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  5차 입문 뉴비가 9시간 하고 느낀점 - 이터널 리턴 마이너 갤러리 (dcinside.com) 


오늘 9시간 정도한 뉴비임.

조금 질린다는 느낌을 받을 때 껐는데 9시간이 지나가 있더라

끌 때 쯤 되니까 뭔가 주절주절 거리고 싶은 욕망이 머리 끝까지 올라와있더라고


뭐 지금부터 할 소리는 오늘 9시간을 쳐박아도 1등 한 번 못한 겜알못의 이야기일 수도 있음.

근데 그래도 9시간이나 쳐박은게 아까워서 그냥 한번 끄적거려봄.


난 블랙서바이벌 자체는 그렇게 많이 안해본 사람임.

대신 인방에서 하는걸 봤고, 시스템 자체가 취향이라 좀 해봤지만

역시 폰으로 하니까 그지같아서 빠르게 접음.


그래도 블랙서바이벌이 어떤걸 목표점으로 지향하고 있는지 

또, 무엇을 재미포인트로 잡고 있는지는 대략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는 생각함.


그 관점에서 영원회귀는 원래 게임이 주는 재미를 배틀로얄이란 장르에 가장 잘 맞는 뷰로 가져왔고

캐릭터가 가지는 스킬 특색 / 캐릭터가 가지는 무기 특색 / 스킬과 무기 특색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빌드 특색

으로 흥미를 끌만한 코어 게임을 다잡아놨다고 봄.


그런데 게임을 하면서 자꾸 드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 겜 뉴비가 왜 굳이 고생하면서 해야 하는거지?


란 생각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음.


아직, 출시도 하지 않은 게임에 굳이 뉴비가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다니

뭐 무슨 십수년 시리즈 나온 격겜도 아니고 그러면 안되잖아?


그래서 왜 겜이 이런 느낌이 드는지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그걸 좀 써볼까함.


일단, 매칭 풀/MMR/UI 등등 개불친절하고 답답해보이는건

코어랑 메타 게임이 잘 정착되면 어떻게든 뜯어고칠 수 있는 넘어감

(UI는 좀 할 말이 있긴 하다만 넘어감, 알파테스트기도 하니깐 뭐...)


그거 제외하고 써보자면,




첫 번째는 게임의 기본적인 스노우볼링 구조가 너무 빡샘.


레벨 x 장비 x 숙련도 x 회복아이템 / 시간

일단 앞에 4개의 파트는 서로 배수로 곱해져 스노우볼을 만들어 다른 플레이어와 차이점을 벌리게 만든다고 생각함.


그럼 저 4개를 아주 자연스럽게 뉴비가 따라할 수 있게 가이드하면 되지만

게임이 그렇게 싹 잘하지 못하고 있단 말이지.


물론 튜토리얼에서도 알려주긴 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튜토리얼 딱 해보고 숙련자처럼 할 수 있는게 가능하면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도 않았을거야.


그러다보니 본 겜 들어가면 이것저것 시행착오도 해보고,

수많은 아이템들에 둘러싸여서 이게 무슨 템인지 읽어보기도 하고 기타 등등을 해야하는데

문제는 시간이란 존재가 굉장히 발목을 잡음.


처음 들어가서 스킬도 느긋하게 써보고, 아이템 이름도 읽어보고,

인벤이 모자라면 뭐 버릴지 고민도 해보고 소비 아이템도 먹어보고

그리고 지역 넘어가면 난 레벨 5인데 저긴 레벨 11짜리 애가 와서 그냥 뚝배기를 찍어버림


???

대부분의 뉴비가 이걸 겪을거라 생각하는데,

내가 처음 찍히고 나서 든 생각은


"뭔데 저 새낀 레벨이 저렇게 높지?" 였음.


근데 압도적인 레벨 차로 인해 찍어눌리는 것은 납득할 수 있었어.

