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브붕 : ㅇㅈ

??? : ㄴㅈ13

김브붕 : 공부나해 미친놈아 ㅋㅋㅋ

??? : 고맙다

대화가 끝났습니다


"아 진짜 미친놈들 존나 많네 ㅋㅋㅋ"


여느때와 같이 김브붕은 랜덤채팅을 전전하고 있었다

그의 취미는 "ㅇㅈ" 한 마디 치고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었다

그마저도 지루해질 즈음이면 종종 뚱녀를 찾는다느니 할머니를 찾는다느니 하는 정신병자들 덕에 랜덤채팅을 놓을 수가 없었다


김브붕 : ㅇㅈ

??? : 게임 하나 하지

김브붕 : 무슨 게임?


자음퀴즈, 끝말잇기, 노래맞히기 등 채팅으로 할만한 게임이라면 모두 섭렵한 김브붕

이 역시 흔해빠진 패턴으로 익숙하게 끝말잇기 한방 단어를 검색하고 있던 찰나 ???는 앞뒤 수식어도 없이, 그 어떤 어미도 없이 무심하게 그저 한 단어를 툭 던져놓았다




??? : 환생게임




"환생게임?"


인싸들의 술게임인가싶어 검색해보았으나 아무런 정보도 나오지 않았다


김브붕 : 그게 뭔데?

??? : 할 텐가?


김브붕은 불쾌했다

김브붕은 여자인데, 아니 정확히는 여자라고 소개한 익명인데 누가봐도 여자 말투는 아닌 작자가 게임에만 집중하고 있지 않은가?

아니, 다시 생각해보면 환생게임은 그 정도로 여자를 홀리는 데에 제법 쓸만한 수단이라는 것일지도 몰랐다

김브붕은 호기심이 생겼다


김브붕 : 할래

??? : 그럼 눈을 감아라


"아니 씨발 눈을 감고 채팅을 어떻게 보라는거야?"


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도 김브붕은 무심코 눈을 꼭 감았다

그러자 곧 정신이 아득해져갔다





























"컴퓨터를 좀 오래했나 어지럽네.. 어? 뭐야 씨발"


김브붕은 눈을 떴지만 앞이 보이지 않았다

눈을 비비고 세게 끔뻑였지만 마찬가지였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는 순간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규칙을 설명하겠다"


김브붕은 적잖이 당황했지만 해코지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자코 들었다

강도? 도둑? 뭐하는 놈인데 남의 집 전기를 끄고 들어와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만나는 상대마다 남자임을 밝히고 나이를 적어라 나이는 1부터 100까지 차례로 1씩 증가시키며 입력해라"


김브붕은 잠시나마지만 잊고 있던 사실을 다시 떠올렸다

자신이 랜덤채팅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환생게임'이라는 것에 승낙했다는 사실을...


"그냥 그렇게만 하면... 환생한다는건가? 근데 나는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목숨 2개가 되는거야?"


김브붕은 그가 어떤 초월적인 존재라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방에 있는 전기가 나갔다 한들, 지금이 밤이라 한들, 커튼이 쳐져 있다 한들, 이렇게까지 빛 한 줄기조차 없지 않을 터

게다가 머릿속에서 울리는 듯한 이 목소리의 근원지 또한 알기 어렵다는 점이 근거였다

그 뒤로 김브붕과 ???의 대화가 여러차례 오갔다

대화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환생 게임

HOW TO PLAY

- 만나는 상대마다 '남자'임을 밝히고 나이를 말한다

- 나이는 1부터 100까지 다음 상대마다 나이를 1씩 늘려 말한다


RULE

- 남자인 상대가 채팅을 인식한 뒤에 그 어떠한 채팅이라도 이어간다면 가장 마지막으로 말한 나이로 환생한다

- 기억은 유지된 채로 환생하며 주변 사람들의 기억, 시간, 공간 등이 왜곡되어 위화감이 없게 구성된다

- 만약 100까지 아무도 채팅을 하지 않는다면 약 100억 원의 상금을 획득한다

- 게임을 거부할 수 있지만 승낙한 그 순간 이미 사망한 것이 되어 저승으로 가게 된다

- 5초 이내로 아무런 채팅도 치지 않으면 게임을 거부한 것으로 간주한다

- 채팅을 치고도 상대가 30초간 아무런 채팅을 치지 않으면 다음 채팅으로 연결된다

- 이성애자가 아닌 남자 및 여자 또는 매크로 같은 비정상적인 대상은 자동으로 다음 채팅으로 연결된다


'지금까지의 일을 생각해보면... 남자라고 하면 나이가 몇이든 웬만해선 그냥 나갔지 특히 틀딱이라는걸 알면 대화하려 하지 않고 곧장 나갈거야 어린 나이라고 비웃으면 기억 갖고 어린 나이로 환생할테니 그건 또 그것대로 괜찮은것 같고... 지금 25살이니까 한 30까지는 환생해도 괜찮을거같고 그 뒤의 나이는 어차피 거들떠도...'


