처럼 빛나고 있다. 고 브라우니는 생각했다.
-아직도 퇴각 못한 병사가 있을 줄이야.
-어어…
-자네는 누군가?
-어,음,아, 병장 T-2 브라우니 9026!
-음, C-1 마리 4호 일세.
-마, 만나뵙게 되서 영광입니다…
C-1? 처음 듣는 제식명에 브라우니는 호기심이 생겼다. C면 Commander에서 따온걸까.
못해도 대위 이상이겠네. 말 안 놓길 잘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마리를 힐끔힐끔 바라보는데, 갑작스럽게 마리가 입에서 피를 토했다.
-콜록,콜록… 으음!
-으헉…! 괜찮으십니까?
-별 것 아니다.
-아니긴, 방금 피를 토하셨…
-몰핀 좀 놔 주겠나?
마리가 브라우니가 쥐고 있는 몰핀 주사를 바라보며 부탁했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몰핀 주사를 줘야 하나 고민하던 브라우니는 이내 마음을 잡고 마리에게 주사를 던져주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뜻대로 팔이 움직이지 않아 신음을 토하는 그녀를 보고 마리는 한 팔로 엉금엉금 기어서 브라우니 바로 옆 까지 다가온다.
-놓습니다. 처음에 좀 아프실 겁니다.
-상관없다.
-갑니다!
마리가 그나마 덜 아프도록 주사를 어깨에 놓아주려했지만 브라우니의 팔은 끝까지 말을 듣지 않는다.
아무렇게나 휘둘러진 팔은 마리의 목덜미로 향했고, 주사는 목의 한가운데 꽂히고 말았다.
-헉….. 괘,괜찮으십니까?
-그윽… 괜...찮다. 곧바로 도는군. 한결 나아졌다. 자네도 필요하지? 내 걸 주겠다.
몰핀이 마리의 몸을 타고 흐르자마자 마리는 자세를 고쳐 앉아 자신의 몰핀과, 또다른 주사 두 개를 꺼냈다.
-나머지는 뭡니까?
-메스암페타민.
짧게 답한 마리는 몰핀과 메스암페타민 한 개 씩을 브라우니의 허벅지에 쑤셔넣고, 남은 아드레날린 주사를 자신의 허벅지에 찔렀다.
-크헝?!
바이오로이드 병사에게는 지급되지 않는 약제의 기묘한 고양감이 몰려오자 브라우니는 사지를 뒤튼다.
-가,감사…
-몸 움직일 수 있겠나?
-예? 예, 그렇슴-
-7시 방향! 바위 뒤!
브라우니가 통증도 잊고 본능적으로 엎드려 쏴 자세로 7시 방향을 바라본다.
3 기의 폴른이 아무것도 모른 체 그녀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이런 썅…
-제일 왼쪽 새끼부터 조져! 사격!
브라우니의 총이 불을 뿜는다. 맨 왼쪽의 폴른이 대응할 틈 도 없이 그녀의 사격에 걸레짝이 된다.
나머지 둘은!? 브라우니가 다른 녀석들을 조준하기도 전에
-우와.
어디선가 튀어나온 3개의 금속 구체에서 나온 레이저포가 남은 폴른들을 숯덩이로 만들어버렸다.
그 절륜한 위력을 보느라 브라우니는 마리의 몸에 스파크가 마구 튀는것은 보지 못했다.
-음? 뭘 그리 놀라나?
-예? 아니 그, 마리...님 같은 강력한 분은 처음 봐서 그렇습니다.
-그래? 병사는 다른 마리 소장들을 본 적이 없는가보군.
-예 그렇습니다. 예?
하긴 우리가 좀… 최신 모델이긴 하다만.
-소,소장?!
브라우니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자 마리는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소소소장님이면 사사사사사사단장...님?
-약제의 부작용인가? 몸을 그렇게나 떨다니.
-피피피피피피피필승!!!
-응? 갑자기?
-모모모몰라뵀습니다! 아니! 그! 정말 죄송합니다!
마리는 도저히 영문을 모른다는 얼굴로 브라우니를 바라보다가, 이내 이유를 깨닫고는 멋쩍게 웃는다.
