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 요거 쓴 사람인데

https://arca.live/b/bser/106630399

자기 전에 생각나서 마저 풀러왔음


때는 약 6년 전...

막 고등학교에 올라온 나는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음


대학 가겠다고 빡센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친한 친구들이랑 떨어졌고 

유일하게 같이 온 다른 반 친구랑만 다니다가 

같은 반 친구들이랑 친해질 타이밍을 놓쳐서 겉돌았음


갑자기 학원도 여러개 더 다니게 됐고

야자도 신청해서 보통 집에 11시가 되어서야 들어왔음

열심히 공부해서 본 첫 내신시험은 4등급이 나왔고

모의고사 등수로도 내 위에 80명이 더 있었음


나는 원래도 잠이 정말 많은 편인데

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 잠이 줄어드니까

쉬는 시간에 자고

수업시간에도 자고

학원가는 버스에서 자고

게임하다가 자고

걷다가 자고

거의 몽유병 환자나 좀비처럼 생활했음


이렇게 얕은 잠을 많이 자다보니까

수면의 질이 떨어졌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니까 악몽을 많이 꿨는데

그 중에 가장 무서웠던 악몽이 바로 펭귄꿈임


그 꿈 속에서 나는 텅 빈 교실에서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음


자고 있는데 자꾸 복도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고

붉은 빛이 이리저리 흔들려서 잠에서 깼음

비몽사몽한 상태로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

쉬는시간이었고, 나는 물을 마시러 복도로 나왔음


그런데 교실 밖으로 나와보니 

복도가 평소와 다르게 붉게 물들어있었고

각 반마다 거대한 솥을 걸고 

불을 피워서 무언갈 요리하고 있었음

학생들은 다들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고 복도를 뛰어다니면서 고기같은걸 솥 안으로 토막내서 던져넣고 있었음


무슨 고기인지 궁금해서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펭귄을 통째로 토막내서 냄비에 집어넣고 있었던거임


누가봐도 이상한 상황인데 꿈 속이라 그런지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저 미친놈들이 또 뭔가를 저지르는구나 정도의 생각만 하면서 계단쪽에 있는 정수기로 가서 물을 마셨음


근데 복도에선 계속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고 있어서

작은 소리는 묻혀야 하는데

귓가에 너무나 선명하게 작은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음

탁... 탁... 탁...

무언가 천천히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고

계단 아래를 바라보니 펭귄 한 마리가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음


그때 복도에서 뛰어다니던 애들 중 한 명이

계단을 올라오는 펭귄을 발견하더니

"야!! 얘도 집어넣자!!!" 라고 외치며

펭귄에게 다가가서 손으로 몸통을 잡았음


나는 왠지 불길한 예감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펭귄은 몸통을 잡하니까 버둥거리지도 않고

가볍게 날개를 휘둘러서 자기 몸통을 잡은 학생의 사지를

말 그대로 찢어버렸음


웃고 떠들면서 그 모습을 구경하고 있던 수백명의 학생들은 일제히 패닉에 빠져서 비명을 지르며 복도랑 교실에 있는 창문으로 뛰어내렸음

근데 나는 바로 앞에서 그걸 직관했으니까

바로 도망쳐야 하는데 도저히 다리가 안떨어졌고

나한테 천천히 다가오는 펭귄이랑 눈이 마주치면서

꿈에서 깼어


난 아직도 가끔씩 그때 그 펭귄의 공허한 눈빛이 생각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