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글은 리뷰탭에 적긴 했지만 리뷰가 아님. 그저 게임을 하고 나서 든 생각을 적은 일기같은거임. 내가 뭐라고 말하든간에 너가 재밌으면 갓겜이고 재미없으면 똥겜 아니겠냐.


Bladed Fury. Next Studio에서 만든 2D 액션 게임이다. Next Studio는 인디게임을 만드는 작은 회사가 아니라, 그 유명한 텐센트의 중국 내 스튜디오이다. 즉, 이 게임은 겉보기에 인디게임처럼 보이지만 사실 대기업의 입김이 들어간 게임이다.


그 때문인지 이 게임 곳곳에선 중국게임 특유의 B급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새로운 스타일로 다른 게임과 차별화를 두려고 노력을 했으나 어딘가 어설퍼보이는 아트워크, 한 나라의 공주이지만 공주답지 않게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가녀린 팔로 대검을 휘두르는 주인공 등에서 말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분명히 호불호가 갈린다.

전투에서도 딱히 특출난 점을 찾기 힘들다. 엑박 패드 기준으로 X로 약공격, Y로 강공격, 특정 키조합으로 콤보나 스킬 넣기,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믹형 보스들 등등 다른 액션 게임들의 클리셰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하지만 위에 있는 여러 요소들은 아무래도 좋았다. 이 게임은 10500원에 플레이타임이 5시간 정도는 나와 주는 게임이고, 액션이 어디선가 많이 봤다 뿐이지 재미없지는 않았다. 또한 개연성 없는 주인공의 모습도 내가 씹덕이었기 때문에 좋았다.

다만 나는 이 게임, 더 나아가 중국 게임의 한계를 스토리에서 찾았다. 주인공은 한 나라의 공주이지만 지옥의 괴물의 힘을 등에 업은 쿠데타 세력에 의해 황제가 죽게 되고, 망명길에 오른다. 그 과정에서 무예의 신 '예'의 도움을 받아 무기를 손에 얻고 앞을 가로막는 괴물들을 무찌르며 마지막에는 반역 세력의 우두머리와 싸우게 된다.

주인공이 우두머리를 거의 무찌르자, 우두머리는 "백성들은 억압하고 지배해야 할 존재"라고 말하지만, 주인공은 이에 맞서 "아니다. 백성들은 보호하고 너그럽게 다스려야 할 존재이다"라고 맞받아친다. 이 대목이 중국 게임의 한계, 더 나아가서 중국이라는 나라의 한계를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백성은 지배하고 억압해야 하는 존재" vs "백성은 보호하고 너그럽게 다스려야 하는 존재" 이 두 말은 얼핏 보면 반대로 보인다. 그러나 좀만 더 생각해보면, 두 가지의 말 다 "백성은 지도자의 아래이다."라는 전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즉, 나쁜 병신과 착한 병신의 자강두천일 뿐이다. 만약 이 게임이 일본이나 미국에서 나왔다면 어땠을까. 아마 주인공은 다른 메세지를 말하고 있었을 것이다. 중국에서 말하면 공안당하는 메세지를 말이다.


Bladed Fury는 나쁘지 않은 게임이다. 텐센트라는 대기업에서 지원해 줬다기엔 부족한 퀄리티지만, 만원 정도 내고 6시간동안 즐기기에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 동시에, 중국 내의 억압적인 분위기가 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알 수 있는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