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aku's Adventure, 한국에서는 이름의 뜻을 그대로 직역한 <오타쿠의 모험>으로 더 알려져 있는 편이다. 2019년에 대만의 Spacelight Studio에서 개발하여 출시되었는데 2021년에서야 한글패치가 이루어져 그 존재가 조금이나마 알려졌다.


오타쿠란 소재의 국적 이미지와는 달리 앞서 언급했듯 대만에서 만들어졌는데 이 사실을 먼저 안 짚고 넘어가면 이 게임 유일의 더빙 캐릭터가 처음 등장할때 자연스럽게 광동어를 구사하는 장면에서 당황할 수가 있다.


그리고 사족으로 Spacelight Studio는 사실 <키오의 모험>이란 게임을 내놓은 적이 있는데 당대 데모노포비아 등의 고어 료나 열풍에 영향을 받은 듯 전형적인 쯔꾸르 풍의 고어 어드벤쳐 게임이다. 이를 자체 오마쥬해서 오타쿠 어드벤쳐 세계관 안에서 발매된 게임으로 키오의 모험이 까메오 등장을 하는데 키오의 모험 판매 성적이 영 좋지 않았는지 키오의 모험을 만든 회사가 재정난에 직면해서 직원에게 줄 월급도 밥을 사줄 돈도 없다는 현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게임을 만든다는 자학 개그가 들어가있다. 그 반대급부의 시도로 그래서 <오타쿠 어드벤쳐>가 나온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스토리로 넘어가면 주인공은 정말 그림으로 그린듯한 사회부적응자 성격의 '모태솔로' 오타쿠로 인터넷 친구(여)와 첫 데이트로 현실에서 만났지만 그 인터넷 친구(여)가 실제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조용히 도망가서 그대로 주인공이 바람 맞는 것부터 시작, 이 이후 주인공이 어떤 선택지를 골랐는지 무슨 오브젝트하고 상호작용을 했는지에 따라 해당 히로인 캐릭터의 루트가 달라진다. 스토리 도중 오브젝트하고 선택지를 잘못 골랐으면 배드엔딩이 나오는데 배드엔딩이 뜨면 지금 바로 즉시 로드하라는 듯이 엔딩 크레딧이 광속으로 올라간다. (니어 오토마타 배드엔딩을 생각하면 된다)


게임 장르는 전형적인 Point & Click 어드벤쳐인데 스토리 진행은 대사와 선택지로 이루어지는 비쥬얼 노벨 형식이며 각각 개별 루트마다 전담 미니게임이 붙어있다. 어떨 때는 건슈팅이고 어떨 때는 공격과 막기 타이밍을 파악해야하는 미니게임, 또 어떨 때는 간략한 RPG 게임이 된다.


그런데 이 설명문만 보고 게임들이 진짜 제법 견실한 퀄리티가 있는줄 착각하면 안된다. 설명만 그렇다는 것이지 정말 미니게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실은 게임 전체부터가 요즘 세상 기준으로 얼마나 저예산으로 제작되어졌는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값싼 퀄리티로 극단적으로 말해서 옛날 같았으면 플래시게임으로 무료 유통되고 있었어야 마땅할 퀄리티라 말을 들어도 할말이 없는 퀄리티다.


스토리는 일본식으로 표현하면 일명 '바카게 (바보게임)'으로 대놓고 인터넷 밈급의 컬트적인 병맛 범벅이다. 정체불명의 조직에게 쫓기는 소녀를 감싸기 위해서 주인공 오타쿠가 자기는 여자라고 둘러대니 추적자가 그걸 또 납득하고 물러나는 전개나 샌드위치 먹은게 탈나서 공중화장실 변기에 앉았더니 변기가 폭발해서 대기권 밖 우주까지 날라가 외계인 우주선에 포획되는...일단은 스포일러니 여기까지.


하지만 이 정도까지 작정하고 병맛으로 만들었다보니까 게임이 취하고자하는 컨셉은 금방 이해 가능하다. B급은 자기가 B급인줄 모를 때 금방 발을 헛디디고 쓰레기작품의 나락으로 빠지기 쉽상이지만 자기 본분을 자각하고 있는 B급은 B급 감성을 금방 납득하게 만들어주면서 자연스럽게 재미를 느끼게끔 유도하는 법이다.


척 봐도 바보 같은데 그래서 재미가 있다. 그냥 설명이 의미없고 불요하다. 논리로 납득하는게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아고 무아지경의 의식의 흐름대로 따라서 그냥 즐기는게 이 게임을 즐기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허나 개그 코드 하나 만으로 승부하는 작품의 가장 큰 본질적 한계는 필연적으로 개그 코드가 맞는 계층과 개그 코드가 안 맞는 계층이 크게 양분화되어 갈라진다는 점이다. 개그 코드가 맞으면 후회가 안 남는데 개그 코드가 안 맞으면 시간이 아깝다. 더군다나 이 게임은 일단 돈을 받으니까 복불복이다. 어찌보면 그래서 유튜브 감상용으로 최적화된 게임인가보다.


결론은 평작. 진지하게 히로인 공략을 위한 미연시 게임이라기보단 마치 모 침착한 양반의 만화 연재 모음을 본다는 마음 가짐으로 하는 것을 추천.


마무리로 개별 루트의 진엔딩에 해당하는 엔딩을 보면 비로소 나오는 짧은 엔딩 크레딧 BGM으로 본문을 마무리해볼까한다. 게임이 끝나 올라가는 스탭 롤을 유유히 보면서 흐르는 멜로디가 여운을 왠지 잘 자극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