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던 폭염에도 불구하고 이제 제법 스산한 바람이 분다.
거리의 오가는 사람들의 복장도 제법 두꺼워졌다. 그런 거리를 바라보면 한가지 눈에띄는 부분이 있었다 사람들과 대비되는 얇은 드레스차림의 소녀가 필사적으로 무언가 외치고 있었다.

핫딜사세요! 핫딜사세요!

마침 그날은 개천절이었다. 애국심 넘치는 브붕이들은 브더갤에서 고조선의 건국을 축하하기 위해 바쁜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소녀를 무시하고 지나가버리는것이었다. 간혹 핫딜이라는 말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는 사람도 있었지만 내용물을 흘끗 보고 혀를 차며 가버렸다.




핫딜 사세요! 제발 사주세요

소녀는 안쓰럽게 외쳐댔지만 곧 거리는 한산해지고 어둠이 깔려왔다.

흑.. 이걸 다 팔지 못하면 준희옵빠에게 혼나는데..

소녀는 울먹이며 다 팔지못한 핫단상점을 들고 목적지 없이 걸어갔다. 그리고 문뜩 근처 집 창문을 보았다. 거기에는 테미스가 5스북을 배불리 먹고 있었다. 월초가 되자마자 신섬에서 바로 사온 따끈따끈한 스북이었다. 소녀에겐 벌써 몇달째 5스북은 커녕 레벨업조차 없었다. 소녀는 저도 모르게 창가에 다가가 침을 꼴깍 삼켰다.

나도 스강해보고싶다...

한참을 바라보던 소녀는 어깨를 감싸 쥐고 가볍게 떨었다. 견디기 힘든 추위에 벌벌떨던 소녀는 무언가 결심한듯 핫딜을 꺼내들고 불을 붙였다. 핫딜은 타들어가면서 내용물을 보였고 중급 각성수정 몇개가 나타났다.

와 예쁘다.

소녀는 중급각성 수정을 잡으려했지만 그 순간 핫딜이 꺼지며ㆍ 각성수정은 사라졌다. 5성인 소녀에게 중급각성수정은 그닥 쓸모가 없었던것이다. 소녀는 화들짝 놀라며 이내 아쉬운 눈길로
각성수정이 없어진 자리를 보고있었다. 그리고 이내 핫딜을 하나 더꺼내 태웠다.그러자 그곳에는 소녀가 그렇게 원하던 스킬북이 나타났다. 소녀는 작은 탄성을 내뱉으며 스북을 잡았지만 그 순간 핫딜이 꺼지며 스북이 사라지고 말았다.


......

그건 5스북이 아닌 4스북이었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5성인 소녀에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했다. 잠시 품었던 기대가 무너진 탓일까 소녀는 이번에야말로 울먹이며 주저앉아버렸다. 잠시 흐느끼던 소녀는 핫딜을 있는대로 태우기 시작했다.
일계,지휘검,슬라임 많은 물건들이 스쳐지나갔지만 소녀를 강화해주지 못하고 스러져 갔다. 그것들을 애절하게 바라보던 소녀는 새로이 생겨난 인영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클라우디아!!!

안녕 엘리제..

그것은 먼저 죽어서 하늘나라로 가버린 소녀의 친구였다. 소녀는 추위도 잊고 오랫만에 만난친구와 제회의 기쁨을 나눴다. 그러나 핫딜은 계속 타고 있었다. 이윽고 클라우디아의 몸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된거같아..

!!!! 안돼 클라우디아! 가지 마!

괜찮아 엘리제.. 나 곧 리뉴얼이랑 확업이니까..

안돼! 클라우디아, 안돼!! 나도 데려가줘!!





소녀의 절규에도 아랑곳 없이 클라우디아는 사라졌다. 눈물젖은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소녀는 긴 시간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일순간 소녀는 결심을 한듯이 드레스 안쪽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그것은 핫딜 상점팔이를 하면서 어렵게 모은 5만5천원이었다. 소녀는 그것을 핫딜에 넣고 태웠고 소녀의 주변엔 아름다운 다이아가 생겨났다.

클라우디아..곧 만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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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 소녀는 싸늘하게 식은채로 발견되었다.
소녀의 주변에는 다수의 3성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저걸 봐요. 핫딜을 질러서 전뽑을 하려고 했나봐요. 불쌍도 하지

쯧쯧 얼마나 힘들었으면

동정하는 사람들과 다르게 소녀의 핫딜 보따리는 비어있었고
소녀의 입에는 할 일을 다했다는듯이 옅은 웃음이 서려있었다.




옛날에 썼던거에 삽화 새로 그려서 재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