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아 섬의 생존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의 개발 일지는 루트 시스템의 변화에 대해서입니다.


루트 시스템은 이터널 리턴에서 가장 복잡한 시스템 중 하나이며, 그래서 또한 이터널 리턴의 가장 코어한 매력 중 하나 입니다. 이터널 리턴의 많은 코어 플레이어 분들이 “루트 깎는 재미”에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게임 내 수많은 요소들이 바뀌면서 정식 오픈 이후 새로운 루트를 연구해야 하지만, 이런 연구 과정의 재미를 추구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터널 리턴을 처음 시작하는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압도될만큼 어려운 시스템이기도 합니다. 작년 말에 약 50분의 신규 유저를 대상으로 관찰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많은 분들이 가장 먼저 좌절을 맛 보는 순간이 튜토리얼을 마치고 첫 번째 판을 시작하기 직전, 게임 준비 단계였습니다. 아직 한 판도 플레이하기 전에 너무 많은 정보가 보여지는데 시간제한까지 흘러가고 있어서 무척 당황스러워했습니다.


내게 맞는 루트를 검색하고 고치는 전략 메뉴도 모든 메뉴 중에 가장 복잡함을 자랑합니다. 루트 시스템은 알파 테스트 시기 부터 여러 가지 기능들이 추가 되어 오다가, 작년 여름에 대규모 개편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개편을 통해 후반 아이템이나 원격 드론, 특성과 같은 필수 기능들이 대거 추가 되며 루트 시스템이 도와줄 수 있는 기능의 범위가 무척 넓어졌습니다. (그 전까지는 특성 조차 루트에 연결이 안 되어 있어서 실험체에 맞는 추천 특성을 찾으려면 외부 사이트를 이용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기능을 추가하는데 급급해서 UI의 직관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기능들은 많이 있지만 반복 숙달 되기 전까지는 어떤 버튼을 누르면 어떤 기능으로 연결될지가 잘 가늠이 안 되었습니다.


루트 시스템 개선의 목적은 게임 준비 단계와 전략 메뉴 2가지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 입니다. 게임을 처음 하는 플레이어가 게임 준비 단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 입니다. 또, 게임에 조금씩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플레이어가 전략 메뉴에 들어가서 사전 전략을 짤 수 있어야 합니다. 루트 시스템에 새로운 기능이 필요한 게 아니라, 난립하는 기능들을 정리하고 정제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우선 게임 준비 단계의 실험체 선택 화면에서 맵을 삭제 합니다. 실험체 선택 - 초상화 - 미니맵이라는 3분할 구도는 처음 보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가늠이 안 되는 편이어서 가급적 2분할 구도로 전환하고자 했습니다. 실험체 선택 영역이 넓어지면서 한 번에 더 많은 실험체를 볼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선택의 동선을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배치를 바꿨습니다. 실험체를 고르고, 무기를 고르고, 스킨을 고르고, 캐릭터 선택 버튼을 누르면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기존에는 이 과정이 상하좌우를 왔다 갔다 해야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실험체를 선택하고 나면 루트를 고릅니다. 기존에는 루트를 여러 개 펼쳐 놓고 그중 하나를 고를 수 있게 했는데, 그 결과 수 십 개의 아이템 아이콘이 화면을 가득 매웠습니다. 심지어 이게 리스트라는 사실도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꽤 많았습니다.




역시 2분할 화면으로 바뀌면서, 동시에 표시되는 정보가 크게 줄어듭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숙련자는 한 화면에 많은 정보가 보이는 걸 선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초보자는 한 화면에 정보가 지나치게 많으면 오히려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1분의 짧은 준비 시간 동안 게임 준비를 전혀 할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게임 준비 단계를 위한 튜토리얼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초보자 관찰 테스트에서 기능 설명이 조금만 많아지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스킵해버리는 경우가 매우 많았습니다.


결국 설명이 필요하지 않는 UX가 최선의 UX라는 말처럼 UX가 스스로 설명을 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새로운 화면은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루트와 전술 스킬, 특성 3가지를 골라야 한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제시되는 편입니다.


