윾돌 탐정은 어느 날 외딴 섬에 있는 브주니의 저택에 초대되었음.


그 섬은 특이한 점이 있었는데, 바로 섬이 C자 모양처럼 만들어져 있었다는 점임.


C자의 양 끝에는 각각 저택과 같은 건축물이 하나씩 만들어져 있었음.

"기묘하다. 브...."


섬의 선착장에는 브주니가 마중나와 있었음.

많이 살이 찐 그는 이상하게도 왼쪽 반면을 가리는 반쪽짜리 가면을 쓰고 있었음.


'이게, 브주니인가...!'


속으로 놀람을 숨기는 윾돌이를 브주니는 반쪽짜리 미소로 환대해 주었음.


"윾돌 탐정! 어서오시게!"


브주니는 윾돌이를 섬의 아랫쪽에 있는 저택으로 안내했음.


윾돌이는 배를 타고 오다 본 윗쪽의 건축물이 궁금해 넌지시 브주니에게 물었음.


"저 북쪽의 건물은 뭐냐? 브?"


"달의 집이라고 부르지. 저곳에도 섬에 초대된 손님들이 있네만...나중에 소개해주도록 하지."


"달의 집?"

"흠핫핫핫! 신경 쓸 것 없네."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 저택의 코앞에 도착했음.

윾돌이가 보기엔 눈앞의 저택은 배를 타고 오다 본 저택과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음.


그걸 물으니 브주니는 고개를 끄덕였음.


"맞다. 그 둘은 똑같은 장인이 지었거든. 설계도부터 해서 건축까지 완전히 똑같지. 대신, 이걸 봐라."


브주니는 저택의 정문 쪽을 가리켰음. 

거기엔 태양을 의미하는 둥근 원이 그려져 있었음. 


"이 저택은 태양의 집이라고 하지. 두 집의 문에는 다른 문양이 그려져 있어서 헷갈릴 일은 없지. 흠핫하하하!"


"브..."


윾돌이가 같이 웃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저택의 문이 열렸음.

거기엔 메이드복을 입은 두 명의 쌍둥이 여자가 있었음.

기묘하게도 한 명은 오른쪽 다리에 태양의 무늬가 그려진 옷을.
다른 한 명은 왼쪽 다리에 달의 무늬가 그려진 옷을 입고 있었음.


브주니는 그들을 윾돌이에게 소개해주었음.


"에다와 프렐레아라네. 최근에 고용한 쌍둥이 메이드들이지."

태양의 무늬를 가진 메이드가 먼저 고개를 숙였음.

"에다라고 합니다. 윾돌 탐정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앞으로 필요한 일은 제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반면에 다른 한 쪽의 메이드는 침묵을 유지했음. 그녀는 에다와 다르게 싸늘한 눈으로 윾돌이의 위아래를 훑어보고 있었음.

말 못할 찜찜함을 느끼며 윾돌이는 태양의 집의 안으로 들어섰음. 
안에는 벽난로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음.

"크하하하핫! 오른손의 어둠이 꿈틀거린다!"
"읏. 느껴집니다...폭주하는 마검의 힘이...!"
"너희들, 저주받았네."

언뜻 들려오는 말들 모두 흉흉하기 그지없었음.

태양의 집이라더니 온기는커녕 이상한 한기에 피부에 닭살이 돋을 지경이었음.
살짝 주눅든 윾돌이를 브주니는 저택의 2층, 가장 안쪽 방으로 안내했음.

"윾돌 탐정. 자네는 이 방을 쓰게."

들어가 보니 넓찍한 싱글 베드가 있는, 고급스러운 4성 호텔 못지 않은 호화로운 방이었음.

"알겠다. 브."

만지지 않아도 긴장된 몸을 풀어주는 푹신함이 전해지는 침대와 방이었음.

고개를 끄덕이는 윾돌이에게 브주니는 문 옆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음.
거기엔 조금 싸구려 같은 작은 벽시계가 하나 걸려 있었음. 

"다섯 시가 되면 오늘 이 섬에 온 이들이 모두 모이는 연회가 있을테니...낮잠 자서 늦는 일은 없도록 하게나." 

윾돌이가 보니 시곗 바늘은 세 시를 막 가리키고 있었음. 
한숨 잔다고 해도 여유로울 게 분명했음.

"명심하겠다 브!"

고개를 끄덕이는 윾돌이에게 브주니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였음. 

그렇게 브주니는 방문을 닫고 나갔음. 
방은 방음도 좋은지 드문드문 들리던 목소리가 사라지고 순식간에 조용해졌음.

윾돌이는 고된 여정에 쌓인 피로가 몰려와 부드러운 침대에서 잠시 눈을 감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