김브붕은 장고 끝에 결정을 내렸다


"좋다! 지금 바로 하겠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신이 있던 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채팅은 이미 연결된 상태였다


??? : ㄴㅈ


"아차"


김브붕 : ㄵ1

대화가 끝났습니다


"이렇게 하면 되는거냐?"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채팅은 자동으로 다음 상대를 찾아 연결되었다


"되고 있는건가보구만"


김브붕 : ㄵ2

??? : ㅎㅇ

대화가 끝났습니다


"야 말했다 이러면 2살로 환생이냐? ㅋㅋㅋ"


대화는 자동으로 다음 상대로 연결되었다


'아.. 상대가 인식하기도 전에 채팅이 바로올라와서 무횬가?'





??? : ㄴㅈ

김브붕 : ㄵ10

??? : ㅎㅇ

대화가 끝났습니다





??? : 고딩보지만

김브붕 : ㄵ17

대화가 끝났습니다





??? : 맘편하게 대화 유부녀만

김브붕 : ㄵ21

대화가 끝났습니다





김브붕 : ㄵ26

??? : 조신한 니년의 미끌거리는 보지구멍 벌리고 중년멜돔의 좆물받이로 막다뤄질 승무원 방송인와라 상담가능

대화가 끝났습니다


'이제 내 나이를 넘어섰다'





??? : 대구/경북 온플 팸섭 구함...ㄵ47

김브붕 : ㄵ31

대화가 끝났습니다


'내가 마지노선으로 정한 나이도 넘어섰다.. 이제 좀 쫄리네'





??? : 하 시발

??? : 개보지년이 간보네

김브붕 : ㄵ42

대화가 끝났습니다





??? : ㄱㅇ

김브붕 : ㄵ50

??? : ㅎㅇ

??? : 28살

??? : ㄱㅇ?

??? : 탑?

대화가 끝났습니다





김브붕 : ㄵ56

대화가 끝났습니다





??? : 25남섹하실분들어오세요 직장인,대학생 (유부녀,주부,딸있는분우대)지인도됨 여자만 지역무관 말장난사절

김브붕 : ㄵ60

대화가 끝났습니다


'좋다.. 이제 노친네들이랑 대화할 놈들은 없을테니 이대로 100억원 획득이다..!'





??? : 여교사 암캐만

김브붕 : ㄵ70

대화가 끝났습니다





??? : 중고딩자녀고민있는주부만

김브붕 : ㄵ78

대화가 끝났습니다





??? : 인천 알바하실 여자분 (존나 건전)

김브붕 : ㄵ88

대화가 끝났습니다





??? : 물많은 개보지 폰섹녀만

김브붕 : ㄵ96

대화가 끝났습니다


'이제 고지가 코앞이다!! 100억원이라니 씨발 ㅋㅋㅋ 이걸로 뭐하지? 와 ㅋㅋㅋ'


??? : 아저씨가능한 인천부근여자만

김브붕 : ㄵ97

대화가 끝났습니다


'일단 브더부터 존나 지를까? 한 천만원 정도만 ㅋㅋㅋㅋ'


??? : 아까 싸인펜 찾아(난 23남자)

김브붕 : ㄵ98

대화가 끝났습니다


'100억원아 나에게 와라!!!!!'


??? : 하 보지 빨고 싶당

김브붕 : ㄵ99


'이새끼 왜 안쳐나가? 막판에 흥깨네 어차피 30초만 있음 되니까 뭐'


[상대방 타자중]


'뭐야.. 이새끼 타자를 왜쳐? 씨발놈아 치지마 제발.. 씨발새끼야..!'


[ - ]


'그럼 그렇지 잘못누른거겠지? 제발 나가라.. 나가라고.. 씨발놈아!!!!!'


[상대방 타자중]


??? : 아니 미친놈아 99살 ㅇㅈㄹ하네 ㅋㅋㅋㅋ


"씨발!!!!!!!!!!"


김브붕은 그대로 키보드로 주먹을 내리찍었다

하지만 찍히지 않았다

키보드가 사라졌다

책상도 사라졌다

다시 그 공간으로 돌아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


"그럼, 약속대로 99살로"


"아니야 잠깐만 기다려 한번만 더 기회를 줘"



"환생 개시"



"크아아아악!!!!!!!!!!!"





















"...그래서 아직 정신은 25살 언저리라고요?"


"그래 씨히발로호마"


"구라같은데.. 그냥 입이 거친거 아니에요?"


"아하이 씨히발로호미"


"알겠어요 그럼 할아버지 늙은건 그렇다 치고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에요?"


"99살이면 몇년이나 더살겠냐하 뒈질까봐 또다른 게임을 한거지"


"그럼 안 죽는 조건으로 여길 들어오신거라고요?"


"그래 씨히발로호마"







"그건 또 얘기할라면 조혼나 길허"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