윾돌이는 호텔 앞에 서 있었다.

최근 너무 일해서 휴식을 바라고 있었는데,

마침 스승님이 쉬고 오라며 숙박권을 끊어주었다.


"스승님.. 감사합니다 브"


여기라면 만약 사건이 일어나도

안 쪽에서만 잠기는 방 같은 이상한 구조는 없을터.

윾돌이는 여유를 만끽하기로 했다.


총 3층짜리 호텔이었고,

층마다 객실은 4개가 있었다.

윾돌이는 304호 키를 받고 방에 들어섰다.


"브.. 이 곳은..."


원룸에 가운데 침대 하나 덜렁 있는 방.

깔끔하긴 했지만, 


"역시 스승님이 돈을 많이 쓸리 없지."


침대에 앉아 통통 뛰어보니,

매트릭스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잠만 제대로 잘 수 있다면야

좋은게 좋은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한참을 침대에서 뒹굴거리는데,

누군가 문을 두들겼다.


'똑똑'


"브? 누구인가?"


벌컥하고 문을 여니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오늘 투숙객끼리 옥상에서 파티 하려고 하는데 어떤가요?"


윾돌이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내가 제일 끝 방인데 마지막 권유냐 브?"


"맞아요. 한 분 빼고 전부 괜찮다고 하셨어요."


"총 몇 명이냐 브"


"저 포함해서 5명, 그 쪽도 나오면 6명."


"좋다. 몇 시냐. 브"


"지금으로부터 3시간 뒤인 7시요."


"알겠다 브"


심심하게 침대에서 뒹굴뒹굴 거리다가

잠만 자고 복귀하게 될 뻔했지만,

적극적인 어떤 분 덕분에 파티를 즐길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윾돌이였다.


"브.. 그럼 파티에 가져갈 음식 하나 사러갈까."


시계를 보니 오후 4시

빨리 시내에 다녀오면 파티 시간에 얼추 맞겠다 싶었다.


대충 채비를 하고는

1층 로비로 나오니까 어떤 사람과 마주쳤다.


"브? 혹시 그 쪽도 파티에 오는건가?"


"맞아요. 그 쪽도?"


"음식을 사러 가려고 했는데. 브"


"저도요. 같이 가실래요?"


동행하게 된 사람은

본인을 포린이라고 소개했다.

그녀는 시장에 도착하고는

슬라임 냉채을 구매했다.


"그거 맛있나 브?"


"먹으면 레벨업이 되는 기분이 드는 맛이네요."


"그게 대체 무슨 맛이냐 브..."


윾돌이는 큼직한 만화고기를 구매하고는

포린과 같이 호텔로 돌아왔다.

로비의 시계는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럼 7시에 뵈요."


포린은 그 말을 하고는 계단을 올라갔다.

파티까지 남은건 한 시간.

윾돌이는 그때까지 무엇을 할 지 고민했다.

그런데 그 때 계단에서 누군가 내려왔다.


"어? 304호 분?"


파티를 초청했던 남자였다.


"브? 무슨 일이냐?"


"저야 옥상에서 파티 준비하고 있었죠."


"도울거 없냐. 브. 있다면 돕겠다 브."


"아하하 괜찮아요. 그나저나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윾돌이라고 한다 브."


"저는 아론이라고 합니다. 이따 뵙죠 윾돌이."


"브!"


윾돌이는 딱히 할 것도 없고,

그냥 방에 가서 쉬기로 했다.


계단을 올라가는데 2층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덩치가 꽤 큰 한 남자과 미드가 꽤 큰 한 여자가 

서로 언성을 높히고 있었다.


"야! 너가 진짜 이럴 줄은 몰랐다.

대항해 진심 방덱 욕하면서

너가 진심 방덱을 하고 있었어?"


여자의 손에는 핸드폰이 쥐어져 있었다.


"아니! 너야말로

남의 핸드폰을 함부로 훔쳐봐도 된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정도면 평범하지, 뭐가 진심 방덱이야!"


남자는 지지 않고 큰소리로 반격했다.

계속 지켜보고 싶었지만,

공간도 좁고, 뭔가 민폐일거 같아서

윾돌이는 그냥 브다닥 올라왔다.


"브.. 요즘 세상은 너무 무섭다."


윾돌이가 방에 들어오니

정말이지 좁은 호텔이지만,

방음 하나만은 기가 막혔는지

소음이 사라지고 고요해졌다.


그리고는 7시가 되었다.

윾돌이는 대충 준비를 하고

음식을 들고 옥상으로 향했다.


그 곳에는 아론과 포린을 포함해 4명이 앉아있었고,

그 중 아까 싸우던 남자도 보였다.


"브? 내가 제일 늦은건가?"


"아뇨. 로건? 일라이자랑 같이 올라오지 않았네요?"


아론은 아까 싸우던 남자를 로건이라고 지칭했다.


"서로 기분 상해서 말도 안 걸었어.

그런데 약속에 늦을 여자는 아닌데 말이지."


"음.. 껄끄러우시면 제가 갔다올까요?"


