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탈출 9시간 9명 9의 문>은 2009년 12월 10일 스파이크 춘 소프트에서 과거 Ever17의 우치코시 코타로가 시나리오 라이터를 맡아 제작된 방탈출 어드벤쳐 게임이다.


본래는 이미지에서 보여지듯이 NDS로 출시되었었고 스토리가 이어지는 후속작으로 <극한탈출 ADV 선인 사망입니다>가 후속기인 3DS로 나왔었다. 2017년 3월 24일에 합본의 형식으로 <극한탈출 9시간 9명 9의 문 & 극한탈출 ADV 선인 사망입니다>가 스팀으로 출시되었다. 그 외에 까지 스토리가 이어지지만 이번에 리뷰할 것은 시리즈의 첫작 <극한탈출 9시간 9명 9의 문> 뿐이다.


본 리뷰 업로드 년도를 기점으로 무려 4년이 지났는데 이제와서 리뷰 글을 작성하는건 2021년 2월 2일에 유저 한글패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단, 한글패치가 이루어진건 <극한탈출 9시간 9명 9의 문> 뿐으로 합본에 같이 수록된 후속작 <극한탈출 ADV 선인 사망입니다>는 한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해당 한글패치를 제작한 유저가 후속작까지 한글화할 의지가 있는지는 불명이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극한탈출 9시간 9명 9의 문> 이하 극한탈출의 스토리 시놉시스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21세의 평범한 대학생인 준페이는 어느 날 굴러떨어지며 의식을 차리고 보니 전혀 본 적이 없는 낯선 방에서 일어나고 손목에는 5번 숫자 표시만을 띄우고 있는 손목시계 같은 팔찌가 감겨있는 것을 알게 된다. 곧이어 자신이 가스마스크를 뒤집어쓴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습격받아 납치당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혼란한 머리를 수습하기도 전에 방 안의 창문이 수압으로 깨지면서 거센 물줄기가 방 안을 메우기 시작하고 준페이는 생존을 위한 방탈출 게임을 난데없이 시작하게 된다.


방에서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해 통로로 빠져나와 거리가 닿는대로 문을 열고 들어와보니 그곳은 거대한 홀이었는데 거기서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8명과 조우하게 되는데 모두 알 수 없는 이유로 준페이와 같이 납치를 당한 것이다. 전원 동일하게 숫자만 다를 뿐 같은 팔찌를 차고 있었는데 여기서 이 무슨 우연인지 옛날 같은 초등학교에서 6년을 같이 보내고나서 줄곧 헤어졌던 소꿉친구 쿠라시키 아카네와 재회하게 된다.


어째서 아카네가 여기에? 왜 아카네까지 납치를 당한 것일까? 의문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 때 갑작스레 변조된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데 괴한의 목소리는 자기 자신을 '제로'라고 자칭하며 아니나다를까 자신이 9명을 납치하였고 9명은 '노나리 게임(Nonary Game)'에 참가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제로가 설명하는 노나리 게임은 이렇다. 각 플레이어들은 1에서 9까지 숫자가 표시되어있는 팔찌, 즉 뱅글을 차고 있다. 그리고 배 안에는 특정한 숫자가 커다랗게 적혀있는 여러 개의 문이 배치되어 있는데 이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각자 최소 세 명 이상이 소유한 뱅글의 숫자를 조합시킨 '숫자근'을 인식시켜야한다.


예를 들면 6의 문을 통과한다고 쳤을 때 6의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1+2+3=6의 공식에 따라 1과 2 그리고 3을 소유한 플레이어들이 숫자근을 조합해서 열어야하는 것이다. 문을 통과할 수 있는 것은 이 숫자근을 조합한 당사자들 뿐인데 설령 숫자근이 맞아도 2명이나 1명이 인증해도 열리지 않게 되어있다.


문제는 문만 열고 끝인게 아니라 숫자근을 조합한 이들은 방으로 들어갔으면 모두 제한시간 내에 DEAD란 장치에 뱅글을 인식시켜 인증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뱅글이 신호를 보내 각 플레이어들의 내장에 들어있는 극소형 폭탄이 기폭하여 방 안에 들어간 플레이어들이 폭사하게 된다. 단 문을 열었어도 문 안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을 시에 한해서는 폭탄이 기폭하지 않는다.


방의 안에는 제로가 준비한 방탈출 형식의 퍼즐이 있는데 퍼즐을 풀면 다음 방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리고 방들에는 각각 열쇠가 따로 있어 이 열쇠들이 어느 정도 있어야만 풀리는 길이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마침내 탈출할 수 있는 '9의 문'에 도달하여 현재진행형으로 난파되는 중인 거대한 여객선에서 탈출할 수가 있다. 그렇다, 준페이를 포함한 9명은 사실 가라앉고 있는 여객선에 승선하고 있고 배가 완전히 심해에 삼켜지기까지 9시간 내에 탈출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란 스토리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게임 본편 내에서는 딱히 시간제한에 의한 게임오버는 없다. 심지어 처음에 준페이가 일어난 방에서 물이 고압의 수압과 함께 빠르게 차오르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준페이가 물에 완전히 잠긴 방에서 천장에 물고기처럼 입을 뻐끔뻐금하며 입을 맞추다가 익사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다르게 생각하면 좀 아쉽다.