AOS 장르에서도 많이 겪는 차별이고 굉장히 익숙한 차별점이기 때문에 넘어갈만 해.

롤 이제 그냥 국민겜이잖아? 다들 비슷하게 느낄거야

레벨 5가 레벨 11한테 뚝배기 깨지는건 당연한거지.


계속 하다보면 비슷한 패턴으로 죽으면서 내가 죽을 당시의 최종 레벨은 점점 올라가는게 보여.

물론 죽을 때는 엄청나게 불합리하게 죽지. 매우 다양한 요인이 섞인채로 말이야


1. 내 캐릭터 숙련도 자체가 낮고

2. 상대의 캐릭터도 모르며

3. 맵 숙련도도 낮고

4. 나보다 레벨 높은 친구랑 마주쳤을 때 정상적으로 대처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에


주구장창 죽어나가.


특히 4번이 씌익씌익 거리게 되는 핵심인데,

원래 블서는 쳐맞아보고 튈 수 있고, 내가 어디로 튀는지 파악하는게 힘들잖아.

이건 그런거 없어. 심지어 저쪽이 신발파밍도 먼저했다? 걍 피할 수 없는 죽음임.


뉴비는 추천 순서대로 무기 픽하고, 동선도 픽하기 때문에

장비 파밍 우선 순위 이런것도 아직 머릿속에 없을거고 

표시된 재료템만 파밍하는 기계마냥 그냥 돌아다니고 있는데,

운동화 같은거 먼저 강화해두고 쓰다가 나중에 필요한 템으로 갈아끼우기 이런건 당연히 할 리가 없잖아?


또, 터져나가는 인벤 관리하랴 표시된 재료템 말고는 소비템 강화야 유연하게 할 수도 없을 뿐더러

그게 위에 언급한 스노우볼링 척도에도 들어가기 때문에 

나보다 지식이 조금이라도 앞서나간 사람을 절대 이길 수가 없어.

특히, 뉴비 구간엔 더 심해. 게임의 핵심 공략을 하나라도 알면 그 갭이 진짜 어마어마하거든.


이건 AOS에서도 느낄 수 있는 똑같은 패턴이지 않냐 할 수 있는데,

맞는 말임. 근데 AOS는 내가 짐승처럼 못해도 이길 수 있는데, 여긴 짐승처럼 못하면 야생동물보다 빨리 죽어.


질 때 내가 짐승처럼 못해서 져도 남 탓을 시전할 수 있어서 정신 승리도 가능하고

심지어 아군이 엄청 잘해서 바르고 있는데, 내가 그 한타를 참여하면 마치 내가 잘해서 이기는 것 처럼 생각할 수도 있음.


하지만 배틀로얄 겜엔 그딴거 없어. 뭐 나중에 스쿼드 모드 같은거 나오면 모르겠다만

게임에서 패배하면 오직 내 잘못이고, 나에 의해서 진거고, 심지어 내가 못하면 이길 수 있는 가능성 조차 없음.


장르 특수성 때문에 지는 경험을 훨씬 많이 하게 되고, 남 탓을 못하기 때문에 그게 온전히 플레이어의 스트레스로 돌아가게 되는데

난 그래서 플레이어가 패배 했을 때는 왜 패배했는지 납득 가능하게끔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봐.

내가 총을 못맞추고, 쟤가 잘 맞춰서 죽었다던지 / 자기장 자리를 잘못잡아서 들어가다가 양각 잡히고 죽는다던지 

게임을 1차원적으로 생각했을때 내가 진 것에 대해 어떠한 불만도 없어야 하거든? 

그렇게 만들어도 현타 씨게 오는데 여긴 과연 어떨까


상대 스킬 피하고 내 스킬을 다 맞춰도 기스 안나는 경우도 부지기수인데

왜 졌는지 이유도 모르겠어. 내가 패면 솜주먹인데 저 친구가 패면 원펀맨임.

레벨 2,3 차이 나는거 그럴수도 있고 뭐 가볍게 볼 수 있잖아?