그 외의 정보들과 기능들은 한 단계 더 거쳐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F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다른 플레이어들의 어떤 실험체를 골랐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루트나 전술 스킬, 특성 등 세팅을 바꾸고 싶으면 우측 버튼을 눌러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능 간의 연계가 훨씬 더 강화됩니다. 이제 루트를 바꾸면 자동으로 루트가 추천하는 전술 스킬과 특성으로 변경 됩니다. 기존에는 특성을 바꾸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는데, 이제는 일단 루트 추천 특성으로 바뀐 상태에서 저장된 특성을 불러오거나 아니면 즉석에서 간편하게 수정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기존에는 우측의 리스트에서 루트를 선택하면 좌측의 맵이 바뀌었는데, 이 부분도 보편적인 UI의 규칙을 깨는 부분이었습니다. 이제 왼쪽에서 선택하면 우측이 바뀌거나 또는 확장 메뉴가 아래로 펼쳐지는 좀 더 보편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한편, 가시성이 크게 강화된 포인트 중 하나가 채팅입니다. 팀 모드의 게임 준비 단계는 팀원들과의 대화가 중요한 경우가 많은데, 기존에는 누군가 채팅을 했다는 사실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채팅 위치가 게임 중이든 로비에 있든 언제나 좌측 하단으로 고정되고 선명도를 높여서 잘 보이게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게임 준비 단계가 처음 하는 플레이어도 게임을 이해할 수 있게 하자는 게 목표였다면, 전략 메뉴는 완전 초보는 아니고 슬슬 게임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플레이어가, 이제 추천 루트를 벗어나 다른 루트를 찾거나 조금씩 수정해 볼 수 있는 정도의 직관성을 목표로 합니다.


처음 루트 메뉴에 진입한 화면입니다.




무척 다양한 기능을 가진 만큼, 기존에는 다소 중구난방 배치되어 있던 기능들을 정리하는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가장 많이 쓰는 편집 버튼을 잘 보이게 배치하고 그 외에 루트 삭제나 ID 확인 등의 행동은 “…“ 메뉴에서 할 수 있도록 분리했습니다. 기존 게임 준비 단계와 통일성을 위해 남겨두었지만 사실 맥락이 맞지 않았던 추천 특성 부분이 삭제되었습니다. (루트 편집 내에서 특성 수정 가능)


루트 편집 화면은 기존 메뉴가 모든 정보를 한 번에 펼쳐 놓고 보여주자는 기조였다면, 새 화면은 각 메뉴 별로 필요한 정보들을 여러 페이즈로 나눠서 역시 한 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보이지 않게 하는 방향입니다.




기존 화면에 아주 익숙해지고 나면 항상 좌측에서 요약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가 펼쳐져 있고 요약 표시 부분이 클릭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부분도 인지가 잘안되어서, 무척 이해하기 어렵다는 피드백이 판수가 어지간히 많은 플레이어에게서도 많이 나왔습니다.


좌측 영역을 명확히 버튼으로 구성하고, 가장 복잡한 기능이 있는 루트 자동 생성 기능을 원하는 경우에만 할 수 있는 별도 영역으로 분리하여 보다 단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했습니다.



기존 UI의 난해함은 특성 메뉴도 한몫하는 편입니다. 특성은 주특성과 부특성, 메인과 서브라는 특성 구조가 한 눈에 들어나도록 변경됩니다. 특성군은 사각형 패널을 가지고, 특성은 줄로 꿰어지면서 기존에 잘 구분되지 않던 특성군과 특성의 차이도 부각됩니다.




(디자인 시안으로 특성 효과 등에 대한 정식 오픈의 변경 예정 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특성을 선택하는 과정도 위에서부터 아래로 자연스럽게 하나씩 선택하게 되며, 순차적인 가이드가 강화되어서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게 됩니다.


주 특성군을 고르고,



주 특성군 내에서 핵심 특성을 고르고



보조 특성을 고르고



부 특성군을 고릅니다.



이런 식으로 위에서부터 아래로 차례대로 하나씩 고르게 됩니다.


새로 도입된 전술 스킬은 하나만 고르면 되기 때문에 더 심플하게 구성되며, 영상과 상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루트 검색 기능의 레이아웃도 개선되었습니다. 일반적인 UI 규칙에서는 세로로 된 리스트 중 하나를 클릭하면 보통 우측 영역이 바뀌는데, 기존 검색 UI에서는 클릭한 지점의 상단과 우측이 동시에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부분이 클릭 가능한 영역인지도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보다 보편적인 규칙을 따르도록 정리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수많은 기능을 추가하면서 쌓여온 루트 시스템 UX의 부자연스러움을 제거하고, 한 번에 보여주는 정보량을 조정하고 동선을 체계화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통해 이터널 리턴의 가장 복잡한 시스템이자 정수인 루트 시스템에 좀 더 많은 분들이 재미를 붙일 수 있게 하는 게 이번 개선의 목표였습니다.


UI 동선의 변화는 이미 적응한 플레이어분들의 입장에서는 불편함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있습니다. 좋은 UI도 익숙한 UI 보다는 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루트 시스템은 게임의 실질적인 복잡함 이상으로 초보자들을 가로막는 강력한 진입 장벽인데다, 어지간히 익숙한 플레이어조차도 어려워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 새로운 변화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UI의 변경점 중 많은 요소들이 숙련도와 제작 편과 연결되어 있으니 이후 일지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바로 다음 개발일지에서는 루미아 섬으로 돌아가서, 지난번에 미처 풀지 못한 연못의 변화를 소개드리려고 합니다.


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개발 일지는 6월 9일 (금) 공개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