그렇다보니 극한탈출의 난이도는 크게 어렵다고 할 수 없고 다른 스팀에서 방탈출을 설계한 제작자나 캐릭터의 부모님 안부를 묻는 악명 높은 방탈출 게임들하곤 다르게 평온하리만큼 쉬운 편이라고 할 수가 있다. 단지 극한탈출에서 시간을 잡아먹는건 가끔 방마다 출몰하는 수학 퍼즐인데 수학함에 치가 떨려 수학에 매우 약하다거나 학창 시절에 수학의 정석과 다정한 밤자리를 열정적으로 나누지 않았다면 여기서 좀 스트레스를 받을 수가 있으니 주의해야할 부분.


게임은 전형적인 방탈출 어드벤쳐 식으로 이루어지며 방 안을 둘러보며 단서를 찾고 그 단서를 힌트를 삼아 트릭을 해제하면서 클리어하는 것이 게임의 주 진행 전개 구조이다. 이 방탈출 퍼즐 구간에서 어떻게 퍼즐을 풀었느냐에 따른 스토리 분기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스토리 분기는 대화 챕터 내 선택지에 따라 갈라지며 또한 어느 루트를 미리 보고 왔느냐에 따라서 분기가 해금되기도 하고 이런 구조가 진엔딩을 위한 실나래로 모여지게 되어있다.


이 분기 구조를 위해 스팀판에서는 플로우 차트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어 압도적인 편의성을 자랑한다. 원래 NDS 원작에선 일일히 처음부터 끝까지 퍼즐을 다시 풀고 분기를 확인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스팀판에서는 피드백을 받아들여 이를 해결한 셈이다.




정적인 대화 인터페이스 위주로 이루어진 어드벤쳐 게임의 한계상 그래픽적인 부분에서는 큰 감흥은 존재하지 않는데 그래도 당시 제작진이 조금이라도 이를 보완하고 싶었던지 단순히 대화창에서 입만 움직이는게 아니라 몇 가지의 다채로운 모션이 있긴하다. 위 이미지들은 NDS에서 캐릭터 그래픽을 추출한거라 도트가 튀는거고 스팀판에서는 더 깔끔한 고해상도로 나오니 참조.


극한탈출의 또 다른 독자 시스템으로는 어드벤쳐 스크린과 노벨 스크린이란 UI가 따로 있다.


어드벤쳐 스크린이란건 대중적인 하반부 대화창에서 등장인물들끼리 간략한 대화나 주인공의 간략한 독백만이 나오는 비교적 평범한 텍스트, 인터페이스인데 노벨 스크린으로 전환하면 대화창이 사라지고 화면 전체를 채우는 옛날 <카마이타치의 밤>처럼 사운드 노벨식 인터페이스가 된다. 이 노벨 스크린으로 전환하면 단순히 주인공 준페이의 독백 정도로만 그치던 상황묘사가 사운드 노벨 혹은 비쥬얼 노벨 특유의 소설 그대로의 심도 깊은 상황묘사가 이루어진다.


원래는 이게 NDS에서 분할 모니터를 십분 활용한 흔적이다. 어드벤처 스크린은 위에서, 노벨 스크린은 아래에서. 그런데 이게 한 모니터를 공유할 수밖에 없는 PC판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시스템을 개편해서 다운그레이드된 것이다. 스팀을 통해 PC로 이식되며 원작에 비해 떨어지는 몇 안 되는 단점이다.


사실 이 게임을 보면서 느끼는 바로는 방탈출 어드벤쳐라기보단 흡사 방탈출 퍼즐이 겸사겸사 들어간 사운드 노벨에 가깝다는 것이다. 특히나 낮은 난이도가 이에 한몫하며 전체적인 진행, 분기, 인터페이스가 그렇다는 느낌을 애써 지우기가 어렵다.


과거에는 <카마이타치의 밤>의 대성공에 영향을 받아 많은 사운드 노벨들이 쏟아져나왔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대중적인 구매자 층에게 특히나 전연령의 사운드 노벨이란 텍스트게임의 장르의 선호성은 상당수 낮아져있는 추세임은 부정하기가 힘들다. 그렇기에 이 게임이 마이너란 늪의 한계를 뚫고 시간의 파도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게이머가 상상하는 이상의 스토리로 강력한 인상을 선사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극한탈출의 스토리는 얼마나 완성도가 높을까, 이 게임의 스토리를 평하기 위해서는 우치코시 코타로를 넘겨짚을 수밖에 없다. 이 게임의 장점이 곧 우치코시 코타로이며 이 게임의 단점 역시 곧 우치코시 코타로이기 때문이다.