-아이고 이런. 계급을 빠뜨리고 관등성명을 대다니. 어디가서 소문내면 안되네.
-병장 T-2 브라우니 9026!! 네 알겠씀다!!
요란하기는. 마리는 브라우니를 주먹으로 툭 쳤다. 브라우니가 또한번 귀 떨어지게 관등성명을 대자
얼굴을 찡그리며 손가락으로 귀를 막는다.
-병장은…
-병장 T-2ㅡ
-아이고 그만 좀. 귀청 떨어지겠다.
-넷씀다!
-어휴. 병장은 어쩌다 혼자 낙오됐는가?
마리가 말을 마치자 사시나무처럼 떨던 브라우니가 별안간 잠잠해진다.
-기습을 당해서 분대원들과 급하게 퇴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막내가 다리를 맞았고…
따라잡힐것 같다고 판단해서 제가 미끼를 자처했습니다.
-자네가 분대장인가?
-예 그렇슴다.
-으음…
브라우니는 고개를 숙이고, 마리는 위를 바라본다. 짙은 회색빛 구름이 빠르게 하늘을 스쳐 지나간다.
-충분히 따돌렸다고 판단하고 돌아가려는데, 매복하고 있던 인간 군인들과 마주쳤습니다.
죽을 힘을 다해서 도망가던 와중에 돌부리에 걸려서 우당탕 구르다가 보시다시피 참호로.
-그렇군.
아래로 쏙, 하는 손짓과 함께 브라우니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병장. 하나 묻고 싶은게 있다만.
-예 소장님!
-옳은 판단이라고 보는가?
-예? 무슨 말씀이신지ㅡ
-자네가 미끼를 자처해서 분대원들과 떨어진 게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
-분대장이 아닌가. 다른 분대원들도 생각했어야 하는게 아닌가 묻는걸세.
자네가 미끼를 자처함으로 해서 그들은 구심점을 잃었다. 누가 그들을 이끌겠는가.
-...부분대장도 있습니다.
-약간의 희생을 감수하고 자네가 분대원들을 통솔해 퇴각하는 게 훨씬 효율적인게 아닌가.
내가 지금 뭘 잘못 들은걸까? 브라우니는 머리가 멍 해지다가, 곧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걸 느꼈다.
-다친 막내를 버리기라도 했어야 한단 말 입니까?
-자네의 생각을 묻고 있다.
-선임이 어떻게 후임들을 버리고 갑니까! 그게 군인이 할 말입니까!?
브라우니는 마리를 똑바로 노려본다. 갈색 눈동자가 노기를 띄고 까마득하게 높은 장성을 노려본다.
마리는 그녀의 눈동자에 그려지는 분노를 보았다.
-소장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는 알고 싶지 않습니다만, 저는 잘나서 분대장을 맡은 게 아닙니다.
저는 단지 분대원들 중에 제일 고참일 뿐입니다.
군대 생활을 하는 내내 지겹도록 본 동기와 동생들을 맏언니 로써 이끌고 가라고, 단지 그것 하나로 분대장을 맡은 겁니다!
브라우니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그녀의 팔이 떨리는 것을 마리는 가만히 지켜본다.
-...알량한 완장 좀 차고 있다고 누군가의 목숨을 장기말로 쓸 순 없습니다.
-자네는 보기보다 참군인이군.
-그게 당연한 겁니다.
제 행동에 한 점 후회 없습니다. 브라우니는 말을 마치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마리는 참호의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한참을 가만히 있는다.
-그러는 소장님은 왜 여기 계십니까.
브라우니가 퉁명스레 내뱉는다.
-나 말인가…
-...설마 사령부가?
브라우니의 얼굴이 다시 하얘지는것을 보고 마리는 고개를 젓는다.
-1개 연대가 고립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게 소장님이 여기 계신 것과 무슨 관련이?
-자네도 말하지 않았는가. 장군이 어떻게 부하를 버리나. 내 명령으로 진격한 부대가 전멸 위기에 처했는데.
그래서 뛰쳐 나왔지. 전선으로.