게임에 고이게 될 경우 이제 애초에 싸움을 거는게 미친짓이었네 할 수 있는 거지

뉴비 입장에서는 굉장히 당황스러운 경험이지 않을까? 


"뭐야 난 왜 이거밖에 안달아"

"쟨 뭔데 존나 쌘데"


템은 템대로 레벨은 레벨대로 숙련도는 숙련도 대로 차이가 날 경우

스킬 수치나 기초 스탯들로 인해 데미지 들어가는 양이 눈에 띌 정도로 보여서


이게 위에서 죽음을 회피하기 위해 튀는게 꽤 힘들다고 했잖아.

반대도 마찬가지임, 일단 호기심에 걸어보고 안되겠다 싶으면 빤쓰런하고 좀 그래야하는데

용감하게 스킬 쓰면 저런 대사나 내뱉고 죽게 된다고.


그렇게 건 새끼가 잘못한거 아니냐고?

맞아, 그건 맞는데 좀 걸어보고 어 안되네 하고 튀고 이렇게 해줘야 학습하고 그 패턴을 유저가 겪는게 재미있는 길이 아닐까 싶어.

모르고 걸어봤다가 죽고, 다음 게임 시작하는 경험은 얼마나 현타가 오겠어.

굉장한 꼬접 포인트일걸 이것도?




두 번째는 배틀로얄 장르 관점에서 비직관적인 요소들이 꽤 존재한다는 점이야.


1. 초반 교전을 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손해임.


극초반에 지지부진하게 쫄레쫄레 쫓아가서 적 목 몇 개 따는거 너무나도 부질 없음.

그래서 어느 순간 같은 곳에 4,5명씩 떨어져도 그냥 서로 지 갈길 가면서 파밍만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이상한 그림임.


배그 잘 생각해보셈. 밀베에 떨어져서 서로 교전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손해다?

물론 밀베에 떨어져서 나는 밀베의 왕이다 하는 것이 1등하려고 하는 확률적 관점에서 매우 손해일 수 있음.

그렇다고 내가 밀베의 왕을 한다고 했을 때 "그 곳에서 살아 남을 확률" 이 압도적으로 떨어질 뿐 

살아 남았다는 가정하에는 "이길 확률" 이 기하 급수적으로 떨어지진 않음. (2인 이상 플레이 제외)


근데 여기서 내가 항구의 왕을 지리멸렬한 싸움 끝에 쟁취했다?

오히려 파밍 열심히한 다른 루트 탄 친구들에게 레벨이고 성장이고 밀릴 확률이 높음.


특히, 내 캐릭터가 후반 지향적인 캐릭이 아니면 아닐수록 더 그럴 확률이 크고

오직 사람을 많이 패서 오른 숙련도 하나인데...


교전 시간동안 못한 파밍을 마저 해야한다고 보면

숙련도가 그 메리트를 다 짊어질정도로 강력하다고는 보이지 않음.


배틀 로얄 게임이면 결국 상대방을 죽이는게 재밌기 때문에 성립하는건데,

피 맛을 볼 수 있게 밥상을 차려줘도 걍 서로 지 갈길만 간다?

매우 김이 빠지는 상황이 아닐 수가 없다고 생각함.



2. 사냥이 강제 되는 것


숙련도가 만들어낸 비극인데,

기본적으로 야생동물은 파밍의 대상이고, 파밍이라 함은 선택의 요소가 되어야 한다고 봄.

하지만 얘는 선택이 아니라는 점이 있음.


숙련도를 채우기 위해 + 추가 경험치를 받기 위해 + 기타 파밍 등등

얘는 사실상 필수라고 봐야함.


물론 아레나류 게임에 사냥이 동반되는 것들은 꽤 많이 있지만, 보통 사냥이 메인인 경우가 많음.

왜냐하면 대부분 경험치를 올리기 위해서 할 수 있는게 무언가를 죽인다라는 행위로 통일 되어 있거든.

