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는 내가 직접 해석한 게 아니라 여러 군데 둘러보면서 알게 된 내용을 내 식대로 정리한 것임. 부실하거나 주관적인 부분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걸러서 봐 주길 바람.


1. 부커 드윗 = 재커리 헤일 컴스탁


부커 드윗

재커리 헤일 컴스탁


아마 이 게임에서 최대의 반전이었을 것이다. 부커 드윗은 게임의 주인공이자 플레이어블 캐릭터이다. 가난하고 술과 도박에 찌들어 살았지만 빚을 값기 위해 엘리자베스 컴스탁을 구하게 되고, 자신과 아무 상관도 없는 것처럼 여겨졌던 엘리자베스를 마치 자신의 딸과 같이 지키려고 한 의인이다.

반면에 재커리 헤일 컴스탁은 공중도시 컬럼비아에서 신처럼 군림하는 독재자였고, 인종차별주의자에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딸인 엘리자베스마저도 이용하는 악인이다. 언뜻 보면 상반된 두 사람 같지만, 게임 후반부에 사실 이 두 명은 동일인이었음이 밝혀졌다. 무엇이 똑같은 사람 하나를 이렇게 상반되게 만들었을까?


2. 평행세계


이 게임은 평행세계의 세계관을 갖고 있음을 여러 연출을 통해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공간의 균열을 여는 엘리자베스의 능력이라던지, 죽고 나서 부활할 때 문을 여는 연출 등으로.

로잘린드 루테스와 로버트 루테스


그리고 그 중심에 선 것은 루테스 남매이다. 이들은 여러 가지 암시적인 말을 통해 이 게임의 진실에 대한 떡밥을 던진다.


또한, 이들 자체도 하나의 떡밥이다. 처음에는 다들 남매인 줄 알았지만 이들 둘도 사실 성별만 다른 동일인이다. 마치 부커 드윗과 재커리 헤일 컴스탁의 관계처럼.

이들은 천재적인 과학자로, 컬럼비아가 하늘에 떠다니게 만들었으며 컴스탁을 도와 컬럼비아가 번성할 수 있게 만들었다. 동시에, 자신들이 싸지른 똥을 청소하기 위해 평행 세계의 컴스탁(부커 드윗)을 여러 번 컬럼비아로 보낸 인물이기도 하다.


3. 광신


그럼 다시 처음에 던진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악인인 컴스탁과 선인인 부커 드윗. 그 둘의 차이를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광신이다. 컬럼비아를 돌아다니다 보면 알겠지만, 컴스탁은 자신을 선지자로써 우상화할 정도로 지독한 광신도이다.

그는 지나친 광신과 선민사상에 찌들어서 여러 가지 사고를 치다가, 결국에는 자신의 동맹상대였던 미국과의 사이가 틀어지고 만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미국을 소돔과 고모라로 여기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엘리자베스의 능력을 이용하여 미국을 비롯한 지상의 모든 곳을 '심판'이라는 명목 아래 공격해버리고 만다. 이는 게임 플레이 중에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지상을 심판하는 컬럼비아


왜 그는 광신에 빠지게 된 걸까?


젊은 시절의 그는 '운디드 니 전투'에 참여했었다. '운디드 니 전투'는 실제로 있었던 사건으로서, 신대륙에 발을 디딘 백인들과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충돌인 '인디언 전쟁'의 마지막에 있었던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 전투는 말이 전투이지 사실상 일방적인 학살에 가까웠다. 원주민들은 2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그들 중 여자와 어린이들도 많았지만 미군은 66명의 사상자만이 발생했고, 이마저도 대부분은 아군의 오사에 의한 것이었다. 그 때문에 요즘은 '운디드 니 전투'라고 표기하지 않고 '운디드 니 학살'이라고 표기해 가는 추세이다.


(자세히 보면 MASSACRE가 스티커로 붙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전에는 BATTLE이라고 표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여러 공을 세우고 훈장까지 받았지만, 죄 없는 원주민을 학살한 사건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부커 드윗은 죄책감과 PTSD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던 중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일이 생긴다.


4. 죄책감, 갈라진 운명


(세례를 받는 부커 드윗)


부커 드윗은 세례를 받고, 모든 죄를 사하게 될 기회를 접하게 된다. 여기에서 부커의 태도에 따라 운명이 두 갈래로 나눠지는데,


세례를 받고 죄를 사하게 된 부커 드윗

부커 드윗은 세례를 받고 죄책감을 완전히 씻어 낸다. 그 덕에 그는 어떠한 잘못을 하더라도 나중에 회개하면 된다는 생각에 빠지게 되었으며, 자신의 악행을 합리화하고, 이름을 재커리 헤일 컴스탁으로 바꾼 뒤 컬럼비아의 지배자가 된다.


세례를 거부한 부커 드윗

부커 드윗은 세례를 거부하고, 평생 죄책감에 시달려 살아가게 된다. 술과 도박에 빠져 돈을 잃고 피폐해진다. 어찌어찌 결혼하고 딸을 낳았지만, 쌓인 빚 때문에 자신의 딸을 평행세계의 자신에게 줄 수 밖에 없게 되고, 그녀는 커서 엘리자베스 컴스탁이 된다.


이 게임은 이를 통해 기독교에게 묻는다. 어떤 죄를 지었더라도 회개하면 그만일까? 죄책감을 털어 내는 게 오히려 더한 악행의 굴레로 빠져들게 하지 않을까?


(2003년 동작대교 유아 투기 살인사건. 사건의 범인은 5살 아들과 4살 딸을 동작대교에서 투기하여 살해하였다. 그 뒤 위와 같은 말을 남겼다.)



5. 상수와 변수


마침내 부커 드윗은 재커리 헤일 컴스탁을 죽이는 데 성공한다. 그간 저질러 온 악행에 비해 그는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면 이제 끝난 것일까?


아니다. 위에서 이 게임은 평행세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평행세계가 단 2개만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이 게임에는 수많은 부커 드윗, 수많은 엘리자베스 컴스탁, 수많은 재커리 헤일 컴스탁이 있다. 그렇다면 그에 의해 멸망하는 세계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이 세계관에서 부커 드윗은 상수이다. 이는 위에서 언급했던 루테스 듀오에 의해 암시된다. 몇 번을 던져도 동전의 앞면이 나오고, 지금까지 컬럼비아로 보내 왔던 부커 드윗 전부가 등대로 갈 때 노를 젓지 않았다. 즉, 부커 드윗이 부커 드윗인 세계와 재커리 헤일 컴스탁인 세계는 있지만, 부커 드윗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는 없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의 아버지를 물에 빠뜨려 살해하는 엘리자베스들


엘리자베스는 상수를 없애버리기로 결심한다. 세례를 받는 부커 드윗이 익사하면, 그 뒤의 부커 드윗도 없고, 재커리 헤일 컴스탁도 없다. 멸망하는 세계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물론 엘리자베스들도 없을 것이다. 이 게임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개인적으로는 성역화가 되어 있는 기독교에 조심스럽게나마 비판의 질문을 던진 것 하나만으로도 이 게임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내 좆대로 정리한 것이므로 틀린 점이나 부족한 점이 있을 수도 있다. DLC는 안해봐서 몰?루