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길에서 주운 울집 냥이. 

 자동차 밑에서 도망도 안가고 쳐다만 보길래 30분동안 주변에 앉아서 손 내밀고 있으니까 조용히 내민 손으로 와서 코인사 박고 얼굴 부비부비 하는 모습이 아직도 안잊혀진다. 아무것도 모르고 오로지 간택 당했다 생각해서 부모님 몰래 집에 들였건만, 들키자마자 등짝 오지게 맞고 냥이랑 같이 밖으로 쫒겨났었지.

 딴 곳 가라고 바닦에 내려놓자마자 두고 가지 말라고 쫓아오는 그 모습에 뻑이가서 결국 부모님과 단판내고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냥이를 키우게 됐어.

 




그 뒤로 딱 1년 뒤에 부모님이 갑자기 새끼 강아지 1마리를 다른 곳에서 받아오셨더라고. 다른 애들 다 분양갔는데 얘만 혼자서 돌아다니는 게 안쓰럽다고 주인분께 얘기해서 데려왔다더라.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결국 둘이 친해져서 침대에서 나포함 3마리의 짐승들이 한침대에서 자주 자고 그랬지.

 

서로 싸우지도 않고 냥이 우다다하면 같이 뛰어다니는 강아지. 그러다 지치면 같이 겸상하면서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이 얼마나 이뻤는지…. 


 새월이 지나고 24살이 되던 날 동물병원에서 일하게 됐어.

일하면서 참 많은걸 배우게 되고 내가 울집애들한테 뭐가 부족했는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더라.

아무것도 모르고 막무가내로 키운 거다 보니까 더 애들한테 못해준거 같아서 미안하더라고. 그래서 지금이라도 더 열심히 챙겨주고 관리해주자 생각하게 되었지.


 동물병원에서 일하다보면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애기들을 많이 접하게 돼.

 ’언젠가 나도 우리 집 애들을 보내줘야 할 시기가 올텐데, 그때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하더라고. 안일하게만 생각하고 깊게 생각은 안했지만, 지금 내가 그런 상황에 곧 직면하게 되더라. 


 울집 냥이가 같이 산지 14년이 지나고 어느 날 배에 몽우리가 잡히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지방종인가 하고 넘어가고 그 뒤로 3개월이 지나서 4월이 되는 날, 똑같은 위치를 만져봤더니 엄청 커져있더라. 혹시 하고 수의사쌤께 연락드리니까 유선종양 같다고 지금 바로 올 수 있냐 하시더라고.

 그말 듣자마자 아무 생각도 안들었지. 역시나 수의사쌤 말대로 검사 받으니 유선종양 판정 받았지. 



 고양이들은 강아지랑 다르게 종양이 생기면 80~90퍼는 악성이란걸 왜 잊었을까…. 하고 후회하게 되더라.

진료 봐주시는 수의사 부원장님이 나한테 선택을 하라고 했을 때 나는 아무 말도 못했어. 수술을 할 지, 안락사를 할지 얘기를 해주시더라고. 수술을 해도 악성이라서 재발확률 높고 성공해도 오래는 못 산다고 하셨어.

‘몇일만 고민 좀 해봐도 될까요’ 하고 아픈 애기 집으로 데려와서 한참동안 애기만 보면서 울기만 했지.


지금도 울집 냥이는 집에 있어. 병원 갔을 때는 그렇게 긴장하더니, 갔다오더니 긴장이 풀렸는지 또 늘어지게 잠만 자고 있는 상태에서 글을 쓰고 있는 중이야. 다른 사람들의 케이스만 봤지 내가 직접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되니까, 왜 사람들이 그렇게 힘들어 하는 지 온 몸으로 느끼고 있는 중이지…



  갑자기 이런 우울한 장문글 올리고 챈분위기 ㅅㅊ낸거 같으면 글 내릴께…. 그냥 어디서 좀 한탄할 곳 없나 찾다가 고양이채널이 보이길래 추억되새김질 하려다가 이렇게 되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