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사고로 가족과 돌아가야할 장소 모두를 잃어버린 아비게일

이유없이 발현된 능력으로 그녀 자신은 살아남았지만 세상에 혼자 남아버린 그녀는 살아갈 이유를 찾지못했다


공허와 고독만이 가득한 공간속으로 사라질려는 결심을 할 찰나

그녀에게 말을 걸어준 사람이 있었다 


"그 사고는 네 탓이 아냐"

"넌 특별한 사람이야 , 살아가야할 이유를 모르겠다면 나와 함께 찾아가자"


아비게일은 어둠속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한줄기 빛을 잡았다

그리고 이별의 날 그녀와 약속했다 


루미아섬에 찾아가겠다고

거기서 요구하는 조건들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반드시 다시 만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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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루미아섬에 들어온 아비게일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아무리 손에 피를 묻혀도 달라지는건 없었다


실험이 반복될수록 그녀에게 있어서 루미아섬은 투쟁의,경쟁의 장소가 아닌 일방적인 학살의 지루한 공간이 되었다

그녀의 능력은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는것 


해당 장소의 좌표만 알고있다면 실제로 가보지 않아도 순식간에 이동할수있어 다른 실험체들처럼

하이퍼루프 라는 장치를 사용하다 얻는 리스크를 견딜 필요도없고 


일반적인 실험체들은 정면으로 승부해도 아비게일의 움직임을 따라잡을수없었다 

실험체들의 수면 시간때만을 느려 기습으로 간단하게 죽일수도 있고


실험이 끝날때까지 식량 조달만하고 이공간 속에서 죽치다가 남은 한명의 목을 유유히 따내고 우승을 할수도있고

때론 실험체들과 협력해서 때론 혼자서 모든 실험체들을 유유히 처리하고 우승할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우승해도 달라지는건 없다 공허함만이 아비게일의 마음을 채울뿐

그렇게 아비게일은 루미아섬 중앙의 연구실로 눈길을 돌린다


아비게일은 나쟈와의 약속을 떠올렸지만 인내심의 한계가 찾아온 그녀는 더 이상 기다릴수없었고

연구실 안쪽으로 무단침입을 해보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마지막 희망조차 무로 돌아가자 아비게일은 루미아섬 밖으로 아예 나갈려는 찰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거지



"우리의 약속에 이런 내용까진 없었던것같은데"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아비게일의 마음속을 채우던 공허,분노,그리움 등의 감정들이 눈녹듯 사라졌다

지금 남아있는 감정은 그저 기쁨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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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게일은 약속을 어겨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하고 다시 만나서 정말 기쁘다며

루미아섬을 천천히 걸어가면서 대화하는거지


아비게일은 나쟈를 위협할만한 실험체들부터 먼저 처리하고 오겠다고 하지만 나쟈는 괜찮다며 말리고

그저 이 시간을 즐기고 싶다면서 모래사장을 걷는거지


아비게일은 여태까지 자신이 느꼈던 감정들,루미아섬에 겪었던 일들을 풀어놓기 시작했지

그러면서도 나쟈의 눈치를 보며 그녀가 조금이라도 지루해하는 낌새가 보이면 화제를 돌렸지


그리고 그때 나쟈가 내민 손길 덕에 지금 자신이 여기 서 있을수있는거고 살아갈 이유를 찾을수 있었다고


나쟈는 이야기를 듣다가 대뜸 질문했지


"다른 실험체들과는 왜 관계를 쌓지않았어?'


아비게일은 자신의 목적은 그저 나쟈와의 만남이며 그외에 타인은 전혀 중요하지않다고 답변했지

그때나 지금이나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나쟈뿐이라고


나쟈는 이후 질문을 이어나갔지 실험에 관한 질문들 VF 능력에 관한 질문 등

아비게일과는 전혀 관련없는 질문들을 이어갔지


아비게일은 그런 질문들 말고 자신에 대해 좀더 알아주길 바랬지만 입을 끝까지 다물었지

그녀의 질문에 성실히 답변하고 조금이라도 지루한 모습을 보이지않았지 


나쟈는 아비게일에게 묻지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뜬금없는 질문에 아비게일은 말을 잇지못해


"난 사랑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거라고 생각해 그렇게 서로를 완성해가는거라고"


아비게일은 이해하지못한채 나쟈의 말을 그저 경청해


"하지만 넌 날 사랑하지않는것같아"


아비게일은 극구부정해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나쟈를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고


"난 아비게일 이란 소녀가 필요해 하지만 넌 나쟈가 필요하지않아"

"네게 필요한건 그저 자신의 고독을 해방시켜줄 사람이야 내가 아니라"


아비게일은 혼란스러워해 도대체 무슨말을 하고싶어하는건지 이해하지못한채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


아비게일은 대답하지못했다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눈시울이 붉어질뿐


"난 아비게일이 뭘 좋아하는지 알아 계속 지켜봐 왔으니까 선호하는 기호품이나 주로 찾아가는 장소

가끔씩 노래를 흥얼거린다는 사실도 언제 만나더라도 기품을 잃지않도록 옷단장도 주기적으로 한다는 사실도"


"하지만 넌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알려고 하지도않지 그저 이유없이 찬양하고 

이유없이 숭배하고 우상으로써 취급하지"


"그건 마치 종교같지않아?"


아비게일은 목소리를 높이며 아니야 라고 단언할뿐 뺨엔 자기도 모르는사이 하얀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나쟈는 무표정하게 무감정한 말들을 내뱉을뿐


"앞에서 말했지? 사랑이란 서로의 부족한걸 채워주는거라고"

"난 내게 살아가야할 이유를 줬어 하지만 넌 내게 아무것도 주지않는구나"


아비게일은 울면서 자신이 뭘 해야하냐고 연거푸 묻지 연구실을 무단으로 침입한걸로 화내는거라면

정말 미안하다고 다시는 안그러겠다고 


"뭔가 착각하는것같네 난 너와 이런 관계로 지내고 싶지않다는 말이야"


나쟈는 울고있는 아비게일의 손을 잡고


"우리 사랑을 하자"

"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줘"


아비게일은 고개를 끄덕여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해

자신은 그저 특이한 능력을 가진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소녀니까


나쟈는 뺨에서 흐르는 그녀의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며


"날 위해 이 실험의 끝을 보고와줘"

"날 위해 절망해줘"


아비게일과 나쟈의 과거는 새로운 약속으로 덧씌워지고 아비게일은 나쟈의 충실한 노예가 되어 무한히 실험을 반복하는거지

한번씩 참을수없는 감정이 몰려와도 나쟈의 마지막 말이 지워지지않은채 머릿속을 맴돌아도


아비게일은 다른 선택을 하지못한채 

오늘도 약속을 위해 살아가는


그런 아비게일의 이야기가 보고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