-아니, 저야 일개 분대의 분대장이지만, 사단장이시잖습니까….
-내가 잘나서 된게 아니야.
브라우니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마리를 바라본다. 마리는 깊은 한숨을 쉬고는 금속 구체를 조종해 손 위에 두었다.
-태어날 때 부터 지휘관을 하도록 만들어졌어. 태어나 보니 군인이고, 장성이지.
내 의지로 호흡을 시작한 그 날 부터 내 손에는 수천 수만의 목숨줄이 쥐어졌다.
병사들의 의지와는 더더욱 상관없이 그렇게 되었어.
그렇기에 나는 내 모든 걸 바쳐 그들을 지켜야만 해.
-소장님, 당신도…..
-일개 연대 따위를 구하겠다고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만든 지휘관이 최전선으로 뛰쳐나갔다는 소리를 들으면
인간들은 노발대발하겠지. 하지만 아무 상관 없다.
들어간 돈 따위는 아무 상관 없어. 목숨은 목숨이다. 저울에 올려놓을 수 있는게 아니란 말이야!
마리는 입술을 피가 나올 정도로 깨물었다.
브라우니의 한쪽 눈에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주륵 흘러내린다.
한바탕 감정의 폭풍이 지나가고, 마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툭툭 털고 일어나 주변을 살핀다.
-주변이 잠잠해졌군. 돌아간다면 지금이 기회다. 일어나게 병장.
마리는 참호 밖으로 뛰어올라 브라우니를 끌어올린다. 구름은 더욱 짙어져 햇빛 한 점 들어올 틈 조차 보이지 않는다.
두 군인은 서로를 부축하며 감에 의존해 걷기 시작한다.
-병장.
-병장 T-2 브라우니 9026!
-아잇. 너무 길어. 복무한지 얼마나 됐어.
-오늘로 2262일 됐습니다!
-오래도 있었군. 짬이라고 하던가. 짬 많이 먹었으니 짬브라우니라고 부른다 앞으로.
-짬,짬브라우니… 하하하… 짬타이거 비슷한 검까...
-맘에 안드나? 것도 길군. 짬브라고 하지.
-소장님 편하신대로 불러주십시오…
실없는 소리들을 하며 잡목림을 넘다보니 둘에게는 자연스레 허기가 찾아왔다.
브라우니는 허기를 잊기 위해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기름에 튀긴 양파가 좋다네, 맛있으니까 양파가 좋다네~
-병장, 배 고픈가 보군.
-많이 친한 취사병 한 녀석이 있는데, 야간근무 마치고 돌아오면 몰래 생 양파를 튀겨 주곤 했습니다.
그걸 먹으면서 배운 노랜데, 갑자기 생각이 나서 불러봤슴다.
-Au pas camarades au pas camarades, Au pas, au pas, au pas…
-어? 아십니까? 그것도 원어 버전으로?
-내 코드네임이 마리인데 당연한 것 아닌가.
신이 난 브라우니는 계속해서 양파의 노래를 흥얼거린다.
마리는 브라우니가 한 소절 선창하면 원어로 한 소절을 따라 부르며 돌림노래를 이어간다.
-병장. ...아니지. 짬브.
-병장 Tㅡ! ...어...짬브!
-우리가 무사히 돌아가게 된다면, 종종 자네를 찾아도 되겠나.
-어, 저를 말입니까?
-난 아직 모르는게 너무 많아. 특히 일반 병사들에 관한 건 백지에 가깝지. 그래서 짬브 자네가 나를 많이 가르쳐 주게.
-일개 병사가 사단장을 가르치다니 그림이 너무 이상한것 아닙니까.
-배움에 계급이 무슨 상관이 있어. 안그래?
-소장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병장 나부랭이가 어떻게 거절을 하겠습니까...내 참.
둘은 서로를 보며 피식 웃었다. 잿빛 구름은 어느샌가 걷혀, 용감한 병사가 흘린 피 처럼 붉은 노을이 하늘을 온통 감싼다.
-이봐 짬브.
-병장 짬브. 예, 소장님.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아쌉에서 시작한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