".... 아니. 내가 갔다오지. 잠깐 기다려."


로건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잠시후 로건이 헐레벌떡 올라왔다.


"허..허억.. 반응이 없어. 문이 잠겨 있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해. 어떻게 열지?"


"브? 아마 관리인에게 마스터키가 있을거다."


"아아.. 일라이자.."


윾돌이는 뭔가 불길함을 짐작하고

순식간에 1층으로 뛰어내려가서

호텔 관리인를 찾았다.

그러자 졸고 있던 관리인 퍼뜩 일어났다.


"관리인! 마스터키가 필요하다 브!"


관리인은 윾돌이를 보고는 묻지도 않고

바로 서랍에서 마스터키를 꺼내서 윾돌이에게 던졌다.

윾돌이가 받아들고 2층에 올라가니,

아론과 로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로건! 일라이자 방은 몇호냐 브!"


"204호다."


윾돌이는 바로 204호 앞으로 가서

문을 따고 들어가니

그 곳에는 자상을 입고 죽어있는

일라이자가 있었다.


"끔찍하다 브.."


모두가 참혹한 광경을 보고 말을 못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근데.. 저기 바닥에 있는거 열쇠 아니야?"


"브?"


윾돌이가 가까이 가서 보니 204호 열쇠가 떨어져 있었다.

설마했던 밀실 살인 사건.


"브... 일단 지금 호텔 안에 있는 사람 모두 모여라.

알리바이를 조사해야겠다 브!"


윾돌이는 기시감을 느끼면서도 옥상으로 향했다.


"일라이자는 6시까지 살아있었으니,

그때부터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설명해주면 좋겠다 브."


윾돌이는 투숙객 사이에서 그렇게 외치고는

한 명씩 불러서 알리바이를 조사하였다.



아론(102호) : 나는 계속 파티 준비를 하고 있었지.

계속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했고,

그 사이에 목격도 많이 되었으니

내 알리바이는 확실하다고 생각해.


포린(201호) : 저는 방 안에 있다가 6시 반부터 옥상에 

미리 올라가서 앉아있었어요. 아론님이 파티를 준비하고 계셨네요.


로건(203호) : 일라이자랑 싸우고 방에 틀어박혀있다가

50분에 옥상으로 올라왔어.

계속 방 안에 있었으니 증명할 수는 없네.


쿠마리(301호) : 음식을 사러 밖에 나갔다가 40분에 도착해서

바로 올라왔어요. 1층에서 아론님을 만났네요.


쿠베라(104호) : 저..저는.. 파티에도 참가 안 했고..

쭉... 방 안에서만 있었어요...


호텔 관리인 : 부끄럽지만 1층 로비에서 계속 졸고 있었네.

그래도 지나가는 투숙객은 전부 봤네.

로건하고 쿠베라만 못 봤지.



알리바이를 다 들은 윾돌이는

고민을 하다가 관리인을 찾았다.


"여기 복도에 cctv 없냐 브"


"씌씨 티뷔? 그게 뭐고?"


"물어본 내가 잘못했다 브"


알리바이로는 추정할 수 없다 판단한 윾돌이는

투숙객을 옥상에 몰아두고,

204호를 확인하기로 했다.


"밀실은 허상이다 브."


일단 창문으로 가서 확인해보니 

아무리 마른 사람이라도 

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았다. 

그 외에 통할 수 있는 통로는 없는데,

열쇠는 방 안에 있었고,

범인은 빠져나갔다.


"브..."


이제 정말 단서가 없나 생각한 윾돌이.

마지막 동아줄이라도 잡는듯 로건을 불렀다.


"아까 반응이 없다는 이유 하나로

확신에 차서 이상하다고 했는데,

그냥 잠들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냐 브"


"...일라이자는 잠귀가 엄청 밝다.

살면서 일라이자에게 무반응은 없었다."


"계속 이런거 물어봐서 미안하지만,

싸움으로 인해 말을 안 할 가능성은?"


"없다. 화내면 화냈지, 토라져서 말 안 할 여자가 아니다."


"...알았다. 아론 좀 불러와 줄 수 있냐 브"


로건이 사라지고, 금방 아론이 찾아왔다.


"아론. 계속 밖에서 돌아다녔으니,

다른 사람들의 알리바이 확인을 부탁한다. 브."


"물론이지. 어떤 걸 말해줄까?"


윾돌이는 본인을 제외한

포린, 쿠마리와 로건의 다툼을 보았냐고 물었다.


"그래. 다 봤어. 로건의 다툼이 끝난 시각도 알아."


"브? 그게 언제냐 브."


"아마 20분 즈음에 끝난걸로 알아."


"그 의외에는 목격한 게 없나 브?"


"그렇지. 거짓말 할 이유도 없고."


"알겠다. 가봐도 된다 브."


윾돌이는 고민을 하다가 결론을 지었다.

범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과연 범인은 누굴까?

그리고 밀실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p.s.)

문제가 길긴 한데,

접근만 잘하면 생각보다 쉬운 문제다 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