근데 여긴 아니잖아? 맵 밝히고 템 줍고 조합해도 레벨이 오르는데,

레벨을 올리는데의 필수 수단이 아니라 선택적 수단이라고 착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음.


그리고 그렇게 착각하고 싶은게 배틀로얄 게임에서는 목숨이 너무 소중하다는 것임.

위에 게임들 걍 몹잡다가 뒤치당해서 죽으면 보통 리스폰되기 마련임.

근데 이 장르는 아니잖아?

언제 어디서 까꿍하고 애들이 나타날지도 모르는데, 내 피를 걸레짝으로 만들만큼 전투를 할 수는 없지.

아까도 말했지만 회복 아이템 개념도 잘 모르고 몹 패턴도 모를텐데 보통 걸레짝이 되기 마련임.

그렇게 스트레스 받는 행위를 굳이 사서 한다? 1차원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하고 싶지 않은 행위임.


근데 몇판해보면 느끼게 돼. 숙련도 레벨에 따른 스킬도 있고, 숙련도에 따른 데미지 증가효과들도 있고

아 이거 파밍 동선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데, 중간중간 동물들 잡아야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거지.

그렇게 소비템 개념 없는 채로 야생동물 사냥하게 되고 결국은 음...


맨날 뉴비들 야생동물에 뒤지잖아? (나도 처음에 뒤짐)

소비 아이템 잘 알려주지 않는 부분 + 야생 동물이 그렇게 쌔지 않은 점 + 야생 동물 숙련도 파밍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이 삼박자가 맞아서 세상에서 가장 빡치는 경험인 크립사를 경험하게 되는 것임.

인간한테 죽어도 빡치는데 AI한테 뒤지면 얼마나 빡치겠냐




마지막으로 시스템적으로 쓰레기 같은게 있음.


일단, 플레이어가 많이 죽었으니 금지구역 가속화된다는 시스템 기획한 기획자는 짤라야함.


위기탈출 넘버원 뺨칠 정도로 죽을 수 있는 게 뉴비들인데

그렇게 해서 다 죽어나가면 파밍 공간이 급속도로 빠르게 좁아짐.


근데 뉴비들은 파밍속도가 빠를리가 없는데

공간 사용에 대한 압박 및 시간압박은 더욱더 심해짐.


배그도 프로경기나 첫 원 지나가면 80명이상 살아남지

브론즈 구간은 어디 핵 하나가 다 죽이고 싶나 싶을 정도로 첫 원 지나가면 30~40명 이럼.


처음부터 겪는게 금지구역 가속화 되는 경험인데

완제 템 하나 제대로 나올리가 없으며,

템 파밍 경험도 예쁘게 시켜주지 않은데 뭘 정착시키려는지 모르겠음.


템 만드는게 이 게임에서 얼마나 큰 재미인지 제대로 알고 있으면

이딴 기획이랑 겹쳐져서 나올 이유가 없음.


나중에 랭크 넣고 고인물들끼리나 할 때나 특수룰로 넣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음.



그 다음은 왜 처음에 보여주는 파밍 루트 인게임에서 맵 누르면 안나오는지 모르겠음.

근데 이건 내가 못찾았을 수도 있어서 패스.


아 그리고 나 카메라 고정 시키고 싶지 않은데 맨날 고정시켜서 시작되는거

UI나 UX는 어차피 안까기로 했으니, 아 근데 이거 너무 개빡침



아무튼 주저리주저리 길게 써봤는데, 늦은 시간이 되어버렸네

좀만 개선되면 매일매일 할 것 같은 게임이라 갤에다 글 적어봄.

피오라 공략 추천해줄만한 거 없냐? 뉴비 머리로 동선짜니까 쓰레기 연성됨...



세줄요약

1. 겜 재밌음

2. 근데 이렇게 내면 뉴비 유입 절대 못함

3. 겜 튜닝 조금만 더 해보자







존나 통찰력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