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딱히 할만한 게임이 없다. 막상 게임을 찾아서 해도 금방 질려 종료하게 된다.

  그리하여 최근 새로운 취미를 찾았다. 



  우리는 게임 산업의 첨단만을 보고있다. 이들이 가장 위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그 아래 무수히 많은 게임들이 있어야 한다. 경쟁은 그런 것이다.

  하지만 나는 요즘 이 찬란한 꼭대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가장 밑바닥, 심연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을 살펴보는 중이다. 


이 아래층의 장점은 플레이 타임이 짧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간혹 그중에 보석이 숨겨져 있기도 하다.



  게임이름부터 비범하다. I can't believe it's not gambling. 이게 도박이 아니라고?

  게다가 제작자는 현시대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좋아한다.  코로나19를 맞이해서 손을 씻지 않으면 게임을 하지도 못한다. 그리고 게임 가격은 2,200원이다.



  자, 이 글을 보는 당신도 손을 씻고 오자. 그리고 키보드도 깨끗하게 청소하자. 옵션에서 손을 씻을 수 있다. 

  해상도는 건드릴 필요 없다. 1920X1080으로 바꾸어도 똑같다. 왜 만들어 놨는지 모르겠다. 기분만 내라는 것인가?



Actual Trash? 실제 쓰레기라니... 무엇을 암시하는 것인가? 일단 시작해보자.



  슬롯 머신이다. 돈을 넣고 돌리면 된다. 하지만 이 게임이 빠칭코 쯤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당신은 하수이다. 사실 이건 수집형 게임이다. 좌측 상단에 등급표가 있다. HOLIDAY가 가장 높은 등급이다. 


      


  이런 게임들과 동류라는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어...?



 저 한 번만에 이거 나왔는데 좋은 건가요? 저 빨간색은 안 좋아 하는데 ㅠㅠ 그래도 하트는 좋아하니까 써야겠죠?



  무려 스킨 수집 게임이다. 이제 왜 가챠 이름이 Actual Trash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소유권도 없는 데이터 조각을 얻기 위해서 돈을 퍼붓지 않는가. 비단 씹덕 가챠겜만 그럴까? 그건 그래도 후원자 전용 그림 컬렉션이라고 합리화 할 건덕지라도 있다.

  우리가 돈을 주고 뽑고 있는 건 어쩌면 쓰레기만도 못한 존재일 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이 실제 쓰레기를 뽑기 위해서 나는 2,200원을 썼다. 재미를 위해서라지만 확률에 기댄 도박이라는 사실은 변함 없다. 그래픽 좀 덮어 씌웠다고 도박인 것이 도박 아닌 것이 되는가.

  

  이 게임이야 입장료 2,200원만 내면 무한으로 즐길 수 있지만 다른 게임들은? 돈도 내고 확률도 높지 않다. 법적으로 도박은 아닐지 몰라도, 아니 어떤 면에서는 일반 도박보다 더 악질 아닌가? 분명 우린 사행심을 가지고 가챠 버튼을 누르고, 게임사는 데이터를 무려 대여해준다. 그리고 그 데이터는 품질보증도 안 해준다. 수틀리면 지멋대로 손바닥 뒤집듯이 이상한 헛소리하면서 바꾼다.


  우리가 가챠를 하는 순간 그것은 매몰되어 되돌릴 수 없다. 열받게도 가챠에서 열역학 법칙이 적용된다. 수집욕, 경쟁심리, 사행심 무슨 연유에서든 간에 뽑기로 인한 보상은 돌이킬 수 없다. 나는 이것을 매몰성 도박이라 부르고 싶다.



 농구대가 앞뒤좌우로 움직여서 더럽게 안 들어간다. 그리고 난 단 한 번에 공을 넣은 적이 없는데 지 맘대로 홀인원이란다. 보기(Boggie)나 파(Far)가 맞지 않을까? 


 수집한 스킨을 팔아서 돈을 벌 수 있지만, 대부분은 탕진하게 된다. 다음 가챠도 있는데 돈이 더 들어간다. 이러한 불쌍한 종자들을 위한 미션이 존재한다. 대부분 이 농구공을 던지는데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농구 하고, 머신 돌리고, 농구 하고, 머신 돌리고... 어딘가 익숙하다.

  오토 돌리고, 가챠 하고, 오토 하고, 가챠 돌리고...

  유저도, 제작사도 결국 애써 도박이 아님을 부정하고 있지만 귀찮음에 가면을 벗어 던지고 이런 게임을 만들지 않을까? 그렇다. 이 게임은 모든 가챠의 종착역인 것이다.



  슬롯머신도 나에게 엿을 날린다. 여기선 대놓고 개돼지 취급을 한다. 사실 제작자는 노스트라다무스나 고대 마야인이 아닐까? 은유적으로 자랑스러운 K-게임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게임 자체가 한 편의 비밀스러운 예언서를 읽는 느낌이다. 이런 놀라운 게임에 평가가 31개 뿐이라는 것이 안타까울 타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