우치코시 코타로는 본문 첫 단락에서도 언급했다시피 Ever17의 시나리오 라이터를 맡아 당대 게이머들 사이에서 명성이 드높았는데 이 Ever17이야말로 우치코시 코타로의 장기가 서술 트릭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증거이며 극한탈출 역시 우치코시 코타로가 선보이는 서술 트릭이 충실하게 도입된 게임이다.


누군가가 말하길 추리소설의 최종 테크는 바로 제4의 벽을 무너뜨리는 곳에 있다고 언젠가 들은 적이 있다. 작품 내의 세계관이란 작은 활자와 모니터 액정의 세계의 인물들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그걸 보고 관측하고 있는 독자, 게이머까지 도입시켜 고도의 트릭을 완성시키는 것. 이것이 바로 서술 트릭의 핵심 정수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극한탈출의 스토리는 뛰어나다. 우치코시 코타로의 장기는 텍스트 위주 노벨 어드벤처 게임의 요소를 극한까지 활용해 서술 트릭을 구성하는 것에 특화되어 있는 것에 있다.


게임 내 인물들의 시점, 선택지와 분기, 다른 분기를 찾아나서는 반복성 플레이, 인터페이스와 UI. 이 모든게 단 하나의 서술 트릭을 완성시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는 것을 마침내 깨달았을 때의 전율. 극한탈출은 분명하게 이 서술 트릭의 정수를 멋들여지게 보이는데 성공했음은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극한탈출 스토리의 단점은 무엇인가. 그건 바로 그 역시 이미 말했듯 우치코시 코타로가 곧 단점이기도 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바로 우치코시 코타로 특유의 문체와 플롯, 스타일에 잠재되어 있는 불호가 원인이다.


첫 번째로 우치코시 코타로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개성과 특색이 없다. 캐릭터 디자인의 차원이 아니다. 내면의 혼이 느껴지지가 않는 것이 문제다. 전원이 같은 어투와 화법을 사용하고 아무리 냉동고에 얼어죽기 직전이라도 이산화탄소가 왜 액체가 되지 않는지 호기심만은 불타오르고 설명충에 빙의한다. 이건 왜그럴까, 시나리오 라이터가 등장인물들을 살아있는 캐릭터로 보고 있는게 아니라 단순히 극중 전개를 진행하기 위한 스위치로 보고 있기 때문에 벌여지는 현상이다. 이러니 등장인물들에게 매력이 느껴질 리가 없는 것이 몰입성을 떨어뜨리게 만들고 동시에 호불호가 갈리게 만든다.


두 번째로 스토리의 근간이 되는 배경지식 선발의 무리수에 있다. Ever17까지는 아르키메데스의 원리, 양자역학 등의 실존하는 과학 이론에 근간을 두고 있었다. 문제는 아무래도 우치코시 코타로가 이런 신비한 배경지식 소재의 고갈을 느꼈는지 Ever17 이후로 유사과학 혹은 유사과학 수준의 설정을 채용한다는 것에 있다. 옛날이었으면 신비한 서프라이즈 보듯이 단순히 그런 (유사과학) 이론도 있구나 넘길 만하지만 현대에 와서 이러한 유사과학 소재는 매우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인 것이 문제다.


세 번째로 호불호가 갈리게 만드는 것은 전체적인 스토리와 서술 트릭의 설계는 칭찬할 만하지만 중간 과정에서 플롯을 형성을 위해 억지스러운 전개를 도입한 부분이 많다. 당장은 눈치 못 챌수가 있는데 지나가고 나서 다시 한 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단번에 이상함을 눈치챌 수가 있다. 전개의 편의를 위해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인 장치가 은근히 남발되는 것도 눈에 거슬린다. 왜 뒤로 돌아가면 잡힐 확률이 높았는데 굳이 돌아갔는가, 이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단순히 거기서 잡혔어야 시나리오 라이터가 생각했던 대로의 전개가 되기 때문이다. 즉 작위성이 다분하다. 특히나 스포일러로 최종 반전은 치명적인 모순이 숨어있고 주인공조차 이를 깨닫는데 본편에서는 이 해답을 주지 않는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모순이라는 것은 알아도 트릭의 완성을 위해서 일부러 개연성을 무시한 것일 확률이 높다.


이상이 본인이 플레이해보면서 느낀 꺼림칙함과 타인의 유튜브 플레이 영상, 트위치 플레이 영상 등을 보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어디서 호불호가 갈리는지 정리해본 결과물이다. 


결론은 추천작이지만 호불호가 매우 갈린다. 명확하게는 불호가 상당히 걸리는데 그 불호를 넘어서 결말까지 이르러 포용할 수가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할 수가 있다. 스토리가 강점이지만 동시에 스토리가 단점인 아이러니한 작품이다.


여담으로 이 게임은 일본에서는 심각한 판매 부진을 겪었는데 오히려 해외권에서 흥행에 성공한 시리즈라는 듯하다. 해외권에서는 역재에 버금간다고 하는데 정말로?



* 요약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